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나는 재벌이 되었다의 모든 챕터: 챕터 2451 - 챕터 2460

2631 챕터

제2451화 신고

남유주는 게 다리살 하나를 맛보고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금방 바다에서 건져 올린 것처럼 신선한 바다향기를 느낄 수 있었다.박시준은 짬뽕 국물을 호로록 마시고는 코를 훌쩍였다.남유주가 물었다.“너 매운 거 좋아해?”박시준이 웃으며 말했다.“며칠 전에 비서 누나랑 같이 여기 온 적 있었는데 제가 뭘 먹을지 몰라서 헤매니까 짜장면이랑 짬뽕을 추천해 주셨어요. 너무 맛이 있어서 감탄했어요!”남유주가 웃으며 말했다.“그래도 넌 아직 어리니까 자극적인 음식은 최대한 피하는 게 좋아.”“알아요. 아빠한테는 비밀이에요. 아빠는 절대 이런 거 못 먹게 하거든요!”남유주는 못 말린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너무 잣대가 엄격해. 내가 그 집에서 태어나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박시준은 생긋 웃고는 고개를 숙이고 식사에 전념했다.두 사람은 그렇게 즐거운 대화를 나누며 식사를 즐겼다.그런데 등 뒤에서 누군가가 소리 없이 그들에게 다가왔다.구내식당 담당자가 다급히 이쪽으로 다가오며 인사했다.“대표님 오셨어요? 드시고 싶으신 게 있으면 말씀만 하세요. 지금 바로 준비하겠습니다.”식사 중이던 박시준과 남유주는 흠칫하며 표정이 굳었다.조금 전까지 맛있게 먹고 있었는데 갑자기 분위기가 찬물을 끼얹은 듯, 식어버렸다.‘내가 비싼 해산물 파스타 주문했다고 물어내라고 하지는 않겠지?’박시준은 먹지 말라는 음식을 먹다가 들켜서 그런지 많이 긴장한 표정이었다.박수혁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들을 쳐다보고는 담당자에게 말했다.“아니, 됐어. 아직 점심시간도 아니고. 그냥 둘러보러 온 거야. 누가 일하는 시간에 걸신 들린 것처럼 허겁지겁 밥 먹으러 왔는지 궁금해서!”구내식당 담당자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다행히 식당 안에 직원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어린애와 못 보던 여자 한 명만 있었다.박시준은 티슈로 입가를 닦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아빠….”남유주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를 힐끗 보고는 다시 식사에 전념했다.어차피 여기 직원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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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52화 잊을 리가 없잖아요

상대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더니 말했다.“선배, 같이 수업도 들었는데 나 누군지 모르겠어?”남유주는 흠칫하며 남자의 얼굴을 자세히 살폈다.흐릿한 기억 속에 갑자기 떠오르는 인물이 있었다.그녀를 2년이나 끈질기게 쫓아다녔던 대학교 후배였다.그때는 이형욱과 결혼하라는 청천벽력이 떨어졌을 때라 주변 눈치를 보며 살아가던 때였다.그녀의 할아버지는 그녀가 또래의 남자와 가까이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눈앞의 위풍당당한 소방관이 그때 그 꼬맹이 주희철이라고?남유주는 갑자기 마음이 착잡해졌다.주희철의 외모는 예전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예전에는 그냥 철 모르는 어린애였는데 지금 보니 꽃미남으로 훌륭하게 성장했다.남유주는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안전통로 점검을 끝낸 주희철은 소화전을 살펴보겠다고 했다.그런데 그가 심각한 얼굴로 소화전을 내려보았다.“소화전이 규격에 맞지 않네요. 내일도 영업 정지예요.”남유주가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왜? 이거 새로 산 건데?”주희철은 서류에 꼼꼼히 기입한 뒤, 그녀를 향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선배, 설마 내가 과거 일로 시비를 건다고 생각하는 거 아니지? 나 공사는 분명한 사람이야.”남유주가 입술을 깨물며 물었다.“과거에 우리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지? 내 생각엔 별일 없었는데?”남자가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래도 기억은 해주네?”남유주가 웃으며 대답했다.“잊었을 리가 없잖아.”그녀는 손으로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어 넘긴 뒤,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물었다.“그래서 새로 산 소화전이 왜 규격에 안 맞는다는 거야? 따지려는 건 아니고 정말 모르겠어서 그래.”주희철이 빙그레 웃으며 설명했다.“선배가 구매한 액상형 소화기는 불이 났을 때, 표면에만 뿌려지게 되는데 수용성 가연물질에 취약해. 가게에 술도 많으니 액상형 소화전은 거의 힘을 못 쓸 거야. 화재가 발생한다면 아무 쓸모도 없어.”남유주가 웃으며 대답했다.“난 전혀 못 알아듣겠네. 네가 전문가니까 추천해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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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53화 부탁해 봐요

