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부용은 조심스럽게 김지유를 싱크홀 아래쪽으로 내려보냈다.우영원은 옆에서 마음을 졸였는데 비록 김지유 몸에 밧줄을 묶긴 했지만 혹시나 떨어질까 봐 걱정되었던 것이다. 끝내 김지유의 모습이 두 사람 눈앞에서 사라졌다. 염부용은 바닥에 주저앉아 한숨을 쉬었다.“이젠 김지유 씨가 안전하게 복귀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네.”염부용이 말을 마치고 고개를 들어보니 우영원이 싱크홀 옆에서 멍하니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영원아, 무슨 생각해?”염부용의 물음에 우영원이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부용 씨, 이 세상에서 사랑의 힘이 정말로 그렇게 대단한 거야?”염부용은 그녀가 왜 갑자기 이런 질문을 하는지 의아했다.우영원이 계속해서 말했다.“김지유 씨의 행동에 놀랐어. 최서준 씨를 찾기 위해 혼자서 그 고생을 하며 여기 대구호수까지 왔다는 게 놀라워. 게다가 손톱까지 다 부러지면서 말이야. 그리고 아무리 최서준 씨가 싱크홀 아래에 있는 걸 알아도 그렇지, 생사를 알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어떻게 저렇게 자기의 안전은 생각하지도 않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내려가겠다고 할 수가 있지?”우영원의 눈시울이 붉어졌다.“한 여자가 사랑하는 남자를 위하여 이 정도까지 할 수 있다는 게 정말로 놀라워.”이 순간만큼 다혈질이었던 그녀도 깊은 감동을 받았다.염부용 역시 똑같이 감동했다.“그러게 말이야. 수년 동안 많은 일과 사람들을 겪으면서 남녀 사이의 감정은 깨지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아주 쉽게 깨지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김지유 씨를 보고 그 생각이 바뀌었어.”우영원이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두 사람 모두 살아서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어.”...싱크홀 800미터 아래.김지유는 밧줄을 꼭 잡고 천천히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다. 지면과 점점 멀어지면서 사방이 어두워졌는데 다행히 그녀가 내려올 때 염부용이 그녀의 머리에 채광등을 씌워줘서 주위 환경과 발아래가 잘 보였다. 하지만 그녀의 눈에 보이는 것은 온통 절벽뿐이었고 오랜 세월 동안 굴러내려 온 낙석 때문인
지하의 낮은 온도에 그녀는 떨고 있었는데 마음속 깊은 곳의 최서준에 대한 집념으로 버틸 수 있었다. 몸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김지유는 갈라진 입술을 깨물며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했다.동시에 그녀의 머릿속에 절망이 밀려왔다.“나 정말 서준이를 구할 수 없는 걸까?”그녀의 의식이 희미해질 때 머릿속에 갑자기 최서준과 함께 지낼 때 행복했던 시간들이 스쳐 지나갔다. 김지유는 황급히 눈을 뜨고 입술을 세게 깨물며 정신을 차렸다.“김지유 정신 차려! 절대 여기서 포기하면 안 돼. 최서준이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잖아. 그리고 도담이를 데려가서 목숨이 위태로운 언니도 구해줘야 하잖아.”김지유는 마음속으로 몇 번이고 자신에게 말했다. 또 한 시간이 지났는데 이번에는 50미터 정도 내려갔다. 그녀가 아래쪽을 내려다보는 순간 십여 미터 떨어진 절벽에 자란 나무를 발견했다. 김지유는 스스로 기운을 내며 아래쪽으로 천천히 내려갔다. 약 30분 후 마지막 남은 체력마저 거의 소진될 무렵 드디어 나무 옆까지 내려왔다.김지유는 나무 쪽으로 이동하여 나무줄기에 몸을 묶은 다음, 최대한 나무에 기대어 숨을 크게 헐떡였다.어느 정도 기운을 되찾은 후, 염부용이 준 물병을 꺼내 마시려고 하더니 무언가 생각난 듯 입술을 적실 정도로만 마셨다. 싱크홀의 바닥에 도착할 때까지 얼마나 더 걸릴지도 모르고 또 도담이에게 줄 것도 남겨야 했다. 그녀에게는 체력을 보충할 다른 먹을 것이 없었다.그때 김지유는 눈앞에 있는 작은 나무를 주의해 보았다. 소나무처럼 생겼지만 잎을 보면 소나무는 아니었다. 나무의 잎은 단풍잎처럼 붉었고 그 위에 비둘기알만 한 열매가 몇 개 달려 있었는데 역시 붉은색이고 아주 좋은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김지유는 손을 뻗어 열매를 따고 싶었지만 이런 나무와 과일은 전혀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독이 있을까 봐 망설였다. 하지만 결국 그녀는 손을 뻗어 열매 하나를 따서 입에 넣고 조심스럽게 씹었다. 열매는 당도가 높은 단맛이 아니라 향긋한 단맛으로 너무 달콤했다.“설마 독은
