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제는 휘종제의 아버지인데, 자기 아들이 자신의 아버지까지 들먹여 화를 내자 기분이 몹시나빴다. 하지만 역시 두렵기는 두려워 태상황에게 숨길 수 없겠다고 판단하고 다 털어놨다. “큰 애가 왔는데 어디로 갔는지는 진짜 나도 모른다. 하지만 큰 애가 네 아들이 퇴위하려는 마음을 먹고 있다더라고. 아마 태자가 돌아간 뒤 정식으로 선위를 할 거 같다는구나. 태자가 보위에 오르면 혼례를 할 수 있으니 여기서 다시 할 필요가 없지 않겠냐며 그리고….”“그리고 뭐요?” 태상황은 너무 화가나 머리 뚜껑이 열릴 정도였다.휘종제가 무서운듯 우물쭈물거렸다. “그리고 나한테 잔소리했지... 옛날 사람들을 한 무더기 데리고 있으면서 그딴 거 알아보는데 도사인 골동품 감상 전문가들을 초청해 연회를 베푸는 게 잘하는 짓이냐고, 큰 혼란이 생기지 않겠냐고 말이야…”태상황은 굉장히 화가 났지만 휘형의 말이 맞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기에 아바마마는 머리를 참 못 쓰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명원제가 선위를 하겠다는 부분은 상당히 열 받아서 콕 집고 넘어갔다. “휘형 어딨는지 아시죠, 전화하세요. 제가 얘기 좀 하고 싶다고.”휘종제는 아들에게 혼쭐이 나서 조용히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안풍 친왕이 직접 차를 몰고 와서 얘기를 나누고자 태상황을 데리고 갔다.감각적인 오픈카 엔진음이 울려 다들 놀라 나가서 보니, 운전석에 타고 있는 사람은 의심할 나위 없이 안풍 친왕이었다.태상황이 다가가 차에 타자, 안풍 친왕이 손을 흔들며 놀란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더니 잠시 후 차를 몰고 사라졌다.해변으로 가서 태상황이 물어보기 전에 안풍 친왕이 먼저 얘기를 시작했다. “명원제는 예전부터 퇴위할 마음이 있었고 황제 노릇이 힘들다고 했잖아. 이제 그냥 물러나게 해주자.”하지만 태상황은 그건 아니라며 화를 냈다. “그건 책임감 없는 행동이죠. 전에 저한테 뭐라고 얘기했는지 기억 나십니까? 제가 능력이 부족해서 이런 큰 임무는 맡을 수 없을 것 같다니까, 형은 전부 변명이라고 했
태상황은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았다. 명원제가 선위를 하겠다는 생각에 화가 났을 뿐만 아니라 더욱 열 받는 건 휘형이 자기를 바보 취급했다는 사실이다. 안풍 친왕의 휴대폰 액정은 켜지지도 않았고 갤럭시 벨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태상황은 안풍 친왕의 어깨를 잡았다. “도망치게요? 또 도망치려고요? 오늘은 꼭 제대로 들어야겠어요. 이 문제로 수십 년을 고민했어서 제대로 안 듣고는 죽어도 편한히 눈을 못 감을 것 같애요.”“여섯째야!” 안풍 친왕이 눈썹을 찡그렸다. “왜 그런 재수 없는 소리를 해? 우리 형제가 어렵게 여기서 만났는데 그런 안 좋은 얘기는 하지 말자. 가자, 너 데리고 한잔하게.”“저 말해주실때까지 아무 데도 안 가요. 오늘은 여기서 제대로 얘기해 주세요!” 태상황은 안풍 친왕을 잡고 놔주지 않았다. 오늘 답을 못 들으면 평생 기회는 없다. 아마도 북당에서 앞으로 안풍 친왕을 다시 볼 일은 없을 것이다. 안풍 친왕이 태상황에게 물었다. “그렇게 중요해?”“중요해요. 아주 중요하죠!” 태상황이 단단히 못을 박았다.그러자 결국 안풍 친왕이 차에 기대 파도치는 수면을 보며 입을 열었다. “정말 알고 싶으면 알려줄게. 