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하시겠어요? 제가 바로 준비해 드릴게요.”다들 원하는 것을 주문했다.남유주는 소박한 그들의 모습에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고, 이내 그들과 어울려 웃고 떠들었다.주희철은 자연스럽게 남유주와 한 테이블에 앉았고, 그의 팀원들은 눈치껏 두 사람을 방해하지 않았다.주희철은 차가운 성격이 아니라서 같이 웃고 떠들며 남유주를 최대한 편하게 해주었다.하지만 그의 시선은 때때로 남유주의 얼굴로 향했으며, 눈빛에는 그녀에 대한 흑심이 가득했다.남유주는 기쁘기도 하고 복잡하기도 했다. 그녀는 처음으로 누군가의 호감을 당당하게 받아보았고, 또 그 상대와 가까이서 교류할 수 있었다.하지만 서두르면 안 된다. 식사를 마친 그녀는 먼저 돌아가겠다고 했다.주희철은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도 돌아가서 할 일이 있기 때문이다.남유주는 그들과 인사를 나누고 기분 좋게 돌아갔다.주희철은 고민이 가득한 듯 약간 굳은 표정으로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팀원들은 주희철을 놀리며 그에게 기댔다.“다 갔는데 뭘 그렇게 보고 있어. 아니면 쫓아가서 좋아해! 라고 고백하던가.”주희철은 허탈한 듯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좋아한다고는 이미 했는데, 사실 좀 걱정이야.”“뭐가 걱정이야? 천하의 주희철이 여자 앞에서 이렇게 나약했어?”주희철은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내가 한 일을 나중에 알게 되면, 선배가 화날까 봐 두려워.”주희철의 중얼거림은 바람에 흩어져 아무도 듣지 못했다.며칠 뒤.남유주는 그날 박수혁의 독설을 거의 잊고 편한 생활에 이미 익숙해졌다.며칠 뒤면 발렌타인데이다.와인바도 장사가 점점 잘 되기 시작했다.그녀는 한 번도 이런 귀찮은 기념일을 보낸 적이 없다.하지만 잔뜩 흥분한 사람들 덕분에 그녀도 재미있는 구경거리를 기다렸다.하여 자기도 모르는 사이 기분이 좋아졌다. 그날 밤.주희철은 역시 그녀에게 문자를 보냈고, 함께 펜션에 놀러 가자고 했다.영화도 아니고, 꽃도 없지만 펜션은 왠지 끌렸다.주희철은 확실히 남유주의 취미를 정확히
불과 며칠 사이에 그는 해외로 출장을 갔으며, 혹시라도 그녀가 서운해할까 봐 한 달이 걸릴 일을 며칠 만에 처리하고 급급히 귀국했다.그런데 이런 꼴을 보게 되었으니, 어찌 미치지 않겠는가?남유주는 굳은 표정으로 깊은 심호흡을 하고 말했다.“대충 다른 남자 찾은 거 아니고요, 난 박수혁 씨가 하나도 두렵지 않아요. 전 제 상대를 선택할 자격이 있고요, 억지로 당신 곁에 있을 생각 추호도 없어요.수혁 씨한테 관심 없으니까 저한테 더는 시간 낭비하지 마세요. 아무리 강요해도 소용없어요.”그녀는 박수혁에게 한 걸음 다가가 차가운 눈빛을 보내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수혁 씨, 전 마음만 먹으면 당장이라도 이형욱을 죽일 수도 있어요. 수혁 씨 설마 제2의 이형욱이 되고 싶은 건 아니죠?”나지막한 그녀의 목소리는 바람에 흩어져 버렸다.박수혁은 그대로 몸이 굳어지더니 동공이 흔들렸다.남유주의 말에 제대로 놀란 것 같았다.위협적이라 그런 건 아니다.그저 그녀가 자기와 이형욱을 한데 섞어 논하는 것이 놀라웠다.‘이 여자 마음속에서 나는, 그 인간쓰레기와 같은 종류였어? 억지? 정말 그런 거야?’남유주는 뒤로 한 발 물러서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몸을 돌려 주희철의 차에 올라타 문을 닫고 안전벨트를 맸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주희철을 향해 말했다.