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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843화

작가: 유애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태상황 일행은 2시간만 자고 일어났다. 우문호가 돌아와 태상황에게 휘종제에게 언제 출발할지 묻자고 하자 잠시 생각해 보더니 답했다. “일단 오늘 가지 말고, 내일 가자.”

태상황은 바로 휘종제에게 전화해 우문호 일행이 왔다는 얘기는 하지 않고 내일 가겠다며 식사 준비를 근사하게 해달라고 전했다.

휘종제가 알았다고 하며 물었다. “다섯째와 애들 왔어?”

“안 왔어요.” 태상황이 말했다.

휘종제가 약간 실망한 듯 보였다. “금방 온다고 안 했어? 왜 아직 안 와? 오늘 밤에 오나?”

“아직 모르겠어요. 나중에 상황을 보고요!” 태상황이 말했다.

“그럼 오늘 밤에 오면 밤에라도 날 불러, 애들 보고 싶어 죽겠어.” 휘종제가 말했다.

태상황이 알았다고 하고는 전혀 켕기는 기색이 없는 말투로 전화를 끊었다.

‘태상황이 애들을 데려가고 싶지 않은 건 아니겠지.. 설마?’

태상황이 얼마나 오래 아이들을 못 봤을까? 꼬마 봉황이는 몇 번 안아보지도 못했을 것이다.

삼대 거두가 어르고 있어 꼬마 봉황이는 기분이 좋았다. 원경릉 엄마가 전에 공주 침대 같은 영아용 침대를 사놓아, 꼬마 봉황이를 바디수트로 갈아입히고 포대기를 빼자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세 늙은이에게 손발을 꼼지락거리며 귀여운 웃음을 보냈다.

불빛 아래 구슬처럼 빛나는 눈망울은 포도알 같았고, 바람만 불어도 다칠듯한 피부는 솜털처럼 보드라웠다. 분홍색의 작은 입술에 웃음이 방긋 터지는 모습에 삼대 거두는 눈도 감지 않고 한 시간 내내 바라볼 만큼 매력적이었다.

태조부가 편애하는 것도 아이들이 이해 할 수 있응 정도의 귀여움이였다. 하지만 여동생에 대해서만 그렇고 다른 사람한테는 아니었다. 어쨌든 다섯 오빠도 여동생이 너무 예뻐서 어쩔 줄 몰랐기 때문에 당연히 모든 사람이 여동생을 좋아하기를 바랄 뿐이였다.

외할머니가 분유를 타고, 태상황이 먹였다. 분유를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는 꼬마 봉황이가 막상 분유를 먹기 시작하자 먹어봤다는 듯 두 볼이 빵빵해지도록 분유를 집어 삼켰다. 배가 굉장히 고팠던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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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인은 안 피웠어.” 태상황이 호언장담했다. “냄새 맡아봐. 담배 냄새 안 나지.”“어? 입에 향수 뿌리셨어요?” 소요공이 싫은 내색을 했다.“이건 향수가 아니고 껌이라는 거야. 과인이 경주한테 사 오라고 했지!”잠시 후 주 재상이 벌떡 일어났다. 자기에게는 이제 희야가 있으니까 이들과 말싸움할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서일도 깜박 잠들었다가 소란스럽게 옆집에서 웃고 떠드는 소리가 들려 일어났다. 태상황 일행도 보이지 않는 게 아마 그쪽에 있는 것 같다.방이 없어서 원경주가 서일을 ‘거실 장군’으로 배치해 태상황 일행을 보호할 수 있겠냐고 해서 서일이 동의했다. 소파가 정말 편했으니까.서일은 목이 말라 물을 마시려고 문 앞에 갔는데 문이 열리지 않아 몹시 당황했다. “누구 있어요? 거기 누구 없나요?”황태손은 왜 문 여는 법을 안 가르쳐 줬을까?서일은 차에 대해서는 알지만 문 여는 방법은 아직 몰랐다.만두가 와서 문을 열어주자 서일이 만두 얼굴을 보고 순간 울 뻔했다.만두가 서일의 손을 끌며 다정하게 말했다. “서일 삼촌, 무서워하지 마요, 여기는 안전하니까. 무슨 일이 있으면 절 불러요. 전 들을 수 있어요.”서일은 망망대해에서 한 줄기 희망을 발견한 것처럼 감동이 벅차올라 만두를 끌어안았다. “널 예뻐한 보람이 있었어.”만두가 서일의 목을 감싸고 방긋 웃었다. “앞으로도 서일 삼촌은 계속 절 예뻐해야 해요. 자, 가요. 외삼촌이 밀크티를 주문해 주셨어요!”서일이 만두를 내려놓고 손을 잡고 같이 저쪽 집으로 들어갔다.그쪽은 이미 혼사를 상의 중으로 태상황이 성대하게 하자고 하는 바람에 휘종제 손님이 오는 것에 대해 우문호는 걱정스레 말했다. “이번 혼례의 중점 사안은 사람이 얼마나 오냐가 아니라 우리가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 전부 계시면 충분합니다. 모르는 사람이 그렇게 많이 왔다가 당황스러운 실수라도 하는 날엔…. 원 선생이 낯설어할 겁니다. 어쨌든 다들 서로 모르는 사이니까요.”태상황이 말했다. “과인은 좀 성대하게 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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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경릉은 우문호가 조금 무서워하는 것과 고집을 부린다는 걸 단숨에 알았다.우문호가 여기 와 있지만 현대 일에 대해서는 아는 데 한계가 있고 기본 상식도 몰랐다. 그래서휘종제의 손님이 와 국제적인 빅이슈를 살짝이라도 언급할 때 우문호는 거의 벙어리처럼 있을게 분명했다. 하지만 이번 결혼식은 우문호가 줄곧 바라오던 것으로 이런 불쾌한 일이 생기는 게 싫었다.전에 혼례를 성대하게 하자고 목에 핏대를 세우던 태상황도 지금은 말을 바꿨다. 솔직히 태상황도 우문호와 마찬가지로 사람들과 대화가 안 통해서 체면이 구겨지는 게 걱정됐다.다음날 원경주는 차를 몰아 사람들을 데리고 휘종제의 저택으로 향했다.큰 버스는 지금 아주 제대로 쓰이고 있었다. 적어도 모두 서일과 일정 거리를 유지할 수 있어 서일이 토를 해도 냄새를 안 맡을 수 있을 정도였다.잠시 후 쇼핑몰 거리를 지나고 있었는데, 이곳은 광원시에서 제일 있어 보이면서 번화한 거리로 매장 앞마다 무성한 나무가 심어져 있는 등, 돈을 많이 쓴 흔적들이 차고 넘쳤다.신호등에 서서 대략 1분 정도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데 서일이 창문에 엎어져 밖에 사람들이 오가는 것을 봤다.서일이 잠시 밖을 보더니 슬퍼하며 말했다. “토하니까 환각이 보이는 건지, 안풍 친왕 전하와 안풍 친왕비 마마를 아주 닮은 두 사람이 있는 것 같네요.”다들 이 말을 듣고 서일이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봤다.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 속에서 그 두 사람은 군계일학처럼 보였다. 손에 쇼핑백이 엄청나게 들려 있었는데, 전부 명품 쇼핑백으로 손에 들고 있는 거 빼고도, 팔에 두세 개씩 걸려 있었다. 명품을 휘감으며 거만하게 걷는 폼이 안하무인 그 자체였다.정면은 볼 수 없었고 옆 얼굴만 보이는데 큰 선글라스를 끼고 걷고 있었다. 반대쪽 구찌 매장으로 건너가려는 것 같았다. 7~8명의 사람들이 머리를 창문 밖으로 내밀고 두 사람이 안풍 친왕 부부인지 확인하려고 노력했다.두 사람은 가슴을 펴고 고개를 빳빳하게 들며 당당하게 천천히 길을 건너다가 고개를

