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창문을 비추는 따뜻한 햇살에 소은정은 천천히 눈을 떴다. 화창한 날씨에 기분 좋은 미소가 얼굴에 걸렸다. 마침 가정부가 조심스레 그녀의 방문을 노크했다.“아가씨, 깨셨어요?”소은정은 기지개를 켜며 대답했다.“네, 들어오세요.”어젯밤 소은호의 기사 덕분에 안전하게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소은정의 허락에 두 직원이 커다란 행거를 들고 들어오며 말했다.“아가씨를 위해 준비한 의상입니다. 회장님, 도련님께서는 주방에서 기다리고 계시고요.”어마어마한 양의 옷을 보며 소은정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좋아하는 브랜드를 알려달라고 하기에 몇 개 적어줬더니 아예 브랜드 편집숍을 털어온 모양이었다. 아버지의 못 말리는 사랑에 소은정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같은 스타일, 다른 컬러인 옷도 간간이 보였다. 익숙한 스타일과 원단,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프라다 브랜드였다. 게다가 전부 이번 시즌 신상들, 국내에는 아직 판매가 시작되지도 않은 제품들이었다.전에는 당연하게 느껴지던 삶이었는데 3년 동안 잊어버렸나 보다. 이렇게 새삼스러운 걸 보니.“알겠어요. 이만 나가보세요.”샤워를 마친 소은정은 정교한 블랙 드레스에 화이트톤 정장 슈트를 매치한 뒤 방문을 나섰다. 그녀가 내려오자 소찬식이 싱글벙글 웃으며 물었다.“우리 딸 잘 잤어?”소은호도 싱긋 미소를 지었다.“어제 사운드 클럽에서 강서진이 알몸으로 거리를 활보했다면서? 얼굴을 막았지만 그중에서도 알아본 사람이 있었나 보더라고. 강 회장님이 또 강서진 그 자식을 호출하셨다던데. 아마 좋은 일은 아니겠지. 스캔들 수습에 떨어지는 주가에 아마 한동안 골치 좀 아프겠어. 역시 우리 동생이야.”소은호의 칭찬에 그녀는 어깨를 으쓱하며 식탁에 앉았다.“그 사람이 먼저 날 건드린 거야.”“쌤통이다, 그 자식. 우리 딸을 건드려?”소찬식은 사랑이 듬뿍 담긴 눈빛으로 소은정에게 반찬을 집어주었다.대충 식사를 끝내고 소은정은 바로 오빠와 함께 회사로 향했다. 우연석이 이미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본
소은정은 놀란 눈으로 한유라를 보면서 물었다. “대체 누가 보낸 거야?”“누구겠어, 성강희밖에 더 있어? 나한테 꼭 전해주라고 부탁했어.”“성강희?”하여간 재밌는 사람이다.“강희 걔가 어젯밤에 아빠한테 쫓겨 해외유학을 하러 가게 되었는데 성적이 안 좋으면 아빠가 다리를 분질러 놓는다고 하더라.” “갑자기 가서 배웅도 못 해줬네. 이제 오면 환영식 한번 해줘야겠네...”사람을 불러 꽃다발을 밖에 내놨다. 방안을 가득 채우던 꽃향기가 사라지니 지끈해나던 머리가 살 것 같았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아 맞다, 지난번에 네가 부탁했던 풍항그룹 말이야. 이미 알아냈어.”한유라의 말에 소은정이 고개를 들어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한유라는 웃으면서 말했다. “풍항그룹은 유령 회사가 돼버린 지 오래고 여기저기 돈을 끌어다 빚을 막고 있는 모양이야. 은행의 빚을 못 상납하여 곧 집도 경매로 넘어갈 예정이고 손에는 망해가는 프로젝트뿐이야. 그 회사와 손을 잡았다가는 큰일이야. 임상희가 일부러 골탕을 먹이려고 작정한 거야.”임상희가 함정을 놓을 것이라는 걸 소은정도 이미 예상했던 일이다. 그렇다면 더욱더 흥미진진한 저녁 만찬이 될 것 같았다. “고마워.”