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사람은 함께 밖으로 나갔다.박시준은 무언가를 찾는 것처럼 여기저기 두리번거렸다.남유주가 뭘 찾냐고 물어보자 아이는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아빠가 어디 숨었나 살피고 있었어요. 갑자기 짠하고 나타날 수도 있잖아요?”남유주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꿈 깨. 네 아빠는 너를 집으로 들인 것만으로 큰 은혜를 베풀었다고 생각할 사람이야. 널 데리러 온다고? 그럴 일은 없을걸!”박시준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아이는 죄책감이 들었다. 박수혁을 차갑고 인간미 없는 사람으로 만든 게 자신인 것 같았다.물론 그건 다 남유주를 위한 일이었다.아이는 그녀가 책임감도 없는 남자를 만나 연애하기 보다 자신의 계모가 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다.박수혁이 성격은 좀 포악하지만 적어도 물질적으로 그들을 풍족하게 해줄 능력이 있었다.그리고 자신에게는 완벽한 새엄마가 생기는 거고.완벽한 방안이었다!박시준은 그런 생각을 하며 걸음을 재촉했다.주희철은 그들을 가게 앞에 내려주었다.가게 안은 손님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남유주는 주희철에게 잠깐 앉았다 가라고 하고 싶었지만 박시준이 꾸벅꾸벅 졸고 있었기에 생각을 포기했다.주희철은 그들이 안으로 들어간 것을 확인한 뒤에야 차에 시동을 걸었다.구석진 곳에 검은색 벤틀리가 이쪽을 보고 주차되어 있었으나 아무도 그쪽을 주의 깊게 보지 못했다.남유주는 한수근에게 인사를 건넨 뒤, 박시준을 데리고 위층으로 올라갔다.위층에는 침실이 하나뿐이라 아이를 어디 재워야 할지가 문제였다.물론 아래층 VIP룸도 선택지가 될 수는 있었지만 침실처럼 편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이를 그런 곳에 재울 수는 없었다.고민하던 남유주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침실 두 개로 만들걸, 조금 후회가 됐다. 눈치를 보고 있던 박시준이 말했다.“이모, 사실 저 하나도 안 졸려요. 이따가 손님들 가면 아래층으로 가서 잘게요. 아빠는 여자 침실에서 함부로 자지 말라고 가르쳤어요. 그러니 이모 방도 안 돼요. 저는 남자니까 여자
그래서 남유주는 대화의 포인트를 그가 허락도 없이 들어왔다는 것에 두었다.정말 짜증이 치밀었다.그녀는 긴 한숨을 내쉬고는 옷매무시만 다시 정리하고 밖으로 나갔다.박수혁은 벽에 등을 기댄 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어두운 조명 아래에서도 그의 외모는 빛을 발했다.소리를 들은 그가 고개를 돌렸다. 그는 입던 옷을 그대로 입고 나온 그녀를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하지만 왜 옷도 안 갈아입고 나왔냐고 물어보지는 않았다. 그랬다가는 또 육두문자가 날아올 것이 불 보듯 뻔했다.그는 약간 어색한 표정으로 그녀의 시선을 피했다.남유주는 말없이 그를 지나쳐서 아래층으로 갔다.그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우리 얘기 좀 해요.”남유주는 움찔하며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의아한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다.“시준이 데리러 온 거 아니었어요? 시준이 아래층에 있어요. 애 데리고 빨리 나가요.”그녀는 그와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았다.피하는 게 상책이었다.제대로 된 안목을 가진 사람이라면 박수혁과 주희철 중에 주희철을 선택할 것이다.적어도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그다지 남자로서 호감이 가지는 않지만 사랑 받는 느낌은 괜찮았다.그가 말이 없자 그녀는 홀연히 그를 지나쳤다.박수혁은 이한석이 보내줬던 인터넷 영상을 떠올렸다. 그때 이한석이 남유주가 연기에 재능 있다고 칭찬했던 게 생각났다.그때는 피식 웃으며 가당치도 않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이한석의 말이 맞는 것 같았다.영상 속 여자는 단아하면서도 섹시했고 물처럼 고요한 매력을 풍기는 여자였다.그는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리고 숨이 가빠져서 다급히 그녀의 등 뒤에 대고 말했다.“나 다 봤어요.”뒤돌아선 남유주가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박수혁은 흔들림 없는 눈동자로 그녀를 응시하며 말했다.“앉아서 얘기 좀 해요.”그는 남유주와의 관계에서 자신이 우위에 있다고 굳게 믿었다.그리고 목적을 위해서라면 어떤 방법도 동원할 수 있었다.남유주는 긴 한숨을 내쉬고는 짜증스럽게 다가왔다.그녀는
