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빨리 왔네? 잘 됐어. 우리 예쁜 언니도 같이 한잔하자.”남자의 눈빛에서는 추악한 욕정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한유라는 이미 인사불성이 된 상태, 남자는 이미 한유라의 목을 끌어안은 모습이었다. 소은정이 조금이라도 반항하면 바로 한유라만 끌고 도망칠 생각이었다.소은정은 남자를 향해 차갑게 말했다.“그 손 놔.”남자는 피식 웃더니 손을 저었다.“이 술 마시면 풀어줄게.”그 술에 뭘 탔는지 한유라의 상태만 봐도 예상이 가능했다. 소은정이 더 다가가려고 하자 옆 테이블 손님이 그녀를 만류했다.“저기요. 일단 신고부터 하는 게 어때요? 저 사람 이 일대에서 유명한 조폭이에요. 괜히 건드렸다가 아가씨까지 다쳐요.”하다 하다 골목 깡패까지 시비를 걸다니. 소은정은 어이가 없었다. 그녀는 좋은 마음에 충고를 한 손님에게 말했다.“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괜찮아요.”며칠 동안 일어난 일들로 충분히 기분이 언짢았던 그녀도 어딘가 화를 풀 곳이 필요했다. 소은정은 괜히 장단을 맞춰주는 척 물었다.“내가 가면 정말 풀어줄 거야?”“당연하지. 일단 와보라니까.”이런 미인을 2명이나 만나다니 횡재했다는 생각에 남자는 탐욕스러운 미소를 흘렸다. 소은정은 입꼬리를 올리더니 성큼성큼 다가갔다. 그리고 바로 남자의 앞까지 걸어가 말했다.“됐지. 이제 풀어줘.”가까이에서 보니 생각보다 더 예쁜 소은정의 모습에 남자는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만지려고 했다. 하지만 손이 닿기도 전에 눈앞이 새카맣게 변했다. 술병이 남자의 머리를 강타하고 건달은 고통에 돼지 멱따는 듯 기괴한 소리를 내뱉었다.하지만 소은정은 바로 남자의 손목을 꺾어 행동을 제압한 뒤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남자의 가슴을 강타했다. 바닥을 몇 바퀴나 구른 남자는 머리를 감싸쥔 채 온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어느새, 클럽의 음악이 멈추고 시끌벅적하던 가게는 쥐 죽은 듯이 적막에 휩싸였다. 눈 깜박할 사이에 상황이 종료되자 직원들도, 손님들도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었다. 알량
깊은 밤, 파파라치들은 몰래 찍은 영상을 편집해 인터넷에 업로드했다. 앞뒤는 완전히 잘라먹은 채 소은정이 무고한 남자를 때린 것처럼 보이도록 말이다. 다음 날, 일찍 일어난 소은정이 정성스레 첫 출근 의상을 고르고 있던 그때, 한유라의 스포츠카가 소씨 집안 저택 앞에서 급정거를 했다. 잔뜩 화난 얼굴로 씩씩거리던 한유라가 그녀의 방문을 쾅 하고 열더니 소리쳤다.“은정아, 너 인터넷 봤어? 지금 다들 널 비난하고 있어.”소은정은 흠칫 놀라더니 물었다.“날? 왜?”한유라는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영상을 그녀에게 보여주었다. 몇십 초가량의 짧은 영상, 소은정이 건달에게 주먹을 날리는 모습이 그대로 담겨있었다.태한 그룹 전 부인인 소유정이 클럽에서 무고한 시민에게 폭력을 행사했다는 기사들이 이미 인터넷을 도배한 상태였다. 그녀는 또 불명예스러운 일로 인기 검색어에 오르고 말았다.영상과 기사를 확인한 소은정은 별거 아니라는 듯 휴대폰을 끄더니 말했다.“됐어. 악플이고 기사고 안 보면 그만이야. 너 오늘 첫 출근인 건 알지? 출근 준비나 해.”덤덤한 소은정과 달리 한유라는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 비록 어제 만취 상태였지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었다. 소은정이 건달과 시비가 붙은 건 그녀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이 일은 어떻게든 그녀가 책임져야 했다.“그래, 넌 신경 쓰지 마. 이 일은 내가 책임지고 해결할 거니까. 가자.”문을 나서니 소찬식이 보낸 집사가 두 사람을 맞이했다.“아가씨, 기사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소은정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말했다. 전용 기사도 모자라 롤스로이스라니. 이건 너무 튄다.“아니에요. 제가 직접 운전할게요.”집사는 소은정이 거절할 것이라는 걸 미리 예상이라도 한 듯 바로 차 키를 건넸다.“회장님께서 특별히 준비하신 마세라티, 포르쉐 최신형 모델입니다. 차고에 준비해 두었습니다. 아, 람보르기니와 페라리는 지금 배송 중이라 며칠 더 기다리셔야 할 것 같습니다.”한유라는 눈이 휘둥
