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나는 재벌이 되었다의 모든 챕터: 챕터 2461 - 챕터 2470
2631 챕터
제2461화 부도덕
그의 한마디 말은 남유주의 마음을 차갑게 식게 했다.'아, 박수혁이었지.'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냥 해본 말이에요. 내가 설마 그렇게 부도덕한 일을 하겠어요?"박수혁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를 전혀 믿지 않는 눈치였다.결국 남유주도 아무 말을 할 수 없었다.오후 내내, 남유주는 박수혁을 도와 컴퓨터, 파일, 화상 회의를 할 준비를 했다.박수혁은 그녀를 다방면으로 활용했다. 심지어 회의할 때조차 박수혁의 곁에 서서 대기하고 있어야 했고, 언제든지 그에게 마실 물을 건넬 준비를 해야 했다.박수혁의 입맛이 워낙 까다로웠던 탓에, 그녀는 각종 신선한 과일과 간식도 준비했다.남유주는 화가 났지만 애써 참았다. 박수혁이 열정적으로 일하는 것을 봐서는 휴식 시간을 따로 보내는 것 같지 않았기에 이틀 동안만 꾹 참기로 했다.한편, 박수혁은 굳은 얼굴로 화상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남유주는 그의 곁에 서서 그에게 포도를 건네주었다.하지만 박수혁은 전혀 포도를 건네받을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남유주는 어쩔 수 없이 박수혁의 입에 포도를 한 움큼 집어넣었다. 당황한 박수혁이 사레들어 기침하기 시작하자 회의하던 상대편 사람들은 말을 멈추고 상황을 파악했다.기침이 멎은 박수혁은 남유주를 힐끗 째려본 뒤 다시 태연하게 말했다."계속하세요."그들이 회의하는 내용을 알아듣지 못하는 남유주는 조금 지루했다.결국, 남유주는 박수혁에게 간식을 건네는 대신, 자기 입에 간식을 넣기 시작했다.박수혁은 자신을 챙기지 않는 남유주를 불만스럽게 쳐다보았다.회의가 끝나자마자 박수혁은 기침을 하며 그녀에게 물었다."유주 씨, 맛있게 잘 먹었어요?""네, 엄청 맛있더라고요!""의사가 분명 내가 체력 회복이 필요하다고 했을 텐데, 그걸 유주 씨가 다 먹었네요?"남유주는 입술을 오므렸다."다시 뱉어줄까요?"박수혁은 말없이 남유주를 바라보았다.남유주가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농담이에요! 대표님이 회의 중이셨잖아요. 포도를 씻어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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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62화 같이 자요
"주희철이요."남유주는 눈썹을 찡그리며 불쾌함을 표시했다.'통화 내용을 엿들은 거야?'"아, 주희철이었군요. 설마 그 사람이 유주 씨를 도왔다고 자기 입으로 말했어요? 그걸 믿어요?"박수혁은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말했다.주희철이 일부러 그녀를 속이는 행동은 분명 잘못한 행동이지만, 어쨌든 주희철은 그녀를 도왔다.설비 교체 과정에서 주희철의 덕을 본 것은 사실이었고 박수혁이 이렇게까지 비아냥거리며 말하는 행동이 오히려 기분 나빴다."그렇게 말하지 않았어요. 내가 착각한 거예요. 도와주지 않은 건 대표님이세요, 설마 지금 와서 후회하는 거예요?"남유주는 박수혁이 돕지 않겠다고 한 말을 똑똑히 기억했다. 아니꼬운 시선으로 남유주가 자신을 바라보자 박수혁은 냉소적으로 말했다."난 단지 당신이 나중에 창피함에 못 이겨 울면서 날 찾아올까 봐 걱정돼서 그래요!"말을 마친 그는 시선을 돌려 밖을 내다보았다.짙푸른 바깥세상은 어느새 어두워졌고 노을빛은 구름을 뚫고 나와 세상을 비췄다.그는 오랜만에 바깥세상을 이렇게 한참 동안이나 바라보았다.별장은 풍경을 구경하기에 아주 좋은 장소였다.저녁 무렵, 고용인은 식사 준비를 끝냈다.잠에서 깬 박수혁은 부엌으로 가 자신 앞에 놓인 흰죽과 남유주의 앞에 놓인 해물 죽과 각종 밑반찬을 번갈아 보았다.박수혁은 어안이 벙벙했다.'이렇게 다르다고?'남유주가 방긋 웃으며 말했다."얼른 식사하세요, 대표님."말을 마친 남유주는 고개를 숙이고 해물 죽을 맛있게 먹었다."역시 공수해 온 킹크랩이라 맛이 다르네요, 대표님, 진짜 대단해요."그녀는 킹크랩의 황홀한 맛을 표현할 마땅한 단어가 없어 아쉬웠다.박수혁은 어이가 없었다."난 이런 걸 먹고, 유주 씨는 그걸 먹어요?"남유주는 알아듣지 못한 것처럼 순진한 표정을 지었다."네. 대표님은 지금 해산물 같은 거 못 드시잖아요. 눈으로 감상이라도 하면 좋잖아요? 맛은 제가 대신 음미할게요."박수혁은 자신 앞에 놓인 흰죽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입맛이 사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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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63화 풍부한 경험