남유주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갑자기 의아해졌다.“어떻게 알았지?”하지만 이내 그녀는 답을 알 수 있었다. 박시준도 그 장소에 갔었고 그들은 그저 마주치지 못했을 뿐이었다.즉 남유주를 보았지만 인사를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박수혁의 시선은 그녀를 감쌌고, 부드럽게 웃었다.“유주 씨는 정말 이용하고 가차 없이 버리네요.”박수혁의 말에 그녀는 어쩔 줄 몰랐다.억울하다고 펄쩍 뛰고 싶었다.“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아요. 우린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박수혁은 입술을 오므리더니 강한 어조로 말했다.“내 침대에서 잠도 자고 나한테 뽀뽀도 했는데, 나한테 딴마음이 없다고요?”박수혁은 손을 내밀어 남유주의 턱을 잡더니 손가락으로 그녀의 턱을 살살 문질렀다. 그녀의 턱은 기분 좋을 정도로 부드러웠다.‘또 이 얘기를 꺼내다니.’남유주는 화가 나서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하여 그의 행동이 얼마나 자극을 불러일으키는지 한동안 깨닫지 못했다.그녀는 박수혁과의 관계를 너무 서먹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그저 박수혁과 멀리하고 싶은 것뿐이다.하지만 박수혁은 기어코 그녀에게 다가왔다.그렇다면 그녀의 무례를 탓하면 안 된다.박수혁이 그녀에게 이렇게 말한 이상, 그녀는 확실하게 반격하기로 결심했다.“개뿔, 제가 그쪽이랑 잤어요? 왜 순결을 잃었다는 표정이죠? 발정 났으면 다른 암컷이나 찾아요. 저한테 헛소리하지 말고.”박수혁은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눈을 가늘게 떴다. 그는 참지 못하고 그녀의 손목을 잡아당겨 난간 쪽으로 끌어갔다.그녀의 한 마디 한 마디는 정말 사람을 열받게 한다.남유주는 애써 몸부림쳤지만 박수혁의 힘을 감당해 낼 수 없었다. 그녀가 저항을 할 때 길고 날카로운 손톱이 박수혁의 목덜미를 스쳐 지나갔고, 박수혁은 고통에 신음을 내었다. 그의 목덜미에서 순식간에 피가 배어 나왔다.남유주는 힘을 잃고 그대로 얼어붙었다.그녀의 시선에서 보았을 때, 수혁의 상태는 아주 처절했다.그녀는 새로 네일아트를 받았고, 손톱에는 나비 날개 장신구도
남유주는 몸을 비틀거리더니 박수혁의 다리에 털썩 주저앉았다.그녀는 깜짝 놀라 일어서려 했지만 박수혁의 큰 손은 뒤에서 그녀의 허리를 감쌌다.짜릿한 느낌이 등으로부터 온몸에 퍼져 마치 전류가 흐르는 것 같았다.그녀의 얼굴빛은 순식간에 빨갛게 되었다.“이 손 놔요!”만약 박수혁이 아까 그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이미 박수혁의 뺨을 때렸을 것이다.하지만 박수혁은 이미 그녀 때문에 다쳤다.여기서 더 손찌검한다면 뒷수습이 어려울 것이다.박수혁은 그녀의 뒷덜미에 다가갔다. 무겁고 차가운 한기가 순식간에 그녀를 감쌌지만, 강요는 존재하지 않았다.오히려 달콤한 썸이 생겨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박수혁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험담하는 게 아니라 사실을 말하는 것뿐이에요. 근데 그 자식도 내 험담 했었죠?”남유주는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었다. 목덜미에서 느껴지는 짜릿함은 그녀를 점점 빠져들게 했다.“너무 소심한 거 아니에요? 나 수혁 씨 험담 단 한 번도 한 적 없어요. 오히려 젊은데 능력 있다고 칭찬했어요. 수혁 씨, 수혁 씨도 넓은 마음을 가져봐요. 뒤에서 험담이나 하지 말고!”박수혁의 안색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박수혁은 얄미운 주희철에게서 누군가의 그림자가 보이는 듯했다.‘교활한 자식. 나만 나쁜 사람 만들어.’박수혁은 깊은숨을 내쉬며 화를 꾹꾹 눌렀다.“뭐나 다 좋아요? 그건 유주 씨가 그 자식의 진짜 얼굴을 모르기 때문이에요.”“어떤 얼굴이라도 수혁 씨보단 낫겠죠.”남유주는 조용히 구시렁거렸다.박수혁은 미간을 찌푸리고 그녀의 볼을 꼬집으며 차갑게 물었다.“뭐라고요?”참다못한 남유주는 박수혁의 손을 밀치며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났다.그녀는 떨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다 들었잖아요. 두 번 말하기 싫어요. 말 잘 듣는 여자를 원한다면 제가 아닌 다른 사람 찾아요. 제가 왜 연하남을 버려두고 빛도 못 보는 여자가 돼야 하죠?”박수혁은 입술을 오므리더니 시선을 밖으로 보내며 차
