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가 끝나고 고스트가 다가와 소은정의 손을 잡았다. 미소를 지은 소은정은 담담한 표정으로 인사를 한 뒤 무대에서 내려왔다. 3년 동안 손이 굳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무대를 마치고 고스트가 그녀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은정아, 그냥 우리 멤버로 들어올래? 몬스터는 강퇴시킬까 봐.”고스트의 기분 좋은 농담에 소은정이 활짝 웃었다.“몬스터 오빠가 알면 지금 당장 병원에서 달려올지도 몰라요.”“오늘 진짜 너무 좋았어. 이 곡 네가 편곡한 거잖아. 몬스터 말고 이런 호흡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은 너뿐일 거야. 기분 좋다. 예전의 네 모습으로 다시 돌아온 것 같아서.”고스트는 방금 전 무대의 여운을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분명 칭찬이었지만 소은정은 왠지 마음이 씁쓸해졌다. 3년 동안 왜 그렇게 바보처럼 산 걸까? 세상에는 재밌는 게 이렇게 많은데. 뭐, 이제라도 정신을 차렸으니 다행이다 싶었다.하지만 고스트는 여전히 집요하게 그녀를 설득했다.“은정아, 그냥 우리 밴드에 들어오라니까. 우리가 함께하면 빌보드 제패는 시간문제야.”소은정이 거절하려던 순간, 김하늘이 다가왔다.“오빠들, 주접 그만 떠세요. 그리고 우리 은정이 이제는 회사 본부장님이라고요.”김하늘과 소은정이 백스테이지에서 나오자 한유라는 기다렸다는 듯 소은정을 와락 껴안았다.“역시 우리 은정이야. 아까 사람들 반응 봤지? 네 바이올린 연주는 진짜 최고라니까.”소은정은 못 말린다는 표정으로 한유라를 떼어냈다. 크레이지 밴드를 섭외한 것도 그녀를 위한 성강희의 배려라는 걸 알고 있었던 그녀는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지금쯤이면 박수혁도 강서진도 이미 떠났을 것이라 생각한 소은정 일행은 다시 2층으로 올라갔다. 하지만 그녀의 예상과 달리 두 사람은 여전히 성강희, 성준희 옆에 앉아있었다. 두 사람의 눈빛은 방금 전과 뭔가 달라져있었다.한유라는 코웃음을 치더니 자리에 앉았다.“강희야, 우리 게임이나 하자. 짜증 나는 사람이 있으니까 술맛이 안 사네.”
대결은 뭔가 걸어야 더 재밌는 법이니까.박수혁은 아름다운 소은정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물었다.“글쎄?”소은정이 대답하기도 전에 강서진이 끼어들었다.“은정 씨가 지면 솔직하게 인정해요. 수혁이 형 돈 보고 결혼한 거라고. 앞으로 다시 A시에는 발도 들이지 않겠다고. 뭐 그럴 일은 없겠지만 지면 내가 입고 있는 옷 다 벗는 걸로. 어때요? 할 수 있겠어요?”말도 안 되는 요구에 성강희와 성준희가 들고 있던 술잔을 내려놓았다. 다혈질인 한유라가 일어서려는 순간, 김하늘의 그녀를 손목을 잡았다.박수혁도 미간을 찌푸렸다. 강서진의 말은 신경 쓰지 말라고 하려던 순간, 소은정이 코웃음을 치더니 대답했다.“네. 좋아요.”자신만만한 표정, 그녀가 이길 것이라 확신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한편, 강서진도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더니.박수혁은 A시는 물론, 고수들이 즐비한 마카오 카지노에서도 우승을 거둘 정도의 초고수였다. 소은정이 상대가 될 리가 없다고 그는 확신했다. 드디어 복수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강서진의 입가에 비열한 미소가 피어올랐다.게임이 시작되고 박수혁이 말했다.“레이디 퍼스트.”