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혁, 3년 동안 수혈을 대가로 나한테 줬던 돈이야. 돌려줄게. 이제 우리 서로 깔끔하게 정리된 거야. 그러니까 다시 들러붙지 마.”소은정의 목소리에는 결연함이 느껴질 정도였다. 무표정한 얼굴로 이 상황을 살펴보던 박수혁의 가슴속에 또다시 복잡한 감정이 피어올랐다.하지만 소은정의 이 화끈한 퍼포먼스 덕분에 돈 때문에 박수혁과 결혼생활을 유지했다는 서민영의 말도 완벽한 거짓말이 되어버렸다. 소은정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돌아섰고 서민영은 차오르는 분노에 입술을 꽉 깨물었다. 지금 덜덜 떨리는 이 몸이 분노 때문인지 추위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소은정, 그녀의 인생에 가장 큰 걸림돌인 여자가 오늘 또다시 그녀에게 모욕감을 안겨주었다.“수혁아, 은정 씨가 아직 나한테 화가 많이 났나 봐. 그냥 가자.”하지만 겨우 만난 소은정을 이렇게 보낼 수 없었던 박수혁이 말했다.“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어.”말을 마친 박수혁은 다시 파티장으로 들어갔다. 어느새 소은정은 테이블에 앉아있었고 여색을 멀리하기로 소문난 소은호는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하이힐 때문에 빨갛게 부어오른 그녀의 발목을 살펴보고 있었다. 다정한 두 사람의 모습에 왠지 박수혁은 가슴이 욱신거렸다.인기척에 고개를 든 두 사람은 불청객 박수혁의 존재를 발견했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다. 소은호는 일어서 소은정의 어깨를 감싸며 말했다.“박 대표님, 파트너분한테 가보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설마 직접 복수라도 하려고 오신 건가요?”박수혁은 소은정의 어깨를 감싼 소은호의 손을 한참 동안 노려보다 차갑게 말했다.“은정아, 내가 너한테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지만 불만 있으면 나한테 풀어. 그리고 지금은 민영이한테 사과하고.”그의 말에 소은정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박수혁과 눈빛을 마주했다.“싫다면? 왜? 내가 했던 것처럼 나도 수영장에 빠트리게?”과거의 일은 다 털어놓았다는 듯 가볍게 웃는 그녀의 표정이, 이렇게 빨리 새로운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사실이 박수혁의 신경을 건드렸다.“어쨌든 3년 동
박수혁의 말에 서민영은 그녀를 버리지 말라며 애처롭게 애원했지만 박수혁은 뜨겁게 차오르는 분노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가슴만 답답할 따름이었다.이번 사건과 더불어 이혼 당일 다쳤다고 서민영이 거짓말을 한 일까지 떠오르며 3년간 몇 번이나 저 여자한테 놀아난 건지 혼란스러웠다.차가운 바람이 휘몰아치던 그때, 멋진 스포츠카가 도로에 멈춰 서더니 누군가 그를 향해 손을 저었다.“형, 타.”강서진은 오랫동안 박수혁과 친하게 지내는 친구, 사실 그도 오늘 파티에 참석해야 했지만 방금 전 일어난 소란으로 인해 박수혁이 파티장을 뜨고 괜히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어 역시 핑계를 대고 나와버렸다. 그런데 도로에서 만날 줄이야.조수석에 탄 박수혁은 습관적으로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 순간, 테라스에서 여유롭게 담배를 물던 소은정의 모습이 떠오르며 살짝 멈칫했다.“형? 오늘 소은정 봤지? 소은호랑은 무슨 사이래?”강서진의 질문에 박수혁은 더욱 짜증이 치밀었다. 