적어도 그가 자기의 감정을 알기 전에 그는 그녀를 붙잡아야 했다.박수혁의 목소리는 나지막한 자성을 띠고 있기 때문에 밀폐된 방에서는 확실히 사람의 마음을 흔들기 쉬웠다. 비록 그의 말이 진심으로 들렸지만 남유주는 눈썹을 치켜 올리며 웃었다.“특별해요? 내가 소은정 씨를 닮아서 특별한 건가요? 아니면 여러 번 거절당해서 특별한 건가요?”남유주의 말에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버렸다.박수혁은 소은정이라는 이름에 심장이 움찔하더니 표정도 오묘하게 흔들렸다.그녀는 그와 소은정의 일을 이미 알고 있었다.어떻게 신경 쓰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그는 또 왜 남유주가 신경 쓰는 걸 또 다시 신경 써야 하는 걸까?박수혁의 머릿속은 복잡하게 얽혀져 있었고, 남유주는 그의 침묵을 묵인으로 받아들였다.‘성미려 말이 맞았네. 난 그저 대역일 뿐이야. 왜 이런 저속한 수법을 쓰는 걸까?’그녀는 박수혁을 이미 꿰뚫어 보았다는 듯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심지어 안쓰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이런 감정은 순수하지 않아!’박수혁은 입술을 오므리고 그녀의 표정을 관찰했다.“아니요.”박수혁은 약간 갈라진 목소리로 손끝을 멈칫하더니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그런 이유가 아니에요.”하지만 박수혁의 대답은 한발 늦었고, 남유주가 바보가 아닌 이상 그 말을 믿을 리가 없었다.‘듣기 좋은 말을 누가 못 하겠어!’하지만 박수혁은 잠시 어떻게 마음속의 감정을 표현해야 할 지 몰라 곤경에 빠졌다.박수혁은 답답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가슴이 꽉 막힌 것처럼 숨이 막혔다.남유주와 소은정은 당연히 다르다.처음 남유주를 알게 되었을 때, 그는 확실히 두 여자가 서로 닮았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알고 보니, 비슷한 점이 별로 없었다. 적어도 소은정은 절대 남유주처럼 아무 장소에서나 욕을 내뱉지 않는다.소은정은 상대에게 여지를 줄 수 있는 부드럽고 절제된 사람이다.박수혁의 복잡한 모습에 남유주도 더는 따지기 싫었다.여기서 더 얘기하면 듣기 싫은 말들이 나올 것 같았
박수혁은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아팠다.‘내 말이 심했나?’박수혁은 고개를 푹 숙이고 그녀의 목덜미에 머리를 파묻었다. 남유주는 움직이지 않았고 박수혁은 이대로 시간이 멈추길 바랐다.하지만 불가능하다.박수혁은 느릿느릿 그녀에게서 떨어지고 헝클어진 옷매무새를 정리했다.그는 남유주를 힐끗 보더니 입술을 오므리고 차갑게 말했다.“난 유주 씨 위협하고 싶지 않아요. 와인바나 그 자식도 난 신경 안 써요.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면 제일 좋을 테지만 만약 어렵다면 내가 도울게요.”박수혁은 차가운 말투로 그녀에게 암시를 해주었다.눈치 빠른 남유주는 이내 그의 뜻을 알아차렸다.“치사해요!”남유주는 힘껏 일어나 앉더니 침대를 두드리며 불만을 토로했다.“수혁 씨가 강도와 뭐가 달라요?”박수혁은 피식 웃더니 차가운 눈길을 보냈다.“다른 거라면, 강도는 바로 행동하지만 난 유주 씨의 의견을 묻는다는 것?”남유주는 화가 나서 횡설수설했다.“당신은 진짜 미쳤어요. 정말 저 좋아해요? 전 수혁 씨 안 좋아해요. 털끝만치도 안 좋아한다고요!”평소에는 그녀가 아무리 욕해도 박수혁은 잠자코 있었다.사실 말로 이길 수 없었다.하지만 지금 그녀는 가시 같은 말을 내뱉고 있다.하여 박수혁은 무거운 어조로 아예 말을 끊어버렸다.“다행이네요. 난 누군가의 사랑은 필요 없어요. 하지만 어떻게 내 마음을 사는지 가르쳐 줄 수는 있어요!”그의 차가운 눈동자에는 한치의 따뜻함마저 없었다.그는 뒤돌아 나가면서 한마디를 남겼다.“시간을 줄 테니 잘 생각해 봐요. 하지만 너무 오래 기다리게는 하지 말아요.”문을 나서려는 박수혁의 모습에 남유주는 눈을 가늘게 뜨더니 참지 못하고 때아닌 말을 했다.“빨간 약 유통기한 지났어요. 그러니까 병원에나 가봐요! 나쁜 자식!”박수혁은 발걸음을 멈칫하더니 화가 나서 얼굴이 하얗게 질리기 시작했다.그는 어금니를 꽉 깨물고 애써 화를 참으며 아래층으로 내려갔다.1초라도 지체하면 자신을 통제할 수 없을까 봐 걱정되었다.그는 이렇게 빨리
“손해보는게 없다고요?”남유주가 되물었다.“좋아하지도 않으면서 만나는거 자체가 손해 아닌가요? 이형욱과 다를 게 뭐에요?”남유주는 이성적이고 냉정했다.한수근은 멈칫하더니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어떻게 그 두 사람을 비교해요? 박 대표님이 겉모습에 속아 돈만 많은 바보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박 대표님은 여자한테 그런 짓 못 해요.”“왜 이렇게 편을 들어요? 설마 박수혁, 맘에 들어요?”남유주가 투덜거렸다.한수근은 아무렇지 않은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쉽게도 박 대표님은 남자한테 관심 없어요. 아니면 제가 이미 낚아챘을 거예요!”남유주는 눈을 희번덕거리며 놀랐다.그녀는 베란다에 앉아 바깥의 짙은 야경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그래도 제 후배를 선택하고 싶어요. 날 좋아하니까 잘해줄 거예요. 