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준은 입술을 깨물며 어쩔 줄 몰라 했고, 박수혁은 참을 수 없는 말투로 입을 열었다.“주희철 그 아저씨, 좋은 사람 아니야. 넌 유주 아줌마가 쓰레기 같은 남자와 함께 있었으면 좋겠어?그 아저씨는 겉과 속이 달라. 왜 유주 아줌마 와인바가 영업정지 당했는지 알기나 해?그 아저씨가 꾸민 짓이야!”박수혁의 말에 박시준은 두 눈이 휘둥그레져서 말을 할 수 없었다.박수혁은 박시준을 향해 진지하게 말했다.“그래도 두 사람이 어울린다고 생각해? 넌 유주 아줌마가 덫에 걸려 돈과 마음을 다 빼앗기고 예전처럼 괴롭힘당하면서 살았으면 좋겠어?”순간 박시준의 얼굴은 하얗게 질리더니 눈시울도 붉어졌다.그 모습에 박수혁은 눈을 내리깔더니 몸을 낮추고 박시준과 눈높이를 맞추었다.박수혁은 무거운 말투로 박시준에게 말했다. “그래서 유주 아줌마가 새엄마가 되면 적어도 우리가 지켜줄 수 있잖아. 그렇지?아빠도 유주 아줌마 많이 도와줬으니까 당연히 괴롭히지 않을 거고, 너도 유주 아줌마 좋아하잖아. 그러니까 그 두 사람은 안 돼.”박수혁은 덤덤한 말투로 박시준을 세뇌했고, 박시준은 멈칫하더니 고개를 푹 숙였다.아마도 박수혁의 말이 과연 일리가 있는지 따져보는 중일 것이다. 한참 뒤, 박시준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아빠, 내가 아줌마 어디 갔는지 알고 있어요. 우리도 가요!”박수혁의 차갑던 표정은 그제야 사르르 녹아내렸고, 그는 미소를 지으며 박시준의 곱슬머리를 쓰다듬었다.“착하네.”갑작스러운 칭찬에 박시준은 깜짝 놀랐다.하지만 박시준은 박수혁의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만약 주희철 아저씨가 나쁜 사람이라면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어. 그럴 거면 차라리 우리 아빠와 먼저 결혼하고 내가 어른이 되면 아줌마한테 돈을 많이 많이 줄 거야. 다른 사람은 믿을 수 없어. 하지만 난 아줌마를 지켜줄 수 있어.’두 사람은 검은색 벤틀리를 타고 어둠 속을 달려 곧 중심 광장의 프라이빗 영화관에 도착했다.주희철은 비록 직업이 평범하지만, 부자들의 취
세 사람은 함께 밖으로 나갔다.박시준은 무언가를 찾는 것처럼 여기저기 두리번거렸다.남유주가 뭘 찾냐고 물어보자 아이는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아빠가 어디 숨었나 살피고 있었어요. 갑자기 짠하고 나타날 수도 있잖아요?”남유주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꿈 깨. 네 아빠는 너를 집으로 들인 것만으로 큰 은혜를 베풀었다고 생각할 사람이야. 널 데리러 온다고? 그럴 일은 없을걸!”박시준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아이는 죄책감이 들었다. 박수혁을 차갑고 인간미 없는 사람으로 만든 게 자신인 것 같았다.물론 그건 다 남유주를 위한 일이었다.아이는 그녀가 책임감도 없는 남자를 만나 연애하기 보다 자신의 계모가 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다.박수혁이 성격은 좀 포악하지만 적어도 물질적으로 그들을 풍족하게 해줄 능력이 있었다.그리고 자신에게는 완벽한 새엄마가 생기는 거고.완벽한 방안이었다!박시준은 그런 생각을 하며 걸음을 재촉했다.주희철은 그들을 가게 앞에 내려주었다.가게 안은 손님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남유주는 주희철에게 잠깐 앉았다 가라고 하고 싶었지만 박시준이 꾸벅꾸벅 졸고 있었기에 생각을 포기했다.주희철은 그들이 안으로 들어간 것을 확인한 뒤에야 차에 시동을 걸었다.