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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6화

훔쳐 온 감정은 종래로 오래 가는 법이 없다.

그 이치는 서철용 또한 잘 알고 있었다.

배은란에게 있어 서철용은 좋은 사람이었던 적이 없다. 그 위치는 늘 서민용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았다.

서민용의 죽음으로 인해 그녀는 크나큰 심리적 충격을 받았다. 때문에 최면은 심신이 약해진 시간 일시적으로 효과를 본 것이다. 그녀가 결심하고 조작된 기억 속에서 걸어 나와 서민용이 존재했다는 흔적을 찾기만 한다면 바로 기억을 회복할 것이다.

지금 그녀의 기억은 조각조각 흩어지고 끊어져 있다. 어떤 기억은 문득문득 그녀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는 서민용의 이름을 잊어버렸다.

그날 다시 깨어난 이후로 배은란은 다시는 서민용이라는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기억을 되찾았을 때 그녀가 무슨 일을 저지를지 서철용은 상상도 할 수가 없었다.

그는 자신이 이기적이고 나쁜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배은란이 곁에 있기를 원하면서도 그녀와 접촉하기를 무서워했다. 자아 모순에 빠져 그녀를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임신 불안증 때문에 그래. 지금은 아무 생각하지 말고 푹 쉬어. 내가 최대한 프로젝트 시기를 뒤로 미뤄두고 집에서 같이 있어 줄게. 응?”

서철용은 그녀의 손을 손바닥에 감싸고 입김을 호 불어 따뜻하게 해 주었다.

“당신이 함께 있어 준다니까 너무 좋아. 하지만 나 때문에 당신 일 방해받는 거 싫어.”

배은란이 진심 어린 얼굴로 그에게 말했다.

서철용은 그녀의 손을 코트 호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괜찮아. 요즘 별로 안 바빠.”

서철용도 이번 기회를 빌려 배은란을 데리고 나와 바깥 구경을 할 생각이었다. 이러다 바빠지면 또 언제 이런 기회가 올지 모르니 말이다.

다른 사람의 집에서 밥을 먹는 건 배은란에게 있어 이번이 처음이었다.

서철용과 전연우의 대화 주제는 모두 사업이라 장소월은 전혀 흥미가 느껴지지 않았다. 방금 약을 먹었던지라 온몸이 뜨거워지고 열이 나 머리가 살짝 어지러운 것 외에 별다른 이상은 없었다. 장소월이 고기 한 점을 집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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