박수혁의 마음속에는 제가 아닌 다른 여자가 있어요. 그러니까 결국 모든 걸 잃은 사람은 제가 될 게 뻔해요!전 사랑받고 싶어요, 누군가의 사랑을 받는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이에요!나쁘게 말하면 박수혁에게는 제가 그저 메이드나 간병인 같은 존재고, 좋게 말하면 돈이나 뜯어가는 꽃뱀이죠.”그 말에 한수근은 고개를 가로저었다.‘어찌 사람이 이렇게 꽉 막혔어?’한수근은 그런 그녀가 답답해 미칠 것 같았다.‘이런 상황에 사랑이 다 뭐야! 다른 사람은 죽었다 깨어나도 얻지 못할 권력인데! 열심히 해서 사모님이 되면 평생 호의호식하면서 살아도 될 텐데.’하지만 남유주의 표정에는 박수혁에 대한 거부감이 가득했다. 한수근이 아무리 말해도 그녀는 마음에 두지 않았다.결국 한수근도 더는 말하지 않기로 했다.그저 그녀를 힐끔 쳐다보며 마지막 충고를 했다.“어찌 되었든, 갑자기 다가오는 남자는 진심이 아닌 호기심 때문일거에요. 만약 사장님의 후배가 나쁜 마음을 먹었다면, 사장님은 돈과 마음을 이중으로 손해 보게 될 거예요. 하지만 박 대표님을 선택한다면 마음은 다쳐도 돈은 얻을 수 있잖아요!”한수근의 말에 남유주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한수근은 말을
“주문하시겠어요? 제가 바로 준비해 드릴게요.”다들 원하는 것을 주문했다.남유주는 소박한 그들의 모습에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고, 이내 그들과 어울려 웃고 떠들었다.주희철은 자연스럽게 남유주와 한 테이블에 앉았고, 그의 팀원들은 눈치껏 두 사람을 방해하지 않았다.주희철은 차가운 성격이 아니라서 같이 웃고 떠들며 남유주를 최대한 편하게 해주었다.하지만 그의 시선은 때때로 남유주의 얼굴로 향했으며, 눈빛에는 그녀에 대한 흑심이 가득했다.남유주는 기쁘기도 하고 복잡하기도 했다. 그녀는 처음으로 누군가의 호감을 당당하게 받아보았고, 또 그 상대와 가까이서 교류할 수 있었다.하지만 서두르면 안 된다. 식사를 마친 그녀는 먼저 돌아가겠다고 했다.주희철은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도 돌아가서 할 일이 있기 때문이다.남유주는 그들과 인사를 나누고 기분 좋게 돌아갔다.주희철은 고민이 가득한 듯 약간 굳은 표정으로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팀원들은 주희철을 놀리며 그에게 기댔다.“다 갔는데 뭘 그렇게 보고 있어. 아니면 쫓아가서 좋아해! 라고 고백하던가.”주희철은 허탈한 듯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좋아한다고는 이미 했는데, 사실 좀 걱정이야.”“뭐가 걱정이야? 천하의 주희철이 여자 앞에서 이렇게 나약했어?”주희철은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내가 한 일을 나중에 알게 되면, 선배가 화날까 봐 두려워.”주희철의 중얼거림은 바람에 흩어져 아무도 듣지 못했다.며칠 뒤.남유주는 그날 박수혁의 독설을 거의 잊고 편한 생활에 이미 익숙해졌다.며칠 뒤면 발렌타인데이다.와인바도 장사가 점점 잘 되기 시작했다.그녀는 한 번도 이런 귀찮은 기념일을 보낸 적이 없다.하지만 잔뜩 흥분한 사람들 덕분에 그녀도 재미있는 구경거리를 기다렸다.하여 자기도 모르는 사이 기분이 좋아졌다. 그날 밤.주희철은 역시 그녀에게 문자를 보냈고, 함께 펜션에 놀러 가자고 했다.영화도 아니고, 꽃도 없지만 펜션은 왠지 끌렸다.주희철은 확실히 남유주의 취미를 정확히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은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문준서는 그녀의 눈물을 보고 죄책감에 얼굴을 들 수 없었다.새봄이가 점차 울음이 잦아들자 그는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새봄이는 길게 심호흡하고 감정을 식혔다.준서에게는 묻고 싶은 게 정말 많았다.문준서는 울어서 빨갛게 부은 새봄이의 눈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커피 계속 마실 거야? 안 마실 거면 우리 집에 올래? 내가 맛있는 커피 만들어 줄게!”새봄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준서는 소녀의 손을 잡고 핸드백을 챙긴 뒤, 밖으로 나갔다.커피숍 직원들마저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고 부러운 눈빛을 보냈다.새봄이는 그와 손을 잡고 걷고 있자 저도 모르게 가슴이 설레었다.어릴 때는 항상 손을 잡고 다녔는데 지금은 어딘가 어색했다.어린 문준서는 항상 새봄이를 우선으로 생각했는데 지금도 그럴까?문준서는 소녀가 기억하는 어린 준서가 아니었다. 그의 거대한 뒷모습은 왠지 모를 안정감을 주었다.문준서가 웃으며 소녀에게 물었다.“뭘 그렇게 뚫어지게 봐?”“키 몇이야?”“192, 만족해?”새봄이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돌렸다.“내가 키 큰 사람 별로라고 하면 뼈라도 깎을 거야?”