어두운 방 안에서 박수혁이 웃음을 피식 터트렸다."800명이나 돼요? 경험이 아주 풍부하네요."남유주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와인바에서 술에 취해 웃통을 벗고 무대에 올라 술주정을 부리는 사람들은 널리고 널렸다. 보기만 해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장면이었지만, 그녀는 멸치처럼 마른 남자들이나 보기만 해도 숨이 턱 막히는 남자들에게는 관심이 가지 않았다.다만 박수혁처럼 날씬하면서 탄탄하게 자리 잡은 복근을 가진 사람들은 드물었다.하지만 박수혁에게 약점을 잡히지 않기 위해 그녀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박수혁은 몸을 돌려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경험이 이렇게 많은 사람은 나도 무섭네요. 필요하면 내가 연락할게요!"침대로 향한 박수혁은 이불을 끌어올리며 말했다.남유주는 잠시 멈칫하더니 그 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종일 날 부르려는 작정인가? 살면서 누군가를 이렇게 정성스럽게 모셔본 적이 없는데!'그녀는 고개를 돌려 네다섯 명은 충분히 누울 수 있는 엄청나게 큰 사이즈의 침대와 한 명은 가뿐히 누울 수 있는 소파를 번갈아 보았다.한참 동안 망설이던 남유주는 큰 결심을 내리고 이불을 껴안고 박수혁의 반대편으로 돌아갔다.인기척을 느낀 박수혁은 슬며시 눈을 떴다."미쳤어요?"남유주는 이불을 덮으며 차갑게 말했다."전화하지 마요. 생사가 걸린 일 아니면 깨우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그리고 당신 손가락 하나 건드리지 않을 거니까, 어디 가서 얘기하지 마요."말을 마친 남유주는 몸을 뒤척이더니 박수혁과 등진 채 눈을 감았다.박수혁은 물끄러미 남유주를 바라보았다. 남유주는 편안한 자세로 침대에서 이리저리 굴러다니며 깊은 잠에 들었지만, 박수혁은 쉽게 잠자리에 들지 못했다. 그는 작은 인기척에도 잠에 들지 못할 정도로 예민했다. 남유주가 저렇게 굴러다니며 코를 골고 있으니 박수혁은 당연히 잠에 들지 못했다. 그는 괜히 남유주를 화나게 만들어 자신만 고생하는 것 같았다.다음 날 아침, 햇살이 침실 안으로 들어왔다.기분 좋은 아침을 맞이한 남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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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64화 말조심해
성미려의 무례한 태도에 남유주는 기분이 언짢았다. 남유주는 성미려에게 어떤 악의도 품지 않았었다.성미려가 박시준의 생일파티에서 소란을 피운 덕에 박수혁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고, 남유주 때문에 흥이 깨져 돌아간 것이 아니었다.하지만 성미려는 남유주를 오히려 임자 있는 사람과 바람이 난 사람 취급을 하고 있었다.천천히 젓가락을 내려놓은 남유주의 눈빛이 흥미롭게 변했다."미려 씨가 모르는 일이 한두 개인 줄 알아요?"성미려가 차가운 시선으로 남유주를 힐끗 쳐다보더니 웃음을 터트렸다."수혁 씨가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여기는 건 아니죠? 수혁 씨가 사랑하는 사람은 따로 있어요, 유주 씨도 알잖아요, 그게 누구인지. 근데 유주 씨는 여기서 뭐 하는 거예요? 돈 때문이에요?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어요? 어쨌든 존경스럽긴 하네요. 이혼한 돌싱녀 주제에 수혁 씨랑 하룻밤을 다 보내고, 그런 거 아무나 못 하는 거잖아요."거실은 고요했고, 고용인들은 진작에 자리를 떠났다. 남유주는 고용인들이 눈치껏 물러간 덕분에 난감한 상황을 지켜보는 꼴을 면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여겼다. 