“가자, 늦은 거 아니야?”주희철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시동을 걸었다.이내 그녀는 백미러를 힐끗 쳐다보았고, 박수혁은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날 협박해? 내가 가만히 있을 줄만 알았어?’남유주 눈빛에 가득했던 복잡함은 서서히 사라졌다.차 안은 한동안 조용했다.두 사람 모두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그러다 남유주가 먼저 이 침묵을 깼다.“에잇, 꽃 예뻤는데……”주희철은 가볍게 웃으며 맞장구를 쳤다,“꽃을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왜 아쉬워해?”남유주가 말했다.“누가 그래, 나도 꽃 좋아해.”이 말은 누가 봐도 거짓말이었다.주희철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리며 그녀를 힐끔 보았다.“괜찮
남유주는 단지 악착같이 살고 싶었다. 그녀는 누군가를 위해 자기를 내던지기 싫었다.그녀는 이기적이고 위선적이며 각박했다. 그저 자기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착한 일을 하려고 하지만, 그건 순수한 마음이 아니다.살기 위해 도망갔다. 자유를 위해 이형욱을 죽이고 싶었고, 돈을 벌기 위해 와인바를 열었다.하지만 그녀는 누군가를 위해 자기의 목숨을 걸고 싶진 않다.이곳에 있으면 너무 위험하다.그녀는 떠나고 싶었다.하여 그녀는 그 어떤 냉정함과 이성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그저 단도직입적으로 입을 열었다.“일단 나 먼저 데려다줘. 여진은 언제든지 올 수 있어. 너 때문에 나 여기서 위험해지는 거 싫어.”그 말에 주희철은 눈빛이 흔들리더니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선배도 들었잖아. 사람이 위험하다고……”“그래, 들었어. 그 사람들은 이미 위험한 상태야. 넌 의사가 아니야. 그러니까 가도 소용없어. 하지만 난 안전이 필요해.”남유주는 입술을 오므리고 무거운 표정으로 말했다.“선배, 근데 난 그 사람들을 저렇게 버려둘 수 없어……”주희철은 미간을 찌푸리며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이건 나중에 얘기하자.”주희철은 바로 차를 돌렸고, 남유주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차는 막힌 곳으로 직진하고 있었다.그녀는 심장이 떨렸다.문득 그녀는 용기를 내 차 문을 열었다.차 문이 열리자 모래 바람이 불어 들어왔다.주희철은 급히 브레이크를 밟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남유주는 차갑고 싸늘한 눈길로 주희철에게 말했다.“가려면 너 혼자 가. 난 빼고. 난 너와 함께 위험해질 생각이 전혀 없어. 우린 아직 그 정도로 깊은 사이가 아니야.”주희철은 입술을 오므리고 차에서 내리는 그녀를 바라보더니 마음이 차가워졌다.하지만 생각할 겨를도 없이 주희철은 바로 엑셀을 밟고 떠나갔다.남유주는 멍한 표정으로 깊은 심호흡을 했다.다행히 두 사람은 아직 깊은 사이가 아니고 이 지진은 정말 때맞춰 온 것 같았다.지진 덕분에 일