문준서는 웃으며 소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응. 네가 집도해.”새봄이도 덩달아 웃었다.10여 년을 떨어져 지내다 보니 처음에는 정말 보고 싶었지만 점차 감정은 옅어져 갔다. 매번 부모님에게 준서의 안부를 물을 때면 그들은 머리만 흔들었다.그 뒤로 새봄이는 더 이상 준서를 찾지 않았다.말없이 사라진 그를 원망한 적도 있었다.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그가 해외에서 무사히 지냈으면 하는 바람이 더 컸던 것 같았다.문준서는 길가에 세워진 스포츠카로 다가갔다.차도 주인을 닮아 검은색으로 차분하고 화려하지 않은 디자인이었다.처음 그와 눈이 마주쳤을 때, 새봄이는 그가 문준서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티없이 맑고 순수했던 눈동자는 어릴 때와 비교해 변한 게 전혀 없었다.하지만 소녀
새봄이가 떠난 뒤로 전동하는 한숨을 달고 살았다. 옆에서 지켜보는 소은정은 어이가 없었다.학교 생활은 생각했던 것보다 따분하지 않았다.어릴 때부터 곱게 자란 새봄이지만 거만하지 않고 성격이 활발했기에 많은 친구를 사귀었다.아이는 가끔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서 파티를 벌였다.그리고 혼자 있는 시간도 충분히 즐겼다.가끔 센 강변에 가서 산책도 하고 석양을 감상하며 오리에게 먹이를 주기도 했다.그런데 가끔 혼자 있을 때면 누군가가 지켜보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하지만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주변에 수시로 경호원들이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새봄이는 아이스크림을 들고 홀로 석양 아래에서 산책을 즐겼다. 손에는 엄마를 위해 준비한 선물인 한정판 명품백이 들려 있었다.이목구비가 화려한 동양소녀가 길을 걷고 있자 무수히 많은 시선들이 따라다녔다.하지만 프랑스의 치안은 별로 좋지 못했다.새봄이가 아이스크림을 먹는 사이 녹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남자가 소녀의 핸드백을 가로채서 사람들 틈으로 도주했다.놀란 새봄이는 다급히 남자의 뒤를 따라가며 소리쳤다.“도둑이야!”안타깝게도 유럽에서 비슷한 사건은 비일비재하게 벌어졌다.아무도 핸드백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싶지 않아했다.새봄이는 자신이 안전하다는 것을 알기에 끝까지 남자를 쫓아갔다.수염이 덥수룩한 남자는 뒤를 돌아보며 뭐라고 욕설을 지껄이더니 골목으로 진입했다.새봄이가 쫓아갔을 때, 남자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소녀가 망연자실한 얼굴로 서 있을 때, 갑자기 옆 골목에서 사람이 튀어나왔다.남자는 바로 새봄이의 목을 노리고 달려들었지만 손이 소녀에게 닿기도 전에 누군가가 달려와서 남자를 걷어찼다.새봄이는 겁에 질린 얼굴로 뒤를 돌아보았다.훤칠하고 잘생긴 동양인 남자가 등 뒤에 서 있었다.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가 새봄이의 앞으로 다가갔다.그에게서 익숙한 우드향이 풍겼다.그는 천천히 소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 손가락이 가늘고 예쁜 손이었다.녹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강
전동하는 그날 밤 새봄이에게 해외유학 얘기를 꺼냈다.새봄이는 고민도 해보지 않고 바로 동의했다.어디에 가고 싶냐고 물었더니 프랑스만 제외하고 아무데나 괜찮다고 했다.전동하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준서 때문에 프랑스에 가기 싫은 거야?”새봄이가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걔가 누군데? 하나도 기억 안 나! 걔 얘기하지 마!”아이는 억울함을 토로했다.줄곧 아이의 옆을 지켜주던 오빠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마치 꿈을 꾼 것 같았다.더 이상 아이의 뒤꽁무니를 따라다니던 오빠는 없었다.아이는 준서가 보고 싶었지만 준서는 떠날 때 편지 한장 남기지 않았다.전동하는 안쓰러운 표정으로 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새봄이도 이제 컸잖아. 준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 연락이 없던 것도 그럴만한 사정이 있어서였어. 나중에 준서 만나도 너무 준서를 욕하지 마.”새봄이는 고집스럽게 고개를 돌려버렸다.부모의 사랑만 받고 자란 아이는 갑작스러운 이별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가끔 딸이 울기라도 하면 전동하는 항상 달려와서 딸을 위로해 주었다.태어날 때부터 다이아수저를 물고 태어난 아이는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다.