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947화

Author: 차라
장소월이 고개를 돌려보니 박원근이 음식을 들고 들어오고 있었다. 이어 주시윤도 맥주 한 병을 들고 들어왔다.

“후배님이 왔는데 내가 빠져서야 되겠어?”

장소월이 물었다.

“야근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술 마셔도 돼요?”

주시윤이 박원근을 힐끗 보고는 말했다.

“요즘 나랑 원근이는 사무실에서 지내고 있어. 의뢰인 쪽에서 연말에 게임을 출시해야 한다고 해서 힘들더라도 매일 야근하고 있어. 그럼 편하게 새해를 맞이할 수도 있고 돈도 벌 수 있잖아. 지금 집값도 말도 안 되게 치솟아서 돈 없으면 장가도 못 가.”

장소월은 종래로 경제적인 고민은 해본 적이 없다. 아무리 써도 줄어들지 않는 재산에 남들은 평생 벌어도 엄두도 내지 못하는 서울시 중심 지대 집들을 마음만 먹으면 살 수 있다. 그들은 그런 장소월의 우월한 가정환경이 부러웠다.

하지만 그저 그녀의 화려한 껍데기만 봤을 뿐, 속이 얼마나 아프게 곪아 터져 있는지는 전혀 모르고 있다.

장소월은 그들과 함께 있으니 보통 사람들의 삶을 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최소한... 그들에겐 자신만의 목표가 있으니까.

장소월은 줄곧 흐릿한 정신으로 정처 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예전 세계를 여행하고 싶어 했던 꿈은 이루었다. 요즘은 그 어떤 것에도 욕망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이렇게 하루하루 허무하게 살고 있을 뿐이다.

장소월은 알코올 알레르기가 있어 술을 마시지 않았다. 박원근과 주시윤은 술에 취해 해롱해롱한 상태로 사무실로 돌아가 잠시 눈을 붙였다.

요즘은 밤이 참 긴 계절이다. 돌연 사무실에 남겨두었던 머플러가 생각나 목에 두르고 아래로 내려갔다.

작업실 아래는 크나큰 정원이 펼쳐져 있었다. 장소월은 베이지색 실 원피스를 입고 코트를 걸친 채 조명 아래 벤치에 앉았다.

그녀가 손을 뻗어 밤하늘에서 내려오는 눈송이를 받았다. 눈송이는 손바닥에서 빠르게 녹아내렸다.

“강영수, 눈이 오고 있어...”

그는 전연우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그녀의 마음을 움직인 사람이다.

두 번의 인생에서 전연우로 인해 수많은 아픔을 겪은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948화

    시간이 꽤나 흘렀는데도 아가씨는 여전히 강영수를 놓지 못하고 있다!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살아있는 사람보다 죽은 사람이 더 마음에 남는 법이니.장소월도 만만치 않은 성격을 지니고 있다. 기성은은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지만 어느 정도는 예상할 수 있었다. 어젯밤 송시아가 대표님과 함께 남원 별장에 들어갔으니 난리가 났겠지... 다만 쫓겨난 사람이 장소월일 거라는 건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전연우는 빨간색 다이아몬드 반지를 꽉 움켜쥐었다. 보석 날카로운 부분이 전연우의 채 아물지 않은 상처에 닿아 붕대로 또다시 피가 스며들었다.기성은이 말했다.“대표님, 사람을 보내 아가씨를 모셔올까요?”그 순간 장소월의 다리에 담요를 덮어주는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박원근이 장소월의 옆에 걸터앉으며 말했다.“난 네가 집에 돌아간 줄 알았어.”술에 취했던 박원근은 실은 그녀가 밖에 나가자마자 깨어나 3층에서 한동안 그녀를 지켜보았었다. 한 폭의 그림처럼 떨어지는 눈송이를 바라보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있는 듯했다.장소월은 차가워진 손을 말아쥐고 고개를 들어 칠흑같이 어두운 밤하늘을 바라보았다.“저 이제 집 없어요. 유일한 가족이 몇 개월 전에 돌아가셔서 저 혼자 남았거든요.”박원근은 자신이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했다는 생각에 당황스러움이 역력한 얼굴로 말했다.“미안해. 일부러 마음 아픈 일을 끄집어내려 했던 건 아니야. 정말 미안해.”장소월이 의연하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미안해할 것 없어요. 사람은 언젠간 다 떠나가게 돼 있잖아요. 저 혼자서도... 나쁠 것 없어요.”사실 장소월은 주변 사람들에게 힘든 말을 하지 않는다. 부정적인 기분이 그들에게도 전해질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었다.장소월은 다시 한번 하늘을 올려다보고는 다리에 덮여있는 담요를 들고 몸에 걸쳤다.“돌아가서 일해요. 처음으로 선배님들과 야근하는 건데 열심히 해야죠.”박원근은 고개를 끄덕이고 난 뒤 말없이 그녀의 뒤를 따랐다.그때 강렬한 차 상향등이 박원근의 몸에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949화