김지유는 순간 당황해하더니 곧바로 몸을 고정하고 한 손으로 머리 위의 채광등을 두드렸는데 아무리 두드려도 반응이 없더니 아예 머리 위에서 심연 속으로 떨어졌다.유일한 조명 도구까지 완전히 사라지자 김지유는 절망했다. 그런데 더 절망적인 것은 갑자기 머리 위가 차가워졌는데 고개를 들어보니 빗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비는 점점 크게 내려 그녀의 옷이 모두 젖었다.“하늘이시여, 제가 과거에 당신에게 잘못한 일이 많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서둘러 벌을 내려주실 필요는 없으시잖아요.”김지유는 너무나 절망적이고 슬퍼서 결국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한참 지나서 그녀는 눈물을 닦고 힘겹게 어둠 속에서 계속 아래로 이동했다. 하지만 조명을 잃은 탓에 몇 번이나 발을 헛디뎌 아래로 떨어지면서 절벽 바위에 심하게 부딪혔다. 등에서 전해지는 가슴이 찢어질 듯한 통증 때문에 그녀는 거의 기절할 뻔했지만, 여전히 열심히 아래로 내려갔다.그때, 김지유는 갑자기 자신의 체력이 강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는데 마치 뜨거운 전류가 몸속을 감돌면서 끝없는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 같았다. 그뿐만 아니라 시력도 좋아져서 어둠 속에서도 주변의 상황이 보이기 시작했는데 심지어 발밑으로 50미터 아래까지 보였다.“어떻게 된 거지?”김지유는 의아했다.“설마 방금 먹은 과일 때문인가?”김지유는 본 적이 없는 과일이지만 체력이 고갈된 상황에서 먹어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며 먹었는데 결국 이러한 반응이 일어나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이런 좋은 반응이 나타나고 있지만 나중에 또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하지만 이미 이렇게 된 이상 그녀는 더 생각해 봤자 소용없다고 생각하며 과일의 에너지가 소모되기 전에 서둘러 아래로 내려가려고 했다. 그녀의 속도는 점점 더 빨라졌고 몸도 전보다 훨씬 더 민첩해졌다.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김지유가 아래를 내려다보더니 창백했던 그녀의 얼굴이 환해졌는데 바로 싱크홀의 경사지고 난석으로 지저분한 바닥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쿵!”비록 구슬의 보호가 있었지만,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오른쪽 발이 골절되는 소리가 들리면서 몸과 바닥이 부딪히는 충격에 김지유는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끼면서 정신을 잃었다....시간이 조금씩 흘러 김지유는 빗물을 맞으며 눈을 떴다. 눈을 떴을 때 그녀는 바닥에 누워있었고 옆에는 얼마 전에 떨어뜨렸던 채광등이 보였으며 발목으로부터 날카로운 통증을 느꼈다. 그녀가 일어나 앉아 바지를 들어 올려보니 발목이 골절되고 많이 부은 것을 발견했다.그리고 가슴 앞에 구슬이 한 개가 남은 것을 보고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김지유는 도담이 동생을 구하고 싶었지만 오히려 도담이 동생이 보이지 않게 자신을 구해주고 있었다. 그녀는 방금 구슬이 자기를 구해주지 않았다면 골절뿐만 아니라 죽었을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김지유는 발에서 느껴지는 통증을 뒤로하고 눈물을 닦으며 채광등을 집어 들고 일어났다. 채광등의 스위치를 다시 켜자 밝아지기는 했지만 전력이 거의 떨어져서인지 불빛은 계속 깜빡거렸다.그녀는 한시도 지체하지 않고 채광등의 불빛으로 주위를 둘러봤는데 경사진 바닥이 아래로 쭉 뻗어있어 동굴 입구 같았다.채광등의 불빛을 빌어 그녀는 한 개 남은 구슬을 꼭 쥐고는 발목의 통증을 억지로 참고 절뚝거리며 앞으로 걸어갔다. 앞에서 어떤 것이 기다릴지 몰랐기 때문에 무서운 마음이 들었다.그녀는 괴담만 토론하는 유튜브에서 탐험가들의 자서전을 설명해주는 동영상을 본 적이 있었다. 고대의 무덤에 내려가 본 사람도 있고 대하의 관산에 가본 사람도 있었으며, 또 한밤중에 만인갱에 가봤다는 사람도 있었는데 모두의 경험은 온갖 기괴한 일들뿐이었다.지금 이 순간 그녀에게 유일하게 안전감을 주는 것은 오직 구슬이었다.김지유는 걸으면서 카르스트 지형으로 이루어진 동굴과 비슷한 곳을 발견했는데 사방에는 여러 가지 기괴한 모양의 종유석이었다. 가끔은 허리를 굽혀야 지나갈 수 있었는데 그나마 다행인 것은 괴이하거나 이상한 일이 발생하지 않은 것이다. 그녀가 마음을 내
