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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5화

전연우가 장소월을 안고 방 안에 가보니 이미 도우미들이 다시 그녀에게 한약 한 그릇을 준비해 두었다.

전연우는 그녀를 침대에 내려놓고 지긋이 바라보았다. 보기엔 어떠한 감정적 파동 없이 평온했다.

“일주일 뒤 프랑스에서 웨딩드레스가 올 거야. 입어보고 마음에 안 들면 다시 골라도 돼.”

장소월이 증오가 가득 일렁이는 새빨간 눈으로 그를 쏘아보았다.

“꺼져!”

전연우는 그녀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방문을 나섰다. 문이 닫히는 순간 쿵 하고 소리가 나더니 커다란 장식품이 문을 가격하고 떨어져 두 동강이 났다.

모든 것이 조용히 가라앉고 밤이 어두워졌을 때, 욕실에서 물소리가 들려왔다. 세면대가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장소월은 무명지에서 반지를 빼내려 날카로운 가위로 베고 또 베었다. 그녀는 연이어 밀려오는 극심한 고통을 견뎌내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이 더러운 반지를 빼내기 위해 손가락을 난도질한 탓에 손가락은 이미 엉망진창이 되어 있었고 허연 뼈까지 모습을 드러냈다.

정신이 아찔해지도록 전해져오던 고통은 차가운 얼음물을 만나 마비가 되기 시작했다. 장소월은 피를 너무 많이 흘려 얼굴이 창백해지고 입술이 시퍼렇게 질려 있었다. 그녀가 드디어 가위로 반지를 빼내 변기에 버리려 팔을 휘두른 순간, 갑자기 몸에 힘이 풀리더니 그대로 정신을 잃고 바닥에 쓰러져버렸다...

은경애는 엉엉 울고 있는 별이를 안고 바깥에서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물소리를 듣고 욕실을 향해 걸어왔다.

“아이고, 아가씨. 도련님은 정말 가만히 있지를 못해요. 이 늙은 몸이...”

욕실 앞에서 문을 두드렸으나 반응이 없자 불길한 예감이 든 그녀는 문을 벌컥 열었다. 순간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정신이 아찔해졌다. 욕실 바닥 전체가 피로 뒤덮여 있었다.

은경애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곧바로 112에 전화를 걸었다.

그때 전연우는 회사에 있었다.

은경애의 전화를 받은 순간 회의실에서 발표를 진행하고 있던 임원의 목소리가 뚝 끊겨버렸다. 대표님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기 때문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그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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