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연우는 강씨 저택을 손에 넣고도 흔쾌히 내놓았다. 현재 전연우에게 별로 아깝지도 않은 것이었다.지금의 그는 돈, 지위, 명예 모든 것을 얻었다. 하지만 그것들은 결코 전연우를 만족시키지 못했다.그는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이지 분명히 알고 있었다...강씨 저택... 그는 필요 없다. 심지어 그녀에게 남원 별장보다 더 좋은 것을 줄 수도 있다.그녀가 눈앞에 있어야만 마음속에 안정이 깃든다. 그래야만 마음속 텅 비었던 곳이 꽉 채워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화실 안, 촬영사가 별이의 첫돌 사진을 찍어주고 있었다. 얼마 전에 찍으려던 사진을 미루다 미루다 오늘에야 찍게 된 것이다.별이는 꽃 속에 파묻혀 선녀 원피스를 입고 날개를 단 채 선녀봉을 들고 촬영사 뒤에 서 있는 장소월을 향해 배시시 웃으며 앉아있었다.장소월은 그가 제일 좋아하는 노란색 오리 장난감을 들고 아이의 웃음을 유도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두 가닥의 시선이 그녀의 몸에 고정되어 있었다.전연우는 손에 들고 있던 담뱃재를 툭툭 털어내고 말했다.“걘 알 필요 없어.”간단히 한 마디 말한 뒤 전연우는 전화를 끊었다....옆에 있던 은경애가 허벅지를 내리치며 말했다.“아이고, 크면 분명 여자아이들한테 인기 폭발일 거예요. 저 잘생긴 것 좀 봐요.”촬영사 보조도 입이 마르게 칭찬했다.“맞아요. 사모님처럼 예쁘게 잘 자랄 것 같아요.”장소월은 억지웃음을 지어 보였다. 아무리 닮았어도 그저 우연일 뿐이다.마지막 사진만 남겨놓고 촬영이 거의 끝나가던 때 촬영사가 말했다.“사모님, 아이와 함께 찍지 않으실래요?”보조가 맞장구를 쳤다.“그래요. 사모님, 도련님을 무릎에 앉히고 찍으면 분명 잘 나올 거예요.”장소월이 동의하기도 전에 은경애는 이미 의자를 가져왔다.장소월은 더는 거절하지 않고 별이를 안고 의자에 앉았다.촬영사가 사진을 찍으려던 그때, 전연우가 성큼 걸어 들어왔다. 심지어 입고 있던 잠옷을 벗어 던지고 깔끔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채 말이다.“대표님.”전연우는 고개를
“지금 뭐 하는 거야?”장소월이 못마땅한 얼굴로 자신의 몸을 범한 남자를 쳐다보았다.촬영사가 그 자연스러운 장면을 포착해 카메라에 담았다. 오늘 찍은 수많은 사진들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이었다.장소월의 눈에 깃든 불만은 다른 사람들의 눈엔 그저 남편에게 투정을 부리는 것 같아 보였다.촬영이 끝난 뒤, 장소월의 발이 땅에 닿기도 전에 전연우는 아이에게 신경도 쓰지 않고 그녀를 안아 화실에서 나갔다.화실 안 사람들은 모두 몰래 웃으며 부러워했다.장소월은 부끄러움에 고개도 들지 못했다. 별장에 들어가고 나서야 전연우가 그녀를 소파에 내려놓았다.“앞으로 사람 많은 곳에서 그러지 마. 나 불편해.”도우미가 몸보신 한약을 데워오자 전연우가 받아들었다.“이제는 성세 그룹 안주인이라는 자리에 천천히 익숙해져야 해.”장소월이 의아한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그러니까... 신문에 실린 내용이 다 사실이란 말이야? 또 인씨 집안을 협박해 거래했어? 비행기 추락 사고로 죽은 인시윤과 이혼할 목적으로?”“이번엔 또 어떤 추악한 방법으로 인하 그룹 사모님이 동의하게 만든 거야? 목숨으로 협박했어? 아니면 인하 그룹으로?”장소월이 벌컥 화를 내며 그에게 쏘아붙였다. 전연우가 그녀 입가에 가져간 한약이 담긴 숟가락을 무시해버린 채 말이다.전연우가 대답했다.“강씨 저택 집문서 줬어.”