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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0화

작가: 차라
경찰은 그녀에게 알려줘도 별다른 문제는 없을 거라 생각했다.

“성세 그룹 안주인이에요. 최근 누군가에게 납치된 것 같은데 혹시 조금이라도 아는 것이 있으면 바로 말하는 게 좋을 거예요.”

“아. 네. 알겠습니다.”

경찰서에서 나온 뒤 여관 주인은 곧장 집으로 간 뒤 부랴부랴 짐을 챙겼다. 성세 그룹 안주인이었다니, 들키면 그녀는 끝장이다.

수년 동안 무사히 이 일을 해왔는데 한순간에 똥물을 뒤집어쓰다니.

경찰은 이곳에서 단서가 끊기자 그 길을 지나간 모든 차량들의 조사에 착수했다.

날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

화려한 장식으로 감춰진 뼛속까지 썩어 문드러진 더러운 곳.

“나한테 손대지 말아요!”

장소월이 강제로 차에 올라탔다.

“날 어디에 데려가려는 거예요.”

남자 두 명이 그녀를 밧줄로 묶고 그녀 몸을 더듬고 있었다.

“넌 운도 참 좋아. 해성시 거물급 인사 눈에 들었으니 말이야. 지금 그분한테 가는 길이야. 도착하면 절대 그분 심기를 건드리면 안 돼. 그때가 되면 아무도 널 구해내지 못한다는 거 명심해.”

“됐어. 당장 몸에서 손 떼. 옷 다 찢어지겠어.”

유홍선의 한마디 말에 두 남자는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

차는 한 시간 반을 달려 7시에 한 낯선 곳에 도착했다.

정장을 입은 매니저가 음침한 눈빛으로 장소월을 아래위로 훑어보고는 그녀를 데리고 엘리베이터를 탄 뒤 작은 방으로 안내했다. 그리고는 장소월의 목, 팔, 그리고 다리에 수상한 기계를 채웠다.

“저 여자가 무대에 오르면 원래 가격대로 보너스 줄게요.”

장소월은 유홍선이 자신을 이곳에 팔아넘겼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유홍선이 떠난 뒤, 장소월은 화려하게 치장한 여자들의 무리에 던져졌다.

이후, 문이 닫혔다.

미모가 출중한 여자들이 수도 없이 많았다. 다들 야한 옷차림을 하고 화장대에 앉아 화장을 하고 있었다. 또 앳돼 보이는 몇몇 어린 여자아이들은 이상한 물건을 몸에 달고 구석에서 엉엉 울고 있었다.

