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첩

왕의 첩

last updateLast Updated : 2025-01-07
By:   소지  Updated just now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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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rating. 1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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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생, 유양월은 모든 것을 바쳐 그 자식을 황제의 자리에 오르게 도왔지만, 결국 그가 하사한 독이 든 술 한 잔에 목숨을 잃었다. 눈을 떠보니, 그녀는 다시 그 자식으로 인해 태자에게 선물 된 그날로 돌아와 있었다. 눈앞에는 동궁의 사치와 화려함이 펼쳐져 있었다. 다시 살아난 유양월은 드디어 사랑 따위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살아남을 것이고 부와 권력을 쟁취할 것이다. 그녀는 황제를 제외한 만인의 공경을 받을 자리에 오를 것이다! 첩이란 결국 노리개일 뿐이다. 그녀는 그들에게 발밑에 짓밟히는 고통을 맛보게 할 것이다! 그런데 수년 후, 이미 황제의 자리에 오른 남자는 그녀를 품에 안으며 친밀하게 속삭였다. “무엇이라? 당신은 나의 황후, 단 하나뿐인 황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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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신축 원년, 7월 7일, 묘시 7각.무더운 날씨와 동시에 공기 속에는 비가 올 듯한 습기와 끈적함이 가득했다.용과 봉황이 새겨진 화려한 궁궐 밖과 달리, 이 외딴 작은 뜰은 벽도 벗겨지고 먼지가 쌓인 채 황폐해졌다. 때때로 알 수 없는 벌레들이 기어다녔고, 화려한 궁궐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뜰 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태감과 궁녀들도 하나같이 숨을 죽인 채 침대 위의 여인을 주시하고 있었다. 여인의 검은 머리카락은 흩어져 있었고, 아름다운 얼굴에는 이상한 홍조가 떠올라 있었다.다들 고요한 공간 속에서 무언가를 기다리듯 숨소리마저 조심스러웠다.어의원 의정은 창백한 얼굴로 침대 옆에 서서 손을 모으고 있었다. 방 안의 공기가 답답해서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 그는 땀을 비 오듯 흘리고 있었다. 굵은 땀방울이 바닥에 떨어져 바닥에 깔린 먼지와 섞였다.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은 그녀가 숨을 거두기를 기다리며 불안에 떨고 있었다. 그녀가 어서 죽어야 새로운 황제에게 복명할 수 있었다.가림막으로 가려져 있는 침대 위의 여인은 아픔으로 인해 간간이 신음을 냈고 얼굴엔 자연스럽지 못한 홍조를 띠고 있었다. 그녀의 입술은 보랏빛을 띠고 있었고 요염한 그녀의 얼굴에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띠게 했다.의정은 한참을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약을 한 그릇 더 가져오너라."궁녀 한 명이 앞으로 걸어 나와 떨리는 목소리로 "예."하고 답한 뒤 황급히 밖으로 나갔다.검은 약이 다시 그녀의 하얀 목을 타고 흘러 들어갔다. 유양월이 다급히 기침을 하여 약을 뱉어낼 뻔하자, 의정은 그녀의 뾰족한 턱을 붙잡고 억지로 삼키게 했다.이내 그녀의 호흡이 가빠지고 눈동자도 점점 초점을 잃어갔다. 그녀는 나지막이 속삭였다. "진목... 진목..."다들 이 이름을 듣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것도 못 들은 척 했다.그때, 문이 '끼익' 소리를 내며 열렸다."상태가 어떠하냐?"들어온 이를 본 의정은 깜짝 놀라 털썩 무릎을 꿇고 식은 땀을 흘리며 답했다."유귀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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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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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경