주희철이 짧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상사가 오라는데 가야지. 거절했다가 또 무슨 봉변을 당하라고.”남유주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녀가 가방을 챙겨 그쪽으로 가려는데 주희철이 그녀의 손을 잡더니 사악한 미소를 머금으며 물었다.“선배, 박수혁이랑 무슨 사이야?”“그냥 아는 사이.”주희철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그러네. 일반인이 그러 사람이랑 알고 지내는 것만 해도 대단한 거지. 저 사람 아직 솔로라던데 여자를 만나도 학력이 최소 박사가 되어야 한다며?”남유주는 그 말을 듣고 어쩐지 마음이 불편했다.주희철이 웃으며 말했다.“그래도 우리 선배가 아깝지. 선배의 미모는 아무나 못 따라오는 것이니까.”남유주는 그제야 안 좋았던 기분이 싹 사라지고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이 룸으로 가자 박수혁과 진 서장 옆자리에 각각 하나씩 자리가 남아 있었다.남유주는 박수혁의 옆에 앉기 싫어서 웃으며 진 서장에게 말을 건넸다.“진 서장님….”박수혁이 음침한 얼굴로 헛기침을 했다.진 서장은 재빨리 눈치를 채고 주희철에게 말했다.“희철아, 여기 와서 앉아.”주희철은 남유주를 힐끗 보고는 무표정한 얼굴로 다가가서 앉았다.눈앞에 여러 명의 거물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지만 그는 전혀 긴장한 기색이 아니었다.다른 사람들도 그들에게 인사를 건넸다.이곳에서 남유주가 아는 사람이라곤 박수혁뿐이었다.그녀가 자리에 앉자 박수혁은 사람들에게 그녀를 소개했다.진 서장 외에도 유명 IT기업 사장 마윤석이 있었는데 평소 취미가 바다낚시라고 했다.실제로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사진도 바닷가에서 낚시를 하며 찍은 사진이 많았다.그리고 금융업계 종사자도 있었고 정부기관 관료도 있었다.남유주는 처음으로 박수혁은 참 바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다행히 높으신 분들이 성격은 나쁘지 않아서 유쾌한 분위기가 이어졌다.가장 이 자리가 불편한 사람은 주희철이었다.박수혁은 틈만 나면 주희철을 관찰했다.젊고 잘생긴 남자, 첫인상은 그게 전부였다.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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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54화 병간호

