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 왕비의 모든 챕터: 챕터 2841 - 챕터 2850

2911 챕터

제 2841화

거의 2개월여 간의 헤어짐으로 인해 가슴이 미어질 듯 그리웠다. 얼굴을 마주한 순간엔 바로 실감이 나지 않더니 지금 이렇게 꼭 끌어안자 비로소 마음이 놓이며 안정감이 들었다.“꼭 꿈만 같아!..” 우문호가 원경릉의 귓가에 속삭였다.그러자 원경릉이 우문호의 입술에 키스하는데 미소 띤 입꼬리가 사람을 미치게 했다. “이렇게 하면 좀 현실감이 생겨?”우문호가 그윽한 눈빛으로 답했다. “아직 현실감이 좀 부족한데, 다시 그거 해줘….”원경릉은 부끄럽다는 듯이 입술로 우문호의 입을 막았다.잠시 후 밖에서 만두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 아빠, 우리 들어가도 돼요?”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문이 벌컥 열려 대답하거나 반응을 보일 틈이 전혀 없었다.그렇게 다섯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호기심에 가득한 눈빛을 장착했다. “아빠, 엄마, 방에서 뭐 하세요?”원경릉은 금세 침대에 앉아 책을 들고 있었고, 우문호는 바닥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호흡을 가다듬고 있었다. 아이들이 들어오는 걸 본 우문호는 온화하면서도 묘하게 원한 맺힌 얼굴로 답했다. “멀미가 좀 나서 기혈을 좀 가다듬고 있었어.”원경릉 엄마가 마침 밖에서 사위의 말을 듣고 얼른 답했다. “멀미 나? 지금 꿀물 타 줄게. 자네랑 저 키 큰 총각이랑 한 잔씩 해. 이리 와.”키 큰 총각은 바로 서일로, 상태가 나를 좋아져서 원경주의 부축을 받고 자리에 제대로 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서리맞은 가지처럼 흐느적거리며 소파에 기대 있었는데 우문호는 멀미라는 말에 속으로 좀 안도감이 들었다.우문호가 일어나 장모에게 미소를 짓고 허리를 굽혀 아이들에게 물었다. “너희는 뭐 하러 들어왔어?”경단이가 말했다. “엄마랑 얘기하려고요. 우리도 엄마 오래 못 봤잖아요.”찰떡이가 원망 섞인 말투로 끼어들었다. 맞아요. 아빠는 오자마자 왜 우리 엄마 숨기고 그래요‘!”쌍둥이는 원래 말하는 걸 귀찮아 하는지라 빠른 행동을 보여줬다. 바로 침대로 기어 올라가 원경릉의 품에 안기며 재빨리 가운데 자리를 점령했다. 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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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842화

그렇게 말하니 서일도 이해가 되면서 자기도 모르게 동정의 시선으로 소요공을 쳐다봤다. 온 지 그렇게 됐으면서 이렇게 간단한 관계조차 파악을 못 하다니 안타까웠다.하지만 소요공의 한마디만큼은 잘 기억해 두었다. 바로 여기에서 어떤 신기한 것을 봐도 큰소리를 내면 안 된다는 것, 촌스럽고 상식 없다며 사람들이 흉본다고 했다.그래서 불을 안 때도 밥이 저절로 되는 솥을 봤을 때도 묻지 않았다.희고 뚱뚱한 측간에 물이 약간 담겨 있는 것을 보고도 묻지 않았다.원경주가 얼굴과 손을 씻으러 데리고 가 수도꼭지라고 불리는 물체를 돌리자 물이 나올 때도 묻지 않았다.태자비의 의붓아버지가 작은 물건을 들고 뭐라고 말해도 서일은 묻지 않았다.매번 눈알이 튀어나올 만큼 놀랐지만 말이다. 그러나 아이들이 티비를 켜 안에서 작은 사람들이 나오며 말하는 것을 보자, 서일은 너무나도 놀라 결국 참지 못하고 펄쩍 뛰어올랐다. “사람을 어떻게 저기에 집어넣은 거죠?”거실을 가득 채우고 있던 사람들이 순간 조용해지고 티비 속 소리만 울려 퍼졌다. “쟤 돌았어!”태상황은 무표정하게 일어나 소리쳤다. “과인은 가서 좀 쉬겠네!”주 재상과 소요공도 바로 일어나며, 멍하니 있던 희상궁을 끌고 들어갔다. 희상궁은 호기심을 그다지 보이지 않았던 이유가 매번 신기한 것을 접할 때마다 똑똑하게 설명해 주는 주 재상이 곁에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 서일은 좋은 해설자를 만날 복이 없었다.이윽고 만두가 서일을 앉히더니 말했다. “서일 삼촌, 앉아보세요. 할 말이 있어요.”서일이 정좌하고 앉아 귀를 쫑긋 세우고 가만히 만두의 설명을 들었다.만두의 설명은 간단명료했고, 심지어 물어보는 것은 그때그때 바로 설명해 주었다. 서일이 밖에 나갔을 때 신기한 걸 보고 꽥꽥 소리 지르지 않도록 대비하는 것이었다.이렇게 우문호와 원경릉은 잠시의 평안을 얻을 수 있었으나, 방에 불쑥 들어오는 일이 없도록 아예 손을 잡고 산책하러 나갔다. 이러면 만에 하나라도 남의 방해를 받을 일은 전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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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843화

