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생, 유양월은 모든 것을 바쳐 그 자식을 황제의 자리에 오르게 도왔지만, 결국 그가 하사한 독이 든 술 한 잔에 목숨을 잃었다. 눈을 떠보니, 그녀는 다시 그 자식으로 인해 태자에게 선물 된 그날로 돌아와 있었다. 눈앞에는 동궁의 사치와 화려함이 펼쳐져 있었다. 다시 살아난 유양월은 드디어 사랑 따위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살아남을 것이고 부와 권력을 쟁취할 것이다. 그녀는 황제를 제외한 만인의 공경을 받을 자리에 오를 것이다! 첩이란 결국 노리개일 뿐이다. 그녀는 그들에게 발밑에 짓밟히는 고통을 맛보게 할 것이다! 그런데 수년 후, 이미 황제의 자리에 오른 남자는 그녀를 품에 안으며 친밀하게 속삭였다. “무엇이라? 당신은 나의 황후, 단 하나뿐인 황후다!”
View More“예.”청유의 답에 돌아온 것은 유양월의 고른 숨소리뿐이었다.여자가 많은 곳은 항상 말썽도 많다. 겉으론 다들 친한 자매처럼 행동하며 화목한 척하지만, 뒤에서는 서로 싸우지 못해서 안달이었다.앞에서는 웃고 뒤에서는 음모를 꾸미는 일은 은밀하게 벌어지고 있었다.“소식은 들었느냐? 대체 어찌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이냐!”진목은 탁자 앞에 앉아 어두운 분위기로 말했다. 목소리만으로도 상대의 등골이 서늘해질 정도였다.무릎 꿇고 있던 책사는 몸을 떨고 있었고, 굵은 땀방울이 바닥으로 떨어졌다.“그자는 원래... 부인과 관계가 몹시 나빴으며, 심지어는… 혐오하고 증오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희가 그의 아내를 인질로 잡았을 때, 겉으로는 동의하는 척하면서 사실은 저희 요구와 계획을 파악한 뒤, 수작을 부리며 저희가 지시한 대로 하지 않았습니다…”진목은 유양월에게서 정보를 얻은 뒤, 즉시 움직였다.그는 그 인물을 이용해 태자의 운송 계획을 방해하고, 심지어 중간에서 빼앗으려 했다.그 구호금은 적은 편이 아니었다. 진목에게 가장 부족한 것은 다름 아닌 돈이었다.그의 외가는 평범한 집안이었고, 어머니의 신분 또한 높지 않아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지금까지 그는 홀로 힘들게 기반을 마련해 왔다.조정의 신하들은 그를 우습게 보며 그의 손을 거절했고, 허황한 꿈을 꾸는 사람으로 여겼다.하지만 그는 이를 악물고 버텼다.태자는 그동안 거대한 산처럼 그와 다른 황자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었다.태자는 태어나자마자 황후의 곁에서 자랐고 게다가 황후의 외가는 전적으로 그를 지지했다.그는 이런 행운이 정말 부러웠고 질투를 느꼈다!진목은 손에 들린 부채를 꽉 쥐어 손잡이를 산산조각 내고 말았다. 이번 기회가 성공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그가 힘들게 끌어들인 장군까지 잃어버리고 말았다.그 장군은 관직은 높지 않았지만 충직하고 유용한 인물이었다.그런 인물을 이렇게 잃다니!만약 그를 가족으로 협박하지 않았다면, 그의 이름은 황제의 귀에 전해져 동궁의 서재에도 전달되
“유소훈.”“지승휘께 문안드립니다.”유양월이 미소 지으며 예를 올렸다.지추연은 다정하게 손짓하며 시녀에게 부축하라 명한 뒤, 급히 말했다.“예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되오. 동궁에 갓 들어와, 모르는 것이 많소. 앞으로 유소훈께 많이 의지해야 할 것 같소.”유양월은 얼굴에 표정을 드러내지 않고 대답했다.“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품계가 저보다 높고, 가문도 훌륭하시니, 앞으로 높은 자리에 오르실 것이 분명합니다.”그녀는 자연스럽게 지추연의 부탁을 거절했다.지추연은 잠시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곧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겸손하실 필요는 없소. 동궁에 들어온 순간부터 태자께 총애받고 계신다고 들었소. 우리는 전하를 한 번 모신 후, 다시는 뵙지 못했네.”지추연은 말하며 약간 슬픔 표정을 지었다.