순간, 회의 분위기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임상희의 얼굴 또한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회사를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었다. 겨우 여기까지 왔는데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디서 굴러먹다 온 건지도 모르는 소은정을 위해 그녀를 버리다니.소은호의 단호한 태도에 다른 임원들도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소은정은 미간을 찌푸렸다. 입사와 동시에 모든 사람들을 적으로 돌릴 생각은 없었다. 그녀가 상황을 중재하려던 순간, 임상희가 잔뜩 빨개진 얼굴로 일어서더니 입을 열었다.“죄송합니다, 대표님. 제가 주제넘었습니다. 앞으로 소 본부장님을 잘 보좌하도록 하겠습니다.”“좋아요. 그럼 오늘 회의는 여기까지 하죠.”말을 마친 소은호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서 회의실을 나가버렸다.그제야 임상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한편, 소은정은 갑자기 나타난 본부장이라는 존재를 직원들이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능력을 보여준다면 언젠가 직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굳게 믿었다.회의를 마치고 소은정이 사무실로 내려오자 우연준이 공손하게 인사를 올렸다.“본부장님, 앞으로 업무에 관한 일은 저에게 분부하시면 됩니다.”우연준은 오빠가 아끼는 부하였다. 우연준이 옆에서 도와준다면 여러모로 편하게 업무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고마워요. 저번에 대표님께서 거성그룹 프로젝트 건에 대해 얘기하셨는데. 지금 당장 거성그룹에 대한 모든 자료를 조사해 주세요.”“네. 지금 바로 준비하겠습니다.”우연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연준이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유라가 성큼성큼 들어오며 말했다.“은정아, 내 사무실 바로 네 옆이다. 우리 이제 정말 같이 일하는 거야.”한유라와 다시 함께할 수 있다는 생각에 소은정도 싱긋 미소를 지었다.“아마 쉽지는 않을 거야. 뭐 앞으로 점점 좋아질 테지만.”한유라는 윤기나는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말했다.“뭐가 무서워? 이 언니가 옆에서 다 지켜 줄 텐데. 아, 이것 좀 봐봐.”한유라는 웃으며 휴대폰
사진이 업로드됨과 동시에 한유라가 고용한 알바들이 그녀가 올린 글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재벌가의 은밀한 사생활 스캔들, 대중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는 소재가 아닌가? 역시 그녀의 예상대로 네티즌들은 또다시 들끓기 시작했다. 오늘 새로 만든 계정의 팔로워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했고 네티즌 수사대의 힘으로 강서진의 다른 추악한 사생활도 모두 폭로되었다.태한 그룹.비서의 만류에도 박수혁의 사무실에 들이닥친 강서진이 소리쳤다.“형, 형 엑스 와이프 도대체 정체가 뭐야?”서류에 집중하고 있던 박수혁은 담담한 표정으로 강서진을 바라보았다.강서진은 그를 향한 악플들을 하나하나 보여주며 분노했다.“이건 너무 심하잖아. 이건 엄연한 폭력이야! 3년 동안 형 옆에서 순진한 척, 착한 척한 것도 전부 다 연기였다고! 지금 우리 와이프도 나랑 이혼하겠다고 난리야! 형, 나 좀 도와줘.”강서진의 말에 미간을 찌푸리던 박수혁은 휴대폰의 댓글들을 하나하나 확인하더니 차갑게 말했다.“그래서 네가 꾸민 계획 그대로 당한 거네?”정곡을 찔리자 흠칫하던 강서진은 바로 해명을 시작했다.“난... 그냥 형이 그 여자 때문에 기분이 안 좋은 것 같아서 살짝 장난 좀 친 거야. 그리고 파파라치 자식들이 영상을 편집한 줄은 정말 몰랐다고! 그 자식들, 내 돈을 노리고 나한테 사기 친 거야. 나도 피해자라고!”박수혁은 휴대폰을 책상 위로 던졌다.“다 네가 자초한 일이야.”“형, 나 좀 도와줘. 예리가 부탁해서 나도 어쩔 수없이 한 거란 말이야. 내가 안 했으면 걔가 직접 했을걸? 지금 이 악플들, 형 동생이 받아야 했던 거라고.”강서진의 말에 박수혁의 표정은 더 무섭게 가라앉았다. 저번에 충분히 일러둔 것 같은데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건가?그 뒤로 강서진은 한참을 애원했지만 박수혁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네가 저지른 일이야. 네가 알아서 해결해. 이런 일까지 내가 도와줘야 해?”“나도 쉽게 묻을 수 있을 줄 알았지. 그런데 이 여자 뒤에 이글 엔터 도 대표가 있을 줄 누가