그가 한 질문은 박수혁이 그토록 외면하고 싶었던 사실이었으니까. 다행히 기자들 출입이 엄격하게 제한된 파티라 다행이었다. 오늘 일어난 일은 여러모로 충격적이었지만 태한 그룹의 입지가 있는 이상, 다들 함부로 떠벌리지는 못할 것이다.“솔직히 소은정 정도 되는 여자가 형이랑 결혼할 수 있었던 것만 해도 감지덕지지. 이게 무슨 망신이야. 그리고 민영 누나가 또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형, 이혼 잘했어. 그런 여자랑 계속 살았으면 형 가족이 그런 꼴을 당했을 수도 있다고. 그런데 그 여자도 참 대단해? 그 사이에 소은호는 어떻게 꼬인 거지? 비결이 뭘까? 반반한 얼굴?”박수혁은 얼굴, 몸매, 재력, 집안까지 빠지는 게 없는 최고의 남자, 그와 한번 만나보고 싶은 재벌집 영애들은 세려야 셀 수 없을 지경이었다. 물론 강서진도 소은정이 박수혁의 돈만 보고 결혼을 한 거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그녀에 대한 감정이 좋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평소라면 웃어넘겼을 강서진의 말이 오늘따라 유난히 거슬렸다.“됐어. 그만해.”박수혁이
대서양 J국 카지노에서 죽을 치고 있던 박예리는 자신이 도박에 빠져 집에 있던 액세서리까지 훔친 일로 인기 검색어에 올랐다는 사실에 대해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그런 그녀가 다시 귀국하고 평소 친한 척하던 다른 재벌가 자제들이 그녀를 경멸 어린 시선으로 바라볼 때에야 박예리는 자초지종을 듣고 크게 분노했다. 게다가 이 모든 일의 배후에 쫓겨난 올케 소은정이 있었다니?그렇게 한참을 벼르고 있던 박예리는 마침 레스토랑에서 소은정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바로 이성을 잃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역시 소은정을 가난한 집안 자식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그녀는 바로 매니저를 호출했다. 그녀가 받은 치욕을 10, 100배로 갚아주리라 다짐했다.갑작스러운 소란에 매니저가 부랴부랴 달려왔다. 하지만 그가 관리하고 있는 레스토랑은 모두 맴버십으로 철저하게 관리되고 있는 예약제, 이곳을 찾는 손님들 중 그가 함부로 대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손님, 정말 죄송합니다.”박예리는 당장이라도 소은정의 뺨을 날려버리고 싶었지만 보는 눈들이 많이 그저 그녀를 매섭게 노려볼 뿐이었다.“저 여자 당장 내쫓아. 저 여자 때문에 밥맛이 떨어진다고! 우리가 누군지는 알고 있지?”박예리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리던 매니저는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저분은 SC 그룹의 대표 소은호가 아닌가? 그리고 그와 동행하고 있는 고급스럽고 청순한 외모의 여자는 박예리의 무례한 행동에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매니저는 부랴부랴 달려가 소은호를 향해 허리를 숙였다.“소 대표님, 오셨습니까? 예약하신 자리는 이미 준비해 두었습니다. 따라오세요.”예상치 못한 상황에 박예리의 얼굴에 당황스러움이 비쳤다. 그리고 소은호의 잘생긴 외모에 또 한 번 흠칫 놀랐지만 소은정의 어깨를 감싸고 있는 모습을 보고 바로 미간을 찌푸리더니 더 악을 쓰며 소리쳤다.“야! 내 말 안 들려? 저 사람들 당장 내쫓으라고!”이민혜도 질세라 곁에서 거들었다. 그
