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서준은 천천히 술집 옆의 여관으로 돌아갔다. 이 여관의 사장은 술집의 사장이었는데 최서준은 이곳에서 먹고 자면서 적지 않은 혜택을 받았다.방에 들어선 최서준은 기운을 훑어 방에 이상한 점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무영이 준 봉투를 열었다.봉투 안의 내용을 본 최서준은 약간 멍해졌다.봉투에는 그렇게 쓰여 있었다.[주송림을 죽이고 그 시체를 가져오라.]암영루의 뜻은 뭐지? 서로 죽이라는 건가?최서준은 순간 이 뜻을 이해하지 못해 멍하니 서 있었다.하지만 주송림의 봉투에는 본인을 죽이고 시체를 가져오라는 내용이 적혀있을 게 뻔했다.“뭘 이해하려고 해. 킬러들을 이해할 필요 없잖아.”연석진이 최서준의 머릿속에서 얘기했다.하긴.연석진의 말에 최서준은 깨달았다. 아마 암영루에서 최서준과 주송림이 너무 친한 것을 보고 이런 임무를 준 것만 같았다. 최서준의 호의는 결국 주송림을 해치게 되었다. 최서준은 원래 주송림을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싫어하는 건 아니었다.먼저 손을 써야 하나.최서준은 약간 머뭇거렸다. 같이 술을 마시면서 수다를 떨던 사람을 죽여야한다니. 최서준은 조금 기분이 이상했다.일단 주송림을 지켜보기로 했다. 그가 먼저 공격한다면 최서준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하지만 주송림이 공격하지 않는다면 최서준은 이 술친구를 위해 암영루에 들어갈 기회를 포기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최서준은 비경 속에서 정말 친구를 사귄 것이 된다.최서준은 그렇게 생각하고 선택권을 주송림에게 주기로 결정했다.그래서 최서준은 이튿날에도 평소처럼 술집에서 술을 마시면서 시간을 보냈다.점심이 되었을 때, 주송림이 천천히 걸어왔다.인사를 하고 최서준의 옆에 앉은 그는 과묵했던 평소와는 달리, 뭐라 많은 얘기를 했다.하지만 두 사람 다 임무에 대해서 얘기하지 않았다.주송림은 본인의 옛 이야기들을 얘기했다. 어떤 가문 출신이고, 그 가문의 독자여서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컸는데 결국 어른들이 돌아간 후 돈을 흥청망청 써서 거리를 떠돌게 되었다고 말이
새벽이 되자 최서준은 옅은 살기를 느꼈다. 최서준의 기운 감지 능력은 거의 최고급 수준이다. 아주 먼 거리만 아니라면 본인을 향한 살기 따위는 쉽게 감지할 수 있었다.“생각 끝났어요?”최서준은 문도 열지 않고 옆의 방을 향해 물었다.상대방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원래도 옅었던 살기가 더욱 옅어졌다.“결정을 내렸으면 그대로 해요.”최서준이 얘기했다.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여전히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살기가 더욱 강해졌다.최서준은 더 얘기하지 않고 침대에서 일어나 문 앞으로 걸어갔다. 방어하려는 태도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그는 문밖의 사람이 누구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주송림이다.시간 선정은 완벽했다. 가장 어둡고 사람의 경계심이 낮은 시간을 골랐으니 말이다.“이건 뭐 하자는 거야, 죽여달라는 거야?”주송림 눈 속의 최서준은 반항하기를 포기하고 목숨을 바치러 온 사람 같았다.하지만 주송림의 생각은 틀렸다. 최서준이 그런 생각을 할 리가 없었다. 최서준의 눈에 무후 초급 단계인 주송림은 아무것도 아니기에 방어할 필요도 없었다. 주송림이 아무리 힘을 쓴다고 해도 최서준을 상처입히지 못할 것이다.“목숨은 잘 챙겨야죠. 오해하셨어요, 그러니 선택할 기회를 한 번 더 줄게요.”최서준의 대답을 들은 주송림은 약간 머뭇거렸다. 하지만 결국 문을 하나 사이두고 공격을 펼쳤다. 기다란 검이 방문을 뚫고 들어와 최서준의 얼굴을 찌르려고 했다.최서준은 가볍게 뒤로 피했다.주송림은 장검을 휘두르면서 그를 공격하려고 했다.주송림이 점점 가까이 오면서 살기를 드러내자 최서준은 그제야 안심했다. 주송림이 다른 사람의 목숨으로 자기의 앞날을 펼치려고 하고 있으니, 최서준은 똑같이 대해줄 것이다.최서준은 바로 자기의 기운을 펼쳤다. 무후 후기의 기운을 느낀 주송림은 그 자리에 굳어버린 채 움직이지 못했다.“이게 제 진짜 실력이에요. 비영성에서 나랑 술친구가 되어주었으니 이 정도의 예의는 갖춰야겠죠.”최서준은 기운을 펼친 후 바로 주송림의 머리를