  • 명의 왕비   제 284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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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의 왕비   제 2847화

    태자비 일행과 같이 가는 건 아니지만 크루즈 타는게 듣기에 몹시 재밌을 것 같아 소요공은 동의했다.우문호는 여행 결혼이 좋긴 좋았다. 하지만 집에서 그저 밥 한 끼 먹고 끝내는 게 지나치게 간단하다는 생각이 있었다. “증조부님, 저는 이번 혼례가 적당히 간단한게 좋다고 생각합니다.”“그래! 내가 다 알맞게 준비해 뒀어!” 휘종제가 말했다.“알맞게 준비해 두셨다고요?” 우문호가 당황했다. 우문호는 이 일을 직접 결정하고 싶었다. 원 선생이 그러는데 여기서는 신랑 신부 본인이 주관하고 부모의 명은 들을 필요 없다고 했는데 말이다. “네 혼례를 내가 주관도 못해?” 휘종제가 반문했다.태상황이 눈을 가늘게 떴다. 문제가 발생했다! 아바마마의 태도를 이렇게 돌변하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거의 없다. 딱 한 사람만 빼고. 바로 휘형이다!태상황이 다가가서 크루즈에 관해 물었다. 크루즈엔 어떤 재밌는 게 있는지 말이다.휘종제는 전에 세계 일주를 한 적이 있어 크루즈에 대해선 손금 보듯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많지, 하고 싶은 건 다 있어. 먹고 마시고 놀고, 전 세계 좋은 술은 다 맛볼 수 있고 영화, 안마, 취미면 취미, 네가 지루할 틈을 절대 안 줘.”“어? 영화도 볼 수 있어요?”휘종제가 신이 난듯 끊임없이 말을 이어나갔다. “맞아, 하지만 난 발코니에서 바다를 보는 걸 제일 좋았어. 남자는 자고로 바다를 보러 가야 해. 바다를 좋아해야 하고. 바다의 웅장한 기세와 밀려들어 부서지는 파도는 때로 거대한 짐승 같아서 모험을 경험하게 하지. 인생은 모험 그 자체거든. 그리고 드물게 바람이 고요할 때 풍랑이 잔잔한 바다는 그야말로….”태상황이 불쑥 튀어나와 물었다. “아바마마, 휘형이 온 거 아닙니까?”“왔….” 휘종제가 열심히 설명하다가 재빨리 물었다. “누구? 누가 와? 큰 애? 어디 있는데?”태상황은 작은 눈을 더 가늘게 떴다. 휘형이 온 게 틀림없었다. 아바마마께서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반응을 보면 알 수 있다.태상황이 일