최서준을 다시 만난 김지유는 순간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그녀가 여기까지 오는 동안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었고 심지어 죽음의 문턱에 몇 번이나 발을 들여놓았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천만다행인 것은 끝내 최서준을 찾았다는 것이다.김지유는 오로지 최서준을 빨리 구하고 싶다는 생각에 물이 얼마나 깊은지, 위험은 없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절뚝거리며 물속으로 들어갔다. 물은 뼈를 찌르는 듯 차가웠는데 다행인 것은 물살이 세지 않았다. 골절된 발로 물속에 들어가자 물은 발목에서 허리까지, 그리고 허리에서 가슴까지 올라왔고 몸은 천근 무게를 짊어진 듯 움직이기 힘들었다. 김지유는 수영할 줄을 모르기에 몸의 균형을 유지하며 최서준을 향해 걸어갈 수밖에 없었다.10미터...8미터...7미터...마침내 물살이 그녀의 머리를 넘기기 전에 최서준 옆에 도착했다. 그녀는 최서준을 깨워보려고 몇 번 흔들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고, 밀어보기도 했지만 그는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김지유는 땀을 뻘뻘 흘리며 다시 뭍으로 돌아가서 망설이더니 이를 이용해 너덜너덜해진 치마의 끝자락을 찢어서 끈을 만들고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 최서준의 허리에 묶었다. 그러고는 뭍으로 돌아와 두 손으로 끈을 꽉 잡고 온 힘을 다해 최서준을 뭍으로 끌어올렸다.김지유는 흥분을 참지 못하고 끈을 버린 후 최서준의 머리를 품에 안았다. 그녀는 최서준의 얼굴이 창백한 것을 발견했는데 물에 오랜 시간 잠겨있어서 그런 건지 알 수가 없었다.최서준은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데다 가슴 쪽의 옷은 폭발에 찢어져서 흉측한 상처가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김지유는 서둘러 최서준의 가슴에 손을 대고 심장이 뛰고 있는 것을 느끼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녀도 이러한 상황은 처음이기에 어찌할 바를 몰라 울음을 터뜨렸다. 염부용이 준 약이 있기는 하지만 어떻게 사용하는지 몰랐기에 잘못 사용했다가 오히려 최서준에게 해가 될까 봐 겁이 났다.김지유는 눈물을 닦고 잠깐 진정하면서 방법을 생각했다.그녀는 망설이지 않고 최서준의 입에
아무리 무술 종사라고 해도 결국 신이 아니고 인간의 육체일 뿐이다. 최서준은 쓴웃음을 지으며 자신을 살펴보았는데 옷과 바지는 제법 많이 찢어졌고 온몸에 상처도 많았다.그는 눈을 깜빡이며 기절하기 전의 장면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김천성을 쫓아 싱크홀까지 왔고 벼랑 끝에 몰린 김천성은 스스로 자폭을 택한 것이다. 한 무술 종사의 자폭의 위력은 지진과 맞먹었기에 지반이 무너지면서 최서준도 싱크홀에 빠졌다. 바닥에 떨어진 최서준은 중상을 입은 몸을 이끌고 겨우 지하 강물까지 왔는데 체력 고갈로 결국은 기절한 것이었다.“너무 방심했어.”당시 상황을 떠올리더니 최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김천성이 자폭할 거라는 걸 짐작했어야 했는데.’하지만 어찌 보면 그가 짐작했다고 해도 김천성을 쫓아가서 죽이려고 한 이상 지금처럼 당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이 꼴로 오래 버티지 못할 건데”최서준은 자기 몸에 난 상처를 보며 별수 없다는 듯 웃다가 문뜩 뒤에 있는 김지유를 살펴보더니 안색이 어두워졌다.그제야 최서준은 김지유도 상처투성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겉으로 드러난 팔은 멀쩡한 데가 하나도 없었고 손톱도 모두 닳아서 없어졌는데 피투성이가 된 그녀의 손을 보는 순간 가슴이 바늘에 찔리는 것처럼 아팠다.보기만 해도 김지유가 그를 찾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었는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최서준은 그녀가 왜 자기를 찾아왔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나를 싫어하지 않았던가?’두 사람은 이혼 서류에 사인하고 깨끗하게 헤어졌다. 때문에 김지유는 자유로웠을 건데 말이다.그때 잠들었던 김지유가 미간을 찌푸리며 잠꼬대했다.“최서준... 최서준...”그녀가 손에 꼭 잡고 있던 구슬을 보자마자 최서준의 몸이 얼어붙었다. 그 구슬은 그가 마법 팔찌를 만들 때 사용했던 거라는 걸 알아봤기 때문이다. 최서준은 그제야 김지유가 어떻게 이곳까지 무사하게 오게 되었는지 알았다.최서준은 자면서도 자기의 이름을 부르는 김지유를 바라보며 가슴이 살짝 떨렸는데 지금 눈앞에 있
