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각종 반찬이 모두 냄비에 들어갔는데도 둘은 고개를 숙인 채 반찬만 먹고 있었다.결국 김지유가 침묵을 깼다. “최서준, 우리 다시 결혼할까?”“콜록콜록...”최서준은 순간 사레가 들었다.“누나, 뭐라고?” 최서준은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나서야 다시 물었다.“우리 다시 결혼하자고!” 김지유는 용기를 내어 다시 한 번 큰 소리로 말했다. 옆 테이블의 손님들도 들을 정도여서 그들은 고개를 돌려 쳐다보았다.하지만 김지유는 주변 사람들의 이상한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 “예전에 너랑 이혼한 건 네 진짜 정체를 몰랐기 때문이야. 그때는 조씨 가문의 위협에 직면해 있었고, 널 그 일에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어.”“나중에 네가 내 어릴 적 동생 도담이라는 걸 알고 나서는, 내가 최서준을 사랑하는 건지 아니면 도담이를 사랑하는 건지 헷갈렸어. 하지만 이제 알겠어. 넌 도담이자 최서준이야. 둘은 본래 한 사람이니까, 우리 다시 결혼해!”김지유의 대담한 고백에 최서준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그가 멍하니 있는 사이, 귀에 거슬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라, 이게 누구십니까? 해성 그룹을 일군 김 아가씨 아니에요? 한동안 못 봤더니 이런 허름한 가게에서 젊은 녀석에게 청혼하고 있네요?”“해성 그룹이 시가는 크게 올랐다지만 회장이 바뀌었다고 하더군요. 게다가 해성 그룹에서 당신의 행방을 찾고 있다는 소문도 있던데... 혹시 그룹에서 쫓겨나서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아무 남자나 찾아 결혼하려는 건 아니겠죠?”“그렇다면 다른 사람한테 넘어가느니 차라리 나한테 오는 게 어때요, 김지유 씨? 아시다시피 나도 어엿한 회사 사장이라고요.”기름기 흐르는 중년 남자가 다가왔다. 뒤에는 경호원 두 명이 따라왔고, 분명 김지유와 이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 같았다.분위기를 망치는 사람이 나타나자 최서준은 뒤돌아보았다.남자도 최서준과 시선을 마주쳤고, 최서준이 자신을 계속 쳐다보자 화를 내며 말했다. “알아서 꺼져. 그렇
최서준은 급하게 도망친 유석운을 신경 쓰지 않고 김지유에게 물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야? 어째서 해성 그룹을 다른 사람에게 넘겼다는 거야?”알고 보니, 그날 이후 김지유는 해성 그룹을 포함한 모든 업무를 큰아버지에게 맡기고 최서준을 쫓아 경주로 갔던 것이었다. 겨우 최서준을 찾았을 때 할머니를 만나 남양으로 끌려갔고, 그 뒤로 계속 할머니 밑에서 수련하느라 김씨 가문으로 돌아가지 않아 외부 사람들이 오해한 것이었다.유석운은 원래 해성 그룹의 하청업체 중 하나였는데, 한 번 공급에 문제가 생겨 김지유가 계약을 해지했었다. 지금은 김지유가 없는 상황에서 유석운이 어떤 방법을 썼는지 다시 거래를 시작한 모양이었다.김지유의 설명을 듣고 최서준은 이해했다.“그럼 회사 전체의 힘을 동원해 당신을 찾은 건 또 뭐야?”“아마도 큰아버지가 내가 이렇게 오랫동안 연락이 없어서 걱정하신 것 같아.” 김지유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대답했다.‘그랬으면 좋겠군.' 최서준의 눈에 날카로운 빛이 스쳤다. ‘전에 이미 경고했는데... 또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면 가만두지 않겠어.'