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다가 싫증 나면 회사에서 직접 개발한 게임도 넣어놨으니까 그걸로 스트레스 풀어.”“무슨 게임 좋아해? 나한테 알려주면...”그는 할아버지처럼 끊임없이 말하고 있었다.장소월은 짜증 섞인 얼굴로 핸드폰을 침대에 던져놓았다.“전연우, 난 이런 거 필요 없어.”그는 늘 그래왔다. 1초 전엔 사랑한다고 고백해놓고 1초 뒤엔... 수시로 그녀의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는 사람이다.“소월아, 지금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해도 상관없어. 언젠가는 꼭 받아들일 날이 올 거야. 난 시간 있으니까 기다릴 수 있어. 난 확실히 어떻게 사람을 사랑해야 하는지 잘 몰라. 네가 조금씩 나한테 가르쳐줘...”인내심의 한계에 다다른 장소월은 힘껏 그의 손을 내리치고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넌 정말 답이 없는 놈이구나.”전연우가 빙그레 웃어 보였다.“네 말이 맞아.”“정신병 환자!”“응.”전연우는 자신의 불안정한 정서를 통제하기 위해 연속 며칠 동안 감정을 다스리는 치료를 받았다. 그 목적은 오직 저번처럼 장소월을 다치게 하지 않으려는 거였다.사실 전연우는 자신을 대하는 장소월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하루가 지나고 일 년이 지나, 언젠가는 그가 모두 소유하는 날이 올 것이다.전연우는 그녀와 함께 밥을 먹고, 산책하고 저녁 일곱 시 반이 되어야 돌아왔다. 그는 해외와의 시차를 고려해 시간 맞춰 몇 개의 회사들과 화상 회의를 진행했다.화상 회의에 사용된 통신 설비는 성세 그룹이 만든 것이었다. 전연우도 처음이라 익숙지 않아 평소엔 기성은이 늘 옆에서 도와주었다. 회의가 끝난 뒤, 외국 회사 임원들은 모두 전연우가 로그아웃하고 나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영상 속 대표님은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의자에 몸을 기대고 앉아 손으로 이마를 짚은 나른한 모습으로 어딘가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장소월이 샤워를 마치고 머리카락 물기를 닦으며 욕실에서 걸어 나오고 있었다. 전연우는 벌떡 일어나 그녀의 손에서 마른 수건을 빼앗은 뒤 그녀의 머리카락을 닦아주었다.기다리
장소월은 곧바로 그의 컴퓨터 전원 코드를 뽑아버렸다. 화면이 순식간에 시커멓게 변하며 꺼졌다.전연우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어 입고 있던 검은색 정장을 벗고 조금 전 장소월이 앉았던 의자에 기대에 앉았다.“이젠 전화번호도 실명제로 개설해야 해. 그래서 네가 원래 쓰던 번호는 없애버렸어. 앞으론 이 새 번호 써, 알았지?”그는 아무것도 아닌 듯 가볍게 말하고 있었지만 그 말투는 그녀에게 강압적으로 통보하는 듯했다. 분명 그녀의 번호이지만 그가 마음대로 결정해버렸다.장소월은 침대에 놓여 있던 베개를 잡아 그에게 집어 던졌다.“내 번호를 네가 뭔데 마음대로 바꿔? 전연우, 넌 미쳤어!”전연우는 피하지 않고 가슴팍에 베개를 맞았다. 아프지도 가렵지도 않았다. 그는 발밑에 떨어진 베개를 툭툭 털고는 원래의 위치에 올려놓았다.“네가 내 번호를 잊어버릴까 봐 나도 함께 바꿨어. 너랑 숫자 하나만 차이 나는 거로.”장소월은 전연우가 장난을 치는 것인지 아닌지 확신할 수 없어 가방에서 낡은 핸드폰을 꺼내 원래 번호에 전화를 걸어보았다. 역시...들려오는 건 없는 번호라는 안내음뿐이었다.장소월은 분노에 차올라 몸을 부르르 떨었다.“그 번호와 얼마나 많은 중요한 아이디가 연동됐는지 알기나 해? 왜 내 물건을 네 마음대로 건드리는 건데!”