“이따가 나랑 같이 본부로 가자.”무영이 바로 명령했다.“본부요?”최서준이 의아해하면서 물었다.“그래. 요 며칠 어디서 많은 사람들이 나타났어. 우리 세계의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감히 본부를 공격하다니. 방금 본부에서 명령이 내려왔다. 암영루의 모든 사람들은 수중의 임무를 중지하고 본부로 돌아와 본부를 지키라고.”무영의 말을 들은 최서준은 바로 무슨 일인지 대충 알 수 있었다. 아마도 경성에서 들어온 사람들을 말하는 것일 거다.설마 암영루 본부가 이 세계의 진법 위에 있는 건가?“무영 대사님, 그럼 더 기다리지 말고 바로 출발할까요?”최서준은 암영루를 위해 뭐든지 할 수 있는 사람처럼 몸을 숙여 얘기했다.그러자 무영은 조금 남아있던 의심마저 모두 거두었다.무영은 바로 최서준을 데리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한 방향을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이 속도에 최서준은 크게 놀랐다.얼마 지나지 않아 멀지 않은 곳에 떠 있는 섬이 최서준의 눈에 들어왔다.“이곳이 바로 암영루의 본부다.”약간 놀란 최서준을 본 무영이 자랑스러운 듯 얘기했다.가까이 가보니 섬은 정말 상상보다 훨씬 컸다. 그뿐만이 아니라 섬에는 거의 완벽한 성이 하나 있었다.“이게 바로 암영루가 우뚝 설 수 있었던 이유다.”말을 마친 무영이 최서준을 데리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이건 비영성보다 더욱 화려한 성이었다.성의 길은 아주 시원하게 뚫려있었는데 대리석으로 길을 만들었을 뿐만이 아니라 양옆의 집들도 현대화 디자인으로 되어있었다.“일단 이곳에 익숙해지도록 해. 이곳은 암영루의 본부지만 다른 사람들도 있으니까 조용히 이곳을 조사해 봐. 그리고 쳐들어온 사람들이 있다면 나한테 보고해. 간이 부은 놈들이 어떤 녀석들인지 내가 한번 봐야겠으니까. 정말 살기 싫은 족속들인가 보군!”무영은 그렇게 말한 후 급하게 본부로 돌아갔다. 최서준을 데리고 본부로 가기는 싫은 모양이었다. 그래서 말을 마친 후 바로 사라져 버렸다.최서준은 오히려 좋았다.얼마 가지 않아 최서준은 익숙한 사
청룡의 말을 들은 최서준은 그제야 청룡의 꼴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 알 수 있게 되었다.청룡은 자기의 프라이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최서준은 청룡에게 더 뭐라고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편으로 호기심이 일었다. 왜 각개전투를 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힘을 합치려고 한 건지 말이다. 그래서 최서준은 청룡에게 물었다.“왜 사람들이 힘을 합치기로 한 거죠?”“왜냐하면 그들 중에서 누군가가 먼저 무군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날 만약 내가 그 단약을 샀었다면 내가 먼저 무군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청룡이 이를 꽉 깨물었다. 그날 경매에서 단약을 사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그게 누구죠?”“종문 쪽에 무군이 3명 나타났습니다. 경성 8대 명문가들은 결국 그들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한편이 되었습니다. 그쪽에도 무군이 두 명 있다고 들었는데 그중 한 명은 진원태고 다른 사람은 누구인지 모르겠습니다.”진원태가 무군이 되었다고?최서준은 그 소식을 듣고 불안함을 느꼈다.비경에 들어온 후 진원태를 딱 한 번만 만났지만 진원태는 최서준에게 커다란 증오를 품고 있었다.최서준은 속으로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다시 물었다.“그럼 그들은 지금 어디 있습니까.”“다 이 부유성안에 있습니다. 이곳이 바로 비경의 중심이고 이 비경을 제어하는 중요한 곳입니다. 비경 안에는 고수들이 많지만 내일이면 열다섯 번째 날이니 오늘 밤, 사람들은 마지막 공격을 진행할 겁니다. 내일 이 성을 함락시킬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일 우리는 무조건 돌아가야 합니다!”“내일이 마지막 날이라고요?”“몰랐어요? 당신은 진작 알고 있는 줄 알았는데.”청룡이 약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다.최서준은 요즘 너무 잘 지내서 날짜를 세지도 않고 있었다. 무영이 마침 이곳으로 데리고 와서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최서준은 이런 소식을 전혀 모르고 있었을 것이다.최서준은 약간 난감한 웃음을 지었다.청룡은 더 뭐라 하지 않고 계속 얘기했다.“이 부유성 아래에 커다란 진법이 있다는
