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예리는 박수혁의 팔을 잡아당기며 애원했다. “오빠, 이럴 때일수록 가족들이 힘을 모아야 해. 소은정 그 계집애가 오빠 돈으로 바람을 피웠다고! 한번 제대로 알아보면...” 박수혁은 여동생의 손을 뿌리치고 차갑게 한 마디를 남긴 뒤 자리를 떴다. “그 기생오라비가 바로 SC 그룹 대표 소은호야. 네가 건드릴 사람이 아니라고. 주제 파악 좀 해.”오늘 일로 박수혁은 소은정이 이혼을 결심한 이유가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그녀가 지금까지 당했을 모욕을 생각하니 가슴이 쓰려왔다.혼자 남겨진 박예리는 한참을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비록 소은호를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사교계에서 그는 완벽한 외모, 재력, 신비로운 분위기로 수많은 재벌가 영애들의 가슴에 불을 지른 최고의 인기남이었다. 소은정의 새 남자친구가 소은호라고?한참을 씩씩거리던 박예리는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오빠의 도움을 바랄 수 없다면 다른 사람의 손을 빌릴 수밖에.“강서진, 나 부탁 하나 좀 들어줘.”......SC 그룹 본사 건물, 소은호의 사무실, 소은호는 동생을 위해 커피를 준비하고 있었다. 일상적인 행동이었지만 엔틱한 디자인의 커피 머신과 그의 우아한 동작이 어우러져 기품이 넘쳤다. 이때, 소은정의 휴대폰이 울렸다. 이글 엔터 대표 도준호의 전화였다.“은정 씨, 요즘 태한 그룹 박예리가 파파라치들을 고용해서 은정 씨 사생활을 도촬하고 있다는 소리가 있어. 내가 해결해 줄까?”그의 말에 소은정은 싱긋 웃더니 담담하게 대답했다.“아니요. 그냥 찍게 내버려 둬요. 노이즈 마케팅도 홍보 수단 중 하나잖아요. 돈도 아끼고 좋죠 뭐.”소은호가 통화를 마친 그녀에게 물었다.“무슨 일인데 그래?”“박예리가 날 도촬한다네. 마음대로 하라고 해.”그녀의 말에 소은호도 고개를 끄덕인 뒤 더 이상 묻지 않았다. 한 번밖에 보지 않았지만 그런 여자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그가 충분히 컨트롤할 수 있는 잡수일 것이라 확신했기 때문이었다. 소은호는
“생각보다 빨리 왔네? 잘 됐어. 우리 예쁜 언니도 같이 한잔하자.”남자의 눈빛에서는 추악한 욕정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한유라는 이미 인사불성이 된 상태, 남자는 이미 한유라의 목을 끌어안은 모습이었다. 소은정이 조금이라도 반항하면 바로 한유라만 끌고 도망칠 생각이었다.소은정은 남자를 향해 차갑게 말했다.“그 손 놔.”남자는 피식 웃더니 손을 저었다.“이 술 마시면 풀어줄게.”그 술에 뭘 탔는지 한유라의 상태만 봐도 예상이 가능했다. 소은정이 더 다가가려고 하자 옆 테이블 손님이 그녀를 만류했다.“저기요. 일단 신고부터 하는 게 어때요? 저 사람 이 일대에서 유명한 조폭이에요. 괜히 건드렸다가 아가씨까지 다쳐요.”하다 하다 골목 깡패까지 시비를 걸다니. 소은정은 어이가 없었다. 그녀는 좋은 마음에 충고를 한 손님에게 말했다.“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괜찮아요.”며칠 동안 일어난 일들로 충분히 기분이 언짢았던 그녀도 어딘가 화를 풀 곳이 필요했다. 소은정은 괜히 장단을 맞춰주는 척 물었다.“내가 가면 정말 풀어줄 거야?”“당연하지. 일단 와보라니까.”이런 미인을 2명이나 만나다니 횡재했다는 생각에 남자는 탐욕스러운 미소를 흘렸다. 소은정은 입꼬리를 올리더니 성큼성큼 다가갔다. 그리고 바로 남자의 앞까지 걸어가 말했다.“됐지. 이제 풀어줘.”