화를 내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도 전연우의 얼굴엔 여유가 가득했다.“새 핸드폰에 네가 쓰던 모든 자료 옮겨놨어. 인터넷 서칭 기록, 메일 모두 정상적으로 사용 가능해. 예전 메일함에 있던 자료들도 그대로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장소월은 순간 말문이 막혀버렸다. 하지만 그래도 분노는 잠재울 수가 없었다.그 번호는 그녀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번호 안엔 엄마의 생일 숫자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었다.장소월은 핸드폰을 꽉 잡고 차갑게 그에게 말했다.“다음부턴 마음대로 내 물건에 손대지 마.”말을 마친 그녀는 방에서 나가 거실로 향했다.등 뒤에서 전연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이 시간에 자지
장소월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서철용은 대체 무슨 낯으로 저렇게 마음 편히 그녀의 마음을 받고 있을 수 있단 말인가!장소월은 돌아가 옆방에서 잠이 들었지만 깨어났을 땐 원래의 병실로 되돌아와 있었다.그녀는 너무 뜨거운 온도 때문에 잠에서 깬 것이었다.몇 번이나 밀어내려 했지만 전혀 밀리지가 않았다.오른손 무명지에 무언가 느껴지자 그녀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전연우는 그녀가 자고 있을 때 또다시 그 반지를 반대편 손가락에 끼워놓았다.빼내려 힘을 써보니 이번엔 선명하게 느슨함이 느껴졌다.어두운 방 안, 장소월은 그의 가슴에서 들려오는 심장박동 소리를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그녀가 정말 빼내려 하자 전연우는 그녀의 손을 잡아 자신의 허리에 올려놓았다.남자의 가라앉은 목소리가 어둠 속에서 들려왔다.“얼른 자. 내일 검사 결과가 나오면 집에 가자.”전연우는 그녀가 반지를 빼지 못하게 막고 싶었다.장소월은 며칠 전부터 전연우의 무명지에 줄곧 반지가 끼워져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디자인은 아주 심플해 장소월에게 준 반지의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그는 단 한 번도 빼지 않았다.장소월은 더는 소리를 내지 않았다. 돌연 그녀의 머릿속에 병원에 들어오던 그 날 기성은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전 오랫동안 대표님 곁에서 일해왔습니다. 저는 확실히 온실 속에서만 자란 아가씨가 그리 대단해 보이진 않습니다.”“할 수만 있다면 차라리 대표님에게 백윤서 씨와 결혼하라고 하고 싶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 높은 곳으로 도약하고 있는 그분이 하필이면 원수의 딸을 사랑하다니요.”“몇 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대표님은 아가씨에게 한 잘못들 모두 갚았다고 생각합니다.”“아가씨가 줄곧 강씨 가문 일을 마음에 담아두고 있다는 거 저도 알고 있습니다.”“하지만 전 제 목숨을 걸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강씨 노부인의 죽음은 대표님과 무관합니다. 강영수도 마찬가지고요...”“당시 대표님께선 확실히 강영수 씨가 인씨 가문을 이용해 다시 일어서는 것을 막고자
