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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8화

시간이 꽤나 흘렀는데도 아가씨는 여전히 강영수를 놓지 못하고 있다!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살아있는 사람보다 죽은 사람이 더 마음에 남는 법이니.

장소월도 만만치 않은 성격을 지니고 있다. 기성은은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지만 어느 정도는 예상할 수 있었다. 어젯밤 송시아가 대표님과 함께 남원 별장에 들어갔으니 난리가 났겠지... 다만 쫓겨난 사람이 장소월일 거라는 건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전연우는 빨간색 다이아몬드 반지를 꽉 움켜쥐었다. 보석 날카로운 부분이 전연우의 채 아물지 않은 상처에 닿아 붕대로 또다시 피가 스며들었다.

기성은이 말했다.

“대표님, 사람을 보내 아가씨를 모셔올까요?”

그 순간 장소월의 다리에 담요를 덮어주는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박원근이 장소월의 옆에 걸터앉으며 말했다.

“난 네가 집에 돌아간 줄 알았어.”

술에 취했던 박원근은 실은 그녀가 밖에 나가자마자 깨어나 3층에서 한동안 그녀를 지켜보았었다. 한 폭의 그림처럼 떨어지는 눈송이를 바라보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있는 듯했다.

장소월은 차가워진 손을 말아쥐고 고개를 들어 칠흑같이 어두운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저 이제 집 없어요. 유일한 가족이 몇 개월 전에 돌아가셔서 저 혼자 남았거든요.”

박원근은 자신이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했다는 생각에 당황스러움이 역력한 얼굴로 말했다.

“미안해. 일부러 마음 아픈 일을 끄집어내려 했던 건 아니야. 정말 미안해.”

장소월이 의연하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미안해할 것 없어요. 사람은 언젠간 다 떠나가게 돼 있잖아요. 저 혼자서도... 나쁠 것 없어요.”

사실 장소월은 주변 사람들에게 힘든 말을 하지 않는다. 부정적인 기분이 그들에게도 전해질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장소월은 다시 한번 하늘을 올려다보고는 다리에 덮여있는 담요를 들고 몸에 걸쳤다.

“돌아가서 일해요. 처음으로 선배님들과 야근하는 건데 열심히 해야죠.”

박원근은 고개를 끄덕이고 난 뒤 말없이 그녀의 뒤를 따랐다.

그때 강렬한 차 상향등이 박원근의 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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