최서준의 상황을 확인하고 김지유의 마음은 엉망이 되고 당황스러웠는데 무엇보다 두려웠다.겨우 찾은 도담이 동생이 다시 자기를 떠난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어떡하지, 어떻게 해야 하지?”김지유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불안한 마음에 입술을 꽉 깨물었다. 때마침 휴대폰의 알람이 울렸는데 그제야 김지유는 정신 차리고 휴대폰을 들고 중얼거렸다.“그래, 맞아. 외부에 전화해서 지원요청 해야 해.”그녀는 망설이지 않고 119를 누르고 통화버튼을 눌렀는데 수화기를 귀에 대자 곧바로 ‘삐’ 소리와 함께 전화가 끊어졌다. 당황해하며 휴대폰을 살펴보니 신호가 잡히지 않았다. 문득 그녀는 지금 자기가 신호가 전혀 닿지 않는 수천 미터 깊이의 지하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절망을 느끼며 기절할 뻔한 김지유는 희망을 바라며 휴대폰을 들고 절뚝거리며 이리저리 움직여봤지만 신호는 여전히 잡히지 않았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전화를 한 번만 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를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최서준의 상처는 그녀가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 엄청 심각했기에 반드시 밖에 있는 병원에 가서 치료받아야 한다. 결국 그녀는 힘없이 바닥에 쓰러졌는데 휴대폰도 함께 바닥에 떨어졌다. 그렇다, 휴대폰으로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실패했다.김지유는 절망과 무력감에 울음을 터뜨렸는데 한참이 지나 눈물을 닦고 자리에서 일어나 최서준 옆에 다가갔다.최서준의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되어 얼굴은 흰 종이처럼 창백했고 입술까지 말라서 갈라졌는데 이건 심한 탈수 증세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김지유는 스스로 침착하라고 다독이면서 과거에 배웠던 야생 자력 기술들을 떠올렸다.그녀는 최서준에게 우선 물을 먹여야 한다는 생각에 물통을 찾았는데 가지고 있던 물통을 절벽에서 떨어지면서 잃어버린 것 같았다. 하는 수 없이 강물 쪽으로 가서 먼저 마셔보고 아무 이상 반응이 없는 걸 확인하고는 두 손으로 물을 떠서 절뚝거리며 최서준에게 돌아가 먹였다. 하지만 수십 미터의 거리를 절뚝거리며 오고 나니 손에는 물이 얼
김지유의 얼굴이 순식간에 빨갛게 달아올랐다. 필경 지금까지 크면서 이성과의 이런 친밀한 접촉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최서준이 자기의 도담이 동생이라는 생각에 오히려 기분이 좋아졌다.김지유는 최서준의 가슴에 귀를 대로 조용히 심장 박동 소리를 듣고 호흡도 살폈는데 상황이 조금 호전된 것 같아서 깜짝 놀랐다. 역시 그녀의 서툴고 불안해 보였던 일련의 행동들이 효과가 있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그제야 김지유는 주위가 어두워진 것을 발견했다. 희미한 빛이 절벽의 갈라진 틈으로 스며들고 있었다.“이제 곧 어두워지겠네.”김지유는 두려운 듯 주위를 둘러보다가 최서준을 바라보고는 다시 용기를 내어 절뚝거리며 강을 따라 내려갔다. 어젯밤에 내려왔을 때 이곳이 밤이 되면 기온이 낮아진다는 것을 느꼈었는데 최서준의 옷이 젖어 있어 상처 회복에 좋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김지유는 시야가 확보될 때 근처에서 장작을 찾아 불을 피우려고 했다.비록 야생 생존 경험은 없지만 지하 강이 외부와 연결될 거라는 것은 알고 있기에 분명 나뭇가지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녀만의 희망이겠지만 강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여기에서 나갈 수 있는 길을 찾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김지유는 무자비한 현실에 패배했다. 