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부터 해성까지 길은 조금의 사각지대도 놓치지 않고 샅샅이 뒤졌다.명령을 받은 경찰서에선 이 실종 사건에 모든 경찰을 출동시켰다. 또한 전연우는 회사의 경호원들까지 동원해 나라를 뒤집어엎기라도 할 듯한 기세로 장소월을 찾는 데에 총력을 기울였다.다음 날, 전연우는 밤새 잠에 들지 못하고 조용히 소식을 기다렸다.서철용은 그런 그를 보고 있는 것이 안타까워 말했다.“소월 씨가 걱정되는 건 알겠는데 이렇게 잠도 안 자고 약도 안 먹으면 소월 씨를 찾기도 전에 네가 먼저 쓰러져.”전연우는 못 들은 척 눈을 감고 반지를 꽉 말아쥐었다.서철용은 전연우가 한 사람을 목숨까지 버릴 정도로 사랑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계속 이렇게 지속하다간 자신의 수명을 갉아먹고 말 것이다.서철용은 그에게 약효가 더 강한 링거로 바꿔주었다.그때, 기성은이 무언가 손에 들고 들어왔다.“대표님, 소식이 왔습니다.”전연우가 실핏줄이 가득 서려 있는 눈을 뜨고는 피곤함이 가득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말해.”“이건 소월 아가씨의 가방입니다. 어제 아가씨께선 택시를 타고 남교시에 도착한 뒤 10만 원을 택시기사에게 지불했습니다. 그곳은 해성시에서 100킬로, 즉 차로 한 시간 달리면 도착할만한 거리에 있는 도시입니다. 이 가방도 남교시 청소 아주머니가 발견하고 경찰서에 제출한 거라고 합니다. 지문을 떠보니 아가씨의 지문과 일치했고요. 하지만 다른 사람의 지문도 있는 거로 보아 누군가에게 납치를 당한 거로 보입니다.”전연우의 눈동자에서 순식간에 살기가 일렁였다.“지금 어디에 있어?”기성은이 대답했다.“지금 경찰서에서 CCTV를 확인하고 있으니 곧 소식이 올 겁니다.”“한 시간 내에 알아내야 할 거야.”전연우는 격렬히 흥분하는 바람에 상처에 또 무리가 와 연거푸 기침했다. 서철용은 재빨리 그를 부축했다.“움직이지 마. 상처 조심해야 해.”그때 기성은의 핸드폰이 진동했다. 그가 문자메시지를 살펴보고 나서 곧바로 전연우에게 보고했다.“대표님, 어젯밤 소월
경찰은 그녀에게 알려줘도 별다른 문제는 없을 거라 생각했다.“성세 그룹 안주인이에요. 최근 누군가에게 납치된 것 같은데 혹시 조금이라도 아는 것이 있으면 바로 말하는 게 좋을 거예요.”“아. 네. 알겠습니다.”경찰서에서 나온 뒤 여관 주인은 곧장 집으로 간 뒤 부랴부랴 짐을 챙겼다. 성세 그룹 안주인이었다니, 들키면 그녀는 끝장이다.수년 동안 무사히 이 일을 해왔는데 한순간에 똥물을 뒤집어쓰다니.경찰은 이곳에서 단서가 끊기자 그 길을 지나간 모든 차량들의 조사에 착수했다.날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화려한 장식으로 감춰진 뼛속까지 썩어 문드러진 더러운 곳.“나한테 손대지 말아요!”장소월이 강제로 차에 올라탔다.“날 어디에 데려가려는 거예요.”남자 두 명이 그녀를 밧줄로 묶고 그녀 몸을 더듬고 있었다.“넌 운도 참 좋아. 해성시 거물급 인사 눈에 들었으니 말이야. 지금 그분한테 가는 길이야. 도착하면 절대 그분 심기를 건드리면 안 돼. 그때가 되면 아무도 널 구해내지 못한다는 거 명심해.”“됐어. 당장 몸에서 손 떼. 옷 다 찢어지겠어.”유홍선의 한마디 말에 두 남자는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차는 한 시간 반을 달려 7시에 한 낯선 곳에 도착했다.정장을 입은 매니저가 음침한 눈빛으로 장소월을 아래위로 훑어보고는 그녀를 데리고 엘리베이터를 탄 뒤 작은 방으로 안내했다. 그리고는 장소월의 목, 팔, 그리고 다리에 수상한 기계를 채웠다.“저 여자가 무대에 오르면 원래 가격대로 보너스 줄게요.”