박수혁의 잇따른 질문은 하나하나가 모두 중점을 반영했지만,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 진술문에 가까웠다.남유주는 그 어떤 반박도 하지 않았다.똑똑한 박수혁은 한 번에 요점을 알아보았다.그녀는 굳이 주희철을 위해 핑계를 찾을 이유가 없었다.남유주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박수혁이 한 마디 덧붙였다.“안목이 아주 좋네요!”박수혁은 단도직입적으로 그녀를 비꼬았다. 아무리 바보라도 그의 뜻을 알아들었을 것이다.그녀는 입을 삐죽거렸다.‘날 한 번 구해줬으니 체면은 지켜줘야지!’문득 그녀는 지나가는 소방차를 보았다.그녀는 한숨을 내쉬더니 마음속의 무언가를 내려놓았다. 하지만 전혀 아쉬운 것이 없었다.그 모습에 박수혁은 휴대폰을 꺼내 채팅 페이지를 열어 그녀에게 넘겨주었다.“봐요. 보고 나면 기분이 풀릴 거예요.”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박수혁의 휴대폰을 넘겨받았다.대화 상대는 진 서장이였으며 대화는 아주 간결하고 깔끔했다.“남유주 씨 와인바를 고발한 사람은 확실히 주희철이 맞아요. 우연히 한 번 가봤는데 소방 문제가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어요. 그러니 남유주 씨도 그를 더 이상 마음에 두지 않았으면 좋겠네요.”남유주는 순간 놀라 두 눈을 부릅뜨더니 대화 기록을 몇 번이고 다시 읽어보았다.그녀는 어쩔 줄 몰라 했다.그러더니 갑자기 차갑게 웃었다.‘날 고발한 사람이 주희철이었어?’남유주는 미간을 찌푸렸다. 주희철은 아주 적극적으로 와인바의 문제를 해결해 주려고 했다.그녀는 주희철에게 감사해야 할지, 아니면 한바탕 욕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시간을 보니 대략 두 사람이 함께 저녁 식사를 하던 그날, 진 서장은 박수혁에게 이런 메시지를 보내왔다.하지만 박수혁은 그녀에게 말하지 않았다.그녀는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박수혁을 바라보았다.“알고 있었어요?”박수혁은 입술을 오므리며 담담한 표정으로 그녀를 힐끔 보았다.‘하긴, 당연히 알고 있었겠지.’박수혁은 굳이 이 일을 조사할 필요도 없었다. 술자리에서 박수혁이 남유주를 여러모로 챙기는 것을
박수혁은 가차 없이 박시준을 문밖으로 내보냈다.그녀는 나지막하게 들려오는 박수혁의 목소리를 들었다.“너 대체 공부를 어떻게 한 거야? 그렇게 좋은 자식이면 왜 하늘로 가지 않았대?”“하늘은 우주인만 갈 수 있는 거 아닌가요?”……‘쾅’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닫혔다.박수혁이 혼자 들어왔다.남유주는 미간을 찌푸리고 고개를 저었다.“시준이가 왜 저렇게 안 좋은 말들을 수혁 씨한테 쓰는지 알아요?”박수혁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아무렇지 않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난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가식적으로 행동할 이유가 없으니까요.”그 말은 주희철이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가식을 떨었다는 뜻이다.남유주는 박수혁의 뻔뻔함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그는 남유주의 옆에 앉아 응급 상자를 열었다. 그녀의 다친 곳을 살피던 박수혁의 눈빛은 서서히 어두워졌다.손바닥만 한 상처에는 돌이 가득 박혀있었고, 피는 어느새 다 말라버렸다. 상처는 아주 처참했다.박수혁은 멈칫하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냥 병원 갈까요? 골절은 안 됐겠죠?”남유주는 이 작은 상처 때문에 병원에 가고 싶지 않았다.“괜찮아요. 약 바르면 돼요.”그녀는 가볍게 웃었다. 가련한 얼굴에 드디어 미소가 나타났다.“부탁할게요.”남유주의 무릎에 약을 발라주려던 박수혁은 갑자기 행동을 멈추더니 몸을 곧게 펴고 그녀를 향해 중얼거렸다.“약 발라준다고 날 이상하게 생각하진 않겠죠? 예를 들어 이 기회에 유주 씨한테 흑심을 품는다던가?”남유주는 도무지 박수혁의 생각을 알 수 없었다.