“별거 아니야, 그건 그렇고 나 이제 너랑 같이 출근 못 하게 될 것 같아. 엄마가 이번에 홍콩에서 돌아오면서 매수한 화장품 회사가 있는데 그쪽 연구팀에서 일하기로 했어. 알잖아, 내 꿈인 거…”한유라의 엄마는 유명한 사업가이다. 항상 한유라가 자신의 사업을 물려받았으면 했지만, 한유라는 사업보다는 연구가 적성에 맞았고 이번이 한유라한테는 좋은 기회였다. 소은정은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래! 항상 응원할게!”“항상 조심하는 거 잊지 말고 도울 일이 있으면 꼭 말해! 도울 일이 있으면 도울 테니!”소은정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걱정 마, 알잖아 내 성격.”한유라는 가방을 들고 사무실을 나섰다. 소은정은 다시 일에 몰두했다. 퇴근 시간이 가까워졌을 때 소은정은 자리에서 일어나 우연준에게
두 사람은 멈칫하더니 갑자기 장대표는 웃는 얼굴을 하고는 소은정에게 와인을 따라 주었다. “본부장님, 저도 계약하러 온 사람입니다. 이 계약서 한번 봐 보시죠. 본부장님이 계약하신다면 저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장대표는 자신의 가방에서 다른 계약서를 건네주면서 말했다. 소은정이 준 계약서와 비슷한 듯 보이지만 임상희가 건넨 조건 보다 10%를 더 낮춘 계약서였다.”임상희는 눈알을 굴리더니 다시 그녀를 충고하였다. “소은정씨, 소은호만 믿을 수는 없어요. 곁에 큰 산이 몇 개는 되어야 안전하죠. 소은호도 분명히 당신한테 뭘 바라고 이 자리에 앉혀놓은 거겠지만 소은정씨는 소은호에게서 뭘 바라는 건가요? 그가 당신과 결혼도 안 해줄 건데….”임상희가 뭐라고 하든지 소은정은 딱히 대꾸할 마음이 없었다. 그녀가 소은호와 자신이 연인관계라고 멋대로 믿고있어도 굳이 해석을 해줄 마음이 없었다. “입고있는 옷 좀 봐, 브랜드도 없고. 인터넷에서 구매 거에요? 아침 출근은 택시로 하고?”임상희는 자기가 뭐라도 된 듯 소은정을 무시했고 자기 몸에 두른 샤넬 세트를 보여주면서 말했다.“봐봐요. 제가 소은정씨를 속여서 뭐 하겠어요. 그냥 장대표님 믿고 따라가면 돼요. 자, 장대표님이 준비하신 중고 아우디에요. 장대표님이 도와주셔야 우리 프로젝트가 성공하고 소은정씨도 현재 자리를 유지할 수가 있을 거에요.”소은정이 조용히 자신의 말을 듣고 있자 임상희는 자신이 그녀를 설득했다고 생각하는지 만족스러운 눈빛을 장대표와 주고 받고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말했다. “저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얘기들 나눠요.”룸을 나선 임상희 눈빛이 돌연 매섭게 변하더니 방문 앞에서 어슬렁거리던 낯익은 모습에 다가간 후 말했다. “물건은 준비되었겠지?”종업원은 덜덜 떨면서 말했다. “약… 이미 와인에 탔어요…”“그럼 됐어.”임상희는 만족스러운지 입꼬리를 쓱 올렸다. 종업원은 입술을 깨물면서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제가 잘못 본 것이 아니라면 저 여성분 박수혁 전 부인이 아닌
올려다보니 다부진 몸과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소은정이 3년 동안 짝사랑한 남자. 박수혁이였다. 소은정은 눈앞의 광경에 깜짝 놀랐지만 이내 마음을 진정시켰다. 어떻게 박수혁이 여기에? 우연이겠지.“박대표?”장대표는 주섬주섬 일어나더니 비굴한 얼굴을 하였다. 박수혁은 그런 그를 죽일 듯 노려보면서 말했다.“죽고 싶어? 감히…”이때 알 수 없는 화가 그의 가슴속에서 뿜어져 나왔고 죽일 듯이 장대표를 노려보았다. 박수혁이 눈앞의 장풍식을 때리려는 순간 갑자기 튀어나온 그림자가 바닥에서 일어나는 장풍식을 다시 바닥으로 때려눕혔다. 