소은정도 마다하지 않고 바로 베팅을 시작했다. “올인.”박수혁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소은정의 표정을 살폈다. 소은정은 이 게임 자체의 승패에 별로 관심 없는 표정이었다. 정말 이대로 A시를 떠난다고 해도 괜찮을 걸까? 강서진은 흥미진진한 얼굴로 게임을 지켜보고 있었다. 포커라곤 제대로 만져보지도 못했을 것 같은 숙맥, 이 게임은 박수혁, 아니 그의 승리였다.처음부터 올인? 초보 티를 팍팍 내는 모습에 강서진의 표정은 점점 더 밝아졌다.생각지도 못한 올인에 박수혁도 콜을 외쳤다. 그리고 카드를 확인하는 시간, 박수혁의 카드는 스트레이트 플러쉬, 거의 최고 레벨이었다.강서진은 흥분을 이기지 못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형, 역시 대단해. 혹시 져주는 거 아닌가 걱정했단 말이야.”이에 손뼉을 치던 성강희가 입을 열었다.“
이 말만을 남긴 채 박수혁은 자리를 떠버렸고 소은정의 친구들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한유라를 비롯한 소은정의 친구들이 눈으로 쏘는 레이저빔에 몸이 뚫릴 것만 같았다.박수혁, 이렇게 날 버리고 가?우리 친구 아니었어?한참을 망설이다 강서진은 입술을 꾹 깨물고 애원했다.“이번 한 번만 봐주면 안 될까요?”“안 돼요!”한유진 일행이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1층. 소은정은 몰래 옆문으로 빠져나와 소은호에게 문자를 했다. 바로 기사가 곧 도착할 것이라는 답장을 받았다. 그리고 한유라한테도 미리 문자를 보내두었다.“은정아...”박수혁이 목멘 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익숙한 그림자, 소은정은 흠칫 놀랐지만 바로 차가운 표정으로 감정을 지웠다. 그녀의 미묘한 표정 변화를 캐치한 박수혁은 또 다시 상처를 받고 말았다.“뭐 할 말 있어?”어두운 가로등 불빛이 두 사람의 그림자를 길게 늘어트렸다. 박수혁이 한 발 다가가면 소은정은 뒤로 한발 물러서는 우스운 상황이 연출되었다.박수혁은 피식 웃더니 물고있던 담배꽁초를 대충 버리고 한발 성큼 다가섰다.“은정아, 레스토랑에 있었던 일은 미안해. 예리가 아직 철이 없어. 그래도 어떻게든 직접 사과하게 만들 테니까 걱정하지 마.”“됐어. 그냥 앞으로 가족 간수나 잘해.”사과? 레스토랑 사건은 그렇다 치고 지금까지 그녀가 받았던 멸시와 모욕은 어떻게 할 거지? 뭐, 사과 따위는 듣고 싶지도 않았다. 어차피 진심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은정아 내가...”박수혁이 또다시 입을 연 순간, 클럽 입구에서 남자의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고개를 돌려보니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강서진이었다. 얼굴을 막은 채 두 사람을 향해 달려오던 강서진은 몰려드는 모멸감을 억누르며 말했다.“오늘 이 치욕 언젠가는 갚아줄 거야.”그 순간, 휴대폰 플래시가 어두운 골목을 밝혔다. 알몸 상태인 강서진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더니 부들거리는 손가락으로 소은정의 얼굴을 가리켰다.“사... 사진까지 찍어