휴대폰으로 사과문을 확인한 소은정은 피식 웃은 뒤 다시 업무에 집중했다. 아무 능력도 없는 부잣집 도련님, 정말 집에서 쫓겨날까 봐 어쩔 수 없이 올린 거겠지. 지금쯤 아마 그녀에게 화가 단단히 났을 것이다.이때, 노크 소리와 함께 임상희가 사무실로 들어왔다. 그녀는 짐짓 여유로운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혹시 시간 되시나요?”“그럼요. 앉으세요.”소은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임상희는 한유라를 힐끗 바라보았다. 제3자가 듣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뜻이었지만 한유라는 정말 눈치가 없는 건지 아니면 그냥 모르는 척하는 건지 전혀 나갈 생각이 없어 보였다.“무슨 일이시죠?”“우 비서가 거성그룹 프로젝트에 관한 자료를 정리하고 있는 것 같던데요. 소은정 씨, 잘 모르시는 것 같던데 저희와 거성그룹은 지금까지 함께 일한 경험이 전무합니다. 회사에서 입지를 다지고 싶은 거라면 풍항그룹이 더 나을 겁니다. 마침 괜찮은 프로젝트도 있고요.”임상희는 정말 좋은 마음에서 알려주는 것이라는 듯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파일을 넘겨주었다.소은정은 잠깐 망설이다 고개를 끄덕였다.“네, 뭐. 한번 검토해 보도록 하죠.”“소은정 씨, 풍항과 계약을 체결한다면 임원들도 이사진들도 본부장님의 능력을 인정할 수 있을 겁니다.”오전 회의 때만 해도 그녀의 입사를 반대한다던 사람이 갑자기 프로젝트 제안이라. 뭔가 숨기고 있는 게 분명했다.하지만 소은정은 최대한 감정을 숨기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고마워요. 아, 그리고 호칭 정리는 제대로 하고 넘어가죠. 앞으로 본부장님이라고 불러주세요.”소은정의 말에 임상희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대표님께서 총애하는 인재라는 건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저한테 텃세를 부릴 생각은 하지 말아요. 이 회사에서 버틸 수 있을지 없을지는 아직 모르는 거잖아요? 어차피 전 기회는 드렸습니다. 지금부터는 본부장님 능력에 달렸겠죠.”말을 마친 임상희는 거세게 문을 닫고 나가버렸다.그 모습에 한유라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뭐야
강서진의 말에 고개를 돌린 박수혁도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그레이 톤의 고급스러운 드레스가 그녀의 갸녀린 허리를 완벽하게 휘감고 있었다. 거기에 자연스레 풀어헤친 머리와 정교한 메이크업, 그 누가 봐도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젠장,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술 한잔하려고 왔더니 하필 저 여자가 왜 여기에 있는 거야.”강서진이 구시렁댔다. 한편, 한유라 일행도 박수혁과 강서진을 발견했다. 비록 달갑지 않은 상태였지만 굳이 그녀들이 먼저 피할 필요는 없었으니 더 당당하게 걸어갔다.“강 대표님, 오늘 일 수습은 다 끝나셨나 봐요? 술 한잔 할 여유까지 있으시고. 그 사진이 좀 너무 약하긴 했죠?”한유라가 차갑게 웃었다. 물론 강서진도 지지 않고 뒤에 서 있는 소은정을 향해 비아냥거렸다.“내가 상대를 너무 과소평과했나 봐요. 이혼 한 번 하더니 인격이 바뀌었네? 다른 건 몰라도 인복 하나는 끝내둔다니까. 내가 인정할게요.”“찌질한 남편 때문에 3년 동안 바보처럼 살았으니까 바뀔 수밖에요. 뭐 그쪽도 바로 박 대표한테 달려간 주제에 사돈 남 말은 그만하시죠?”뒤에서 가만히 듣고만 있던 김하늘이 한 마디 쏘아붙이고는 한유라를 향해 말했다.“됐어. 왜 저딴 사람들이랑 말을 섞어. 얼른 들어가자.”소은정은 강서진과 박수혁에게는 눈길 한 번 주지 않은 채 클럽으로 들어갔다. 곧이어 화려한 외모의 남자가 소은정의 핸드백을 들고 그녀의 뒤를 따라들어갔다. 박수혁의 옆을 지날 때 한번 비웃어 주는 것도 잊지 않고 말이다.당당한 그녀의 모습에 강서진은 어이가 없었다. 불쌍한 이혼녀 주제에 무슨 배짱으로 이렇게 나오는지 웃음이 나올 정도였다.“정말 사람 겉만 봐서는 모른다더니. 형 엑스 와이프 진짜 장난 아니다. 나한테 그런 짓을 저질러 놓고 어떻게 눈길 한 번 안 줄 수 있어?”박수혁은 씩씩대는 강서진을 노려보며 말했다.“그만해. 그렇게 당하고도 아직도 정신 못 차린 거야? 그냥 가자.”하지만 강서진은 더 고개를 빳빳이 들며 반박했다
깊은 친분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재벌가 자제들로서 강서진과 성강희는 어느 정도 안면이 있는 사이였다. 성강희도 강서진과 그 뒤에 있는 박수혁을 발견하고 대충 와인잔을 살짝 들었다.“강서진 씨, 오랜만이네요.”강서진은 성강희가 소은정, 한유라와 한 테이블에 앉은 걸 발견하고 눈동자를 굴리더니 박수혁을 끌고 다가갔다.“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합석하죠? 어때요?”성강희는 아무 대답 없이 옆에 앉은 소은정을 바라보았다.“여왕님, 괜찮겠어?”소은정은 덤덤한 표정으로 대답했다.“마음대로 해. 난 밴드 공연이나 보러 가야겠다.”한유라도 따라서 일어섰다.“가자, 가자. 진짜 여기 물 관리 안 해? 스토커도 아니고 뭐야, 짜증 나게.”김하늘도 술을 들고 뒤를 따랐다.“나도 갈래.”박수혁은 소은정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다 고개를 돌렸다.