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훈 손에 들어간 사람은 단 한 명도 북경 감옥에서 걸어 나오지 못했어. 생각 잘 해보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결정해. 강지훈으로부터 소현아를 구해낼 사람은 이 세상에 나밖에 없어.”장소월 또한 북경 감옥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곳인지 잘 알고 있었다. 사형수들만 갇혀 있는 그곳에선 죽어 시체가 되는 것 외에 나올 방법이 없다.아무 잘못도 없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곳에 발을 들이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의 처참한 시체로 발견되곤 한다.전연우는 이미 자리에 앉았고, 도우미들은 두 세트의 그릇과 수저를 식탁에 올려놓았다.장소월이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가슴에서 끓어오르는 화를 짓누르며 주먹을 꽉 말아쥐었다.결국 그와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장소월은 고작 몇 입만 깨작거렸다. 전연우가 집어준 반찬은 손도 대지 않고서 말이다.어느덧 시간은 새벽 열두 시가 되어가고 있었다.전연우가 식사를 마쳤을 때, 식탁 위 반찬도 거의 식어버렸다.그가 젓가락을 내려놓은 그 순간 장소월이 무표정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약속한 대로 현아 무사히 집에 보내줘. 그러면 앞으로... 나도 어디에도 가지 않고 얌전히 남원 별장에만 있을게. 하지만 내가 하고 싶어 하지 않는 일은 강제로 시키지 말았으면 좋겠어.”“난 성세 그룹 안주인이 되고 싶지 않아. 너랑 결혼은 더더욱 싫고.”“마지막으로... 네가 누구와 결혼하든 나와는 아무 상관도 없어.”짧은 자유를 끝으로 다시 집에 돌아오게 된 그녀는 또다시 영혼 없는 인형이 되어버렸다.3층 복도, 별이는 아직 울고 있었다. 하지만 살아있는 시체마냥 뚜벅뚜벅 걷고 있는 장소월의 귀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그녀는 침실로 돌아온 뒤 다시 침대 옆 탁자 위에 놓인 반지를 발견했다. 샤워를 마치고 나니 갑자기 피곤이 몰려와 빠르게 잠이 들었다.깊은 밤 고요한 서재 안, 전연우는 서랍 안에서 담배 한 대를 들고 돈뭉치를 꺼내놓았다.“아주머니가 마땅히 받아야 할 돈이에요.”은경애는 돈을 보고서도 바로 받지 않고 걱
장소월이 조심스레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 아직 그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만약 그녀가 전연우가 경계심을 느끼는 범위 안까지 접근한다면 그는 분명 깨어날 것이다.그녀가 손을 뻗었다.“전... 전연우?”장소월이 낮게 그를 불렀다.하지만 그때, 돌연 전연우가 눈을 번쩍 떴다. 이어 손이 강력한 힘에 잡혀 끌려가더니 몸 전체가 침대에 널브러졌다. 전연우의 무거운 몸이 위에서 가녀린 그녀를 압박하고 있었다.장소월은 깜짝 놀란 토끼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고 겁에 질려있었다. 남자의 미세한 호흡이 그녀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정신을 잃은 것 같았다.“전연우, 나 아파. 빨리 일어나.”그는 역시 반응이 없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장소월은 무언가 잘못됐음을 느꼈다. 그의 체온이 무서울 정도로 뜨거웠기 때문이었다.고개를 떨구고 살펴보니 입고 있던 옅은 색 잠옷 치마가 빨간 피로 물들어 있었다. 