“하! 그쪽한테 기대한 적 없거든요? 오늘 밤 거기서 한가한 소리나 듣고 있던 내가 다 한심하네요. 희철이랑 둘이 오붓하게 식사했으면 이미 해결했을지도 모르는 일을!”남유주는 자신이 손해를 봤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물론 높으신 분들과의 식사자리가 매번 주어지는 건 아니지만 결국 클럽 문제는 해결된 게 없었다.그 자리에서 그녀가 얻은 건 아무것도 없었다.박수혁은 불쾌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걔가 가게 문제 해결해 준대요? 웃기네….”남유주는 고집스럽게 고개를 돌렸다.가는 내내 유지된 팽팽한 분위기에 운전기사는 몰래 식은땀을 훔쳤다.박수혁이 집까지 데려다주는데 상대 여자가 이렇게까지 앙칼지게 나온 건 남유주가 처음이었다.그런데도 박수혁은 그녀를 차에서 내쫓거나 하지는 않았다.그게 더 이상했다.가게 앞에 도착하자 남유주는 인사도 없이 휑하니 차에서 내려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베르가 요즘 단속에 몸살을 앓으면서 주변에서 별로 인기가 없던 다른 술집은 점점 장사가 잘되고 있었다.남유주가 짜증이 난 것도 바로 이런 점 때문이었다.박수혁은 그녀가 차에서 내리기 전에 제대로 얘기를 해보려 했으나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렸다.그의 잘생긴 얼굴이 얼음장처럼 차갑게 식었다.운전기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대표님, 돌아갈까요?”박수혁은 한참이 지난 뒤에야 고개를 끄덕였다.운전기사는 그제야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다음 날.상부에서 남유주에게 영업정지가 풀렸다는 좋은 소식을 전했다.남유주는 잠깐 놀랐지만 기쁨이 더 컸다.그녀는 기쁜 마음에 휴가를 주었던 직원들을 다시 가게로 소환했다.단골손님들도 소문을 듣고 찾아왔다.오픈을 축하하기 위해 남유주는 자비로 화환을 사서 입구에 놓았다.롤러코스터를 탄 느낌이었지만 어쨌든 일이 잘 해결돼서 다행이었다.한수근은 예전처럼 손님들을 접대했고 남유주는 무대에서 노래를 한곡 부른 뒤, 위층으로 올라갔다.“사장님, 예전에 비슷한 상황을 겪은 가게들은 2주 정도 지나서 영업정지가 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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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55화 부상

남유주는 아침도 먹기 전이었다.이한석은 다짜고짜 그녀를 차에 태웠다.“남유주 씨, 아침은 저택에 가서 들어요. 먹고 싶은 게 있으면 아줌마한테 말씀하시면 돼요.”남유주가 물었다.“내가 간다는 거 박수혁 씨는 알아요? 설마 또 이상한 착각하는 거 아니겠죠?”그녀는 지난번처럼 기회만 되면 들이대는 헤픈 여자가 되고 싶지 않았다.그건 너무 굴욕적이었다.이한석이 입술을 질끈 깨물더니 묘한 표정으로 말했다.“사실 남유주 씨한테 이런 부탁을 드리는 게 실례라는 건 알지만 정말 믿을만한 사람이 없어요.”박수혁은 원래 친구도 별로 없는 사람이었다.그렇다고 남자인 이한석이 간병을 할 수도 없었다.“잘 이해가 안 되는데요.”남유주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이한석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사실 대표님은 병 난 게 아니라 부상을 당했어요. 게다가 큰 부상이라 밖에 알려지면 안 돼요. 회사 근간이 흔들리게 될 테니까요. 집에서 일하는 고용인도 완전히 신뢰할 수 없어요. 그래서 남유주 씨한테 부탁드리는 거예요.”“가서 아무것도 할 필요 없어요. 대표님만 잘 보살펴 주시고 비밀만 지켜주시면 돼요. 대표님이 의식을 회복할 때까지만요.”남유주는 한참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부상이요? 그러니까 그 인간 지금 혼수상태라는 거예요?”“언제요? 며칠 전에도 같이 밥을 먹었는데….”그녀는 혼란스러웠다.왠지 모르게 가슴이 답답하고 마음이 무거웠다.“어제 인근도시 건설 현장에 고찰을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접촉사고가 있었어요. 대표님은 위경련 때문에 차에 계셨고 저와 운전기사는 내려서 차를 수리했죠. 그 틈을 타서 범인이 차에 올라 대표님의 가슴을 칼로 찔렀어요.”그는 차분한 목소리로 경과를 설명했지만 남유주에게는 큰 충격이었다.가슴에 칼을 맞고 혼수상태라니….얼마나 위급한 상황이었을지 상상도 가지 않았다.며칠 전에 태한그룹에서 돈밖에 모르는 자본가라고 그에게 비난을 퍼부었던 게 생각났다.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부자도 부자의 고충이 있었다.평범한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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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56화 되돌릴 수 없는