    “송시아는 아직 쓸모가 있어서 옆에 두는 거야. 다시는 네 눈앞에 나타나지 않게 할게.”장소월은 고개를 쳐들고 그의 날카로운 눈빛을 응시했다.“... 나랑은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이야! 그 여자를 해외로 보내든 집에 들이든 난 관심 없어.”“오늘 일은 이미 다 잊어버렸어. 이제 와 다시 거론하는 건 의미 없어.”“그 별장은 애초부터 네 소유고 난 그저 얹혀살았던 거뿐이잖아.”“내일 경애 아주머니한테 별장에 있는 내 물건 가져다 달라고 할게.”기성은이 자리에서 일어나 경고하듯 그녀를 노려보았다.“아가씨, 대표님에겐 거부하기 힘든 자리라는 게 있습니다. 송시아 씨는 성세 그룹의 부대표이기 때문에 두 분이 함께 나가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대표님의 위장병은 오래전부터 반복적으로 재발하고 있습니다. 어젯밤에도 그랬고요. 아가씨께서 뛰쳐나가는 바람에 지금까지도 물 한 방울 입에 대지 않으셨습니다...”“됐어요!”장소월이 돌연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그 바람에 귀를 찢을 듯한 마찰음이 작업실에 울려 퍼졌다. 그녀가 눈을 내리뜨리고 서늘하게 그를 쳐다보았다.“네가 이룬 건 다 네 능력 덕분이고, 너 때문에 죽은 사람들은 그냥 재수 없는 운명 탓이라고 생각하겠지! 여자들이 집에 드나드는 거 전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개가 똥을 못 끊는 법이잖아. 넌 종래로 너한테 오는 여자 막지 않으니까.”“너한테서 쫓겨난다고 해도 괜찮아. 내가 떠난 이유는 너같이 역겨운 사람과 단 한순간도 함께 있고 싶지 않기 때문이거든.”“오늘 또 강제로 날 데려가려고 왔다는 거 알아. 날 협박하는 것 외에 네가 할 줄 아는 게 도대체 뭐야?”“전연우, 네가 얼마나 높은 위치에 올라가든 영원히 그 사람 발꿈치도 따라가지 못해.”“네가 외부에 온갖 위선을 다 떨어서 다른 사람들은 잊어버렸을지도 몰라. 하지만 난 네가 얼마나 더러운 쓰레기인지 절대 잊지 못해!”전연우가 말했다.“욕 다 했어? 그래도 화가 안 풀리면 다른 방법 써도 돼. 화 다 풀리면 나랑 집에 가자.”장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950화

    이미 일어난 일을 어떻게 하루아침에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지낼 수 있겠는가?“전연우, 네가 뱉은 말 후회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장소월은 순간 손에 쥐고 있던 과도를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기성은이 깜짝 놀라며 빠르게 그녀의 손목을 잡았지만 이미 한발 늦어버린 뒤였다. 그녀는 이미 날카로운 과도를 전연우의 목에 찔러넣은 상태였다.살을 찢는 고통이 밀려왔다. 목에서 뜨거운 액체가 느껴져 손으로 만져보니 손톱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이깟 아픔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더더욱 아픈 건 바로 마음이었다.그녀는 정말 그를 죽이려 했다!“대표님!”기성은이 곧바로 장소월의 손에서 과도를 빼앗아 던져버렸다.전연우는 손을 들어 괜찮다는 뜻을 표했다.작지도, 그리 깊지도 않은 상처였다.전연우는 소파에서 일어났다. 장소월보다 훨씬 더 솟아오른 몸집에서 차가운 위압감이 풍겨 나왔다.장소월의 손은 저도 모르게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두려움을 들키지 않기 위해 주먹을 꽉 말아쥐었다. 음산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던 그가 돌연 한 걸음 앞으로 내딛자 장소월은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여기로 도망 오면 내가 널 어떻게 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어? 난 너한테 그토록 많은 기회를 줬는데 넌 번번이 내 인내심의 한계를 건드리고 있어. 이제는... 날 죽이려고까지 해?”“장소월... 너 정말 미쳤구나!”장소월이 곧바로 그의 말에 맞받아쳤다.“이 모든 것은 다 네가 날 궁지로 내몰았기 때문이야. 남원 별장에서 꺼지라고 네가 직접 말했잖아. 왜 또 날 찾아온 건데? 전연우, 우린 원수지간이야. 넌 강영수를 죽였고, 강씨 노부인을 죽였어. 그러면서 왜 난 널 죽이지 못할 거라 생각한 거야? 넌 그저 극악무도한 살인자일 뿐이잖아!”“너만 죽으면 아무도 날 강제로 네 그 역겨운 얼굴 보게 하지 않을 거야!”“이럴 줄 알았다면 차라리 병에 걸려 죽는 게 나을 뻔했어. 다시 한번 죽는 거 별로 두렵지도 않아!”그녀가 마지막 글자를 내뱉은 순간, 전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951화

