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유주는 단지 악착같이 살고 싶었다. 그녀는 누군가를 위해 자기를 내던지기 싫었다.그녀는 이기적이고 위선적이며 각박했다. 그저 자기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착한 일을 하려고 하지만, 그건 순수한 마음이 아니다.살기 위해 도망갔다. 자유를 위해 이형욱을 죽이고 싶었고, 돈을 벌기 위해 와인바를 열었다.하지만 그녀는 누군가를 위해 자기의 목숨을 걸고 싶진 않다.이곳에 있으면 너무 위험하다.그녀는 떠나고 싶었다.하여 그녀는 그 어떤 냉정함과 이성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그저 단도직입적으로 입을 열었다.“일단 나 먼저 데려다줘. 여진은 언제든지 올 수 있어. 너 때문에 나 여기서 위험해지는 거 싫어.”그 말에 주희철은 눈빛이 흔들리더니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선배도 들었잖아. 사람이 위험하다고……”“그래, 들었어. 그 사람들은 이미 위험한 상태야. 넌 의사가 아니야. 그러니까 가도 소용없어. 하지만 난 안전이 필요해.”남유주는 입술을 오므리고 무거운 표정으로 말했다.“선배, 근데 난 그 사람들을 저렇게 버려둘 수 없어……”주희철은 미간을 찌푸리며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이건 나중에 얘기하자.”주희철은 바로 차를 돌렸고, 남유주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차는 막힌 곳으로 직진하고 있었다.그녀는 심장이 떨렸다.문득 그녀는 용기를 내 차 문을 열었다.차 문이 열리자 모래 바람이 불어 들어왔다.주희철은 급히 브레이크를 밟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남유주는 차갑고 싸늘한 눈길로 주희철에게 말했다.“가려면 너 혼자 가. 난 빼고. 난 너와 함께 위험해질 생각이 전혀 없어. 우린 아직 그 정도로 깊은 사이가 아니야.”주희철은 입술을 오므리고 차에서 내리는 그녀를 바라보더니 마음이 차가워졌다.하지만 생각할 겨를도 없이 주희철은 바로 엑셀을 밟고 떠나갔다.남유주는 멍한 표정으로 깊은 심호흡을 했다.다행히 두 사람은 아직 깊은 사이가 아니고 이 지진은 정말 때맞춰 온 것 같았다.지진 덕분에 일
박수혁의 잇따른 질문은 하나하나가 모두 중점을 반영했지만,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 진술문에 가까웠다.남유주는 그 어떤 반박도 하지 않았다.똑똑한 박수혁은 한 번에 요점을 알아보았다.그녀는 굳이 주희철을 위해 핑계를 찾을 이유가 없었다.남유주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박수혁이 한 마디 덧붙였다.“안목이 아주 좋네요!”박수혁은 단도직입적으로 그녀를 비꼬았다. 아무리 바보라도 그의 뜻을 알아들었을 것이다.그녀는 입을 삐죽거렸다.‘날 한 번 구해줬으니 체면은 지켜줘야지!’문득 그녀는 지나가는 소방차를 보았다.그녀는 한숨을 내쉬더니 마음속의 무언가를 내려놓았다. 하지만 전혀 아쉬운 것이 없었다.그 모습에 박수혁은 휴대폰을 꺼내 채팅 페이지를 열어 그녀에게 넘겨주었다.“봐요. 보고 나면 기분이 풀릴 거예요.”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박수혁의 휴대폰을 넘겨받았다.대화 상대는 진 서장이였으며 대화는 아주 간결하고 깔끔했다.“남유주 씨 와인바를 고발한 사람은 확실히 주희철이 맞아요. 우연히 한 번 가봤는데 소방 문제가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어요. 그러니 남유주 씨도 그를 더 이상 마음에 두지 않았으면 좋겠네요.”