전연우가 직접 그녀의 무명지에 끼워주었던 반지가 또다시 그녀로 인해 손가락에서 빠져나와 그의 베개 아래에 놓였다. 평소 그는 미세한 움직임에도 경계하며 잠에서 깨어나곤 한다.최근 성세 그룹 직원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삐 돌아쳐야 했다.심지어 전연우까지도 매일 한 시간 전에 출근해 오후 다섯 시 반이 되어서야 퇴근해 병원에 오고 했다.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회사 일을 처리하는 데에 사용했다. 병실에서의 그는 단 두 가지 모습이었다. 회의를 하고 있거나, 서류를 보고 있거나.장소월은 당최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렇게까지 바쁘면 회사에서 일하고 돌아오면 되지 않은가. 그녀가 병원에 입원해 검사를 받고 있는데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가 보다.새벽 여섯 시 반, 아직 밝아오지 않은 어둑한 하늘이었다.기성은이 서류를 가지고 병원에 도착하자 전연우가 안에서 걸어 나왔다. 피곤한 듯 지끈거리는 이마를 꾹꾹 누르며 걸어오던 그는 텅 빈 거실을 보고는 날카로운 눈빛을 번뜩였다.“어디 갔어?”기성은은 어리둥절해 하며 되물었다.“대표님, 누구를 말씀하시는 건지...?”전연우는 불안한 마음에 방으로 다시 돌아가 신분증 등 중요한 문서들이 들어있는 서랍을 열어보았다. 안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자 남자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기성은은 대표님이 이토록 화난 걸 보니 필시 무슨 일이 일어났을 거라 생각했다.그는 몇 초 뒤에야 대표님이 찾는 사람이 장소월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그가 설명하려던 순간 전연우는 옆에 있던 의자를 힘껏 걷어찼다.그때, 밖에서 걸어들어온 장소월이 어이없다는 눈빛으로 그를 힐끗 쳐다보고는 말했다.“아직 날도 밝지 않았는데 왜 또 정신병 발작이야?”그녀는 안으로 들어와 검사 결과 보고서를 거실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장소월이 돌아오자 기성은은 말없이 두 사람에게 자리를 비켜주었다.장소월은 주방에 들어가 물을 한 컵 따랐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들끓어 올랐던 남자의 분노는 그녀의 등장과 함께 곧바로 사그라들었다.그는 잠시 한눈을 판 사이 그녀
전연우가 정장 호주머니에서 익숙한 반지를 꺼냈다. 장소월은 공포스러운 물건을 보기라도 한 듯 온몸을 부르르 떨며 자신의 손을 빼내려 했다. 하지만 전연우의 강력한 힘이 그녀를 마음대로 하게 놔두지 않았다.“이번이 마지막 기회야. 다시는 빼지 마. 아니면... 그 대가 치러야 할 거야!”“넌 날 협박하는 것 외에 할 줄 아는 게 뭐야?”전연우는 그녀에게 반지를 깨워준 뒤에도 손을 놓지 않았다.“내가 요즘 급한 일을 끝내는 동안 얌전히 있어 줘. 그리고 회사 연말 파티에 성세 그룹 미래의 안주인으로서 나와 함께 참석하자.”그의 말을 듣는 그 몇 초의 시간에 장소월의 손은 땀으로 흥건해졌다.“너... 너 미쳤어! 송시아랑 같이 가자고 해. 나 부르지 말고!”장소월은 언론 앞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었다. 장씨 집안이 건재할 때에도 장해진은 기자들로부터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그녀에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단단히 차단했다.장소월은 학생 때 클럽에 들어갔던 사진이 파파라치에 의해 몰래 찍힌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에도 장해진이 밖으로 새어나가지 못하게 조치를 취했다.그런 그녀가 하필 전연우의 와이프 신분으로 모습을 드러낸다면...그녀는 상상하기조차 싫었다!전생에선 한 번도 그녀를 아내로 인정하지 않았던 그가 이번엔 왜...“무서워할 필요 없어. 내 옆에만 있으면 아무도 너한테 어떻게 하지 못해. 