  • 명의 왕비   제 2848화

    헌제는 휘종제의 아버지인데, 자기 아들이 자신의 아버지까지 들먹여 화를 내자 기분이 몹시나빴다. 하지만 역시 두렵기는 두려워 태상황에게 숨길 수 없겠다고 판단하고 다 털어놨다. “큰 애가 왔는데 어디로 갔는지는 진짜 나도 모른다. 하지만 큰 애가 네 아들이 퇴위하려는 마음을 먹고 있다더라고. 아마 태자가 돌아간 뒤 정식으로 선위를 할 거 같다는구나. 태자가 보위에 오르면 혼례를 할 수 있으니 여기서 다시 할 필요가 없지 않겠냐며 그리고….”“그리고 뭐요?” 태상황은 너무 화가나 머리 뚜껑이 열릴 정도였다.휘종제가 무서운듯 우물쭈물거렸다. “그리고 나한테 잔소리했지... 옛날 사람들을 한 무더기 데리고 있으면서 그딴 거 알아보는데 도사인 골동품 감상 전문가들을 초청해 연회를 베푸는 게 잘하는 짓이냐고, 큰 혼란이 생기지 않겠냐고 말이야…”태상황은 굉장히 화가 났지만 휘형의 말이 맞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기에 아바마마는 머리를 참 못 쓰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명원제가 선위를 하겠다는 부분은 상당히 열 받아서 콕 집고 넘어갔다. “휘형 어딨는지 아시죠, 전화하세요. 제가 얘기 좀 하고 싶다고.”휘종제는 아들에게 혼쭐이 나서 조용히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안풍 친왕이 직접 차를 몰고 와서 얘기를 나누고자 태상황을 데리고 갔다.감각적인 오픈카 엔진음이 울려 다들 놀라 나가서 보니, 운전석에 타고 있는 사람은 의심할 나위 없이 안풍 친왕이었다.태상황이 다가가 차에 타자, 안풍 친왕이 손을 흔들며 놀란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더니 잠시 후 차를 몰고 사라졌다.해변으로 가서 태상황이 물어보기 전에 안풍 친왕이 먼저 얘기를 시작했다. “명원제는 예전부터 퇴위할 마음이 있었고 황제 노릇이 힘들다고 했잖아. 이제 그냥 물러나게 해주자.”하지만 태상황은 그건 아니라며 화를 냈다. “그건 책임감 없는 행동이죠. 전에 저한테 뭐라고 얘기했는지 기억 나십니까? 제가 능력이 부족해서 이런 큰 임무는 맡을 수 없을 것 같다니까, 형은 전부 변명이라고 했

  • 명의 왕비   제 2849화

    태상황은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았다. 명원제가 선위를 하겠다는 생각에 화가 났을 뿐만 아니라 더욱 열 받는 건 휘형이 자기를 바보 취급했다는 사실이다. 안풍 친왕의 휴대폰 액정은 켜지지도 않았고 갤럭시 벨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태상황은 안풍 친왕의 어깨를 잡았다. “도망치게요? 또 도망치려고요? 오늘은 꼭 제대로 들어야겠어요. 이 문제로 수십 년을 고민했어서 제대로 안 듣고는 죽어도 편한히 눈을 못 감을 것 같애요.”“여섯째야!” 안풍 친왕이 눈썹을 찡그렸다. “왜 그런 재수 없는 소리를 해? 우리 형제가 어렵게 여기서 만났는데 그런 안 좋은 얘기는 하지 말자. 가자, 너 데리고 한잔하게.”“저 말해주실때까지 아무 데도 안 가요. 오늘은 여기서 제대로 얘기해 주세요!” 태상황은 안풍 친왕을 잡고 놔주지 않았다. 오늘 답을 못 들으면 평생 기회는 없다. 아마도 북당에서 앞으로 안풍 친왕을 다시 볼 일은 없을 것이다. 안풍 친왕이 태상황에게 물었다. “그렇게 중요해?”“중요해요. 아주 중요하죠!” 태상황이 단단히 못을 박았다.그러자 결국 안풍 친왕이 차에 기대 파도치는 수면을 보며 입을 열었다. “정말 알고 싶으면 알려줄게. 내가 잔인해서 너한테 무거운 책임을 맡긴 게 아니라 처음부터 내가 제일 잘 봤던 게 너였어. 너, 십팔매, 주꼬맹이. 전부 내가 키워낸 조직으로 이게 바로 내가 너희들에게 늘 엄격했던 이유야. 너희들은 날 실망하게 한 적이 없었고 수십 년 동안 너희들이 조금씩 성장해 가는 걸 지켜봤지. 정말 뿌듯했어….”태상황이 말을 자르며 물었다. “휘형, 화제를 옮기는 건 저한테 전혀 의미 없어요. 이 얘기 뒤로 가면 얼마나 고뇌를 거듭하며 애썼는지 얘기가 나오겠죠. 전 답을 원해요. 형은 왜 황제를 안 하고 도망갔어요?”“왜냐하면 난 황제가 될 수 없으니까!” 안풍 친왕이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는 결연한 눈빛으로 말을 이어 나갓다. “네가 기왕 알고 싶다니까 얘기해 주마. 그때 이 일을 계획할 때 난 이미 몸에 중병이 들어 있었어. 네가