장소월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전연우가 그녀를 위해 줄곧 눈독을 들였던 강씨 저택 집문서까지 양보했다고?그녀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네가 어떤 목적으로 그런 일을 했는지 상관없어. 전연우... 똑똑히 말해줄게. 저번 생에서 난 너와 결혼했다가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어. 이번 생... 아니 또 다른 삶이 주어진다고 해도 절대 다시는 너와 결혼하지 않아.”“전생에서 강한 그룹, 인하 그룹 모두 네 손에 무너져버렸어. 강용은... 너 때문에 자살까지 했고.”“몇 번을 다시 태어나도 넌 네 목적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저지르는 그 추악한 짓 끊지 못해
도우미는 모두 숨을 죽이고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듣지 말아야 할 말을 듣기라도 한 듯 말이다.그래서 대표님은 사모님을 소중하게 아껴주는 반면 사모님은 한 번도 그를 다정하게 바라보지 않았던 것이다.아이를 안고 문밖에 나서기 바쁘게 은경애의 귀에 그릇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품 안 아이가 깜짝 놀라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녀는 아이가 또 자지러지게 울음을 터뜨릴까 봐 얼른 멀리 몸을 피했다. 분위기가 얼어붙자 도우미들은 조용히 자리를 떴다.이제 거실엔 잔뜩 경직되어 있는 두 사람만 남았다.그녀의 손목을 잡은 전연우의 손이 경련했다. 그녀 얼굴에 드리워져 있는 괴로움을 보니 순간 마음이 복잡해졌다.그들 사이엔 싸움이 끊이지 않는다. 전연우는 성격이 불같은 사람이었지만 그녀를 위해서라면 부단히 마음을 가라앉혔다. 예전 그녀에게 범했던 잘못을 생각하면서 말이다.또 어쩌면 장소월의 눈물이 전연우를 통제하는 가장 효과적인 무기일 지도 모른다. 그녀가 눈물을 흘리는 순간, 전연우의 모든 부정적인 감정은 순식간에 녹아내렸다.전연우가 장소월을 끌어당겨 품 안에 안았다. 장소월은 고통스럽게 반항하며 그로부터 벗어나려 했다.“이거 놔! 전연우... 이거 놔!”전연우는 그 어떤 일이든 굳이 설명하지 않는 사람이다. 하지만 장소월과 다툼의 도화선이 늘 강영수가 되니 이제 어쩔 수가 없었다.“강영수 비행기 추락 사건은 나랑 상관없는 일이야. 정말 사고였어. 이미 사람을 시켜 자세히 조사하라고 했으니 곧 너한테 진실을 알려줄게.”“진실? 그건 충분히 조작 가능한 거잖아. 지금 넌 모든 것을 손에 넣었어. 네가 하지 못하는 일이 뭐가 있겠어?”장소월이 그의 품에 꼭 안긴 채 차갑게 한 글자 한 글자 쏘아붙였다.“전연우... 네가 제일 잘하는 게 쥐도 새도 모르게 사람 죽이는 거 아니었어?”“이번엔 또 누구한테 뒤집어씌우고 그런 말을 늘어놓는 거야?”“날 사랑한다고? 나랑 결혼하겠다고? 너 인시윤과 결혼한 지 반년도 안 지났어. 인시윤은 수년 동안 너한
전연우가 장소월을 안고 방 안에 가보니 이미 도우미들이 다시 그녀에게 한약 한 그릇을 준비해 두었다.전연우는 그녀를 침대에 내려놓고 지긋이 바라보았다. 보기엔 어떠한 감정적 파동 없이 평온했다.“일주일 뒤 프랑스에서 웨딩드레스가 올 거야. 입어보고 마음에 안 들면 다시 골라도 돼.”장소월이 증오가 가득 일렁이는 새빨간 눈으로 그를 쏘아보았다.“꺼져!”전연우는 그녀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방문을 나섰다. 문이 닫히는 순간 쿵 하고 소리가 나더니 커다란 장식품이 문을 가격하고 떨어져 두 동강이 났다.모든 것이 조용히 가라앉고 밤이 어두워졌을 때, 욕실에서 물소리가 들려왔다. 