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절대 원하는 프로젝트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결국 술잔은 세 바퀴를 돌았고 박수혁은 저도 모르게 선심을 쓰며 크게 웃었다.그는 맞은편에서 초조하게 속을 태우는 성근석을 향해 싸늘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전에 협력에서 이미 아웃된 이상 다시 들어올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정말 원하신다면 눈앞에 또 다른 기회가 있긴 합니다만. 인근 도시에 프로젝트가 하나 더 있긴 한데, 비록 기초는 다 다져놓았지만 불쾌한 일이 생겨 흥미를 잃었으니 원하신다면 가져가셔도 좋습니다.”성근석은 멈칫했다. 계속 술만 가득 마셨더니 얼굴이 온통 빨갛게 달아올랐다.하지만 한 모금씩 홀짝이며 술을 마시던 박수혁은 많이 마시지 않았기에 취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성미려는 옆에서 안쓰러운 표정으로 자신의 아버지를 바라보기만 할 뿐, 감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게다가 그녀도 많이 마셨던지라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녀는 그저 자기의 입만 잘 관리하기로 했다.성근석의 동공이 흔들렸다.“그게 정말인가?”성근석의 얼굴에는 기쁨이 역력했다.비록 인근 도시의 프로젝트는 원래 했던 프로젝트와 비교조차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안정적으로 큰돈이 들어올 프로젝트이고, 또 박수혁이 초기 작업을 끝마쳤으니 넘겨받기만 하면 순리롭게 진행될 것이다. 하지만......기공하는 날, 박수혁에게 난 사고는 성미려가 지시하여 발생한 일이다.만약 그가 알게 된다면, 성안 그룹은 반드시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이미 정신없이 뒷일을 수습하고 있는데, 혹시라도 박수혁이 그들을 떠보는 것이 아닌지 알 수 없다.성근석은 잠시 고민했지만, 표정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그저 놀람과 기쁨뿐이었고, 오히려 성미려가 깜짝 놀라 멍해졌다.그녀는 박수혁과 자신의 아버지를 번갈아 보면서 목구멍까지 나온 말을 꾹꾹 눌러 삼켰다.하지만 성근석은 박수혁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바로 승낙했다.“그렇다면 너무 좋은 일이지. 박 대표, 고맙네.”인근 도시의 프로젝트는 적어도 성안 그룹의 급한 불을 꺼줄 수 있
박수혁은 의미심장한 웃음을 짓더니 순식간에 웃음을 거두었다.그 모습에 성미려는 순간 멍해졌고, 불안감이 엄습했다.성근석은 이마를 문지르더니 어금니를 꽉 깨물고 입을 열었다.“좋아, 이왕이면 바로 은행에 연락하고 직원들에게도 준비하라고 해야겠어. 내일 아침 사람을 보내 인수인계하도록 하지.”박수혁은 고개를 끄덕이고 시간을 확인했다.“그렇다면 돌아가서 각자 준비합시다.”박수혁은 이미 자리에서 일어섰다.성근석과 성미려는 굳이 박수혁을 잡아 두지 않았다.술자리가 끝나고 박수혁이 나갔을 때, 뒤쪽에 있던 사람들은 이미 사라졌다.그 테이블의 사람들은 진작에 다 흩어졌다.박수혁의 쌀쌀한 시선은 점점 더 무거워지더니 결국 산만하게 뒷문으로 향했다.차 안.박시준은 얌전하게 차에서 박수혁이 내준 숙제를 하고 있었다.박수혁은 서둘러 차에 타지 않았고, 한참 동안 박시준을 쳐다보더니 멈칫했다.“끝났어? 다들 어디 갔어?”박시준은 입술을 오므렸고, 사실대로 말하기 싫었지만 박수혁의 차가운 눈빛에 감히 거짓말을 할 수 없었다.“아줌마랑 아저씨는 영화 보러 갔어요.”“영화?”박시준의 눈빛은 순간 싸늘해졌다.