  • 명의 왕비   제 285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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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의 왕비   제 2851화

    형제가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누고 다시 저택으로 돌아와 휘종제를 청해 우문호와 회의실에 가서 얘기했다.네 사람 중 세 사람은 한 때 북당 최고 권력을 대표했던 사람들이고 우문호는 북당 미래에 최고 권력자가 될 사람이다.그들은 한동안 얘기를 나누었는데 마치 예전에 안풍 친왕이 태상황에게 했던 것처럼 ‘너는 큰 인재다. 넌 능력이 있다. 넌 북당 강산을 짊어질 수 있다’라는 내용이었다.단지 당시엔 안풍 친왕 한 사람이 태상황에게 얘기했다면, 지금은 세 사람의 어른이 같이 우문호에게 얘기한다는 점이 달랐다.우문씨 집안의 황위는 줄곧 한 대 한 대 아슬아슬하게 이렇게 전해지고 있었다.우문호는 거리낄 것이 없었다. 왜냐하면 본인이 조만간 황제가 될 것을 알고 있었고, 최근 하고 싶은 일은 많았고 그걸 마음껏 할 수 없는 처지였기 때문이다. 그 큰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아바마마의 견제였다. 아바마마는 우문호가 모반할까 싶어 감독하고 관리하는 동시에 자신의 감정에 묶여 피곤하게 살았다.우문호는 공을 세워 인정받는 사익에 관심이 없었다. 그저 북막을 크게 꺾고 선비도 당분간 발호하지 못하는 좋은 기회를 맞았다는 생각뿐이었다. 대주, 대월, 대흥과의 관계는 공전에 유례없이 좋았다. 대외적으로 힘써 발전을 촉진하는 동시에 대내적으로 기반을 튼튼하게 다지고 싶었다. 하지만 아바마마의 제지를 받고 고뇌했다. 기회는 한 번 놓치면 다시 얻기 힘들기 때문이었다.시국이 바뀌어 지금의 안정적인 외교관계가 수십 년 변함없이 지속될 거라는 보장이 없었다.물론 보위에 오른 뒤 우문호가 어떤 결정을 하든 원 선생은 우문호 편에 서 있을 것을 확신했다 . 이런 확신이 있는데 우문호가 망설일 게 대체 뭐가 있겠어?그래서 네 남자의 회의 후 원경릉에게 아바마마께서 선위를 하실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그런데 원경릉은 전혀 놀라지 않고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부드럽게 말했다. “자기가 결정하면 돼. 어찌됐든 자기가 결정하는 대로 난 반드시 자기 곁에 있을 거야.”우문호가 경악했다.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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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의 왕비   제 3037화

