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사위면 될까?의 모든 챕터: 챕터 2161 - 챕터 2170

3683 챕터

2161장

장세경은 살짝 어리둥절해하며 말했다. “이건 아버지의 명패야.” 하현이 말했다. “부수세요.”장세경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 뒤에 따라오던 장가 경호원들도 하나같이 눈가에 경련이 일었다. 장세경의 면전에서 그의 아버지의 명패를 부수라니, 이런 일은 하현만이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때 잠시 침묵이 흐른 후 장세경은 명패를 움켜쥐더니 복잡한 얼굴로 명패를 땅에 내리쳤다. “털컥______”장세경의 힘이면 일순간에 명패를 부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명패는 철기 같은 소리를 내며 사당 구석으로 굴러갔다. 동시에 짙은 검은 연기가 명패에서 빠져 나왔고, 사람들은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하현은 앞으로 나가더니 재빨리 사합원 천장으로 명패를 걷어찼다. 햇빛이 내리쬐자 명패에서 검은 연기가 점점 더 많아 피어 올랐다. 마침내 귀신 얼굴 모양이 나타나 공중에서 사나운 미소를 짓더니 마침내 햇빛에 사라졌다. 하현이 재빨리 명패를 집어 장민지의 이마에 붙이자, 순간 명패 사이로 한 줄기 하얀 빛이 장민지의 미간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동시에 명패도 가루로 변하더니 바닥에 흩어졌다. 그리고는 땅 위에 검은 종이 사람이 천천히 타오르다 사라져 버렸다. “개자식!”장세경은 이가 갈릴 정도로 화가 났다. “이 섬나라 놈들, 전부 죽여 버리겠어.”하현은 웃으며 말했다. “장 어르신, 그렇게 극단적일 필요 없어요. 보통 섬나라 국민들이 어디 이런 생각을 하겠어요?”“전쟁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나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거죠.”“이번 일은 제가 어르신을 대신해서 해명을 요청하도록 하겠습니다. 어쨌든 제 일을 처리하는 김에 같이 하면 되니까요……” ……해질녘, 미야모토가 머물고 있는 섬 별장 안. 미야모토는 자기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은백색의 거울을 보며 안색이 더없이 안 좋아졌다. 거울에 금이 간 것은 장세경에 대한 섬나라 계획이 실패했다는 뜻이었다. “조사해! 확실하게 조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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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2장

이튿날 정오, 하현은 차를 몰고 대구 국제공항 귀빈 통로 입구로 가서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한 시간이 넘게 기다렸는데도 여전히 자신이 기대하던 그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다. 하현은 참지 못하고 눈살을 찌푸리더니 핸드폰을 꺼내 익숙한 번호를 눌렀다. “죄송합니다. 핸드폰이 꺼져있습니다. 다시 걸어주십시오.”하현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설은아는 항상 시간을 정확히 지키는 사람이었다. 12시에 온다고 했으니 절대 늦지 않을 것이다. 곧 하현은 로비로 가서 설은아가 탄 항공편을 알아보았고, 그 비행기는 한 시간 정도 전에 이미 도착했다는 대답을 들었다. 하현은 매우 놀랐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난 후 또 설유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설유아는 전화가 울리자 최대한 빨리 전화를 끊고 주소 하나를 보냈다. 대구회. 하현의 눈동자가 번뜩였다. 대구회, 그곳은 보통 사람들이 소비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설유아도 그런 곳에는 거의 가지 않았는데, 지금 그녀가 이곳의 주소를 보내왔다……곧이어 하현은 엑셀을 밟고 쏜살같이 달려갔다. 30분 후 하현은 대구회 입구에 차를 세웠고, 뒷짐을 진 채 계단을 올라갔다. 3층에 도착 했을 때, 그는 로비에서 낯익은 사람들을 발견했다. 최희정, 설재석, 설은아, 설유아였다. 이들 외에도 등장해서는 안 될 인물 두 명 더 있었다. 육혜경과 방현진……육혜경은 이때 비위를 맞추는 얼굴이었다. 방현진은 옆에서 담담한 기색에 눈동자는 반짝거리고 있었다. 희정과 재석은 모두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오직 설은아와 설유아 두 사람만 얼음장 같이 차가운 얼굴이었다. 하현은 살짝 멍해졌다. 그는 육혜경이 희정을 대신해서 설은아와 방현진을 선보게 할 거라는 건 진작에 알고 있었다. 그러나 어찌되었든 그는 희정이 이렇게 잠시도 머뭇거림 없이 진행을 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심지어 은아의 핸드폰도 끄게 하고, 비행기가 착륙하는 즉시 이렇게 식사자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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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3장