그는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었다.‘하, 진짜 데이트를 시작했다고? 식사에 영화까지? 이 여자 정말 다음 남자 찾은 거야?’어쩐지 며칠 동안 미지근하고 20억도 전혀 신경 쓰지 않더라니.박수혁은 저도 몰래 화가 났다.밤이 깊어지자 가로등은 박수혁의 그림자를 더 길게 끌어당겼다.그는 마치 어둠과 하나가 된 듯 그곳에 서 있었다.외롭고, 춥고, 쓸쓸했다. 기사는 차에서 기다렸고, 박수혁이 아무 말도 없자 감히 재촉하지 못했다.박시준도 박수혁의 기분이 좋지 않음을 눈치채고 조마조마한 표정으로 얼굴을 든 채 박수혁에게 물었다.“아빠, 안 타요?”박수혁은 차가운 눈빛으로 입을 오므렸다.한참 뒤,그는 무겁게 입을 열었다.“데이트야?”박시준은 데이트의 뜻을 잘 몰랐지만, 전새봄이 엄마 아빠가 매일 데이트한다고 했던 말이 떠올라 이내 이해가 되
박시준은 입술을 깨물며 어쩔 줄 몰라 했고, 박수혁은 참을 수 없는 말투로 입을 열었다.“주희철 그 아저씨, 좋은 사람 아니야. 넌 유주 아줌마가 쓰레기 같은 남자와 함께 있었으면 좋겠어?그 아저씨는 겉과 속이 달라. 왜 유주 아줌마 와인바가 영업정지 당했는지 알기나 해?그 아저씨가 꾸민 짓이야!”박수혁의 말에 박시준은 두 눈이 휘둥그레져서 말을 할 수 없었다.박수혁은 박시준을 향해 진지하게 말했다.“그래도 두 사람이 어울린다고 생각해? 넌 유주 아줌마가 덫에 걸려 돈과 마음을 다 빼앗기고 예전처럼 괴롭힘당하면서 살았으면 좋겠어?”순간 박시준의 얼굴은 하얗게 질리더니 눈시울도 붉어졌다.그 모습에 박수혁은 눈을 내리깔더니 몸을 낮추고 박시준과 눈높이를 맞추었다.박수혁은 무거운 말투로 박시준에게 말했다. “그래서 유주 아줌마가 새엄마가 되면 적어도 우리가 지켜줄 수 있잖아. 그렇지?아빠도 유주 아줌마 많이 도와줬으니까 당연히 괴롭히지 않을 거고, 너도 유주 아줌마 좋아하잖아. 그러니까 그 두 사람은 안 돼.”박수혁은 덤덤한 말투로 박시준을 세뇌했고, 박시준은 멈칫하더니 고개를 푹 숙였다.아마도 박수혁의 말이 과연 일리가 있는지 따져보는 중일 것이다. 한참 뒤, 박시준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아빠, 내가 아줌마 어디 갔는지 알고 있어요. 우리도 가요!”박수혁의 차갑던 표정은 그제야 사르르 녹아내렸고, 그는 미소를 지으며 박시준의 곱슬머리를 쓰다듬었다.“착하네.”갑작스러운 칭찬에 박시준은 깜짝 놀랐다.하지만 박시준은 박수혁의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만약 주희철 아저씨가 나쁜 사람이라면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어. 그럴 거면 차라리 우리 아빠와 먼저 결혼하고 내가 어른이 되면 아줌마한테 돈을 많이 많이 줄 거야. 다른 사람은 믿을 수 없어. 하지만 난 아줌마를 지켜줄 수 있어.’두 사람은 검은색 벤틀리를 타고 어둠 속을 달려 곧 중심 광장의 프라이빗 영화관에 도착했다.주희철은 비록 직업이 평범하지만, 부자들의 취
세 사람은 함께 밖으로 나갔다.박시준은 무언가를 찾는 것처럼 여기저기 두리번거렸다.남유주가 뭘 찾냐고 물어보자 아이는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아빠가 어디 숨었나 살피고 있었어요. 갑자기 짠하고 나타날 수도 있잖아요?”남유주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꿈 깨. 네 아빠는 너를 집으로 들인 것만으로 큰 은혜를 베풀었다고 생각할 사람이야. 널 데리러 온다고? 그럴 일은 없을걸!”박시준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아이는 죄책감이 들었다. 박수혁을 차갑고 인간미 없는 사람으로 만든 게 자신인 것 같았다.물론 그건 다 남유주를 위한 일이었다.