장소월은 순간 호흡을 멈추었다. 그녀는 그제야 어제 전연우의 목에 생긴 상처가 치료되지 않았다는 것을 발견했다.설마 세균에 감염된 건가?어쩐지 반응이 없더라니.“전연우, 빨리 깨어나. 나 아프단 말이야!”“...”“나쁜 놈아! 일어나라고!”장소월이 아무리 소리쳐도 전연우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허리를 감고 있는 팔에선 조금도 힘을 풀지 않았다.“영수야, 너 어떻게 돌아온 거야!”그 말에 전연우가 돌연 눈을 뜨고는 고개까지 들고 날카로운 눈동자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의 호흡이 거칠어지니 몸에 찌든 니코틴 냄새가 더더욱 농후해졌다.“가면 안 돼!”그는 괴로움을 애써 참으며 힘겹게 짧은 네 글자를 내뱉었다.그가 키스하려 다가오자 장소월은 어디에서 힘이 솟아올랐는지 바로 그를 옆쪽으로 밀어버렸다. 그가 몸을 누르지 않으니 드디어 정상적으로 호흡할 수 있었다. 전연우는 언제부터인지 그녀의 손목을 꽉 잡고 있었다.그녀는 손을 빼내려 했으나 아무리 발버둥 쳐도 무용지물이었다. 하여 그녀는 전연우가 일부러 아픈 척하는 게 아닌지 의심까지 들었다.몇
기성은은 이상했지만 묻지 않고 바로 소현아의 위치를 보냈다.몇 초 뒤 장소월은 답장을 받았다.뜻밖의 대답에 그녀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가 뻔뻔한 줄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로즈 가든에 있는 소현아를 왜 북경 감옥에 있다고 거짓말한단 말인가. 나쁜 자식!장소월은 신분증과 여권을 챙겨 들고 문을 나섰다. 그녀는 의식을 잃은 채 깊게 잠들어 있는 남자를 쏘아보고는 이 기회를 틈타 그의 따귀를 두 대 내리쳤다.그러고는 물건을 들고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별장에서 뛰어나가 오 집사가 운전하는 차에 앉아 로즈 가든으로 향했다.한편 아무것도 모르는 소현아는 와구와구 디저트를 먹고 있었다. 옆에선 소민아가 무료한 얼굴로 좋아하는 연예인이 나오는 예능 프로그램을 보고 있었다.“언니, 그렇게 많이 먹었는데 좀 쉬면 안 돼? 더 먹으면 정말 다시 살 못 빼.”소현아는 다른 건 몰라도 행복하게 사는 건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단순한 성격에 머리엔 음식으로만 가득 차 있으니 말이다.입맛이 하루하루 더 도는 모양이다.“민아야, 네가 몰라서 그래. 우리 엄마아빠가 많이 먹으면 복이 온다고 하셨어. 복 많이 가져야 앞으로 아무한테도 괴롭힘당하지 않지.”소민아는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계속 이렇게 먹다가 시집도 못 가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시집을 왜 가? 혼자 사는 게 이렇게 즐거운데.”소민아는 사촌 언니가 왜 이렇게 많이 먹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매일 나가는 쓰레기만으로도 쓰레기 공장 하나는 거뜬히 차릴 수 있을 것 같은 정도였다.소현아는 또 귤을 하나 까고 마구 입안으로 쑤셔 넣었다.소민아도 하나 가져와 맛을 본 순간 얼굴이 잔뜩 찌푸려졌다.“언니, 이 귤 너무 시지 않아요? 이렇게 신 걸 어떻게 먹은 거예요?”소현아는 너무 맛있어 행복한 표정으로 말했다.“뭐가 시다는 거야? 하나도 안 신데?”소현아는 연속으로 몇 개 더 입에 넣고 냠냠 씹으며 말했다. 소민아가 미심쩍은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다가