“강희 씨, 은정이랑은 무슨 사이죠?”“친구요.”성강희가 차갑게 웃으며 대답했다.“소은정 같은 여자가 어떻게 강희 씨랑 친구예요? 저 여자한테 속고 있는...”강서진이 말을 끝내기 전에 박수혁이 제지했다.“강서진.”성강희는 차가운 말투로 따졌다.“은정이가 왜요? 은정이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아시는 것 같은데. 얘기 좀 해보시죠.”“그게...”성강희의 차가운 태도에 기가 눌린 데다 박수혁도 그의 편을 들 생각이 없어 보이자 강서진은 말끝을 흐렸다. 소은정한테 저지른 일을 전부 말할 수는 없었으니까.“쾅쾅쾅.”1층에서 록 음악이 울리고 클럽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그리고 3년 만에 컴백한 크레이지 밴드가 무대에 나타나고 클럽 안의 손님들은 최고의 밴드를 향해 열광했다.강서진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크레이지 밴드는 이미 은퇴한 거 아니었어요? 왜 이런 클럽에서 공연을 하는 거죠? 억대 출연료를 제시해도 전부 거절하고 있다던데.”크레이지 밴드의 멤버는 총 3명, 비록 무대 위에 있는 사람은 둘뿐이었지만 클럽의 분위기를 뜨겁게 달구기엔 충분했다. 그들은 노련한 무대 매너로 관객
연주가 끝나고 고스트가 다가와 소은정의 손을 잡았다. 미소를 지은 소은정은 담담한 표정으로 인사를 한 뒤 무대에서 내려왔다. 3년 동안 손이 굳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무대를 마치고 고스트가 그녀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은정아, 그냥 우리 멤버로 들어올래? 몬스터는 강퇴시킬까 봐.”고스트의 기분 좋은 농담에 소은정이 활짝 웃었다.“몬스터 오빠가 알면 지금 당장 병원에서 달려올지도 몰라요.”“오늘 진짜 너무 좋았어. 이 곡 네가 편곡한 거잖아. 몬스터 말고 이런 호흡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은 너뿐일 거야. 기분 좋다. 예전의 네 모습으로 다시 돌아온 것 같아서.”고스트는 방금 전 무대의 여운을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분명 칭찬이었지만 소은정은 왠지 마음이 씁쓸해졌다. 3년 동안 왜 그렇게 바보처럼 산 걸까? 세상에는 재밌는 게 이렇게 많은데. 뭐, 이제라도 정신을 차렸으니 다행이다 싶었다.하지만 고스트는 여전히 집요하게 그녀를 설득했다.“은정아, 그냥 우리 밴드에 들어오라니까. 우리가 함께하면 빌보드 제패는 시간문제야.”소은정이 거절하려던 순간, 김하늘이 다가왔다.“오빠들, 주접 그만 떠세요. 그리고 우리 은정이 이제는 회사 본부장님이라고요.”김하늘과 소은정이 백스테이지에서 나오자 한유라는 기다렸다는 듯 소은정을 와락 껴안았다.“역시 우리 은정이야. 아까 사람들 반응 봤지? 네 바이올린 연주는 진짜 최고라니까.”소은정은 못 말린다는 표정으로 한유라를 떼어냈다. 크레이지 밴드를 섭외한 것도 그녀를 위한 성강희의 배려라는 걸 알고 있었던 그녀는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지금쯤이면 박수혁도 강서진도 이미 떠났을 것이라 생각한 소은정 일행은 다시 2층으로 올라갔다. 하지만 그녀의 예상과 달리 두 사람은 여전히 성강희, 성준희 옆에 앉아있었다. 두 사람의 눈빛은 방금 전과 뭔가 달라져있었다.한유라는 코웃음을 치더니 자리에 앉았다.“강희야, 우리 게임이나 하자. 짜증 나는 사람이 있으니까 술맛이 안 사네.”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은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문준서는 그녀의 눈물을 보고 죄책감에 얼굴을 들 수 없었다.새봄이가 점차 울음이 잦아들자 그는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새봄이는 길게 심호흡하고 감정을 식혔다.준서에게는 묻고 싶은 게 정말 많았다.문준서는 울어서 빨갛게 부은 새봄이의 눈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커피 계속 마실 거야? 안 마실 거면 우리 집에 올래? 내가 맛있는 커피 만들어 줄게!”새봄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준서는 소녀의 손을 잡고 핸드백을 챙긴 뒤, 밖으로 나갔다.커피숍 직원들마저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고 부러운 눈빛을 보냈다.새봄이는 그와 손을 잡고 걷고 있자 저도 모르게 가슴이 설레었다.어릴 때는 항상 손을 잡고 다녔는데 지금은 어딘가 어색했다.어린 문준서는 항상 새봄이를 우선으로 생각했는데 지금도 그럴까?문준서는 소녀가 기억하는 어린 준서가 아니었다. 그의 거대한 뒷모습은 왠지 모를 안정감을 주었다.문준서가 웃으며 소녀에게 물었다.“뭘 그렇게 뚫어지게 봐?”“키 몇이야?”“192, 만족해?”새봄이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돌렸다.