그런데 어느 날 오빠가 보고 싶었던 아이가 준서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없는 번호라고 나왔다.아이는 버려진 느낌을 받았다.출국이 결정되었으니 전동하는 아이가 다닐 학교를 알아보았다.결국 새봄이는 유럽을 선택했다.마치 누군가가 거기서 자신을 기다리는 것처럼.떠나기 전, 아이는 일곱 남자친구와 작별인사를 나누었다.아이가 출국하는 날, 온가족이 나와서 새봄이를 배웅햇다.새봄이는 딱히 슬프거나 아쉬운 티를 내지 않았다. 마치 부모님 손을 잡고 해외여행을 가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아이는 활짝 웃으면서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전동하와 소은정은 영지까지 데리고 같이 프랑스로 출국하기로 했다.일가족이 탑승수속을 마치고 돌아서는데 뒤에서 급박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새봄아!”고개를 돌리자 하얗게 질린 얼굴로 허겁지겁 이쪽
눈 깜짝할 사이에 새봄이는 어엿한 숙녀로 자라났다.고등학교에 들어가자마자 그녀에게는 남자친구가 생겼다.새봄이는 집으로 돌아와서 이 소식을 소은정에게 알렸다.소은정은 딱히 말리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어렸을 때 이런저런 경험을 다 해보는 게 아이에게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리고 새봄이가 진심일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하지만 이 사실을 알게 된 전동하는 밤새 잠을 이룰 수 없었다.그는 아이와 대화를 나눠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새봄이의 반응은 시큰둥했다.“친구들이 다들 남자친구를 사귀는데 나만 솔로면 유행에 뒤떨어지잖아. 그래서 만나보기로 했어. 그리고 너무 이른 나이도 아니잖아! 중학교 때부터 연애하는 애들도 많다고!”전동하는 인내심 있게 아이를 타일렀다.“그래도 넌 아직 너무 어려. 밖으로 나가 사람들과 더 많이 접촉해 보면 알게 될 거야. 남자는 다 믿을 놈이 못 돼….”“그럼 엄마가 아빠를 만난 것도 사랑에 눈이 멀어서 만난 거겠네?”어릴 때부터 말싸움에는 절대 지지 않던 새봄이는 미소가 소은정을 닮은 예쁘고 사랑스러운 소녀로 성장했다.그리고 총기 있는 눈동자와 말빨, 그리고 큰 키는 전동하를 많이 닮았다.소은정은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딸이 나중에 남자 여럿을 울릴 거라는 것을 알기에 아이에게는 사랑을 하면 꼭 아빠랑 엄마처럼 서로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라고 강조했다.새봄이는 전동하가 말이 없자 달려가서 그의 팔짱을 꼈다.“아빠, 걱정하지 마. 그냥 연애는 어떤 느낌인가 궁금해서 해보는 거야.”“그래서 그 남자친구는… 어떤 사람이야?”“어느 남자친구를 말하는 거야?”전동하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물었다.“몇이나 사귀었는데?”“다른 애들은 다 한명하고만 사귀는데 난 다른 애들 따라하기 싫어. 그래서 하루에 한 명, 일주일에 일곱 명이야! 주일을 정해서 따로 만나!”새봄이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전동하는 입을 뻐금거리며 한참을 말을 잇지 못했다.그래도 다행인 건 사랑에 깊이 빠지는 스타일은 아니라는 점이랄까.
다른 CCTV에서 정황이 포착되었다. 직원이 그쪽으로 다가가다가 발을 헛디디며 하마터면 술잔을 쏟을 뻔한 정황이었는데 그때 잔을 안쪽으로 옮기며 위치가 바뀐 것 같았다.독극물 검사결과도 나왔다.청산가리였다.심청하의 몸에서 나온 독극물과 약병에 있던 독극물 성분이 일치했다.살인을 계획했던 심청하가 제 꾀에 당한 상황이었다.아마 그녀는 죽을 때까지 어디서 문제가 생겼는지 몰랐을 것이다.형사들은 밤을 새워 CCTV를 확인하면서 이 약병의 출처가 남유주의 큰어머니라는 사실을 밝혀냈다.그렇게 큰어머니가 경찰에 소환되었다.큰어머니는 숨김없이 사건의 경과를 진술했는데 심청하에게 협박을 당했다는 내용이었다.하지만 사람을 해치고 싶지 않아서 넘어지는 틈을 타 약병을 바닥에 버렸다고 했다.심청하가 포기를 못하고 스스로 행동에 옮기다가 제 꾀에 당했다는 말도 했다.형사가 인상을 찌푸리며 그녀에게 물었다.“그랬다는 증거 있나요?”“당연히 있죠.”큰어머니는 딸인 남연을 호출했다.“형사님이 묻는 대로 사실을 대답해! 떨지 말고!”남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핸드폰을 꺼냈다.그리고 차 안에서 심청하와 대화했던 녹음을 재생했다.“그 여자가 아빠랑 엄마를 죽이겠다며 협박했어요. 그 파티 초대장은 제가 거금을 주고 산 거예요. 우린 태한그룹 사모님과 친척관계에요. 평소에 왕래는 하지 않지만 사람을 죽이고 싶지는 않았다고요!”남연은 울음을 터뜨리며 말했다.“형사님, 제가 아는 건 다 얘기했어요.”형사는 그녀의 진술에서 이상한 점을 포착했다.“전에 남유주 씨를 해하려 한 적이 있죠?”“그래! 너도 직접 남유주를 죽이려고 했잖아? 그건 왜 쏙 빼고 말해?”녹음본에 담겼던 심청하의 목소리였다.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파일은 편집을 거치지 않았다.남연은 고개를 푹 숙이고 사실을 털어놓았다.“그것도 심청하가 협박해서 했어요. 하지만 언니 앞에서 이미 잘못을 인정했고 사과도 했어요. 언니는 저를 용서했고요.”형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건 박수혁 대표와