소민아는 경계하며 살며시 문을 열었다. 틈 사이로 살펴보니 장소월이었다.그녀가 문을 벌컥 열었다.“소월 언니? 여긴 무슨 일이세요?”“뭐라고? 소월이? 소월이가 왔어?”소현아의 눈동자가 순식간에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했다.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간식까지 내팽개쳐버린 채 급히 신발을 신고 문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녀가 장소월을 와락 끌어안았다.“소월아, 정말 보고 싶었어. 왜 이제야 온 거야!”장소월은 그녀에게 안겨 숨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현아야, 언제부터 여기에 있었던 거야?”“잊어버렸어. 소월아, 나랑 같이 있자.”소현아가 팔을 잡아당겼지만 장소월은 거절했다.“아니야. 너한테 해줄 얘기가 있어서 왔어. 현아야, 너 지금 빨리 집에 가봐야 해. 네 어머니 아버지께서...”장소월은 말을 채 잇지 못했다. 소현아가 무사히 눈앞에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 일 없는 듯한 소현아의 표정을 보니 강지훈에게 속았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듯했다.“엄마아빠가 왜? 내가 강지훈 씨 집에서 너무 오래 머물러서 화나신 거야? 하지만 강지훈 그 나쁜 놈이 엄마아빠한테 말씀드렸다고 했어. 그럼 걱정 안 하실 텐데...”장소월은 의아한 눈빛으로 소현아를 바라보다가 이내 알아차리고 말했다.“현아야, 내가 예전에 말했었잖아. 아무도 믿으면 안 된다고. 특히 강지훈을 보면 반드시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한다고 분명히 말했어.”소민아가 깜짝 놀라며 소리를 질렀다.“뭐라고요? 강지훈? 언니를 데려간 사람이 강지훈이라고요? 그럼 대표님은 왜 언니를 이곳에 데려온 건데요? 병을 치료하려고 데려온 게 아니에요?”장소월이 이마를 찌푸렸다. 소민아의 말을 들으니 일이 생각한 것만큼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은 것 같았다.장소월은 손목시계를 보고 시간을 확인하며 말했다.“현아야, 물 한 컵만 가져다줄래?”“응. 알았어. 지금 바로 갈게.”“미지근한 물로 부탁해. 너무 차가워서도 안 되고 너무 뜨거워서도 안 돼.”소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
조수석에 앉아 잠시 잠들었던 장소월은 차가 덜컥거리는 바람에 깨어났다. 주위를 둘러보니 처음 와보는 낯선 곳이었다.“기사님, 여기 어디죠?”“여긴 남교시예요. 해성까지 가려면 아직 40분 정도 남았어요.”“여기에 세워주세요.”“해성으로 가겠다고 하지 않았어요? 택시비까지 다 받았는데 다시 돌려주는 건 없어요!”“네. 괜찮아요.”택시 기사는 흔쾌히 장소월을 가장 북적이는 도시 중심에 내려주었다.전연우는 깨어나면 분명 그녀가 해성으로 갔을 거라 예상할 것이다. 때문에 잠시 다른 곳에 머무르며 그의 레이더를 피해 가는 것이 좋다.장소월은 차에서 내린 뒤 주민등록증이 필요 없는 여관으로 가 하룻밤 묶기로 했다.“아가씨, 보아하니 혼자 남교에 온 것 같은데 일자리 찾으려고 왔어요? 그럼 내가 하나 소개해 줄게요. 본인만 성실히 노력하면 한 달에 8, 90만 원은 문제없어요.”장소월은 그녀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 방 키를 받은 뒤 위층으로 올라갔다.이어 문을 모두 잠그고 소파와 책상으로 단단히 막아놓았다.이곳 날씨는 습하고 더워 이불에서 꿉꿉한 냄새가 진동했다. 필경 몇천 원밖에 안 되는 여관이니 꾹 참고 하룻밤 자고 난 뒤 내일 다시 다른 집을 찾으면 될 것이다.카드에 넣어두었던 돈을 모두 현금으로 꺼내 보니 200만 원가량 되었다. 2006년의 200만 원은 적지 않은 금액이다.이제 밤하늘은 완전히 어두워졌다.그녀는 전연우가 조금이라도 더 늦게 깨어나길 바라고 또 바랐다.가장 좋은 건... 영원히 깨어나지 못하는 것이다.실은 장소월이 떠난 지 두 시간 이후부터 기성은은 찝찝함을 떨칠 수가 없었다. 수많은 전화를 걸어보았으나 상대방은 줄곧 묵묵부답이었다. 더욱이 종래로 문자라곤 보내본 적 없는 그가 메시지를 보내다니.다섯 시 반, 기성은은 남원 별장으로 전화를 걸었다.도우미는 침실에 들어가 전연우를 살펴본 뒤에야 그가 이미 오래전에 정신을 잃고 있었다는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곧바로 119에 전화를 걸었다.전연우는 구급대원들의 들것에