그리고는 주먹으로 얼굴을 한 대, 두 대 계속하여 때렸다. “성강희!”소은정이 눈이 돌아 주먹질을 하는 남자의 이름을 불렀다. 그녀의 부름에 성강희는 주먹질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날카로운 눈빛이 서서히 변하더니 말했다. “회사에 보고 싶어서 찾아가니 여기 있다고 해서 찾아온 건데…”성강희는 박수혁을 무시하고 다시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꽃을 들고 그녀에게 다가갔다.“놀랐어?”소은정은 못 말린다는 듯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계획에 차질이 있었지만, 그녀가 얻고자 하는 물건은 이미 얻었으니 계획이 물거품이 된 것은 아니다. “고마워, 이제 됐어. 더 때렸다가는 죽어.”“알겠습니다. 여왕님.”성강희는 웃으면서 말했다. “이번에는 살려두지만, 다음에는 정말 죽일거야.”장대표는 두려운 얼굴로 그들을 보았다. 성강희와 박수혁, 누구 하나 쉬운 놈이 없었다. 소은정과 박수혁은 이미 끝난 사이가 아니었던가? 하지만 살려준다는 말에 장대표는 불이 나게 도망갔다. 이 두 명한테 더 이상 잘못 보였다가는 큰일이 날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부랴부랴 도망치려는 장대표의 머리에 둔탁한 무언가가 튕겨 나갔다. 그의 낡아빠진 차키였다. 성강희는 냉담하게 그를 비웃으면서 말했다. “당장 꺼져. 내 여자친구 눈을 더럽히지 말고 .”“네네.”장대표는 부랴부랴 그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누가 네 여자친구야?”소은정은
소은정은 쓴웃음을 짓더니 박수혁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은 채 가방을 챙겨 하이힐을 또각거리면서 식당을 나갔다. 이내 성강희도 박수혁을 힐끗 쳐다보더니 따라 나갔다. 박수혁은 그 자리에 멈춰 서 있었다. 마음이 얼음장같이 차가워졌고 소은정의 말은 비수로 날아와 그의 심장에 찍혔다. 박씨 일가가 그녀를 가정부처럼 대했다고? 내 아내가 어떻게 가정부가 된 것이지? 박수혁이 모르고 있는 일이 너무 많았다. 문을 나서자 장풍식은 임상희에게 얼굴을 붉히면서 화를 내고 있었다. 임상희도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장대표를 위해 준비를 해놨다는 사실에 소은정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렇다면 이번 일은 임상희의 계획 중 일부인 건가?소은정은 차에 올라탔고 박수혁의 생각이 나 마음이 쓸쓸해졌다. 결혼 3년 동안 박수혁은 소은정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소은정은 마음을 추스르고 아무 일도 없는 듯 행동했다. 예전에 걸었던 길들을 소은정은 다시 걷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박수혁은 그녀에게 아무것도 아니다. 성강희는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금방 내가 구해준 건데 어떻게 보답할 거야?”“뭘 원해? 계좌이체라도 해줘?”성강희는 웃음을 터트리면서 말했다. “나한테 돈을 준다고 한 여자는 처음이야! 하지만 나는 네가 몸으로 갚아줬으면 하는데…”소은정은 그를 째려보더니 말했다. “꿈도 꾸지 마!”“왜? 무엇 때문에? 나한테도 기회를 줘!”성강희는 흥 하더니 토라졌다. 소은정은 덤덤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더니 말했다. “너는 나에게 남매 같은 존재야.”성강희는 입을 삐죽거리더니 말했다. “내가 증명 할 거야. 너에겐 내가 제일 낫은 놈이라는 걸.”어디서 나온 자신감인지 모르겠다는 듯 소은정은 웃으면서 말했다. “마음대로 해.”어차피 성강희의 열정은 1개월을 넘기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성강희는 비웃는 그녀를 보면서 가슴이 아파왔다. 절대 그녀를 다른 사람에게 뺏기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한유라가 전화가 와