“내가 키 큰 사람 별로라고 하면 뼈라도 깎을 거야?”문준서는 웃으며 소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응. 네가 집도해.”새봄이도 덩달아 웃었다.10여 년을 떨어져 지내다 보니 처음에는 정말 보고 싶었지만 점차 감정은 옅어져 갔다. 매번 부모님에게 준서의 안부를 물을 때면 그들은 머리만 흔들었다.그 뒤로 새봄이는 더 이상 준서를 찾지 않았다.말없이 사라진 그를 원망한 적도 있었다.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그가 해외에서 무사히 지냈으면 하는 바람이 더 컸던 것 같았다.문준서는 길가에 세워진 스포츠카로 다가갔다.차도 주인을 닮아 검은색으로 차분하고 화려하지 않은 디자인이었다.처음 그와 눈이 마주쳤을 때, 새봄이는 그가 문준서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티없이 맑고 순수했던 눈동자는 어릴 때와 비교해 변한 게 전혀 없었다.하지만 소녀
새봄이가 떠난 뒤로 전동하는 한숨을 달고 살았다. 옆에서 지켜보는 소은정은 어이가 없었다.학교 생활은 생각했던 것보다 따분하지 않았다.어릴 때부터 곱게 자란 새봄이지만 거만하지 않고 성격이 활발했기에 많은 친구를 사귀었다.아이는 가끔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서 파티를 벌였다.그리고 혼자 있는 시간도 충분히 즐겼다.가끔 센 강변에 가서 산책도 하고 석양을 감상하며 오리에게 먹이를 주기도 했다.그런데 가끔 혼자 있을 때면 누군가가 지켜보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하지만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주변에 수시로 경호원들이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새봄이는 아이스크림을 들고 홀로 석양 아래에서 산책을 즐겼다. 손에는 엄마를 위해 준비한 선물인 한정판 명품백이 들려 있었다.이목구비가 화려한 동양소녀가 길을 걷고 있자 무수히 많은 시선들이 따라다녔다.하지만 프랑스의 치안은 별로 좋지 못했다.새봄이가 아이스크림을 먹는 사이 녹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남자가 소녀의 핸드백을 가로채서 사람들 틈으로 도주했다.놀란 새봄이는 다급히 남자의 뒤를 따라가며 소리쳤다.“도둑이야!”안타깝게도 유럽에서 비슷한 사건은 비일비재하게 벌어졌다.아무도 핸드백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싶지 않아했다.새봄이는 자신이 안전하다는 것을 알기에 끝까지 남자를 쫓아갔다.수염이 덥수룩한 남자는 뒤를 돌아보며 뭐라고 욕설을 지껄이더니 골목으로 진입했다.새봄이가 쫓아갔을 때, 남자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소녀가 망연자실한 얼굴로 서 있을 때, 갑자기 옆 골목에서 사람이 튀어나왔다.남자는 바로 새봄이의 목을 노리고 달려들었지만 손이 소녀에게 닿기도 전에 누군가가 달려와서 남자를 걷어찼다.새봄이는 겁에 질린 얼굴로 뒤를 돌아보았다.훤칠하고 잘생긴 동양인 남자가 등 뒤에 서 있었다.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가 새봄이의 앞으로 다가갔다.그에게서 익숙한 우드향이 풍겼다.그는 천천히 소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 손가락이 가늘고 예쁜 손이었다.녹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강
전동하는 그날 밤 새봄이에게 해외유학 얘기를 꺼냈다.새봄이는 고민도 해보지 않고 바로 동의했다.어디에 가고 싶냐고 물었더니 프랑스만 제외하고 아무데나 괜찮다고 했다.전동하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준서 때문에 프랑스에 가기 싫은 거야?”새봄이가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걔가 누군데? 하나도 기억 안 나! 걔 얘기하지 마!”아이는 억울함을 토로했다.줄곧 아이의 옆을 지켜주던 오빠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마치 꿈을 꾼 것 같았다.더 이상 아이의 뒤꽁무니를 따라다니던 오빠는 없었다.아이는 준서가 보고 싶었지만 준서는 떠날 때 편지 한장 남기지 않았다.전동하는 안쓰러운 표정으로 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새봄이도 이제 컸잖아. 준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 연락이 없던 것도 그럴만한 사정이 있어서였어. 나중에 준서 만나도 너무 준서를 욕하지 마.”새봄이는 고집스럽게 고개를 돌려버렸다.부모의 사랑만 받고 자란 아이는 갑작스러운 이별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가끔 딸이 울기라도 하면 전동하는 항상 달려와서 딸을 위로해 주었다.