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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3화

그들의 애원에도 상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이건 저희가 결정할 수 없는 일입니다. 일단 계약서는 여기에 두고 가겠습니다. 마음을 굳히시면 적혀있는 번호로 언제든 전화주세요. 저희 쪽 사람들이 연락드릴 겁니다.

“어르신, 사모님, 진지하게 고민해 보십시오.”

그들이 나간 뒤, 소정국은 분노에 차올라 서류를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하늘이 무서운 줄도 모르는 놈들 같으니라고. 내 딸을 납치해 가둬놓고 저런 황당무계한 말을 지껄이다니.”

명세진은 눈물을 닦은 뒤 얼른 그를 부축해 소파에 앉혔다.

“여보, 흥분하지 말아요. 우리 현아는 복이 많은 아이니 분명 아무 일도 없을 거예요.”

소정국의 호흡이 거칠어지자 명세진은 재빨리 그의 호주머니에서 심장약을 꺼내 먹였다.

소현아의 생사가 명확하지 않은 이때, 소정국마저 쓰러진다면 집안 전체가 허물어 내릴 것이다.

“여보, 현아의 그 친구가 찾아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소정국도 번뜩 장소월의 얼굴이 떠올랐다.

“성세 그룹 그 아가씨 말이야? 하지만... 우리에겐 성세 그룹에 연락할 방법이 없어. 어떻게 그 아가씨한테 도움을 청하겠어.”

“그리고... 그 아가씨는 이미 한 번 우릴 도와줬는데...”

명세진이 말했다.

“하지만 도저히 방법이 없잖아요. 현아를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그분을 찾아가는 거예요.”

소씨 가문은 서울에서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 서울에 가장 많은 것이 바로 내로라하는 명문세가이니 말이다.

그저 지극히 평범한 집안일 뿐인 그들이 어떻게 성세 그룹에 연락이 닿을 수 있겠는가.

그들은 소현아가 좋은 집에 시집가는 건 바라지도 않았다. 그저 평안하게 살기만 한다면 그걸로 충분했다.

그들은 소현아가 대체 어떻게 그 염라대왕을 건드렸는지 알 수조차 없었다.

소씨 가문에서도 그 사람에 대해 조사를 해보았다. 하지만 질문을 받은 사람마다 모두 입을 닫고 침묵으로 일관했다. 서울에서 권세로 유명한 강씨 집안은 별로 없다. 정계에 있는 그 강씨 집안을 제외하면 말이다.

강씨 집안과 맞서는 건 그야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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