    “강지훈 손에 들어간 사람은 단 한 명도 북경 감옥에서 걸어 나오지 못했어. 생각 잘 해보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결정해. 강지훈으로부터 소현아를 구해낼 사람은 이 세상에 나밖에 없어.”장소월 또한 북경 감옥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곳인지 잘 알고 있었다. 사형수들만 갇혀 있는 그곳에선 죽어 시체가 되는 것 외에 나올 방법이 없다.아무 잘못도 없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곳에 발을 들이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의 처참한 시체로 발견되곤 한다.전연우는 이미 자리에 앉았고, 도우미들은 두 세트의 그릇과 수저를 식탁에 올려놓았다.장소월이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가슴에서 끓어오르는 화를 짓누르며 주먹을 꽉 말아쥐었다.결국 그와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장소월은 고작 몇 입만 깨작거렸다. 전연우가 집어준 반찬은 손도 대지 않고서 말이다.어느덧 시간은 새벽 열두 시가 되어가고 있었다.전연우가 식사를 마쳤을 때, 식탁 위 반찬도 거의 식어버렸다.그가 젓가락을 내려놓은 그 순간 장소월이 무표정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약속한 대로 현아 무사히 집에 보내줘. 그러면 앞으로... 나도 어디에도 가지 않고 얌전히 남원 별장에만 있을게. 하지만 내가 하고 싶어 하지 않는 일은 강제로 시키지 말았으면 좋겠어.”“난 성세 그룹 안주인이 되고 싶지 않아. 너랑 결혼은 더더욱 싫고.”“마지막으로... 네가 누구와 결혼하든 나와는 아무 상관도 없어.”짧은 자유를 끝으로 다시 집에 돌아오게 된 그녀는 또다시 영혼 없는 인형이 되어버렸다.3층 복도, 별이는 아직 울고 있었다. 하지만 살아있는 시체마냥 뚜벅뚜벅 걷고 있는 장소월의 귀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그녀는 침실로 돌아온 뒤 다시 침대 옆 탁자 위에 놓인 반지를 발견했다. 샤워를 마치고 나니 갑자기 피곤이 몰려와 빠르게 잠이 들었다.깊은 밤 고요한 서재 안, 전연우는 서랍 안에서 담배 한 대를 들고 돈뭉치를 꺼내놓았다.“아주머니가 마땅히 받아야 할 돈이에요.”은경애는 돈을 보고서도 바로 받지 않고 걱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952화

    장소월이 조심스레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 아직 그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만약 그녀가 전연우가 경계심을 느끼는 범위 안까지 접근한다면 그는 분명 깨어날 것이다.그녀가 손을 뻗었다.“전... 전연우?”장소월이 낮게 그를 불렀다.하지만 그때, 돌연 전연우가 눈을 번쩍 떴다. 이어 손이 강력한 힘에 잡혀 끌려가더니 몸 전체가 침대에 널브러졌다. 전연우의 무거운 몸이 위에서 가녀린 그녀를 압박하고 있었다.장소월은 깜짝 놀란 토끼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고 겁에 질려있었다. 남자의 미세한 호흡이 그녀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정신을 잃은 것 같았다.“전연우, 나 아파. 빨리 일어나.”그는 역시 반응이 없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장소월은 무언가 잘못됐음을 느꼈다. 그의 체온이 무서울 정도로 뜨거웠기 때문이었다.고개를 떨구고 살펴보니 입고 있던 옅은 색 잠옷 치마가 빨간 피로 물들어 있었다. 장소월은 순간 호흡을 멈추었다. 그녀는 그제야 어제 전연우의 목에 생긴 상처가 치료되지 않았다는 것을 발견했다.설마 세균에 감염된 건가?어쩐지 반응이 없더라니.“전연우, 빨리 깨어나. 나 아프단 말이야!”“...”“나쁜 놈아! 일어나라고!”장소월이 아무리 소리쳐도 전연우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허리를 감고 있는 팔에선 조금도 힘을 풀지 않았다.“영수야, 너 어떻게 돌아온 거야!”그 말에 전연우가 돌연 눈을 뜨고는 고개까지 들고 날카로운 눈동자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의 호흡이 거칠어지니 몸에 찌든 니코틴 냄새가 더더욱 농후해졌다.“가면 안 돼!”그는 괴로움을 애써 참으며 힘겹게 짧은 네 글자를 내뱉었다.그가 키스하려 다가오자 장소월은 어디에서 힘이 솟아올랐는지 바로 그를 옆쪽으로 밀어버렸다. 그가 몸을 누르지 않으니 드디어 정상적으로 호흡할 수 있었다. 전연우는 언제부터인지 그녀의 손목을 꽉 잡고 있었다.그녀는 손을 빼내려 했으나 아무리 발버둥 쳐도 무용지물이었다. 하여 그녀는 전연우가 일부러 아픈 척하는 게 아닌지 의심까지 들었다.몇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953화

    기성은은 이상했지만 묻지 않고 바로 소현아의 위치를 보냈다.몇 초 뒤 장소월은 답장을 받았다.뜻밖의 대답에 그녀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가 뻔뻔한 줄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로즈 가든에 있는 소현아를 왜 북경 감옥에 있다고 거짓말한단 말인가. 나쁜 자식!장소월은 신분증과 여권을 챙겨 들고 문을 나섰다. 그녀는 의식을 잃은 채 깊게 잠들어 있는 남자를 쏘아보고는 이 기회를 틈타 그의 따귀를 두 대 내리쳤다.그러고는 물건을 들고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별장에서 뛰어나가 오 집사가 운전하는 차에 앉아 로즈 가든으로 향했다.한편 아무것도 모르는 소현아는 와구와구 디저트를 먹고 있었다. 옆에선 소민아가 무료한 얼굴로 좋아하는 연예인이 나오는 예능 프로그램을 보고 있었다.“언니, 그렇게 많이 먹었는데 좀 쉬면 안 돼? 더 먹으면 정말 다시 살 못 빼.”소현아는 다른 건 몰라도 행복하게 사는 건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단순한 성격에 머리엔 음식으로만 가득 차 있으니 말이다.입맛이 하루하루 더 도는 모양이다.“민아야, 네가 몰라서 그래. 우리 엄마아빠가 많이 먹으면 복이 온다고 하셨어. 복 많이 가져야 앞으로 아무한테도 괴롭힘당하지 않지.”소민아는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계속 이렇게 먹다가 시집도 못 가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시집을 왜 가? 혼자 사는 게 이렇게 즐거운데.”소민아는 사촌 언니가 왜 이렇게 많이 먹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매일 나가는 쓰레기만으로도 쓰레기 공장 하나는 거뜬히 차릴 수 있을 것 같은 정도였다.소현아는 또 귤을 하나 까고 마구 입안으로 쑤셔 넣었다.소민아도 하나 가져와 맛을 본 순간 얼굴이 잔뜩 찌푸려졌다.“언니, 이 귤 너무 시지 않아요? 이렇게 신 걸 어떻게 먹은 거예요?”소현아는 너무 맛있어 행복한 표정으로 말했다.“뭐가 시다는 거야? 하나도 안 신데?”소현아는 연속으로 몇 개 더 입에 넣고 냠냠 씹으며 말했다. 소민아가 미심쩍은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다가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954화