“너 뭐 하러 왔어?!”이때 이른 바 중매인의 얼굴을 하고 있던 육혜경은 순식간에 얼굴빛이 비할 데 없이 어두워졌다. “너 여기가 어떤 자린지 알아?”“마음대로 들어오다니, 너 네 신분을 생각해 본 적 있어?”“꺼져!”육혜경은 하현에게 아무런 호감이 없었다. 하현은 그의 아들이 중요하게 여기던 고급차 수십 대를 되팔아 몇 백억을 벌어들인 후 그들 모자에게 한 푼도 나눠주지 않았다. 이 배은망덕한 놈!자신의 소중한 아들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렇게 많은 돈을 벌 수 없었을 거라는 걸 설마 모르는 건가?육혜경이 보기에 하현이 고급차를 되 팔아서 번 돈은 그들 모자들의 것이어야 했다! 이 놈은 주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요 며칠 동안 행방불명 됐었다. 그야말로 죽을 맛이었다!이때 희정은 방현진이 있는 방향을 한 번 쳐다본 후 자리에서 일어나 하현을 막아서며 차갑게 말했다. “하현, 누가 너보고 오라 그랬어?”“내가 분명히 말하는 데 네가 내 4천억을 가지고 날 속인 순간부터!“나에겐 너 같은 사위는 없었어!”“이해했으면 지금 4천억 계좌이체해!”“지금 당장 꺼져!”“내일 내가 사람 시켜서 이혼 합의서 보낼 테니까 빨리 서명해!”“우리 은아가 출세할 수 있는 기회를 뺏지마!”“방 도련님은 연경 네 도련님 중 한 분이셔. 네가 그분과 견줄 수 있겠어?”하현은 희정을 담담하게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이혼을 하든 말든 그건 어머니가 결정할 일이 아니에요. 이건 저와 은아 사이의 일이니 다른 사람이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어요.”“소용이 없다고?”옆에서 육혜경은 화가 나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녀는 이번에 중매인이 돼서 일을 잘 성사시키면 5억 5천만 원의 중매 비용을 받을 수 있었다!그래서 그녀는 최희정보다 더 이 일이 잘 성사되기를 바랬다. 이때 그녀는 하현의 코를 가리키며 말했다. “배은망덕한 놈, 너 쓸데없는 소리 하지마!”“너 잘 들어. 예로부터 결혼이라는 건 부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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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4장