내가 잔인해서 너한테 무거운 책임을 맡긴 게 아니라 처음부터 내가 제일 잘 봤던 게 너였어. 너, 십팔매, 주꼬맹이. 전부 내가 키워낸 조직으로 이게 바로 내가 너희들에게 늘 엄격했던 이유야. 너희들은 날 실망하게 한 적이 없었고 수십 년 동안 너희들이 조금씩 성장해 가는 걸 지켜봤지. 정말 뿌듯했어….”태상황이 말을 자르며 물었다. “휘형, 화제를 옮기는 건 저한테 전혀 의미 없어요. 이 얘기 뒤로 가면 얼마나 고뇌를 거듭하며 애썼는지 얘기가 나오겠죠. 전 답을 원해요. 형은 왜 황제를 안 하고 도망갔어요?”“왜냐하면 난 황제가 될 수 없으니까!” 안풍 친왕이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는 결연한 눈빛으로 말을 이어 나갓다. “네가 기왕 알고 싶다니까 얘기해 주마. 그때 이 일을 계획할 때 난 이미 몸에 중병이 들어 있었어. 네가
태상황의 말에 안풍 친왕은 흥이 싹 가시면서 절망스러운 마음에 가슴이 시큰거렸다. “여섯째야, 그런 말 하지 마. 네가 알고 싶다니까 더 말해줄게. 그래, 일이 이 지경까지 왔는데 말 못 할 것도 없지. 그때 빨리 북당을 평정하기 위해 난 가차 없었어. 거의 모든 문무백관에게 미움을 샀을 때였지. 그리고 전쟁에 나갔을 때 무기 때문에 적군의 사상자가 너무 커서 민간 학자들과 유생들이 나에 대한 성토의 목소리가 점점 커졌어. 내가 등극할 때 잔당들이 반드시 이걸 이용해 나에게 공격을 감행할 태세였어. 민심을 선동해 다시 한번 북당 정권을 동요시키는 거지. 이게 황위에 오르지 않은 이유 중 하나야. 또 하나의 원인은 내 신분의 문제 때문이였어. 난 우문씨 집안 사람이 아니라 원래 이 시대 사람이거든. 설명할 수 없는 원인으로 북당에 간 것으로 만약 내가 보위에 오르는 건 사리에 맞지 않아. 그리고 난 네가 이걸 아는 걸 원하지 않았어. 너한테 난 계속 휘형이니까 그걸 흔들고 싶지 않았어. 이해해?”안풍 친왕은 살짝 한숨을 내쉬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 “네가 능력이 없다고 말한 건 틀렸어. 손가락으로 대충 가리킨 게 아니야. 헤어지기 전에 너랑 나눈 대화는 정말 내 가슴에서 우러난 말이야. 넌 큰 재능이 있었어. 수십 년이 지나 드디어 내 말이 증명됐지. 사실 그동안 내가 멀리 간 것처럼 보였지만 나와 네 형수는 늘 입궁해서 네 곁에 있었어. 네가 몰랐을 뿐이지. 궁을 청소하는 늙은 태감, 세답방의 막일하는 상궁, 정원사, 네가 보위에 오른 뒤 한 번 친정(황제가 직접 전장에 가서 지휘하는 것)을 간 적이 있는데 전쟁에 널 구해 준 취사병이 나야. 십팔매와 주꼬맹이 쪽도 늘 갔지. 그리고 네가 자객을 만났던 때 방우가 널 구하기 위해 희생했던 그때, 마침, 주 꼬맹이도 자객을 만났어. 우리가 입수한 정보엔 주 꼬맹이가 암살위협을 받게 되어 있어서 우리는 그쪽으로 갔지. 그래서 널 구하지 못했어. 여섯째야, 난 네가 생각한 것처럼 그렇게 한량으로 지내지 않았어. 너
형제가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누고 다시 저택으로 돌아와 휘종제를 청해 우문호와 회의실에 가서 얘기했다.네 사람 중 세 사람은 한 때 북당 최고 권력을 대표했던 사람들이고 우문호는 북당 미래에 최고 권력자가 될 사람이다.그들은 한동안 얘기를 나누었는데 마치 예전에 안풍 친왕이 태상황에게 했던 것처럼 ‘너는 큰 인재다. 넌 능력이 있다. 넌 북당 강산을 짊어질 수 있다’라는 내용이었다.단지 당시엔 안풍 친왕 한 사람이 태상황에게 얘기했다면, 지금은 세 사람의 어른이 같이 우문호에게 얘기한다는 점이 달랐다.우문씨 집안의 황위는 줄곧 한 대 한 대 아슬아슬하게 이렇게 전해지고 있었다.