임상희의 얼굴이 창백해지더니 몸이 미세하게 떨렸다. 소은정은 웃으면서 말했다. “임상희 씨, 만약 이 녹음본을 공개한다면 회사에서는 당신이 했었던 모든 프로젝트를 확인할 거고 그렇게 된다면 임상희 씨는 이 바닥에서 다시는 발을 붙일 수 없을 것이고 어쩌면 감옥생활까지 하게 될 건데 정말 풍항그룹을 위해 이 위험을 무릅쓸 건가요?”임상희는 분명히 그렇게 되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다. 임상희는 얼굴이 창백해져 갔고 눈빛에는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녀는 갑자기 극존칭으로 소은정을 대했다. “본…본부장님 제가 잠깐 미쳤었나 봅니다. 풍항 그룹은 사실 빈 껍데기뿐인 회사입니다… 풍항과의 계약은 없던 일로 하시죠.”소은정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다시는 풍항그룹을 입 밖으로 내지 마세요. 임팀장님의 업무능력은 저도 인정하는 바입니다. 그러니 그 업무능력을 우리 회사를 위한 일에 써주세요.”“네. 본부장님의 말씀이 맞습니다.”임상희는 강직된 어투로 말했다. 소은정은 임상희를 상대한 후 거성그룹에 관한 프로젝트 연구에 몰두했다. 사실 박수혁의 태한그룹을 빼고는 SC그룹만큼 입지가 좋은 회사는 없었다.그녀가 알고 있기로는 태한그룹에서는 인공지능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이 업계에 대해서 자신감이 붙었다. 점점 어둠이 깃들고 우연준이 서류를 들고 들어왔다. “본부장님, 거성그룹과의 식사가 비즈니스 연회로 바뀌었고 많은 인사들을 초대했습니다. 회사 창립 주년 연회 때 프로젝트 파트너를 발표할 예정이라는데 이미 VIP 초대장을 받았어요. 제가 먼저 만나볼까요?”소은정은 눈썹을 꿈틀거리더니 말했다. “거성그룹이라면 이 정도는 예상했어. 먼저 만날 필요는 없어. 우리의 조건이 제일 좋을 거니깐 연회에는 시간 맞춰 참석만 하면 돼.”우연준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알겠습니다. 집에 돌아가실 때 제가 모셔다드릴까요?”소은정은 시간을 한번 보았다. 늦은 시간이었다. 퇴근하려고 서류들을 정리하려는 순간 문소리가 나 보니 성강희가
이 커플 식당은 강서진의 가게 위층에 개업하였다. 강서진은 박수혁을 끌고 와서 시찰을 온 것이었다. 종업원은 그들에게 여기는 커플 식당이라고 세 번이나 얘기했지만, 강서진은 박수혁의 팔짱을 끼면서 종업원에게 말했다. “저희 커플처럼 안 보여요?”“박대표님과 강대표님… 행복하세요…”그들의 눈앞에 한 쌍의 커플이 다가왔다. 이씨 그룹의 도련님 이태성이었다. 옆에 있는 여자는 요즘 핫한 인플루언서였다. 그녀의 턱은 칼처럼 날카로웠고 소처럼 커다란 눈을 한 여자는 이태성의 팔짱을 끼고 착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강서진은 놀란 어투로 물었다. “여긴 어쩐 일이야?”“세리가 여기 새로 생긴 곳인데 괜찮다고 해서 와 봤어. 근데 여기 커플 식당이라고 하지 않았나?”이태성은 다 이해한다는 듯이 몰래 웃음을 지었다. 