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시간이 멈춘 것 같았던 남유주는 정신을 차렸고, 두 사람은 아주 가까이 있었다.남유주는 서둘러 발끝을 뒤로 밀어 그네를 뒤로 뺐다. 그러나 주희철은 그네의 끈을 다시 앞으로 잡아당겼다. 새까만 눈으로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녀가 답하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선배?"남유주는 헛기침하며 시선을 돌렸다. 먼 곳을 바라보며 요동치는 심장을 진정시켰다. 입술을 오므린 남유주의 눈빛이 잠잠해졌다."내가 전에 네 고백을 거절했다고 기분 나빠하지 마, 내가 어떤 상황인지 너도 잘 알잖아."주희철은 소방관이었지만 평범한 소방관은 아니었다.박수혁과 함께 간 술자리에서 그가 사람들 속에서 편안함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여유로움과 언제든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갈 생각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조건이 맞는 사람들끼리 연애하는 게 옳다고 여겼다.그녀는 단순히 가벼운 마음으로 만나다가 헤어지는 연애를 하고 싶지 않았다. 이렇게 좋은 조건의 남자가 호감을 표시하는 지금 그녀는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마음은 진정되었지만, 불공평한 기분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실패한 결혼 생활에서 벗어난 지 얼마 안 된 지금 또다시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질 수 없었다.하지만 박수혁은 시도 때도 없이 그녀의 삶에 불쑥 나타났다. 그날, 그들이 불쾌하게 헤어진 것 때문에 남유주도 가슴이 답답했다. 그녀는 평생 그와 인연이 없을 거라고 여겼다.주희철의 담백한 목소리가 그녀의 사색을 깨트렸다."기분 나빠하지 말라고? 어느 정도 기분이 나빴던 것은 맞지만, 이렇게 예쁜 선배와 나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선배에 대한 모독이야. 선배는 젊은 나이에 돈도 많잖아, 소방관인 나보다 백배는 훌륭해. 물론 여러 조건으로 볼 때, 내가 선배보다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난 신체도 튼튼하다고! 그러니까 내 마음을 받아줘, 선배를 나만의 여신으로 모시고 살게, 진심이야."예상치 못한 주희철의 말에 남유주는 어리둥절했다.'여신으로 모시고 살겠다고?'사랑받는 기분은 나
주희철은 정말 보기 드문 좋은 남자였다. 남유주는 그의 마음을 진지하게 고민해 볼 참이었다.주희철의 동료는 둘의 시간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주희철을 아주 빨리 다시 그녀의 곁으로 돌려보내 주었다. 주희철도 더는 여자친구에 관한 얘기를 언급하지 않았고 덕분에 둘 사이는 꽤 편안해졌다.주희철은 아주 활발한 성격이었기에 이런 그와 얘기하면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 게다가 가끔 툭툭 던지는 멘트들은 남유주에게 웃음을 주었다. "이틀 전에 외근을 나갔는데, 어떤 할아버지 집에 불이 난 거야. 아들이 집에 있다고 해서 급히 구하러 들어갔는데, 몇 번이나 찾아도 사람 형체가 안 보이는 거 있지? 불을 다 끄고 나서도 여전히 아들은 없었어. 근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할아버지가 말한 아들은 사람이 아니라 고양이 한 마리였던 거야. 불이 나자마자 고양이는 놀라서 도망을 갔고, 덕분에 무사하긴 했지만, 할아버지가 배신감에 빗자루를 흔들었지..."