이때 희정은 하현에게 부탁할 마음이 조금 있었다. 하현이 기꺼이 떠나기만 한다면 방현진 이 ‘좋은 사위’를 얻기 위해 심지어 하현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할 수도 있었다. 이전 같았으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위협하고 또 환심을 사려는 희정의 모습을 보며 하현은 시선을 은아에게로 돌렸다. 한 달 넘게 못 본 설은아는 전체적인 분위기가 이전 보다 더 지적으로 느껴졌다. 높은 자리에 올라 수장이 된 것 때문인지 아주 짧은 기간에 엄청난 성장을 한 것 같았다. 하현이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변해 있었다. 설은아는 하현을 쳐다보는 눈빛이 아주 차가웠다. 그녀는 입을 열 마음이 없어 보였다. 마치 하현을 무시하는 듯 차를 한 모금 마셨다. 하현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설유아를 한번 쳐다보았다. 설유아는 그래도 싸다는 표정이었다. 하현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그는 십중팔구 무슨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도대체 누구한테서 얘기를 들은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왕주아인가? 아니면 이슬기?육혜경은 은아가 하현을 무시하는 것을 보고 이 순간 엄청난 저력을 갖게 되었다. 그녀는 한 걸음 앞으로 나서더니 ‘탁’하고 테이블을 내리친 후에야 차가운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며 말했다. “하씨, 너 잘 들어. 방현진 도련님은 진정한 세자 도련님이야!”“너 밖에 나가서 연경 네 도련님이라는 몇 글자가 뭘 뜻하는 지 한 번 알아봐!”“은아는 그가 마음에 들어 하는 여자야. 만약 네가 그의 좋은 일을 망친다면 너는 네가 죽어서도 묻힐 곳이 없다는 걸 알게 될 거야. 알겠어?”“나도 너 잘되라고 그러는 거야. 빨리 썩 꺼져!”“안 그랬다간 네가 대구회를 막 나설 때 차에 치여 죽을까 무섭다!”말을 마치고 육혜경은 설유아에게로 시선을 향하더니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혼내며 말했다. “설유아, 너 히죽거리지 마. 네 핸드폰 켜져 있는 걸 보니 분명 네가 하현한테 메시지 보낸 거지?”“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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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5장

하현은 설은아가 아직도 자신에게 화가 나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틀 전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오늘 어떻게 갑자기 화가 났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하현은 자신의 자세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느꼈다. 적어도 오늘 이 선 자리만큼은 어떻게 해서는 계속 이어가게 할 수 없었다. 상대방이 방현진인 건 말할 것도 없고, 다른 사람이라고 해도 안 되었다. 자기 아내가 자기 면전에서 다른 남자와 선을 보다니 이게 무슨 일인가!희정만이 이런 역겨운 일을 생각해 낼 수 있었을 것이다. “좋은 개는 길을 막지 않는다고?”“너 나 보고 꺼지라는 말이야?”육혜경은 하현을 보고 코웃음을 쳤다. “네가 그럴 자격이 있어?”“너는 네가 누구라고 생각해?”“세자 아니면 도련님? 내 앞에서 거드름을 피우는 거야? 허세 부리기는!”“내가 볼 때 너 같이 이렇게 행동하는 건 체면을 구기는 것 말고는 아무런 이득이 없어!”“내가 분명히 말하는데 네가 지금 우리랑 같이 서 있지 않았으면 넌 진작에 경비원들에게 끌려 나갔을 거야!”“너 한번만 더 말썽 피우면 정말 신고할 거야!”육혜경은 팔짱을 끼고 코를 치켜세우고 하현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돈도 별로 없으면서 자신이 대단한 줄 알고 허풍을 떠는 대구 밖의 촌놈을 가장 경멸했다.물론 방현진 같은 연경 사람들은 결코 촌놈이 아니었다. 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꺼져.”육혜경은 화를 냈다. “나보고 꺼지라고!?”“너 잘 들어. 지금 경비원을 부를 테니 얼마나 오래 뻐길 수 있는지 한번 보자!”“하씨, 계속 해봐!”“퍽______”하현은 담담한 기색으로 손등으로 뺨을 후려갈겼다. 육혜경은 날아가 뒤편에 있던 책상을 부서뜨렸고 온몸은 멍이 들었다. 그녀는 하현이 정말로 자기 뺨을 때릴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육혜경은 잠시 후에야 반응을 보이더니 발톱을 치켜 세우며 달려들었다. “하씨, 네가 감히 나를 때려? 2억 원이 아니면 해결할 수 없을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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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6장