장소월은 그들에게 접근해 상황을 알아보려 했다. 이 낯선 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도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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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사에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편집장님을 탐내는지 알기나 해요?”“게다가 기 비서님은... 이미...” 백혜진은 어젯밤 다른 여자와 다정히 떠나던 기성은의 모습을 떠올리고는 더 이상 말하지 않기로 했다.백혜진은 몰래 소민아의 눈치를 살폈다. 소민아는 그녀의 말을 제대로 듣고 있지 않는 듯 멍하니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백혜진은 혹시라도 그녀가 꼬치꼬치 캐물을까 봐 덜컥 겁이 났다.소민아의 마음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아무리 말해도 전혀 소용이 없다.만약 남들의 몇 마디 말로 한 사람의 마음을 변화시킬 수 있다면, 그렇게 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사람 때문에 인생을 걸지는 않았을 것이다.백혜진은 소민아의 기분을 풀어주려고 두 사람이 함께 보기로 약속했던 영화를 틀었다.소파에 앉아 있는 그녀는 여전히 울적해 보였다.“민아 씨, 아직 밥 안 먹었죠? 내가 가서 음식 데울 테니까 여기서 기다려요. 절대 혼자 몰래 간식 먹으면 안 돼요.”백혜진이 부엌으로 간 후, 소민아는 혼자 덩그러니 소파에 앉아 멍하니 TV를 보고 있었다...그렇게 3, 4일이 지났지만, 그녀의 축 늘어진 기분은 여전히 그대로였다.그러던 어느 날 바깥에서 쇼핑을 하던 중, 쇼핑몰 대형 스크린에서 연예 뉴스가 방송되기 시작했다.“서울시 시장 주가은 씨가 한 남자와 열애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누군가의 제보에 따르면 그 남자는 성세 그룹 총괄 비서인 기성은 씨라고 합니다.”옷가게 문 앞에 서 있던 소민아는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그녀는 휘둥그레진 눈으로 믿을 수 없다는 듯 등 뒤 대형 LED 스크린을 바라보았다. 영상에는 높은 권력과 지위를 상징하는 고급 세단에서 내리고 있는 기성은이 찍혀 있었다. 또한 그의 옆에는 빨간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있었다.“죽... 죽지 않았어!”“민아 씨, 이 옷 어때요? 민아 씨한테 잘 어울릴 것 같은데!” 백혜진이 옷을 들고 와 보니, 소민아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LED 스크린을 멍하니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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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아 씨가 날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거 알아요. 그냥 민아 씨가 너무 걱정돼서 여기 있었던 거예요. 날 보는 게 그렇게 괴롭다면... 갈게요.”소민아는 손을 들어 올려 퉁퉁 부어올라 있는 눈을 가렸다. 그녀가 애써 감정을 억누르며 말했다. “이랑 씨, 미안해요. 난 우리가 그냥 가짜 부부 관계일 뿐이라고 생각했어요. 우리 사이에 어젯밤과 같은 일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어요.”이 말이 그에게 상처가 될 거라는 걸 알면서도, 소민아는 결국 내뱉고 말았다.“민아 씨, 미안하다고 해야 할 사람은 나예요. 어젯밤 민아 씨가 날 그 사람으로 착각하는 바람에 그런 일이 일어난 거예요. 내가 자제했어야 했는데 못 했어요, 미안해요. 내가 말했죠, 민아 씨가 나랑 이혼하고 싶다고 하면 언제든지 놓아줄 수 있다고. 그 말, 지금도 유효해요.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분히 생각해봐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면, 결혼식 취소하고 이혼해요.”신이랑은 담담하게 말하고 난 뒤 뒤돌아섰다.차에 올라타 회사로 향하던 신이랑은 불안한 마음에 백혜진에게 전화를 걸었다.신이랑이 전화를 걸어오다니, 너무나도 뜻밖이었다.전화가 끊어지려는 순간, 백혜진은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신 편집장님, 이걸 말씀드려야 할지 말아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신이랑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말하기 불편하다면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민아 씨 잘 부탁할게요.”백혜진은 망설이다가 결국 사실을 털어놓았다. “편집장님, 어젯밤 바에서 기 비서님을 봤어요. 오랫동안 떠나있었던 기 비서님이 돌아온 것 같았어요.”신이랑이 대답했다. “알겠어요. 알려줘서 고마워요.”백혜진이 말했다.“천만에요, 편집장님. 그럼 계속 일 보세요. 방해하지 않을게요.”한낱 평범한 비서팀 직원일 뿐인 그녀에게 이토록 겸손한 태도로 말해주다니.백혜진은 신이랑처럼 다정하고 배려심 깊은 남자가 소민아에게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다.다만, 소민아가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가 걱정이었다.만약 소민아에게 기성은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309화