재밌어요 팍팍 좀 연재해 주세요
2025-01-07 21:36:07
0
40 Chapters
제1화
신축 원년, 7월 7일, 묘시 7각.무더운 날씨와 동시에 공기 속에는 비가 올 듯한 습기와 끈적함이 가득했다.용과 봉황이 새겨진 화려한 궁궐 밖과 달리, 이 외딴 작은 뜰은 벽도 벗겨지고 먼지가 쌓인 채 황폐해졌다. 때때로 알 수 없는 벌레들이 기어다녔고, 화려한 궁궐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뜰 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태감과 궁녀들도 하나같이 숨을 죽인 채 침대 위의 여인을 주시하고 있었다. 여인의 검은 머리카락은 흩어져 있었고, 아름다운 얼굴에는 이상한 홍조가 떠올라 있었다.다들 고요한 공간 속에서 무언가를 기다리듯 숨소리마저 조심스러웠다.어의원 의정은 창백한 얼굴로 침대 옆에 서서 손을 모으고 있었다. 방 안의 공기가 답답해서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 그는 땀을 비 오듯 흘리고 있었다. 굵은 땀방울이 바닥에 떨어져 바닥에 깔린 먼지와 섞였다.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은 그녀가 숨을 거두기를 기다리며 불안에 떨고 있었다. 그녀가 어서 죽어야 새로운 황제에게 복명할 수 있었다.가림막으로 가려져 있는 침대 위의 여인은 아픔으로 인해 간간이 신음을 냈고 얼굴엔 자연스럽지 못한 홍조를 띠고 있었다. 그녀의 입술은 보랏빛을 띠고 있었고 요염한 그녀의 얼굴에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띠게 했다.의정은 한참을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약을 한 그릇 더 가져오너라."궁녀 한 명이 앞으로 걸어 나와 떨리는 목소리로 "예."하고 답한 뒤 황급히 밖으로 나갔다.검은 약이 다시 그녀의 하얀 목을 타고 흘러 들어갔다. 유양월이 다급히 기침을 하여 약을 뱉어낼 뻔하자, 의정은 그녀의 뾰족한 턱을 붙잡고 억지로 삼키게 했다.이내 그녀의 호흡이 가빠지고 눈동자도 점점 초점을 잃어갔다. 그녀는 나지막이 속삭였다. "진목... 진목..."다들 이 이름을 듣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것도 못 들은 척 했다.그때, 문이 '끼익' 소리를 내며 열렸다."상태가 어떠하냐?"들어온 이를 본 의정은 깜짝 놀라 털썩 무릎을 꿇고 식은 땀을 흘리며 답했다."유귀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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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그리고 진목과의 협력으로, 그녀는 쉽게 상대의 신뢰를 조금 얻을 수 있었다.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충분했다.그녀는 그런 생활에 눈이 멀까 두려워, 스스로 임무를 잊지 않도록 끊임없이 상기시켰다.그녀는 노비를 팔던 장사꾼에게 잡히고, 뛰어난 외모 때문에 높은 값에 기생집에 팔려 갈 뻔한 절망의 순간을 잊을 수 없었다. 그때, 진목이 그녀를 구해주었다.그날 밤, 별빛이 반짝이는 하늘 아래, 그의 눈빛은 깊은 산속의 맑은 샘물처럼 깊고 밝았다. 어둠 속에서도 그의 맑은 눈동자에 그녀의 모습이 또렷이 비쳤다.진목은 그녀에게 글과 예의를 가르쳤으며, 말을 타는 법도 알려주었다. 그녀가 아는 모든 것은 그가 손수 가르쳐준 것이다.그녀는 과거 경험하지 못한 모든 것을 그와 함께 겪으며 성장했다.그때 그녀는 겨우 열네 살이었다. 첫사랑의 감정은 활활 불탔고 격렬히 타올랐다.그녀는 진목의 말에 마음이 흔들렸고, 그의 약속을 믿었다.진목은 그녀가 임무를 마치고 나면 자신의 곁에 남아 그녀가 원하는 모든 것을, 심지어 자신까지도 주겠다고 말했었다.신축 원년, 7월 7일, 묘시. 