남유주는 순간 놀라 두 눈을 부릅뜨더니 대화 기록을 몇 번이고 다시 읽어보았다.그녀는 어쩔 줄 몰라 했다.그러더니 갑자기 차갑게 웃었다.‘날 고발한 사람이 주희철이었어?’남유주는 미간을 찌푸렸다. 주희철은 아주 적극적으로 와인바의 문제를 해결해 주려고 했다.그녀는 주희철에게 감사해야 할지, 아니면 한바탕 욕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시간을 보니 대략 두 사람이 함께 저녁 식사를 하던 그날, 진 서장은 박수혁에게 이런 메시지를 보내왔다.하지만 박수혁은 그녀에게 말하지 않았다.그녀는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박수혁을 바라보았다.“알고 있었어요?”박수혁은 입술을 오므리며 담담한 표정으로 그녀를 힐끔 보았다.‘하긴, 당연히 알고 있었겠지.’박수혁은 굳이 이 일을 조사할 필요도 없었다. 술자리에서 박수혁이 남유주를 여러모로 챙기는 것을
박수혁은 가차 없이 박시준을 문밖으로 내보냈다.그녀는 나지막하게 들려오는 박수혁의 목소리를 들었다.“너 대체 공부를 어떻게 한 거야? 그렇게 좋은 자식이면 왜 하늘로 가지 않았대?”“하늘은 우주인만 갈 수 있는 거 아닌가요?”……‘쾅’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닫혔다.박수혁이 혼자 들어왔다.남유주는 미간을 찌푸리고 고개를 저었다.“시준이가 왜 저렇게 안 좋은 말들을 수혁 씨한테 쓰는지 알아요?”박수혁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아무렇지 않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난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가식적으로 행동할 이유가 없으니까요.”그 말은 주희철이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가식을 떨었다는 뜻이다.남유주는 박수혁의 뻔뻔함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그는 남유주의 옆에 앉아 응급 상자를 열었다. 그녀의 다친 곳을 살피던 박수혁의 눈빛은 서서히 어두워졌다.손바닥만 한 상처에는 돌이 가득 박혀있었고, 피는 어느새 다 말라버렸다. 상처는 아주 처참했다.박수혁은 멈칫하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냥 병원 갈까요? 골절은 안 됐겠죠?”남유주는 이 작은 상처 때문에 병원에 가고 싶지 않았다.“괜찮아요. 약 바르면 돼요.”그녀는 가볍게 웃었다. 가련한 얼굴에 드디어 미소가 나타났다.“부탁할게요.”남유주의 무릎에 약을 발라주려던 박수혁은 갑자기 행동을 멈추더니 몸을 곧게 펴고 그녀를 향해 중얼거렸다.“약 발라준다고 날 이상하게 생각하진 않겠죠? 예를 들어 이 기회에 유주 씨한테 흑심을 품는다던가?”남유주는 도무지 박수혁의 생각을 알 수 없었다.하지만 그녀는 지금 박수혁의 별장에 있고,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다.만약 그녀를 와인바로 데려갔다면, 굳이 박수혁의 도움이 필요 없을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여기에는 가정부와 박수혁, 그리고 박시준뿐이다.그녀는 두 가정부를 잘 몰랐으며, 굳이 그들의 도움을 받고 싶지 않았다.또 박시준은 아직 어린이라 제 코가 석 자이다.그러니 박수혁한테 도움을 바랄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깊은숨을 내쉬며 가식적으로
