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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7화

과거에 이유영도 강이한을 꼭 닮은 아이를 낳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강이한의 미친 모습을 눈앞에서 봐버린 그녀는 좋은 엄마가 되어줄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 그 미친 남자에게서 이 아이를 지켜줄 자신도 없었다.

그 시각, 홍문동.

식탁에 한지음과 강이한이 마주앉아 있었고 강이한은 통화 중이었다.

그는 덤덤한 얼굴로 핸드폰에 대고 말했다.

“정국진은 아직 그쪽에 신경 쓸 여유가 없을 거야. 그래. 그렇게 알고 준비해.”

말을 마친 그는 차갑게 전화를 끊었다.

정국진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한지음은 이유영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눈치챘다.

속으로 통쾌하다고 느껴지는 동시에 조금 걱정도 되었다.

강이한은 진짜로 잔인한 사람이었다.

10년을 사랑했던 여자에게마저 이렇게 잔인할 수 있는 사람이니 다른 사람이면 오죽할까!

그녀는 힘겹게 테이블을 더듬어 주스병을 입가로 가져갔다. 긴장을 풀기 위한 수단이었다.

“주스 많이 마시면 이따가 밥을 못 먹잖아.”

남자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를 달랬다. 조금 전 통화할 때의 싸늘함과는 전혀 다른 목소리였다.

한지음은 애써 표정을 가다듬으며 주스병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젓가락을 더듬어 손에 쥐었다. 옆에 있던 간병인이 도와주려 다가왔지만 한지음은 스스로 할 수 있다며 단호히 말했다.

“그냥 도움을 받아.”

강이한이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러웠다.

한지음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걸렸다.

그 모습은 마치 천사처럼 아름다웠다.

너무 순수해서 강이한의 마음이 안쓰러울 정도였다.

‘저렇게 순수한 아이를 이유영은 어떻게!’

한지음이 말했다.

“평생 암흑 속에서 남의 도움만 받고 살 수는 없잖아요. 스스로 살 수 있는 법을 알아가야죠.”

그 말은 강이한의 죄책감만 더 가중시켰다.

강이한은 무언가가 가슴을 찌르는 것처럼 아팠다.

“지금이야 이한 오빠가 옆에 있다지만 나중에 오빠가 내 옆에 없으면 어쨌든 스스로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하잖아요. 평생을 너무 초라하고 비굴하게 살아가기는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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