태어날 때부터 다이아수저를 물고 태어난 아이는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다.그런데 어느 날 오빠가 보고 싶었던 아이가 준서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없는 번호라고 나왔다.아이는 버려진 느낌을 받았다.출국이 결정되었으니 전동하는 아이가 다닐 학교를 알아보았다.결국 새봄이는 유럽을 선택했다.마치 누군가가 거기서 자신을 기다리는 것처럼.떠나기 전, 아이는 일곱 남자친구와 작별인사를 나누었다.아이가 출국하는 날, 온가족이 나와서 새봄이를 배웅햇다.새봄이는 딱히 슬프거나 아쉬운 티를 내지 않았다. 마치 부모님 손을 잡고 해외여행을 가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아이는 활짝 웃으면서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전동하와 소은정은 영지까지 데리고 같이 프랑스로 출국하기로 했다.일가족이 탑승수속을 마치고 돌아서는데 뒤에서 급박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새봄아!”고개를 돌리자 하얗게 질린 얼굴로 허겁지겁 이쪽
눈 깜짝할 사이에 새봄이는 어엿한 숙녀로 자라났다.고등학교에 들어가자마자 그녀에게는 남자친구가 생겼다.새봄이는 집으로 돌아와서 이 소식을 소은정에게 알렸다.소은정은 딱히 말리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어렸을 때 이런저런 경험을 다 해보는 게 아이에게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리고 새봄이가 진심일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하지만 이 사실을 알게 된 전동하는 밤새 잠을 이룰 수 없었다.그는 아이와 대화를 나눠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새봄이의 반응은 시큰둥했다.“친구들이 다들 남자친구를 사귀는데 나만 솔로면 유행에 뒤떨어지잖아. 그래서 만나보기로 했어. 그리고 너무 이른 나이도 아니잖아! 중학교 때부터 연애하는 애들도 많다고!”전동하는 인내심 있게 아이를 타일렀다.“그래도 넌 아직 너무 어려. 밖으로 나가 사람들과 더 많이 접촉해 보면 알게 될 거야. 남자는 다 믿을 놈이 못 돼….”“그럼 엄마가 아빠를 만난 것도 사랑에 눈이 멀어서 만난 거겠네?”어릴 때부터 말싸움에는 절대 지지 않던 새봄이는 미소가 소은정을 닮은 예쁘고 사랑스러운 소녀로 성장했다.그리고 총기 있는 눈동자와 말빨, 그리고 큰 키는 전동하를 많이 닮았다.소은정은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딸이 나중에 남자 여럿을 울릴 거라는 것을 알기에 아이에게는 사랑을 하면 꼭 아빠랑 엄마처럼 서로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라고 강조했다.새봄이는 전동하가 말이 없자 달려가서 그의 팔짱을 꼈다.“아빠, 걱정하지 마. 그냥 연애는 어떤 느낌인가 궁금해서 해보는 거야.”“그래서 그 남자친구는… 어떤 사람이야?”“어느 남자친구를 말하는 거야?”전동하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물었다.“몇이나 사귀었는데?”“다른 애들은 다 한명하고만 사귀는데 난 다른 애들 따라하기 싫어. 그래서 하루에 한 명, 일주일에 일곱 명이야! 주일을 정해서 따로 만나!”새봄이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전동하는 입을 뻐금거리며 한참을 말을 잇지 못했다.그래도 다행인 건 사랑에 깊이 빠지는 스타일은 아니라는 점이랄까.
다른 CCTV에서 정황이 포착되었다. 직원이 그쪽으로 다가가다가 발을 헛디디며 하마터면 술잔을 쏟을 뻔한 정황이었는데 그때 잔을 안쪽으로 옮기며 위치가 바뀐 것 같았다.독극물 검사결과도 나왔다.청산가리였다.심청하의 몸에서 나온 독극물과 약병에 있던 독극물 성분이 일치했다.살인을 계획했던 심청하가 제 꾀에 당한 상황이었다.아마 그녀는 죽을 때까지 어디서 문제가 생겼는지 몰랐을 것이다.형사들은 밤을 새워 CCTV를 확인하면서 이 약병의 출처가 남유주의 큰어머니라는 사실을 밝혀냈다.그렇게 큰어머니가 경찰에 소환되었다.큰어머니는 숨김없이 사건의 경과를 진술했는데 심청하에게 협박을 당했다는 내용이었다.하지만 사람을 해치고 싶지 않아서 넘어지는 틈을 타 약병을 바닥에 버렸다고 했다.심청하가 포기를 못하고 스스로 행동에 옮기다가 제 꾀에 당했다는 말도 했다.형사가 인상을 찌푸리며 그녀에게 물었다.“그랬다는 증거 있나요?”“당연히 있죠.”큰어머니는 딸인 남연을 호출했다.“형사님이 묻는 대로 사실을 대답해! 떨지 말고!”남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핸드폰을 꺼냈다.그리고 차 안에서 심청하와 대화했던 녹음을 재생했다.“그 여자가 아빠랑 엄마를 죽이겠다며 협박했어요. 그 파티 초대장은 제가 거금을 주고 산 거예요. 우린 태한그룹 사모님과 친척관계에요. 평소에 왕래는 하지 않지만 사람을 죽이고 싶지는 않았다고요!”남연은 울음을 터뜨리며 말했다.“형사님, 제가 아는 건 다 얘기했어요.”형사는 그녀의 진술에서 이상한 점을 포착했다.“전에 남유주 씨를 해하려 한 적이 있죠?”“그래! 너도 직접 남유주를 죽이려고 했잖아? 그건 왜 쏙 빼고 말해?”녹음본에 담겼던 심청하의 목소리였다.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파일은 편집을 거치지 않았다.남연은 고개를 푹 숙이고 사실을 털어놓았다.“그것도 심청하가 협박해서 했어요. 하지만 언니 앞에서 이미 잘못을 인정했고 사과도 했어요. 언니는 저를 용서했고요.”형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건 박수혁 대표와