희망을 품었던 지하 강은 막힘이 없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바위틈을 통과하고, 때로는 길고 미끄러운 경사면을 통과해야 했다. 큰 바위 틈새는 작은 그릇 한 개가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아서 사람은 들어갈 수도 없었고 미끌미끌한 경사면은 이끼로 덮여 있어서 자칫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었다.그나마 다행인 것은 김지유가 끝내 얕은 강 옆에서 떠밀려 내려온 나무를 발견했다. 충격과 기쁨을 동시에 느낀 그녀는 안간힘을 써가며 3번 왕복하면서 겨우 나무를 옮겼다. 3번 왕복하는 동안 매번 너무 힘들었는데 도중에 한 번은 실수로 물에 빠져 수십 미터를 휩쓸려가다가 운 좋게 바위를 붙잡고 겨우 살아났다.그녀가 모든 일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는 이미 캄캄한 밤이 되었다.떨리는 몸으로 김
“왜 그럽니까? 정말 화가 난 겁니까? 이제 시작인데 가려고 하다니요.”청룡이 그를 붙잡았다.“비경에서 며칠 동안 있었더니 집의 일이 밀려서 돌아가 봐야 할 것 같아요. 앞으로 기회가 있으면 우리 집에 놀러 와요. 취할 때까지 마시는 겁니다.”최서준이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경성에 집이 있어요? 경성에 자주 오갈 건가 봐요. 그럼 그렇게 해요. 나중에 찾아가면 날 내쫓지 말고요.”청룡은 최서준이 화가 나지 않았다는 것을 보고 웃으면서 얘기했다.“당연히 환영할 거예요.”인사를 마친 후, 최서준은 김지유와 함께 기지를 떠나 하늘로 날아올랐다.그제야 두 사람은 단둘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하늘 위에서. 최서준이 멈춰 섰다. 그러자 김지유가 그대로 최서준의 등에 이마를 박았다.“왜 그래, 서준아?”김지유가 가볍게 물었다.“누나, 보육원 사건의 원수를 알아냈어.”그 말에 김지유의 표정이 확 변했다.그녀는 잠시 침묵하더니 이내 물었다.“누구야. 어디 있는데?”그 말에서 김지유의 살기가 흘러나왔다.“누나, 내가 할게. 누나는 가만히 있어. 누나한테 이 얘기를 하는 건 그저 누나한테 비밀로 하고 싶지 않아서야.”최서준은 약간 걱정된다는 표정으로 얘기했다.“서준아, 예전 같았으면 나도 가만히 있었어. 하지만 지금은 실력을 갖추게 되었는데 어떻게 네 뒤에 숨어만 있겠어. 보육원의 복수는 너 혼자 할 게 아니야. 말해. 도대체 누구인지. 누가 인간의 탈을 쓰고 짐승만도 못한 짓을 한 건지.”김지유는 담담한 척 말하고 있었지만 최서준은 김지유의 살기를 느낄 수 있었다.“경성 진씨 가문이야.”“가자.”김지유는 바로 최서준을 끌고 진씨 가문으로 가려고 했다.무군의 속도는 아주 빨라서 두 사람은 눈 깜빡할 사이에 경성 진씨 가문 상공에 도착했다.북적거리던 예전과는 달리, 지금의 진씨 가문은 아주 조용했다. “최서준, 정말 다 죽일 거야? 미리 얘기해 주는데, 이곳에만 해도 무군이 수두룩해. 게다가 진씨 가문 비경 안에 괴물이 잠들어있을
진씨 가문 저택 속의 비경.한 노인이 갑자기 일어났다. 그리고 폐관 수련 중이던 방문을 다 열어젖혔다.“무슨 일이야!”그는 바로 전대 가주, 즉 진이군의 아버지인 진정수였다.진정수는 진씨 가문 비경에서 계속 폐관 수련하면서 무왕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하지만 아까 이상한 점을 느끼고 갑자기 나온 것이었다.진정수가 나오자 옆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큰일 났습니다.”“무슨 일인데 이러는 거야. 체통을 지켜야지.”가문의 사람들이 벌벌 떨면서 얘기하는 것을 본 진정수가 가볍게 꾸짖었다.“가주님이... 가주님이 돌아가셨습니다.”“뭐라고?”진정수가 멍해서 되물었다.“가주님뿐만이 아니라 첫째 도련님과 둘째 도련님도 사망하셨습니다.”사람들이 보고했다.그러자 진정수가 분에 차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아들도 죽었고 손자도 죽었다.“누구냐. 말해. 경성의 다른 가문이야? 아니면 종문이야?”진정수가 물었다. 그가 생각할 수 있는 적수는 이들밖에 없었다.“아닙니다. 최서준입니다.”“최서준이 누구지?”진정수는 기억을 되짚었다. 하지만 그 이름과 관련된 사람을 떠올리지 못했다.“최서준은 현재 대하 현무의 수장입니다. 20대 초반의 젊은이죠.”“뭐? 그럴 리가 없어!”진정수가 놀라서 대답했다.진이군이 가주를 맡으면서 수련을 게을리했다고 해도 무군 세 번째 단계의 고수다.그런데 20대 초반의 젊은이한테 살해당하다니.이런 일은 거의 있을 수가 없다.“사실입니다. 가주님은 사람들 앞에서 머리가 잘려서 살해당했습니다. 현재 모든 무술계에서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최서준은 어디 있는 거야!”진정수는 몇 십년 동안 수련을 하면서 정신력을 키웠지만 화를 내지 않을 수 없었다.지금 당장 최서준을 찾아가 복수를 하고 싶었다....경성의 한 기지.사람들이 모여서 웃으며 말하고 있었다.이곳은 최서준의 공로를 축하하는 연회장이었다.진성철은 먼저 몇 마디 하고 떠났다. 진성철이 간 후 청룡이 나서서 연회를 이끌었다.현장의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