그제야 정신을 차린 강서진은 옷으로 얼굴을 가린 채 차에 뛰어올랐다.“얼른 타! 젠장, 소은정 저 여자 도대체 정체가 뭐야?”차에 오르고 옷가지들을 챙겨 입으며 강서진은 끊임없이 재잘거렸다.“소은정 이 여자 진짜 반전이다. 아주 불여우가 따로 없어. 그래, 인정해. 나보다 한 수 위더라.”하지만 강서진의 끝없는 수다에도 박수혁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조용히 담배에 불을 붙였다. 기다란 손가락 사이에서 퍼져나가는 담배연기가 그의 표정을 가려주었다.잠시 후, 클럽 밖으로 나온 성강희, 한유라와 김하늘은 차 안에 있는 두 사람을 보며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성강희는 굳이 다가가 창문을 향해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서진 씨, 그냥 게임인데 쪼잔하게 복수하고 그럴 생각은 아니죠? 다음에 만나면 또 재밌게 놀아요.”차오르는 분노에 강서진은 부들부들 떨었지만 딱히 할 말이 없었다. 게임을 제안한 것도, 내기의 내용도 모두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으니까.억울했지만 이런 치욕은 다른 사람 앞에서 얘기조차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열불이 치밀었다.이런 치욕을 겪고 앞으로 고개나 들고 다닐 수 있을까 싶었다. 방금 전 2층에서 탈의를 거부하던 그를 향해 성강희는 차가운 얼굴로 이런 질문을 던졌었다.“왜요? 싫어요. 만약 은정이가 졌다면 봐줬을 거예요?”물론 아니었다.그래서 고분고분 벗을 수밖에 없었다. 성강희의 조롱에 강서진은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가만히 듣고만 있던 박수혁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물었다.“강희 씨, 오늘 은정이를 위해 복수를 해준 겁니까?”그의 질문에는 불쾌감이 서려있었다.“그럴 리가요. 게임은 은정이가 이긴 거고 내기의 내용은 강서진 씨가 정한 겁니다. 패배는 제대로 인정하는 게 게임의 룰 아니던가요?”성강희는 여전히 장난스레 웃으며 손가락으로 창문을 톡톡 건드렸다. 한참을 침묵하던 성강희가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졌다.“사실 은정이가 이길 거라곤 상상조차 못하셨죠?”“조금 놀란 건 맞습니다.”“3
이른 아침.창문을 비추는 따뜻한 햇살에 소은정은 천천히 눈을 떴다. 화창한 날씨에 기분 좋은 미소가 얼굴에 걸렸다. 마침 가정부가 조심스레 그녀의 방문을 노크했다.“아가씨, 깨셨어요?”소은정은 기지개를 켜며 대답했다.“네, 들어오세요.”어젯밤 소은호의 기사 덕분에 안전하게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소은정의 허락에 두 직원이 커다란 행거를 들고 들어오며 말했다.“아가씨를 위해 준비한 의상입니다. 회장님, 도련님께서는 주방에서 기다리고 계시고요.”어마어마한 양의 옷을 보며 소은정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좋아하는 브랜드를 알려달라고 하기에 몇 개 적어줬더니 아예 브랜드 편집숍을 털어온 모양이었다. 아버지의 못 말리는 사랑에 소은정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같은 스타일, 다른 컬러인 옷도 간간이 보였다. 익숙한 스타일과 원단,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프라다 브랜드였다. 게다가 전부 이번 시즌 신상들, 국내에는 아직 판매가 시작되지도 않은 제품들이었다.전에는 당연하게 느껴지던 삶이었는데 3년 동안 잊어버렸나 보다. 이렇게 새삼스러운 걸 보니.“알겠어요. 이만 나가보세요.”샤워를 마친 소은정은 정교한 블랙 드레스에 화이트톤 정장 슈트를 매치한 뒤 방문을 나섰다. 그녀가 내려오자 소찬식이 싱글벙글 웃으며 물었다.“우리 딸 잘 잤어?”소은호도 싱긋 미소를 지었다.“어제 사운드 클럽에서 강서진이 알몸으로 거리를 활보했다면서? 