심청하는 한참 침묵하더니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무슨 방법을 쓰든 그 사람들과 걔를 만나게 해. 안 그러면 이 약은 네 부모님 배 속으로 들어갈 거야!”남연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떨어뜨렸다.“알겠어요.”결국 그녀는 겁에 질린 얼굴로 명령을 받아들였다.며칠 뒤, 마침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오늘은 자선회가 열리는 날이었는데 박수혁은 남유주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그녀와 함께 자선회에 참석했다.그리고 자선회에서 많은 보석과 골동품을 구매하며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자선회가 끝나고 파티가 이어졌다.남연의 부모는 힘겹게 초대장을 입수했다.심청하는 파티홀에서 이어질 장면을 기대하고 있었다.하지만 남연의 부모는 뒤늦게 파티에 참석했고 그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파티가 다 끝난 뒤였다.심청하는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다.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음에는 언제가 될지 장담할 수 없었다.SC그룹에서는 지분 사건으로 그들을 물고늘어질 것이다.본사에서 움직이기 전에 남유주를 제거해야 했다.잠시 후, 남유주의 큰어머니는 사람이 없는 곳에 숨어들었다.그리고 약을 꺼내 술병에 쏟아넣으려고 했다.마침 취객이 그녀의 어깨를 부딪히고 지나가며 그녀가 바닥에 쓰러졌다.남유주 큰어머니가 고통에 신음을 흘리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약병은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구석진 곳으로 굴러갔다.심청하는 싸늘한 눈빛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정말 뭐 하나 일을 제대로 하는 게 없는 일가족이었다.남유주의 큰아버지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다급히 다가가서 아내의 손을 잡고 구급차를 호출했다.호텔에 미리 대기하고 있던 의료진이 달려왔고 큰어머니를 들것에 실어 병원으로 호송했다.심청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사람들이 모두 흩어지고 그녀는 구석진 곳으로 가서 아무도 안 보는 틈을 타 약병을 손에 쥐었다.그리고 기회를 봐서 약을 와인에 쏟고 흔들었다.모든 게 끝난 뒤, 심청하는 손에 난 땀을 닦았다.이미 살인을 하기로 마음먹은 그녀였지만 직접 모든 일을 끝내고 나니
남유주는 미소를 지으며 소은정과 박수혁 사이를 스스럼없이 얘기했다.남유주는 지나간 둘의 과거를 신경 쓰지 않았다.박수혁은 소은정에게 다른 마음이 없었고 그들은 각자 다른 사람과 행복한 삶을 살기로 했다.소은정은 미소를 지으며 남유주가 건넨 상자를 열었다.안에는 팔찌가 있었다, 반짝이며 아름다운 화려한 목걸이의 모든 보석은 정교하게 다듬어져 있었고 본연의 미와 섬세함의 아름다움을 결합하는 느낌이 들게 했다.그녀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몇 년 동안 이런 것을 모으기를 좋아했는데... 고마워요, 진짜 마음에 들어요." 남유주는 화해의 의미로 소은정에게 팔찌를 건넸다.소은정은 미소를 지으며 팔찌를 착용했다."과거는 과거일 뿐이니 우린 서로 용서하는 게 어때요?"소은정은 머리를 끄덕였다.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안타깝게도 난 어떤 선물도 준비하지 못했네요…"그녀는 가방에서 계약서를 꺼내고 남유주에게 건넸다.남유주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서류 내용을 살펴보았다."이게 뭐예요?""원래는 소찬학의 주식이었지만 몇 년 전에 회사 소유로 되었어요. 아빠가 나이도 있고 해서 주식 대신 배당금을 주기로 했었어요, 근데 더는 그 사람의 것이 아니니까, 아빠가 유주 씨한테 넘기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우리가 주는 작은 선물이니까 받아줬으면 좋겠어요." 얼굴이 굳었던 남유주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계약서를 다시 내밀었다."전 받지 않을래요.""유주 씨, 이게 얼마나 큰 돈인지 몰라요? 술집을 사려고 했던 거 아니었어요? 이 돈으로 그 건물 같은 거 열 개는 살 수 있어요."소은정은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했다.남유주는 웃음을 참고 머리를 흔들었다."이걸 받으면 소찬학이 내 생부라는 것을 인정하는 거잖아요, 끊을 수 없는 혈연관계를 받아들여야 하고, 내가 관여하지 않은 과거의 강탈과 억압을 직면해야 해요. 태어난 이래로 부모가 없는 존재로 살아왔고, 아직 그것을 원하지 않아요. 나의 아버지로 인정하고 싶지도 않고 소씨 가문과 혈연적인 관계가