구석진 곳에 검은색 벤틀리가 이쪽을 보고 주차되어 있었으나 아무도 그쪽을 주의 깊게 보지 못했다.남유주는 한수근에게 인사를 건넨 뒤, 박시준을 데리고 위층으로 올라갔다.위층에는 침실이 하나뿐이라 아이를 어디 재워야 할지가 문제였다.물론 아래층 VIP룸도 선택지가 될 수는 있었지만 침실처럼 편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이를 그런 곳에 재울 수는 없었다.고민하던 남유주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침실 두 개로 만들걸, 조금 후회가 됐다. 눈치를 보고 있던 박시준이 말했다.“이모, 사실 저 하나도 안 졸려요. 이따가 손님들 가면 아래층으로 가서 잘게요. 아빠는 여자 침실에서 함부로 자지 말라고 가르쳤어요. 그러니 이모 방도 안 돼요. 저는 남자니까 여자
그래서 남유주는 대화의 포인트를 그가 허락도 없이 들어왔다는 것에 두었다.정말 짜증이 치밀었다.그녀는 긴 한숨을 내쉬고는 옷매무시만 다시 정리하고 밖으로 나갔다.박수혁은 벽에 등을 기댄 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어두운 조명 아래에서도 그의 외모는 빛을 발했다.소리를 들은 그가 고개를 돌렸다. 그는 입던 옷을 그대로 입고 나온 그녀를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하지만 왜 옷도 안 갈아입고 나왔냐고 물어보지는 않았다. 그랬다가는 또 육두문자가 날아올 것이 불 보듯 뻔했다.그는 약간 어색한 표정으로 그녀의 시선을 피했다.남유주는 말없이 그를 지나쳐서 아래층으로 갔다.그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우리 얘기 좀 해요.”남유주는 움찔하며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의아한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다.“시준이 데리러 온 거 아니었어요? 시준이 아래층에 있어요. 애 데리고 빨리 나가요.”그녀는 그와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았다.피하는 게 상책이었다.제대로 된 안목을 가진 사람이라면 박수혁과 주희철 중에 주희철을 선택할 것이다.적어도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그다지 남자로서 호감이 가지는 않지만 사랑 받는 느낌은 괜찮았다.그가 말이 없자 그녀는 홀연히 그를 지나쳤다.박수혁은 이한석이 보내줬던 인터넷 영상을 떠올렸다. 그때 이한석이 남유주가 연기에 재능 있다고 칭찬했던 게 생각났다.그때는 피식 웃으며 가당치도 않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이한석의 말이 맞는 것 같았다.영상 속 여자는 단아하면서도 섹시했고 물처럼 고요한 매력을 풍기는 여자였다.그는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리고 숨이 가빠져서 다급히 그녀의 등 뒤에 대고 말했다.“나 다 봤어요.”뒤돌아선 남유주가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박수혁은 흔들림 없는 눈동자로 그녀를 응시하며 말했다.“앉아서 얘기 좀 해요.”그는 남유주와의 관계에서 자신이 우위에 있다고 굳게 믿었다.그리고 목적을 위해서라면 어떤 방법도 동원할 수 있었다.남유주는 긴 한숨을 내쉬고는 짜증스럽게 다가왔다.그녀는