우문호는 거리낄 것이 없었다. 왜냐하면 본인이 조만간 황제가 될 것을 알고 있었고, 최근 하고 싶은 일은 많았고 그걸 마음껏 할 수 없는 처지였기 때문이다. 그 큰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아바마마의 견제였다. 아바마마는 우문호가 모반할까 싶어 감독하고 관리하는 동시에 자신의 감정에 묶여 피곤하게 살았다.우문호는 공을 세워 인정받는 사익에 관심이 없었다. 그저 북막을 크게 꺾고 선비도 당분간 발호하지 못하는 좋은 기회를 맞았다는 생각뿐이었다. 대주, 대월, 대흥과의 관계는 공전에 유례없이 좋았다. 대외적으로 힘써 발전을 촉진하는 동시에 대내적으로 기반을 튼튼하게 다지고 싶었다. 하지만 아바마마의 제지를 받고 고뇌했다. 기회는 한 번 놓치면 다시 얻기 힘들기 때문이었다.시국이 바뀌어 지금의 안정적인 외교관계가 수십 년 변함없이 지속될 거라는 보장이 없었다.물론 보위에 오른 뒤 우문호가 어떤 결정을 하든 원 선생은 우문호 편에 서 있을 것을 확신했다 . 이런 확신이 있는데 우문호가 망설일 게 대체 뭐가 있겠어?그래서 네 남자의 회의 후 원경릉에게 아바마마께서 선위를 하실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그런데 원경릉은 전혀 놀라지 않고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부드럽게 말했다. “자기가 결정하면 돼. 어찌됐든 자기가 결정하는 대로 난 반드시 자기 곁에 있을 거야.”우문호가 경악했다. “어
원경릉이 슬퍼하며 말했다. “없어. 내 유일한 능력은 이리 나리가 가르쳐준 도망가는 초식 몇 개가 다야. 그러니 나머지 인생은 자기가 잘 보호해 줄 거지?”우문호가 부드럽게 말했다. “반드시 그럴 거야. 초능력이 있건 없건 중요하지 않아, 우리 애들이 하도 대단해서 내가 당신을 보호 못 해도 아이들이 보호해 줄…. 물론 내가 제일 먼저 당신을 보호해 줄 거긴 하지만!”원경릉이 인자하고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벼운 미소를 짓는데 이게 또 매력적이였다. 역시 새신랑의 자존심은 건드리지 말아야겠다. 지금 집안에서 가장 보호가 필요한 사람은 우문호 본인이라는 사실을 절대 자신이 알게 해서는 안 된다.일행은 서일이 깨어나자마자 집으로 돌아왔다.혼례는 해야 하고, 너무 성대하게 하지 않는다고 해서 스몰웨딩처럼 대충 밥이나 한끼 먹고 끝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스몰웨딩은 양가 친지와 친구를 초대해 밥만 한 끼 먹고, 끝이라 아쉽다.여하튼 결혼사진은 찍어야 했다. 전에 예약해 뒀기 때문이었다. 원 선생은 우문호에게 결혼사진을 북당에 가져가야 한다고 하니 우문호가 그제야 머리를 때리며, “아차, 선물 샀는데 전부 경호 옆에 두고 왔어. 우리가 뛰어내린 뒤 바로 던져넣으면 가져갈 수 있다고 탕양에게 부탁해 놨는데 탕양이 안 던졌네.”어쩐지 뭔가 허전하다 했더니 선물을 가져오는 걸 깜박 잊은 거였어. 우문호는 순간 우울해졌다. 그 선물은 전부 우문호가 오랫동안 정성 들여 고른 것이기 때문이었다.원경릉이 방긋 웃엇다. “어쩌면 탕양이 그때 서일이 같이 뛰어든 걸 보고 정신이 아득해져서 그랬을걸.”우문호가 씩씩대면서 말했다. “하여간 서일이 엮이면 이렇다니까.”그렇게 큰 사람이 어떻게 말처럼 떨어질 수가 있어? 일부러 우문호를 따라왔는지도 모른다.우문호가 원경릉에게 말했다. “서일의 앞니 두 개 있잖아, 그거 어떻게 손 써줄 수 없을까? 앞니 없는 인간을 데리고 나가자니 창피해. 앞으로도 날 수행할 건데 외모를 좀 고쳐 써야 할 것 같아.”원경릉이 미소를 지었다.
