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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협력

소은정을 발견한 서민영은 잔뜩 독기가 오른 얼굴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소은정...”

사실 누군가 그녀에게 다가오고 있다는 건 진작 눈치챈 상태였다. 그리고 굳이 파티장에서 그녀에게 말을 걸 사람은 서민영뿐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소은정은 여유롭게 고개를 돌렸다. 사람들 앞에서 청순한 모습이던 서민영은 드디어 가면을 벗어던지고 물었다.

“이게 지금 뭐 하는 짓이야? 파티에는 왜 온 건데? 설마 수혁이한테 다시 접근하고 싶어서 그런 거야? 두 사람 이미 이혼했잖아. 아직도 미련을 못 버린 거야? 내가 은정 씨였으면 평생 숨어서 지냈을 거야.”

하지만 소은정은 차가운 미소로 응수했다.

“그동안 잘 지냈어? 온 세상 사람들이 당신이 상간녀라는 사실을 알게 됐는데. 기분이 어때?”

1달 전, 박수혁의 이혼 기사와 함께 외도 사실이 폭로되며 네티즌들은 서민영의 신분을 전부 조사해냈다. 비록 태한 그룹에서는 이를 루머일 뿐이라고 발표하고 관련 기사들을 전부 삭제했지만 서민영은 “상간녀”라는 악명을 그대로 떠안게 되었다. 매일 쏟아지는 악플과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도 파다했다.

“사람들 시선이 뭐 그렇게 중요한가? 중요한 지금 수혁이 옆에는 내가 있다는 거야. 당신이 진 거라고.”

서민영은 소은정을 훑어보며 비아냥거렸다.

“그 초대장 어떻게 구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나한테 수혈하고 받은 돈으로 산 거겠지? 안 그럼 당신 같은 사람이 어떻게 이런 곳에 올 수 있었겠어? 이 드레스, 액세서리들 전부 대여한 거라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아?”

말을 마친 서민영은 갑자기 눈을 반짝이더니 수영장 변두리로 걸어가 차갑게 웃었다.

“소은정, 이건 다 네가 자초한 거야...”

말을 마친 서민영은 갑자기 수영장에 뛰어들었다. 물이 튀기는 소리에 파티장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한꺼번에 쏠렸다.

당황한 뭇사람과 달리 소은정만은 담담한 표정을 유지했다. 그녀의 눈앞에 3년 전, 박수혁과의 결혼식 날, 피로연장에서 일어났던 일이 펼쳐졌다.

“은정 씨, 이 결혼 축하는 못 해주겠다. 수혁이가 사랑하는 사람은 네가 아니잖아. 사랑 없는 결혼이 행복할 리가 없으니까. 수혁이가 널 선택한 건 나한테 정기적으로 수혈을 해줄 사람이 필요해서야. 수혁이가 사랑하는 사람은 나라고. 뭐야? 그 못 믿겠다는 표정은? 그럼 내가 보여줄게.”

그날, 서민영은 오늘과 똑같은 모습으로 풀장에 뛰어들었고 박수혁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서민영을 위해 물에 뛰어들었었다. 그의 행동에 충격을 받았지만 그때의 소은정은 그녀의 사랑이 언젠가 박수혁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뭐 결과는 완벽한 그녀의 패배였지만.

3년 전 그날과 똑같은 모습으로 수영장에서 허우적거리는 서민영, 그런 그녀를 구하기 위해 누군가 풀장에 뛰어들었다. 역시, 그 남자는 박수혁이었다. 박수혁은 초조한 얼굴로 서민영의 젖은 얼굴을 닦아주었다.

“수혁아, 은정 씨 탓 아니야. 난 그냥 은정 씨한테 용서를 구하러고 온 건데... 괜찮아, 나도 이해해. 아직 화가 안 풀렸을 수도 있으니까.”

서민영은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박수혁의 품에 안겨 훌쩍거렸다. 소란에 몰려든 사람들도 수군거리며 소은정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이때 달려온 소은호는 어떻게 된 상황인지 바로 눈치채고 앞으로 나서려고 했다. 그런데 소은정이 그의 팔목을 잡았다. 그리고 그의 귓가에 뭔가를 속삭였고 소은호는 자연스레 자리를 피해주었다.

박수혁은 서민영에게 겉옷을 벗어준 뒤 그녀를 부축해 일어섰다. 그녀를 바라보는 차가운 눈빛에 소은정은 피식 웃더니 당당하게 그 눈빛을 마주했다.

“3년 전에도 이런 상황이었을 텐데. 당신 같은 수에 두 번이나 당할 정도로 멍청한 사람은 아니잖아?”

사실 박수혁이 그녀의 결백함을 믿든, 믿지 않든 상관 없다고 생각했다. 소은정은 우아하게 머리를 넘기며 말을 이어갔다.

“뭐, 상관없어. 근데 난 더 이상 이딴 발연기에 협조 못해줄 것 같아. 미안해.”

서민영의 저급한 수에 맞춰줄 생각이 없었던 소은정이 자리를 뜨려던 순간, 서민영은 벌떡 일어서더니 소은정의 팔을 잡고 오열을 시작했다. 지금이야말로 상간녀라는 그녀의 악명을 씻을 기회라고 생각했다.

“은정 씨, 은정 씨가 나 안 좋아하는 거 알아. 하지만 나한테 수혈을 해줄 때마다 수혁이가 돈도 챙겨줬다면서? 도대체 뭐가 그렇게 불만인데? 두 사람 이혼까지 한 사이잖아. 왜 여기까지 와서 우리 두 사람을 괴롭히는 건데! 아직도 미련이 남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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