“전하가 누구를 찾으실지, 저도 어찌할 수 없습니다. 지승휘, 지금 좀 피곤해서 먼저 처소로 돌아가 보겠습니다.”유양월은 말을 마치고, 지추연이 더 이야기를 이어갈 틈조차 주지 않고 몸을 돌렸다.지추연은 여전히 지난 생처럼, 선한 인상으로 수를 쓰려고 했다.하지만 이번 생의 유양월은 그 수작에 넘어가지 않았다.유양월의 가냘픈 뒷모습이 멀어지는 것을 바라보며, 지추연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완전히 사라졌다. 그녀는 멀어지는 그림자를 차갑게 응시할 뿐이었다.곁에 있던 단계가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마마, 유씨는 지위가 낮은 데다 무례합니다. 어찌 마마에게 저렇게 대꾸할 수 있습니까?”“지위가 낮다고? 지위가 낮더라도 전하의 총애만 있다면 누가 그녀를 얕볼 수 있겠느냐? 태자비 마마에게 아무리 다가가도 냉정하셨지만, 유소훈에게는 따뜻한 태도를 보였다.”지추연이 화를 내며 말했다.단계는 상전의 매서운 말에 이내 입을 닫았다.곁에 있던 빙하가 눈을 굴리며 말했다.“마마, 총애를 받는 유씨가 저희 유상각도 가까우니 유씨와 친밀히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전하께서 총애하시니, 그곳에서 전하를 마주칠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요?”“똑똑하구나.
아이를 잃었다는 소식을 들은 진사형은 곧장 설궁각으로 향했다. 그를 보자 백씨는 슬픔이 복받쳐 울음을 터뜨렸고, 애처롭게 눈물을 흘렸다.한때 자신이 아끼던 여인이 슬퍼하고, 그도 아이를 잃은 슬픔이 컸기에 진사형은 한참 동안 그녀를 위로하며 그녀의 처소에서 머물렀다.그 이후 며칠 동안, 그는 매일 밤 그녀의 처소에서 묵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쓸쓸하기만 했던 설궁각은 다시금 활기를 되찾았다.한편, 여월각.태자비는 손에 든 염주를 만지작거리며 침착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오늘 아침 문안 인사를 올리는 자리에, 백씨는 여전히 자리를 비웠다.다른 사람들은 모두 참석한 상태였다.태자비는 별다른 내색 없었다. 유양월은 조용히 새로 들어온 두 명의 여인을 살펴보았다.한 사람은 성이 육이고, 이름은 육함향이었다. 그녀는 이름처럼 몸에서 은은한 향기가 풍겼으며, 외모는 아름답지만 지나치게 화려하지 않았고, 오히려 차가운 기운이 감돌았다.여월각에 들어온 이후 그녀는 고개를 꼿꼿이 들고 있었다. 그녀의 경멸이 담긴 태도를 유양월은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다른 한 사람은…“태자비 마마께서 저희를 참으로 너그럽게 대해 주십니다. 집을 떠나 동궁으로 온 후, 마음이 불안했습니다. 하지만 마마께서 저희를 잘 챙겨 주시고 보살펴 주셔서 이제는 편히 지내고 있습니다.”이 사람은 지추연으로, 경성의 종2품 우보사 가문의 딸이다. 육함향의 차갑고 자존감 강한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그녀는 태자비에게 극도로 공손하며 아부를 늘어놓았다.심지어 태자비의 총애를 얻으려는 다른 이들조차 그녀의 재치에 감탄할 정도였다.그러나 전생의 기억을 가진 그녀는 지추연이 이렇게 단순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태자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녀의 말을 더 이어가지 않고 대신 유양월에게 말을 걸었다.“요 며칠 전하께서 바쁘신 데다 백씨를 돌보느라 너의 처소에 가지 못했다. 너무 섭섭해하지 말거라.”유양월은 며칠 전까지만 해도 태자의 총애를 받던 여인이었지만