서일을 데리고 임플란트를 하러 가야 한다. 임플란트는 사람들이 많이 무서워하는 치과 치료로, 험난한 운명이 예고되었다.일단 서일을 치과에 가자고 설득해야 했다. 서일은 지금 현대의 모든 새로운 사물에 상당한 저항감을 가지고 있다. 원경릉이 서일에게 임플란트하고 나면 말할 때 헛바람이 새지도 않고 앞으로 사탕이가 보는 건 가지런한 이빨을 가진 아빠일 거라고 아무리 설득해도 서일은 가고 싶지 않았다.“이제 익숙해졌어요. 그리고 이빨이 가지런하지 않아도 전 사탕이 아빠예요. 그건 변함없죠.” 서일이 말했다.“미관은 생각 안 해? 멋지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딨어!”“멋져서 어디다 쓰게요? 겉모습뿐이죠. 전 내면이 훌륭하니까 괜찮죠, 품격이 있거든요!”이 말에 모두 곁눈질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풍격이란 것이 서일에게는 1도 없다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 특히 저 이빨.원경주도 서일을 설득했다. 미관 외에 다른 이빨이 성기게 어긋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임플란트는 유용하다고 얘기해 주었다. 심지어 서일을 위해 치과 업계 전문가 선생님을 찾아주기까지 했다. 한 시간 남짓 설득하자 서일이 한마디 했다. “전 익숙하니 아무것도 안 할 거예요. 아무도 제 이빨에 손 못 댈 줄 아세요!”결국 우문호가 듣다가 폭발해서 차가운 얼굴로 소리쳤다. “반드시 가야 돼. 당장. 이건 명령이야!”서일이 순간 울상을 지었다. “예!”다들 아무 말도 못 했으나 속으로 안도했다. 일찍 이 초식을 썼으면 침을 한 바가지 튀기며 설득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 입이 바싹 마를 때까지 어르고 달래도 싫다고 하더니, 서일 이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 앞에선 찍소리 못하는 몹쓸 녀석.원경주가 잠시 멍해졌다가 서일에게 말했다. “진짜 너무 한 거 아닙니까?”서일이 불쌍한 표정으로 원경릉에게 말했다. “태자비 마마, 그 임플란트라는 게 많이 아픈가요? 전에 이빨 빠질 때는 진짜 아팠거든요.”원경릉이 웃으며 위로해 주었다. “손톱을 깎을 때보다는 더 아파요.”서일이 듣고 그제야 안심했다.