후궁에서 그다지 사랑을 받지 못했던 유귀인은 생을 마감했다.새 황제는 그녀에게 '헌'이라는 호를 내렸다.그녀는 이렇게 열여덟에 세상을 떠났다.----------"어제 또 미녀가 궁에 들어왔다던데. 앞마당 사람이 그러는데, 그 아가씨 정말 아름답다더군. 앞으로 궁 생활이 꽤 재미있어지겠어.""이제 동궁이 비었으니, 사람이 들어올 때가 됐소. 근데 어느 집안의 아가씨인지 알고 있소?"궁녀는 입을 가리고 속삭이듯 대답했다. "오황자가 보낸 사람이라네. 유생 집안 딸이었는데 집안이 몰락해서 팔릴 뻔하다가 오황자가 미모를 보고 태자를 기쁘게 하려고 사 왔다더군.""그런 사연이 있었소..."화원에서 마마와 시녀가 주인과 몸종 둘을 안내하고 있었다.뒤따르는 여인은 평범한 면 치마를 입고 값비싼 장신구도 하나 없는 차림이었다. 그녀는 앞에 펼쳐진 화려한 광경을 보면서도 냉담한 표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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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한쪽에 서 있던 청유가 그녀의 소매를 살짝 잡아당겼다. 쥐 죽은 듯이 고요한 주위를 둘러보더니 청유는 약간 움츠러들었다."아가씨, 어찌 밤늦게 이렇게 한적한 곳에 오신 것입니까? 어서 돌아가시지요."유양월이 그녀를 힐긋 보고 옅게 미소를 지었다."조급해하지 말거라. 곧 돌아갈 것이다. 만약 일이 성사된다면, 나의 좋은 날을 곧 시작될것이다."그녀가 마지막 말을 아주 낮게 속삭여, 청유는 제대로 듣지 못했다. 하지만 청유는 더 묻지 않았다.‘끼익’하는 소리와 함께 외딴집의 문이 열렸다. 집안의 먼지에 두 사람은 기침했다."정리 좀 하거라. 이곳에서 어머니를 위해 제사를 지낼 것이다."청유는 놀란 듯 입을 벌렸다."아가씨, 궁 안에서 제멋대로 제사를 지내다 잡히면 처벌을 받을 것입니다...""걱정하지 말거라."유양월의 침착하고 자신감 있는 표정에 청유는 조금 용기를 얻었다. 그녀는 재빠르게 앞으로 나가 방석에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깨끗한 자리를 만들어 유양월이 쓸 수 있도록 준비한 뒤, 먼지투성이가 된 얼굴로 한쪽에 조용히 섰다.유양월은 옅은 미소를 띤 채 창밖의 달빛을 바라보았다. 차가운 달빛이 비치다, 이내 구름이 달을 가려 달빛이 반쯤 사라졌다. 그녀가 나지막이 말했다."시간이 됐구나."그리고는 그녀는 방석에 무릎을 꿇고 맑은 목소리로 경문을 한 구절 읊었다. 이어 어머니를 향한 중얼거림이 이어졌다."어머니, 오늘은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날입니다. 어머니가 떠나신 지 벌써 10년이 되었습니다... 10년 동안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저는 좋은 사내의 정실부인이 되라는 어머니의 소망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우연히 동궁에 오게 되었지요... 다행히도 태자께서는 현명하고 효심이 깊으신 분이십니다. 저는 비록 총애받지는 못하지만, 태자께서 만사가 순탄하시고 영원히 빛나며 장수하시기를 꼭 도와주십시오."말을 마치고, 유양월의 희고 고운 이마가 차가운 바닥에 부딪히며 ‘쿵’ 소리를 냈다.청유는 바로 앞으로 나가 바닥에 엎드린 가녀린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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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얼굴에는 화장하지 않았지만, 가까이 가니 은은한 여인의 향기가 풍겨왔다.진사형은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손짓했다."이리 오거라."유양월은 두려움과 부끄러움이 뒤섞인 채,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치맛자락이 살짝 들리며 가느다랗고 하얀 발목이 드러났다.그녀가 천천히 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진사형은 자리에서 일어나 커다란 그림자로 유양월을 가려버렸다. 그의 강한 팔은 마치 벽과도 같았다. 그는 유양월을 번쩍 들어 침상으로 향했다.유양월은 두 눈을 감았고 그의 목을 감싼 손을 미세하게 떨었다. 