하지만 그녀는 지금 박수혁의 별장에 있고,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다.만약 그녀를 와인바로 데려갔다면, 굳이 박수혁의 도움이 필요 없을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여기에는 가정부와 박수혁, 그리고 박시준뿐이다.그녀는 두 가정부를 잘 몰랐으며, 굳이 그들의 도움을 받고 싶지 않았다.또 박시준은 아직 어린이라 제 코가 석 자이다.그러니 박수혁한테 도움을 바랄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깊은숨을 내쉬며 가식적으로
박수혁은 입술을 살짝 깨물고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출장을 나갔다가 돌아와서 가장 먼저 그녀를 보러 술집으로 찾아왔다.그런데 그녀는 당당하게 다른 남자의 차를 탄 것도 부족해서 그와 전남편을 비교하는 말이나 해댔다.박수혁은 수치심을 느꼈다.그녀의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었지만 자존심에 이 일을 그냥 넘어가고 싶지 않았다.남유주는 눈을 깜빡이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쪼잔한 녀석! 아무것도 나아진 게 없잖아!그녀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몇 번이나 얘기했잖아요. 난 그 사람을 분명하게 거절했어요. 이상한 소리로 논점 흐리지 말라고요!”박수혁은 피식 웃으며 못 믿겠다는 표정을 지었다.남유주는 고개를 돌리며 시큰둥하게 말했다.“됐어요. 내가 했던 말 그냥 못 들은 거로 해요.”그녀는 그 사람을 받아줄 의향이 있었으나 결국 우연한 사고로 인해 그 생각을 포기했다.하지만 박수혁에게는 불공평한 상황이었다.박수혁은 느긋한 자세로 그녀에게 다가서며 말했다.“다 들었어요. 이미 했던 말은 주워담을 수 없다는 거 몰라요?”남유주는 살짝 상기된 얼굴로 그를 쏘아보며 대꾸했다.“그래서요? 난 당신을 어장 속 물고기로 생각한 적 없어요. 아예 한 번도 당신을 그런 쪽으로….”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남자가 그녀의 얼굴을 감싸더니 거칠게 입을 맞춰 왔다.그녀의 당황한 모습이 그대로 남자의 두 눈에 담겼다.그의 혀가 집요하게 그녀의 입안을 파고들었다.남유주는 천천히 눈을 감고 그에게 호응했다.그에게서 알싸한 알코올 향기가 풍겨와서 점점 정신이 아득해졌다.그들은 이제야 자존심을 내려놓고 가장 진실한 모습으로 상대를 보듬어 주었다.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그가 드디어 입술을 떼고 못내 아쉬운 표정으로 가쁜 숨을 몰아쉬는 그녀를 바라보았다.남유주는 힘없이 그의 품에 기대 가쁜 숨을 토해냈다.키스 한번으로 두 사람의 사이는 완전히 달라졌다.남자는 못내 아쉬운 얼굴로 그녀를 놓아주고 말했다.“자요. 난 서재로 가볼게요.”그는 그녀의 발목 부상을
그것은 그와 소은정이 같이 찍은 사진이었다. 줄곧 개인 서재에 놓고 보물처럼 소중히 다뤄온 물건이자 행복했던 과거를 향한 그의 미련이었다.그는 시간이 멈춘 것처럼 멍하니 그 사진을 바라보았다.무언가 거대한 힘이 그의 심장을 잡아뜯는 것처럼 숨이 막히고 괴로웠다.어제의 일은 이미 되돌릴 수 없게 되어 버렸다.그가 직면해야 할 문제였다.소은정을 잊자고 하니 과연 그럴 수 있을까?그는 창백한 얼굴로 아픈 마음을 달래며 액자를 조용히 뒤집어 놓았다.그런데 이때, 남유주가 안으로 들어왔다. 박수혁의 셔츠를 걸친 그녀가 느긋한 표정으로 다가오며 말을 걸었다.“씻으려는데 샤워기가 고장난 것 같아요.”박수혁은 움찔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래요? 내가 가서 볼게요.”