하현은 은아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막 설명을 하려고 할 때 발코니에서 방현진이 전화를 끊고 뒷짐을 지고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하현과 상대방의 시선이 가볍게 충돌하자 공기 중에 불꽃이 튀는 것 같았다. 잘 생긴 외모에 훤칠한 키, 상류층 포스를 풍기는 방현진을 보며 하현은 희정이 왜 새 사위를 마음에 들어 하는 지 십분 이해가 갔다. 표면적으로 볼 때 방현진은 하현 보다 건질 것이 절대적으로 많아 보였기 때문이다. “하 도령, 정말 세상 참 좁네.”방현진은 눈을 가늘게 뜨고 하현을 쳐다보더니 빙긋이 웃었다. “경매장에서 헤어진 후 하 도령 계속 잘 지냈나?”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아주 잘 지냈지. 대구 나가주 H지대에 곧 착공할 거야.” “경매장 얘기를 꺼내다니, 방 도령의 대범함에 고맙게 생각해.”하현의 무뚝뚝한 대꾸에 방현진은 눈가가 살짝 올라갔다. 하지만 그는 곧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오늘 밤 마침 설 아가씨와 선을 보러 왔는데 하 도령이 괜찮다면 같이 앉아서 식사하는 거 어때?”하현은 미소를 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방 도령, 설마 은아가 내 아내라는 걸 모르는 건 아니겠지?”방현진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오, 하 도령 몰랐구나. 나는 평생 무슨 취미는 없는데 다른 사람의 아내를 좋아하는 취미를 가지고 있어.”“오늘 아마 하 도령이 이 일을 이뤄줄 거 같아!”“퍽______”하현은 손등으로 방현진의 뺨을 때리며 담담하게 말했다. “나는 이런 요구는 처음 들어보네.”“이 정도면 충분한지 모르겠네?”“마음에 들지 않으면 계속해 줄게!”“건방지네!”“간이 크구나!”“죽으려고 작정을 했네!”하현이 뺨을 내려치는 순간 사방팔방에서 식객들이 갑자기 나타나 하나같이 손에 화기를 들고는 전부 하현이 있는 곳을 향해 조준했다. 방현진이 명령 한 마디만 내리면 하현은 총에 맞아 죽을 것이 분명했다. 희정 등 사람들은 모두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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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7장

그곳에는 하현, 설은아와 설유아 세 사람만 남았다. 하현은 곧 마음을 가다듬고 설은아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은아야, 결국 내 걱정을 하게 됐네.”말을 하면서 그는 은아의 손을 덥석 잡았다. 부부가 여러 날 만나지 못했으니 조금 티격태격할 만도 했다. 설유아는 이 모습을 보고 순간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두 사람의 손을 떼어 놓으며 험상궂은 얼굴로 말했다. “뭐 하는 거예요! 뭐 하는 거냐고요! 형부는 아직 제대로 해명을 하지도 않고 우리 언니를 건드리려고 하는 거예요!”“저도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말을 하면서 설유아는 서류 한 뭉치를 테이블 위에 올려 놓았다. 하현은 한 번 쳐다보고는 눈꺼풀이 계속 뛰었다. 이 사진들을 누가 찾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진 속 왕주아는 하현의 가슴에 엎드려 있었다. 차 안이었고 상황은 아주 급박했다. 그러나 제멋대로 편집이 된 상황이라 누구나 하현과 왕주아 사이가 애매모호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외에도 하현과 왕주아가 왕가에서 손을 잡는 장면, 무대 뒤에서 연극을 보는 장면들이 포착되었다……어느 관점에서 보더라도 절묘하게 사진이 선택 되었다고 할 수 있었다. 마치 뒤에는 보이지 않는 손이 모든 것을 조종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하현은 숨을 깊이 들이쉬며 가벼운 목소리로 말했다. “은아야, 이 사람은 왕주아야. 대구에 있는 내 친구야.”“네가 본 이 사진들은 누군가가 나를 모함하려고 일부러 찍은 거야.”“나와 주아 사이는 청화자처럼 아주 깨끗해.”“그래? 확실해?”은아의 얼굴에는 맹렬한 기색이 가득 찼다. “나는 솔직하게 말해주는 게 제일 좋아. 그렇지 않으면 널 용서하지 않을 거야.”하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확실해.”“자, 그럼 너 다시 확인시켜줘 봐.”말을 하면서 설은아는 보이스펜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재생 버튼을 눌렀다. “주아는 내 여자친구예요. 주아가 결혼을 원치 않으면 아무도 주아를 강요할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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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8장

