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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9화

소현아는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도망치려고 살며시 문밖을 나섰다.

바로 그때, 복도 모퉁이에서 한 명의 남자가 나타났다.

“소현아 씨.”

소현아는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기성은 씨? 아까 가지 않았어요?”

“이제 안심하세요. 아가씨는 안전합니다.”

소현아가 기분 좋은 얼굴로 그에게 걸어갔다.

“기성은 씨, 소월이가 날 데려오라고 시킨 거예요?”

기성은은 고개를 끄덕이지도, 가로젓지도 않았다.

“괜찮으시다면 제가 병원 밖까지 모시겠습니다.”

소현아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함께 갈게요.”

소현아의 다리 안쪽 흥건해진 천을 본 순간 기성은은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아가씨, 제가 잠시 기다릴 테니까 옷부터 갈아입으세요.”

소현아는 고개를 숙여 살펴보더니 약간 미안한 듯한 얼굴로 설명했다.

“기성은 씨는 그놈이 얼마나 무서운지 몰라요. 저 너무 급해서 그랬어요. 그리고... 이건 엄마가 가르쳐주신 거예요. 오줌을 싸고도 쫓아내지 못하면 똥까지 싸려고 했어요.”

기성은은 또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아가씨, 소씨 집안은 서울에서 꽤나 명성이 있는 집안이에요. 밖에선 체면을 지켜야 해요.”

소현아는 두 검지 손가락을 가까이 가져가며 말했다.

“하지만 엄마가 이렇게 하면 나쁜 놈을 쫓아낼 수 있다고 하셨단 말이에요.”

그토록 무해한 그녀의 모습에 기성은은 몇 초간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아가씨, 제 생각이 짧았네요.”

소현아는 고개를 저으며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요. 당신은 좋은 사람이에요.”

기성은은 소현아 정도로 ‘순진’한 사람은 종래로 보지 못했다.

소현아가 옷을 갈아입은 뒤, 기성은은 그녀를 데리고 로즈 가든으로 향했다.

“아가씨, 힘드시겠지만 이후 며칠 동안은 외출하지 마세요. 나쁜 놈들이 아가씨를 찾는 걸 포기하면 제가 자연히 집에 모셔다드릴 겁니다.

소월이의 사람이라고 생각해 무조건 그를 신뢰한 소현아는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어요. 절대 마음대로 돌아다니지 않을게요.”

기성은은 그녀에게 열쇠를 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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