최서준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도망갔던 유석운이 다시 돌아왔다. 이번엔 그의 앞에 김지유의 큰아버지와 김씨 가문 사람들이 함께 있었다.“김 회장님, 지유가 저기 있습니다!” 유석운이 멀리서 가리키며 공을 세운 듯한 표정을 지었다.그러나 예상 외로 김 회장은 반대편 뺨을 갈겼다.“감히 '지유'라고 부르나?”김지유의 큰아버지는 말을 마치고 발로 한 번 더 차 유석운을 바닥에 쓰러뜨렸다.유석운은 곧바로 돼지 잡는 소리 같은 비명을 질렀다. 분명 이 발길질은 전혀 봐주지 않은 것 같았다.'어떻게 된 거지?'방금 전까지만 해도 김지유를 해치려는 듯했는데, 순식간에 태도가 바뀌었다.유석운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당연했다.이 모든 것은 김지유의 큰아버지가 김지유 옆에 앉아 있는 젊은이를 보았기 때문이었다.‘저 사람이었군!'그의 수단을 떠올릴 때마다 김 회장은 전율을
“이 녀석아, 설마 아직도 그걸 못해본 건 아니겠지!” 머릿속에서 금무명의 놀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최서준은 더욱 민망해졌다.‘젠장, 누군가가 생중계로 보고 있다는 걸 잊었어. 다음엔 꼭 차단해야겠어!' 최서준은 속으로 스스로를 다짐했다....경성시의 어느 비밀스러운 각루 안.한 그림자가 홀 중앙의 의자에 나타났다.“뜻밖이군. 그 사람마저 실패했다니. 더 이상 암살자를 보내봤자 소용없을 것 같아. 넷째, 네가 한번 가보는 게 어떻겠나?”목소리는 멀리까지 퍼지지 않았지만, 갑자기 누군가 대답했다.“전 암살 같은 일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그럼 네 뜻은?”“무혼전의 이름으로 그 녀석에게 결투를 신청하죠. 그가 오든 말든 우리 무혼전은 이를 통해 명성을 떨칠 수 있을 겁니다!”“그거 좋군!”...나인원 크라운 별장에 돌아온 최서준은 아직도 여운에 빠져 있을 때 김지유에게서 전화가 왔다.최서준은 김지유가 또 만나자고 하는 줄 알고 재빨리 전화를 받았는데, 수화기 너머로 당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최서준, 할머니가 사라졌어.”“사라졌다고? 길을 잃을 리가 없으니까 분명 무슨 일로 지체된 거야.” 최서준이 위로했다.“하지만... 여기 싸운 흔적이 있어.” 김지유의 목소리에 울음기가 섞였다. 분명 할머니의 안위를 걱정하고 있는 듯했다.이 말을 듣고 최서준은 즉시 김지유에게 위치를 보내라고 했고, 그 방향으로 날아갔다.전화를 끊고 얼마 지나지 않아 최서준은 김지유 곁에 나타났다.이곳은 이미 남양시 변두리의 한 산림이었다. 숲 속에 있던 대나무 누각이 무너져 있었고, 그 폐허 아래 시체 하나가 누워 있었다. 시체는 최서준이 본 적 없는 복장을 하고 있었다.“이런 복장 본 적 있어?” 최서준이 물었다.“무독교 제자들의 복장이에요. 묘강에서 본 적 있어.” 김지유가 한눈에 알아보았다.“여기서 분명 여러 명이 싸웠어. 음, 아마도 할머니가 누군가와 싸웠을 거야. 현장을 보니 상대방이 수적으로 우세했고, 할머니는 결국
남양은 대하의 다른 도시들과는 완전히 달랐다.최서준도 이곳에 도착해서야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았다. 높은 건물 하나 보이지 않았고, 심지어 공항 근처도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이 공항을 벗어나자 얼마 지나지 않아 황무지가 보였다.“누나, 우리 어디로 가는 거야?” 최서준은 눈앞에 펼쳐진 끝없는 황무지를 바라보며 물었다.“일단 할머니가 전에 살던 곳에 가서 알아보자.” 김지유가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좋아!”