하현의 안색이 갑자기 변했다. 대구회 밖에서 도요타 센추리가 방현진 앞으로 달려왔고 왼쪽 뒷문이 천천히 열렸다. 바람이 불자 누렇게 시든 낙엽이 방현진 앞에 떨어졌다. 그는 허리를 굽혀 떨어진 낙엽을 줍더니 손가락 사이로 천천히 문질러 바람에 날려 보냈다. 곧이어 더없이 담담한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바람이 멈추면 하현도 죽을 거야.”……대구회 안의 웨이터는 언제 사라졌는지 모르게 사라졌고, 이렇게 큰 소동 났는데도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거 같았다. 설은아는 막 뭔가를 더 말하려고 하는 것 같았는데 순간 눈을 뜰 수 없게 되었다. 두 사람을 타이르려고 하던 설유아는 갑자기 머리가 어지럽고 눈앞이 캄캄해지더니 테이블 위로 쓰러졌다. 설은아는 너무 놀라 막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데, 순간 그녀의 얼굴에 어두운 기운이 떠오르더니 몸에 힘이 풀리고는 똑같이 바닥에 풀썩 주저앉았다. “독이 퍼졌나!?” 하현의 눈꺼풀이 계속 뛰었다. 그는 다행이 장북산이 마련해 준 해독제와 금창약을 수년 동안 가지고 다녔다. 이때 그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두 개의 알약을 꺼내 설은아와 설유아 두 사람에게 먹였다. “왝______”해독제를 먹이자 두 여자는 동시에 구토를 했고, 자기도 모르게 온몸이 떨리고 호흡이 가빠졌다. 하현은 눈꺼풀이 펄쩍펄쩍 뛰었다. 재빨리 두 사람의 맥을 짚자 순간 그의 안색이 더없이 안 좋아졌다. 하현은 비록 의사는 아니었지만 살인술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때 그는 은아와 유아에게 먹인 해독제가 소용이 없을 뿐만 아니라 발작을 더 빨리 일으키게 했다는 것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 마치 누군가가 자신이 이 해독제를 먹일 것이라는 것을 예상하고, 특별히 이 해독제의 효능을 뛰어넘는 독약을 사용한 것처럼 보였다. 분명 그를 겨냥한 사람은 그의 정체를 알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 독약을 이렇게 맞춤형으로 사용하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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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9장