    소민아는 경계하며 살며시 문을 열었다. 틈 사이로 살펴보니 장소월이었다.그녀가 문을 벌컥 열었다.“소월 언니? 여긴 무슨 일이세요?”“뭐라고? 소월이? 소월이가 왔어?”소현아의 눈동자가 순식간에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했다.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간식까지 내팽개쳐버린 채 급히 신발을 신고 문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녀가 장소월을 와락 끌어안았다.“소월아, 정말 보고 싶었어. 왜 이제야 온 거야!”장소월은 그녀에게 안겨 숨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현아야, 언제부터 여기에 있었던 거야?”“잊어버렸어. 소월아, 나랑 같이 있자.”소현아가 팔을 잡아당겼지만 장소월은 거절했다.“아니야. 너한테 해줄 얘기가 있어서 왔어. 현아야, 너 지금 빨리 집에 가봐야 해. 네 어머니 아버지께서...”장소월은 말을 채 잇지 못했다. 소현아가 무사히 눈앞에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 일 없는 듯한 소현아의 표정을 보니 강지훈에게 속았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듯했다.“엄마아빠가 왜? 내가 강지훈 씨 집에서 너무 오래 머물러서 화나신 거야? 하지만 강지훈 그 나쁜 놈이 엄마아빠한테 말씀드렸다고 했어. 그럼 걱정 안 하실 텐데...”장소월은 의아한 눈빛으로 소현아를 바라보다가 이내 알아차리고 말했다.“현아야, 내가 예전에 말했었잖아. 아무도 믿으면 안 된다고. 특히 강지훈을 보면 반드시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한다고 분명히 말했어.”소민아가 깜짝 놀라며 소리를 질렀다.“뭐라고요? 강지훈? 언니를 데려간 사람이 강지훈이라고요? 그럼 대표님은 왜 언니를 이곳에 데려온 건데요? 병을 치료하려고 데려온 게 아니에요?”장소월이 이마를 찌푸렸다. 소민아의 말을 들으니 일이 생각한 것만큼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은 것 같았다.장소월은 손목시계를 보고 시간을 확인하며 말했다.“현아야, 물 한 컵만 가져다줄래?”“응. 알았어. 지금 바로 갈게.”“미지근한 물로 부탁해. 너무 차가워서도 안 되고 너무 뜨거워서도 안 돼.”소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955화

    조수석에 앉아 잠시 잠들었던 장소월은 차가 덜컥거리는 바람에 깨어났다. 주위를 둘러보니 처음 와보는 낯선 곳이었다.“기사님, 여기 어디죠?”“여긴 남교시예요. 해성까지 가려면 아직 40분 정도 남았어요.”“여기에 세워주세요.”“해성으로 가겠다고 하지 않았어요? 택시비까지 다 받았는데 다시 돌려주는 건 없어요!”“네. 괜찮아요.”택시 기사는 흔쾌히 장소월을 가장 북적이는 도시 중심에 내려주었다.전연우는 깨어나면 분명 그녀가 해성으로 갔을 거라 예상할 것이다. 때문에 잠시 다른 곳에 머무르며 그의 레이더를 피해 가는 것이 좋다.장소월은 차에서 내린 뒤 주민등록증이 필요 없는 여관으로 가 하룻밤 묶기로 했다.“아가씨, 보아하니 혼자 남교에 온 것 같은데 일자리 찾으려고 왔어요? 그럼 내가 하나 소개해 줄게요. 본인만 성실히 노력하면 한 달에 8, 90만 원은 문제없어요.”장소월은 그녀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 방 키를 받은 뒤 위층으로 올라갔다.이어 문을 모두 잠그고 소파와 책상으로 단단히 막아놓았다.이곳 날씨는 습하고 더워 이불에서 꿉꿉한 냄새가 진동했다. 필경 몇천 원밖에 안 되는 여관이니 꾹 참고 하룻밤 자고 난 뒤 내일 다시 다른 집을 찾으면 될 것이다.카드에 넣어두었던 돈을 모두 현금으로 꺼내 보니 200만 원가량 되었다. 2006년의 200만 원은 적지 않은 금액이다.이제 밤하늘은 완전히 어두워졌다.그녀는 전연우가 조금이라도 더 늦게 깨어나길 바라고 또 바랐다.가장 좋은 건... 영원히 깨어나지 못하는 것이다.실은 장소월이 떠난 지 두 시간 이후부터 기성은은 찝찝함을 떨칠 수가 없었다. 수많은 전화를 걸어보았으나 상대방은 줄곧 묵묵부답이었다. 더욱이 종래로 문자라곤 보내본 적 없는 그가 메시지를 보내다니.다섯 시 반, 기성은은 남원 별장으로 전화를 걸었다.도우미는 침실에 들어가 전연우를 살펴본 뒤에야 그가 이미 오래전에 정신을 잃고 있었다는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곧바로 119에 전화를 걸었다.전연우는 구급대원들의 들것에