진사형은 그녀가 부끄러워한다고 생각했는지 미소를 지었다.하지만 그녀가 두려움 때문에 떨고 있다는 것을 그녀만 알고 있었다.그녀는 진사형이 그녀의 눈빛에서 야망과 욕망을 알아차릴까 봐 두려웠다.침대에 이미 이불이 정리되어 있었다. 그가 다소 거친 손길로 유양월을 이불 위에 눕혔고, 이내 그녀의 옷을 풀기 시작했다.역시 전생처럼 진사형은 여인을 아낄 줄 몰랐다.그의 팔에 둘러싸인 그녀는 피할 수도 없었고, 피할 이유도 없었다.곧 차가운 입술이 그녀의 어깨에 닿았고, 점점 아래로 향했다...갑자기 진사형의 행동이 멈췄다. 유양월은 정신을 가다듬고, 행동에 실수가 있었는지 빠르게 생각했다."앞으로 많이 먹거라. 너무 말랐구나."그는 그녀를 몸으로 누르고 있었고 그의 따뜻한 숨결이 그녀의 어깨를 타고 내려왔다. 그녀의 연약한 몸집을 보고 진사형이 참다못해 한마디 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내 그의 행동은 더 뜨겁고 거칠어졌다.그날 밤, 그녀는 폭풍우 속에서 떠도는 작은 배와 같았다. 그녀는 두려움에 떨며 간신히 속삭였다."제발... 살살…"눈에는 눈물이 맺히고, 가파른 숨결은 울먹이는 것 같았다. 몸 위에 남자는 그녀의 손목을 꽉 움켜쥐었고 그녀의 모습은 그의 욕망을 더 자극했다.하지만 촛불을 밝혀 본다면 그녀의 맑은 눈빛과 옅은 미소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녀는 절대 빠져들지 않았다.그녀는 진사형의 모든 것을 알고 있었고 그가 어떤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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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진사형은 비록 냉담한 편이지만 진목보다 대범하고, 한번 한 말은 반드시 지키는 사람이니 의지할 상대로 손색이 없었다.유양월은 치장을 마친 뒤, 얼굴에 적당한 미소를 띠고, 청유와 함께 익숙한 정원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걸어가는 동안 익숙한 풍경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전생에 그녀가 수없이 지나왔던 길이지만, 지금은 마음가짐이 달라져 걸음도 훨씬 가벼웠다.전생 진사형의 여인으로 지내며 무미건조하게 기회만 기다리던 것과 달리, 이번 생의 유양월은 다가올 날들에 대해 큰 기대를 품고 있었다.가는 곳마다 하인들과 시녀들이 소식을 들었는지, 그녀를 보고 몸을 바르게 하고 예를 갖추었다.유양월은 과하지 않게 행동하며 품위를 지켰다. 덕분에 그녀가 명문가 출신이 아닌 첩이었음에도, 사람들이 그녀를 다르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망월각에서 태자비의 정원까지 약 반 시진이 걸렸다. 도착했을 때 정원은 고요했다.잠시 후, 단정히 차려입은 한 시녀가 나타나 말했다.“태자비께서는 아직 단장을 마치지 않으셨습니다. 기다려주시지요.”유양월은 고개를 끄덕이고 청유의 부축을 받아 자리에 앉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차와 다과가 준비되었다.하지만 고즈넉한 분위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이내 거만하고 여유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머나, 어제 태자를 모셨다는 유봉의 아니오? 하룻밤을 모시자마자 안부를 여쭈러 오다니. 태자께서 참으로 매정하시오. 하루만이라도 예를 면제해 주시지 않으시고.”그녀는 유양월이 태자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는 것을 돌려 말하는 것이었다.익숙한 목소리와 말투였다. 추승휘는 여전히 기억 속 그대로였다. 거만하고 무례하며, 집안 배경과 자신의 미모를 앞세워 거리낌 없이 남을 깔보았다.유양월은 자리에서 일어나 예를 올렸다.“추승휘께 인사 올립니다.”추승휘는 고개를 숙인 그녀의 모습을 보고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고개를 들어 보시오. 자네가 얼마나 미인인지 확인해 봐야겠소.”유양월은 고개를 살짝 들어 올려 눈을 깜박이며 조용히 말했다.