심청하는 한참 침묵하더니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무슨 방법을 쓰든 그 사람들과 걔를 만나게 해. 안 그러면 이 약은 네 부모님 배 속으로 들어갈 거야!”남연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떨어뜨렸다.“알겠어요.”결국 그녀는 겁에 질린 얼굴로 명령을 받아들였다.며칠 뒤, 마침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오늘은 자선회가 열리는 날이었는데 박수혁은 남유주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그녀와 함께 자선회에 참석했다.그리고 자선회에서 많은 보석과 골동품을 구매하며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자선회가 끝나고 파티가 이어졌다.남연의 부모는 힘겹게 초대장을 입수했다.심청하는 파티홀에서 이어질 장면을 기대하고 있었다.하지만 남연의 부모는 뒤늦게 파티에 참석했고 그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파티가 다 끝난 뒤였다.심청하는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다.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음에는 언제가 될지 장담할 수 없었다.SC그룹에서는 지분 사건으로 그들을 물고늘어질 것이다.본사에서 움직이기 전에 남유주를 제거해야 했다.잠시 후, 남유주의 큰어머니는 사람이 없는 곳에 숨어들었다.그리고 약을 꺼내 술병에 쏟아넣으려고 했다.마침 취객이 그녀의 어깨를 부딪히고 지나가며 그녀가 바닥에 쓰러졌다.남유주 큰어머니가 고통에 신음을 흘리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약병은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구석진 곳으로 굴러갔다.심청하는 싸늘한 눈빛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정말 뭐 하나 일을 제대로 하는 게 없는 일가족이었다.남유주의 큰아버지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다급히 다가가서 아내의 손을 잡고 구급차를 호출했다.호텔에 미리 대기하고 있던 의료진이 달려왔고 큰어머니를 들것에 실어 병원으로 호송했다.심청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사람들이 모두 흩어지고 그녀는 구석진 곳으로 가서 아무도 안 보는 틈을 타 약병을 손에 쥐었다.그리고 기회를 봐서 약을 와인에 쏟고 흔들었다.모든 게 끝난 뒤, 심청하는 손에 난 땀을 닦았다.이미 살인을 하기로 마음먹은 그녀였지만 직접 모든 일을 끝내고 나니
남유주는 미소를 지으며 소은정과 박수혁 사이를 스스럼없이 얘기했다.남유주는 지나간 둘의 과거를 신경 쓰지 않았다.박수혁은 소은정에게 다른 마음이 없었고 그들은 각자 다른 사람과 행복한 삶을 살기로 했다.소은정은 미소를 지으며 남유주가 건넨 상자를 열었다.안에는 팔찌가 있었다, 반짝이며 아름다운 화려한 목걸이의 모든 보석은 정교하게 다듬어져 있었고 본연의 미와 섬세함의 아름다움을 결합하는 느낌이 들게 했다.그녀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몇 년 동안 이런 것을 모으기를 좋아했는데... 고마워요, 진짜 마음에 들어요." 남유주는 화해의 의미로 소은정에게 팔찌를 건넸다.소은정은 미소를 지으며 팔찌를 착용했다."과거는 과거일 뿐이니 우린 서로 용서하는 게 어때요?"소은정은 머리를 끄덕였다.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안타깝게도 난 어떤 선물도 준비하지 못했네요…"그녀는 가방에서 계약서를 꺼내고 남유주에게 건넸다.남유주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서류 내용을 살펴보았다."이게 뭐예요?""원래는 소찬학의 주식이었지만 몇 년 전에 회사 소유로 되었어요. 아빠가 나이도 있고 해서 주식 대신 배당금을 주기로 했었어요, 근데 더는 그 사람의 것이 아니니까, 아빠가 유주 씨한테 넘기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우리가 주는 작은 선물이니까 받아줬으면 좋겠어요." 얼굴이 굳었던 남유주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계약서를 다시 내밀었다."전 받지 않을래요.""유주 씨, 이게 얼마나 큰 돈인지 몰라요? 술집을 사려고 했던 거 아니었어요? 이 돈으로 그 건물 같은 거 열 개는 살 수 있어요."소은정은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했다.남유주는 웃음을 참고 머리를 흔들었다."이걸 받으면 소찬학이 내 생부라는 것을 인정하는 거잖아요, 끊을 수 없는 혈연관계를 받아들여야 하고, 내가 관여하지 않은 과거의 강탈과 억압을 직면해야 해요. 태어난 이래로 부모가 없는 존재로 살아왔고, 아직 그것을 원하지 않아요. 나의 아버지로 인정하고 싶지도 않고 소씨 가문과 혈연적인 관계가