“당연히 심어봤죠. 나무를 심으려면 먼저 구덩이부터 파야 하잖아요.”“안심해, 이빨을 심는 건 그렇게 복잡하지 않아, 이빨을 안으로 넣은 다음 고정해서….”“…어떻게 고정하는데요?”원경릉은 사람을 설득하는 쪽으로 이미 상당히 내공이 붙어서 말이 아주 술술 나왔다. “이빨은 뿌리가 나는 거라 스스로 고정돼. 씨가 싹이 나는 상황을 봐, 싹이 나면 잇몸에 안정적으로 견고하게 이식될 거야. 원래 있던 이빨처럼.”서일에게 잇몸에 못을 박는다고는 차마 얘기할 수 없었다. 그러면 아마 놀라서 기절할걸!“서일!” 서일을 호명하는 기계음이 들리자 원경릉이 얼른 서일의 손을 잡아끌고 치료실로 들어갔다.치료실에는 간호사 하나 의사 하나가 있었다. 이 의사는 원경주 친구로 치과 전문의였다. 서일이 비틀거리며 의원님이라고 부른 뒤 굳었지만, 예의를 차린 웃음을 지었다. 의사는 서일 이빨의 기본 상태를 확인했다.“외상으로 이를 다쳤습니까?” 의사가 온화하게 서일을 눕혔다. “와서 한 번 누워봅시다.”서일은 이 단순하고 깨끗한 치과 안을 훑어봤다. 기기 한 대가 문어처럼 침대 부근에 있는데 그거 빼고 그다지 놀라울 만한 건 없었다. 단지 이렇게 단순한 장비가 오히려 사람에게 알 수 없는 공포심을 불러일으켰다.서일이 할머니처럼 살금살금 기어 올라가서 돌아누웠다. 눕자마자 불빛 하나가 갑자기 비쳐 들자 놀라서 벌떡 일어나 중얼거렸다. “너무…. 너무..”“오빠, 사촌 동생 여기 있어!” 원경릉은 서일이 이럴 줄 알고 얼른 다가와 서일의 손목을 잡았다. “겁먹지 마, 그냥 손톱 자르는 거 뿐이야!”그러자 의사 선생님이 웃으며 말했다. “뭐가 무서우세요? 이렇게 건장하신 분이 설마 치아 치료를 무서워하시는 건가요? 다 큰 어른이 무서워한다고 사람들이 다 웃어요.”서일은 이 말을 듣자, 투지가 불타올라 당당하게 두 다리를 쭉 뻗었다. “안 무서워요. 다시 시작 하시죠. 전 하나도 안 무섭습니다!”서일은 그저 평범한 출신으로 그동안 어렵사리 초왕부에서 입지를 굳히고 관직까
서일이 웃으며 입을 벌리자 마취를 시작했다.마취하자 혀가 제어가 안 되서 밖으로 늘어져 있고, 천진무구한 웃음까지 띠고 있으니 딱 삽살개같이 보여 원경릉은 차마 모질게 굴지 못 했다. ‘서일 이 바보 녀석이 가끔 정말 사람 마음을 아프게 한다니까.’발치는 두 번으로 나눠서 진행했다. 첫 번째는 마취가 잘 들어서 거의 통증이 없었기에 서일도 상당히 협조적이었다. 서일은 본인의 입 안에 무서운 무기를 쑤셔 넣어 무서웠지만 태자비 말대로 눈을 감고 보지 않았다. 따라서 자기 입안에서 뭔가 큰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몰랐다.오히려 다행이다. 두 번째는 좀 아프기 시작해 마취약이 적었는지 신음 소리를 내며 뱀처럼 꿈틀꿈틀 몸과 두 다리를 뒤틀었다.이 고통은 견딜 수 있었다. 하지만 가장 견디기 힘든 건 의사가 자기 입에 사용하는 톱으로, ‘끼이이잉’ 소리가 나면서 뭔가 금속 맛이 입안에 퍼지는 게 자기도 모르게 펄쩍 뛰어오르고 싶을 만큼 공포 그 자체였다.의사가 말했다. “옆쪽 치아 위치가 틀어져 있어서 조금 갈아야 하니 움직이지 마세요. 금방 끝나요!”“서일, 참아! 절대로 움직이지 마!” 원경릉이 옆에서 응원했다. “넌 할 수 있어. 이것만 견디면 사탕이가 널 자랑스러워할 거야!”서일은 딸을 위해 최대의 에너지로 죽을힘을 다해 점점 선명해지는 고통과 공포를 견뎠다. ‘고통이 정말 길구나.’고통이 다 가시기도 전에 바로 임플란트 치료를 시작했다. 시간이 비교적 길게 걸리기도 했기에 1분 1초가 서일에게는 너무나도 길게 느껴졌다.수천수만 번의 고통이 엄습하는 가운데 서일은 놀라운 인내력으로 모든 과정을 견뎌냈다. 의사가 일어나도 된다고 했을 때 서일은 자신이 이미 예전의 서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미 인생의 가장 힘든 순간들을 겪어낸 사람으로, 전과 비교하면 거의 상전벽해 수준으로 달라졌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잠시 후 의사가 신신당부했다. “지금부터 3개월 동안은 큰 소리로 말씀하시면 안 되고 자극적인 음식도 드시면 안 됩니다. 그리고 새 이빨로 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