Latest chapter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416화

    전연우가 걱정하던 일이 벌어졌다.리샬이 태블릿을 들고 전연우의 병실 침대로 다가와 말했다. “보스, 큰일 났습니다. 사모님께서 그 지역에 들어가신 후 신호가 사라졌습니다.”전연우는 눈을 감고 침대에 기대앉았다.“오늘은 그만하면 됐어. 나가봐.”“알겠습니다.”그가 가까이 쫓아가면 쫓아갈수록 그녀는 더 깊숙이 몸을 숨길 것이다. 그녀가 시내로 발을 디딘 순간, 즉시 그녀의 소식을 알 수 있을 테니 조급해할 필요는 없다.‘소월아, 7일 줄 테니까 잘 생각해 봐.’‘시간이 되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나와 함께 떠나야 할 거야.’강지훈은 전연우가 다쳤다는 소식을 듣고 곧바로 병원에 나타났다. 침대에 누워 있는 그를 본 순간, 서늘했던 그의 눈동자에 웃음기가 감돌았다. 강지훈은 흥미로운 듯 의자에 앉았고, 뒤따라온 사람들은 모두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오랫동안 알아 왔지만, 이렇게 엉망인 모습은 처음 보네요. 어때요? 버림받은 기분이?”“아, 참. 그 여자 찾았다고 들었는데... 그래도 소용없을 거예요. 내 생각에는 그 여자 당신과 함께 돌아가려고 하지 않을 것 같네요. 설사 돌아간다 해도, 아이도 낳을 수 없는 여자를 옆에 둔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그 많은 돈을 생판 남에게 물려줄 리는 없을 테고.”“당신한테 어울리는 여자 소개해 줄까요? 당신한테 아기를 낳아줄 여자 말이에요.”강지훈은 사람을 약 올리는 데도 탁월한 재능이 있었다.“바보 하나랑 노는 게 그렇게 즐거워?”강지훈이 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그 시원한 웃음소리가 병실에 울려 퍼졌다.밖에 있던 간호사가 안에서 들려오는 큰 소리를 듣고 제지하러 들어가려 했지만, 문밖의 경호원들이 그녀를 제지했다. 그들의 허리에 찬 총을 본 그녀는 감히 한마디도 꺼내지 못하고 바로 자리를 떴다.강지훈은 다시 반격했다. “내 여자는 내 아이를 둘이나 가졌어요. 전연우 씨... 당신 여자는 어때요?”전연우의 몸에서 위험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그는 얼음장같이 차가운 눈으로 강지훈을 쏘아보고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415화

    “알겠습니다.”이미 정체가 드러난 이상 더 이상 위장할 필요가 없으니, 전연우는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옆에 있던 경호원이 울고 있는 별이를 전연우 곁으로 데려왔다. 별이는 얼굴 분장을 지웠지만, 분홍색 드레스는 여전히 입고 있었다.“네가 여자아이였다면, 엄마가 떠나는 게 더 어려웠을까?”별이는 순수한 눈빛으로 전연우를 빤히 바라보며 옹알이를 했다.“엄... 엄마...”전연우는 보기 드문 부드러운 목소리로 아이의 말에 답했다. “걱정하지 마. 엄마는 언젠가 우리 곁으로 돌아올 거야.”별이는 그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듯, 전연우의 품에 안겨 엉엉 울음을 터뜨렸다. 그러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새근새근 잠이 들었다.강용은 주변 길에 꽤 익숙했던지라 어렵지 않게 사람들이 거의 다니지 않는 무인 구역에 도착했다. 액셀을 끝까지 밟고 미친 듯이 내달렸지만, 뒷좌석에 앉은 두 사람 중 그 누구도 강용에게 속도를 늦추라고 하지 않았다. 돌아가면 다시는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소현아는 가슴을 움켜쥐고 토할 것 같은 충동을 참았다. 괴로워하는 그녀의 모습을 본 장소월이 말했다. “현아야, 힘들면 나한테 기대서 좀 자.”“괜찮아. 하나도 안 힘들어.”“흐어엉... 소월아, 나 강지훈한테 잡혀가기 싫어.”장소월은 그녀의 등을 토닥이며 위로했다. “괜찮아. 우리 이제 안전해.”강지훈에게 이 지역의 경찰을 움직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총기와 탄약을 합법적으로 휴대할 수 있는 곳에는 강지훈만의 인맥이 존재하기 때문이었다. 하여 소현아가 어느 도시에 있는지 알기만 하면 즉시 도시 전체를 포위하여 그녀를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쉽게 놓치고 말았다.봉쇄 직전, 강용이 모는 차가 딱 30초, 간발의 차이로 그곳을 빠져나왔던 것이다.강지훈은 소현아가 묵었던 호텔을 찾아갔다. 스위트룸 안, 침대에 던져진 임부복 드레스와 머리맡에 놓인 소현아의 사진이 보였다. “멍청한 년, 그깟 사람 하나 못 잡고, 뭐 하는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414화