거침없이 내뱉는 심청하의 태도에 소찬식이 얼굴이 어둡게 변했다.옆에서 듣고 있던 소은정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소씨 가문의 주식은 애초에 저희 집안 거에요. 그리고 둘째 삼촌이 직접 주식을 그룹 소유로 돌리겠다고 서명까지 했어요. 자기는 주식 배당만 챙기겠다고, 회사를 떠난 지금 삼촌한테 배당금을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여겨야죠. 이모가 한 계산은 너무 터무니없어요. 이 주식들은 재산 분할과 관련이 없어요. 설령 분할을 한다 해도, 먼저 그룹의 이익을 보호하는 게 우리의 원칙이고요."심청하는 얼굴이 이상하게 변했다."저는 어떻게 해요? 그이가 감옥에 가고, 우리는 손가락 빨면서 굶어 죽으라는 거예요? 주식을 전부 넘겨주세요, 그럼 더는 따지지 않을게요!" 그녀는 무례한 태도로 단호하게 앉아 있었다.소찬식의 표정이 음울하게 어두워졌다, 그는 복잡한 눈빛으로 그녀를 한번 쳐다보았다."그만 돌아가세요, 돌아가서 경찰 소식 기다리세요. 찬식이 회사 자금을 자기 돈처럼 써버렸고 수억 달러를 횡령했어요. 그럼에도 그룹이 이 돈에 대해 따지지 않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하세요. 어떻게 돈을, 주식을 요구할 수 있어요?" "나는 찬식 씨가 아니에요, 다른 사람들 사정은 모르겠고, 누가 날 어떻게 생각하든 관심없어요."그는 말을 마친 뒤 옆에 서 있는 집사에게 눈짓했다."손님을 내보내.""네."집사의 대답에, 심청하는 일어서서 조급하게 말했다. "아주버님, 그렇게 말씀하시지 마세요. 형제들끼리 어떻게 이렇게 매정하게 굴어요? 이 일을 언론에 알리면 어떻게 될지 저도 기대되네요, 아마 언론도 이 일에 엄청난 관심을 둘 것 같거든요!"소찬식의 표정은 신경질적으로 굳어졌다, 눈빛이 차갑고 어둡게 변했다.공기 안에는 침묵이 깔렸다.소은정은 갑작스럽게 직감했다. 심청하가 예전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것을 눈치챘다.하지만 그들은 타협할 수 없었다. 한 푼이라도 더 주면, 그녀는 주제 파악을 못 하고 더 달라고 요구할 것이다.그녀는 절대로 이번 한
심청하의 얼굴이 새파랗게 변했다."다 해봐야죠, 우선 믿을 만한 변호사를 찾아서 형량부터 줄여줘요."옆에서 듣고 있던 소은정이 참지 못하고 가볍게 웃으며 소리를 냈다.소은정이 입을 열었다."마침 잘 오셨어요, 우리도 지금 삼촌을 어떻게 구할지 토론하고 있었거든요!"심청하는 의아한 눈빛으로 소은정을 쳐다보았다. "그러면... 어떤 방법을 논의했는데?"전동하는 멋도 모르고 웃었다. 그는 소은정의 대답을 기다렸다.소은정은 청량한 목소리로 한숨을 쉬었다."사실 우리가 변호사를 찾아서 물어봤어요. 판결이 심하게 나면, 사형이 나올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어쨌든 두 사람을 죽인 거니까.그래도 방법이 있어요, 둘째 삼촌은 그때 혼인 상태였잖아요?법정에 나서서 전부 둘째 삼촌이 한 게 아니라고 증언하면 돼요. 삼촌은 줄곧 숙모랑 함께 있었고, 그런 일을 꾸밀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고!"심청하는 갑자기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일어섰다."너... 나보고 거짓 증언을 하라는 거야, 말이 되니? 그거야말로 불법이야!"소은정은 차가운 눈빛으로 비웃었다."불법이라는 것도 알고 계셨네요? 근데 왜 저희 아버지한테 당당하게 그런 짓을 요구하는 거예요?"심청하는 그제야 자신이 소은정에게 당했다는 것을 깨달았다.화가 난 그녀의 얼굴이 붉어졌다."은정아, 너 말 이상하게 하는 구나, 내가 마음이 너무 급해서 나온 말을 꼬투리 잡는 거니? 그리고 너희 삼촌 아직 유죄 판결도 나지 않았어. 그러니까 우리가 조금 더 노력하면 돼."소은정은 눈썹을 찌푸렸다."그럼 혼자 잘 해보세요! 우린 응원이나 하고 있을게요!""너 지금 뭐하자는 거니?" 심청하는 화를 내며 소찬식을 바라보았다."진짜 이렇게 내버려두실 거예요?"소찬식의 눈빛이 어둡게 깔렸다."자기가 한 일에 대가를 치러야 하겠죠, 저희는 아무런 상관도 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제수씨도 저희를 그만 찾아오세요."심청하는 소찬식의 태도가 이렇게 차갑고 딱딱할 줄은 몰랐다.그녀는 잠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