가까이에서 보니 생각보다 더 예쁜 소은정의 모습에 남자는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만지려고 했다. 하지만 손이 닿기도 전에 눈앞이 새카맣게 변했다. 술병이 남자의 머리를 강타하고 건달은 고통에 돼지 멱따는 듯 기괴한 소리를 내뱉었다.하지만 소은정은 바로 남자의 손목을 꺾어 행동을 제압한 뒤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남자의 가슴을 강타했다. 바닥을 몇 바퀴나 구른 남자는 머리를 감싸쥔 채 온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어느새, 클럽의 음악이 멈추고 시끌벅적하던 가게는 쥐 죽은 듯이 적막에 휩싸였다. 눈 깜박할 사이에 상황이 종료되자 직원들도, 손님들도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었다. 알량
깊은 밤, 파파라치들은 몰래 찍은 영상을 편집해 인터넷에 업로드했다. 앞뒤는 완전히 잘라먹은 채 소은정이 무고한 남자를 때린 것처럼 보이도록 말이다. 다음 날, 일찍 일어난 소은정이 정성스레 첫 출근 의상을 고르고 있던 그때, 한유라의 스포츠카가 소씨 집안 저택 앞에서 급정거를 했다. 잔뜩 화난 얼굴로 씩씩거리던 한유라가 그녀의 방문을 쾅 하고 열더니 소리쳤다.“은정아, 너 인터넷 봤어? 지금 다들 널 비난하고 있어.”소은정은 흠칫 놀라더니 물었다.“날? 왜?”한유라는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영상을 그녀에게 보여주었다. 몇십 초가량의 짧은 영상, 소은정이 건달에게 주먹을 날리는 모습이 그대로 담겨있었다.태한 그룹 전 부인인 소유정이 클럽에서 무고한 시민에게 폭력을 행사했다는 기사들이 이미 인터넷을 도배한 상태였다. 그녀는 또 불명예스러운 일로 인기 검색어에 오르고 말았다.영상과 기사를 확인한 소은정은 별거 아니라는 듯 휴대폰을 끄더니 말했다.“됐어. 악플이고 기사고 안 보면 그만이야. 너 오늘 첫 출근인 건 알지? 출근 준비나 해.”덤덤한 소은정과 달리 한유라는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 비록 어제 만취 상태였지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었다. 소은정이 건달과 시비가 붙은 건 그녀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이 일은 어떻게든 그녀가 책임져야 했다.“그래, 넌 신경 쓰지 마. 이 일은 내가 책임지고 해결할 거니까. 가자.”문을 나서니 소찬식이 보낸 집사가 두 사람을 맞이했다.“아가씨, 기사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소은정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말했다. 전용 기사도 모자라 롤스로이스라니. 이건 너무 튄다.“아니에요. 제가 직접 운전할게요.”집사는 소은정이 거절할 것이라는 걸 미리 예상이라도 한 듯 바로 차 키를 건넸다.“회장님께서 특별히 준비하신 마세라티, 포르쉐 최신형 모델입니다. 차고에 준비해 두었습니다. 아, 람보르기니와 페라리는 지금 배송 중이라 며칠 더 기다리셔야 할 것 같습니다.”한유라는 눈이 휘둥
순간, 회의 분위기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임상희의 얼굴 또한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회사를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었다. 겨우 여기까지 왔는데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디서 굴러먹다 온 건지도 모르는 소은정을 위해 그녀를 버리다니.소은호의 단호한 태도에 다른 임원들도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소은정은 미간을 찌푸렸다. 