    소현아는 규영과 마주친 순간 화들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녀는 급히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말했다. “그런 사람 아니에요. 아니에요. 잘못 보셨어요.”“제 이름은 김소단이에요.”규영은 즉시 소현아가 떠나지 못하도록 붙잡았다. “미경아, 빨리 주인님 모셔와. 현아 아가씨 찾았어.”소현아는 비명을 지르며 그녀의 손을 뿌리치려 했다.“아아아... 나쁜 사람. 빨리 이거 놔요.”“살려주세요! 임신부를 납치하려고 해요!”“미경아, 빨리 와... 아가씨, 더는 도망가지 마세요. 주인님께서 아가씨를 찾으러 오셨단 말이에요. 주인님은 아가씨를 잊지 않으셨어요.”“난 당신 몰라요. 놔줘요!”아무리 용을 써도 규영을 뿌리칠 수 없자, 소현아는 그녀의 팔을 있는 힘껏 깨물었다. 갑작스러운 통증에 규영은 바로 손에 힘을 풀었다.“현아 아가씨...”소현아는 작은 주먹을 꽉 말아쥐고 재빨리 도망쳤다.그녀는 숨을 헐떡이며 병원으로 달려갔고, 마침 강용의 부축을 받으며 걸어오고 있는 장소월과 마주쳤다. 장소월이 말했다. “현아야, 조심해. 뛰지 마.”“무슨 일이야, 왜 이렇게 급해?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소현아는 체형이 약간 통통한 데다 평소에 운동도 부족했던지라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뭔가 안 좋은 일이 있는 게 분명하다.소현아가 다급히 말했다.“큰일 났어... 소월아, 강지훈이 나 찾으러 왔어. 방금 쇼핑몰에서 규영이랑 마주쳤어.”“흐흑... 소월아, 강지훈에게 잡혀가고 싶지 않아.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현아는 너희랑 같이 있고 싶단 말이야.”전연우 하나로도 모자라 이제 강지훈까지 나타나다니. 장소월은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이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다행히 전연우는 강용이 풀어놓은 수면제를 먹고 기절한 상태라 당분간은 위협이 되지 않겠지만, 문제는 강지훈도 이곳에 왔다는 것이다. 게다가 전연우보다 상대하기 훨씬 어려운 인물이었다. 장소월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강용을 바라보았다. “이제 우리 어떻게 해야 해?”강용이 말했다.“지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413화

    의사가 들어와 손이준을 진찰했다.장소월은 걱정되는 마음에 물었다. “어때요? 괜찮은가요?”의사가 대답했다.“상처 회복은 잘 되고 있습니다. 휴식만 잘 취하면 됩니다.”“네, 알겠습니다.”의사가 떠나자, 장소월은 다가가 이불을 덮어주었다. 그때 갑자기 강용이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어이, 전 씨, 그 총알 맞고 왜 안 죽은 거요.”“무... 무슨 소리야?” 이불을 덮어주던 장소월의 손이 경직되어 멈춰 섰다. 그녀는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강용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가 손을 거두려던 순간, 돌연 그의 손에 잡혀버렸다.“언제 알아차린 거야? 눈썰미 꽤 쓸만하네.”정... 정말 그 사람이었다!장소월은 충격에 휩싸여 병상에 누워 있는 낯선 얼굴을 바라봤다. 그녀는 잠시 저항하는 것조차 잊고 있었다.강용은 재빨리 그들을 떼어놓았다. 전연우가 일어나려고 하자 강용은 순식간에 그의 어깨를 내리눌렀다. “접근하려고 정말 애썼네요. 하나 물어볼 게 있는데, 날 죽이려고 했던 사람 누구예요?”강용의 손은 전연우의 상처 부위를 누르고 있었다. 그는 고통스러웠지만,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전연우 씨, 내 손에 잡히는 날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죠?”장소월은 여전히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가... 전연우였다니.그를 본 순간 도망쳤어야 했지만, 그녀의 발은 납덩이라도 매달린 듯 조금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네가 어디에 있든, 찾아낼 거라고 했었잖아.”“소월아, 넌 내 아내야.”그 애절한 말에 장소월은 온몸이 얼어붙는 듯했고, 순식간에 공포에 휩싸였다.“아... 아니에요. 당신이 전연우일 리 없어요...”장소월은 뒷걸음질 치며 눈앞의 남자를 바라봤다. 악마와 마주치기라도 한 듯, 강력한 충격이 그녀의 머리를 강타했다. 가슴을 짓누르는 듯한 통증에 숨을 쉴 수조차 없었다.급기야 그녀는 의식을 잃고 쓰러져 버렸다...“소월아...”강용이 그녀를 재빨리 붙잡았다.전연우는 애타게 그리고 그리던 아내가 다른 사람의 품에 안기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412화