남유주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갑자기 의아해졌다.“어떻게 알았지?”하지만 이내 그녀는 답을 알 수 있었다. 박시준도 그 장소에 갔었고 그들은 그저 마주치지 못했을 뿐이었다.즉 남유주를 보았지만 인사를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박수혁의 시선은 그녀를 감쌌고, 부드럽게 웃었다.“유주 씨는 정말 이용하고 가차 없이 버리네요.”박수혁의 말에 그녀는 어쩔 줄 몰랐다.억울하다고 펄쩍 뛰고 싶었다.“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아요. 우린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박수혁은 입술을 오므리더니 강한 어조로 말했다.“내 침대에서 잠도 자고 나한테 뽀뽀도 했는데, 나한테 딴마음이 없다고요?”박수혁은 손을 내밀어 남유주의 턱을 잡더니 손가락으로 그녀의 턱을 살살 문질렀다. 그녀의 턱은 기분 좋을 정도로 부드러웠다.‘또 이 얘기를 꺼내다니.’남유주는 화가 나서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하여 그의 행동이 얼마나 자극을 불러일으키는지 한동안 깨닫지 못했다.그녀는 박수혁과의 관계를 너무 서먹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그저 박수혁과 멀리하고 싶은 것뿐이다.하지만 박수혁은 기어코 그녀에게 다가왔다.그렇다면 그녀의 무례를 탓하면 안 된다.박수혁이 그녀에게 이렇게 말한 이상, 그녀는 확실하게 반격하기로 결심했다.“개뿔, 제가 그쪽이랑 잤어요? 왜 순결을 잃었다는 표정이죠? 발정 났으면 다른 암컷이나 찾아요. 저한테 헛소리하지 말고.”박수혁은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눈을 가늘게 떴다. 그는 참지 못하고 그녀의 손목을 잡아당겨 난간 쪽으로 끌어갔다.그녀의 한 마디 한 마디는 정말 사람을 열받게 한다.남유주는 애써 몸부림쳤지만 박수혁의 힘을 감당해 낼 수 없었다. 그녀가 저항을 할 때 길고 날카로운 손톱이 박수혁의 목덜미를 스쳐 지나갔고, 박수혁은 고통에 신음을 내었다. 그의 목덜미에서 순식간에 피가 배어 나왔다.남유주는 힘을 잃고 그대로 얼어붙었다.그녀의 시선에서 보았을 때, 수혁의 상태는 아주 처절했다.그녀는 새로 네일아트를 받았고, 손톱에는 나비 날개 장신구도
남유주는 몸을 비틀거리더니 박수혁의 다리에 털썩 주저앉았다.그녀는 깜짝 놀라 일어서려 했지만 박수혁의 큰 손은 뒤에서 그녀의 허리를 감쌌다.짜릿한 느낌이 등으로부터 온몸에 퍼져 마치 전류가 흐르는 것 같았다.그녀의 얼굴빛은 순식간에 빨갛게 되었다.“이 손 놔요!”만약 박수혁이 아까 그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이미 박수혁의 뺨을 때렸을 것이다.하지만 박수혁은 이미 그녀 때문에 다쳤다.여기서 더 손찌검한다면 뒷수습이 어려울 것이다.박수혁은 그녀의 뒷덜미에 다가갔다. 무겁고 차가운 한기가 순식간에 그녀를 감쌌지만, 강요는 존재하지 않았다.오히려 달콤한 썸이 생겨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박수혁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험담하는 게 아니라 사실을 말하는 것뿐이에요. 근데 그 자식도 내 험담 했었죠?”남유주는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었다. 목덜미에서 느껴지는 짜릿함은 그녀를 점점 빠져들게 했다.“너무 소심한 거 아니에요? 나 수혁 씨 험담 단 한 번도 한 적 없어요. 오히려 젊은데 능력 있다고 칭찬했어요. 수혁 씨, 수혁 씨도 넓은 마음을 가져봐요. 뒤에서 험담이나 하지 말고!”박수혁의 안색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박수혁은 얄미운 주희철에게서 누군가의 그림자가 보이는 듯했다.‘교활한 자식. 나만 나쁜 사람 만들어.’박수혁은 깊은숨을 내쉬며 화를 꾹꾹 눌렀다.“뭐나 다 좋아요? 그건 유주 씨가 그 자식의 진짜 얼굴을 모르기 때문이에요.”