다른 사람들의 주의를 끌지 않기 위해 이한석과 조용우는 일찌감치 저택을 나섰다.방에는 남유주와 박시준만 남게 되었다.아이는 그녀와 같이 있을 수 있어서 기분이 아주 좋아 보였다.“이모, 걱정하지 마세요. 아빠 깨시면 제가 잘 설명할게요. 아빠는 부자니까 어쩌면 이번 일로 보상을 톡톡히 해주실 수도 있어요. 제가 그렇게 설득할게요.”남유주는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와서 아이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네 아빠 같은 짠돌이가 나한테 보상을? 됐어. 이제 기대도 안 해.”박시준은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활짝 웃으며 말했다.“아빠가 안 해주면 제가 드릴게요.”“그래. 시준이 착하지.”남유주는 미소를 짓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원목으로 제작된 진열장에는 이름도 모르는 각종 명품 술이 진열되어 있었다.정말 사치란 사치는 다 누리고 사는 사람이다 싶었다.주변에는 도자기 장식품들도 많았는데 특별한 건 없었지만 아마 경매에 나오면 그 가치가 어마어마할 것으로 추정되었다.정말 돈을 쓸 곳이 없었구나!남유주가 탄식하듯 고개를 흔드는데 밖에서 미세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박시준은 당황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남유주도 인상을 쓰며 밖으로 나가 보았다.침실과 거실 사이에는 문이 두 개가 있었다.침실 바로 밖에는 거실과 연결하는 문이 있고 그곳은 박수혁이 업무를 처리하는 용도로 쓰이는 공간이었다.복도까지는 이중문으로 된 구조인데 방음설비도 완벽했다. 바깥 문이 열려 있었기에 발소리가 들렸던 것이다.남유주는 발걸음 소리가 거실과 가까워지기 전에 밖으로 나갔다.바깥에 있던 고용인이 화들짝 놀라며 그녀의 눈치를 살폈다.남유주가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물었다.“무슨 일이죠?”고용인이 긴장한 목소리로 대답했다.“남유주 씨는 저택에 첫 방문이라 뭐 필요한 거라도 있나 여쭤보려고 올라왔어요. 점심은 뭐 드시고 싶어요?”남유주는 웃지 않고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으면 아주 차가운 인상이었다.그리고 그녀는 지금 상황에서 웃음이 나올 수 없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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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57화 의식을 회복하고 해야 할 일

남유주는 약간 취기가 올라왔지만 잠시 휴식을 취하자 금세 가라앉았다. 어느덧 석양이 지고 있었다.베란다에서 밖을 내다보니 한 고용인은 화분에 물을 주고 있었고 한 사람은 잔디를 깎고 있었다.오렌지색의 석양이 창문을 통해 비쳐 들어오자 삭막한 분위기의 침실에도 아늑함이 찾아왔다.평소였다면 가게에서 한창 오픈 준비를 할 시간이었다.남유주는 은근히 가게가 잘 돌아가고 있을지 걱정됐다.그녀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침대에 누운 남자를 힘껏 노려보았다. 그는 여전히 눈을 감은 채,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그가 이렇게 약한 모습을 보인 것은 처음이었다.‘나한테 늦잠 잔다고 뭐라 하더니 아주 잘만 자고 계시네?’남유주는 입을 삐죽이며 속으로 불만을 터뜨렸다.고용인의 요리 솜씨는 아주 괜찮았다. 그녀도 입맛이 까다로운 편이었으나 전혀 흠잡을데 없는 요리였다.식사를 마치고 쉬고 있는데 이한석이 서류를 들고 찾아왔다.“남유주 씨, 대표님 안에 계시죠? 대표님 사인이 필요한 서류가 있어서요.”남유주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그래요. 올라와요.”모든 게 고용인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연기였다.그들은 더 이상 박수혁이 하루종일 방에만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지 않았다.어차피 평소에도 아침에 일찍 나가 자정이 넘어 들어오거나 하루종일 서재에 틀어박혀 있는 일이 많았기에 고용주와 마주칠 일은 거의 없었다.위층으로 올라온 이한석이 한숨을 쉬며 그녀에게 물었다.“아직도 저 상태네요?”“이제 고작 하루가 지났잖아요. 죽지 않고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죠. 열도 나지 않았으니까 점점 좋아질 거예요.”“그렇긴 하죠. 남유주 씨는 어때요? 오늘이 첫날인데 많이 답답하시죠?”“그럭저럭 견딜만해요. 여기는 살기가 참 좋네요. 말동무가 없다는 건 좀 답답하지만 괜찮아요. 그런데 시준이는 언제 집에 와요?”남유주는 혼자 있기보다 박시준과 함께하는 시간이 더 좋았다.이한석이 말했다.“저녁에는 학원에 가야 해서 아홉 시가 넘어야 집에 와요. 기다릴 필요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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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58화 기회를 줄게요