    강지훈이 명령했다.“말해.”부관은 손에 든 정보를 강지훈에게 건넸다. “최근 근처 도시에 세 명이 함께 거주하고 있다는 정보입니다. 현재 저희가 일차적으로 걸러낸 상태이고, 곧 시스템으로 소현아 씨의 사진을 인식할 겁니다. 30분 안에 결과를 받을 수 있을 겁니다.”강지훈은 옆에 있는 사람에게 권총을 건네며 말했다.“지금 호텔로 간다.”“알겠습니다, 주인님.”거꾸로 매달려 있던 흑인 남자는 그야말로 숨이 넘어가기 일보 직전이었다. 이곳은 사막과 가까운지라 지면에서 뜨거운 열기까지 올라오고 있었다.“가지 마세요! 형님!”“저 혼자 여기 두지 마세요. 무서워요, 아빠!”옆에 있던 규영이 입을 열었다. “주인님, 저 사람 풀어주는 게 어떠십니까.”“현아 아가씨 배 속에 있는 아기를 위해 덕을 쌓는 셈 치는 거죠.”“제가 옛날 어르신께 듣기로는...” 그 순간 규영은 자기도 모르게 실언했다는 것을 깨닫고 급히 말을 바꾸었다. “죄송합니다, 주인님. 어르신의 말을 꺼내는 게 아니었는데...”강지훈이 미간을 찌푸렸다.“뭐라고? 계속해!”규영은 조심스레 말을 이어갔다.“집안에 임신한 사람이 있을 때는 피를 보면 안 된다고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배 속에 있는 아기에게 재앙이 닥친다고요.”강지훈은 그 말을 듣고 황당하고 터무니없다고 생각했다. “그런 미신은 대체 어디에서 주워들은 거야? 북경 감옥에서 매일같이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데, 그럼 배 속에 있는 아이를 지키지 못한다는 거야?”“주인님, 그런 말씀은 함부로 하시면 안 됩니다. 혹시 모르니 믿는 게 좋습니다. 설령 사실이 아니더라도 경각심을 가져야 합니다. 현아 아가씨 배 속에 있는 작은 주인님을 위해서라도요.”“주인님께서 좋은 일을 하시면 자연히 작은 주인님에게 복이 쌓일 겁니다. 또한 현아 아가씨께서 순산도 하실 수 있을 거고요.”강지훈의 눈동자가 가라앉았다. 예전에는 본 적 없는 눈빛이었다.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면 왠지 모르게 가슴속에서 미묘한 감정이 느껴졌다.“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411화

    “우리 둘 다 옷도 입고 있었어. 그냥 너무 추워서 그랬어. 강용 몸은 뜨겁고 따뜻하더라고.”당황스러운 표정으로 횡설수설 변명하는 소현아의 모습이 귀여워 장소월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알아. 나는 단지 강용의 안전을 걱정하는 거야. 그 강지훈이라는 사람은 아주 나쁜 놈이거든. 혹시 그 사람이 강용에 대해 물어보면 모른다고 해야 해. 강용과 모르는 사이인 척, 전혀 개의치 않는 척해야 해. 알았지?”“그럼 소월이랑도 모르는 사이라고 해야 해?”장소월은 소현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난 괜찮아. 내가 방법을 알려줄게. 나중에 돌아가서 강지훈의 입에서 남자 이름이 나오면 무조건 모른다고 해야 해. 여자는 괜찮아.”“그리고... 혹시 다른 사람이 널 괴롭히면 울면서 그 사람이 너를 때렸다고, 욕했다고 말해야 해. 강지훈한테 전부 고자질해.”소현아는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말했다. “눈물이 안 나오면 어떡해? 꼭 울어야 해?”장소월은 웃음이 터져 나왔다.“현아야, 넌 왜 이렇게 귀여운 거야! 나중에 나한테도 딸이 생기면 너처럼 귀엽고 천진난만하게 자라줬으면 좋겠어.”그녀에게는 아무런 걱정도 근심도 없다.사실 이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 아는 것이 많을수록 자신을 영원히 빠져나오지 못하는 감옥에 가두기 십상이니까. 온 힘을 다해 발버둥 치다가 결국 그녀처럼 되어버리고 만다.소현아는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을 누릴 자격이 있다.그녀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소현아는 장소월의 손을 잡고 북경 감옥에서 있었던 모든 일을 이야기했다. 장소월은 강지훈이 소현아를 강하게 통제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만 그는 아직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있다.사랑은 저도 모르는 사이에 피어오르는 감정이다.왜 하필 강지훈이란 말인가!장소월은 잠들어 있는 소현아를 보며 조용히 이불을 덮어주었다.강지훈 같은 사람은 무해하고 천진난만한 소현아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그들이 사는 세상은... 그야말로 상상하기도 꺼려질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410화

    수술실 문밖에 돌아와 보니, 강용은 여전히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장소월은 그에게 음식을 챙겨주었다.“수고했어. 먼저 가서 쉬어. 나랑 현아가 근처에 방 두 개 잡아놨어. 현아는 당분간 나랑 같이 잘 거고, 이건 네 방 카드야. 현아랑 같이 먼저 가 있어.”“됐어, 너도 아직 몸이 회복되지 않았잖아. 이 정도는 버틸 수 있어.”“나중에 그 사람이 나오면 내가 도와야할 일이 있을 거야. 여자인 너 혼자서는 불편해.”장소월은 화장실에서 꾸물거리며 나오는 소현아를 바라보았다. 손에는 간식 두 봉지도 들려 있었다. “그래... 알았어. 나는 옷이라도 좀 사러 가야겠다. 너무 급하게 나오느라 옷을 많이 못 챙겨왔거든.”“그래, 갔다 와.” 강용은 정말 배가 고팠는지, 게눈 감추듯 순식간에 모두 비웠다.장소월이 물었다. “옷 말고 또 필요한 거 있어?”“아무거나, 네 맘대로 해.”강용은 주머니에서 은행 카드 하나를 꺼냈다. “여기에 돈 좀 있어. 내 걸로 결제해.”“됐어. 이 돈은 나중에 쓸 데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네가 가지고 있어.”“너는 남자니까, 나중에 뭐라도 하려면 돈이 좀 있어야지”무거워진 장소월의 말투를 눈치챈 강용은 장난스럽게 말했다. “쳇, 네 그림 한 점이 몇천만 원이나 된다고 지금 날 비웃는 거지? 어휴. 아가씨, 절 키워주시는 건 어때요?“계속 아가씨의 개가 될게요.”장소월은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됐어,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개는 무슨.”장소월은 소현아와 함께 쇼핑몰에 가서 옷을 몇 벌 구매한 뒤 호텔로 돌아왔다. 신분증을 등록하려고 프런트에 선 순간, 장소월은 왠지 모르게 불안한 느낌이 엄습했다. 하여 새로운 신분증을 꺼내 등록 정보로 사용했다.“미카엘 씨, 여기 객실 카드입니다. 즐거운 여행 되세요.”“감사합니다.”원래는 저렴한 호텔에 묵을 생각이었지만, 소현아가 불편해할까 봐 걱정되어 이곳으로 결정했다. 10층에 위치한 방에 들어가 커튼을 열어보니 아름다운 강 풍경이 눈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409화