태상황 일행은 2시간만 자고 일어났다. 우문호가 돌아와 태상황에게 휘종제에게 언제 출발할지 묻자고 하자 잠시 생각해 보더니 답했다. “일단 오늘 가지 말고, 내일 가자.”태상황은 바로 휘종제에게 전화해 우문호 일행이 왔다는 얘기는 하지 않고 내일 가겠다며 식사 준비를 근사하게 해달라고 전했다.휘종제가 알았다고 하며 물었다. “다섯째와 애들 왔어?”“안 왔어요.” 태상황이 말했다.휘종제가 약간 실망한 듯 보였다. “금방 온다고 안 했어? 왜 아직 안 와? 오늘 밤에 오나?”“아직 모르겠어요. 나중에 상황을 보고요!” 태상황이 말했다.“그럼 오늘 밤에 오면 밤에라도 날 불러, 애들 보고 싶어 죽겠어.” 휘종제가 말했다.태상황이 알았다고 하고는 전혀 켕기는 기색이 없는 말투로 전화를 끊었다.‘태상황이 애들을 데려가고 싶지 않은 건 아니겠지.. 설마?’태상황이 얼마나 오래 아이들을 못 봤을까? 꼬마 봉황이는 몇 번 안아보지도 못했을 것이다. 삼대 거두가 어르고 있어 꼬마 봉황이는 기분이 좋았다. 원경릉 엄마가 전에 공주 침대 같은 영아용 침대를 사놓아, 꼬마 봉황이를 바디수트로 갈아입히고 포대기를 빼자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세 늙은이에게 손발을 꼼지락거리며 귀여운 웃음을 보냈다.불빛 아래 구슬처럼 빛나는 눈망울은 포도알 같았고, 바람만 불어도 다칠듯한 피부는 솜털처럼 보드라웠다. 분홍색의 작은 입술에 웃음이 방긋 터지는 모습에 삼대 거두는 눈도 감지 않고 한 시간 내내 바라볼 만큼 매력적이었다.태조부가 편애하는 것도 아이들이 이해 할 수 있응 정도의 귀여움이였다. 하지만 여동생에 대해서만 그렇고 다른 사람한테는 아니었다. 어쨌든 다섯 오빠도 여동생이 너무 예뻐서 어쩔 줄 몰랐기 때문에 당연히 모든 사람이 여동생을 좋아하기를 바랄 뿐이였다. 외할머니가 분유를 타고, 태상황이 먹였다. 분유를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는 꼬마 봉황이가 막상 분유를 먹기 시작하자 먹어봤다는 듯 두 볼이 빵빵해지도록 분유를 집어 삼켰다. 배가 굉장히 고팠던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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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844화