박수혁은 눈을 감고 짜증을 억눌렀다.잠깐 잠든 사이에 방이 어떻게 이 모양 이 꼴로 변할 수 있지?박시준은 사고 치다 들킨 아이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 침대에 떨어진 감자칩을 주섬주섬 봉지에 담고 있었다.침대가 좀 깨끗해진 뒤에야 아이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아빠, 몸은 좀 괜찮아요?”앳된 목소리가 귓가에 들리자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아이를 바라보았다.“이게 다 어떻게 된 거지?”박시준은 다급히 남유주가 이곳에 나타난 이유를 설명했다.“이 비서님이 이모한테 아빠를 부탁했어요.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아빠 사고를 사주했다고 판단했거든요. 회사 운영에 차질이 생길까 봐 대외적으로는 비밀로 해야 해서 유주 이모를 불렀어요. 이모는 가게도 포기하고 여기까지 달려와 주셨어요. 유주 이모는 정말 착한 사람이에요!”박시준은 박수혁이 남유주를 오해하는 게 싫었기에 최선을 다해 남유주를 변호했다.물론 박수혁은 이미 스스로 결론을 내렸기에 아이의 말을 마음에 두지 않았다.통화를 마친 남유주는 생글생글 웃으며 다가와서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시준이는 정말 착한 아이구나.”박시준도 활짝 웃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박수혁은 사이가 너무나 좋은 이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자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하지만 그런 감정도 얼마 못 가 사라져 버렸다.그는 인상을 쓰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설마 여기서 나 죽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유산이나 챙기려는 속셈이었어요?”남유주는 억울했지만 아까 오해 받을 행동을 했기에 웃음이 나왔다.“그래서 박수혁 씨 유서에는 내 이름이 있나요?”박수혁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지금 빨리 죽으라고 저주하는 건가?남유주는 박수혁이 불쾌해하건 말건, 그의 머리를 찰싹 때리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박 대표님. 돈 때문에 여기 온 건 아니니까요. 이렇게 보면 대표님의 삶도 참 기구하네요. 출장 한번 갔다가 목숨을 잃을 뻔하다니. 좀 안됐어요. 돈을 많이 벌면 뭐 해요? 다 못 쓰고 죽을 수도 없는데!”박수혁의 얼굴이 점점 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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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59화 돈을 위해 고개를 숙이다.