아이는 그녀가 책임감도 없는 남자를 만나 연애하기 보다 자신의 계모가 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다.박수혁이 성격은 좀 포악하지만 적어도 물질적으로 그들을 풍족하게 해줄 능력이 있었다.그리고 자신에게는 완벽한 새엄마가 생기는 거고.완벽한 방안이었다!박시준은 그런 생각을 하며 걸음을 재촉했다.주희철은 그들을 가게 앞에 내려주었다.가게 안은 손님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남유주는 주희철에게 잠깐 앉았다 가라고 하고 싶었지만 박시준이 꾸벅꾸벅 졸고 있었기에 생각을 포기했다.주희철은 그들이 안으로 들어간 것을 확인한 뒤에야 차에 시동을 걸었다.구석진 곳에 검은색 벤틀리가 이쪽을 보고 주차되어 있었으나 아무도 그쪽을 주의 깊게 보지 못했다.남유주는 한수근에게 인사를 건넨 뒤, 박시준을 데리고 위층으로 올라갔다.위층에는 침실이 하나뿐이라 아이를 어디 재워야 할지가 문제였다.물론 아래층 VIP룸도 선택지가 될 수는 있었지만 침실처럼 편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이를 그런 곳에 재울 수는 없었다.고민하던 남유주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침실 두 개로 만들걸, 조금 후회가 됐다. 눈치를 보고 있던 박시준이 말했다.“이모, 사실 저 하나도 안 졸려요. 이따가 손님들 가면 아래층으로 가서 잘게요. 아빠는 여자 침실에서 함부로 자지 말라고 가르쳤어요. 그러니 이모 방도 안 돼요. 저는 남자니까 여자
그래서 남유주는 대화의 포인트를 그가 허락도 없이 들어왔다는 것에 두었다.정말 짜증이 치밀었다.그녀는 긴 한숨을 내쉬고는 옷매무시만 다시 정리하고 밖으로 나갔다.박수혁은 벽에 등을 기댄 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어두운 조명 아래에서도 그의 외모는 빛을 발했다.소리를 들은 그가 고개를 돌렸다. 그는 입던 옷을 그대로 입고 나온 그녀를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하지만 왜 옷도 안 갈아입고 나왔냐고 물어보지는 않았다. 그랬다가는 또 육두문자가 날아올 것이 불 보듯 뻔했다.그는 약간 어색한 표정으로 그녀의 시선을 피했다.남유주는 말없이 그를 지나쳐서 아래층으로 갔다.그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우리 얘기 좀 해요.”남유주는 움찔하며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의아한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다.“시준이 데리러 온 거 아니었어요? 시준이 아래층에 있어요. 애 데리고 빨리 나가요.”그녀는 그와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았다.피하는 게 상책이었다.제대로 된 안목을 가진 사람이라면 박수혁과 주희철 중에 주희철을 선택할 것이다.적어도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그다지 남자로서 호감이 가지는 않지만 사랑 받는 느낌은 괜찮았다.그가 말이 없자 그녀는 홀연히 그를 지나쳤다.박수혁은 이한석이 보내줬던 인터넷 영상을 떠올렸다. 그때 이한석이 남유주가 연기에 재능 있다고 칭찬했던 게 생각났다.그때는 피식 웃으며 가당치도 않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이한석의 말이 맞는 것 같았다.영상 속 여자는 단아하면서도 섹시했고 물처럼 고요한 매력을 풍기는 여자였다.그는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리고 숨이 가빠져서 다급히 그녀의 등 뒤에 대고 말했다.“나 다 봤어요.”뒤돌아선 남유주가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박수혁은 흔들림 없는 눈동자로 그녀를 응시하며 말했다.“앉아서 얘기 좀 해요.”그는 남유주와의 관계에서 자신이 우위에 있다고 굳게 믿었다.그리고 목적을 위해서라면 어떤 방법도 동원할 수 있었다.남유주는 긴 한숨을 내쉬고는 짜증스럽게 다가왔다.그녀는