“과인은 안 피웠어.” 태상황이 호언장담했다. “냄새 맡아봐. 담배 냄새 안 나지.”“어? 입에 향수 뿌리셨어요?” 소요공이 싫은 내색을 했다.“이건 향수가 아니고 껌이라는 거야. 과인이 경주한테 사 오라고 했지!”잠시 후 주 재상이 벌떡 일어났다. 자기에게는 이제 희야가 있으니까 이들과 말싸움할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서일도 깜박 잠들었다가 소란스럽게 옆집에서 웃고 떠드는 소리가 들려 일어났다. 태상황 일행도 보이지 않는 게 아마 그쪽에 있는 것 같다.방이 없어서 원경주가 서일을 ‘거실 장군’으로 배치해 태상황 일행을 보호할 수 있겠냐고 해서 서일이 동의했다. 소파가 정말 편했으니까.서일은 목이 말라 물을 마시려고 문 앞에 갔는데 문이 열리지 않아 몹시 당황했다. “누구 있어요? 거기 누구 없나요?”황태손은 왜 문 여는 법을 안 가르쳐 줬을까?서일은 차에 대해서는 알지만 문 여는 방법은 아직 몰랐다.만두가 와서 문을 열어주자 서일이 만두 얼굴을 보고 순간 울 뻔했다.만두가 서일의 손을 끌며 다정하게 말했다. “서일 삼촌, 무서워하지 마요, 여기는 안전하니까. 무슨 일이 있으면 절 불러요. 전 들을 수 있어요.”서일은 망망대해에서 한 줄기 희망을 발견한 것처럼 감동이 벅차올라 만두를 끌어안았다. “널 예뻐한 보람이 있었어.”만두가 서일의 목을 감싸고 방긋 웃었다. “앞으로도 서일 삼촌은 계속 절 예뻐해야 해요. 자, 가요. 외삼촌이 밀크티를 주문해 주셨어요!”서일이 만두를 내려놓고 손을 잡고 같이 저쪽 집으로 들어갔다.그쪽은 이미 혼사를 상의 중으로 태상황이 성대하게 하자고 하는 바람에 휘종제 손님이 오는 것에 대해 우문호는 걱정스레 말했다. “이번 혼례의 중점 사안은 사람이 얼마나 오냐가 아니라 우리가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 전부 계시면 충분합니다. 모르는 사람이 그렇게 많이 왔다가 당황스러운 실수라도 하는 날엔…. 원 선생이 낯설어할 겁니다. 어쨌든 다들 서로 모르는 사이니까요.”태상황이 말했다. “과인은 좀 성대하게 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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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845화

원경릉은 우문호가 조금 무서워하는 것과 고집을 부린다는 걸 단숨에 알았다.우문호가 여기 와 있지만 현대 일에 대해서는 아는 데 한계가 있고 기본 상식도 몰랐다. 그래서휘종제의 손님이 와 국제적인 빅이슈를 살짝이라도 언급할 때 우문호는 거의 벙어리처럼 있을게 분명했다. 하지만 이번 결혼식은 우문호가 줄곧 바라오던 것으로 이런 불쾌한 일이 생기는 게 싫었다.전에 혼례를 성대하게 하자고 목에 핏대를 세우던 태상황도 지금은 말을 바꿨다. 솔직히 태상황도 우문호와 마찬가지로 사람들과 대화가 안 통해서 체면이 구겨지는 게 걱정됐다.다음날 원경주는 차를 몰아 사람들을 데리고 휘종제의 저택으로 향했다.큰 버스는 지금 아주 제대로 쓰이고 있었다. 적어도 모두 서일과 일정 거리를 유지할 수 있어 서일이 토를 해도 냄새를 안 맡을 수 있을 정도였다.잠시 후 쇼핑몰 거리를 지나고 있었는데, 이곳은 광원시에서 제일 있어 보이면서 번화한 거리로 매장 앞마다 무성한 나무가 심어져 있는 등, 돈을 많이 쓴 흔적들이 차고 넘쳤다.신호등에 서서 대략 1분 정도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데 서일이 창문에 엎어져 밖에 사람들이 오가는 것을 봤다.서일이 잠시 밖을 보더니 슬퍼하며 말했다. “토하니까 환각이 보이는 건지, 안풍 친왕 전하와 안풍 친왕비 마마를 아주 닮은 두 사람이 있는 것 같네요.”다들 이 말을 듣고 서일이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봤다.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 속에서 그 두 사람은 군계일학처럼 보였다. 손에 쇼핑백이 엄청나게 들려 있었는데, 전부 명품 쇼핑백으로 손에 들고 있는 거 빼고도, 팔에 두세 개씩 걸려 있었다. 명품을 휘감으며 거만하게 걷는 폼이 안하무인 그 자체였다.정면은 볼 수 없었고 옆 얼굴만 보이는데 큰 선글라스를 끼고 걷고 있었다. 반대쪽 구찌 매장으로 건너가려는 것 같았다. 7~8명의 사람들이 머리를 창문 밖으로 내밀고 두 사람이 안풍 친왕 부부인지 확인하려고 노력했다.두 사람은 가슴을 펴고 고개를 빳빳하게 들며 당당하게 천천히 길을 건너다가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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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846화

