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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4화

전연우가 직접 그녀의 무명지에 끼워주었던 반지가 또다시 그녀로 인해 손가락에서 빠져나와 그의 베개 아래에 놓였다. 평소 그는 미세한 움직임에도 경계하며 잠에서 깨어나곤 한다.

최근 성세 그룹 직원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삐 돌아쳐야 했다.

심지어 전연우까지도 매일 한 시간 전에 출근해 오후 다섯 시 반이 되어서야 퇴근해 병원에 오고 했다.

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회사 일을 처리하는 데에 사용했다. 병실에서의 그는 단 두 가지 모습이었다. 회의를 하고 있거나, 서류를 보고 있거나.

장소월은 당최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렇게까지 바쁘면 회사에서 일하고 돌아오면 되지 않은가. 그녀가 병원에 입원해 검사를 받고 있는데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가 보다.

새벽 여섯 시 반, 아직 밝아오지 않은 어둑한 하늘이었다.

기성은이 서류를 가지고 병원에 도착하자 전연우가 안에서 걸어 나왔다. 피곤한 듯 지끈거리는 이마를 꾹꾹 누르며 걸어오던 그는 텅 빈 거실을 보고는 날카로운 눈빛을 번뜩였다.

“어디 갔어?”

기성은은 어리둥절해 하며 되물었다.

“대표님, 누구를 말씀하시는 건지...?”

전연우는 불안한 마음에 방으로 다시 돌아가 신분증 등 중요한 문서들이 들어있는 서랍을 열어보았다. 안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자 남자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기성은은 대표님이 이토록 화난 걸 보니 필시 무슨 일이 일어났을 거라 생각했다.

그는 몇 초 뒤에야 대표님이 찾는 사람이 장소월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가 설명하려던 순간 전연우는 옆에 있던 의자를 힘껏 걷어찼다.

그때, 밖에서 걸어들어온 장소월이 어이없다는 눈빛으로 그를 힐끗 쳐다보고는 말했다.

“아직 날도 밝지 않았는데 왜 또 정신병 발작이야?”

그녀는 안으로 들어와 검사 결과 보고서를 거실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장소월이 돌아오자 기성은은 말없이 두 사람에게 자리를 비켜주었다.

장소월은 주방에 들어가 물을 한 컵 따랐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들끓어 올랐던 남자의 분노는 그녀의 등장과 함께 곧바로 사그라들었다.

그는 잠시 한눈을 판 사이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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