    늑대파 사람이 안지여와 소여쌍을 질질 끌고 나가는데, 소여쌍은 여전히 미친사람처럼 웃어대기만 했다.이리봉청은 그들이 끌려 나가는 것을 보자, 눈앞에 안지여가 자신을 데리고 소여쌍의 침대 앞으로 가서 소여쌍의 그 악랄한 말을 듣던 순간이 떠올랐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여리여리하고 아름답던 그녀가 이렇게 변해 버린 게 꿈처럼 느껴졌다.풍도성을 접수한 뒤 안풍 친왕은 관리들을 새롭게 임명했고, 더 이상 성주 같은 것을 두지 않고 조정과 이부에 적합한 인사를 선발해 풍도성 지부로 앉힐 것을 요청했다. 풍도성은 더 이상 이전의 독립 자치 지역이 아닌, 다른 주나 현과 마찬가지로 조정에 귀속되어 통일서 있게 다스리게 되었다.더불어 안풍 친왕은 별도로 서신을 써서 황제인 우문호에게 보냈는데, 풍도성을 추천하지만, 이건어디까지나 건의와 추천이니 황제가 생각하는 마땅한 사람이 있으면 안풍 친왕의 추천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동시에 안지여의 잔당들이 계속 나타났다.안풍 친왕이 이번에 이렇게 많은 사람을 데려오고, 호랑이와 눈 늑대, 회색 늑대까지 출동시킨 건 바로 모든 세력을 강화하고, 신속하게 진압해 풍도성을 조정에 복귀시키고 보름 만에 비적을 토벌하며 기본적인 숙청을 마무리하기 위해서였다.박원은 잔당의 남은 불씨가 다시 타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서 안풍 친왕의 영패를 가지고 부근에 5천 명의 군사를 파견시켜 풍도성을 지켰다. 이리 나리는 자금을 지원해 천문 세가의 묘를 이장하였는데, 이전 무덤은 안지여가 고른 곳으로 폐허에 가까워, 그는 천문 세가 사람들이 그런 곳에서 안식을 취하기를 원하지 않았다.풍도성에 온지 거의 한 달가량 될 때쯤, 대군은 경성으로 돌아갈 채비를 했다.돌아가기 전에 미색이 안지여와 소여쌍을 보러 갔다가, 돼지우리에서 죽느니만 못한 삶을 사는 것을 보고 그제야 비로소 맺혀 있던 한이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미색은 이리 나리와 어머님에게 알리지 않은 것이, 두 사람은 이미 안지여가 누군지 잊은 듯 보였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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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리봉청에게 있어 모든 건 지나가지 않았고, 36년 전 일은 여전히 어제 일 같이 느껴졌다.“어머니, 그를 어떻게 처분하시겠어요?” 이리 나리는 이리봉청의 마음을 넘겨짚을 수 없어 함께 걷는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 생각은 어떠니?” 이리봉청이 다시 되묻자 이리 나리가 원한에 사무친 눈빛으로 말했다. “제게 처분하라고 하면 전 그를 죽여 버릴 겁니다.”이리봉청은 알았다며 대답만 했다가, 다시 30분쯤 걷다가 정자에 앉아 을 때 말을 덧붙였다. “난 안 죽일 거야.”이리 나리가 약간 놀라서 물었다. “어머니, 또 마음이 약해지신 겁니까?”이리봉청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 반대야. 그 인간을 죽이는 게 마음이 약해진 거지. 사실 며칠 동안 이전의 원한을 내려놓을 수 있을지 생각해 봤는데, 내려놓을 수 있다면 그 인간을 백번이라도 죽이겠지만, 난 그럴 수 없더구나. 아들아, 게다가 오늘 천문 세가 대문을 들어서는 그 순간, 더욱 마음을 굳혔단다.”이리봉청이 일어나 집안을 둘러봤다. 이곳은 그녀의 가족들이 살아 원래 온통 사람 소리로 가득한 곳이였다. 그들의 웃던 광경이 눈앞에 비치는가 하더니, 눈 깜박할 사이에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그들은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천문 세가는 큰 잘못을 저지른 것도 없는데 멸문지화를 당했고, 가엾게도 그 중엔 아이들이 많아서 제일 어린아이는 이제 태어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었다.이리봉청의 얼굴에 눈물이 타고 흐르며 가슴이 미어졌다. “그자와 소여쌍을 밖에 내버리고 사람을 시켜 지켜보도록 해. 죽게 두지 말고 계속 살려둬. 36년은 더 살면서 이 세상의 고생을 모두 겪어야, 내 마음에 맺힌 한이 풀리고 억울한 망자들도 안식에 들지!”이리 나리는 온몸으로 그 마음이 느껴져, 어머니가 눈물 흘리는 것을 더는 볼 수 없었다. “네, 전부 어머니께서 말씀하신 대로 할게요.”안지여와 소여쌍은 버려졌다. 짧은 며칠 사이에 안지여는 의기양양하던 성주에서 시궁창 쥐로 변해, 사람들이

  • 명의 왕비   제 3035화

    안지여는 풍도성 지하감옥에 갇혔다. 빛 한 줄기 없는 지하감옥에서 사방에 끝없는 어둠과 절망만이 안지여를 삼키고 있었다.훼천의 형벌은 12 시진 후면 사라져서, 앞으로 안지여는 그저 한 명의 폐인일 뿐이었다.안지여의 결사대가 성으로 공격해 들어오기 전에, 이리봉청은 오 선생을 찾아내 안지여가 저지른 모든 죄를 고백하게 하고 안풍 친왕이 친필로 받아 적었다. 안지여가 당시 천문 세가를 해친 경위를 소상히 써 내려간 뒤, 오 선생과 안풍 친왕의 직인을 찍고 인쇄해서 대중에게 공개했다.안지여의 죄악은 하늘을 찔러 백성들 모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안지여의 결사대의 옛 부하들이 본래 성을 공격해 들어가 안지여를 구출할 계획을 세워놓았으나, 안지여의 죄상이 공포된 뒤로 많은 사람들이 해산하였다. 유일하게 무대장군만이 수천 명을 데리고 성으로 쳐들어왔지만, 안풍 친왕과 이리 나리가 이미 대비해둔 덕분에, 경성에서 굴러온 돌이 무대장군의 박힌 돌을 빼내는 전투를 벌였다.풍도성에 온 지 7일째, 안풍 친왕은 풍도성을 접수하고 성에 살던 사람을 쫓아내며 서민으로 강등시켰다.안지여와 소여쌍에 대한 처분은 이리봉청에게 넘겼다.안지여는 캄캄한 지하감옥에서 6일을 지내는 동안, 처음엔 침착한 척 가장했으나 사흘째가 되자 울부짖으며 악독한 저주의 말을 내뱉더니, 나흘째가 되자 용서해달라고 애원하며 참회했다.손발의 힘줄이 끊어진 안지여는 일어나 걸을 수도 없고 심지어 스스로 몫숨을 끊을 힘도 없었다.그 와중에 매일 누군가가 먹고 마시도록 해주고, 상처도 치료해 주어 살 수 있다는 부질없는 희망을 품게 했다.훼천의 말에 따르면, 진정한 절망은 살아도 죽느니만 못하고,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것으로, 온 마음으로 죽기를 바라지만 살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었다가, 안간힘을 쓴 뒤 다시 절망에 빠지는 것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것으로, 사람을 한없이 죽였다 살렸다 괴롭힌다고 했다.결국 안지여를 죽일지 말지 여부는 이리봉청에게 달렸는데, 그녀는 안지여를 단번에 죽여 천문 세가