박수혁은 입술을 살짝 깨물고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출장을 나갔다가 돌아와서 가장 먼저 그녀를 보러 술집으로 찾아왔다.그런데 그녀는 당당하게 다른 남자의 차를 탄 것도 부족해서 그와 전남편을 비교하는 말이나 해댔다.박수혁은 수치심을 느꼈다.그녀의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었지만 자존심에 이 일을 그냥 넘어가고 싶지 않았다.남유주는 눈을 깜빡이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쪼잔한 녀석! 아무것도 나아진 게 없잖아!그녀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몇 번이나 얘기했잖아요. 난 그 사람을 분명하게 거절했어요. 이상한 소리로 논점 흐리지 말라고요!”박수혁은 피식 웃으며 못 믿겠다는 표정을 지었다.남유주는 고개를 돌리며 시큰둥하게 말했다.“됐어요. 내가 했던 말 그냥 못 들은 거로 해요.”그녀는 그 사람을 받아줄 의향이 있었으나 결국 우연한 사고로 인해 그 생각을 포기했다.하지만 박수혁에게는 불공평한 상황이었다.박수혁은 느긋한 자세로 그녀에게 다가서며 말했다.“다 들었어요. 이미 했던 말은 주워담을 수 없다는 거 몰라요?”남유주는 살짝 상기된 얼굴로 그를 쏘아보며 대꾸했다.“그래서요? 난 당신을 어장 속 물고기로 생각한 적 없어요. 아예 한 번도 당신을 그런 쪽으로….”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남자가 그녀의 얼굴을 감싸더니 거칠게 입을 맞춰 왔다.그녀의 당황한 모습이 그대로 남자의 두 눈에 담겼다.그의 혀가 집요하게 그녀의 입안을 파고들었다.남유주는 천천히 눈을 감고 그에게 호응했다.그에게서 알싸한 알코올 향기가 풍겨와서 점점 정신이 아득해졌다.그들은 이제야 자존심을 내려놓고 가장 진실한 모습으로 상대를 보듬어 주었다.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그가 드디어 입술을 떼고 못내 아쉬운 표정으로 가쁜 숨을 몰아쉬는 그녀를 바라보았다.남유주는 힘없이 그의 품에 기대 가쁜 숨을 토해냈다.키스 한번으로 두 사람의 사이는 완전히 달라졌다.남자는 못내 아쉬운 얼굴로 그녀를 놓아주고 말했다.“자요. 난 서재로 가볼게요.”그는 그녀의 발목 부상을
그것은 그와 소은정이 같이 찍은 사진이었다. 줄곧 개인 서재에 놓고 보물처럼 소중히 다뤄온 물건이자 행복했던 과거를 향한 그의 미련이었다.그는 시간이 멈춘 것처럼 멍하니 그 사진을 바라보았다.무언가 거대한 힘이 그의 심장을 잡아뜯는 것처럼 숨이 막히고 괴로웠다.어제의 일은 이미 되돌릴 수 없게 되어 버렸다.그가 직면해야 할 문제였다.소은정을 잊자고 하니 과연 그럴 수 있을까?그는 창백한 얼굴로 아픈 마음을 달래며 액자를 조용히 뒤집어 놓았다.그런데 이때, 남유주가 안으로 들어왔다. 박수혁의 셔츠를 걸친 그녀가 느긋한 표정으로 다가오며 말을 걸었다.“씻으려는데 샤워기가 고장난 것 같아요.”박수혁은 움찔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래요? 내가 가서 볼게요.”두 사람 사이는 여느 커플처럼 닭살스러운 멘트도 없었지만 눈만 뜨면 싸우던 예전에 비하면 많이 자연스러워졌다.그녀는 당당하게 그의 옷을 입었고 그 역시 그런 변화를 묵인했다.남유주의 목덜미에는 여전히 어젯밤 흔적이 남아 있었다.박수혁은 그 흔적들을 힐끗 보다가 다급히 시선을 피했다.다시 이성을 잃고 달려드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였다.웃으며 그를 따라 나가려던 남유주가 책상으로 시선을 돌렸다.전과는 다른 모습이 그녀의 눈에 포착되었다.예전에 그의 간병인을 자처하며 여기 살았을 때 매일 서재를 드나들었기에 이런 변화는 손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그녀는 조용히 책상으로 다가갔다.남유주는 책상 위에 뒤집어진 액자를 주워들었다. 소은정과 박수혁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었다.