“저도 못 봤어요. 사람이 너무 많았고 두 분을 잘 모르기도 하고요.” 만두는 사실대로 말하고,몰래 원경릉을 보았는데 거짓말을 하는 것 같았다. 만두는 자신의 엄마가 거짓말을 할 때 웃는걸 잘 알고 있었다. 차가 계속 앞으로 가자 서일은 기분이 좀 나아졌다. 비록 오늘 도대체 어디를 가는지 모르지만 다들 나간다니까 혼자 떨궈지는 게 싫고, 그 집에 혼자 우두커니 있으면 뭘 해야 할지 몰라 심심하기 때문이다. 안풍 친왕 부부랑 닮은 사람들이 지나쳐갔으나 다들 마음속에 확신이 없었다. 소요공이 고개를 내밀었을 때 주 재상에 가려져서 얼핏 스치기만 했을 뿐, 사람이 너무 많아 바닥만 보고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그래서인지 소요공은 사부님이 여기 계시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자신이 이곳에 있는 것을 사부님은 다 알고 있으므로 오셨으면 분명 자신을 찾았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소요공은 아직 사부님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있었다.잠시 후 휘종제의 저택에 도착했고, 모두 함께 들어가 조상님을 알현했다. 정말 명실상부 ‘조상님’이었다.건종 태자와 휘종제는 아름다운 옥으로 정교하게 다듬어 놓은 듯한 고조손들을 드디어 만났다는사실에 기뻐했다. 그리고 아이들이 일제히 ‘고조부님을 뵙습니다!’ 라고 외치며 절하는데 촉촉하게 빛나는 커다란 눈망울이 고조부들의 심장이 녹아내렸다.휘종제가 입을 벌리고 기쁨에 어쩔 줄 몰라 하는 바람에 하마터면 틀니가 빠질 뻔했다.“이런이런, 어서 일어나거라, 어서 일어나래도. 다들 고조부에게 오너라. 아이고, 이 얼마나 귀하디귀한고.” 휘종제가 두 손을 활짝 벌리고 기쁘게 환영했다. 얼마나 기뻤으면 태사의에서 재빨리 일어나다가 하마터면 앞으로 고꾸라질 뻔했다. 그리고 우문호가 앞으로 나와 무릎을 꿇고 절하며 증조부라고 말하는 순간 서일이 놀라서 정신을 잃었다. ‘어디가 무슨 나라라는 거야? 여기는 지옥이구만!’서일이 슬프게 사식이를 부르며 꽈당하고 기절하자 태상황이 소리쳤다. “끌고 나가, 끌어내라!”원경주가 헤라클레스의 괴력을 발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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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847화

태자비 일행과 같이 가는 건 아니지만 크루즈 타는게 듣기에 몹시 재밌을 것 같아 소요공은 동의했다.우문호는 여행 결혼이 좋긴 좋았다. 하지만 집에서 그저 밥 한 끼 먹고 끝내는 게 지나치게 간단하다는 생각이 있었다. “증조부님, 저는 이번 혼례가 적당히 간단한게 좋다고 생각합니다.”“그래! 내가 다 알맞게 준비해 뒀어!” 휘종제가 말했다.“알맞게 준비해 두셨다고요?” 우문호가 당황했다. 우문호는 이 일을 직접 결정하고 싶었다. 원 선생이 그러는데 여기서는 신랑 신부 본인이 주관하고 부모의 명은 들을 필요 없다고 했는데 말이다. “네 혼례를 내가 주관도 못해?” 휘종제가 반문했다.태상황이 눈을 가늘게 떴다. 문제가 발생했다! 아바마마의 태도를 이렇게 돌변하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거의 없다. 딱 한 사람만 빼고. 바로 휘형이다!태상황이 다가가서 크루즈에 관해 물었다. 크루즈엔 어떤 재밌는 게 있는지 말이다.휘종제는 전에 세계 일주를 한 적이 있어 크루즈에 대해선 손금 보듯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많지, 하고 싶은 건 다 있어. 먹고 마시고 놀고, 전 세계 좋은 술은 다 맛볼 수 있고 영화, 안마, 취미면 취미, 네가 지루할 틈을 절대 안 줘.”“어? 영화도 볼 수 있어요?”휘종제가 신이 난듯 끊임없이 말을 이어나갔다. “맞아, 하지만 난 발코니에서 바다를 보는 걸 제일 좋았어. 남자는 자고로 바다를 보러 가야 해. 바다를 좋아해야 하고. 바다의 웅장한 기세와 밀려들어 부서지는 파도는 때로 거대한 짐승 같아서 모험을 경험하게 하지. 인생은 모험 그 자체거든. 그리고 드물게 바람이 고요할 때 풍랑이 잔잔한 바다는 그야말로….”태상황이 불쑥 튀어나와 물었다. “아바마마, 휘형이 온 거 아닙니까?”“왔….” 휘종제가 열심히 설명하다가 재빨리 물었다. “누구? 누가 와? 큰 애? 어디 있는데?”태상황은 작은 눈을 더 가늘게 떴다. 휘형이 온 게 틀림없었다. 아바마마께서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반응을 보면 알 수 있다.태상황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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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848화