화단은 완전히 얼어붙은 듯 넋을 잃었다. 그러나 몇 차례의 교훈 덕분에 그녀는 곧 침착함을 되찾고 서둘러 물 한 잔을 떠와 백씨에게 건넸다.“양제, 물 한 모금 드십시오! 좀 나아지실 것입니다. 어의가 오려면 시간이 좀 걸리고, 하루 종일 아무것도 드시지 않으셨으니, 기운도 없잖습니까?”백씨는 화를 내려다, 그녀의 말이 일리가 있어 단숨에 물을 마셨다.물을 마시고 그녀는 긴 기다림을 참아야 했다.지금 그녀의 마음은 후회로 가득 차 있었다. 어의가 분명 편히 쉬며 감정을 격하게 하지 말라고 수없이 당부했었다.하지만 지금 후회해도 소용이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치맛자락 아래에서 선명한 핏빛이 넓게 피어났다. 붉은 피를 본 화단의 눈은 공포로 가득 찼다. 그 모습이 마치 목숨을 앗아가는 것처럼 느껴졌다.“여봐라! 큰일이다! 마마께서 위험하시다!”그녀는 체면을 잊은 채 미친 사람처럼 소리쳤다. 머리에 꽂힌 비녀도 헝클어진 채로 문 앞에서 소리를 질렀다.얼마 지나지 않아 하인들이 우르르 달려왔고, 어의를 재촉하러 뛰어간 하인도 있었다.설궁각 전체가 아수라장이 되었다.어의가 도착했을 때, 백씨는 이미 창백한 얼굴로 침상 위에 앉아 숨을 거칠게 몰아쉬고 있었다.평소 화려하던 그녀의 뺨은 생기를 잃고 창백함만이 남아 있었다. 그 모습은 이전의 거만하고 당당했던 모습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었다.“어의, 저희 마마께서 갑자기 피를 보이셨습니다. 어서 살펴주세요.”소금이 어의를 안으로 안내하며 말했다.어의는 맥을 짚고 상황을 살핀 뒤,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양제의 유산은 이미 확정된 일입니다. 저도 이젠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이제 아이를 깨끗이 정리하는 처방을 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야 앞으로 문제가...”“뭐라! 아이를 잃는다니! 어의지 않느냐? 어찌 아이가 없어질 수 있단 말이야!”백씨는 희망을 품고 있었지만, 어의의 말을 듣자마자 순식간에 안색이 변했다. 그녀는 손으로 이불을 힘껏 틀어쥐었다.“저는 어의일 뿐
“예, 알겠습니다.”조전은 태자 뒤를 따라가며 마음속 놀라움을 애써 억누르고, 일부러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태자는 여인을 탐닉한 적이 없었고, 게다가 여인에게 이토록 신경 쓰는 일도 없었다. 그러나 겨우 몇 번 시중을 든 유소훈이 이렇게 빨리 태자의 총애를 받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그러나 이것은 유소훈의 비범한 심성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했다.“그 옥은 태상황이 남긴 물건으로, 폐하에게 하사되었고, 폐하께서 또 전하에게 주신 것이다. 그것을 유소훈에게 주셨다니. 그녀에게 마음을 준 것이 틀림없구나.”태자비는 손에 들고 있던 장부를 보다가 멈칫하고,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태자비는 이 일을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백씨는 항상 교만하고 거만했다. 그녀의 집안 배경뿐만 아니라, 태자의 총애를 받고 황태손을 낳았기 때문이었다.유씨는 출신도, 조건도 백씨와 비교할 수 없었다.그런데도 보아하니, 백씨가 동궁에 금방 왔을 때보다도 더 많은 총애를 받는 것 같았다.태자비는 이내 미소를 지으며, 뒤에 있는 허 마마에게 눈짓했다.“동궁에 또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생겼네.”그러더니 다시 한번 말을 돌리며 말했다.“전하께서 그녀를 좋아하시니, 우리 여월각에서도 무엇인가 준비해야겠네.”허 마마는 이를 듣고 찬사를 보냈다.“마마는 슬기롭고 마음이 넓으십니다. 전하께서 좋아하는 것을 품어주시다니, 참으로 드문 일입니다. 전하께서도 그 마음을 감사히 여기실 것입니다.”태자비는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눈가에 웃음을 담았다.그녀는 이 상황이 마음에 들었다.“양제, 조금만 더 드십시오. 하루 종일 식사를 안 하셨습니다.”“배가 아파서 먹을 수 없다!”백양제는 눈살을 찌푸리며, 시녀가 들고 온 연유죽을 보더니 짜증스럽게 손을 휘저었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시녀들이 한데 모여 낮은 소리로 속닥거리며 웅성거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시끄럽구나! 무슨 얘기를 하는 것이냐!”그녀는 크게 소리쳤다.시녀들은 깜짝 놀라 무릎을 꿇었다. 앞장선 시녀가 대답했다.