그녀는 솔직히 혼란스러웠다.어떻게 그의 과거를 직면해야 할지 아직은 결심이 서지 않았다.그도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았다.여기서 그들의 과거를 회상했을까?아니면 어젯밤의 충동을 후회했을까?이루지 못한 그 사랑에 죄책감이 든 건 아닐까?그녀는 한숨을 쉬며 액자를 원래대로 돌려놓았다.남유주는 마음이 먼저 간 게 아니라 몸이 먼저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처음부터 충동적으로 저지른 일이었고 사랑이 있었다고는 볼 수 없었
박수혁은 이런 일로 그녀와 싸우기 싫었기에 어쩔 수 없이 담요를 다시 소파에 던지고 식탁에 마주 앉았다.하지만 옆에 남유주가 있으니 좀처럼 식사에 집중할 수 없었다.장난기가 발동한 그녀는 발로 그의 다리를 간지럽혔다.짜증이 치밀었지만 화를 낼 수도 없었다.자신이 어젯밤에 조금 과했다는 것을 알기에 그녀의 이런 도발도 꾹 참고 넘겨야 했다.그녀는 아주 기분 좋게 샐러드 한 접시를 비웠다.박수혁의 얼굴에도 부드러운 미소가 피어올랐다.잠시 후, 대문 앞에 차량이 도착했다.이한석과 운전기사가 쇼핑백을 잔뜩 들고 안으로 들어왔다.남유주를 본 이한석이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어쩐지 아침부터 여성옷을 사오라고 할 때부터 이상했어!’“유주 씨, 이 옷들 한번씩 입어보세요.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이 브랜드사와는 앞으로 협력을 하지 않을 생각이에요.”남유주는 활짝 웃으며 이한석에게 말했다.“저는 이 비서님 안목을 믿어요.”이한석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짐을 2층까지 옮겨주었다.남유주는 박수혁의 빠른 일처리가 꽤 만족스러웠다.남자 셔츠를 입은 채로 밖을 돌아다닐 수는 없지 않은가.그랬다가는 술집 이미지에도 타격이 있을 게 분명했다.아무도 자신에게 관심을 주지 않자 박수혁의 얼굴이 음침하게 굳었다.남유주는 가장 심플한 베이지색 원피스를 입고 아래층으로 내려왔다.“예쁘죠?”그녀는 거실을 한바퀴 빙 돌며 박수혁과 이한석에게 물었다.박수혁이 입을 열려는 찰나, 옆에 있던 이한석이 먼저 선수를 쳤다.“세상에! 유주 씨 지금 요정 같아요!”남유주가 쑥스럽게 입을 가리며 웃었다.박수혁은 이한석에게 심부름을 시킨 것을 후회했다.그는 불편한 표정으로 헛기침을 하며 끼어들었다.“이제 출근해야지.”이한석은 그제야 웃음을 거두고 진지한 표정으로 임했다.“네, 대표님.”남유주가 다급히 말했다.“그럼 나 가게까지 좀 태워다주세요!”박수혁은 묘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더니 말했다.“여기서 좀 쉬지 가게는 왜 가요?”어차피 낮에 영업을 하는 가게
이한석은 박수혁이 오늘 뭘 잘못 먹은 게 아닌지 의심했다.라이벌을 위해 돈을 쓰다니! 이건 무슨 경우지?그는 전동하에게도 이런 관용은 베풀지 않았다.이해는 되지 않았지만 이한석은 그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회사에 출근한 박수혁은 오늘 하루 기분이 무척 좋아 보였다.부하직원들의 작은 실수에도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격려해 주었다.격려를 받은 부하 직원은 불안한 표정으로 자리로 돌아갔다.꿈을 꾸는 건 아니겠지?이한석도 황당함을 금하지 못했다. 평소 같았으면 실수하면 내쫓거나 경호원까지 불러서 끌어내던 사람이 오늘은 어쩐 일이지?전혀 박수혁답지 않은 처사였다.‘남유주 씨 덕분인가?’실수한 직원이 불안한 얼굴로 다가오더니 이한석의 손을 잡았다.“이 비서님, 대표님 오늘 왜 저래요? 왜 자꾸 저를 보고 웃으시는 거죠? 제가 금액을 잘못 기입했는데 욕도 안 하고 오히려 열심히 하라고 격려까지 해주셨어요. 