  • 명의 왕비   제 3034화

    안지여의 이마에 파란 힘줄이 불끈불끈했으나 냉정을 가장했다. “내가 두려워할 줄 알았나 보지? 죽음도 두렵지 않은데 뭘 더 두려워하겠어?”“넌 두려울 것이야!” 이리봉청이 고개를 돌려 이리 나리를 보고 살짝 그의 팔을 잡았다. “내가 오는 길에 늑대파 사람이 그러던데, 천하에서 제일 잔혹한 형벌을 아는 사람이 늑대파에 있다고. 그게 사실인 것이냐?”이리 나리가 가볍게 답했다. “물론 사실이죠. 훼천이라고 합니다. 늑대골 출신이에요.”“안지여가 버틸 수 있는지 어디 한 번 보고 싶구나.” 이리봉청이 말했다.이리 나리가 엄숙한 태도로 명을 내렸다. “훼천!”그러자 훼천이 급히 나왔다. “이리 나리, 분부하시지요!”이리 나리는 그가 짐짓 냉정한 척하고 있으나 눈빛이 조금씩 허물어져 가고, 몸까지 부들부들 떠는 것이 아주 만족스러워 훼천에게 담담하게 말했다. “시작해!”안지여가 갑자기 큰 소리로 욕했다. “난 네 아버지거늘, 감히 나에게 손을 대다니, 천벌을 받아 마땅한 놈 같으니라고!”이리봉청이 이 말을 듣고 잠시 주저하는 눈빛으로 이리 나리를 바라봤다.이리 나리가 이리봉청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제 아버지는 오직 저를 키워주신 안풍 친왕뿐이십니다.”이리봉청이 살짝 안도했다. “저 인간이 단지 나만 해쳤으면 네 체면을 봐서 놔줬겠지만 천문 세가의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갔으니 난 용서할 수 없구나.”“이리봉청, 너 언제 이렇게 악랄하게 변했어? 죽이려거든 그냥 죽여. 난 천문 세가 사람을 죽이긴 했어도 그들을 괴롭히진 않았어. 네가 날 죽이려거든 깨끗하게 단번에 죽여!”안지여가 크게 노해 몇 번 몸부림을 치다가 상처가 벌어지는 바람에 배에서 선혈이 흘러나오고, 훼천이 가까이 다가가자, 눈에 두려움이 깊어졌는데, 늑대골 출신 훼천은 온몸에서 피비린내가 뿜어져 나와 안지여를 덜덜 떨게 했다.“이리율!” 안풍 친왕비는 시ㅈ가하기 전에 이리 나리를 불렀다. “내가 여기서 네 엄마와 같이 있을 테니 넌 먼저 나가 있거라!”이리 나리가 안풍 친왕비에게

  • 명의 왕비   제 3033화

    안지여에게 구원 병력이 없는 상황에서, 이리 나리 일행이 성을 제압하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대오가 경성에서 출발하기 전에, 안풍 친왕비가 미리 사람을 풍도성으로 보내 각처, 특히 성 수비군과 군대에 잠입시켜, 음식에 효과가 천천히 나타나는 독을 풀어, 오늘 중독 증상이 나타나도록 독의 분량을 조절했다.적어도 내일까지는 안지여를 도우러 올 사람은 없었다. 독성은 적어도 이틀이 지나야 깨끗해지기 때문에 이틀 동안 그들은 설사와 전신 무기력으로 성에 무슨 일이 있다는 걸 알아도 와서 도울 수 없었다.그리고 그들이 기력을 회복할 때쯤이면, 안지여는 벌써 죽었을 것이다.안풍 친왕과 이리 나리는 성을 통제하고, 안지여 부부를 제압해 두 사람을 줄로 묶고 지혈시켜 주었다.안지여는 요 몇 년 동안 자신이 상당히 대단하다고 여겼다. 이는 풍도성이 부유하기 때문으로, 돈으로 많은 사람을 살 수 있었으며, 여러 곳에서 추켜세워 주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처절하게 패배한 적이 없었던 이유는 진정한 적이 없기 때문으로, 주변의 떠돌이 비적은 작은 마을 규모로 너무 작아서 소탕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결코 그가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적이 너무 약해서였다.조정 사람과 비교했을 때, 그는 제대로 훈련받은 적 없는 비적었기에 일격도 감당할 깜냥이 못됐다.이리 나리는 둘을 중정에 묶어 두었다. 온 바닥에 남은 음식과 깨진 기와가 널브러져 있는 것을 본 안지여는 마음속 깊이 분노가 일었다. 자신의 생일날, 그를 다치게 한 것이 바로 그의 친자식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더욱이 오늘 이렇게 많은 고수가 현장에 있었는데도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이런 결말을 맞다니 너무 불쾌했다. 이리 나리가 이리봉청을 부축하고 안지여 부부 앞으로 가서, 그녀가 안지여 부부를 내려다보자, 그들은 낭패에 달가워하지 않는 기색으로, 이리봉청은 분노하는 마음과 함께 서글픈 마음도 들었다. 그들을 죽이면 커다란 복수는 이뤄 천문 세가 망자의 원혼은 달랠 수 있었다.하지만 저들을 이렇게 쉽게