    민아 씨...신이랑은 거부할 겨를도 없이 소민아에게 덮쳐졌다. 입술 위에 부드럽게 포개지는 키스에 신이랑 또한 남자였기에,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처음에는 잔잔하게 시작되었지만, 이내 걷잡을 수 없이 불타올랐다. 소민아는 온몸이 화로에서 뒹구는 듯한 고통에 괴로워하며 울먹였다.깊은 밤, 신이랑이 그녀를 안아 들고 욕실에서 들어가 샤워를 시킬 때도 소민아는 여전히 흥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소민아는 오후 세 시가 되어서야 눈을 떴다. 두꺼운 커튼 사이로 눈 부신 햇살이 새어 들어왔다. 거실에서 흘러나오는 맛있는 밥 냄새를 맡은 소민아는 이내 정신을 차렸다. 옷을 하나도 걸치지 않은 데다 여기저기 키스 자국이 남아 있는 자신의 몸을 본 순간, 그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녀는 깜짝 놀라 급히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움직임 때문인지 복부에서 쓰라린 통증이 느껴졌다.그녀는 서둘러 침대에서 내려와 욕실로 향했다.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순간 온몸의 힘이 빠져나가는 듯했다.“어... 어떻게 된 거지?”두 다리 사이가 시큰하고 뻐근한 이 느낌... 그녀는 이 느낌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소민아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분명 어젯밤 백혜진과 함께 있었고, 그 이후의 일은 술에 취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민아 씨, 일어났어요?”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에 소민아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문밖을 바라보았다. 발소리가 점점 더 가까워졌다. “민아 씨, 욕실에 있어요?”소민아는 곧바로 욕실 문을 잠가버렸다. “들어오지 말아요!”문을 두드리던 손은 허공에 멈췄다가 다시 내려왔다. 신이랑이 실망한 눈빛으로 말했다. “어젯밤 일은, 민아 씨... 미안해요.”“가요. 이랑 씨 말은 한 글자도 듣고 싶지 않으니까.”“민아 씨, 우리는 이미 결혼한 사이잖아요!”소민아는 눈을 질근 감고 손으로 귀를 틀어막았다. 한참 뒤에야 겨우 냉정을 되찾은 그녀가 말했다. “이랑 씨, 미... 미안해요! 이랑 씨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308화

    “내가 돌아왔다는 거 민아 씨한테 말하지 말아요.”백혜진은 검은색 세단 옆에 서 있는 여자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왠지 예전 어디선가 본 것처럼 낯익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기 비서님, 그럼 회사에는 다시 안 돌아오실 건가요?”“알아서 할 테니, 혜진 씨 일이나 잘해요.”기성은이 떠난 후, 백혜진은 여자의 어깨를 감싸고 차에 타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기 비서님이 돌아왔지만, 소민아는 신 편집장님과 결혼해야 한다... 게다가 기 비서님에게도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 듯하다.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소민아는 분명 너무나도 힘들어할 것이었다.소민아는 신이랑에게 안겨 병원으로 향했다. 갑자기 품에 안긴 여자가 고통스럽게 미간을 찌푸렸다. “아파요... 배가 너무 아파요...”신이랑은 다행히 지체하지 않고 제시간에 병원에 도착했다. 조금만 늦었다면 끔찍한 일이 생겼을지도 모른다.선명한 붉은색 액체가 옷을 흠뻑 적셨다. 소민아는 수술대에 실려 가고 한 시간 후 일반 병실로 옮겨졌다. 소민아는 아직 잠들어 있었다. 의사가 앞에 있는 남자에게 벌컥 화를 내며 꾸짖었다. “남편이라는 사람이, 어떻게 아내에게 이렇게 소홀할 수가 있어요? 임신한 지가 몇 달이나 지났는데, 그걸 모른다고요?”“게다가 술까지 마시게 하다니요!”신이랑은 입술을 꽉 다문 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말했다. “지금 그 사람 상태는 어떻습니까?”“아이는 일단 무사합니다. 이번에는 다행히 빨리 오셨기 때문에 위험한 고비는 넘겼습니다.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긴다면, 그때는 아이의 생명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신이랑이 말했다. “알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의사가 모두 떠난 후, 소민아도 새 옷으로 갈아 입혀져 있었다. “기... 기성은 씨... 너무 힘들어요.”수건으로 그녀의 얼굴을 닦아주려던 기성은의 손이 멈칫했다. 그러다 침대에 누워 고통스럽게 신음하는 그녀를 보고는 경직되었던 표정을 천천히 감추었다.“민아 씨, 곧 괜찮아질 거예요.”“미안해요. 내가 잘 보살폈어야 했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307화