얼굴을 막았지만 그중에서도 알아본 사람이 있었나 보더라고. 강 회장님이 또 강서진 그 자식을 호출하셨다던데. 아마 좋은 일은 아니겠지. 스캔들 수습에 떨어지는 주가에 아마 한동안 골치 좀 아프겠어. 역시 우리 동생이야.”소은호의 칭찬에 그녀는 어깨를 으쓱하며 식탁에 앉았다.“그 사람이 먼저 날 건드린 거야.”“쌤통이다, 그 자식. 우리 딸을 건드려?”소찬식은 사랑이 듬뿍 담긴 눈빛으로 소은정에게 반찬을 집어주었다.대충 식사를 끝내고 소은정은 바로 오빠와 함께 회사로 향했다. 우연석이 이미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본
소은정은 놀란 눈으로 한유라를 보면서 물었다. “대체 누가 보낸 거야?”“누구겠어, 성강희밖에 더 있어? 나한테 꼭 전해주라고 부탁했어.”“성강희?”하여간 재밌는 사람이다.“강희 걔가 어젯밤에 아빠한테 쫓겨 해외유학을 하러 가게 되었는데 성적이 안 좋으면 아빠가 다리를 분질러 놓는다고 하더라.” “갑자기 가서 배웅도 못 해줬네. 이제 오면 환영식 한번 해줘야겠네...”사람을 불러 꽃다발을 밖에 내놨다. 방안을 가득 채우던 꽃향기가 사라지니 지끈해나던 머리가 살 것 같았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아 맞다, 지난번에 네가 부탁했던 풍항그룹 말이야. 이미 알아냈어.”한유라의 말에 소은정이 고개를 들어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한유라는 웃으면서 말했다. “풍항그룹은 유령 회사가 돼버린 지 오래고 여기저기 돈을 끌어다 빚을 막고 있는 모양이야. 은행의 빚을 못 상납하여 곧 집도 경매로 넘어갈 예정이고 손에는 망해가는 프로젝트뿐이야. 그 회사와 손을 잡았다가는 큰일이야. 임상희가 일부러 골탕을 먹이려고 작정한 거야.”임상희가 함정을 놓을 것이라는 걸 소은정도 이미 예상했던 일이다. 그렇다면 더욱더 흥미진진한 저녁 만찬이 될 것 같았다. “고마워.”“별거 아니야, 그건 그렇고 나 이제 너랑 같이 출근 못 하게 될 것 같아. 엄마가 이번에 홍콩에서 돌아오면서 매수한 화장품 회사가 있는데 그쪽 연구팀에서 일하기로 했어. 알잖아, 내 꿈인 거…”한유라의 엄마는 유명한 사업가이다. 항상 한유라가 자신의 사업을 물려받았으면 했지만, 한유라는 사업보다는 연구가 적성에 맞았고 이번이 한유라한테는 좋은 기회였다. 소은정은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래! 항상 응원할게!”“항상 조심하는 거 잊지 말고 도울 일이 있으면 꼭 말해! 도울 일이 있으면 도울 테니!”소은정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걱정 마, 알잖아 내 성격.”한유라는 가방을 들고 사무실을 나섰다. 소은정은 다시 일에 몰두했다. 퇴근 시간이 가까워졌을 때 소은정은 자리에서 일어나 우연준에게
두 사람은 멈칫하더니 갑자기 장대표는 웃는 얼굴을 하고는 소은정에게 와인을 따라 주었다. “본부장님, 저도 계약하러 온 사람입니다. 이 계약서 한번 봐 보시죠. 본부장님이 계약하신다면 저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장대표는 자신의 가방에서 다른 계약서를 건네주면서 말했다. 소은정이 준 계약서와 비슷한 듯 보이지만 임상희가 건넨 조건 보다 10%를 더 낮춘 계약서였다.”임상희는 눈알을 굴리더니 다시 그녀를 충고하였다. “소은정씨, 소은호만 믿을 수는 없어요. 곁에 큰 산이 몇 개는 되어야 안전하죠. 소은호도 분명히 당신한테 뭘 바라고 이 자리에 앉혀놓은 거겠지만 소은정씨는 소은호에게서 뭘 바라는 건가요? 그가 당신과 결혼도 안 해줄 건데….”임상희가 뭐라고 하든지 소은정은 딱히 대꾸할 마음이 없었다. 그녀가 소은호와 자신이 연인관계라고 멋대로 믿고있어도 굳이 해석을 해줄 마음이 없었다. “입고있는 옷 좀 봐, 브랜드도 없고. 