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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복수

이때 어느새 달려온 박수혁이 무시무시한 얼굴로 소리쳤다.

“소은정!”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야?”

남자의 목소리에서는 그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빨리도 달려오셨네. 내가 무슨 짓이라도 저지를까 봐 무서웠나 보지?

당황스럽다는 표정을 짓던 서민영은 박수혁이 나타나자 바로 눈물을 글썽이더니 변명을 시작했다.

“내가 무슨 짓을 했다고 그래? 은정 씨, 뭔가 오해가 있는 게 아닐까?”

소은정, 이 여자가 드디어 미쳤나.

감히 박수혁 앞에서 나를 때려?

하지만 소은정에게 그런 변명은 더 이상 통하지 않았다.

“모르는 척, 순진한 척 연기하지 마. 네가 보냈다는 거 다 알고 있으니까.”

소은정은 단 한 번도 보여주지 않은 매서운 표정으로 반박했다. 그리고 가방에서 미리 프린트해 놓은 문제의 사진을 서민영의 얼굴에 던져버렸다.

사진을 발견한 박수혁의 얼굴에도 보기 드문 당혹스러움이 서렸고 서민영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어제는 박수혁에게도 유난히 버거운 날이었다. 하지만 바쁜 와중에도 서민영의 곁을 지키기 위해 병원에 왔었고 잠깐 눈을 붙였었는데. 언제 이런 사진이 찍힌 거지?

굳이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병실에는 서민영뿐이었으니까. 서민영이 일부러 사진을 찍어 소은정에게 보낸 것이겠지.

순진한 척, 착한 척하던 서민영의 추악한 민낯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예전이라면 박수혁의 눈치를 보느라 아무것도 하지 못했겠지만 이혼도장까지 찍은 마당에 그럴 이유가 없어졌다.

소은정은 차갑게 웃었다.

“내가 말했잖아? 따로 볼일이 있어서 온 거라고. 서민영, 정신 차려. 다른 사람의 가정을 파괴하는 사람을 상간녀라고 하는 거야. 그리고 우리 세 사람 사이에서 그 상간녀는 바로 너고. 어쨌든 축하해. 원하는 대로 됐으니까. 앞으로 두 사람 잘해 봐.”

박수혁도 바보가 아니니 그 사진이 누가 찍은 건지, 어떻게 소은정에게까지 전달된 건지 단번에 눈치챘고 가슴에 뭐가 박힌 듯 답답한 기분이 들었다.

박수혁은 고개를 들어 서민영을 쳐다보았다. 그녀가 한 번도 보지 못한 차갑고 매정한 눈빛이었다.

생소한 박수혁의 모습에 서민영의 가슴도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그녀는 당황한 얼굴로 변명을 시작했다.

“수혁아, 그런 거 아니야. 은정 씨가 뭔가 오해한 거라고. 이 사진, 난 본 적도 없어. 분명 누군가 날 모함하는 걸 거라고!”

여리여리한 어깨를 들썩이며 눈물을 훔치던 서민영은 조심스레 박수혁의 소매를 잡고 말을 이어갔다.

“내가 사과할게. 나 때문에 두 사람 사이가 나빠진 거지? 앞으로는 은정 씨한테 부탁하지 마. 하지만 사진은 정말 내가 한 거 아니야. 준상이의 이름을 걸고 맹세해.”

“준상”이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박수혁은 미간을 찌푸렸다. 성준상, 과거 박수혁이 군인으로 있을 때 그와 함께 수많은 위기를 함께했던 전우였다. 성준상이 세상을 뜨기 전, 유언처럼 뱉었던 부탁을 떠올리니 박수혁의 마음은 다시 약해졌다.

“은정이가 잘못한 거야. 아무리 화가 나도 때리면 안 되는 거였는데. 괜찮아? 의사 부를까?”

서민영은 살짝 부어오른 뺨을 만지작거리며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박수혁은 고개를 끄덕이고 옆에 서 있는 소은정의 얼굴을 살폈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표정에 입가에 걸린 비릿한 미소에 이런 표정도 지을 수 있는 사람이었나?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피어올랐다.

“뭐야? 그래서 이혼하겠다고 한 거야? 됐고, 일단 헌혈부터 해.”

변명을 하고 싶었지만 여기서는 할 말이 아니라는 생각에 결국 매정한 말을 해버렸다.

아무것도 입증할 수 없는 사진 한 장일 뿐이다. 오해가 생긴 거라면 해명하는 되는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서민영의 몸 상태가 더 중요하니까.

한고비 넘겼다는 생각에 서민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박수혁은 결국 그녀를 선택한 것이다.

소은정은 또 그녀에게 패배했다!

사실 소은정도 이렇게 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서민영의 연기 실력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것도 말이다. 더 따질 수도 있었지만 더 이상 두 사람 사이에 끼고 싶지 않았다. 소은정은 의사에게 물었다.

“정말 수혈이 필요한 상황인가요?”

생각지 못한 질문에 의사도 당혹스러웠지만 서민영의 눈치를 살피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넘어지셨는데 출혈이 심하십니다. 바로 수혈이 필요합니다.”

“그럼 얼른 진행해. 뭘 꾸물거려?”

박수혁이 차가운 목소리로 명령했다.

“네.”

박수혁의 호통에 의사와 간호사들은 다급하게 자리를 떴다.

결국 그녀의 의도대로 상황이 진행되자 서민영은 소은정을 향해 의기양양한 밋를 지었다.

“잠깐만.”

하지만 소은정은 이대로 넘어갈 수 없었다. 그녀는 단호한 표정으로 서민영이 덮고 있는 이불을 홱 들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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