    소민아는 남자의 손을 꽉 붙잡고 말했다. “싫어요. 당신한테서 그 사람 냄새가 난단 말이에요. 기성은 씨, 난 다시는 당신 놓치고 싶지 않아요. 이 손 놓으면 또 사라져 버릴 거잖아요.”품에 안겨 있는 여자를 바라보며, 기성은은 손을 들어 올렸다가 결국 다시 내려놓았다. “민아 씨, 이러면 안 돼요. 곧 결혼하잖아요.”소민아는 그의 허리를 꽉 껴안았다. “나는 신이랑 씨를 좋아하지 않아요. 그 사람과는 그냥 좋은 친구 사이일 뿐이에요. 기성은 씨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약속했었는데... 언니가 계속 날 괴롭혀요. 처음에는 소월 언니 안전을 빌미로 협박했어요. 소월 언니를 찾았으니까 만약 신이랑과 결혼하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고 했어요.”“두 번째는 별이 그 아이를 노리려 했어요. 그리고 대표님의 회사도 팔아넘기려고 했고요. 내가 지켜주겠다고 호언장담했는데, 그 약속 하나도 지키지 못했어요.”“세 번째는 기성은 씨의 안전이에요. 다들 당신이 죽었다고 했지만, 나는 믿지 않아요. 기성은 같이 대단한 사람이 죽을 리가 없죠.”“왜 내 인생은 이렇게 고달플까요. 왜 좋아하는 사람조차 마음대로 선택할 수 없는 걸까요.”“사람이 살아봤자 얼마나 산다고,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할 수 없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민아 씨, 미안해요!”약속을 지키지 못한 사람은 오히려 그였다.다가오는 발걸음 소리를 듣자, 기성은은 손을 들어 소민아의 뒷덜미를 내리쳤다. 소민아는 눈앞이 깜깜해지며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신이랑은 휴대폰 플래시를 비추며 폐기물 더미가 쌓인 복도에서 위로 올라왔다. “민아 씨?”발코니 밖에서 약간의 인기척이 들려왔지만, 신이랑은 별로 신경 쓰지 않고 곧바로 소파에 쓰러져 있는 여자에게 급히 다가갔다.백혜진도 마침 이곳을 찾아왔다. 계단에서 내려오는 두 사람을 본 뒤에야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다행이네요. 민아 씨 괜찮은 거죠.”“네, 그냥 잠들었을 뿐이에요. 오늘 밤 민아 씨랑 있어 줘서 고마웠어요. 그런데,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306화

    귀를 먹먹하게 만드는 헤비메탈 음악 소리가 시끄럽게 울려 퍼졌다. 연거푸 술잔을 비우던 소민아는 마지막 잔을 마신 순간 눈앞이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알록달록한 조명은 그녀에게 몽롱한 꿈속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선사했다.백혜진은 급히 그녀의 손에서 술잔을 빼앗으며 말했다. “그만 마셔요, 민아 씨. 벌써 얼마나 마신 거예요. 계속 마시면 몸이 버티지 못할 거예요. 시간이 늦었으니, 내가 집에 데려다줄게요.”소민아는 백혜진의 손을 뿌리치고 술에 취해 횡설수설했다. “나... 나는 집에 안 갈 거예요. 집에 가면, 신이랑이랑 결혼해야 한다고요. 난 결혼 안 할 거예요. 기성은 씨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릴 거예요. 잠자리까지 했으니까 날 책임져야 한다고요!”엄청난 비밀을 들은 듯 백혜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민아 씨... 방금 뭐라고 했어요! 기 비서님랑 잤다고요? 그럴 줄 알았어요. 두 사람 관계가 예사롭지 않다고 일찌감치 느꼈었거든요. 기 비서님이 왜 자꾸 우리 쪽을 쳐다보나 했더니 역시 그런 일이 있었네요.”백혜진은 또 궁금한 듯 물었다. “그런데 기 비서님을 좋아하면서 왜 신 편집장님이랑 결혼하려고 하는 거예요? 그동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소민아는 술에 취해 정신없이 비틀거리며 술잔을 들고 화장실로 향하려 했다. “왜 이랑 씨랑 결혼해야 하는지는... 알려주지 않을 거예요. 그건 내 언니가 강요한 거니까.”백혜진은 어리둥절해 하며 물었다. “언니요? 언니가 누군데요?”“누구겠어요, 송시아지.”“뭐라고요?” 백혜진은 멍하니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그녀가 누군가와 부딪히자, 백혜진은 급히 소민아를 부축했다. “민아 씨... 천천히 가요.”어두운 복도를 지나 화장실로 들어간 뒤, 소민아는 중심을 잡지 못해 벽에 기대섰다. 바로 그때,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그녀를 잡고 불빛이 없는 컴컴한 복도로 끌고 갔다.“민아 씨, 어디 있어요?”“나...”백혜진이 다급하게 소민아를 불렀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옆에 있었는데,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305화