지금으로선 단서가 전혀 없어 최서준은 김지유를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두 사람은 온갖 교통수단을 바꿔 가며 이동했다. 택시에서 버스로, 버스에서 미니버스로, 다시 삼륜차로 바꾸더니 마지막엔 말이라는 원시적인 교통수단까지 타게 되었다.꼬박 이틀이 걸려서야 두 사람은 한 부족에 도착했다. 이곳엔 몇 개의 천막이 듬성듬성 서 있었고, 그중 일부는 멀리서 봐도 무너져 있는 게 보였다.‘이런!'두 사람은 눈빛을 교환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게 분명했다.최서준은 세상을 놀라게 할 만한 일도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날려 순식간에 천막 가장자리에 내려앉았다.김지유도 몇 걸음 뒤처졌지만 곧 따라잡았다.부족 안은 시체와 피로 가득했다. 시체들이 땅바닥에 널브러져 있었고, 천막 안에도 수십 구의 시체가 흩어져 있었다.“사망한 지 하루가 넘었어.” 최서준이 확인해보고 천천히 말했다.최서준의 말을 듣자 김지유는 순간 당황해하며 이미 무너진 천막 쪽으로 달려갔다. 그녀의 입에서는 외침이 터져 나왔다.“할머니!”할머니가 실종된 것도 어제였다. 설마!김지유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진기로 천막을 밀어내자 뱀 할머니의 시체는 보이지 않았다.김지유는 그제야 약간 안심했다.그러나 옆에 있는 두 구의 시체를 보고 김지유는 다시 비통한 목소리로 말했다.“장 아주머니, 이 아주머니...”분명 이곳에서 한동안 살았던 김지유는 이 두 시체의 주인을 알고 있었다.“저 천막 아래에 살아있는 사람이 있어!” 최서준이 한 천막을 가리키며 말
알고 보니 무독교가 이렇게 큰 소동을 벌인 것은 오직 금침 독벌레에게 인정받은 자신을 찾기 위해서였다. 할머니가 전에 말씀하셨듯이, 금침 독벌레가 주인을 인정하기만 하면 무독교 사람들에게 성녀로 여겨진다고 했다.김지유는 순간 자책감에 빠졌다.김지유의 괴로워하는 모습을 알아차린 듯, 최서준은 그녀의 손을 잡고 조용히 말했다. “누나, 부담 갖지 마. 살생을 저지른 건 무독교야. 누나와는 아무 상관 없어.”“알아. 하지만 이렇게 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죽었잖아. 그들은 그저 평범한 사람들일 뿐인데, 무독교는 왜 이런 평범한 사람들조차 용서하지 않는 거야?”김지유는 슬픈 감정을 쉽게 떨쳐내지 못했다.“이 지경에 이르러서는 슬퍼해 봤자 소용없어. 무독교가 찾는 게 누나라면, 할머니는 당장은 위험하지 않을 거야. 우리는 할머니를 구출할 방법을 생각해 봐야 해.” 최서준이 분석하며 말했다.최서준의 말을 듣자 김지유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할머니가 전에 나한테 독벌레를 사줄 때 무독교의 어떤 장소에 데려가 주셨어. 우리 지금 그곳으로 가자.” 김지유는 즉시 생각이 났다.일단 무독교를 찾고 보자.현이를 주변 부족에 맡기고 김지유는 최서준을 데리고 다시 출발했다.주변의 인구가 줄어들었다는 건 그들이 이미 깊은 숲속으로 들어섰다는 걸 의미한다. 하늘을 찌를 듯한 큰 나무들이 햇빛을 가리고 있어 길은 축축하면서도 무더웠다. 기괴한 모양의 모기들이 날아다녔고, 나무줄기에는 온갖 종류의 꽃뱀들이 혀를 날름거리고 있었다.다행히 두 사람 모두 범상치 않은 인물들이라 이런 상황에도 잘 대처할 수 있었다.특히 김지유는 모기와 뱀, 개미들이 아예 가까이 오지 못하게 했는데, 분명 금침 독벌레가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 같았다.두 사람이 더 깊이 들어갈수록 셀 수 없이 많은 독충들이 나타났다.최서준조차도 보고 있자니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다행히 장소를 잘못 찾지는 않았다. 두 사람의 시야 끝, 숲의 가장자리를 벗어난 곳에 7, 80년대 같은 작은 마을이 눈앞에