장소월은 유홍선이 자신을 이곳에 팔아넘겼다는 걸 알 수 있었다.유홍선이 떠난 뒤, 장소월은 화려하게 치장한 여자들의 무리에 던져졌다.이후, 문이 닫혔다.미모가 출중한 여자들이 수도 없이 많았다. 다들 야한 옷차림을 하고 화장대에 앉아 화장을 하고 있었다. 또 앳돼 보이는 몇몇 어린 여자아이들은 이상한 물건을 몸에 달고 구석에서 엉엉 울고 있었다.장소월은 그들에게 접근해 상황을 알아보려 했다. 이 낯선 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도저히
장소월은 태연한 얼굴로 그녀를 마주 보고 서 있었다. 조금의 두려움도 느끼지 않는 듯했다.“그림 그렸었어요. 다른 일 없으면 미안하지만... 비켜주실래요.”장소월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들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너...”전혀 움츠러들지 않는 장소월의 모습을 본 주지연은 단단히 혼내줘야겠다는 생각에 그녀를 잡으려 몸을 돌렸다. 그녀의 눈에 무릎을 굽히고 앉아 울고 있는 여자아이를 위로하는 장소월이 들어왔다.장소월은 몇 마디 나누고 난 뒤에야 아이는 부모님에 의해 이곳 해상시 천상인 업소에 팔려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들 몸에 단 기계는 시간을 기록하는 용도였다. 손님이 여자를 선택한 그 순간부터 시간을 기록해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손님이 무엇을 요구하든 절대 반항할 수 없고, 그 룰을 어긴다면 엄중한 처벌을 받게 된다.그녀 몸에 나 있는 상처가 가장 명확한 증거였다.얼마 후, 빠르게 그녀 차례가 되었다.“설마 이곳에서 도망치려는 건 아니죠?”“소용없어요. 아무도 우릴 구하지 못해요. 해성시 경찰들까지 이곳 사람들과 한통속이니까요. 도망친다고 해도 그들에게 잡혀 돌아올 거예요. 언니.. 저 또 팔려가고 싶지 않아요. 저 좀 도와주시면 안 돼요?”장소월은 따뜻한 말로 그녀를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걱정하지 마. 곧 괜찮아질 거야.”그녀는 전연우가 인맥과 권력을 총동원해 자신을 찾는 건 시간 문제라고 생각했다.어린 소녀의 양부모는 고작 열여덟 살밖에 안 되는 아이를 이곳에 팔아버렸다. 오직 남동생을 잘 키우기 위해 말이다.천상인 업소 VIP 룸 안, 남자가 상석에 다리를 꼬고 앉아 있었다.“강 소장님, 최상급 아이들을 데려왔습니다. 마음에 드는 아이가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제가 바로 데려올게요.”주지연은 천상인에서 미모가 가장 출중한 에이스였다. 하여 그녀는 자연스럽게 강지훈의 옆에 앉아 그에게 술을 따라주었다. 오랫동안 이 업계에서 뒹굴며 수많은 남자들을 만나보았었다. 뚱뚱하고 기름이 번지르르한 아저씨부터 시작해 딱딱하고 준수한
오늘 밤이 지나면 설날이다.길엔 흰 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다.히터가 충분히 켜져 있는 차 안, 기성은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백미러를 쳐다보았다.“저희가 반드시 소월 아가씨를 모시고 올 겁니다. 대표님 몸도 성치 않으신데 직접 가실 필요 없습니다.전연우는 잠시 의식을 잃었다가 깨어나자마자 장소월을 찾아 나섰다.다행히 그들은 결국 장소월의 위치를 찾아냈다.거짓말이 들통난 여관 주인은 그들의 집요한 협박 끝에 진실을 털어놓았다.경찰이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은 그들 또한 해결하지 못한다는 걸 의미하지는 않는다.