입사와 동시에 모든 사람들을 적으로 돌릴 생각은 없었다. 그녀가 상황을 중재하려던 순간, 임상희가 잔뜩 빨개진 얼굴로 일어서더니 입을 열었다.“죄송합니다, 대표님. 제가 주제넘었습니다. 앞으로 소 본부장님을 잘 보좌하도록 하겠습니다.”“좋아요. 그럼 오늘 회의는 여기까지 하죠.”말을 마친 소은호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서 회의실을 나가버렸다.그제야 임상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한편, 소은정은 갑자기 나타난 본부장이라는 존재를 직원들이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능력을 보여준다면 언젠가 직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굳게 믿었다.회의를 마치고 소은정이 사무실로 내려오자 우연준이 공손하게 인사를 올렸다.“본부장님, 앞으로 업무에 관한 일은 저에게 분부하시면 됩니다.”우연준은 오빠가 아끼는 부하였다. 우연준이 옆에서 도와준다면 여러모로 편하게 업무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고마워요. 저번에 대표님께서 거성그룹 프로젝트 건에 대해 얘기하셨는데. 지금 당장 거성그룹에 대한 모든 자료를 조사해 주세요.”“네. 지금 바로 준비하겠습니다.”우연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연준이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유라가 성큼성큼 들어오며 말했다.“은정아, 내 사무실 바로 네 옆이다. 우리 이제 정말 같이 일하는 거야.”한유라와 다시 함께할 수 있다는 생각에 소은정도 싱긋 미소를 지었다.“아마 쉽지는 않을 거야. 뭐 앞으로 점점 좋아질 테지만.”한유라는 윤기나는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말했다.“뭐가 무서워? 이 언니가 옆에서 다 지켜 줄 텐데. 아, 이것 좀 봐봐.”한유라는 웃으며 휴대폰
사진이 업로드됨과 동시에 한유라가 고용한 알바들이 그녀가 올린 글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재벌가의 은밀한 사생활 스캔들, 대중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는 소재가 아닌가? 역시 그녀의 예상대로 네티즌들은 또다시 들끓기 시작했다. 오늘 새로 만든 계정의 팔로워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했고 네티즌 수사대의 힘으로 강서진의 다른 추악한 사생활도 모두 폭로되었다.태한 그룹.비서의 만류에도 박수혁의 사무실에 들이닥친 강서진이 소리쳤다.“형, 형 엑스 와이프 도대체 정체가 뭐야?”서류에 집중하고 있던 박수혁은 담담한 표정으로 강서진을 바라보았다.강서진은 그를 향한 악플들을 하나하나 보여주며 분노했다.“이건 너무 심하잖아. 이건 엄연한 폭력이야! 3년 동안 형 옆에서 순진한 척, 착한 척한 것도 전부 다 연기였다고! 지금 우리 와이프도 나랑 이혼하겠다고 난리야! 형, 나 좀 도와줘.”강서진의 말에 미간을 찌푸리던 박수혁은 휴대폰의 댓글들을 하나하나 확인하더니 차갑게 말했다.“그래서 네가 꾸민 계획 그대로 당한 거네?”정곡을 찔리자 흠칫하던 강서진은 바로 해명을 시작했다.“난... 그냥 형이 그 여자 때문에 기분이 안 좋은 것 같아서 살짝 장난 좀 친 거야. 그리고 파파라치 자식들이 영상을 편집한 줄은 정말 몰랐다고! 그 자식들, 내 돈을 노리고 나한테 사기 친 거야. 나도 피해자라고!”박수혁은 휴대폰을 책상 위로 던졌다.“다 네가 자초한 일이야.”“형, 나 좀 도와줘. 예리가 부탁해서 나도 어쩔 수없이 한 거란 말이야. 