서철용은 전연우의 상처를 치료하고 약을 발라주었다.링거를 꽂고 체온을 떨어뜨리니 어느덧 저녁 열한 시 반이 되어 있었다.위층 직원 숙소에서 머물던 배은란이 간식거리를 들고 들어왔다.“전연우 씨 괜찮아?”서철용은 들고 있던 잡지를 내려놓고 지끈거리는 이마를 꾹꾹 눌렀다.“많이 괜찮아졌어. 오늘 밤 안엔 깨어날 거야. 난 이곳에서 지켜봐야 해. 시간이 늦었으니까 넌 얼른 들어가서 쉬어.”배은란이 의자에 손을 대자 서철용은 곧바로 그녀를 도와 의자를 옮겨 주었다. 그녀가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나도 같이 있다가 깨어나면 들어갈게.”서철용이 옅은 웃음을 지으며 그녀의 손을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그럼 30분만 함께 있어 줘.”배은란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기성은은 회사 일을 마치고 로즈 가든으로 향했다. 역시나 소현아도 소민아도 모두 보이지 않았다.그는 차를 몰고 병원으로 가는 길에서 소민아에게 수도 없이 전화를 걸었으나 들려오는 건 텅 빈 신호음뿐이었다. 그가 일그러진 얼굴로 마지막 전화를 끊었다.남원 별장 상황도 이미 파악했다. 도우미의 말에 의하면 장소월은 오전에 급히 운전기사를 불러 나간 이후로 아직도 돌아오지 않고 있다고 한다. 차에 붙어있던 GPS는 줄곧 해성시만 가리키고 있었다.장소월 이 여자 또 도망친 것이 분명하다. 기성은은 곧바로 해성시 경찰서에 연락해 장소월을 발견하면 잡아두라고 일렀다. 그 후 어떻게 처리할지는 대표님이 깨어난 뒤 결정하면 될 것이다.만약 장소월이 순조롭게 해외로 도망친다면 대표님은 그 죄를 기성은에게 물을 것이다.이상한 건 해성시 쪽에서 인력을 모두 동원해 해성시로 들어가는 모든 길목을 지키고 있음에도 5, 6시간이 지나도록 아무 소식이 없다는 것이다. 설마 연막작전을 쓰고 아예 떠나지도 않은 건가?기성은은 아무리 애를 써도 장소월의 목적지가 어디일지 생각해낼 수가 없었다.그가 병원에 도착하니 새벽 한 시가 넘어가고 있었다.그때 전연우는 의식을 되찾았다.남자는 파란색과 하얀색 줄무늬 환자
기성은이 말했다.“하지만 회사 쪽 업무는 대표님께서 처리하셔야 합니다!”“나가서 찾으라고 했어!”기성은의 입꼬리가 밑으로 말려내려 갔다. 그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네.”서철용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이제 회사도 필요 없는 거야? 전연우... 여태껏 뭐 하다가 이제 와서 이러는 거야!”...장소월은 저녁밥을 먹지 않고 옷을 입은 채 얕은 잠이 들어있었다. 그때 문 앞에서 인기척과 함께 여자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있잖아요. 이 안에 있는 여자 이거예요.”여자가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여자는 뚱뚱한 몸매에 얼굴엔 싸구려 화장품을 발랐는지 파운데이션이 덕지덕지 떠 있었다. 그녀가 손가락에 담배 한 대를 끼우고 남자 몇 명을 데리고 왔다.“내 마음에만 들면 마담한테 섭섭지 않게 보상할게요.”“그건 걱정하지 말아요. 오죽하면 제가 먼저 전화를 걸었겠어요.”그 여자는 바로 이 여관의 여주인이었다.