남유주가 성미려를 힐끗 쳐다보더니 웃음을 피식 터트렸다. 그녀는 팔짱을 끼고 자리에 앉아 성미려를 쳐다보았다. 성미려가 한 말이 자신을 비하하는 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화를 내지 않았다. 화를 내지 않는 게 오히려 상대를 더욱 화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남유주가 아랑곳하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성미려의 화를 일부러 더 돋웠다."미려 씨 말이 맞아요. 난 정말 수혁 씨랑 같은 침대를 썼어요. 그 사람 침대, 아무나 올라갈 수 있는 곳은 아니잖아요? 미려 씨와... 미려 씨 가족들이 그렇게 바라던 일을 내가 했네요? 정작 미려 씨는 수혁 씨 침대 머리맡에도 가보지 못했잖아요. 정말 유감이에요."성미려의 얼굴이 경직되어 보기 흉했다. 성미려는 이를 바득바득 갈며 소리쳤다."그런다고 수혁 씨가 당신이랑 결혼할 것 같아요? 당신은 어디 내놓기 부끄러운 장난감에 불과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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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65화 별로인 평판
남유주는 당당한 태도를 하며 미소를 지었다."미려 씨, 돌아가세요, 대표님께서 당신과 만나고 싶지 않아 하네요.""당신 말 못 믿겠으니까 내가 직접 수혁 씨랑 만나서 얘기할 거예요."성미려가 거만한 얼굴로 대꾸하자 남유주는 눈썹을 찌푸렸다."미려 씨, 내 말 못 알아 들어요? 미리 연락하지 않고 이렇게 무작정 찾아온 것만으로도 이미 실례를 범한 거예요. 솔직히 말할게요, 나오기 싫다고 했어요, 어젯밤 욕구를 너무 많이 분출한 탓에 아직도 쉬고 있어요, 옷도 안 입었다고요.""뭐... 뭐 하자는 거야!"성미려는 결국 소리를 지르며 분노했고 남유주는 그녀를 바라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성미려는 남유주의 가녀린 목덜미와 어깨, 그리고 사람을 홀리는 듯한 분위기를 가진 남유주를 노려보았다."당신이야말로 뭐하는 거예요?"남유주가 받아치자 성미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위층으로 향하는 남유주의 뒤를 쫓아가던 성미려의 앞에 뜻밖의 인물이 나타났다. 그건 다름 아닌, 침실 안에서 들리는 남자의 나른한 목소리였다."자기야, 안 오고 뭐 하는 거야?"박수혁의 목소리를 들은 성미려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녀가 이곳을 찾아온 목적이 불순하다 하더라도 남유주의 말대로 침실 안으로 뛰쳐들어가 박수혁과 남유주가 남긴 흔적들을 마주하게 되면, 가장 수치스러울 사람은 성미렸다. 남유주가 비웃고 있었지만 성미려는 이를 악물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박수혁이 한 오글거리는 멘트 때문에 남유주는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속이 안 좋아진 그녀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지만 성미려가 지켜보고 있었기에 어쩔 수 없이 장단에 맞췄다."미려 씨가 가려고 하지 않아서... 조금만 더 기다려요!"남유주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자, 성미려는 경고하는 눈빛으로 남유주를 바라보았다.박수혁의 차가운 목소리가 안에서 들려왔다."고용인이랑 경호원은 뭐해? 아무나 이 집에 들이라고 한 적 없는데."박수혁의 한 마디에 순간 공기가 차갑게 얼어붙었다. 성미려가 흔들리는 눈빛으로 서 있자 남유주는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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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66화 심장박동이 빨라지다
