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찬식이 앞으로 다가가자 침대에서 일어난 소은정은 그의 품에 안겨 모든 억울함을 쏟아냈다.딸을 품에 안은 소찬식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3년 동안 연락 한 번 없던 딸이 미우면서도 부쩍 수척해진 모습에 마음이 찢어지는 듯했다. 어려서부터 고생 한번 하지 않고 자란 아이가 박수혁에게 빠져 그 집안사람들의 비난과 멸시를 받았다니.소은정의 부탁만 아니었다면 진작 박씨 가문을 풍비박산내고 박수혁 그 자식도 다리를 분질렀을 것이다.“은정아, 네가 말했었지? 3년이 지난 뒤에도 박수혁이 널 사랑하지 않는다면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 가업을 이어받기로. 이제 약속을 지켜야지?”소찬식은 딸의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한참을 울고 난 뒤에야 소은정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대답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아빠. 이제 그렇게 바보 같은 짓은 하지 않을 거니까.”“사랑”을 위해 가족을 버렸다. 부러울 것 없이 살아온 재벌집 아가씨가 사랑에 빠져 모두가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 결혼을 선택했다. 마치 불길을 향해 날아가는 나방처럼 말이다.고통스럽지만 이제, 그 남자를 마음속에서 지워야 할 때다.“그래. 오빠가 도와줄 거니까 걱정하지 마. 일단 회사 상황에 익숙해지는 것부터 시작해. 그리고 좋은 날을 선택해 환영 파티를 열고 모든 사람들 앞에서 네가 누군지 말할 거야.”그가 가장 아끼는 딸이 드디어 그의 사업을 이어받으려 한다니. 소찬식은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소은정이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아직 발표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소은정의 베프 한유라는 어디에서 소식을 들었는지 부리나케 소씨 저택으로 달려왔다.몇 년 만에 보는 친구의 모습, 한유라와 소은정은 뜨거운 포옹을 나누었다.“은정아, 내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알아? 이혼했다며? 잘했어!”3년 전, 그녀의 신분을 숨기고 박수혁과 결혼을 한다고 했을 때, 가장 심하게 반대했던 사람이 바로 한유라였다. 하지만 소은정은 결국 모든 걸 버리고 박수혁을 택했고 한유라와도 연락이 끊기고 말았다. 한유라의 얼굴을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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