마을에 들어선 두 사람은 순식간에 눈이 번쩍 뜨였다.김지유는 최서준을 데리고 독벌레가 있는 곳으로 가려고 했다. 하지만 최서준이 그녀를 막아나서더니 김지유를 데리고 주점으로 갔다.안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오직 세, 네 테이블에만 사람이 있었다. 다른 테이블은 모두 비어있었다.최서준과 김지유는 빈자리를 찾아 앉았다. 한참 기다리니 그제야 직원이 왔다.“주문 도와드리겠습니다.”무강의 전통 복장을 한 소녀가 입을 열었다.“잘 나가는 메뉴는 다 시킬게요. 그리고 좋은 술 두 병만 가져다줘요.”최서준은 일부러 낮은 톤의 목소리로 천천히 얘기했다.“네, 잠시만 기다리세요.”그 말을 들은 소녀는 환한 미소를 띤 채 주방으로 들어갔다.이 주점에 오는 사람 중, 아무렇지 않게 이 정도의 큰돈을 쓰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어느새 소녀는 두 사람을 주시하게 되었다.“서준아, 여기는 무독교의 구역인데 우리 이러다가...”김지유는 약간 걱정이 된다는 듯 말했다.“걱정하지 마. 여기 사람들에게 있어서 우리는 낯선 사람일 뿐이야. 다른 사람들은 전혀 우리를 몰라. 게다가 변장까지 했잖아. 주점은 정보를 알아내기 가장 좋은 곳이야. 여기 조금만 더 있으면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거야.”최서준은 김지유가 걱정하지 않도록 달래주었다.역시나, 얼마 지나지 않아 옆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우리 성녀님은 찾았어?”“우리 신성교의 두 사람이 나섰으니, 곧 찾게 될 거야.”“성녀님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성녀 자리를 내놓고 도망간 건지.”“우리 같은 사람들이 그런 일을 어떻게 알겠어. 그저 교주님이 성녀님이 도망갔다는 사실을 알고 노발대발했다는 것밖에 듣지 못했어. 두 호법을 시켜 성녀님을 찾게 하고 3대 독 왕까지 출동시켰다고 하잖아!”“정말이야? 3대 독 왕은 세속에서 벗어나 이제는 거의 신이 된 사람들이잖아. 그런 사람들까지 나선다고?”“그것뿐이겠어? 신성교의 성충이 성녀님한테 흡수되었으니 3대 독 왕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지. 그렇지 않으면
평범한 무독교 멤버들은 당연히 최서준과 김지유를 발견하지 못할 것이다.두 사람은 여유롭게 웃고 웃으면서 걸어갔다.그러다가 낡고 오래된 건물에 도착했을 때,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 건물이 바로 그들이 말하던 무독교의 아지트였다.숲속 깊이 자리한 낡고 오래된 건물은 전혀 이상함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원래부터 여기 있던 건물처럼 자연스러웠다. 벽 옆으로 높고 큰 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서 있었다.이게 바로 그들이 말하던 무독교 분회였다.“너희들, 또 어디 나간 거야. 오늘이 얼마나 중요한 날인데. 호법에게 발각되었다가는 남은 인생이 힘들어질 거야.”몇 사람이 대문으로 들어왔고 그중에서 깔끔하게 차려입은 남자가 얘기했다.“호법이 도착했어?”호법의 이름을 들은 사람들은 놀라서 식은땀이 흘렀다.“흥, 다음에 보지.”