말을 마친 소은정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떴다. 얼굴이 창백하게 질린 박예리는 화도 내지 못하고 입만 벙긋거릴 뿐이었다. 오히려 이민혜가 소리를 지르며 매니저와 직원들을 부르기 시작했다.“소은정, 너 정말 미쳤어? 이게 지금 어느 안전이라고!”이민혜가 욕설을 내뱉으려던 순간, 소은정은 이미 매니저의 에스코트를 받아 VIP 룸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붉은 레드와인을 뒤집어쓰고 머리도, 옷도 엉망이 된 박예리는 한참을 부들거리다 벌떡 일어서 그 뒤를 따르려 했으나 직원들이 그녀를 막아섰다.“손님, 저희가 갈아입을 옷을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죠.”다른 손님들의 시선을 눈치챈 박예리는 하이힐로 바닥을 세차게 구르더니 중얼거렸다.“소은정, 두고 봐. 이 치욕 언젠가는 다시 갚아줄 테니까.”......VIP룸, 소은호는 여전히 불쾌함을 지우지 못한 모습이었으나 오히려 당사자인 소은정은 별거 아니라는 듯 가볍게 웃었다.“오빠, 나 유라랑 같이 쇼핑하기로 했는데 오빠도 같이 갈래?”소은호는 그런 그녀를 흘겨보더니 말했다.“넌 애가 속도 없어? 그 꼴을 당하고도 쇼핑이 하고 싶어? 저 집안사람들 도대체 지금까지 널 어떻게 생각했던 거야? 기르던 개한테도 그렇게는 안 할 거야!”소은정은 어깨를 으쓱했다. 방금 전까지 환하게 웃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됐어. 어차피 다 지난 일이야. 앞으로 날 또 건드린다면 그때는 나도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걱정하지 마.”식사를 마치고 레스토랑을 나온 두 사람의 시야에 박수혁의 차량이 들어왔다. 차 안에 있던 박예리는 소은정이 나온 걸 보고 바로 울면서 고자질을 시작했다.“쟤가 그랬다고. 오빠, 내가 아까 얼마나 쪽팔렸는지 알아? 내 몸에 손까지 댔다고. 엄마도 곁에서 다 봤단 말이야.”소은정은 박수혁과 눈이 마주쳤지만 아무렇지 않다는 듯 소은호의 손을 잡고 자리를 뜨려 했다. 소은정의 반응에 박수혁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 항상 순종적이던 소은정이 왜 이렇게 변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사
멀어져 가는 차량을 바라보던 박수혁의 표정이 매섭게 변했다. 이혼 뒤의 소은정은 마치 럭비공처럼 그 움직임을 예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의 앞에서 말 한마디 하는 것도 조심스러워하던 그녀가 이제는 달라졌다.한편, 박예리는 이대로 소은정을 보낼 수 없다는 듯 그 뒤를 따라가려 했지만 박수혁의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제발 그만 좀 해!”“오빠, 지금 도대체 누구 편을 드는 거야? 내가 오늘 소은정 저 계집애한테 무슨 짓을 당했는지 알아? 이건 우리 박씨 가문을 무시하는 거라고! 3년 동안 먹여주고 재워주고 했는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배은망덕도 유분수지!” “박예리, 우리 집에 있던 금고에 보관해 둔 액세서리는 내가 은정이를 위해 준비한 거야. 허락도 없이 가져간 건 분명 훔쳐 간 게 맞고. 그러게 왜 그런 짓을 한 거야?”박수혁이 동생을 꾸짖었다. 비록 직접 건네준 적은 없지만 법적으로든 그의 심적으로든 신혼집에 있던 모든 물건은 모두 두 사람의 공동소유였다.“오빠, 난 오빠 동생이야. 그딴 목걸이 하나 때문에 지금 나한테 화내는 거야? 그리고 저런 촌닭이 그런 목걸이가 가당키나 해? 내가 필요해서 가져다 쓴 게 이런 꼴을 당할 만큼 심한 일이야?”박예리가 불만스레 말했다. 소은정 따위가 그런 고가의 목걸이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박수혁은 멋대로 구는 박예리를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그가 다시 입을 열려던 순간, 박예리는 억울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눈물을 떨구기 시작했다.