두 사람 사이는 여느 커플처럼 닭살스러운 멘트도 없었지만 눈만 뜨면 싸우던 예전에 비하면 많이 자연스러워졌다.그녀는 당당하게 그의 옷을 입었고 그 역시 그런 변화를 묵인했다.남유주의 목덜미에는 여전히 어젯밤 흔적이 남아 있었다.박수혁은 그 흔적들을 힐끗 보다가 다급히 시선을 피했다.다시 이성을 잃고 달려드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였다.웃으며 그를 따라 나가려던 남유주가 책상으로 시선을 돌렸다.전과는 다른 모습이 그녀의 눈에 포착되었다.예전에 그의 간병인을 자처하며 여기 살았을 때 매일 서재를 드나들었기에 이런 변화는 손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그녀는 조용히 책상으로 다가갔다.남유주는 책상 위에 뒤집어진 액자를 주워들었다. 소은정과 박수혁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었다.그녀는 솔직히 혼란스러웠다.어떻게 그의 과거를 직면해야 할지 아직은 결심이 서지 않았다.그도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았다.여기서 그들의 과거를 회상했을까?아니면 어젯밤의 충동을 후회했을까?이루지 못한 그 사랑에 죄책감이 든 건 아닐까?그녀는 한숨을 쉬며 액자를 원래대로 돌려놓았다.남유주는 마음이 먼저 간 게 아니라 몸이 먼저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처음부터 충동적으로 저지른 일이었고 사랑이 있었다고는 볼 수 없었
박수혁은 이런 일로 그녀와 싸우기 싫었기에 어쩔 수 없이 담요를 다시 소파에 던지고 식탁에 마주 앉았다.하지만 옆에 남유주가 있으니 좀처럼 식사에 집중할 수 없었다.장난기가 발동한 그녀는 발로 그의 다리를 간지럽혔다.짜증이 치밀었지만 화를 낼 수도 없었다.자신이 어젯밤에 조금 과했다는 것을 알기에 그녀의 이런 도발도 꾹 참고 넘겨야 했다.그녀는 아주 기분 좋게 샐러드 한 접시를 비웠다.박수혁의 얼굴에도 부드러운 미소가 피어올랐다.잠시 후, 대문 앞에 차량이 도착했다.이한석과 운전기사가 쇼핑백을 잔뜩 들고 안으로 들어왔다.남유주를 본 이한석이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어쩐지 아침부터 여성옷을 사오라고 할 때부터 이상했어!’“유주 씨, 이 옷들 한번씩 입어보세요.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이 브랜드사와는 앞으로 협력을 하지 않을 생각이에요.”남유주는 활짝 웃으며 이한석에게 말했다.“저는 이 비서님 안목을 믿어요.”이한석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짐을 2층까지 옮겨주었다.남유주는 박수혁의 빠른 일처리가 꽤 만족스러웠다.남자 셔츠를 입은 채로 밖을 돌아다닐 수는 없지 않은가.그랬다가는 술집 이미지에도 타격이 있을 게 분명했다.아무도 자신에게 관심을 주지 않자 박수혁의 얼굴이 음침하게 굳었다.남유주는 가장 심플한 베이지색 원피스를 입고 아래층으로 내려왔다.“예쁘죠?”그녀는 거실을 한바퀴 빙 돌며 박수혁과 이한석에게 물었다.박수혁이 입을 열려는 찰나, 옆에 있던 이한석이 먼저 선수를 쳤다.“세상에! 유주 씨 지금 요정 같아요!”남유주가 쑥스럽게 입을 가리며 웃었다.박수혁은 이한석에게 심부름을 시킨 것을 후회했다.그는 불편한 표정으로 헛기침을 하며 끼어들었다.“이제 출근해야지.”이한석은 그제야 웃음을 거두고 진지한 표정으로 임했다.“네, 대표님.”남유주가 다급히 말했다.“그럼 나 가게까지 좀 태워다주세요!”박수혁은 묘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더니 말했다.“여기서 좀 쉬지 가게는 왜 가요?”어차피 낮에 영업을 하는 가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