헌제는 휘종제의 아버지인데, 자기 아들이 자신의 아버지까지 들먹여 화를 내자 기분이 몹시나빴다. 하지만 역시 두렵기는 두려워 태상황에게 숨길 수 없겠다고 판단하고 다 털어놨다. “큰 애가 왔는데 어디로 갔는지는 진짜 나도 모른다. 하지만 큰 애가 네 아들이 퇴위하려는 마음을 먹고 있다더라고. 아마 태자가 돌아간 뒤 정식으로 선위를 할 거 같다는구나. 태자가 보위에 오르면 혼례를 할 수 있으니 여기서 다시 할 필요가 없지 않겠냐며 그리고….”“그리고 뭐요?” 태상황은 너무 화가나 머리 뚜껑이 열릴 정도였다.휘종제가 무서운듯 우물쭈물거렸다. “그리고 나한테 잔소리했지... 옛날 사람들을 한 무더기 데리고 있으면서 그딴 거 알아보는데 도사인 골동품 감상 전문가들을 초청해 연회를 베푸는 게 잘하는 짓이냐고, 큰 혼란이 생기지 않겠냐고 말이야…”태상황은 굉장히 화가 났지만 휘형의 말이 맞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기에 아바마마는 머리를 참 못 쓰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명원제가 선위를 하겠다는 부분은 상당히 열 받아서 콕 집고 넘어갔다. “휘형 어딨는지 아시죠, 전화하세요. 제가 얘기 좀 하고 싶다고.”휘종제는 아들에게 혼쭐이 나서 조용히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안풍 친왕이 직접 차를 몰고 와서 얘기를 나누고자 태상황을 데리고 갔다.감각적인 오픈카 엔진음이 울려 다들 놀라 나가서 보니, 운전석에 타고 있는 사람은 의심할 나위 없이 안풍 친왕이었다.태상황이 다가가 차에 타자, 안풍 친왕이 손을 흔들며 놀란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더니 잠시 후 차를 몰고 사라졌다.해변으로 가서 태상황이 물어보기 전에 안풍 친왕이 먼저 얘기를 시작했다. “명원제는 예전부터 퇴위할 마음이 있었고 황제 노릇이 힘들다고 했잖아. 이제 그냥 물러나게 해주자.”하지만 태상황은 그건 아니라며 화를 냈다. “그건 책임감 없는 행동이죠. 전에 저한테 뭐라고 얘기했는지 기억 나십니까? 제가 능력이 부족해서 이런 큰 임무는 맡을 수 없을 것 같다니까, 형은 전부 변명이라고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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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849화