내가 안 했으면 걔가 직접 했을걸? 지금 이 악플들, 형 동생이 받아야 했던 거라고.”강서진의 말에 박수혁의 표정은 더 무섭게 가라앉았다. 저번에 충분히 일러둔 것 같은데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건가?그 뒤로 강서진은 한참을 애원했지만 박수혁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네가 저지른 일이야. 네가 알아서 해결해. 이런 일까지 내가 도와줘야 해?”“나도 쉽게 묻을 수 있을 줄 알았지. 그런데 이 여자 뒤에 이글 엔터 도 대표가 있을 줄 누가
휴대폰으로 사과문을 확인한 소은정은 피식 웃은 뒤 다시 업무에 집중했다. 아무 능력도 없는 부잣집 도련님, 정말 집에서 쫓겨날까 봐 어쩔 수 없이 올린 거겠지. 지금쯤 아마 그녀에게 화가 단단히 났을 것이다.이때, 노크 소리와 함께 임상희가 사무실로 들어왔다. 그녀는 짐짓 여유로운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혹시 시간 되시나요?”“그럼요. 앉으세요.”소은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임상희는 한유라를 힐끗 바라보았다. 제3자가 듣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뜻이었지만 한유라는 정말 눈치가 없는 건지 아니면 그냥 모르는 척하는 건지 전혀 나갈 생각이 없어 보였다.“무슨 일이시죠?”“우 비서가 거성그룹 프로젝트에 관한 자료를 정리하고 있는 것 같던데요. 소은정 씨, 잘 모르시는 것 같던데 저희와 거성그룹은 지금까지 함께 일한 경험이 전무합니다. 회사에서 입지를 다지고 싶은 거라면 풍항그룹이 더 나을 겁니다. 마침 괜찮은 프로젝트도 있고요.”임상희는 정말 좋은 마음에서 알려주는 것이라는 듯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파일을 넘겨주었다.소은정은 잠깐 망설이다 고개를 끄덕였다.“네, 뭐. 한번 검토해 보도록 하죠.”“소은정 씨, 풍항과 계약을 체결한다면 임원들도 이사진들도 본부장님의 능력을 인정할 수 있을 겁니다.”오전 회의 때만 해도 그녀의 입사를 반대한다던 사람이 갑자기 프로젝트 제안이라. 뭔가 숨기고 있는 게 분명했다.하지만 소은정은 최대한 감정을 숨기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고마워요. 아, 그리고 호칭 정리는 제대로 하고 넘어가죠. 앞으로 본부장님이라고 불러주세요.”소은정의 말에 임상희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대표님께서 총애하는 인재라는 건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저한테 텃세를 부릴 생각은 하지 말아요. 이 회사에서 버틸 수 있을지 없을지는 아직 모르는 거잖아요? 어차피 전 기회는 드렸습니다. 지금부터는 본부장님 능력에 달렸겠죠.”말을 마친 임상희는 거세게 문을 닫고 나가버렸다.그 모습에 한유라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뭐야
강서진의 말에 고개를 돌린 박수혁도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그레이 톤의 고급스러운 드레스가 그녀의 갸녀린 허리를 완벽하게 휘감고 있었다. 거기에 자연스레 풀어헤친 머리와 정교한 메이크업, 그 누가 봐도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젠장,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술 한잔하려고 왔더니 하필 저 여자가 왜 여기에 있는 거야.”강서진이 구시렁댔다. 한편, 한유라 일행도 박수혁과 강서진을 발견했다. 비록 달갑지 않은 상태였지만 굳이 그녀들이 먼저 피할 필요는 없었으니 더 당당하게 걸어갔다.