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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2화

장소월은 곧바로 그의 컴퓨터 전원 코드를 뽑아버렸다. 화면이 순식간에 시커멓게 변하며 꺼졌다.

전연우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어 입고 있던 검은색 정장을 벗고 조금 전 장소월이 앉았던 의자에 기대에 앉았다.

“이젠 전화번호도 실명제로 개설해야 해. 그래서 네가 원래 쓰던 번호는 없애버렸어. 앞으론 이 새 번호 써, 알았지?”

그는 아무것도 아닌 듯 가볍게 말하고 있었지만 그 말투는 그녀에게 강압적으로 통보하는 듯했다. 분명 그녀의 번호이지만 그가 마음대로 결정해버렸다.

장소월은 침대에 놓여 있던 베개를 잡아 그에게 집어 던졌다.

“내 번호를 네가 뭔데 마음대로 바꿔? 전연우, 넌 미쳤어!”

전연우는 피하지 않고 가슴팍에 베개를 맞았다. 아프지도 가렵지도 않았다. 그는 발밑에 떨어진 베개를 툭툭 털고는 원래의 위치에 올려놓았다.

“네가 내 번호를 잊어버릴까 봐 나도 함께 바꿨어. 너랑 숫자 하나만 차이 나는 거로.”

장소월은 전연우가 장난을 치는 것인지 아닌지 확신할 수 없어 가방에서 낡은 핸드폰을 꺼내 원래 번호에 전화를 걸어보았다. 역시...

들려오는 건 없는 번호라는 안내음뿐이었다.

장소월은 분노에 차올라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 번호와 얼마나 많은 중요한 아이디가 연동됐는지 알기나 해? 왜 내 물건을 네 마음대로 건드리는 건데!”

화를 내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도 전연우의 얼굴엔 여유가 가득했다.

“새 핸드폰에 네가 쓰던 모든 자료 옮겨놨어. 인터넷 서칭 기록, 메일 모두 정상적으로 사용 가능해. 예전 메일함에 있던 자료들도 그대로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장소월은 순간 말문이 막혀버렸다. 하지만 그래도 분노는 잠재울 수가 없었다.

그 번호는 그녀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번호 안엔 엄마의 생일 숫자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장소월은 핸드폰을 꽉 잡고 차갑게 그에게 말했다.

“다음부턴 마음대로 내 물건에 손대지 마.”

말을 마친 그녀는 방에서 나가 거실로 향했다.

등 뒤에서 전연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시간에 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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