이한석은 길게 심호흡한 뒤, 보고를 이어갔다.“대표님, 범인은 범행을 하기 전 공사현장에서 일하던 노동자였어요. 하필 그 건설현장에 투자한 기업이 성안그룹이었죠. 저는 성안그룹에서 프로젝트를 포기하기 싫어서 일부러 스파이를 파견했다고 생각합니다.범인은 전과자예요. 가족도 없고 계좌도 조사해 봤는데 깨끗했어요.”그게 가장 골치 아픈 문제였다.금전적인 거래가 없으니 성안그룹과의 직접적인 관계를 증명할 수 없었다.박수혁의 얼굴이 싸늘하게 식었다.잠시 침묵이 흐르고 밖에서 노크소리가 들렸다.이한석이 가서 문을 열었다.“남유주 씨, 수고 많으셨어요.”남유주가 웃으며 말했다.“수고는요. 어쨌든 제 임무도 완성했으니까 이제 그만 가볼게요. 가게를 비운지도 오래됐고….”이한석이 그녀를 바래다주려던 순간, 뒤에서 듣고 있던 박수혁이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들어와요.”이한석이 자리를 비키자 남유주는 무표정한 얼굴로 안으로 들어갔다.“박 대표님, 말투를 들어보니 화가 많이 나 있으시네요. 이제 제가 할 일도 끝났으니 그만 돌아가 보겠습니다.”박수혁은 싸늘한 표정으로 그녀를 응시하더니 말했다.“할 일이 끝났다고요? 일은 제대로 한 게 없으면서 양심은 있어요?”“뭐라고요?”남유주가 물었다.“제가 뭘 제대로 안 했다는 거죠? 팔다리 멀쩡하고 열이 나서 대뇌가 손상된 것도 아니고. 여기서 뭘 더 어떻게 해요?”이한석도 상사가 이번에는 좀 너무한 게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남유주는 팔짱을 끼고 불만을 터뜨렸다.“이럴 줄 알았으면 깨어나지 말라고 저주를 퍼부을 걸 그랬어요. 어차피 당신 같은 사람은 세상에서 사라지는 게 더 나을지도 몰라요!”이한석은 빨리 이 방에서 나가고 싶었다.‘유주 씨, 대표님이랑 싸울 때는 내가 없는 장소에서 싸우면 안 될까요? 나도 죽겠다고요!’박수혁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몸에서 똥내가 나는데 이게 환자를 대하는 간병인의 태도예요?”남유주가 황당하다는 듯이 그를 흘기며 말했다.“내가 왜 그쪽 간병인이에요?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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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60화 목욕 시중

“내가 침대를 내릴 수 있을 때까지만요.”박수혁은 가소롭다는 듯이 그녀를 힐끗 보고 말을 이었다.“나도 남유주 씨가 내 몸 만지는 거 기분 나쁘거든요?”남유주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간병인?20억을 위해서라면 간병인 정도는 얼마든지 해줄 수 있었다.가슴에서 활활 불타던 분노도 말끔히 사라졌다.박수혁은 생각했다.‘역시 돈으로 해결 못할 일은 없어! 정말 현실적인 여자라니까!’“이제 좀 씻고 싶으니까 목욕물 좀 받아놔요.”남유주는 난감한 표정으로 그의 눈치를 살폈다.“하지만 저는 여자잖아요.”이건 좀 아니지 않나?박수혁이 긴 한숨을 쉬며 말했다.“나 반신불수 아니에요! 휠체어만 가져다주면 내가 다 알아서 한다고요!”“아… 네!”남유주는 갑자기 박수혁의 벗은 몸을 상상한 자신이 부끄러워졌다.어쨌거나 욕실 청소를 마친 남유주는 목욕물을 받았다.그리고 상처 부위를 방수천으로 꼼꼼히 감아주었다.물론 똥 씹은 얼굴을 하고 있는 그를 보면 상처에 물 좀 들어가도 괜찮겠다는 생각도 했다.몸에서 똥 냄새가 나는 박수혁이라니!한 번도 상상하지 못했던 초라한 모습에 그녀는 웃음이 나왔다.하지만 바로 싸늘한 시선이 날아와서 꽂혔다.그녀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물었다.“뭐 더 필요하신 거 있나요?”박수혁이 말했다.“이제 나가요.”“등이라도 좀 밀어드릴까요?”그녀는 진심을 담아 물었다.박수혁은 그렇게 해줄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그는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힐끗 쏘아보았다. 어쩜 저렇게 변태 같은 말만 골라서 할까?“여자가 좀 얌전히 있을 수는 없어요? 왜 사람이 이렇게 헤퍼요?”남유주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열심히 일해주겠다는데 이것도 불만이야?설마 또 오해한 건가?“제가 잘못했네요. 여자로서 체통을 지켜야 했는데. 그럼 깨끗이 씻어요.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 부르시고요!”말을 마친 그녀는 밖으로 나가며 문을 닫았다.물소리가 들려오자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소파에 몸을 던졌다.잠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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