기자회견도 없을 거야.”“난 안 가겠다고 했어. 왜 사람 말을 안 들어?”장소월은 온몸을 짓누르는 공포에 사로잡혔다. 그녀가 공포에 질려 힘껏 손을 빼내려 한 순간 전연우는 손바닥에서 찌릿함을 느꼈다. 손을 들어보니 장소월의 손톱에 긁혀 피가 조금 나오고 있었다.그가 주먹을 말아쥐고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파티는 빠르게 끝날 거야. 넌 그냥 얼굴만 보여주면 돼.”“난 안 가.”장소월의 말투는 더없이 단호했다.하지만 그때가 되면 전연우는 그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그녀를 데려가고 말 것이다.그녀는 절대 벗어날 수 없다.남원 별장에 들
대표님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기술팀 직원이 말을 이어갔다.“만약 만진 사람이 없다면, 다른 한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습니다. 갑자기 전기 코드를 빼 전원이 끊긴 겁니다. 비정상적으로 꺼지면 시스템이 고장 날 수 있습니다. 다시 컴퓨터를 사용하려면 시스템을 재설치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전연우도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전연우가 손가락으로 책상을 톡톡 두드리다가 팔을 들어 손목시계를 확인해보았다.“지금 바로 새 컴퓨터를 가져다 놔. 그리고 임원들에게 연락해 올해 모든 중요한 자료들을 내 메일로 보내라고 해.”기성은은 전연우의 얼굴에서 별다른 변화가 보이지 않자 아마 어젯밤 화상회의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기성은도 회의에 참여하고 있었는데 남녀의 목소리가 들려온 이후 화면이 갑자기 꺼져버렸었다. 장소월과 연관이 있을 것이다.컴퓨터 안엔 수백억이 오가는 계약서들이 들어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몇 번을 죽여도 분이 풀리지 않았을 것이다. 대표님이 저토록 개의치 않아 하는 걸 보니 장소월의 걸작이 틀림없다.그도 그럴 것이 장소월을 제외하고는 대표님의 컴퓨터를 함부로 만질 수 있는 사람은 없다.컴퓨터 안 자료들은 만에 하나 잃어버리면 법적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다.기술팀 직원이 나간 뒤, 전연우는 몇 번을 다시 시도해봐도 켜지지 않자 기성은에게 던져버렸다.“가져가서 폐기해.”“네.”기성은이 물었다.“오늘 아침 회의 뒤로 미룰까요?”전연우가 대답했다.“아니.”기성은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대표 사무실을 나섰다....남원 별장, 장소월이 은경애가 만든 삼계탕을 먹고 있었다.“아가씨, 손이 아직 다 낫지 않았으니 일하지 말고 푹 쉬세요. 이 삼계탕부터 모두 드시고요.”장소월은 고개도 들지 않고 말했다.“일단 거기 놔요. 나중에 마저 먹을게요.”“그건... 그건 안 돼요. 대표님께서 매일 아가씨에게 삼계탕을 만들어주고 다 드실 때까지 꼭 지켜보라고 하셨어요. 아니면 저한테 보너스 안 주시겠다고...”“아가
은경애는 서툰 손길로 핸드폰 버튼을 눌러 장소월이 삼계탕을 먹고 있는 모습을 찍어 전연우에게 보내주었다.“아이고, 아가씨, 정말 너무 예쁘세요. 카메라도 잘 받네요”“다 먹었어요. 가정 형편이 어려워 돈이 갖고 싶다면 협조해 줄게요. 하지만 조건이 있어요. 절대 날 배신하면 안 돼요.”은경애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그릇을 정리하며 손을 휘저었다.“그런 걱정은 하지 마세요. 전 아가씨 편이에요.”“그냥... 대표님의 돈이 좋을 뿐이에요.”그녀의 말은 진심이었다.전연우는 어렵지 않게 은경애를 매수했다. 