"나한테 불순한 마음을 품은 것은 알았지만, 경고하는데 이딴 수작을 부려가며 내 곁에 머물 생각하지 마요. 당신 같은 여자들한테 관심 없어요!"박수혁이 싸늘하게 말했다. 그는 자신의 마음에 생긴 이질감을 억누르기 위해 노력했고, 이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오랫동안 여자 없이 살아서 이러는 거야... 진정하자, 진정하자.'남유주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네, 제가 잘못했어요, 됐어요? 그냥 내가 귀신에게 홀렸다고 생각해요. 내가 남자를 못 만나본 거도 아니고 당신한테 수작을 왜 부려요!"그녀는 어이없다는 듯 박수혁을 흘겨보았다.'키스 한 번 한 거로 이렇게까지 유난을 떨 줄이야... 유부남과 키스한 것도 아닌데, 그게 뭐라도 이렇게 화내? 그냥 정신이 잠깐 나가서 한 짓인데!'박수혁은 눈을 치켜들더니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아, 그렇네요. 이형욱이랑 할 때 심장이 뛰었어요?"그의 말 한마디에 공기가 차갑게 얼어붙었고, 남유주의 기분은 완전히 무너졌다. 얼굴이 굳은 남유주는 천천히 몸을 돌려 박수혁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에는 담담함과 서운함이 서려 있었으며 마치 얼음 물을 그녀의 머리에 벗어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수치스럽고 고통스러운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또다시 공격을 받았다.이미 지나간 일이라고, 고통에서 벗어났다고 여겼으나 사실 영원히 벗어날 수 없었다. 사람들은 시시각각 그녀의 귀에 가장 지우고 싶은 상처를 속삭일 것이다.십여초 동안 말없이 박수혁을 바라보던 남유주는 고개를 돌려버렸고, 허리를 굽혀 슬리퍼를 주운 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박수혁은 그녀의 이런 태도가 낯설었다. 사실 그도 말을 내뱉은 순간, 이미 후회하기 시작했고 남유주가 길길이 날뛰며 반박할 줄 알았다.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남유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창밖의 햇살이 그녀를 감싸기 시작했다. 햇살이 그녀의 흐트러진 머길에 비쳤다. 공기에는 약간의 따듯함이 남아 있었다.하지만 이런 침묵은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자신과 이형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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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67화 모르는 사람
박수혁은 꼼짝도 하지 않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어려서부터 그는 한 번도 자존심을 굽혀가며 여자를 잡지 않았다. 더군다나 둘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었고, 아무도 서로의 마음을 내비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남유주에게 가까이 다가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자신의 어머니를 설득할 확신이 없었기에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박수혁은 조각상처럼 차갑게 굳어버렸다. 아래층에서 차에 시동을 거는 소리가 들려왔고, 아무래도 남유주를 태운 차가 출발하는 모양이다. 남유주의 말이라면 고용인들은 잘 따랐다. 입술을 깨문 박수혁의 눈빛이 점점 희미해졌다.남유주가 와인바에 도착하자 안에는 낮에 손님이 없었고, 와인바로 들어서자 역시나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다시 자신의 집으로 돌아온 것 같아 마음이 한결 편했다.위층으로 올라간 남유주는 필요 없는 물건들을 아래층으로 버렸다. 사실, 그녀는 박수혁이 한 말 때문에 화가 난 것이 아니었다. 다만, 지나간 날들이 떠올라 기분이 불쾌해진 것이다. 다시 들추어내고 싶지 않은 기억이 떠올라 아무렇지 않게 행동할 수 없었고 아무것도 듣지 못한 것처럼 행동하지 못했다.가슴속의 답답함을 견디기 어려웠던 그녀는 결국 돌아오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 박수혁과는 상관없는 일이었고, 그가 초래한 불쾌한 기억이 아니었다. 마음이 뒤숭숭했던 그녀는 혼자 거리를 걸어 다녔다. 그녀의 곁에는 친구도 가족도 없었다.