사소한 일상 얘기였지만 주희철이 얘기하면 더욱 재미있었다. 귀찮거나 싫을 법한 상황에서도 주희철은 항상 일상의 소중함이라고 여기고 있었다.새로운 수업이 시작되었고 젊은 여 담임선생님이 나왔다. 그녀의 시선은 때때로 주희철에게 향해 있었고, 그의 옆에 있는 남유주에게도 향했다. 결국 여선생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주변에 있던 다른 소방관에게 물었고, 다른 소방관은 여선생의 마음을 못 알아채고 웃으며 설명했다. "저분, 우리 팀장님의 여자친구세요. 잘 어울리죠?"여선생은 충격을 받은 듯한 얼굴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보기에도 두 사람은 잘 어울렸다. 두 시간이 지났고 남유주는 마침내 그곳을 벗어날 수 있었다.주희철이 운전석에 앉았고 남유주가 조수석에 앉았다. 동료 소방관들은 두 사람을 위해 특별히 앞자리를 내줬고 남유주도 어쩔 수 없이 앞에 앉았다.주희철은 먼저 소방관 동료들을 소방서로 데려다준 뒤 그녀의 와인바로 향했다. 초저녁이 되어서야 남유주는 다시 와인바로 돌아올 수 있었다. 도착하자마자 주희철의 휴대폰이 울렸
그곳에 서있던 남유주는 박수혁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지만 자신이 위축되어서는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녀는 잠시 감정을 추스른 후 고개를 들고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다.그 자리에 꼼짝 않고 서 있는 남자를 보며 그녀는 마침내 입을 열었다.“누가 이렇게 무례하게 남의 사적인 공간을 함부로 드나들고 있나 했더니, 박 대표님이셨네요. 별로 놀랍지도 않네요. 이런 일을 할 만한 사람, 그쪽 말고는 없을 테니까.”그녀의 은은하게 느껴지는 분노에도 박수혁은 흥분하여 욕을 퍼붓지 않았다.오히려 평소와는 다른 태도로, 그의 눈빛이 더욱 싸늘해졌다.“누가 데려다준 거죠?”그 역시 방금 위층에서 모든 걸 지켜보고 있었지만, 그녀가 직접 말하는 걸 듣고 싶었다.그는 주희철에 관한 모든 걸 샅샅이 조사했고, 그의 차도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그는 원래 제대로 사과하고 화해하기 위해 이 자리에 온 것이다.근데 방금 같은 상황에 놓이니, 자신도 모르게 화가 치밀어 올랐다.이 여자, 정말 가지가지 하네!그의 평온한 태도에 남유주는 당황했다.그녀는 눈살을 찌푸린 채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 태연한 척 벽에 기대었다.“박 대표님, 오지랖이 너무 심하신 거 아닌가요? 저를 누가 데려다주었든 그쪽이랑 무슨 상관이죠? 반대로 박 대표님은 여기 왜 오신 거죠? 그리고 내가 내 방에 들어오는 걸 허락한 적이 있나요?”저녁 노을이 눈부셨다.마치 노을이 박수혁을 위해 타오르는 것 같았고, 그의 온몸이 빛에 감싸졌다. 그의 모습은 흐릿해졌고, 마치 카메라 특수효과를 준 것 같았다.잠시 후.박수혁이 마침내 돌아서며 싸늘한 눈빛에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는 그쪽도 내 침대에서 자고, 내 침실에 마음대로 드나들었지 않습니까. 게다가 본인이 먼저 나에게 키스까지 했어요. 그래서 난 당연히 우리 사이가 이미 일반적인 친구 사이는 아니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그쪽 침실에 들어온 건데, 뭐가 잘못되었죠?”당연하다는 듯한 그의 모습에 남유주는 순간 움찔했다다.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미안해요.”박수혁은 낮은 목소리로 말을 내뱉었다.오랫동안 시간을 끌던 사과 한마디가 생각보다 어려운 것 같지는 않았다.이 네 글자 면 해결할 수 있는 일인데, 그는 왜 일을 더 엉망으로 만든 걸까.