전연우는 종래로 좋은 사람이었던 적이 없다. 장소월이 그녀의 손에 잡혀 정신을 잃고 업소에 보내졌다는 사실을 안 이후, 그는 그녀의 손가락 하나를 자른 뒤 경찰서에 던져버렸다. 예전 전연우의 성격이었다면 그녀는 절대 다음 날의 태양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이후 법원 판결을 받은 뒤 감옥에 들어가 시간을 허비하는 것도 괴로울 것이다.경찰은 이번 기회에 인신매매 소굴을 뒤집어엎으려 했다. 그중엔 나체 사진을 찍어 협박해 업소녀가 되게 하는 경우가 즐비했다. 그 죄목만으로도 평생 감옥에서 썩게 하기에 충분했다.“난 괜찮아.”전연우가 몇 번 기침했다.오늘은 설 전날 밤이라 모두 귀성길에 올랐기에 길이 심각하게 막혔다.결국 어쩔 수 없이 헬기를 불렀다.기성은은 대표님의 몸이 버티지 못할까 봐 걱정이 태산이었다.예전 장해진 밑에서 일할 때부터 생긴 고질병이다. 이젠 한 번 발작하면 언제 회복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남원 별장.은경애는 직접 상다리가 부러지게 음식을 만들었다. 모두 장소월이 좋아하는 것이었다. 설날 분위기를 내기 위해 도우미들을 시켜 예쁜 장식까지 해놓았다.천상인 야간 업소.강지훈이 술 한 잔을 부어 장소월의 몸 위에 올려놓았다.“저번에 만난 건 4년 전이었죠 아마? 오늘 밤 보니 더 예뻐졌네요.”주지연은 그들이 예전부터 아는 사이였단 사실에 화들짝 놀랐다. 어쩐지 처음 봤을 때부터 예사롭지 않더라니.“대체 현아한테 무슨 짓
강지훈이 자리에서 일어서니 거대한 그림자가 그녀의 가녀린 몸을 삼켜버릴 듯 뒤덮어버렸다. 순간 본능적으로 압박감과 위험을 느낀 장소월은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 하지만 강지훈은 조금씩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가 벽까지 몰아붙였다. 강지훈이 한 손을 올려 벽을 짚고는 더이상 물러날 곳 없어 멈춰선 그녀를 항해 허리를 굽혔다.급박한 그 순간, 장소월이 돌연 한 마디 꺼냈다.“강지훈 씨, 현아를 그렇게 오랫동안 속여 함께 지냈으면서 마음 조금도 안 줬어요?”장소월은 소현아에 대한 강지훈의 감정에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도박을 걸고 있었다.“오늘 밤 제 몸에 손대면 현아는 평생 당신을 용서하지 않을 거라는 거 명심해요.”소현아 이름의 등장에 강지훈은 잠시 멈칫했다.머릿속에 천진난만한 얼굴과 동글동글 무해한 두 눈이 떠올랐다.그리고 그녀의 목소리까지도...“강지훈 씨, 저 배고파요.”“강지훈 씨, 목말라요. 물 마시고 싶어요.”“강지훈 씨, 내 뱃살 깔았어요.”“강지훈 씨, 저 좀 더 자고 싶어요...”장소월은 그의 얼굴에 스쳐 지나간 찰나의 망설임을 포착했다.하지만 그가 이내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소현아보단 전연우를 내세우는 게 나을 텐데요. 전연우와 함께 일한 세월을 봐서 부드럽게 해줄게요.”바로 그때, 바깥에서 부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소장님.”“무슨 일이야?”부관이 앞으로 걸어와 그의 귓가에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강지훈은 돌연 몸을 돌려 책상에 놓은 수건으로 손을 닦은 뒤 던져버렸다.“이만 가봐요. 소월 씨 같은 재미없는 여자한텐 흥미 없으니까.”장소월은 강지훈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듣자마자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룸을 뛰쳐나갔다.주지연이 술을 한 모금 마시고 말했다.“강 소장님, 왜 보내준 거예요?”강지훈이 어두워진 눈동자로 빙긋 웃어 보였다.“그 여자는 건드리면 안 돼. 천상인은 오늘 밤 해성시에서 사라지게 될 거야.”주지연이 웃음을 터뜨렸다.“소장님, 농담도 잘하시네요. 천상인