    아이...지금 세 사람은 확실히 아이를 키울 여유가 없다.전 부인이 말했다. “절대 월이 돌려주지 않을 테니까 내 아이 뺏어갈 생각은 하지도 말아요.”강용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됐어요. 우리 셋 다 당신 아이 봐줄 시간 없어요. 당신이 준다고 해도 우리가 싫어요.”“참, 그리고 전 남편 치료비도 잊지 말고 내줘요.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한때 부부였는데 너무 매정하게 굴지는 말아야죠.”그녀는 화가 난 듯 씩씩거리며 에르메스 한정판 가방에서 돈다발을 꺼내 던졌다. “그동안 아이를 키워준 양육비와 예전 나한테 줬던 돈 전부 갚았어요. 이제 각자 갈 길 가고 다시는 얼굴 보지 말자고요.”별이는 얼굴이 엉망이 된 채 서럽게 엉엉 울고 있었다. 장소월은 차마 볼 수 없어 시선을 돌렸다. 필경 다른 사람의 사생활이니 왈가왈부할 수가 없었다.그녀는 아이의 엄마다. 엄마가 데려가겠다고 하면 아무에게도 막을 권리가 없다.그들이 위풍당당하게 떠난 후, 강용은 돈을 세어보았다. 몇백 달러 정도였다. “제기랄, 몇만 달러짜리 가방을 들고 다니면서 전 남편에게는 쥐꼬리만큼도 안 주다니. 빨리 죽으라고 고사라도 지내는 건가. 이 돈으로는 수술도 못 하겠네.”장소월이 말했다. “됐어, 강용. 사람 목숨은 하늘에 달려 있는 거야. 일단 이준 씨 어떻게 됐는지부터 알아보자.”“그래.”소현아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소월아, 아기가 배고픈 것 같아. 들어봐... 얘네 둘이 소리치고 있어.”강용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네가 배고픈 거면서 무슨 엉뚱한 소리야. 밥 먹을 시간이긴 하네. 넌 소현아 데리고 근처 식당에 가서 밥 먹어. 이준 씨한테는 내가 가볼게.”며칠 동안 강용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는 생각에 장소월은 안쓰러운 표정으로 말했다.“빨리 먹고 포장해서 갖다 줄게.”“그래.”식사를 마친 뒤 장소월은 소현아를 데리고 검사를 받으러 산부인과로 향했다. 30분 후, 결과가 나왔고 예상외로 기쁜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의사는 검사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408화

    바로 맞은편 길에서 또 한 무리의 차량이 웅장하게 지나가고 있었다. 규영이 돌연 즉시 차를 세우라며 소리쳤다. “...저... 현아 아가씨 목소리 들은 것 같아요.”강지훈은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다가 그 말에 번쩍 눈을 떴다. “확실해?”규영은 확신할 수는 없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목소리가 정말 현아 아가씨 같았어요. 소월이라는 이름을 부르기도 했고요. 현아 아가씨 친구분이 장소월 씨잖아요. 그냥 우연인 걸까요?”강지훈은 마지막 남은 인내심까지 바닥난 듯 말했다. “얼마나 남았지?”운전석에 묶여 있던 남자는 강지훈이 꽤 많은 힘을 들여서 찾아낸 인물이었다. 소현아의 행방을 쫓다가 드디어 실마리를 찾았다. 바로 이 남자가 소현아에게 가짜 신분증을 만들어 주었던 것이다. 그동안 강지훈의 정보 조직이 오랫동안 소현아의 소식을 찾지 못했던 이유였다.강지훈은 항공편 정보를 토대로 소현아의 사진을 일일이 대조한 결과, 그녀가 다른 두 사람과 함께 이곳 사막으로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또한 이곳에서 얼마 전 폭동이 일어났고, 소현아는 무사하다는 사실까지 확인했다.흑인 남자가 한 민박집 앞에 차를 세웠다. “여깁니다, 바로 여기예요.” 사투리가 가득 섞여 있는 목소리였다.강지훈이 차에서 내리자, 곧이어 뒤따라오던 몇 대의 검은색 승용차에서도 사람들이 우르르 내렸다. 잠겨 있는 대문을 본 강지훈은 그대로 발로 쾅 하고 걷어찼다. 몇몇 사람들이 신속하게 위층으로 올라갔고, 강지훈도 천천히 소파 옆으로 걸어갔다. 규영과 미경은 주방으로 향했다.2분 후, 위층으로 올라갔던 흑인 남자가 보고했다. “위층에는 세 명이 살고 있고, 옷가지도 좀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물건들은 없는 것으로 보아 이미 떠난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규영이 말했다.“주인님, 냉장고에 현아 아가씨가 좋아하는 방울토마토와 포도가 있습니다... 방금 전까지 아궁이에 불을 지폈던 흔적도 있습니다. 나간 지 얼마 안 된 것 같습니다.”강지훈은 베개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