인터넷에서 구매 거에요? 아침 출근은 택시로 하고?”임상희는 자기가 뭐라도 된 듯 소은정을 무시했고 자기 몸에 두른 샤넬 세트를 보여주면서 말했다.“봐봐요. 제가 소은정씨를 속여서 뭐 하겠어요. 그냥 장대표님 믿고 따라가면 돼요. 자, 장대표님이 준비하신 중고 아우디에요. 장대표님이 도와주셔야 우리 프로젝트가 성공하고 소은정씨도 현재 자리를 유지할 수가 있을 거에요.”소은정이 조용히 자신의 말을 듣고 있자 임상희는 자신이 그녀를 설득했다고 생각하는지 만족스러운 눈빛을 장대표와 주고 받고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말했다. “저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얘기들 나눠요.”룸을 나선 임상희 눈빛이 돌연 매섭게 변하더니 방문 앞에서 어슬렁거리던 낯익은 모습에 다가간 후 말했다. “물건은 준비되었겠지?”종업원은 덜덜 떨면서 말했다. “약… 이미 와인에 탔어요…”“그럼 됐어.”임상희는 만족스러운지 입꼬리를 쓱 올렸다. 종업원은 입술을 깨물면서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제가 잘못 본 것이 아니라면 저 여성분 박수혁 전 부인이 아닌
올려다보니 다부진 몸과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소은정이 3년 동안 짝사랑한 남자. 박수혁이였다. 소은정은 눈앞의 광경에 깜짝 놀랐지만 이내 마음을 진정시켰다. 어떻게 박수혁이 여기에? 우연이겠지.“박대표?”장대표는 주섬주섬 일어나더니 비굴한 얼굴을 하였다. 박수혁은 그런 그를 죽일 듯 노려보면서 말했다.“죽고 싶어? 감히…”이때 알 수 없는 화가 그의 가슴속에서 뿜어져 나왔고 죽일 듯이 장대표를 노려보았다. 박수혁이 눈앞의 장풍식을 때리려는 순간 갑자기 튀어나온 그림자가 바닥에서 일어나는 장풍식을 다시 바닥으로 때려눕혔다. 그리고는 주먹으로 얼굴을 한 대, 두 대 계속하여 때렸다. “성강희!”소은정이 눈이 돌아 주먹질을 하는 남자의 이름을 불렀다. 그녀의 부름에 성강희는 주먹질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날카로운 눈빛이 서서히 변하더니 말했다. “회사에 보고 싶어서 찾아가니 여기 있다고 해서 찾아온 건데…”성강희는 박수혁을 무시하고 다시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꽃을 들고 그녀에게 다가갔다.“놀랐어?”소은정은 못 말린다는 듯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계획에 차질이 있었지만, 그녀가 얻고자 하는 물건은 이미 얻었으니 계획이 물거품이 된 것은 아니다. “고마워, 이제 됐어. 더 때렸다가는 죽어.”“알겠습니다. 여왕님.”성강희는 웃으면서 말했다. “이번에는 살려두지만, 다음에는 정말 죽일거야.”장대표는 두려운 얼굴로 그들을 보았다. 성강희와 박수혁, 누구 하나 쉬운 놈이 없었다. 소은정과 박수혁은 이미 끝난 사이가 아니었던가? 하지만 살려준다는 말에 장대표는 불이 나게 도망갔다. 이 두 명한테 더 이상 잘못 보였다가는 큰일이 날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부랴부랴 도망치려는 장대표의 머리에 둔탁한 무언가가 튕겨 나갔다. 그의 낡아빠진 차키였다. 성강희는 냉담하게 그를 비웃으면서 말했다. “당장 꺼져. 내 여자친구 눈을 더럽히지 말고 .”“네네.”장대표는 부랴부랴 그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누가 네 여자친구야?”소은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