거침없이 내뱉는 심청하의 태도에 소찬식이 얼굴이 어둡게 변했다.옆에서 듣고 있던 소은정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소씨 가문의 주식은 애초에 저희 집안 거에요. 그리고 둘째 삼촌이 직접 주식을 그룹 소유로 돌리겠다고 서명까지 했어요. 자기는 주식 배당만 챙기겠다고, 회사를 떠난 지금 삼촌한테 배당금을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여겨야죠. 이모가 한 계산은 너무 터무니없어요. 이 주식들은 재산 분할과 관련이 없어요. 설령 분할을 한다 해도, 먼저 그룹의 이익을 보호하는 게 우리의 원칙이고요."심청하는 얼굴이 이상하게 변했다."저는 어떻게 해요? 그이가 감옥에 가고, 우리는 손가락 빨면서 굶어 죽으라는 거예요? 주식을 전부 넘겨주세요, 그럼 더는 따지지 않을게요!" 그녀는 무례한 태도로 단호하게 앉아 있었다.소찬식의 표정이 음울하게 어두워졌다, 그는 복잡한 눈빛으로 그녀를 한번 쳐다보았다."그만 돌아가세요, 돌아가서 경찰 소식 기다리세요. 찬식이 회사 자금을 자기 돈처럼 써버렸고 수억 달러를 횡령했어요. 그럼에도 그룹이 이 돈에 대해 따지지 않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하세요. 어떻게 돈을, 주식을 요구할 수 있어요?" "나는 찬식 씨가 아니에요, 다른 사람들 사정은 모르겠고, 누가 날 어떻게 생각하든 관심없어요."그는 말을 마친 뒤 옆에 서 있는 집사에게 눈짓했다."손님을 내보내.""네."집사의 대답에, 심청하는 일어서서 조급하게 말했다. "아주버님, 그렇게 말씀하시지 마세요. 형제들끼리 어떻게 이렇게 매정하게 굴어요? 이 일을 언론에 알리면 어떻게 될지 저도 기대되네요, 아마 언론도 이 일에 엄청난 관심을 둘 것 같거든요!"소찬식의 표정은 신경질적으로 굳어졌다, 눈빛이 차갑고 어둡게 변했다.공기 안에는 침묵이 깔렸다.소은정은 갑작스럽게 직감했다. 심청하가 예전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것을 눈치챘다.하지만 그들은 타협할 수 없었다. 한 푼이라도 더 주면, 그녀는 주제 파악을 못 하고 더 달라고 요구할 것이다.그녀는 절대로 이번 한
심청하의 얼굴이 새파랗게 변했다."다 해봐야죠, 우선 믿을 만한 변호사를 찾아서 형량부터 줄여줘요."옆에서 듣고 있던 소은정이 참지 못하고 가볍게 웃으며 소리를 냈다.소은정이 입을 열었다."마침 잘 오셨어요, 우리도 지금 삼촌을 어떻게 구할지 토론하고 있었거든요!"심청하는 의아한 눈빛으로 소은정을 쳐다보았다. "그러면... 어떤 방법을 논의했는데?"전동하는 멋도 모르고 웃었다. 그는 소은정의 대답을 기다렸다.소은정은 청량한 목소리로 한숨을 쉬었다."사실 우리가 변호사를 찾아서 물어봤어요. 판결이 심하게 나면, 사형이 나올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어쨌든 두 사람을 죽인 거니까.그래도 방법이 있어요, 둘째 삼촌은 그때 혼인 상태였잖아요?법정에 나서서 전부 둘째 삼촌이 한 게 아니라고 증언하면 돼요. 삼촌은 줄곧 숙모랑 함께 있었고, 그런 일을 꾸밀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고!"심청하는 갑자기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일어섰다."너... 나보고 거짓 증언을 하라는 거야, 말이 되니? 그거야말로 불법이야!"소은정은 차가운 눈빛으로 비웃었다."불법이라는 것도 알고 계셨네요? 근데 왜 저희 아버지한테 당당하게 그런 짓을 요구하는 거예요?"심청하는 그제야 자신이 소은정에게 당했다는 것을 깨달았다.화가 난 그녀의 얼굴이 붉어졌다."은정아, 너 말 이상하게 하는 구나, 내가 마음이 너무 급해서 나온 말을 꼬투리 잡는 거니? 그리고 너희 삼촌 아직 유죄 판결도 나지 않았어. 그러니까 우리가 조금 더 노력하면 돼."소은정은 눈썹을 찌푸렸다."그럼 혼자 잘 해보세요! 우린 응원이나 하고 있을게요!""너 지금 뭐하자는 거니?" 심청하는 화를 내며 소찬식을 바라보았다."진짜 이렇게 내버려두실 거예요?"소찬식의 눈빛이 어둡게 깔렸다."자기가 한 일에 대가를 치러야 하겠죠, 저희는 아무런 상관도 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제수씨도 저희를 그만 찾아오세요."심청하는 소찬식의 태도가 이렇게 차갑고 딱딱할 줄은 몰랐다.그녀는 잠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