“추승휘께서 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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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마마, 한마디만 더 하자면 유씨의 미모가 너무도..."태자비 민 씨는 미소를 지으며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내려놓았고 눈빛에는 경멸로 가득 찼다."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고 있네. 미모가 뛰어나니, 그것으로 전하를 사로잡을 수 있지 않은가? 게다가 빼어난 집안 아가씨도 아니네. 이 동궁에 들어온 것도 그 얼굴 하나만 믿는 것 아닌가. 그러고 보니, 전하의 안목이 참으로 뛰어나네. 유씨는 정녕 빼어난 미인일세."허 마마는 그녀의 말을 듣고 마음을 놓았는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맞는 말씀입니다. 예로부터 정실은 인품을 보고, 첩은 얼굴을 보고 얻는다고 하였지요. 백씨가 평소 워낙 거만하니, 이제 유씨가 마마를 위한 백씨의 상대가 되어야지요. 총애를 빼앗을 수 있다면, 백씨가 어떻게 할지 모르겠습니다."민 씨는 비웃음이 담긴 눈빛으로 무심하게 대답했다."백씨는 어리석고 무지하네. 아직도 전하가 진심으로 자기를 사랑한다고 생각하니... 전하는 어려서 어머니와 헤어졌네. 어미 없는 아이니, 무엇이든 홀로 견뎌야 했지. 그러니 집안의 자식들은 모두 친어머니가 돌보게 하는 것이네. 첩실에 대한 유일한 배려라 할 수 있지."그녀는 이내 백양제의 행동을 떠올리며 냉소를 흘렸다."그저 그녀가 거만하게 굴게 내버려두시게."백씨는 자식을 제외하면 그저 가문을 내세울 수밖에 없었다.태자는 어려서부터 알고 지낸 그녀를 너그러이 대해줬고, 그 후 그녀는 태자를 믿고 거만해졌다."그래도 마마는 너무 선하십니다. 만약 사나운 정실이었으면 백씨는 벌써 처리되었을 것입니다."허 마마가 덧붙였다."선하다고? 첩이란 그저 노리개일 뿐이네. 시집오기 전 집에서 어머니께서 항상 첩들과 싸우며 지냈네. 그렇게 평생을 싸웠지만 무엇을 얻었는가? 나는 알고 있네. 내가 실수하지 않는 한 태자비의 자리는 누구도 차지할 수 없다는 것을. 여느 여인이 총애받든 말든 내 앞에선 순종해야 하네. 순종하는 이들은 자식을 얻어 의지할 수 있게 하면 되고, 거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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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추승휘는 자미각으로 들어섰고, 귀한 비단에 발을 디뎠다. 고개를 들자, 한 미인도와 같은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백양제가 연탑에 몸을 기대고 누워 있었다. 그녀의 치맛자락이 그녀의 아름다운 몸매를 돋보이게 했고, 은은하게 드러난 하얀 피부는 빛나는 윤기를 띠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손바닥만 하게 작았고, 가느다랗고 매혹적인 눈을 갖고 있었다. 그녀의 미소는 비할 수 없는 요염함이 묻어났다.연탑 옆에 시녀가 무릎을 꿇고 그녀의 다리를 주물러주고 있었다. 누군가가 왔다는 소리를 들었는지, 백양제는 천천히 눈을 떴고, 이내 시녀를 가볍게 발로 차며 말했다."됐다."시녀는 얌전히 대답한 후 한쪽으로 물러났다."이렇게 찾아와서 양제가 쉬는 것을 방해한 것은 아닙니까.""할 얘기가 있으면 그리 서론을 얘기할 필요 없다. 어서 하거라."백양제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켰다. 그녀의 자세 때문에 하얗고 풍만한 그곳이 유독 더 부각되었다. 그 모습에 추승휘는 부러움을 금치 못했다.그녀는 다급히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반짝이는 눈으로 고개를 숙인 채 말했다."오늘 양제께서 자리에 없으셔서 새로 온 여인을 보지 못하셨습니다. 그 여인의 미모가 어찌 아름답던.""그래? 오황자가 전하에게 잘 보이려 데리고 왔다던 여인이냐? 이름이 뭐였지."백양제는 그 말을 듣고 관심을 보였다."유씨입니다."추승휘가 급히 덧붙였다."그저 태자에게 아첨하려고 보낸 하찮은 존재일 뿐이다. 이곳까지 찾아와서 얘기할 정도이냐?"추승휘는 백양제가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심지어 짜증을 내는 듯한 모습에 다급히 말을 이었다."