진성철은 최서준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최서준, 여기서 멈춰야 해. 날 죽인다면 한씨 가문은 절대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 우리 한씨 가문이 얼마나 대단한지 모르지?”한민기가 얘기했다.“멈추라고? 웃기네. 난 한 번도 시작한 적이 없어. 모두 너희가 먼저 시작해서 날 죽이려고 든 거지. 지금 와서 멈추라는 것도 웃기지 않아? 당신이야말로 대단하네. 두 아들이 다 내 손에서 죽었는데 이렇게 침착하다니. 보니까 아들도 별거 아니었나 봐?”최서준이 차갑게 말하면서 비웃었다.그 말을 들은 한민기는 미간을 팍 좁혔다.최서준의 말투를 들어보니 한민기를 놓아주지 않을 게 뻔했다.그러자 한민기는 생각을 바꿨다.“최서준, 정말 죽고 싶은 거야? 무군 세 번째 단계의 실력으로 우리 한씨 가문을 죽일 수 있을 것 같아? 웃기지 마.”한민기가 그렇게 얘기하고 바로 자기 기운을 뿜어냈다. 도망가지 않고 마지막으로 최서준과 싸우기 위해서였다.하지만 한 그림자가 갑자기 다가오더니 한민기의 가슴을 팍하고 쳤다.한민기의 가슴이 움푹 꺼져 들어갔다. 그사이에 작은 벌레가 한민기의 몸속으로 들어갔다.“네가 서준이를 괴롭힌 사람이야?”갑자기 나타난 사람은 바로 김지유였다.그녀는 차가운 표정으로 한민기를 쳐다보고 있었다.“너는 누구야.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한민기는 하얀 벌레 한 마리가 자기 피부를 찢고 몸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놀라서 김지유를 가리키며 말했다.“계속해서 서준이를 괴롭히다니. 서준이한테 이런 사람이 있는 줄은 몰랐나 봐?”김지유가 차갑게 얘기했다.한민기의 몸은 눈에 띄게 말라갔다. 그러더니 마지막에는 가죽만 남았다.김지유는 그제야 최서준을 향해 걸어갔다.“누나가 왜 왔어?”최서준이 다가가 먼저 물었다.“서준아, 오늘은 네가 오는 날이잖아. 내가 안 올 수 없지. 어디로 오는지 몰라서 헤맸는데 아까 사람들을 만나서 물어봤어. 그래서 바로 달려온 거야.”김지유가 해명했다.“누나, 소개해 줄게. 여기는 청룡이야. 그리고 여기는
‘노조는 어디 간 거지?’진이군은 그제야 불길한 생각이 떠올랐다.‘최서준의 실력이 이 정도라니... 설마...? 아니, 그럴 수가 없어! 노조는 무군 여섯 번째 단계야! 그저 잠시 무슨 사정이 생겨서 나타나지 못하고 있는 것뿐이야.’진이군은 그제야 본인이 최서준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얘기했다. 지금 반드시 도망쳐야 한다. 그 생각에 진이군이 입을 열었다.“현무, 너 미쳤어? 난 진씨 가문 가주야! 날 죽이려고 하다니. 정말 진씨 가문과 끝까지 가보자는 거야?”진이군은 진씨 가문을 핑계로 최서준을 진정시키고 싶었다.하지만 최서준은 진씨 가문을 다 죽이려고 하고 있다.최서준은 진이군을 향해 달려들었다.먼지 속에서, 최서준은 더욱 쉽게 상대를 죽일 수 있었다.결계를 사용할 필요도 없었다.최서준은 용연검을 꺼내더니 바로 진이군을 쫓아갔다.“저렇게 빠르다고?”사람들은 최서준의 속도를 보고 놀라서 입을 딱 벌렸다.이 속도는 무군 세 번째 단계의 속도가 아니다.“너희 노조가 어디 있는지 궁금해? 지금 그곳으로 보내줄게.”최서준은 진이군을 쫓아갔다. 진이군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자기 목에 검이 꽂히는 순간을 지켜보았다.용연검을 빠르게 진이군의 머리를 잘라버렸다. 진이군은 머리가 잘린 채 바닥에 툭 쓰러졌다.“뭐야! 진씨 가문 가주가 죽었어!”“큰일이다. 앞으로 경성에 피바람이 불겠어.”“그러게 말이야. 진씨 가문 가주가 사람들 앞에서 죽다니. 진씨 가문이 현무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 진씨 가문에 숨겨진 실력자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현무는 이제 끝장이야.”“가자, 더 이상 이 일에 엮이면 안 돼.”사람들은 최서준이 그들 앞에서 진이군을 죽일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아무리 그래도 한 가문의 가주이고 실력도 비슷하니 그저 잠깐의 헤프닝으로 그칠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사람들은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수가 없어서 얼른 도망가려고 했다.어느새 이곳에는 한씨 가문 가주 한민기만 남았다.도망가고 싶지 않았던 게 아니다.그는