조명이 흔들거리는 머리 위 새하얀 천장 아래, 향긋한 향초 냄새가 방 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욕실에서 들려오는 물 소리에 장소월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누군가에 의해 다리가 들린 것 같은 느낌이 든 그녀는 본능적으로 몸부림쳤다. 고개를 들어보니 벌거벗은 남자가 그녀 다리 사이에 무릎 꿇고 앉아 음침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예쁜아, 모르는 척하지 말고 즐겨. 이 오빠한테 잘 협조하면 400만 원 주고 맛있는 것도 사줄게.”약효가 아직 채 가시지 않아 장소월은 힘없이 침대를 짚고 일어났다.“내... 내 몸에 손대지 마!”절반 밖에 몸을 일으키지 못했을 때 남자가 그녀의 다리를 힘껏 잡아당겨 다시 눕혀버렸다.“창녀 주제에 순진한 척은. 이미 셀 수도 없이 많은 남자들과 뒹굴어놓고선.”다른 한 명의 남자가 가운을 두르고 욕실에서 나왔다.“일단 놀고 봐야지, 쓸데없는 말 할 시간이 어딨어. 오늘 밤이 지나면 데려다줘야 해. 누님도 우리 둘이 이 여자 좀 건드렸다고 뭐라 하지 않을 거야.”“이리 와봐, 예쁜아.”가격을 가늠하기조차 힘든 검은색 고급 세단이 천상인 문 앞에 정차했다.안에 앉아있던 모든 사람들이 차에서 내렸다.문지기가 들어가려는 사람들을 막아섰다.“당신들 누구예요? 회원 맞아요? 여긴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에요.”“내가... 들어갈 자격이 없다고?”서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온몸에 살기를 번뜩이는 남자를 본 프런트 직원이 깜짝 놀라며 입을 틀어막았다.“전... 전 대표님?”이 나라 하늘 아래 전연우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얼마 전까지 모든 신문에 신처럼 도배되었던 사람이 아닌가.어떻게 그를 몰라보겠는가!프런트 직원은 말도 내뱉지 못하고 곧바로 길을 비켜주었다.기성은이 사진 한 장을 꺼냈다.“이 여자 본 적 있어요?”프런트 직원이 겁을 먹고 고개를 저었다.“아... 아니요. 저희 매니저님한테 물어보세요.”직원이 재빨리 매니저를 불러왔다.매니저는 사진 속 여자를 보자마자 소름이 돋아올랐다. 찾아온 사
매니저가 조명을 켰다.기성은이 빠르게 한 바퀴 둘러보더니 말했다.“대표님, 소월 아가씨는 안 계십니다.”매니저가 잔뜩 겁먹은 얼굴로 조금 전 이 룸에 서빙했던 종업원에게 물었다.종업원이 말했다.“그 아가씨 룸에서 나간 이후로 어디에 갔는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기성은이 서늘한 한기를 내뿜으며 입을 열었다.“찾아. 모든 룸, 주변 호텔 방까지 전부 하나하나 뒤져. 경찰서에 말해 도시를 봉쇄해서라도 찾아와.”“CCTV도 단 한 곳도 놓쳐선 안 돼.”매니저는 또다시 위협적인 전연우의 눈빛을 받아내야 했다.“그 사람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면 너희들 전부 그 대가를 치러야 할 거야.”천상인이 접대하는 손님은 모두 해성시에서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전연우의 말대로 하다간 VIP의 반감을 살 수도 있지만 어쩔 수 없다. 