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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8화

“죽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으면서 맞는 건 무서워? 소현아, 너 정말 미친 거야, 아니면 미친 척하는 거야?”

강지훈은 말투가 약간 냉랭해졌을 뿐이지만 소현아는 심각하게 겁을 먹고 위축되어 있었다.

“전 미친 게 아니라 바보라서 그래요. 강지훈 씨, 잘못했어요. 앞으론 창문으로 나가지 않을게요.”

소현아는 이불로 머리를 뒤집어썼다. 밖에서 봐도 이불 속 여자가 바들바들 떨고 있다는 것을 선명히 알 수 있었다.

부관이 말했다.

“소장님, 아가씨를 계속 이대로 놔두다간 또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강지훈이 날카로운 눈동자로 그를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해봐.”

“일단 아가씨에게 마음을 가라앉힐 시간을 줘야 하지 않을까요. 아가씨는 지금 자신에게 접근하는 모든 사람들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예전 그놈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집안까지 무너질 뻔한 큰일을 겪었습니다. 때문에 트라우마가 생겨 충격을 받을 때마다 뇌가 더 심각하게 망가집니다. 더욱이 그 손상은 비가역적이라 다시 회복되지도 못합니다.”

“만약 또다시 자극을 받게 된다면 일상생활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철저하게 망가져 진짜 바보가 될지도 모릅니다.”

소현아는 누군가 옆에서 자신을 바보라고 말하고 있음에도 전혀 화내지 않고 오히려 맞장구를 쳤다.

“맞아요. 맞아요... 현아는 바보예요. 그러니까 바보랑 싸우지 말아요.”

엄마가 말했었다. 누군가 그녀를 괴롭히려 한다면 자신이 바보라고 말하라고 말이다. 바보를 괴롭히는 사람은 없기에 먼저 말하면 괴롭힘을 당하지 않을 거라고 했다.

부관이 망설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런 말씀 드려도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강지훈이 고개를 들었다.

“말해!”

부관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소현아 씨는 외모적인 면에서나 가정환경 면에서나 모두 그리 출중하지 않습니다. 서울엔 소현아 씨보다 훨씬 더 훌륭한 선택지가 많고도 많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소현아 씨를 거두는 건 부담밖에 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소장님의 곁을 많은 여자분들이 스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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