남유주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갑자기 의아해졌다.“어떻게 알았지?”하지만 이내 그녀는 답을 알 수 있었다. 박시준도 그 장소에 갔었고 그들은 그저 마주치지 못했을 뿐이었다.즉 남유주를 보았지만 인사를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박수혁의 시선은 그녀를 감쌌고, 부드럽게 웃었다.“유주 씨는 정말 이용하고 가차 없이 버리네요.”박수혁의 말에 그녀는 어쩔 줄 몰랐다.억울하다고 펄쩍 뛰고 싶었다.“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아요. 우린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박수혁은 입술을 오므리더니 강한 어조로 말했다.“내 침대에서 잠도 자고 나한테 뽀뽀도 했는데, 나한테 딴마음이 없다고요?”박수혁은 손을 내밀어 남유주의 턱을 잡더니 손가락으로 그녀의 턱을 살살 문질렀다. 그녀의 턱은 기분 좋을 정도로 부드러웠다.‘또 이 얘기를 꺼내다니.’남유주는 화가 나서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하여 그의 행동이 얼마나 자극을 불러일으키는지 한동안 깨닫지 못했다.그녀는 박수혁과의 관계를 너무 서먹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그저 박수혁과 멀리하고 싶은 것뿐이다.하지만 박수혁은 기어코 그녀에게 다가왔다.그렇다면 그녀의 무례를 탓하면 안 된다.박수혁이 그녀에게 이렇게 말한 이상, 그녀는 확실하게 반격하기로 결심했다.“개뿔, 제가 그쪽이랑 잤어요? 왜 순결을 잃었다는 표정이죠? 발정 났으면 다른 암컷이나 찾아요. 저한테 헛소리하지 말고.”박수혁은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눈을 가늘게 떴다. 그는 참지 못하고 그녀의 손목을 잡아당겨 난간 쪽으로 끌어갔다.그녀의 한 마디 한 마디는 정말 사람을 열받게 한다.남유주는 애써 몸부림쳤지만 박수혁의 힘을 감당해 낼 수 없었다. 그녀가 저항을 할 때 길고 날카로운 손톱이 박수혁의 목덜미를 스쳐 지나갔고, 박수혁은 고통에 신음을 내었다. 그의 목덜미에서 순식간에 피가 배어 나왔다.남유주는 힘을 잃고 그대로 얼어붙었다.그녀의 시선에서 보았을 때, 수혁의 상태는 아주 처절했다.그녀는 새로 네일아트를 받았고, 손톱에는 나비 날개 장신구도
남유주는 몸을 비틀거리더니 박수혁의 다리에 털썩 주저앉았다.그녀는 깜짝 놀라 일어서려 했지만 박수혁의 큰 손은 뒤에서 그녀의 허리를 감쌌다.짜릿한 느낌이 등으로부터 온몸에 퍼져 마치 전류가 흐르는 것 같았다.그녀의 얼굴빛은 순식간에 빨갛게 되었다.“이 손 놔요!”만약 박수혁이 아까 그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이미 박수혁의 뺨을 때렸을 것이다.하지만 박수혁은 이미 그녀 때문에 다쳤다.여기서 더 손찌검한다면 뒷수습이 어려울 것이다.박수혁은 그녀의 뒷덜미에 다가갔다. 무겁고 차가운 한기가 순식간에 그녀를 감쌌지만, 강요는 존재하지 않았다.오히려 달콤한 썸이 생겨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박수혁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험담하는 게 아니라 사실을 말하는 것뿐이에요. 근데 그 자식도 내 험담 했었죠?”남유주는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었다. 