여자가 등 뒤 남자에게 신호를 보내자 남자는 곧바로 향을 하나 피운 뒤 문틈으로 집어넣었다.장소월의 코에 이상한 냄새가 파고 들어왔다. 점점 더 짙어가는 냄새에 그녀가 눈을 떴다. 문 쪽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본 그녀는 곧바로 코를 막고 창문을 열려 일어섰다. 하지만 순간 온몸에 힘이 빠져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남자가 문틈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고는 말했다.“누님, 됐어요. 저 여자 쓰러졌어요.”“문 열고 들어가!”그는 열쇠를 열고 문을 밀어보았지만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경계심이 꽤 높은 여자인가 보네요. 소파로 문을 막은 것 같아요. 밀리지 않아요.”짙게 화장한 여자가 차가운 웃음을 터뜨렸다.“그럼 부숴.”여관 주인이 한숨을 내쉬었다.“안 돼요! 새로 만든 지 얼마 안 된 문이란 말이에요.”“걱정 말아요. 그깟 돈은 충분히 보상해줄 수 있어요.”남자가 몇 번 발길질하니 안에 있던 가구가 이동하고 자그마한 틈이 생겨났다.장소월은 희미한 정신으로 애써 눈을 뜨고 들어오는 사람들을 보고 있었다. 반항하고
어린 소녀들은 모두 희망을 포기한 채 고통 속에 찌들어 살고 있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완전히 미쳐버려 실실 웃기만 했다.장소월이 물었다.“돈이요? 어떻게 벌게 해줄 건데요?”유홍선은 그녀가 타협하려 하자 사람을 시켜 묶은 손과 발을 풀어주었다. 그녀를 놓아준다고 한들 자신의 영역 밖으로 도망치지 못할 거라고 자신했기 때문이었다.장소월의 표정은 아주 덤덤했다. 예전엔 경험해 보지 못했던 광경이니 무섭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도와줄 수 있는 이가 없으니 스스로 방법을 생각해내야 한다.간신히 이리 굴에서 도망쳐 나오니 이번엔 또 호랑이 굴에 잡혀 들어올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유홍선이 허리를 굽히고 장소월의 얼굴을 톡톡 두드렸다.“돈 버는 건 쉬워. 남자들의 환심을 사면... 돈은 자연히 들어오게 되어 있어!”...유홍선은 그녀가 더는 반항하지 않자 드디어 보물을 찾아냈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이미 수많은 여자들을 보았었기에 어떻게 하면 허영심을 만족시켜주는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하여 미모와 몸매를 이용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달콤한 유혹을 하곤 했다. 유홍선은 장소월을 아가씨 숙소에 데려다준 뒤 고급 브랜드 화장품과 옷, 그리고 가방들을 가득 안겨주었다.유홍선이 말했다.“오늘은 일단 푹 쉬어. 내일 저녁에 내가 손님 들여보내 줄 테니까.”유홍선은 핸드폰 카메라를 장소월에게 고정하고 5, 6초 길이의 영상을 찍었다. 영상 속 수려한 미모와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보고 있으면 부잣집 귀한 딸내미 같았다. 만약 그녀가 입었던 브랜드도 알 수 없는 옷이 아니었다면 절대 이렇듯 쉽게 움직이지 않았을 것이다.장소월은 그녀 손에 들린 핸드폰을 보고는 빼앗으려 손을 뻗었다.“저 찍으면 안 돼요. 핸드폰 이리 내요!”등 뒤에 서 있던 남자가 곧바로 그녀를 막아 세웠다. 유홍선이 웃으며 말했다.“이봐, 어린 아가씨. 이 영상으로 사장님들과 거래해야 하지 않겠어... 아니면 누가 널 알겠어? 걱정하지 말고 고분고분 내 말만 잘 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