“띠리링______”하현이 안도의 한숨을 막 내쉬자마자 또 다른 전화가 걸려왔다. 하현이 전화를 받자 맞은편에서 진주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회장님, 큰 일 났습니다. 방금 소식을 들었는데 30분 전에 왕 아가씨가 차량 행렬에서 납치를당했다고 합니다. 그녀를 뒤따르던 보안요원들은 모두 죽었습니다.”하현은 충격을 받았다. “뭐? 주아 쪽은 용문 자제들이 지키고 있지 않았어?”진주희는 매끄럽지 못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용문 자제들도 다 희생됐습니다. 게다가 그들이 죽은 것으로 볼 때 분명 저항할 수 없는 강적이 나타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싸울 기회조차 없었던 것 같습니다.” “지회장님, 왕 아가씨를 잘 살피지 못한 제 잘못입니다.”하현은 심호흡을 하더니 냉정을 되찾고 재빨리 명령을 내렸다. “변백범에게 알려서 슬기의 안전을 책임지라고 해!”“용문 사람들은 우리 장인 장모님을 보호하도록 하고.”“또 다른 정예부대를 대구회로 보내.” 차례차례 명령을 하며 하현의 긴장된 마음이 조금 풀렸다. 그는 마치 어디에나 있을 것 같고,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이 상대에게 처음으로 꺼림직한 마음이 들었다. 곧 하현은 문제를 발견했다. 지금 대구 전체에서 위로는 임복원, 심가성, 아래로는 진주희, 조남헌 등 자신의 정체를 전혀 모른다. 자신이 가지고 다니는 해독제를 기반으로 계획을 짜는 것도 불가능 하다.자신의 정체를 아는 사람은 유일하게 신당류 대구 제 1검, 나카노 다로뿐…… 즉, 이 나카노 다로는 전에 겁에 질려 자신에게 수그리는 척했던 것이다. 심복이 된 것처럼 말이다. 이런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서 그랬던 것이다. 만약 정말 이것을 위해 상대방이 이렇게 많은 일을 한 거라면 그가 진정 원하는 건 다른 사람의 목숨이 아닐 것이다. 바로 하현의 목숨일 것이다. 곧이어 하현은 본능적으로 설은아와 설유아 두 사람을 안전한 구석으로 걷어 찼다. 동시에 그는 날렵하게 뒤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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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0장

나카노 다로는 담담한 기색으로 고양이가 쥐를 잡은 듯이 장난기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당당한 대하 병부의 전설, 살아있는 신화가 고작 이 정도야!”“방 도련님이 너를 너무 과대평가했네!”“미야모토 아가씨도 너무 과대평가했고!”“너의 과거 전적으로 난 유령취급을 받게 됐지만 이것도 다 아무 의미 없어.”“오늘 내가 널 죽이면 그런 것들은 다 없어지게 될 테니까.”“대하의 전설이 완전히 끝나게 될 거야!”“섬나라는 일어서게 될 거고, 아무도 막을 수 없을 거야!”“신당류 대구 제1검, 듣던 대로 대단하네. 내가 널 너무 얕잡아 봤네.”하현은 입꼬리가 움직였다. “너 진짜 비열하다. 나를 상대하려고 내 아내와 처제를 바둑돌로 삼다니.”“존경하는 대장님, 틀렸어요.”“이 두 여자 말고도 또 다른 여인이 한 명 더 있어요. 우리가 모셔왔어요.”이때 홀에 프로젝터가 하나 켜지더니 미야모토의 모습이 화면에 나타났다. 공해의 크루즈가 틀림없었다. 갑판에는 미야모토와 미야사야 자매 외에 낯익은 사람이 보였다. 왕주아였다. 이때 그녀는 온몸이 흠뻑 젖어 있는 채로 난간에 꽁꽁 묶여 있었다. 동시에 입에 많은 것들을 물고 있었고 반 혼수상태에 빠져있었다. 하현의 얼굴빛은 변하고 또 변했다. “미야모토, 너 무슨 원한이 있는 거야! 여자한테 손대는 재주가 있네!?”“도리를 좀 지킬 수 없어?”미야모토는 가볍게 웃었다. “하 대장, 일이 이 지경이 됐는데 무슨 도리를 따지는 거야?”“사실 좀 놀랐어!”“누구나 밟을 수 있는 데릴사위가 사실은 전설의 대장이라니!”“네 정체를 안 순간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그 순간부터 나는 내가 대구에서 어떤 판을 깔아놔도 중요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어. 너를 협박하고 죽일 수만 있으면 됐어!”“그럼 우리 섬나라의 가장 큰 위협거리는 없어지는 거야!”“그러면 우리 섬나라는 먼 바다를 건너 이 위대한 나라를 차지할 수 있을 거야!”하현은 차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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