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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0화

이번 생에서도 전연우는 송시아와 함께 있다.

그녀에게 있어선 의외도 아니었다. 이미 충분히 익숙해진 장면이다.

송시아의 등장은 그녀로 하여금 또다시 선명히 되새기게 만들었다. 말끝마다 자신과 결혼하겠다던 남자는 두 번의 생이 지나도록 변한 것 하나 없다.

송시아는 그가 살려내고 성장시킨 사람이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두 사람이 함께 서 있는 모습을 보니 장소월은 여전히 잘 아울리는 한 쌍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송시아의 그 도발 섞인 오만한 눈동자와 득의양양한 얼굴은 그녀를 조롱하는 것 같았다.

‘장소월, 넌 퇴물이야. 전연우는 두 번의 인생에서 모두 나를 선택했어!’

설사 그게 사실이라 해도 장소월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지금 당장 전연우가 송시아와 결혼한다고 해도 전혀 아무렇지 않을 것이다. 아니, 곧바로 별장을 떠나 그녀에게 자리를 내줄 것이다.

그녀는 장해진의 딸이 아니다. 때문에 남원 별장도, 남천 그룹도 모두 그녀의 소유가 아니다.

이곳에서 유일하게 마음이 남는 건 엄마의 사진뿐이었다.

장소월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덤덤한 얼굴로 그들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

장소월은 옆쪽 아기방에 들어가 조명을 켰다. 별이는 언제 일어났는지 눈을 뜨고 깜빡이고 있었다. 여태껏 울지도 보채지도 않고 무던히 누워있었던 것이다. 그 맑은 눈동자를 보고 있으면 전혀 한 살밖에 되지 않은 아기 같지가 않았다.

그녀는 줄곧 이 아이는 다른 아이와 다르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별이는 신기하게도 벌써 철이 든 것 같았다.

장소월은 아이를 품 안에 안았다. 별이는 나른히 머리를 그녀의 어깨에 기대고 비비적거렸다.

그녀는 살며시 아이의 등을 토닥였다. 한참 후 아이가 잠이 들자 다시 침대에 내려놓았다.

서재 안, 전연우는 이제 술이 어느 정도 깨어 있었다.

정계 인사들과의 술자리라 거부할 수 없어 조금 술을 마셨는데 또다시 위병이 도졌다.

송시아는 다급히 그에게 물을 따라준 뒤, 익숙한 손길로 방 안에 있는 약상자를 찾아오고는 안에서 위장약을 꺼냈다.

전연우의 깊은 눈동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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