어느새 중학교 입구에 다다랐고 그녀는 안에서 들리는 활기찬 소리에 시선을 돌렸다. 여리고 맑은 청춘들이 운동장에서 뛰어다니고 있었다. 순간, 옛 추억이 떠올랐던 그녀는 잠시 추억에 잠겼다. 그녀가 아주 어렸을 때, 할아버지가 그녀를 키워줬고 학교에서 있을 법한 그 흔한 싸움은 그녀에게 일어나지 않았다. 그만큼 할아버지는 그녀를 각별히 보호했다. 학교 안을 마음대로 들어갈 수 없었던 그녀는 결국 울타리에 다가가 안을 들여다보았다.산들바람이 그녀의 얼굴로 불었고 서늘한 기온이 그녀를 감쌌다. 왠지 모르게 마음이 좋아진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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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68화 여자친구만 보여줄 거야
직업이 특수했던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은 하나같이 꼿꼿한 자태였다.일부 남학생들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소방차를 만지며 구경했고, 여학생들은 소방대원들을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주희철의 뒤를 따라오던 남유주를 발견한 동료들은 의미심장한 눈빛을 서로 주고받더니 그녀에게 반갑게 인사했다. 그중 가장 어린 막내 대원이 미소를 슬그머니 짓더니 참지 못하고 물었다."형, 이분 혹시 지난번에 형이 몇 번이나 소방 물품 구비해 두기 위해 찾아갔던 그 와인바 사장님 아니에요?"다른 사람들도 귀를 쫑긋 세우고 둘의 대화에 집중했다. 남유주는 깜짝 놀랐고, 이렇게 많은 사람이 알고 있을 줄 몰랐다. 주희철은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그래, 얼마나 다행이던지, 안 그랬으면 내 좋은 의도가 너 때문에 더럽혀질 뻔했잖아."다른 사람들도 가볍게 웃었다. 남유주는 그들에게 인사를 건넸다."반가워요, 다음에 오면 50% 할인... 해 드릴게요."그녀는 눈앞에 있는 아이들이 신경 쓰였고 그래서 낮은 소리가 속삭였다.주희철은 옆에서 말했다."둘러볼래? 여기서 2시간은 더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나갈 때 같이 나가자."남유주는 2시간이나 여기에 있어야 할 줄 몰랐다.웃음기가 사라진 남유주는 멍한 얼굴로 주희철을 쳐다보았다. 주희철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고개를 숙여 그녀에게 설명했다."수업이 이것만 있는 게 아니라. 다음 수업도 있거든. 나가고 싶으면 다시 담벼락을 타고 내려가도 되긴 하는데, 아무래도 보는 눈이 있을 수도 있고... 그러면 진짜 경찰서에서 만날지도 몰라. 어떻게 할래?"주희철의 말을 들은 남유주는 떠나고 싶은 생각이 사라졌다.그녀는 경찰서에 가 소란을 피우고 싶지 않았다. 경찰서에 가는 경험은 두 번으로 충분했다. 입술을 살짝 깨문 남유주가 무심하게 말했다."2시간이지? 나갈 생각 없어, 여기 있으니까 7, 8살로 돌아간 것처럼 기분이 좋은데?"주희철도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마음을 눈치챈 것 같았으나 일부러 모른 척했다."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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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69화 여신처럼 섬길게
순간 시간이 멈춘 것 같았던 남유주는 정신을 차렸고, 두 사람은 아주 가까이 있었다.남유주는 서둘러 발끝을 뒤로 밀어 그네를 뒤로 뺐다. 그러나 주희철은 그네의 끈을 다시 앞으로 잡아당겼다. 새까만 눈으로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녀가 답하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선배?"남유주는 헛기침하며 시선을 돌렸다. 먼 곳을 바라보며 요동치는 심장을 진정시켰다. 입술을 오므린 남유주의 눈빛이 잠잠해졌다."내가 전에 네 고백을 거절했다고 기분 나빠하지 마, 내가 어떤 상황인지 너도 잘 알잖아."주희철은 소방관이었지만 평범한 소방관은 아니었다.