세 사람은 종문의 사람들을 데리고 와서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지켜보는 것이 마치 길 건너 불구경하는 것만 같았다. 그중에는 익숙한 얼굴들도 있었는데 각각 김표, 진후택, 주현아였다.그들은 대하의 사람들도, 경성 명문가의 사람들도, 각 종문의 사람들도 거들떠보지 않고 있었다. “내가 청룡의 신분으로 약속하는데, 이 사람은 대하인이 맞습니다!”청룡은 진원태의 압박을 견디면서 얘기했다.“흥, 거짓말은 언젠가는 들통날 겁니다. 청룡, 좋은 말로 할 때 솔직하게 말해요. 이 사람이 도대체 누구인지!”“진원태 씨! 내가 이미 내 신분으로 보증한다고 했는데 뭘 더 원하는 겁니까!”청룡도 화가 치밀어 올랐다. 만약 대하였다면 청룡의 신분으로 그들을 모두 내리찍을 수 있는데 말이다. 하지만 비경 속에서는 청룡이라는 신분이 먹히지 않았다.“청룡, 나는 당신한테 기회를 줬습니다. 계속 못 알아들을 겁니까? 이 비경 속에서 내가 당신을 죽인다고 해도 대하 조직은 모를 겁니다. 안다고 해도 날 어쩌지 못할 겁니다. 그러니 고분고분 말을 들으세요!”진원태는 전혀 양보하지 않고 최서준의 신분을 궁금해했다.이번에 비경에 들어온 사람들은 다 이곳에 모여있다. 오직 한 사람만이 이곳에 없다.진원태는 무군이 된 후 계속해서 최서준을 찾고 있었다. 최서준을 찾아내서 그동안의 치욕을 갚아주려고 했다.진원태는 청룡이 데려온 사람이 최서준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당장 이곳에서 저 사람이 최서준이라는 것을 까밝히고 사람들 앞에서 최서준을 갈기갈기 찢어 죽이고 싶었다.“그러게요, 청룡. 이 사람이 누군지 얘기하면 되잖아요. 진원태 씨도 당신을 뭐라 하지 않을 거예요.”8대 명문가 중에서 청룡과 사이가 좋은 사람이 다가와서 얘기했다.숨기면 숨길 수록 사람들은 궁금해했다.청룡이 정체를 숨겨주려고 하는 사람은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오직 한 사람만이 진실을 알고 있었다.인무석이었다. 그는 사람들 사이에서 저 사람이 최서준이라는 것을 바로 알아차렸지만 얘
진원태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얘기했다. 이제는 무군이 되었으니 무후인 최서준 정도는 쉽게 죽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사람들 앞에서 최서준을 죽이는 것, 그것으로 그동안의 치욕을 씻어버리고 싶었다.하지만 인무석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진원태가 또 한 번 가로막혔다. 이번에 그를 막은 사람은 인무석이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진원태 씨, 그만 하세요!”차가운 목소리에 진원태는 어쩔 수 없이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앞에 있는 사람을 보면서 진원태는 짜증스러운 표정을 드러냈다. 하지만 여전히 포기하지 않은 듯 입을 열었다.“한석호 씨, 감히 날 막아요? 당신도 최서준한테 복수해야 하잖아요! 내가 최서준을 죽이면 좋아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왜 막는 거죠?”“저 사람이 한석호라고?”“한석호가 누군데.”“경성 한씨 가문의 도련님이야. 한씨 가문 비경에서만 수련했다고 하던데. 아마 8대 명문가 중의 무군인 것 같아.”무군인 진원태를 막을 수 있는 건 무군 밖에 없다.“맞아요. 나도 최서준을 죽이고 싶죠. 하지만 인무석 씨의 말도 맞습니다. 지금은 사적인 복수를 할 때가 아닙니다. 지금 어느 일이 더 중요한지 알아야죠.”한석호는 최서준을 한번 보고 다시 진원태에게 얘기했다.한석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종문 쪽에서 세 무군 중의 한 사람이 일어나서 얘기했다.“그래요, 진원태 씨, 어찌 되었든 오늘 밤을 넘기고 생각해요. 지금 손을 쓸 거라면 우리 세 명도 당신을 막을 거예요. 어디 한 번 무군 네 명과 싸우고 싶다면 해 봐요.”진원태의 표정은 붉으락푸르락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최서준을 보면서 차갑게 얘기했다.“최서준, 그럼 하루만 시간을 더 줄게.”최서준은 진원태의 협박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만약 무군이 된 지 오래 된 사람이었다면 최서준은 약간 걱정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원태처럼 무군이 된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이라면 자신이 있었다. 싸워서 이기지 못한다고 해도 크게 실력 차이가 나지는 않을 것이다.“됐어요. 현무는 아마