장소월은 어차피 이 세상엔 한 명도 믿을 사람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알겠어요. 믿어요. 이만 나가보세요.”장소월은 얼른 그녀를 내보내고 싶었다.“그럼 전 갈게요.”은경애가 나간 뒤.성세 그룹 회의실에서 회의를 하고 있던 전연우는 진동 소리를 듣고 핸드폰을 켰다. 장소월의 영상이 도착해 있었다.기업팀 매니저는 앞에서 발표하다가 상석에 앉은 대표님의 얼굴을 몰래 살펴보았다. 흔치 않은 그의 밝은 얼굴에 사람들은 긴장감이 사르르 녹아내렸다.그들의 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눈앞의 대표님은 이 시퍼런 대낮에 핸드폰을 보며 미소를 짓고 있다.전연우는 카카오톡 친구 추가 화면을 눌러보았다. 아직 상대가 친구 추가를 수락하지 않은 상태였다.전연우가 준 핑크색 핸드폰은 여전히 장소월의 침대 옆 서랍 안 진동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곳에 놓여 있었다. 핸드폰 화면이 밝아지고 친구 추가 메시지가 또다시 도착했다.회의가 끝난 뒤.전연우는 눈동자도 움직이지 않고 핸드폰 속 새로 개발한 대화 어플을 쳐다보고 있었다. 아직 자리를 뜨지 않은 임원들의 시선이 옆에서 바들바들 떨고 있는 기술팀 직원에게로 향했다.“왜 아직도 반응이 없어요?”전연우의 덤덤한 한마디에 사람들은 모두 심장을 부여잡았다.기술팀 임원이 쭈뼛쭈뼛 걸어가 말했다.“대표님, 그건 아직 출시되지 않은 테스트 중인 어플입니다. 마음에 안 드는 곳이 있으면 말씀해 주십시오. 바로 수정하겠습
남원 별장.장소월은 은경애 한 명만 남겨놓고 모든 도우미들을 내보냈다.은경애가 물 한 컵을 따라 명세진의 앞에 놓아주었다.장소월이 무거운 얼굴로 말했다.“현아... 언제부터 없어진 거예요?”명세진이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2주가량 지났어요. 그날 밤 현아는 약을 먹고 잠들었었어요. 아침에 일어나보니 누군가 현아를 납치해가고 남긴 쪽지를 도우미가 가져왔더라고요. 그때 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에선 최선을 다해 찾는다고는 하는데... 아직까지 우린 현아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몰라요.”“그 후 돈을 들여 사람을 찾아 알아보니... 우리가 절대 건드릴 수 없는 사람이 데려갔다고 하더라고요. 강씨 집안... 북경 감옥을 맡고 있는 강지훈이라는 사람이래요. 우리 현아는 어리숙해서 다른 사람한테 괴롭힘을 당하면 당했지 누군가의 원한을 살 아이는 아니에요.”“대체 현아가 어떻게 그 사람의 심기를 건드렸는지 모르겠어요. 아가씨... 저희는 도저히 방법이 없어요. 현아를 구할 길이 하나라도 있었다면 절대 아가씨를 찾아오지 않았을 거예요.”“이렇게 빌게요. 소월 씨, 예전 함께 학교에 다녔던 정을 생각해서라도 우리 현아를 살려주세요...”“더 지체하다간 현아가 견디지 못하고 목숨까지 잃을까 봐 너무 겁나요. 우리한텐 정말 현아밖에 없어요...”“현아만 찾아주면 앞으로 하라는 거 다 할게요. 노예가 되어서라도 목숨을 구해준 은혜 반드시 갚을게요.”장소월이 말했다.“제가 해볼게요. 현아는 제 친구예요. 절대 모른 척하지 않아요.”그 말에 명세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소월 씨 같은 친구를 둔 건 현아의 더없는 행운이에요.”“현아도 예전 절 구해준 적 있어요. 그러니 당연한 일이에요.”장소월이 명세진을 배웅해 보낸 뒤 은경애가 말했다.“아가씨, 정말 저 부탁을 들어주겠다고 한 거예요? 아가씨한테 불똥이 튈 수도 있어요. 제 생각에... 이번 일은... 전 대표님이 나서야 할 것 같아요.”그렇다.명세진이 강씨 집안을 입에 올렸을 때, 장소월은 이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