“그래?”최서준이 손가락을 튕겼다.한씨 가문 노조는 믿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본인의 몸이 점점 사라지는 것을 확인했다.“이, 이건 불가능한 일이야!”이렇게 쉽게 죽다니.“이건 네 결계가 아니라 네 세계인 거야?”죽기 전, 한씨 가문 노조가 마지막 말을 남겼다.최서준은 세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지만 분명 결계보다 더욱 강한 것이라고 생각했다.이게 세계라는 것이었구나.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깊이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최서준은 차가운 눈으로 진씨 가문 노조를 쳐다보았다.“살려줘, 내가 아까 말한 건 다 가짜야. 내가 널 속인 거야. 제발 날 살려줘. 원하는 건 내가 다 줄게!”진씨 가문 노조는 한씨 가문 노조가 사라지는 것을 보고 최서준의 차가운 눈빛을 마주하자마자 잘못된 것을 느끼고 벌벌 떨면서 사과를 빌었다.“지금 빌어도 늦었어. 나만 죽이려고 했다면 모르겠지만 넌 절대로 건드려서는 안 되는 보육원의 아이들을 죽였어. 걱정하지 마. 내가 얘기했잖아. 진씨 가문 전체를 죽일 거라고. 먼저 가서 기다리면 진씨 가문 사람들이 곧 도착할 거야.”최서준은 충혈된 두 눈으로 진씨 가문 노조를 노려보면서 손을 휘저었다.그러자 진씨 가문 노조의 몸이 그대로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최서준은 바로 비경 입구 쪽에 다시 나타났다.최서준이 사라졌다가 순식간에 다시 나타나자 사람들은 놀라서 눈을 휘둥그레 떴다.“봐, 현무야! 아까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났어!”“그런데 진씨 가문 노조는 어디 가고 최서준만 나타난 거지?”“설마 최서준이 이긴 건가?”“그럴 리가 없어. 아마 진씨 가문 노조가 현무를 쉽게 이기지 못해서 먼저 떠난 거 아닐까?”두 사람이 싸우던 모습을 본 사람들이 얘기했다.“그런 것 같아.”사람들이 얘기했다. 하지만 그들은 한씨 가문 노조도 참여했다는 것을 몰랐기에 한씨 가문 노조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다.사람들은 그저 진씨 가문 노조가 떠났다고 생각하지 최서준이 그를 죽였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하긴 두 사람이 다 무
그 순간, 커다란 비경이 두 사람을 덮었다.두 사람은 그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 웃으면서 얘기했다.“이런 애송이도 못 처리해서 날 부른 거야?”한씨 가문 노조가 담담하게 얘기했다.“그러게 말이야. 우리 둘이 동시에 나섰던 건 최씨 가문을 상대할 때밖에 없었던 것 같은데. 지금도 마찬가지네.”진씨 가문 노조가 담담하게 대답했다.“그럼 진씨 가문과 한씨 가문이 사이가 안 좋다는 건 가짜인 모양이네.”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던 최서준이 얘기했다. “사이가 안 좋다고? 그건 지금 세대의 아이들이지.”한씨 가문 노조가 웃으면서 얘기했다.두 사람은 최서준은 제압한 채 여유로움을 만끽하고 있었다.진씨 가문 노조도 얘기했다.“이렇게 해야 대하도 마음 놓고 보고만 있지. 됐어. 설명해도 넌 모르잖아.”“넌 이미 내 결계에 빠졌어. 마지막으로 말할게. 신의 결정을 내놔. 그러면 살려줄지도 모르니까.”“쓸데없는 말은 집어치워. 저 자를 죽이고 시체를 뒤지면 나올 것 아니야.”한씨 가문 노조가 얘기했다.“결계? 이거 말하는 건가?”최서준이 손가락을 튕기자 늪이 순식간에 사라졌다.진씨 가문 노조의 결계도 그대로 파멸했다.그러자 힘의 반동 때문에 진씨 가문 노조가 가슴을 부여잡고 입에서 피를 토해냈다.“이럴 수가! 그저 무군 세 번째 단계일 뿐이잖아. 그런데 어떻게 내 결계를 파한 거지? 도대체 무슨 수단을 쓴 거야!”진씨 가문 노조는 놀란 표정으로 얘기했다.진씨 가문 노조의 결계 밖에는 한씨 가문 노조의 결계가 한층 더 있었다.그래서 한씨 가문 노조는 바로 최서준의 몸을 묶었다. “네 결계와 상성이 안 맞나보지. 내가 처리할게.”한씨 가문 노조가 나섰다.“그렇게 생각해?”최서준이 또 손가락을 튕겼다.쩌적.결계에 금이 가더니 이내 완전히 깨져버렸다.그러자 한씨 가문 노조도 똑같이 피를 뿜어내며 힘의 반동을 느끼고 있었다.두 사람은 그제야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이건 경성이 아니다!“여긴 어디야.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