“어떤 얼굴이라도 수혁 씨보단 낫겠죠.”남유주는 조용히 구시렁거렸다.박수혁은 미간을 찌푸리고 그녀의 볼을 꼬집으며 차갑게 물었다.“뭐라고요?”참다못한 남유주는 박수혁의 손을 밀치며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났다.그녀는 떨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다 들었잖아요. 두 번 말하기 싫어요. 말 잘 듣는 여자를 원한다면 제가 아닌 다른 사람 찾아요. 제가 왜 연하남을 버려두고 빛도 못 보는 여자가 돼야 하죠?”박수혁은 입술을 오므리더니 시선을 밖으로 보내며 차
적어도 그가 자기의 감정을 알기 전에 그는 그녀를 붙잡아야 했다.박수혁의 목소리는 나지막한 자성을 띠고 있기 때문에 밀폐된 방에서는 확실히 사람의 마음을 흔들기 쉬웠다. 비록 그의 말이 진심으로 들렸지만 남유주는 눈썹을 치켜 올리며 웃었다.“특별해요? 내가 소은정 씨를 닮아서 특별한 건가요? 아니면 여러 번 거절당해서 특별한 건가요?”남유주의 말에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버렸다.박수혁은 소은정이라는 이름에 심장이 움찔하더니 표정도 오묘하게 흔들렸다.그녀는 그와 소은정의 일을 이미 알고 있었다.어떻게 신경 쓰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그는 또 왜 남유주가 신경 쓰는 걸 또 다시 신경 써야 하는 걸까?박수혁의 머릿속은 복잡하게 얽혀져 있었고, 남유주는 그의 침묵을 묵인으로 받아들였다.‘성미려 말이 맞았네. 난 그저 대역일 뿐이야. 왜 이런 저속한 수법을 쓰는 걸까?’그녀는 박수혁을 이미 꿰뚫어 보았다는 듯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심지어 안쓰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이런 감정은 순수하지 않아!’박수혁은 입술을 오므리고 그녀의 표정을 관찰했다.“아니요.”박수혁은 약간 갈라진 목소리로 손끝을 멈칫하더니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그런 이유가 아니에요.”하지만 박수혁의 대답은 한발 늦었고, 남유주가 바보가 아닌 이상 그 말을 믿을 리가 없었다.‘듣기 좋은 말을 누가 못 하겠어!’하지만 박수혁은 잠시 어떻게 마음속의 감정을 표현해야 할 지 몰라 곤경에 빠졌다.박수혁은 답답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가슴이 꽉 막힌 것처럼 숨이 막혔다.남유주와 소은정은 당연히 다르다.처음 남유주를 알게 되었을 때, 그는 확실히 두 여자가 서로 닮았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알고 보니, 비슷한 점이 별로 없었다. 적어도 소은정은 절대 남유주처럼 아무 장소에서나 욕을 내뱉지 않는다.소은정은 상대에게 여지를 줄 수 있는 부드럽고 절제된 사람이다.박수혁의 복잡한 모습에 남유주도 더는 따지기 싫었다.여기서 더 얘기하면 듣기 싫은 말들이 나올 것 같았
박수혁은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아팠다.‘내 말이 심했나?’박수혁은 고개를 푹 숙이고 그녀의 목덜미에 머리를 파묻었다. 남유주는 움직이지 않았고 박수혁은 이대로 시간이 멈추길 바랐다.하지만 불가능하다.박수혁은 느릿느릿 그녀에게서 떨어지고 헝클어진 옷매무새를 정리했다.그는 남유주를 힐끗 보더니 입술을 오므리고 차갑게 말했다.“난 유주 씨 위협하고 싶지 않아요. 와인바나 그 자식도 난 신경 안 써요.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면 제일 좋을 테지만 만약 어렵다면 내가 도울게요.”박수혁은 차가운 말투로 그녀에게 암시를 해주었다.