해성시가 아무리 전연우의 관할 밖 도시라고 할지라도, 그의 권력이라면 해성시 하나 뒤집어엎는 건 일도 아니다.해성시의 명문 세가, 지하폭력배, 모두 서울의 집권자의 심기를 건드릴 수는 없다.천상인 모든 룸을 샅샅이 뒤졌으나 장소월은 보이지 않았다.불만을 터뜨리던 손님들은 이 소란을 피우는 자가 전연우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모두 참아낼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그의 얼굴을 보고 싶어 안달인 사람도 있었다. 필경 전연우같이 피라미드 꼭대기에 있는 사람을 직접 대면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니 말이다.하지만 아무도 감히 그의 눈앞에서 존재감을 과시하지 못했다.호텔 방에서 장소월은 두 팔이 남자에게 꽉 눌린 채 침대에 누워 있었다. 원피스 가슴 쪽이 찢겨 새하얀 피부가 바깥으로 드러났다.해성시 바깥에선 차가운 눈이 내리고 있었다. 뼛속까지 스며든 한기에 그녀의 정신이 드디어 또렷해졌다.그녀가 남자의 중요 부위를 힘껏 걷어차자 남자는 괴로움에 데굴데굴 구르며 소리를 질렀다.그 행동이 남자를 더더욱 자극했다. 그가 장소월의 긴 머리를 잡고 거칠게 바닥에서 질질 끌어당기자 그녀는 고통스럽게 몸을 움츠렸다.“더러운 년, 매를 들
이 넓은 남교시 수많은 여자들 중에서 하필이면 성세 그룹 대표의 와이프를 납치해오다니.그녀와 옷깃이라도 스쳐 간 사람은 단 한 명도 빠져나가지 못할 것이다.죄를 조금이나마 씻기 위해 매니저가 다급히 말했다.“전 대표님, 제가 사모님 위치를 알아내면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시겠어요?”...살을 에일 듯한 추위 속.펑펑 쏟아지는 눈송이가 장소월의 드러난 어깨에 내려앉았다.장소월은 여기저기 찢긴 옷에 몸에 상처까지 나 있어 마치 미치광이와도 같이 만신창이인 모습이었다. 지나가던 사람들은 모두 그녀에게 멀찌감치 거리를 두며 설을 쇠러 집을 향해 급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그때 옆에 걸려 있는 거대 스크린에선 연예인들이 찍어둔 설 인사가 방영되고 있었다.차가운 바람이 덮쳐오니 장소월은 얼굴 전체가 얼어붙는 것 같았다. 모든 소지품을 그들에게 빼앗겨버려 몸엔 일 전 한 푼도 없었다.그녀는 어디로 가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그녀에겐 이제 돌아갈 집이 없다.장소월은 조금 전 비상구 계단으로 도망치던 도중 발목까지 접질려 절뚝거리며 걸어갔다.그 순간의 장소월은 바닥에 떨어져 나뒹구는 꽃잎처럼 처량하기 그지없었다.그때, 길 맞은편에서 검은 그림자가 희미하게 보였다. 건장한 몸집의 낯익은 남자가 걸어오고 있었다. 거리가 가깝지 않았던지라 또렷이 보이진 않았지만 자신을 향해 오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그녀가 몸에 남아 있던 마지막 힘까지 소진하고 쓰러지던 그 순간, 강력한 힘이 감도는 팔뚝이 그녀를 지탱했다. 따뜻한 품에 안기는 순간 남자의 뜨거운 체온이 전해졌다.“너... 너무 추위.”“괜찮아. 곧 따뜻해질 거야.”두꺼운 남자 코트가 장소월의 몸을 꼭 감쌌다.흐릿한 정신의 장소월은 지금 이 순간 부들부들 떨고 있는 남자의 모습은 보지 못했다.전연우는 그녀가 또다시 도망이라도 칠까 봐 품에 힘주어 끌어안았다.머지않은 곳 검은색 군용차 안, 강지훈이 흥미진진한 얼굴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전연우! 네가 한 여자에게 이렇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