어릴 적부터 봐왔던 사이인지라 재밌다는 듯 그들을 보았고 박수혁은 화난 눈빛으로 강서진을 째려보았다. 이태성은 박수혁과 합석하였다. 박수혁은 맞은편에 앉은 세리를 보았다. 칼처럼 날카롭게 떨어지는 턱을 보고 있자니 입맛이 돌지 않았지만, 이태성의 앞 인지라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소은정 저 여자 진짜 여우 아니야?”이태성이 턱을 만지작거리면서 소은정을 보며 말했다. 음악 소리가 점점 커지자 성강희는 소은정의 손을 끌고 무대로 나갔다. “여기까지 왔는데 춤 실력 한 번 보여줘야지? 스테이지가 어떤지도 한번 체험해보고.”소은정이 대답하기도 전에 음악이 흘러나오고 이 자리에서 성강희를 거절한다면 대표님의 체면도 있기에 마지못해 춤을 추기 시작하였다. 음악 소리가 신나게 울려 퍼지기 시작하였고 둘은 잠시 스텝을 맞추더니 이내 합이 맞았고 스테이지의 센터로 가 둘만의 무대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그들의 모습에 주위 사람들도 멈춰서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노래가 끝날 때쯤 성강희가 갑자기 소은정을 자신의 품속으로 끌어들였고 소은정은 스텝이 꼬여져 성강희의 품속에 폭 안겨버렸다. 성강희가 고개를 내려 소은정을 바라보았고 뒤편에 있는 사람들이 보
그 말을 듣고 하얗게 질린 이태승을 놔둔 채 박수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식당을 나섰다. 강서진이 부랴부랴 박수혁을 뒤쫓아 갔다. 분명히 소은정 탓일 것이다. “안색이 왜 이렇게 안 좋아? 이태승이 좀 직설적인 편이잖아. 너도 너무 마음에 두지 마.”박수혁도 자신이 예민하게 반응 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자신의 마음을 컨트롤 할 수가 없는 것에 대해 더욱더 화가 났다. 이혼 후 부쩍 결혼생활에서 알았어야 했던 소은정에 관한 일들이 박수혁의 귀에 들어오고 있었다. 소은정이 자신을 미워하고 이혼까지 다다른 것이 이런 원인 때문이었을까?박수혁의 마음이 꽉 막힌 듯 불편하였다. 밖에 나가 찬바람을 맞으니 머리가 조금이나마 정리가 되는 듯하였다. 담배를 꺼내 들어 불을 붙이면서 말했다. “알고 있어. 들어가서 전해줘, 이태승에게 화난 것이 아니라고.”박수혁은 자기 자신에게 화난 것이다. 강서진은 다행이라는 듯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그래. 근데 너 지금 혹시 소은정을 못 잊은 거야?”박수혁은 그를 한번 째려보더니 차갑게 눈길을 돌렸다. 굳이 대답할 필요가 없었다고 생각했다. “너네 식당이랑 비교도 안 되던데, 가게 문 닫지, 그래?”강서진의 얼굴색이 변하더니 말했다.“형, 진짜 너무 한다!”……..거성 그룹의 창립 주년 파티. 사회 각층의 거물들과 정치인사들이 귀족같은 느낌을 풍기며 파티장으로 모였다. 소은정이 알아 본 바에 의하면 거성그룹은 창립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뿌리가 깊지 않았다. 지난 몇 년 사이에 이 정도 규모를 갖춘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었다. 거성 그룹의 핵심은 “과학과 인공지능과 생활” 이였고 코어 기술도 다른 나라들을 앞선 상태였다. 만약 인공지능 프로젝트를 SC그룹이 따낸다면 SC그룹의 발전에 새로운 길을 열어 줄 것이다.소은정도 만반의 준비를 하고 파티장으로 떠났다. 파티장안에서 저마다 얼굴을 트느라 바쁜 와중에 파티장으로 나타난 한 명의 여자와 한 명의 남자에게 시선이 쏠렸다. 남자는 SC그룹의 대표 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