깔끔하게 차려입은 남자가 차갑게 코웃음 쳤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다른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얼른 안으로 들어갔다.“이제 어떡해?”김지유는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 옆의 최서준에게 물었다.“누나, 걱정하지 마. 일단 뱀 할멈과의 약속이 아직 유효한지 봐.”눈을 감은 최서준은 곧 힘을 흘려내 보네 주변의 모든 것들이 최서준의 뜻을 따르게 했다.무후 급이 된 후, 최서준은 사람의 몸을 좌지우지할 뿐만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까지도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정신력은 조용하고도 이목을 끌지 않는 힘이다.정신력을 흘려보낸 최서준은 이곳의 여러 가지 일들을 알 수 있었다.‘찾았다!’두 눈을 번쩍 뜬 최서준이 환하게 웃었다.“저기다.”최서준은 낡은 건물들 사이를 가리키면서 김지유한테 얘기했다.두 사람은 빠른 속도로 벽을 넘고 몇 층의 경비원들을 넘어 조심스레 도착했다.돌로 된 별 앞에 선 두 사람은 그제야 걸음을 멈추었다.“뱀 할멈은 바로 이 뒤에 있어.”최서준은 손을 들어 두 경호원을 기절시키면서 김지유한테 말했다.“그럼 얼른 들어가자.”김지유는 바로 이 돌로 된 벽을 부술 기세로
김지유를 본 뱀 할멈은 처음에 놀란 표정을 짓다가 갑자기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마른 입술을 할짝대며 천천히 얘기했다.“이 바보 같은 아이야... 결국 우리 저승에서 만났구나.”뱀 할멈은 무독교의 손에 들어가고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김지유를 봤을 때 저승에 온 것으로 생각했다. “할머님, 무슨 소리예요. 제가 할머님을 구하러 무강까지 온 거라고요.”김지유는 뱀 할멈을 보면서 눈물범벅이 된 얼굴을 닦고 웃으면서 말했다.“뭐라고? 끝이 없음에 왔다고? 장난하지마. 내가 얘기했잖아. 얼른 도망치라고. 끝이 없음에서 도망치라고!”뱀 할멈은 그 말을 듣고 기뻐하기는커녕 오히려 조급해했다.“할머니, 걱정하지 말아요. 저뿐만이 아니라 서준이도 왔어요. 서준이가 지금 얼마나 강한지 모르시죠?”김지유는 뱀 할멈이 최서준의 실력을 몰라서 그렇게 얘기하는 것으로 생각했다.“넌 무강이 얼마나 무서운 곳인지 몰라. 너 뿐만이 아니라 최서준이라고 해도 여기에서는 뼈를 추리지 못할 거야. 아직 너희를 발견하지 못한 모양이야, 정말 다행이야. 이제 얼른 가. 난 상관하지 말고 얼른 도망가.”뱀할멈의 얼굴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그녀는 얼른 두 사람을 내쫓고 싶었다.“지금 도망가려고? 이미 늦었어.”이때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이윽고 무독교 성원들이 들어오더니 지하 감옥을 둘러싸버렸다.“이런, 매전호법이 왔어! 얼른, 얼른 도망가!”그 목소리를 들은 뱀할멈은 깜짝 놀라서 얼른 두 사람더러 도망가라고 했다.“웃기지 마. 감히 매전호법 앞에서 도망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앞장 선 사람이 크게 웃으면서 손을 내저었다. 그러자 감옥 주변으로 갑자기 초록색을 띤 독뱀들이 감옥을 둘러쌌다.그 장면을 본 뱀할멈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끝장이야, 이젠 끝났어. 지유야, 왜 내 말을 안 듣고 여기에 죽으러 온 거야! 난 죽으면 그대로 끝이지만 넌... 하아...”“할머님, 그렇게 한숨 쉬지 말아요. 우리는 꼭 여기를 벗어날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