그는 손을 뻗어 유양월의 가냘픈 허리를 끌어안아 자기 무릎 위에 앉히며 가볍게 웃었다."네가 동궁에 온 지도 꽤 되었구나. 듣자 하니 태자비를 아주 공경한다고 하더군."총애를 받으면서도 자만하지 않는 건 분명 장점이었다.유양월은 저녁이 되어 머리의 화려한 장신구를 모두 빼고, 긴 머리카락을 뒤로 자연스럽게 풀었다. 머리카락 몇 가닥이 그녀의 쇄골 위로 흘러내렸고, 이를 본 진사형의 시선이 잠시 그곳에 머물렀다."태자비 마마는 늘 저에게 인자하셨습니다. 당연히 공경해야 하지요."그녀는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내 대담하게 하얀 팔을 뻗어 태자의 목을 감싸 안으며 의지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진사형은 그녀의 이런 행동에 흐뭇해하며 그녀의 부드러운 얼굴을 쓰다듬었다."참하구나. 내가 더 아껴주마."유양월은 그의 말을 듣고도 마음에 담지 않았다.마음에 들 때면, 무슨 짓을 하든 용납될 것이다.하지만 미움을 받으면 먼지만도 못한 존재가 된다. 먼지는 적어도 누군가가 쓸어주기라도 하지만, 지난 생 그녀는 사랑받지 못해 모두에게 짓밟혔다.유양월은 진사형의 가슴에 기대어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차가운 눈빛을 감추었다. 청유와 조전에게 그 모습은 사랑이 넘치는 부부 같았다.진사형은 품에 안긴 따뜻하고 부드러운 유양월의 존재를 느꼈다. 가까이 다가가자, 그녀의 몸에서 은은한 향기가 났고, 그는 목이 타오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결국 그는 그녀를 번쩍 들어 올려 침대로 향했다.이내 또 두사람은 뜨겁게 불타올랐다.그날 밤, 망월각은 늦은 시각까지 불빛이 사라지지 않았다.동궁에는 아름다운 여인이 넘쳐났지만, 미모와 지혜를 겸비하고 게다가 마음마저 맞는 여인은 아마 유양월이 유일할 것이다.다음 날 아침, 진사형은 양팔을 벌려 태감과 궁녀들에게 시중을 맡겼다. 침대에 누운 여인은 여전히 깊은 잠에 빠져 있었고, 누군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는지 두어 마디 중얼거리고는 다시 잠들었다.그녀는 방 안의 상황과 다른 이들의 시선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후 그가 진실을 알아낸다 해도 이미 늦은 일이다.누가 감옥에 갇힌 죄수의 말을 믿겠는가? 죄수가 하는 미친 소리를 믿는 자야말로 미쳤다는 소리를 들을 것이다.유양월은 가볍게 웃으며 더는 설명하지 않았다. 그녀는 작은 발을 흔들며 얼음 다과를 단숨에 마시고는 고개를 들어 조금은 간절한 표정을 지었다.“청유야, 이게 이렇게 빨리 없어지다니... 수라간에 가서 한 그릇 더 가져오거라.”그녀는 이내 불쌍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청유가 답했다.“마마, 마마께 정해진 몫은 한 그릇뿐입니다. 다 드셨으니 더는 안 됩니다.”유양월은 속지 않았다. 다시 부탁하려던 찰나, 문밖에 그림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녀의 말투가 즉시 바뀌었다.“전하께서 나를 총애하시니, 한 그릇 더 먹는다 해도 괜찮다! 전하가 얼마나 대단한 분이신데, 어찌 다과 한 그릇을 신경 쓴다는 말이냐?”“맞는 말이다. 다과 몇 그릇으로 빈털터리가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겠구나.”진사형이 여유 있는 걸음으로 안으로 들어왔다. 옅은 미소가 서려 있는 표정을 보아, 기분이 좋은 듯했다.물고기가 미끼를 물었다. 그것도 전혀 힘들이지 않고 말이다.