박수혁과 함께 간 술자리에서 그가 사람들 속에서 편안함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여유로움과 언제든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갈 생각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조건이 맞는 사람들끼리 연애하는 게 옳다고 여겼다.그녀는 단순히 가벼운 마음으로 만나다가 헤어지는 연애를 하고 싶지 않았다. 이렇게 좋은 조건의 남자가 호감을 표시하는 지금 그녀는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마음은 진정되었지만, 불공평한 기분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실패한 결혼 생활에서 벗어난 지 얼마 안 된 지금 또다시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질 수 없었다.하지만 박수혁은 시도 때도 없이 그녀의 삶에 불쑥 나타났다. 그날, 그들이 불쾌하게 헤어진 것 때문에 남유주도 가슴이 답답했다. 그녀는 평생 그와 인연이 없을 거라고 여겼다.주희철의 담백한 목소리가 그녀의 사색을 깨트렸다."기분 나빠하지 말라고? 어느 정도 기분이 나빴던 것은 맞지만, 이렇게 예쁜 선배와 나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선배에 대한 모독이야. 선배는 젊은 나이에 돈도 많잖아, 소방관인 나보다 백배는 훌륭해. 물론 여러 조건으로 볼 때, 내가 선배보다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난 신체도 튼튼하다고! 그러니까 내 마음을 받아줘, 선배를 나만의 여신으로 모시고 살게, 진심이야."예상치 못한 주희철의 말에 남유주는 어리둥절했다.'여신으로 모시고 살겠다고?'사랑받는 기분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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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70화 침실에서 기다려
주희철은 정말 보기 드문 좋은 남자였다. 남유주는 그의 마음을 진지하게 고민해 볼 참이었다.주희철의 동료는 둘의 시간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주희철을 아주 빨리 다시 그녀의 곁으로 돌려보내 주었다. 주희철도 더는 여자친구에 관한 얘기를 언급하지 않았고 덕분에 둘 사이는 꽤 편안해졌다.주희철은 아주 활발한 성격이었기에 이런 그와 얘기하면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 게다가 가끔 툭툭 던지는 멘트들은 남유주에게 웃음을 주었다. "이틀 전에 외근을 나갔는데, 어떤 할아버지 집에 불이 난 거야. 아들이 집에 있다고 해서 급히 구하러 들어갔는데, 몇 번이나 찾아도 사람 형체가 안 보이는 거 있지? 불을 다 끄고 나서도 여전히 아들은 없었어. 근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할아버지가 말한 아들은 사람이 아니라 고양이 한 마리였던 거야. 불이 나자마자 고양이는 놀라서 도망을 갔고, 덕분에 무사하긴 했지만, 할아버지가 배신감에 빗자루를 흔들었지..."사소한 일상 얘기였지만 주희철이 얘기하면 더욱 재미있었다. 귀찮거나 싫을 법한 상황에서도 주희철은 항상 일상의 소중함이라고 여기고 있었다.새로운 수업이 시작되었고 젊은 여 담임선생님이 나왔다. 그녀의 시선은 때때로 주희철에게 향해 있었고, 그의 옆에 있는 남유주에게도 향했다. 결국 여선생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주변에 있던 다른 소방관에게 물었고, 다른 소방관은 여선생의 마음을 못 알아채고 웃으며 설명했다. "저분, 우리 팀장님의 여자친구세요. 잘 어울리죠?"여선생은 충격을 받은 듯한 얼굴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보기에도 두 사람은 잘 어울렸다. 두 시간이 지났고 남유주는 마침내 그곳을 벗어날 수 있었다.주희철이 운전석에 앉았고 남유주가 조수석에 앉았다. 동료 소방관들은 두 사람을 위해 특별히 앞자리를 내줬고 남유주도 어쩔 수 없이 앞에 앉았다.주희철은 먼저 소방관 동료들을 소방서로 데려다준 뒤 그녀의 와인바로 향했다. 초저녁이 되어서야 남유주는 다시 와인바로 돌아올 수 있었다. 도착하자마자 주희철의 휴대폰이 울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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