세면대가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장소월은 무명지에서 반지를 빼내려 날카로운 가위로 베고 또 베었다. 그녀는 연이어 밀려오는 극심한 고통을 견뎌내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이 더러운 반지를 빼내기 위해 손가락을 난도질한 탓에 손가락은 이미 엉망진창이 되어 있었고 허연 뼈까지 모습을 드러냈다.정신이 아찔해지도록 전해져오던 고통은 차가운 얼음물을 만나 마비가 되기 시작했다. 장소월은 피를 너무 많이 흘려 얼굴이 창백해지고 입술이 시퍼렇게 질려 있었다. 그녀가 드디어 가위로 반지를 빼내 변기에 버리려 팔을 휘두른 순간, 갑자기 몸에 힘이 풀리더니 그대로 정신을 잃고 바닥에 쓰러져버렸다...은경애는 엉엉 울고 있는 별이를 안고 바깥에서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물소리를 듣고 욕실을 향해 걸어왔다.“아이고, 아가씨. 도련님은 정말 가만히 있지를 못해요. 이 늙은 몸이...”욕실 앞에서 문을 두드렸으나 반응이 없자 불길한 예감이 든 그녀는 문을 벌컥 열었다. 순간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정신이 아찔해졌다. 욕실 바닥 전체가 피로 뒤덮여 있었다.은경애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곧바로 112에 전화를 걸었다.그때 전연우는 회사에 있었다.은경애의 전화를 받은 순간 회의실에서 발표를 진행하고 있던 임원의 목소리가 뚝 끊겨버렸다. 대표님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기 때문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그와
옆엔 커다란 사이즈의 콜라까지 놓여 있었다. 도우미들이 입을 막고 몰래 쿡쿡 웃어댔다.“저기 봐요. 주인님이 사육하는 애완동물 진짜 재밌다니까요.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는 일이라곤 먹고 자는 것밖에 없어요.”“얼굴에 살이 뒤룩뒤룩 붙어 먹음직한 돼지 같아요.”소현아는 그들의 목소리를 선명히 들을 수 있었다. 그녀는 남들보다 지능이 약간 떨어지는 건 맞지만 바보는 결코 아니다. 도우미들이 그녀를 돼지처럼 먹기만 한다며 조롱하는 것을 모를 리가 없었다.그녀는 못 들은 척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길어지면 그녀 또한 마음에 상처를 입게 된다.소현아는 이제 닭발을 먹고 있어도 맛있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지금의 소현아는 마치 귀먹은 토끼처럼 우울감에 축 늘어져 있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의 집에 너무 오래 머물러 그들의 미움을 샀다는 생각이 들었다.아무래도 집에 돌아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매일 다른 음식을 마음껏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여기도 좋지만 말이다. 어느새 뱃속 아기도 많이 자라있었다.하지만 그때, 배에서 극심한 고통이 느껴졌다.“아이고! 내 배!”“배가 너무 아파요.”도우미는 당황스러움에 서로 시선을 맞추다가 이내 웃음기가 사라진 굳은 얼굴로 말했다.“음식 때문일까요?”다른 도우미가 말했다.“해산물과 야채는 모두 신선한 거라 문제없어요. 병이 난 거 아닐까요?”도우미가 소현아를 부축해 소파에 앉혔다.“얼른 의사 선생님 불러올게요.”소현아가 흐느꼈다.“내 아기... 흑흑... 내 아기가 죽은 것 같아요.”아기?사람들은 순간 긴장감에 온몸이 경직되었다. 그제야 일이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도우미 한 명이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상황을 보고했다.위층 서재, 강지훈이 빔으로 영상을 보고 있었다. 짧은 십여 분의 영상이 끝이 났다.송시아가 검은색 군복을 입은 강지훈의 등 뒤로 다가갔다. 그는 음산한 기운을 풍기며 다리를 꼬고 의자에 기대앉아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재밌네. 난 저런 사람은 아무한테도