하지만 낚인 사람이 그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던 사람이었다는 것을 생각지도 못했다.생각을 마친 그의 기분은 더욱 좋아졌다. 그는 유양월의 곁으로 다가와 그녀의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리며 칭찬했다.“머릿결이 참 좋구나.”미인은 머리카락조차 흠잡을 데 없이 아름다워야 한다.그리고 유양월이 바로 그런 미인이었다.유양월은 오늘 태자가 다시 망월각을 찾아왔다는 사실에 전혀 놀라지 않았다. 그녀는 매번 그와 만남을 위해 신중히 준비했다.이제 저녁 식사 시간도 지난 뒤였다. 진사형은 연한 하늘빛이 도는 비단옷을 입고 흰 옥관으로 머리를 묶고 있어 외모가 한층 더 돋보였다. 그의 모습은 그녀의 눈길을 끌었다.유양월은 그를 한 번 훑어보고는 다시 상냥하고 수줍은 모습을 보였다.그녀는 평소와 달리 화려한 색상의 옷이 아닌, 헐렁하고 연한 하얀색 치마를 입고
청유가 넘긴 정보는 결국 진목에게 전해졌다. 그는 서신에 적힌 이름을 보며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이 사람의 배경을 조사했느냐?"아래에 있던 책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낮은 목소리로 답했다."예. 조사해 본 결과, 이 일은 태자 전하께서 계속 관할해 온 일이었습니다. 그가 곡물 운송대에 있으니, 이 정보는 신빙성이 있어 보입니다."진목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날카로운 턱선에 냉혹한 미소를 드리웠다. 그는 느긋하게 의자에 몸을 기대었고, 어두운 방 안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잠시 후 그가 다시 물었다."유씨는 동궁에서 잘 지내고 있느냐?"책사는 몰래 그의 표정을 살피더니 고개를 숙이고 조심스럽게 대답했다."잘 지내옵니다."그 말을 들은 진목의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이내 비웃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그의 탁자 위에는 한 폭의 그림이 놓여 있었다. 그림 속 여인은 절세의 미모를 지녔고, 얼굴은 선녀와도 같이 아름다웠다. 그녀의 눈은 영롱했고 눈가에는 요염함이 넘쳐 흘렸다.진목은 손을 들어 뼈마디가 뚜렷한 손가락으로 그림 속 여인의 뺨을 쓰다듬었다. 한참 후, 어두운 방 안에 낮게 깔린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너는 나의 것이다... 유양월.""마마, 우유죽을 드셔보십시오."소금은 뜨거운 우유죽을 들고 침대에 누워 있는 백양제에게 다가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권했다.요즘 날이 이렇게 더운데도 백양제는 창백한 얼굴로 두꺼운 이불을 덮고 있었다. 늘 붉던 입술도 창백한 색을 띠었다.백양제는 이불을 끌어당기며 우유죽을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넘어가지 않는구나.""마마, 이틀째 아무것도 드시지 않으셨습니다. 마마께서 견딜 수 있다 해도 뱃속의 아이는 그렇지 못합니다..."소금은 걱정 가득한 얼굴로 진심을 담아 말했다.백양제는 그 말을 듣고 순간 멍해지더니, 곧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소금아, 이 아이를... 무사히 낳을 수 있을까?"다들 어미와 아이가 마음이 통한다고 했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배를 어루만졌다.