이거 저절로 물러나라는 신호는 아니겠죠?”이한석은 어색한 웃음만 지을 뿐이었다. 박수혁이 갑자기 성격이 바뀌었다는 소문이 회사에 쫙 퍼졌다.그도 그럴 것이 일년 내내 같이 일해도 그가 오늘처럼 헤실헤실 웃고 다닌 경우는 없었기 때문이다.이한석은 직원을 안심시켜 자리로 돌려보내고 나니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지만 어쨌든 좋은 방향으로 변하고 있었다. 박수혁이 드디어 소은정을 내려놓고 새로운 사랑을 찾았으니 축하할만한 일이었다.그 시각, 가게로 돌아온 남유주는 한수근과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주희철을 만났다.주희철은 어제 입었던 옷을 그대로 입고 있었는데 표정이 썩 좋지 않았다.한수근이 그녀를 보자마자 웃으며 다가왔다.“사장님, 희철 씨가 새벽부터 기다리고 계셨어요. 사장님께 꼭 직접 만나서 전해야 할 말이 있다던데요?”남유주는 그제야 한수근이 보낸 문자를 확인했다.[후배분이 또 오셨는데 아무리 설득해도 가지를 않아서요. 차라리 밖에서 좀 피해 계실래요?]남유주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주희철에게 다가갔다.“미안해
주희철이 고개를 떨어뜨렸다.“미안해.”남유주는 그의 사과가 듣고 싶지 않았다.용서는 해줄 수 있지만 타협하고 싶지는 않았고 이 화제를 계속 이어가고 싶지도 않았다.주희철은 굳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선배, 나 정말 오래전부터 선배를 좋아했어.”“그 마음 고마워. 나도 그 마음 알고 누군가가 날 그렇게 생각해 줘서 기뻤어. 그때는 매일 전남편을 죽이고 나도 같이 죽을 생각만 하며 살았거든. 누군가가 날 좋아한다는 것이 큰 위로가 되었어.”“그래서 너랑 진심으로 잘해보고 싶었는데 어쩔 수 없어. 난 이제 더 이상 타협하고 싶지 않아. 미안해.”그녀는 진심 어린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또박또박 말했다.주희철은 그에게 항상 존중할만한 후배였다.그는 그녀를 빤히 바라보다가 천천히 표정을 풀었다.그녀가 자신을 버리고 간 일 때문에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기에 더 매달릴 수도 없었다.만약 정말 둘이 함께하게 된다면 이런 일은 계속해서 벌어질 것이다.그는 사회에 대한 책임감으로 한번, 또 한번 그녀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다.하지만 남유주는 충분히 자신을 아껴주고 사랑해 줄 사람을 만날 자격이 있었다. 그녀가 원하는 건 물질적인 풍요도 아니었고 온전히 자신의 곁을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주희철은 입안이 쓰고 쓸쓸함이 몰려왔다.드디어 희망이 조금 보이기 시작했는데 시작도 하기 전에 꺼져버렸다.그는 애써 정신을 가다듬고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알았어, 선배. 앞으로는 귀찮게 하지 않을게.”그는 잠시 그녀를 빤히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박수혁 때문이야?”남유주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주희철은 긴 한숨을 토해내고는 말없이 가게를 나갔다.차라리 박수혁이라서 안심이었다.어제 그가 보인 모습은 남유주를 진심으로 좋아해서 나온 행동이었다.남유주는 주희철을 배웅하고 그 자리에 잠시 앉아 생각에 잠겼다.한수근이 그녀에게 다가오며 물었다.“얘기 잘 끝났어요? 이제 그 후배랑은 끝이에요?”남유주가 자리에서 일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