그녀의 괴로워하는 모습, 사과하는 모습, 싸늘한 모습을 보고도 그는 별로 괴로워하지 않았다.단지 자신이 일을 그르쳤다는 것 만을 느꼈다.그것도 아주 엉망으로.남유주는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고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박수혁의 잘생긴 얼굴이 눈에 들어왔고, 아름다운 빛이 그를 감싸고 있었다. 그가 잠시 침묵하다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사과드리러 온 거예요. 제가 방금 한 말은 실수였습니다. 마음에 담아두지 마세요. 우린 친구고, 그쪽 과거를 무시하려는 뜻은 없었습니다. 과거로부터 벗어나려는 당신의 모습, 용감하고 존경스러워요. 비난받을 이유가 전혀 없어요. 앞으로 다시는 언급하지 않을 게요.”남유주는 고개를 들고 그와 마주 보았다.그녀의 분노가 그렇게 쉽게 풀리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아까처럼 그렇게 화가 나지는 않았다.이 사람도 제법 사람처럼 말할 줄 아네, 생각보다 말을 잘 하잖아?그럼 방금 했던 헛소리들은 그녀의 속셈을 떠보려고 했던 말들인 건가?흠…남유주는 말을 하지 않은 채 그를 계속 바라보았다.잠시 침묵이 흘렀다.박수혁은 심호흡을 하고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았다.“아직도 화나 있어요? 내가 선물을 가져왔는데.”남유주가 싸늘하게 웃었다. 그녀가 선물 하나에 넘어가는 그런 쉬운 여자일 리가 있나?참 가소로웠다.박수혁은 주머니에서 수표 한 장을 꺼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남유주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위에 적힌 숫자를 보았다.그녀의 굳어있던 표정이 순식간에 풀렸다. 그녀의 눈썹은 저절로 올라갔고, 놀란 두 눈은 반짝였다.“20억!”수표를 받은 후 그녀의 입꼬리는 자신도 모르게 올라갔다. “진심이에요?”박수혁은 그녀의 표정이 순식간에 바뀐 것을 보고 내심 마음이 놓였다.“마땅히 드려야 하는 거예요.
이한석이 또 문자를 보내왔다.“어느 촌뜨기가 우리 유주 씨에게 이런 휴지 쪼가리를 보냈대요? 나중에도 언제든지 물어보세요, 무료로 답변해 드릴게요!”남유주가 잠시 멈칫하더니 답장했다.“고마워요, 하지만 모르고 계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이한석:“...”그는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다.설마...박 대표?두 사람의 대화도 뚝 끊겼다.남유주는 심호흡을 하며 자신의 생에서 가장 즐거웠던 일을 떠올린 후 에야 마음속의 화를 가라앉힐 수 있었다.그렇지 않으면 정말 화병에 걸려 죽을 것 같았다.그녀가 진정한 후 아래층으로 내려가려고 할 때, 박수혁으로부터 메시지 한 통이 왔다.“방금 그 수표, 서명하는 걸 잊었네요. 내일 한 번 와요, 내가 서명해 줄 테니까.”남유주는 후회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것이 또 다른 함정이라고 생각했다.개 같은 놈, 내가 바보로 보이냐?그녀는 바로 답장했다.“꺼져요, 이럴 줄 알았으니까!”그녀는 쓰레기통 속의 수표 조각들을 찍어 박수혁에게 보냈다.흥.고작 20억 가지고 나를 모욕하다니, 사람을 만만하게 보나?사람 놀려 먹는 것도 유분수지!그녀는 결백하고 공정한 자신이 박수혁 그 더러운 소인배보다 1800배는 낫다고 느꼈다!박수혁:“...”그는 그녀에게 물음표를 보내려 했으나 자신이 차단됐다는 걸 발견했다....밤이 점점 어두워졌다.밑에서는 음악이 점차 시끄럽게 울리기 시작했다.밤 생활이 다시 시작된 것이다.박수혁은 지난번 소은정을 만나러 왔을 때 남유주가 그의 속마음을 까발린 뒤로는 다시는 오지 않았다.듣자니 또 어느 이름 모를 섬으로 모험을 떠났다고 했다.남유주는 마음 놓고 무대 위에 올라 연달아 여러 곡을 부르며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즐기고 있었다.하지만 이때 sns에 빠진 일부 사람이 남유주가 노래하는 모습을 촬영하여 인터넷에 업로드했고, 반응이 꽤 괜찮다.매력적이고 우아한 자태의 와인바 사장은 무척이나 유혹적이었다.며칠 지나지 않아 와인바는 나날이 번창하여 이전보다 손님이 몇 배나