“강 대표님, 오늘 일 수습은 다 끝나셨나 봐요? 술 한잔 할 여유까지 있으시고. 그 사진이 좀 너무 약하긴 했죠?”한유라가 차갑게 웃었다. 물론 강서진도 지지 않고 뒤에 서 있는 소은정을 향해 비아냥거렸다.“내가 상대를 너무 과소평과했나 봐요. 이혼 한 번 하더니 인격이 바뀌었네? 다른 건 몰라도 인복 하나는 끝내둔다니까. 내가 인정할게요.”“찌질한 남편 때문에 3년 동안 바보처럼 살았으니까 바뀔 수밖에요. 뭐 그쪽도 바로 박 대표한테 달려간 주제에 사돈 남 말은 그만하시죠?”뒤에서 가만히 듣고만 있던 김하늘이 한 마디 쏘아붙이고는 한유라를 향해 말했다.“됐어. 왜 저딴 사람들이랑 말을 섞어. 얼른 들어가자.”소은정은 강서진과 박수혁에게는 눈길 한 번 주지 않은 채 클럽으로 들어갔다. 곧이어 화려한 외모의 남자가 소은정의 핸드백을 들고 그녀의 뒤를 따라들어갔다. 박수혁의 옆을 지날 때 한번 비웃어 주는 것도 잊지 않고 말이다.당당한 그녀의 모습에 강서진은 어이가 없었다. 불쌍한 이혼녀 주제에 무슨 배짱으로 이렇게 나오는지 웃음이 나올 정도였다.“정말 사람 겉만 봐서는 모른다더니. 형 엑스 와이프 진짜 장난 아니다. 나한테 그런 짓을 저질러 놓고 어떻게 눈길 한 번 안 줄 수 있어?”박수혁은 씩씩대는 강서진을 노려보며 말했다.“그만해. 그렇게 당하고도 아직도 정신 못 차린 거야? 그냥 가자.”하지만 강서진은 더 고개를 빳빳이 들며 반박했다
깊은 친분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재벌가 자제들로서 강서진과 성강희는 어느 정도 안면이 있는 사이였다. 성강희도 강서진과 그 뒤에 있는 박수혁을 발견하고 대충 와인잔을 살짝 들었다.“강서진 씨, 오랜만이네요.”강서진은 성강희가 소은정, 한유라와 한 테이블에 앉은 걸 발견하고 눈동자를 굴리더니 박수혁을 끌고 다가갔다.“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합석하죠? 어때요?”성강희는 아무 대답 없이 옆에 앉은 소은정을 바라보았다.“여왕님, 괜찮겠어?”소은정은 덤덤한 표정으로 대답했다.“마음대로 해. 난 밴드 공연이나 보러 가야겠다.”한유라도 따라서 일어섰다.“가자, 가자. 진짜 여기 물 관리 안 해? 스토커도 아니고 뭐야, 짜증 나게.”김하늘도 술을 들고 뒤를 따랐다.“나도 갈래.”박수혁은 소은정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다 고개를 돌렸다.“강희 씨, 은정이랑은 무슨 사이죠?”“친구요.”성강희가 차갑게 웃으며 대답했다.“소은정 같은 여자가 어떻게 강희 씨랑 친구예요? 저 여자한테 속고 있는...”강서진이 말을 끝내기 전에 박수혁이 제지했다.“강서진.”성강희는 차가운 말투로 따졌다.“은정이가 왜요? 은정이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아시는 것 같은데. 얘기 좀 해보시죠.”“그게...”성강희의 차가운 태도에 기가 눌린 데다 박수혁도 그의 편을 들 생각이 없어 보이자 강서진은 말끝을 흐렸다. 소은정한테 저지른 일을 전부 말할 수는 없었으니까.“쾅쾅쾅.”1층에서 록 음악이 울리고 클럽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그리고 3년 만에 컴백한 크레이지 밴드가 무대에 나타나고 클럽 안의 손님들은 최고의 밴드를 향해 열광했다.강서진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크레이지 밴드는 이미 은퇴한 거 아니었어요? 왜 이런 클럽에서 공연을 하는 거죠? 억대 출연료를 제시해도 전부 거절하고 있다던데.”크레이지 밴드의 멤버는 총 3명, 비록 무대 위에 있는 사람은 둘뿐이었지만 클럽의 분위기를 뜨겁게 달구기엔 충분했다. 그들은 노련한 무대 매너로 관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