송시아의 동공이 순간 확장되었다. 그가 방아쇠에 손가락을 가져간 그 순간에야 남자의 잔인함을 깨달았다.“안 돼요... 이러면 안 돼요... 강지훈 씨... 날 죽이면 안 돼요!”주인님의 심기를 건드린 사람은 절대 이곳에서 살아나가지 못한다.똑똑똑.누군가 문을 두드렸다.“주인님, 큰일 났습니다. 현아 아가씨가 아프시답니다.”강지훈은 사악한 웃음을 지으며 그녀의 얼굴을 톡톡 두드렸다.“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기면 짐승들 소굴에 던져버릴 거야.”소현아는 고통스럽게 몸을 웅크리고 소파에 누워있었다.“선생님, 제 아기 죽은 거예요?”“저 너무 아파요!”다급한 군화 소리와 함께 강지훈이 위층에서 걸어 내려왔다. 순간 이유 모를 걱정이 피어올랐다.“대체 무슨 일이야?”“아기라니?”소현아는 베개를 안고 엉덩이를 들어 올린 채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겨우 배를 끌어안고 얼굴을 들어 올리니 눈물범벅이 되어 있었다.“강지훈 씨, 저 배가 너무 아파요.”강지훈이 소파에 앉자 소현아는 그의 다리 위에 엎드렸다.그가 이마를 찌푸리며 물었다.“어디가 아픈 건데?”소현아는 그의 손을 잡아 아직 소화되지 않은 훠궈로 꽉 차 있는 불룩한 자신의 배에 가져갔다.“여기 아파요.”강지훈이 의사에게 시선을 돌렸다.“어떻게 된 거예요?”“소장님, 잠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강지훈이 그녀를 달랬다.“잠깐만 참아. 곧 괜찮아질 거야.”자리를 옮긴 뒤 의사가 말했다.“조금 전 기록을 살펴보니 저 아가씨는 내분비 기능 이상으로 생리 주기가 일정하지 않은 것 외에도 머리에 외상이 남아있습니다. 그 상태에서 대뇌에 자극이 오면 심리적인 장애로 번질 수 있습니다.”“아마 얼마 전 몸과 마음에 심각한 물리적 충격을 받았을 겁니다. 이런 병은 발작하지 않으면 괜찮지만 일단 발작하면 생명에 위험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강지훈의 얼굴이 순간 어두워졌다. 마음속에 이루 말할 수 없는 착잡함이 깃들었다.“그럼 뱃속 아이는요?”의사가 고개를 저었다.“아직 소현아 씨
거실 전체에 농후한 훠궈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다. 예전의 북경 감옥이라면 도저히 있을 수가 없는 냄새다.“넌 언제면 좋겠어?”소현아가 말했다.“그럼... 제가 소월이 보러 갈게요! 소월이는 너무 바쁘거든요. 방해하기 싫어요.”소현아가 작은 머리를 갸웃거리더니 무언가 떠올랐는지 화제를 돌렸다.“강지훈 씨, 의사 선생님이 아기 어떻게 됐는지 얘기했어요? 아직 제 뱃속에 살아있는 거예요?”강지훈이 씩 웃으며 말했다.“아기 좋아해?”소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좋아해요.”“그럼 당분간 여기 있어. 의사가 아무 데도 가지 말고 몸조리 잘해야 한대.”소현아가 자신의 배를 만지작거리며 걱정어린 얼굴로 망설이다가 말했다.“하지만 엄마아빠가 보고 싶단 말이에요. 집에 가고 싶어요.”“의사 선생님 말씀 안 들으면 배가 계속 아플 거야. 내일 사람을 보내 부모님 모셔오라고 할게. 어때?”“그럼 됐어요. 