양제, 직접 그 여인을 보게 된다면 제가 헛소리하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되실 것입니다. 그 여인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그저 전하와 하루를 보내고 태자비께 예를 올렸을 뿐인데, 귀한 상을 망월각으로 보냈다고 들었습니다."백양제는 그 말에 흥미를 느끼며, 붉은 손톱으로 길게 늘어진 장신구를 만지며 비웃었다. "그저 가난한 집안의 딸에 불과하다. 하마터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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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그는 생각에 잠겼다. 유양월은 예를 올린 뒤 일어나라는 말이 없자, 계속 자세를 유지하며 몸을 비틀거렸다. 그녀는 언제라도 넘어질 듯했다.조전은 뒤에서 이를 지켜보며 몇 번이고 말하려 했지만, 갑자기 진사형이 움직였다.그는 손을 들어 유양월의 팔을 잡아, 그녀가 넘어지지 않도록 도왔다. 그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일어나라고 말하지 않으면, 계속 그렇게 있을 생각이냐?”유양월은 고개를 숙이고, 그의 말에 아무 대답 없이 머리만 내리깔았다.두 사람은 문 앞에 서 있었다. 저녁 바람이 불자, 향기가 퍼져나갔다. 진사형는 본능적으로 주변을 둘러보았고, 문 앞에 놓인 꽃을 보았다.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이 꽃이 낯이 익구나.”조전이 급히 다가와 덧붙였다.“전하, 이 꽃은 '우미인'이라고 합니다.”“그래? 무슨 뜻이 담겨 있느냐?”조전는 멈칫하며 말을 잇지 못해 어쩔 줄 몰라 했다.“전하, 이 꽃은 백양제가 저의 책봉을 축하하려고 보내준 것입니다. 참 마음에 듭니다.”유양월는 급히 말을 꺼냈다. 그리고 그녀는 진사형의 팔을 살짝 감았다가, 예의에 어긋나는 것을 깨닫고 서둘러 손을 풀었다. 속눈썹이 미세하게 떨리며, 그녀는 긴장하고 두려운 듯 속눈썹을 살짝 떨고 있었고 몰래 고개를 들어 진사형을 바라보았다.마치 그를 화나게 할까 봐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였다.그녀의 모습은 두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처럼 두려움에 떨고 있는 귀여운 작은 여우 같았다.방 안은 잠시 고요해졌고, 진사형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화를 내지도, 다른 말을 하지도 않으며, 그저 앞으로 걸어가 유양월의 손목을 가볍게 잡았다.그는 그녀를 방 안으로 이끌었다.두 사람은 연탑에 나란히 앉았다. 진사형는 다시 한번 눈앞의 소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불안한 모습으로, 두 손을 꼭 쥐고 있었다.그는 우미인이라는 꽃이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 모르지만, 조전의 주춤거리는 모습을 보며, 그 꽃이 좋지 않은 뜻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그런데도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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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다음 날, 동궁 하인들의 잡담이 끊이질 않았다.하룻밤 사이, 동궁의 분위기가 크게 변했다.태자는 유봉의를 유소훈으로 책봉했다. 봉의로 품계가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았으나, 태자는 이를 신경 쓰지 않았다.이로써 유씨가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동궁의 하인들은 그녀를 무시하던 태도를 바꾸었다. 이른 아침 청유가 음식을 가지러 가자, 시녀들과 내시들이 모두 상냥한 얼굴로 그녀를 맞이했다. 청유는 뚜껑을 열고 요리들을 힐긋 보더니,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이내 유소훈을 위한 상들이 물 흐르듯이 망월각으로 밀려들었다.