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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7화

전연우가 조수석 문을 열어주었지만 장소월은 한참이 지나도록 움직이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은? 왜 혼자 온 거야?”

장소월은 머뭇거리며 차에 올라타지 않았다.

“장씨 집안의 심각한 일이야. 의부님께서 쓰러지셨다는 소식이 외부에 새어나가게 해서는 안 돼. 또 너 한 명이 돌아오는데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마중 나와야겠어? 왜 그렇게 오빠를 무서워하는 거야? 내가 잡아먹기라도 해?”

침략적이고도 소유욕이 가득 이글거리는 그의 눈빛을 본 장소월은 저도 모르게 뒤로 몇 발자국 물러섰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전연우가 직접 파놓은 함정에 빠진 것 같았다.

약혼식 후 장소월은 전연우와 마주친 적이 없다. 대표직을 박탈당했음에도 당당하고 여유로운 모습은 예전과 다를 바가 없었다.

“시간 끌지 말고 빨리 타!”

전연우의 태도가 급속도로 바뀌었다. 가느스름하게 뜬 그의 눈에 경고의 눈빛이 번뜩였다.

장소월은 조심스럽게 그를 경계하며 결국 차에 올라탔다.

전연우가 그녀를 향해 몸을 기울였다. 그의 의도를 알아챈 그녀는 재빨리 안전벨트를 맸다.

“내가 할 수 있어.”

전연우의 입꼬리가 의미를 알 수 없는 호선을 그렸다. 그가 손가락으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만지며 물었다.

“머리 잘랐어?”

장소월은 애써 덤덤한 척 그의 시선을 피하고는 무심히 말했다.

“너무 길어서 잘랐어.”

사실 그녀는 그저 건조한 날씨 때문에 머리끝이 갈라져 아주 조금 잘랐을 뿐이다. 전연우가 이토록 세심할 줄이야.

그가 이럴수록 장소월은 더더욱 소름이 돋았다.

“앞으론 자르지 마.”

그가 장소월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었다.

장소월이 그의 손을 뿌리쳤다.

“쓸데없는 일에 너무 많이 간섭하는 거 아니야? 이건 내 머리카락이야. 운전이나 해.”

“그래.”

전연우가 웃으며 시선을 돌렸다. 그때 그녀의 하얗고 가는 손가락에 끼워진 다이아몬드 반지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순간 고요한 바다에 집채 같은 파도가 넘실거리는 것마냥 그의 눈동자에 살기가 일렁였다.

그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애써 누르고 공항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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