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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7화

염부용은 조심스럽게 김지유를 싱크홀 아래쪽으로 내려보냈다.

우영원은 옆에서 마음을 졸였는데 비록 김지유 몸에 밧줄을 묶긴 했지만 혹시나 떨어질까 봐 걱정되었던 것이다. 끝내 김지유의 모습이 두 사람 눈앞에서 사라졌다. 염부용은 바닥에 주저앉아 한숨을 쉬었다.

“이젠 김지유 씨가 안전하게 복귀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네.”

염부용이 말을 마치고 고개를 들어보니 우영원이 싱크홀 옆에서 멍하니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영원아, 무슨 생각해?”

염부용의 물음에 우영원이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

“부용 씨, 이 세상에서 사랑의 힘이 정말로 그렇게 대단한 거야?”

염부용은 그녀가 왜 갑자기 이런 질문을 하는지 의아했다.

우영원이 계속해서 말했다.

“김지유 씨의 행동에 놀랐어. 최서준 씨를 찾기 위해 혼자서 그 고생을 하며 여기 대구호수까지 왔다는 게 놀라워. 게다가 손톱까지 다 부러지면서 말이야. 그리고 아무리 최서준 씨가 싱크홀 아래에 있는 걸 알아도 그렇지, 생사를 알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어떻게 저렇게 자기의 안전은 생각하지도 않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내려가겠다고 할 수가 있지?”

우영원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한 여자가 사랑하는 남자를 위하여 이 정도까지 할 수 있다는 게 정말로 놀라워.”

이 순간만큼 다혈질이었던 그녀도 깊은 감동을 받았다.

염부용 역시 똑같이 감동했다.

“그러게 말이야. 수년 동안 많은 일과 사람들을 겪으면서 남녀 사이의 감정은 깨지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아주 쉽게 깨지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김지유 씨를 보고 그 생각이 바뀌었어.”

우영원이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두 사람 모두 살아서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어.”

...

싱크홀 800미터 아래.

김지유는 밧줄을 꼭 잡고 천천히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다. 지면과 점점 멀어지면서 사방이 어두워졌는데 다행히 그녀가 내려올 때 염부용이 그녀의 머리에 채광등을 씌워줘서 주위 환경과 발아래가 잘 보였다. 하지만 그녀의 눈에 보이는 것은 온통 절벽뿐이었고 오랜 세월 동안 굴러내려 온 낙석 때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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