이런 까닭에 김하늘이 최선을 다해 남유주를 섭외했던 것이다.그녀의 안목은 예리했다.불과 10초도 안 되는 짤막한 분량으로 순식간에 인터넷에서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언니 너무 예뻐요, 누군지 알고 싶어!”“얼마 전 와인바에서 노래 불렀던 그 마담 아냐?”“헐, 몸매 끝내주는데!”“정말 연예인들 압살하는 외모다. 나 오늘부터 팬 됨!”......남유주가 와인바에서 한 손에는 담배를, 한 손에는 휴대폰을 들고 댓글을 찾아보고 있었다.혀를 끌끌 차며 약간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다들 안목이 대단하네, 나를 이렇게까지 좋아하다니!”한수근:“...”팬들이 이 광경을 본다면 아마 탈덕을 할 수준이었다. 끼어들기 좋아하는 웨이터가 다가와 물었다.“그럼 사장님, 이 장면 뒤에는 어떻게 되나요? 스포해 주시면 안 돼요?”남유주가 웃음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옷을 벗어요...”다들 경악했다. 들어서는 안될 말을 들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곧 손님들이 들이닥칠 테니 얼른 가서 준비들 해요...”그녀가 뒤를 돌았고, 어느새 후배인 주희철이 나른하게 벽에 기대어 있었다. 그는 온화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고, 얼굴에는 웃음기를 머금고 있었다.그녀도 웃음이 터졌다.“야, 후배, 왔으면서 왜 말을 안 해?”“며칠 전부터 다른 곳으로 강습 나가다 보니 올 시간이 없었어. 선배가 나를 잊어버릴까 봐 돌아오자마자 바로 여기로 왔지.”주희철은 건장하고 잘생긴 얼굴로 세상 물정 모르는 듯한 웃음을 보였다.그의 가벼운 웃음만으로 상대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그가 옆에 있는 상자를 옮기며 웃었다.“현지 특산품이라서 그런지 다들 사 가더라고. 나도 궁금해서 하나 사봤는데, 왠지 선배가 좋아할 거 같아서 가져왔어. 마음에 안 들면 선배가 싫어하는 사람한테 선물해도 돼.”그가 이렇게 말하자 원래 거절하려고 했던 남유주는 거절할 이유가 없어졌다.그녀는 웃으며 자연스럽게 선물을 받았다. 누군가가 자신을
얼마 지나지 않아 두 부녀가 기다리던 사람이 도착했다.그러나 늦게 도착한 것에 대해 조금의 미안함도 느끼지 않는 것 같다.그뿐만 아니라 뒤로 어린애가 따라왔고, 어린애는 여기저기 둘러보다 시선이 남유주가 있는 곳에서 멈추었다.어린애는 신나서 다가가려고 하다가 자신이 박수혁과 같이 온 것을 떠올리고 잠시 머뭇거렸다.어린애가 그쪽을 쳐다보고 있으니, 박수혁도 자연스럽게 시선을 돌렸다.그는 한 손으로 소매를 걷어 올렸다. 그의 부드러운 움직임은 싸늘한 분위기를 풍겼고 시선은 남유주와 주희철이 있는 곳을 주시했으며 눈에서 한기가 나올 것처럼 차가웠다.그러나 상대방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남유주와 주희철은 즐겁게 식사하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종종 작은 목소리로 주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둘의 대화는 티키타카가 잘 맞아 대화를 할수록 어색함이 사라졌다.마치 사랑에 빠진 커플처럼 보였다.그러나 박수혁의 눈에는 그야말로 눈에 거슬리는 장면이었다.