태자가 유소훈을 총애하겠다는 태도를 보인 것과도 같았다.추승휘는 아침 식사를 하던 중 이 소식을 듣고 입맛을 잃어 더 이상 숟가락을 들지 못했다. 그녀는 눈을 크게 뜨고 시녀를 바라보며 물었다.“전하가 그 꽃들에 대해선 아무 말씀도 없었느냐?”시녀는 고개를 저었다.“예.”추승휘는 그제야 안심했지만, 이내 화가 치밀어 올랐다. 자신의 작은 계략은 유양월 그 천한 여인에게 아무런 타격도 주지 못했다. 게다가 태자도 그녀를 총애하고 있었다.만약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그녀의 품계가 자신의 자리를 넘어서게 되는 것이 아닌가...그럴 수는 없었다.이건 명백히 자신을 모욕하는 일이었다!추승휘는 그 천한 여인을 동궁에 두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동궁은 원래 평온했다. 하지만 그녀가 온 뒤로 며칠 사이에 태자를 홀려 이렇게 총애를 받았다.시일이 더 지나면 그 요망한 얼굴과 천박한 수작으로 동궁 전체를 자신의 손아귀에 넣을 것이다.가슴이 심하게 들썩이는 추승휘를 바라보며, 시녀가 달래듯 말했다.“마마, 화로 몸을 해치시면 안 됩니다. 유소훈이 잠깐 총애를 받는다 해도, 천한 신분입니다. 저런 신분으로 높은 품계에 오른 사람은 본 적 없습니다. 절대 마마를 뛰어넘을 수 없을 것입니다.”“그래?”추승휘는 확신하지 못하는 눈빛으로 물었다.화선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마마, 마음을 편히 가지십시오. 유소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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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생각에 잠긴 그녀는 손수건으로 웃고 있는 모습을 가렸다. 하지만 점점 그 웃음은 사라지고 말았다.태자비는 내내 얼굴에 미소를 띤 채, 친근하게 사소한 이야기까지 하고 있었다.유양월은 공손하면서도 놀란 듯 기쁜 표정을 지으며 태자비의 질문에 조심스레 대답했다. 대화를 주고받는 두 사람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해 보이기까지 했다.백씨의 미소는 완전히 사라졌다. 그녀는 두 사람이 웃으며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며 이유 모를 답답함이 솟구쳤다.‘정말 재미없구나. 태자비 저 늙은 여인이 유 씨를 끌어들이려는 것 같지만, 참 안타까운 일이다. 신분이 미천한 여자를 끌어들인다고 해서 무슨 소용이 있을까?’유양월과 이야기를 마친 태자비는 그제야 백씨를 향해 몸을 돌리며 물었다."몸은 좀 괜찮아졌느냐? 몸이 좋지 않아 문안도 오지 못했다고 들었다. 홍운은 이제 겨우 한 살이라 손이 많이 갈 것이다. 만약 힘들면 몸부터 잘 챙기거라. 홍운은 내가 이틀 정도 돌봐줄 수 있으니.""그럴 필요 없습니다!"백씨는 대답한 후에야 자신의 목소리가 날카로웠음을 깨닫고, 이내 부드러운 목소리로 다시 말했다."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몸 상태가 좋아져서 홍운을 돌보는 건 별로 힘들지 않으니, 태자비께서 신경 쓰실 필요는 없습니다."태자비는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면 다행이구나."유양월은 속으로 코웃음을 지었다. 백씨에게 대황손 진홍운은 목숨과도 같은 존재였다. 지난 생 그녀는 이 아이를 이용해 온갖 문제를 일으켰다. 아이가 아버지를 보고 싶다느니, 몸이 좋지 않다느니 하며 계속해서 진사형을 불러냈다.그렇게 몇 번이나 그녀에게 기회를 빼앗긴 적도 있었다.진홍운이 점차 커가자, 그녀가 드디어 얌전해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새 또 아이를 가졌고 낳은 아이도... 참으로 이상했다.이야기가 한참 이어진 뒤, 태자비는 차를 들며 손님들을 배웅했다. 백씨가 가장 높은 신분이었기에 먼저 걸어 나갔고, 추승휘가 다급히 뒤따랐다.유양월은 공손하게 예를 갖춘 뒤 천천히 물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5-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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