목덜미에서 느껴지는 짜릿함은 그녀를 점점 빠져들게 했다.“너무 소심한 거 아니에요? 나 수혁 씨 험담 단 한 번도 한 적 없어요. 오히려 젊은데 능력 있다고 칭찬했어요. 수혁 씨, 수혁 씨도 넓은 마음을 가져봐요. 뒤에서 험담이나 하지 말고!”박수혁의 안색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박수혁은 얄미운 주희철에게서 누군가의 그림자가 보이는 듯했다.‘교활한 자식. 나만 나쁜 사람 만들어.’박수혁은 깊은숨을 내쉬며 화를 꾹꾹 눌렀다.“뭐나 다 좋아요? 그건 유주 씨가 그 자식의 진짜 얼굴을 모르기 때문이에요.”“어떤 얼굴이라도 수혁 씨보단 낫겠죠.”남유주는 조용히 구시렁거렸다.박수혁은 미간을 찌푸리고 그녀의 볼을 꼬집으며 차갑게 물었다.“뭐라고요?”참다못한 남유주는 박수혁의 손을 밀치며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났다.그녀는 떨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다 들었잖아요. 두 번 말하기 싫어요. 말 잘 듣는 여자를 원한다면 제가 아닌 다른 사람 찾아요. 제가 왜 연하남을 버려두고 빛도 못 보는 여자가 돼야 하죠?”박수혁은 입술을 오므리더니 시선을 밖으로 보내며 차
적어도 그가 자기의 감정을 알기 전에 그는 그녀를 붙잡아야 했다.박수혁의 목소리는 나지막한 자성을 띠고 있기 때문에 밀폐된 방에서는 확실히 사람의 마음을 흔들기 쉬웠다. 비록 그의 말이 진심으로 들렸지만 남유주는 눈썹을 치켜 올리며 웃었다.“특별해요? 내가 소은정 씨를 닮아서 특별한 건가요? 아니면 여러 번 거절당해서 특별한 건가요?”남유주의 말에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버렸다.박수혁은 소은정이라는 이름에 심장이 움찔하더니 표정도 오묘하게 흔들렸다.그녀는 그와 소은정의 일을 이미 알고 있었다.어떻게 신경 쓰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그는 또 왜 남유주가 신경 쓰는 걸 또 다시 신경 써야 하는 걸까?박수혁의 머릿속은 복잡하게 얽혀져 있었고, 남유주는 그의 침묵을 묵인으로 받아들였다.‘성미려 말이 맞았네. 난 그저 대역일 뿐이야. 왜 이런 저속한 수법을 쓰는 걸까?’그녀는 박수혁을 이미 꿰뚫어 보았다는 듯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심지어 안쓰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이런 감정은 순수하지 않아!’박수혁은 입술을 오므리고 그녀의 표정을 관찰했다.“아니요.”박수혁은 약간 갈라진 목소리로 손끝을 멈칫하더니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그런 이유가 아니에요.”하지만 박수혁의 대답은 한발 늦었고, 남유주가 바보가 아닌 이상 그 말을 믿을 리가 없었다.‘듣기 좋은 말을 누가 못 하겠어!’하지만 박수혁은 잠시 어떻게 마음속의 감정을 표현해야 할 지 몰라 곤경에 빠졌다.박수혁은 답답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가슴이 꽉 막힌 것처럼 숨이 막혔다.남유주와 소은정은 당연히 다르다.처음 남유주를 알게 되었을 때, 그는 확실히 두 여자가 서로 닮았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알고 보니, 비슷한 점이 별로 없었다. 적어도 소은정은 절대 남유주처럼 아무 장소에서나 욕을 내뱉지 않는다.소은정은 상대에게 여지를 줄 수 있는 부드럽고 절제된 사람이다.박수혁의 복잡한 모습에 남유주도 더는 따지기 싫었다.여기서 더 얘기하면 듣기 싫은 말들이 나올 것 같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