흠, 어쩐지 지난번에 자기한테 대시를 해도 좋다고 말했을 때 전혀 동요하지 않더라니.차단하고 연락도 안 하더니 벌써 다른 남자를 찾았나 보네?그래, 참 대단하다!박수혁은 그들을 째려보며 자신의 분노를 꾹 참아냈다.그는 옆에 있던 박시준을 툭 치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가고 싶으면 가, 만나면 인사하고. 예의 없이 굴지 말라고 했다. 난 가서 얘기 좀 하고 올 게. 끝나면 데리러 올 거야.”박시준은 머뭇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기쁘기도 하고 약간 불안하기도 하다.가고는 싶은데 자기가 가면 이모한테 폐를 끼치는 것 같았다!하지만 박수혁은 많은 생각을 하지 않고 곧장 부녀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그가 걸어오는 것을 보자 두 사람은 벌떡 일어나 그를 맞이했다.모든 동작이 많이 조심스러워 보였다.성근석의 눈빛에는 약간의 탐색과 경계심이 보였다.“미려가 경찰서에서 나온 뒤로 아직까지 박 대표님께 감사 인사를 못 드렸네요. 이 일을 교훈으로 아이도 자신의 잘못을 뉘우쳤으니, 박 대표님께서
그들은 절대 원하는 프로젝트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결국 술잔은 세 바퀴를 돌았고 박수혁은 저도 모르게 선심을 쓰며 크게 웃었다.그는 맞은편에서 초조하게 속을 태우는 성근석을 향해 싸늘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전에 협력에서 이미 아웃된 이상 다시 들어올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정말 원하신다면 눈앞에 또 다른 기회가 있긴 합니다만. 인근 도시에 프로젝트가 하나 더 있긴 한데, 비록 기초는 다 다져놓았지만 불쾌한 일이 생겨 흥미를 잃었으니 원하신다면 가져가셔도 좋습니다.”성근석은 멈칫했다. 계속 술만 가득 마셨더니 얼굴이 온통 빨갛게 달아올랐다.하지만 한 모금씩 홀짝이며 술을 마시던 박수혁은 많이 마시지 않았기에 취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성미려는 옆에서 안쓰러운 표정으로 자신의 아버지를 바라보기만 할 뿐, 감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게다가 그녀도 많이 마셨던지라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녀는 그저 자기의 입만 잘 관리하기로 했다.성근석의 동공이 흔들렸다.“그게 정말인가?”성근석의 얼굴에는 기쁨이 역력했다.비록 인근 도시의 프로젝트는 원래 했던 프로젝트와 비교조차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안정적으로 큰돈이 들어올 프로젝트이고, 또 박수혁이 초기 작업을 끝마쳤으니 넘겨받기만 하면 순리롭게 진행될 것이다. 하지만......기공하는 날, 박수혁에게 난 사고는 성미려가 지시하여 발생한 일이다.만약 그가 알게 된다면, 성안 그룹은 반드시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이미 정신없이 뒷일을 수습하고 있는데, 혹시라도 박수혁이 그들을 떠보는 것이 아닌지 알 수 없다.성근석은 잠시 고민했지만, 표정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그저 놀람과 기쁨뿐이었고, 오히려 성미려가 깜짝 놀라 멍해졌다.그녀는 박수혁과 자신의 아버지를 번갈아 보면서 목구멍까지 나온 말을 꾹꾹 눌러 삼켰다.하지만 성근석은 박수혁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바로 승낙했다.“그렇다면 너무 좋은 일이지. 박 대표, 고맙네.”인근 도시의 프로젝트는 적어도 성안 그룹의 급한 불을 꺼줄 수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