  • 명의 왕비   제 3032화

    “그럴 필요 없을 것 같은데?!” 이리 나리가 검을 휘두르며 안지여를 겨누자, 안지여가 공중으로 뛰어올라 후퇴했다.공자들은 돕고 싶었으나 검은 옷을 입은 노인들에게 바로 제압당했다. 안지여는 이리율 것으로 그들은 주변 사람을 제압하기만 할 뿐 옆에 서서 전투를 관전하고 있었다.이리율의 무공이 얼마나 뛰어난지 그를 가르친 안풍 친왕 부부를 제외하고, 사실 많은 사람들은 모르고 있었다.이리율의 검법은 신속하고 맹렬해서 안지여는 상대하느라 쩔쩔매고 구석으로 몰리고 있었다. 성안의 호위들은 늑대 무리와 늑대파, 홍매문 사람들에게 막히는 바람에 안지여는 홀로 고전을 면치 못했는데 그래도 아직은 버틸 수 있었다.하지만 30분을 못 가서 안지여는 질게 틀림없었다.놀란 나머지 계속 실성해 있던 소여쌍이 갑자기 이리봉청을 향해 바싹 마른 손을 뻗어, 그녀의 목을 조르며 광적인 집착과 분노에 사로잡혀 성질을 부렸다. “멈춰, 다들 멈추라고. 안 그러면 내가 이년을 죽여버릴 것이니까!”소여쌍은 무공을 할 줄 알았지만 잘하지 못한 것이 어릴 때부터 계속 중병을 앓아 무공 연습에 소홀했고 성주 부인이 된 뒤로는 더욱 병기에 가까이할 일이 없었지만, 공력만큼은 아직 약간 있었다.소여쌍은 증오의 힘으로 이리봉청의 목을 졸랐는데, 소여쌍이 조금만 더 힘을 주면 이리봉청의 목을 부러뜨릴 것만 같았다.안풍 친왕이 차가운 눈빛으로 나서려 하자, 안풍 친왕비가 말리며 고개를 살짝 흔들었는데, 그럴 필요 없다는 뜻으로 뒤에 있던 사람들에게도 참으라는 눈짓을 하자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모두가 이리봉청이 제압당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손가락으로 뭔가를 쥐고 있어 소여쌍의 어깨 위를 휘감고 팔을 눌러 소여쌍이 머리를 돌리게 했다. 이리봉청 손에 쥔 것은 바늘로, 그대로 소여쌍의 오른쪽 눈을 찌르고 들어갔다.소여쌍이 절규하며 이리봉청을 놔주고 선혈이 흐르는 눈을 움켜쥔 채 비틀거리다 바닥에 쓰러져 데굴데굴 구르며 새된 소리를 지르는데, 원망과 저주의 말을 끊임없이 쏟아

  • 명의 왕비   제 3031화

    풍도성 중정에는 안지여의 아들들과 사위가 그의 곁에 남았는데, 크고 작은 부상을 입어 점점 공포에 질려가고 있었다.‘이 사람들, 아주 대단하구나!’안지여는 이리봉청을 보고 비록 조금 냉정해 보였지만, 여전히 놀라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갑자기 소여쌍이 큰 소리로 웃으며, 몸을 앞뒤로 흔들며 눈물을 찔끔거리더니 완전히 미친 사람처럼 갑자기 웃음을 멈추고 부들부들 떨리는 손가락으로 이리봉청을 가리키며 원망했다. “뜻밖에 네가 안 죽었단 말이지? 게다가 아들까지 있고. 참으로 황당하구나. 정말 너무 황당해. 원래 죽어야 했을 인간은 죽지 않고, 잘 살아야 할 사람은 36년간 괴로움을 당했어. 이리봉청 네가 날 비참하게 만들었으니 넌 이제 지옥에 떨어져야 해.”이리봉청은 소여쌍의 말을 들은 체 만 체했는데, 그녀 눈에는 지금 안지여만 들어왔다.안지여는 36년을 살아왔지만, 이리봉청에게 있어 36년은 마치 사라진 시간처럼 멸문지화의 원한이 어제 일 같았다.안지여도 이리봉청의 눈에서 분노와 악랄함을 보고, 처음으로 마음속에 두려움을 느꼈다.안지여는 억지로 감정을 가라앉히고 말했다. “네 사람을 데리고 가. 지난 일을 묻지 않을 테니. 그렇지 않으면 풍도성에서 곧바로 10만 대군이 올 것으로, 살아서 도망갈 생각은 꿈도 꾸지 않는 게 좋아.”이리봉청의 목소리가 낮게 잠겼다. “우리는 이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바로 네 성으로 쳐들어갈 수 있어. 넌 이미 졌어.”안지여가 웃었다. “졌다고? 그래?”안지여는 수하의 대장군이 믿음직해서, 그들을 당하게 놔줄 수도 있다고 여겼다. 대장군의 부대는 분명 치밀하게 준비되어 있을 것으로, 아마 지금쯤이면 궁수들이 이미 배치를 마치고 그들을 전부 쏴 죽이기 위해 기다리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이리 나리가 이리봉청의 손을 잡고 말했다. “어머니, 저자와 말 섞으실 필요 없어요. 앉아서 지켜보시기만 하면 됩니다!”말을 마치고 의자를 올리더니 이리봉청을 부축해서 앉혔다.안지여가 이리 나리를 보는데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 명의 왕비   제 3030화