“일단 CCTV부터 확인하자.”그의 말에 박예리는 눈물이 맺힌 얼굴로 악을 썼다.“오빠, 지금 날 의심하는 거야? 그 여자가 거짓말을 하는 거라고!”“그러니까 확인해 보자는 거야.”박수혁은 동생을 노려보더니 레스토랑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갔다. CCTV 영상을 확인하면 모든 진실이 밝혀질 터, 박예리의 얼굴에 불안감이 스쳐지났다.“오빠, 내가 처음부터 쟤 마음에 안 든다고 했지. 두 사람 이혼하고 이제 한 달밖에 안 지났어. 그런데 벌써 다
박예리는 박수혁의 팔을 잡아당기며 애원했다. “오빠, 이럴 때일수록 가족들이 힘을 모아야 해. 소은정 그 계집애가 오빠 돈으로 바람을 피웠다고! 한번 제대로 알아보면...” 박수혁은 여동생의 손을 뿌리치고 차갑게 한 마디를 남긴 뒤 자리를 떴다. “그 기생오라비가 바로 SC 그룹 대표 소은호야. 네가 건드릴 사람이 아니라고. 주제 파악 좀 해.”오늘 일로 박수혁은 소은정이 이혼을 결심한 이유가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그녀가 지금까지 당했을 모욕을 생각하니 가슴이 쓰려왔다.혼자 남겨진 박예리는 한참을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비록 소은호를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사교계에서 그는 완벽한 외모, 재력, 신비로운 분위기로 수많은 재벌가 영애들의 가슴에 불을 지른 최고의 인기남이었다. 소은정의 새 남자친구가 소은호라고?한참을 씩씩거리던 박예리는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오빠의 도움을 바랄 수 없다면 다른 사람의 손을 빌릴 수밖에.“강서진, 나 부탁 하나 좀 들어줘.”......SC 그룹 본사 건물, 소은호의 사무실, 소은호는 동생을 위해 커피를 준비하고 있었다. 일상적인 행동이었지만 엔틱한 디자인의 커피 머신과 그의 우아한 동작이 어우러져 기품이 넘쳤다. 이때, 소은정의 휴대폰이 울렸다. 이글 엔터 대표 도준호의 전화였다.“은정 씨, 요즘 태한 그룹 박예리가 파파라치들을 고용해서 은정 씨 사생활을 도촬하고 있다는 소리가 있어. 내가 해결해 줄까?”그의 말에 소은정은 싱긋 웃더니 담담하게 대답했다.“아니요. 그냥 찍게 내버려 둬요. 노이즈 마케팅도 홍보 수단 중 하나잖아요. 돈도 아끼고 좋죠 뭐.”소은호가 통화를 마친 그녀에게 물었다.“무슨 일인데 그래?”“박예리가 날 도촬한다네. 마음대로 하라고 해.”그녀의 말에 소은호도 고개를 끄덕인 뒤 더 이상 묻지 않았다. 한 번밖에 보지 않았지만 그런 여자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그가 충분히 컨트롤할 수 있는 잡수일 것이라 확신했기 때문이었다. 소은호는
“생각보다 빨리 왔네? 잘 됐어. 우리 예쁜 언니도 같이 한잔하자.”남자의 눈빛에서는 추악한 욕정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한유라는 이미 인사불성이 된 상태, 남자는 이미 한유라의 목을 끌어안은 모습이었다. 소은정이 조금이라도 반항하면 바로 한유라만 끌고 도망칠 생각이었다.소은정은 남자를 향해 차갑게 말했다.“그 손 놔.”남자는 피식 웃더니 손을 저었다.“이 술 마시면 풀어줄게.”그 술에 뭘 탔는지 한유라의 상태만 봐도 예상이 가능했다. 소은정이 더 다가가려고 하자 옆 테이블 손님이 그녀를 만류했다.“저기요. 일단 신고부터 하는 게 어때요? 저 사람 이 일대에서 유명한 조폭이에요. 괜히 건드렸다가 아가씨까지 다쳐요.”하다 하다 골목 깡패까지 시비를 걸다니. 소은정은 어이가 없었다. 그녀는 좋은 마음에 충고를 한 손님에게 말했다.