청유는 그가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 알지 못했기에, 말이 많으면 실수가 생기기 마련이니, 최대한 모호하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진사형은 바로 알아차렸다. 동궁은 이번 달 새로운 사람이 들어왔고, 그에게 의지하던 유양월의 마음이 편치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이런 추측이 머릿속에 자리 잡으니, 마음 한구석에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솟구쳤다.이런 기분은 그가 조회에 나간 후에야 서서히 사라졌다.조회를 마치고 동궁으로 돌아온 진사형은 조전의 시중을 받으며 평상복으로 갈아입었다. 자리에 앉기도 전에, 밖에서 시녀가 찾아왔다. 백양제가 계속 토하고 있어, 태자께 봐달라는 전갈을 전했다.이 말 속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 있었다.구토라니. 백양제는 회임한 지 이제 막 한 달을 넘겼으니 아직 이런 증상이 나타날 단계는 아니다. 게다가 회임 시 구토를 한다면 냄새 때문이거나 먹은 음식 때문일 것이다.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그녀가 또 무언가 일을 벌이고 있다는 뜻이었다.조전이 그렇게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진사형은 손에 들고 있던 염주를 만지며 말했다.“어의를 불러 그녀를 잘 진찰하거라. 곧 보러 갈 테니, 잘 쉬라고 전하거라.”조전은 역시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는 이내 시녀에게 말을 전하고 방으로 돌아왔다.어쨌든 진사형은 자기 친자식에 대해 여전히 기대와 연민을 품고 있었다.이전에 백씨를 냉대했으니, 아마 백양제도 그동안 충분히 반성했을 것이다.그날 저녁, 진사형은 백씨의 처소에서 머물렀다.유양월도 이 소식을 접했지만, 그녀는 오히려 다른 일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청유가 말했다.“마마, 그쪽에서 마마께 몰래 구호금을 운송하는 인원의 명단을 알아보라 하셨습니다. 용도가 있으시다고...“유양월의 미소가 굳어졌다. 역시나 진목이 요구를 제시헸다.그녀는 지난 생, 진목이 그 명단을 이용해 승승장구를 시작했다는 것이 떠올랐다. 진사형도 이 일로 황제의 미움을 사기 시작했다.과거의 그녀는 애를 써서 이름 하나를 알아냈고, 진목은 그자를 협박하여 구호금
신축 원년, 7월 7일, 묘시 7각.무더운 날씨와 동시에 공기 속에는 비가 올 듯한 습기와 끈적함이 가득했다.용과 봉황이 새겨진 화려한 궁궐 밖과 달리, 이 외딴 작은 뜰은 벽도 벗겨지고 먼지가 쌓인 채 황폐해졌다. 때때로 알 수 없는 벌레들이 기어다녔고, 화려한 궁궐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뜰 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태감과 궁녀들도 하나같이 숨을 죽인 채 침대 위의 여인을 주시하고 있었다. 여인의 검은 머리카락은 흩어져 있었고, 아름다운 얼굴에는 이상한 홍조가 떠올라 있었다.다들 고요한 공간 속에서 무언가를 기다리듯 숨소리마저 조심스러웠다.어의원 의정은 창백한 얼굴로 침대 옆에 서서 손을 모으고 있었다. 방 안의 공기가 답답해서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 그는 땀을 비 오듯 흘리고 있었다. 굵은 땀방울이 바닥에 떨어져 바닥에 깔린 먼지와 섞였다.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은 그녀가 숨을 거두기를 기다리며 불안에 떨고 있었다. 그녀가 어서 죽어야 새로운 황제에게 복명할 수 있었다.가림막으로 가려져 있는 침대 위의 여인은 아픔으로 인해 간간이 신음을 냈고 얼굴엔 자연스럽지 못한 홍조를 띠고 있었다. 그녀의 입술은 보랏빛을 띠고 있었고 요염한 그녀의 얼굴에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띠게 했다.의정은 한참을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약을 한 그릇 더 가져오너라."궁녀 한 명이 앞으로 걸어 나와 떨리는 목소리로 "예."하고 답한 뒤 황급히 밖으로 나갔다.검은 약이 다시 그녀의 하얀 목을 타고 흘러 들어갔다. 유양월이 다급히 기침을 하여 약을 뱉어낼 뻔하자, 의정은 그녀의 뾰족한 턱을 붙잡고 억지로 삼키게 했다.이내 그녀의 호흡이 가빠지고 눈동자도 점점 초점을 잃어갔다. 그녀는 나지막이 속삭였다. "진목... 진목..."다들 이 이름을 듣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것도 못 들은 척 했다.그때, 문이 '끼익' 소리를 내며 열렸다."상태가 어떠하냐?"들어온 이를 본 의정은 깜짝 놀라 털썩 무릎을 꿇고 식은 땀을 흘리며 답했다."유귀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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