    안지여가 퍼뜩 눈을 돌려 이리 나리를 보았다.‘이리봉청이 저자를 아들이라고 불렀다는 건러니까?이리 나리는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을 찬찬히 훑어보더니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안 성주와 좀 오래된 원한을 따져야 하는데, 관련되기 싫으신 분은 자리를 피해 주시지요!”그때 한 사람이 검을 짚고 일어나 호통을 쳤다. “넌 도대체 어떤 놈이냐? 무슨 자격으로 자리를 피해라 마라야? 안 성주를 귀찮게 할 생각이면 일단 나부터 통과해 보시지!”그는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장검을 뽑아 파죽지세로 이리 나리를 향해 휘둘렀다.이리 나리는 손을 살짝 움직여 손바닥으로 칼자루를 밀자, 검이 날아가며 그 사람의 귀를 베어 한 줄기 피가 공중에 뿌려지더니, 방금까지 기고만장하던 자가 비명을 지르고 귀는 바닥에 떨어졌다.검이 다시 이리 나리 수중으로 정확히 돌아왔다.이 모든 게 3초 안에 벌어진 일이었다.“회선검?” 검법을 아는 사람들이 깜짝 놀라며 외쳤다.현장은, 숨소리마저도 들리지 않았다.회선검은 검마의 검법으로, 그렇다는 건 저 사람이 검마의 계승자?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무리에서 검마를 찾았다. 과연 두 손으로 검을 안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도 차가운 안광이 느껴졌다.과연 진짜 검마구나, 사람들의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검마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이리 나리를 흘끔 보더니 속으로 의아해했다. ‘이 자식, 언제 내 비장의 검법을 배운 거야?’이리 나리의 검 끝에선 아직 선혈이 떨어지는데, 여전히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말했다. “이 아수라장에 끼고 싶은 거라면, 제가 무례하다고 원망할 생각 마세요.”“무엄하도다!” 안지여가 몹시 놀랐다가 천천히 정신을 차리고 눈을 치켜뜨며 이리 나리를 노려봤다. “너는 내가 누구인 줄 아느냐? 내가 네 아버지다!”이리 나리가 코웃음을 쳤다!안지여의 몇몇 아들이 달려 나와 소리쳤다. “아버지, 저희가 지켜드리겠습니다.”안풍 친왕이 젓가락을 던지고 일어나 차갑게 명을 내렸다

  • 명의 왕비   제 3029화

    오늘은 성주의 생일이기에 경사라 섣불리 피를 볼 수는 없으므로 칼은 빼 들었지만 먼저 나서서 늑대를 죽이는 사람은 없었다.안지여는 어두운 눈빛으로 ‘늑대 무리라고? 척후병의 보고로는 안풍 친왕이 늑대 무리를 끌고 온다고 했는데, 저들이 의외로 성으로 직접 쳐들어 왔다 이거지?’라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안지여는 잔을 들고 꿈적도 하지 않은 채, 무너지기 직전까지 미동도 없는 태산처럼 냉정하고 침착했다. 늑대 무리는 안으로 들어온 뒤로 두 패로 나뉘어 서서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을 호시탐탐 엿보며 으르렁거렸다.“성주님, 성주님, 저들이 기어코 쳐들어오겠다고….” 문지기가 외치는 소리는 들렸으나 사람은 보이지 않더니, 그보다 조정에서 보낸 사람들이 먼저 들이닥쳤다.앞에 걸어들어오는 두 사람을 안지여는 본 적이 있었는데, 바로 안풍 친왕 부부로 예전에 그들이 천문 세가 사람들을 조사하러 왔을 때 그에게 속은 적이 있었다. 비록 당시 일면식 뿐이었으나 천문 세가 일을 캐내고 있다는 사실에 놀란 탓에 그들의 얼굴을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그런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어째서 별로 변한 게 없는 거지?’안풍 친왕 부부 뒤에 따라오는 10여 명의 검은 옷을 입은 노인은 그들의 호위 무사일 것으로, 주인인 안풍 친왕 부부는 별 표정이 없었으나,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들어와 고개를 들자 괴팍하고 악랄한 얼굴이 안지여 마음에 들지 않았다.안지여는 여전히 일어나지 않았고, 미소는 띠고 있었지만 매서운 눈빛으로 저들이 돌계단을 오르면 그때 일어나도 늦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게 그의 태도였다.하지만 안풍 친왕 부부는 돌계단을 오르지 않았고, 손님 중 건배를 권하느라 자리를 비운 사람들 의자에 검은 옷을 입은 노인들이 차지하고 앉아, 그들을 대놓고 밀치더니 품에서 자기 젓가락을 꺼내 옆 사람 상관하지 않고 먹기 시작해 사람들이 다 경악했다.그들이 자리를 잡고 앉자 뒤따라 들어오는 사람들이 보였다.두 사람이 사람들에 둘러싸여 천천히 걸어들어오고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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