“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괜찮아요.”며칠 동안 일어난 일들로 충분히 기분이 언짢았던 그녀도 어딘가 화를 풀 곳이 필요했다. 소은정은 괜히 장단을 맞춰주는 척 물었다.“내가 가면 정말 풀어줄 거야?”“당연하지. 일단 와보라니까.”이런 미인을 2명이나 만나다니 횡재했다는 생각에 남자는 탐욕스러운 미소를 흘렸다. 소은정은 입꼬리를 올리더니 성큼성큼 다가갔다. 그리고 바로 남자의 앞까지 걸어가 말했다.“됐지. 이제 풀어줘.”가까이에서 보니 생각보다 더 예쁜 소은정의 모습에 남자는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만지려고 했다. 하지만 손이 닿기도 전에 눈앞이 새카맣게 변했다. 술병이 남자의 머리를 강타하고 건달은 고통에 돼지 멱따는 듯 기괴한 소리를 내뱉었다.하지만 소은정은 바로 남자의 손목을 꺾어 행동을 제압한 뒤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남자의 가슴을 강타했다. 바닥을 몇 바퀴나 구른 남자는 머리를 감싸쥔 채 온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어느새, 클럽의 음악이 멈추고 시끌벅적하던 가게는 쥐 죽은 듯이 적막에 휩싸였다. 눈 깜박할 사이에 상황이 종료되자 직원들도, 손님들도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었다. 알량
깊은 밤, 파파라치들은 몰래 찍은 영상을 편집해 인터넷에 업로드했다. 앞뒤는 완전히 잘라먹은 채 소은정이 무고한 남자를 때린 것처럼 보이도록 말이다. 다음 날, 일찍 일어난 소은정이 정성스레 첫 출근 의상을 고르고 있던 그때, 한유라의 스포츠카가 소씨 집안 저택 앞에서 급정거를 했다. 잔뜩 화난 얼굴로 씩씩거리던 한유라가 그녀의 방문을 쾅 하고 열더니 소리쳤다.“은정아, 너 인터넷 봤어? 지금 다들 널 비난하고 있어.”소은정은 흠칫 놀라더니 물었다.“날? 왜?”한유라는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영상을 그녀에게 보여주었다. 몇십 초가량의 짧은 영상, 소은정이 건달에게 주먹을 날리는 모습이 그대로 담겨있었다.태한 그룹 전 부인인 소유정이 클럽에서 무고한 시민에게 폭력을 행사했다는 기사들이 이미 인터넷을 도배한 상태였다. 그녀는 또 불명예스러운 일로 인기 검색어에 오르고 말았다.영상과 기사를 확인한 소은정은 별거 아니라는 듯 휴대폰을 끄더니 말했다.“됐어. 악플이고 기사고 안 보면 그만이야. 너 오늘 첫 출근인 건 알지? 출근 준비나 해.”덤덤한 소은정과 달리 한유라는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 비록 어제 만취 상태였지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었다. 소은정이 건달과 시비가 붙은 건 그녀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이 일은 어떻게든 그녀가 책임져야 했다.“그래, 넌 신경 쓰지 마. 이 일은 내가 책임지고 해결할 거니까. 가자.”문을 나서니 소찬식이 보낸 집사가 두 사람을 맞이했다.“아가씨, 기사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소은정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말했다. 전용 기사도 모자라 롤스로이스라니. 이건 너무 튄다.“아니에요. 제가 직접 운전할게요.”집사는 소은정이 거절할 것이라는 걸 미리 예상이라도 한 듯 바로 차 키를 건넸다.“회장님께서 특별히 준비하신 마세라티, 포르쉐 최신형 모델입니다. 차고에 준비해 두었습니다. 아, 람보르기니와 페라리는 지금 배송 중이라 며칠 더 기다리셔야 할 것 같습니다.”한유라는 눈이 휘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