“저는 일단 이렇게 생각합니다. 두 무군은 당신들이 책임지고 암영루의 보스는 우리 셋이 잡을 겁니다. 그렇게 싸우다 보면 진법을 손에 넣을 방법이 있을 겁니다.”정양부의 사람, 정형석이 자기 계획을 얘기했다.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고민하고 있었다.“안 됩니다. 만약 우리 다섯 명이 무군을 처리하다가 결국 다른 사람이 비경을 손에 넣게 된다면 그건 죽 쒀서 개한테 준 꼴이지 않습니까.”진원태가 먼저 입을 열었다.이 비경에 오기 위해 진씨 가문은 많은 준비를 했다. 그러니 이 비경이 다른 사람의 손에 들어가는 것을 두고 볼 수만은 없다.진원태의 반대에 다른 사람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아마도 머릿속으로 비밀리에 얘기하는 것만 같았다.최서준은 구석에 앉아서 뭘 해야 할지 몰랐다.“선배님, 저들이 뭐라고 하는지 들을 수 있습니까?”최서준이 연석진에게 물었다.“어려울 것 없지.”연석진이 대답했다.이윽고 그들의 대화가 최서준의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걱정하지 마십쇼. 이 진법은 무후가 쉽게 손댈 수 있는 진법이 아닙니다. 아까 그렇게 얘기한 건 무후들이 자기에게도 기회가 있다고 여기게 만들기 위해서였습니다. 진짜 이 비경을 가질 수 있는 건 오직 무군입니다.”“진짜입니까?”“당연하죠.”“그렇다면 그대로 진행하죠.”소리는 거기까지였다.그러니까 그들은 무후를 희생양으로 삼은 것이다.하지만 괜찮다. 이들은 오늘 돌아온 무영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그러니 무영의 등장은 그들에게 서프라이즈 선물이 될 것이다.최서준은 홀로 웃었다.결국 그들의 토론이 끝났다.“가자, 오늘 밤 이 성을 함락시킨다!”진원태가 먼저 명령했다.그러자 장내의 사람들이 전부 기운을 감추고 부유성 중앙으로 들어갔다.청룡과 최서준도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었다.최서준은 청룡에게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다. 그저 가는 길에 다시 분장을 했을 뿐이다.어느새 암영루의 첫 번째 방어선이 뚫리기 시작했고 소리를 감출 수 없게 되었다.“누구냐! 감히 암영루에 쳐들어오
경성시.두 사람이 바쁘게 각종 식재료를 준비하고 있었다.바로 주하은과 김지유였다. 최서준이 비경에 들어간 지 열흘 되도록 아무 소식이 없었지만 두 사람은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생각했다. 최서준과 같이 비경에 들어간 사람들도 감감무소식이다. 게다가 이번 비경행이 보름이라고 했으니 걱정할 것도 없었다.내일이면 마지막 날이다. 두 사람은 묵묵히 기다리면서 최서준이 비경에 들어가기 전에 사준 사합원에서 살고 있었다.꽤 즐거운 나날들이었다.며칠 동안 두 사람은 밖에 나가지 않았다. 영업사원인 장기성이 그들을 찾아와 사합원의 이름을 뭐로 짓겠냐고 물어보았고 김지유는 남양시의 글자를 따서 남왕부라고 이름을 지었다. 금빛으로 남왕부라는 세 글자가 붙여졌다. 그러자 며칠 사이에 문 앞을 서성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김지유도 사람이 많아졌다는 것을 눈치챘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주하은과 사합원 안에서 놀거나 묵묵히 최서준이 돌아오기를 기다릴 뿐이었다. 그날 밤.사합원 문앞에 갑자기 차들이 나타났다. 마른 남자 한 명이 여자 파트너의 손을 잡고 차에서 내렸고 그의 경호원으로 보이는 부하들이 사합원의 문을 두드렸다.세 번의 노크 소리 후, 주하은이 머리를 살짝 내밀었다.“무슨 일이죠?”김지유는 원래 주하은한테 무시하라고 했다. 하지만 주하은은 누군가가 최서준을 찾으러 온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고집을 부리고 나온 것이다. 그래서 주하은은 문을 살짝만 열고 물었다.마른 남자는 주하은의 얼굴을 보더니 곁에 있던 여자를 바로 버리고 싶었다. 주하은과 비교하면 옆의 여자는 길에서 주은 돌멩이와도 같았으니까 말이다.남자는 바로 여자의 손을 놓았다. 그러자 여자는 약간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유뚱보, 뭐 하자는 거야?”여자가 유뚱보한테 물었다. 이렇게 빼빼 마른 사람의 이름이 유뚱보라니, 길 가던 개가 웃을 지경이다.유뚱보는 여자의 질문을 가볍게 무시하고 앞으로 다가가 문을 열었다.“안녕하세요, 저는 유뚱보라고 합니다. 경성 유씨 가문의 사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