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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치욕

그제야 정신을 차린 강서진은 옷으로 얼굴을 가린 채 차에 뛰어올랐다.

“얼른 타! 젠장, 소은정 저 여자 도대체 정체가 뭐야?”

차에 오르고 옷가지들을 챙겨 입으며 강서진은 끊임없이 재잘거렸다.

“소은정 이 여자 진짜 반전이다. 아주 불여우가 따로 없어. 그래, 인정해. 나보다 한 수 위더라.”

하지만 강서진의 끝없는 수다에도 박수혁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조용히 담배에 불을 붙였다. 기다란 손가락 사이에서 퍼져나가는 담배연기가 그의 표정을 가려주었다.

잠시 후, 클럽 밖으로 나온 성강희, 한유라와 김하늘은 차 안에 있는 두 사람을 보며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성강희는 굳이 다가가 창문을 향해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서진 씨, 그냥 게임인데 쪼잔하게 복수하고 그럴 생각은 아니죠? 다음에 만나면 또 재밌게 놀아요.”

차오르는 분노에 강서진은 부들부들 떨었지만 딱히 할 말이 없었다. 게임을 제안한 것도, 내기의 내용도 모두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으니까.

억울했지만 이런 치욕은 다른 사람 앞에서 얘기조차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열불이 치밀었다.

이런 치욕을 겪고 앞으로 고개나 들고 다닐 수 있을까 싶었다. 방금 전 2층에서 탈의를 거부하던 그를 향해 성강희는 차가운 얼굴로 이런 질문을 던졌었다.

“왜요? 싫어요. 만약 은정이가 졌다면 봐줬을 거예요?”

물론 아니었다.

그래서 고분고분 벗을 수밖에 없었다. 성강희의 조롱에 강서진은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가만히 듣고만 있던 박수혁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물었다.

“강희 씨, 오늘 은정이를 위해 복수를 해준 겁니까?”

그의 질문에는 불쾌감이 서려있었다.

“그럴 리가요. 게임은 은정이가 이긴 거고 내기의 내용은 강서진 씨가 정한 겁니다. 패배는 제대로 인정하는 게 게임의 룰 아니던가요?”

성강희는 여전히 장난스레 웃으며 손가락으로 창문을 톡톡 건드렸다. 한참을 침묵하던 성강희가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졌다.

“사실 은정이가 이길 거라곤 상상조차 못하셨죠?”

“조금 놀란 건 맞습니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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