태상황은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았다. 명원제가 선위를 하겠다는 생각에 화가 났을 뿐만 아니라 더욱 열 받는 건 휘형이 자기를 바보 취급했다는 사실이다. 안풍 친왕의 휴대폰 액정은 켜지지도 않았고 갤럭시 벨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태상황은 안풍 친왕의 어깨를 잡았다. “도망치게요? 또 도망치려고요? 오늘은 꼭 제대로 들어야겠어요. 이 문제로 수십 년을 고민했어서 제대로 안 듣고는 죽어도 편한히 눈을 못 감을 것 같애요.”“여섯째야!” 안풍 친왕이 눈썹을 찡그렸다. “왜 그런 재수 없는 소리를 해? 우리 형제가 어렵게 여기서 만났는데 그런 안 좋은 얘기는 하지 말자. 가자, 너 데리고 한잔하게.”“저 말해주실때까지 아무 데도 안 가요. 오늘은 여기서 제대로 얘기해 주세요!” 태상황은 안풍 친왕을 잡고 놔주지 않았다. 오늘 답을 못 들으면 평생 기회는 없다. 아마도 북당에서 앞으로 안풍 친왕을 다시 볼 일은 없을 것이다. 안풍 친왕이 태상황에게 물었다. “그렇게 중요해?”“중요해요. 아주 중요하죠!” 태상황이 단단히 못을 박았다.그러자 결국 안풍 친왕이 차에 기대 파도치는 수면을 보며 입을 열었다. “정말 알고 싶으면 알려줄게. 내가 잔인해서 너한테 무거운 책임을 맡긴 게 아니라 처음부터 내가 제일 잘 봤던 게 너였어. 너, 십팔매, 주꼬맹이. 전부 내가 키워낸 조직으로 이게 바로 내가 너희들에게 늘 엄격했던 이유야. 너희들은 날 실망하게 한 적이 없었고 수십 년 동안 너희들이 조금씩 성장해 가는 걸 지켜봤지. 정말 뿌듯했어….”태상황이 말을 자르며 물었다. “휘형, 화제를 옮기는 건 저한테 전혀 의미 없어요. 이 얘기 뒤로 가면 얼마나 고뇌를 거듭하며 애썼는지 얘기가 나오겠죠. 전 답을 원해요. 형은 왜 황제를 안 하고 도망갔어요?”“왜냐하면 난 황제가 될 수 없으니까!” 안풍 친왕이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는 결연한 눈빛으로 말을 이어 나갓다. “네가 기왕 알고 싶다니까 얘기해 주마. 그때 이 일을 계획할 때 난 이미 몸에 중병이 들어 있었어. 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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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850화

태상황의 말에 안풍 친왕은 흥이 싹 가시면서 절망스러운 마음에 가슴이 시큰거렸다. “여섯째야, 그런 말 하지 마. 네가 알고 싶다니까 더 말해줄게. 그래, 일이 이 지경까지 왔는데 말 못 할 것도 없지. 그때 빨리 북당을 평정하기 위해 난 가차 없었어. 거의 모든 문무백관에게 미움을 샀을 때였지. 그리고 전쟁에 나갔을 때 무기 때문에 적군의 사상자가 너무 커서 민간 학자들과 유생들이 나에 대한 성토의 목소리가 점점 커졌어. 내가 등극할 때 잔당들이 반드시 이걸 이용해 나에게 공격을 감행할 태세였어. 민심을 선동해 다시 한번 북당 정권을 동요시키는 거지. 이게 황위에 오르지 않은 이유 중 하나야. 또 하나의 원인은 내 신분의 문제 때문이였어. 난 우문씨 집안 사람이 아니라 원래 이 시대 사람이거든. 설명할 수 없는 원인으로 북당에 간 것으로 만약 내가 보위에 오르는 건 사리에 맞지 않아. 그리고 난 네가 이걸 아는 걸 원하지 않았어. 너한테 난 계속 휘형이니까 그걸 흔들고 싶지 않았어. 이해해?”안풍 친왕은 살짝 한숨을 내쉬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 “네가 능력이 없다고 말한 건 틀렸어. 손가락으로 대충 가리킨 게 아니야. 헤어지기 전에 너랑 나눈 대화는 정말 내 가슴에서 우러난 말이야. 넌 큰 재능이 있었어. 수십 년이 지나 드디어 내 말이 증명됐지. 사실 그동안 내가 멀리 간 것처럼 보였지만 나와 네 형수는 늘 입궁해서 네 곁에 있었어. 네가 몰랐을 뿐이지. 궁을 청소하는 늙은 태감, 세답방의 막일하는 상궁, 정원사, 네가 보위에 오른 뒤 한 번 친정(황제가 직접 전장에 가서 지휘하는 것)을 간 적이 있는데 전쟁에 널 구해 준 취사병이 나야. 십팔매와 주꼬맹이 쪽도 늘 갔지. 그리고 네가 자객을 만났던 때 방우가 널 구하기 위해 희생했던 그때, 마침, 주 꼬맹이도 자객을 만났어. 우리가 입수한 정보엔 주 꼬맹이가 암살위협을 받게 되어 있어서 우리는 그쪽으로 갔지. 그래서 널 구하지 못했어. 여섯째야, 난 네가 생각한 것처럼 그렇게 한량으로 지내지 않았어.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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