눈치 빠른 남유주는 이내 그의 뜻을 알아차렸다.“치사해요!”남유주는 힘껏 일어나 앉더니 침대를 두드리며 불만을 토로했다.“수혁 씨가 강도와 뭐가 달라요?”박수혁은 피식 웃더니 차가운 눈길을 보냈다.“다른 거라면, 강도는 바로 행동하지만 난 유주 씨의 의견을 묻는다는 것?”남유주는 화가 나서 횡설수설했다.“당신은 진짜 미쳤어요. 정말 저 좋아해요? 전 수혁 씨 안 좋아해요. 털끝만치도 안 좋아한다고요!”평소에는 그녀가 아무리 욕해도 박수혁은 잠자코 있었다.사실 말로 이길 수 없었다.하지만 지금 그녀는 가시 같은 말을 내뱉고 있다.하여 박수혁은 무거운 어조로 아예 말을 끊어버렸다.“다행이네요. 난 누군가의 사랑은 필요 없어요. 하지만 어떻게 내 마음을 사는지 가르쳐 줄 수는 있어요!”그의 차가운 눈동자에는 한치의 따뜻함마저 없었다.그는 뒤돌아 나가면서 한마디를 남겼다.“시간을 줄 테니 잘 생각해 봐요. 하지만 너무 오래 기다리게는 하지 말아요.”문을 나서려는 박수혁의 모습에 남유주는 눈을 가늘게 뜨더니 참지 못하고 때아닌 말을 했다.“빨간 약 유통기한 지났어요. 그러니까 병원에나 가봐요! 나쁜 자식!”박수혁은 발걸음을 멈칫하더니 화가 나서 얼굴이 하얗게 질리기 시작했다.그는 어금니를 꽉 깨물고 애써 화를 참으며 아래층으로 내려갔다.1초라도 지체하면 자신을 통제할 수 없을까 봐 걱정되었다.그는 이렇게 빨리
“손해보는게 없다고요?”남유주가 되물었다.“좋아하지도 않으면서 만나는거 자체가 손해 아닌가요? 이형욱과 다를 게 뭐에요?”남유주는 이성적이고 냉정했다.한수근은 멈칫하더니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어떻게 그 두 사람을 비교해요? 박 대표님이 겉모습에 속아 돈만 많은 바보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박 대표님은 여자한테 그런 짓 못 해요.”“왜 이렇게 편을 들어요? 설마 박수혁, 맘에 들어요?”남유주가 투덜거렸다.한수근은 아무렇지 않은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쉽게도 박 대표님은 남자한테 관심 없어요. 아니면 제가 이미 낚아챘을 거예요!”남유주는 눈을 희번덕거리며 놀랐다.그녀는 베란다에 앉아 바깥의 짙은 야경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그래도 제 후배를 선택하고 싶어요. 날 좋아하니까 잘해줄 거예요. 박수혁의 마음속에는 제가 아닌 다른 여자가 있어요. 그러니까 결국 모든 걸 잃은 사람은 제가 될 게 뻔해요!전 사랑받고 싶어요, 누군가의 사랑을 받는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이에요!나쁘게 말하면 박수혁에게는 제가 그저 메이드나 간병인 같은 존재고, 좋게 말하면 돈이나 뜯어가는 꽃뱀이죠.”그 말에 한수근은 고개를 가로저었다.‘어찌 사람이 이렇게 꽉 막혔어?’한수근은 그런 그녀가 답답해 미칠 것 같았다.‘이런 상황에 사랑이 다 뭐야! 다른 사람은 죽었다 깨어나도 얻지 못할 권력인데! 열심히 해서 사모님이 되면 평생 호의호식하면서 살아도 될 텐데.’하지만 남유주의 표정에는 박수혁에 대한 거부감이 가득했다. 한수근이 아무리 말해도 그녀는 마음에 두지 않았다.결국 한수근도 더는 말하지 않기로 했다.그저 그녀를 힐끔 쳐다보며 마지막 충고를 했다.“어찌 되었든, 갑자기 다가오는 남자는 진심이 아닌 호기심 때문일거에요. 만약 사장님의 후배가 나쁜 마음을 먹었다면, 사장님은 돈과 마음을 이중으로 손해 보게 될 거예요. 하지만 박 대표님을 선택한다면 마음은 다쳐도 돈은 얻을 수 있잖아요!”한수근의 말에 남유주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한수근은 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