    “엄마, 소민아가 우리 집 며느리 되는 거 막아주면 안 돼요?”유연홍이 말했다. “안심해, 설령 소민아가 우리 집에 들어온다고 해도, 내가 가만히 두지 않을 거야.”공들여 쌓은 탑을 남에게 넘겨줄 수는 없다. 그녀는 신이랑이 아무리 청렴하고 깨끗한 사람이라도 여자의 유혹은 뿌리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서울에서 가장 호화로운 펜트하우스.한 채 가격이 몇백억 원에 달한다. 설사 돈을 마련할 수 있다고 해도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신군회는 풍만한 가슴을 드러내고 있는 여자의 다리에 누워있었다. 여자는 보라색 레이스 잠옷 차림에 매혹적인 향기를 풍기고 있었다. 웨이브 진 긴 머리카락은 여자의 봉긋 솟아오른 가슴 위로 흩어져 있었다. “오빠, 나 보러 온 지 너무 오래됐어요.”“오늘 만두를 좀 빚어놨는데, 먹을래요?”신군회가 물었다. “요즘 낯선 사람이 찾아온 적 없어?”“오빠 말대로 요즘은 밖에 나가지도 않았어요. 혹시 내가 다른 남자라도 만날까 봐 걱정하는 거예요?”“제가 아무리 간이 배 밖으로 나왔더라도 그런 일은 못 해요.”신군회는 여자가 손수 껍질을 벗긴 포도를 먹고 있었다. 여자가 입가로 포도를 가져가자 신군회는 여자의 손가락을 깨물었다. 여자가 애교 섞인 목소리로 손가락을 빼내며 말했다. “부끄러워요.”“어디 좀 볼까, 조금 커졌나.”신군회는 겉으로는 점잖은 사람처럼 보였지만, 실은 정반대였다.그 역시 여느 부패한 정치 인사들처럼 뒤에서는 돈세탁을 통해 불법적으로 수많은 돈을 벌어들였다.신군회는 여자와 노는 데도 능했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여자와 잠자리를 했어도 임신한 여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거실에서 거의 30분 동안 뒹굴거린 후, 천미연은 머리카락이 땀에 흥건히 젖은 채 거친 숨을 몰아쉬며 소파에 누워있었다. 신군회는 곧바로 베개를 그녀의 허리 뒤에 받쳐 엉덩이를 들어 올렸다.“여보, 이번에도 임신 못 하면 어떻게 해요? 그 지긋지긋한 한약은 더 이상 마시고 싶지 않아요.”“마시기 싫어도 마셔야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304화