엄마가 아빠는 심장이 안 좋아서 아무 데나 다니면 안 된다고 했어요.”소현아가 몸을 뒤집어 강지훈의 허리에 지탱하고는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말했다.“강지훈 씨, 저 이 집에서 산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어요...”강지훈은 그녀의 천진난만한 모습에 저도 모르게 빙그레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저 정말 가야겠어요. 마지막으로 3일만 더 있다가 갈 거예요. 아니면 엄마아빠가 정말 걱정하실 거예요.”소현아는 얼른 일어나 앉았다. 훠궈 냄새를 맡으니 뱃속에서 또 꼬르륵 소리가 울려 퍼졌다.“또 배고프네.”소현아는 조금 전 약을 먹고 통증이 사라졌는지 또다시 채 먹지 못한 밥을 먹기 시작했다.그녀는 소월이도 이곳에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강지훈은 이미 사람을 시켜 소현아의 뒷조사를 마쳤고 그렇게 소씨 집안 모든 상황에 대해 알게 되었다.강지훈이 말했다.“내일 안에 그 사람을 북경 감옥에 데려와.”“네.”열한 시 반.서재, 섹시한 자태의 도우미가 요염하게 몸을 배배 꼬며 커피를 들고 강지훈에게 다가갔다.“주인님
소현아는 옷장 안에 조그만 몸을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갔나?”그녀가 작은 입을 움직인 그 순간, 옷장 문이 돌연 벌컥 열리고 강렬한 빛이 뿜어져 들어왔다. 소현아는 겁에 질려 목걸이 시계를 꽉 움켜쥐었다.“저... 일부러 본 게 아니에요. 강지훈 씨, 날 때리지 말아요. 다시는 먹을 것 찾으러 아래층에 내려가지 않을게요.”소현아는 옷장의 구석까지 비집고 들어가 머리를 감쌌다.“나와. 너 해치지 않아!”그녀의 모습에 강지훈이 이마를 깊게 찌푸렸다.“약속 지켜야 해요.”당장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한 그녀를 보며 강지훈은 애써 참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비켜줘요.”소현아는 옷장에서 나온 뒤 목걸이 시계를 쥐고 강지훈과 멀리 떨어졌다.소현아가 그의 발밑을 가리키며 말했다.“거기에만 서 있어요. 다가오지 말고.”“안 움직일게.”강지훈은 종래로 이렇게 여자의 말대로 행동한 적이 없었다.소현아는 목걸이 시계를 열어 사진을 확인하고는 빙그레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어 그녀가 다시 목에 걸고 옷 안으로 집어넣었다.“미안해요. 강지훈 씨. 정말 일부러 본 건 아니에요. 그냥 배가 너무 고파서 내려가 먹을 것을 찾으려 했던 것뿐이에요. 두 사람이 그러고 있을 줄은 몰랐어요. 걱정 말아요... 다음엔 신음소리가 들리면 절대 가까이 가지 않을게요.”“맹세할게요!”소현아는 주먹을 말아쥐고 머리 옆으로 가져갔다. 강지훈에겐 말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어느새 그녀는 침대 위로 올라가 이불을 덮고 있었다.“강지훈 씨, 돌아가 주무세요. 저도 잘 거예요. 피곤해요.” 강지훈의 방은 소현아의 방 바로 옆에 있었다.강지훈이 방으로 돌아간 뒤.침실 안, 여자 한 명이 바닥에 꿇어앉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주... 주인님!”강지훈이 여자를 힘껏 걷어차 버리고 포악함으로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바닥에서 소리도 내지 못한 채 고통스럽게 나뒹구는 여자를 쳐다보았다.그녀는 조금이라도 소리를 내면 더더욱 잔혹한 처벌이 가해질 거라는 걸 너무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