    “오...오빠...”신수지는 다급하게 신이랑의 손을 잡으려 했지만, 살결이 닿기도 전에 그는 매정히 떠나버렸다.그 모습을 본 신군회는 화가 치밀어 올라 다시 팔을 들어 신수지의 뺨을 힘껏 내리쳤다. “네가 하는 짓이 다 그렇지.”“지금 날 때렸어요? 감히 날 때려요? 왜 때리는 거예요? 억지로 예의를 갖춰줘서 그렇지, 아빠는 아무것도 아니잖아요. 우리 엄마가 당신을 좋아하지 않았으면, 당신은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을 거예요. 친아빠도 이렇게 때린 적은 없다고요!”“여기는 엄마 집이지, 당신 집이 아니에요. 당장 나가요!”신군회의 눈빛이 순간적으로 매서워졌다. “한 번 더 말해 봐.”“말하면 어쩔 건데요! 당신은 우리 집 돈이 탐나 엄마와 결혼한 거잖아요. 엄마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이 집에 발도 못 들였어요. 우리 집에 들어오기 위해서 당신은 아내와 아들까지 버렸잖아요.”“닥쳐!” 신군회의 가장 아픈 곳을 잔인하게 후벼 파는 말이었다. 그는 눈을 부릅뜨고 팔을 들어 그녀의 뺨을 또다시 내리쳤다. 이번에는 제대로 통제하지 못해 거의 온 힘을 실어 매를 들었다.신수지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얼굴에는 선명한 손자국이 남아 있었고, 입가에는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딸의 퉁퉁 부어오른 얼굴과 시퍼렇게 멍든 자국을 본 순간, 유연홍은 다급히 달려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신군회의 뺨을 후려갈겼다. “당신이 감히 내 딸을 때려요? 신군회 씨,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내 딸을 때려요? 이 집에서 당신은 꼭 필요한 존재는 아니라는 거 몰라요?”신이랑은 현관 밖에 서서 그들의 소동을 들으며 냉담한 표정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신수지는 코를 훌쩍이며 얼굴을 감싸고,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감히 나한테 손을 대다니요. 당장 외할아버지에게 말할 거예요. 외할아버지가 알면 당신 가만히 안 둘 거예요!”신군회가 말했다. “그럴 필요 없어. 유연홍, 이혼하고 싶으면 언제든 좋아. 네 딸이 또다시 내 일을 망치면, 그땐 절대 용서하지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303화

    소민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그래요. 저녁에는 다른 인터넷 소설 사이트 CEO들과 식사 약속이 있어요. 민아 씨도 함께 가요.”“네.”소민아의 기존 사무실은 편집장 사무실 밖으로 옮겨졌다. 그녀는 책상에 앉아 신이랑에게서 온 문자 메시지를 보고 있었다.[부모님께서 웨딩 촬영할 곳을 몇 군데 골라주셨는데, 시간이 좀 촉박해서요. 민아 씨가 보고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말해줘요.]소민아는 메시지를 대충 훑어보고는 휴대폰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러다가 엄마가 그녀에게 해준 신이랑과의 과거 이야기가 생각났다. 그녀의 꿈속에 나온 남자아이가 혹시 신이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그녀는 대화창을 열어 그에게 답장을 보냈다.[세 번째 곳이요. 지금은 일 때문에 바쁘니까 퇴근하고 얘기해요.][그래요. 퇴근 시간에 맞춰 데리러 갈게요.]신이랑의 공무원 합격은 이미 내정되어 있었다. 필기시험에서 10등 안에만 들면, 면접은 두말할 것 없이 통과할 것이다.그때에야 비로소 정계에 진출하는 진정한 출발점에 서게 되는 것이다.신이랑이 메시지를 보내고 있을 때, 신군회가 정장 차림에 위풍당당하게 걸어왔다. “오늘 별다른 일 없으면, 나랑 같이 사람들 좀 만나러 가자. 나중에 공무원이 되면, 다 너한테 도움이 될 사람들이니까.”신군회는 현재 막강한 실권을 쥐고 있다. 그 자리에까지 올라온 사람들이라면, 모두 자기만의 인맥이 형성되어 있을 것이다.“흥미 없어요.”신군회가 그를 불러세웠다. “나중에 넌 틀림없이 내 자리를 이어받아야 할 거야. 이제 물러설 퇴로는 없어. 신이랑, 아버지가 너무 지나치다고 생각하지 마. 다 너를 위해서 하는 거니까.”“권력을 직접 손에 쥐고 있을 때만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거 명심해.”그때 아래층에서 여자의 목소리와 꽃병이 깨지는 소리가 함께 들려왔다. “어제 나 없을 때 오빠랑 소민아 결혼식 상의 한 거예요? 엄마, 나 도와준다고 했잖아요. 왜 약속을 안 지켜요. 오빠가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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