“그러게 말이야. 현무가 저렇게 이성을 잃은 모습은 처음 봐. 이번에 조용히 넘어갔으면 비경을 손에 넣고 다른 명문가들을 이길 수도 있었을 수도 있는데.”“젊은 사람이 좀 참지.”사람들은 저마다 안타까워하면서 얘기했다.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최서준의 표정을 보니 대강 알 것 같았다.구경꾼뿐만이 아니라 최서준 옆에 있던 청룡과 진성철도 이상함을 느꼈다.무슨 일이기에 최서준이 이렇게 이성을 잃고 달려든단 말인가.하지만 지금 머리를 짠다고 해서 생각해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감히, 우리 진씨 가문 노조한테 달려들다니. 최서준 넌 죽었어.”진이군은 차갑게 웃고 청룡과 진성철을 보면서 중얼거렸다.“그러게 말입니다. 우리 두 가문이 의견이 자주 맞는 건 아니지만 이번만큼은 동의할 수밖에 없군요.”한민기도 옆에서 비릿하게 웃으며 얘기했다.하늘 위.진씨 가문 노조는 최서준을 죽이려고 일부러 최서준을 유인했다.뒤로 따라오는 최서준을 보면서 진씨 가문 노조는 차갑게 최서준을 노려보았다.한순간. 노조가 뒤를 돌자 두 사람이 하늘에서 부딪혔다.쿵.굉음과 함께 기운이 부딪혀 파문을 일으켰다.두 사람은 기운이 튕겨 나갔다.“뭐? 이게 뭐야! 현무는 그저 무군 세 번째 단계일 뿐인데. 진씨 가문 노조의 공격을 막아냈어!”“막아낸 게 아니라 튕겨 난 거잖아.”두 사람의 그림자를 본 사람들이 밑에서 수군거렸다.청룡과 진성철의 얼굴에도 놀란 표정이 드러났다.현무가 이렇게 강했다니.두 사람은 어느새 희망을 품게 되었다.‘현무, 당신은 무사해야 해!’하늘 위.튕겨 난 진씨 가문 노조도 믿기 힘들다는 표정을 드러냈다.무군 세 번째 단계일 뿐인데 그의 공격을 막아내다니. 진씨 가문 노조는 무군 여섯 번째 단계인데 말이다.“너... 도대체 뭐 하는 놈이야!”“하, 우물 안 개구리 같은 놈. 노조가 되었다고 정말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 우리 누나도 당신을 쉽게 죽일 수 있을 정도야.”최서준이 대수롭지 않게 얘기
최서준은 진씨 가문 노조가 결정을 달라고 해서 그대로 줄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바로 대답했다.“없습니다. 하나도 없습니다.”“감히 이렇게 나오겠다는 거야? 정말 현무라고 해서 내가 널 못 건드릴 줄 알아? 좋게 얘기할 때 못 알아듣는 거야?”진씨 가문 노조가 금세 화를 냈다. 아무리 성격이 좋은 사람이라고 해도 이런 모욕은 참을 수 없었다.“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고운 법입니다. 먼저 그런 태도로 나오셨으니 저도 어쩔 수 없죠.”최서준이 담담하게 얘기했다.그의 말에는 비웃음이 가득 담겨있었다.“너 이 자식...! 애초에 최씨 가문의 씨를 다 말려버렸어야 했는데. 역시 최씨 가문 핏줄이라 알아서 죽음의 길을 걷는구나!”진씨 가문 노조는 비웃음 앞에서 갑자기 화를 거두고 웃음을 터뜨렸다.그 말을 들은 최서준이 바로 물었다.“그게 무슨 뜻이죠?”“무슨 뜻인지는 네가 가장 잘 알 텐데.”“그럼 그때 보육원의 일, 진씨 가문이 한 겁니까?”“그렇다면 어쩔 건데. 최서준, 그 보육원의 일은 진씨 가문이 시킨 거야. 게다가 최씨 가문이 망한 것도 우리 진씨 가문이 개입했던 일이야. 그래서 네가 뭘 할 수 있는데?”진씨 가문 노조는 그저 머릿속으로 최서준에게 얘기할 뿐이었다.아무리 노조라고 해도 사람들 앞에서 이런 얘기를 할 수는 없었다.그 말을 들은 최서준은 그 순간 눈이 충혈되고 피눈물이 흘렀다.‘드디어, 드디어 찾았다!’무후 세 번째 단계인 그의 기운이 폭발했다.“현무! 진정해!”청룡은 그 모습을 보고 진성철을 보호하면서 최서준의 귓가에 얘기했다.“현무, 저 자는 그저 당신을 도발하려고 하는 겁니다. 당신이 먼저 공격하면 저 자는 당신을 바로 죽일 겁니다. 제발 진정해요! 이 함정에 빠지지 말란 말이에요!”오랫동안 찾은 범인이 이곳에 있는데, 어떻게 참을 수 있겠는가.최서준의 머릿속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원장님, 같이 놀던 친구들... 적어도 100여 명은 되었다.“날 죽이고 싶었으면 나만 죽일 것이지
“이런 존재가 있다니! 수련계에서도 처음 들어보는 일이야!”사람들은 놀라서 감탄을 내뱉었다.하늘에 있던 두 무군도 최서준을 향해 의미심장한 시선을 보내왔다.“무군 세 번째 단계라니. 그래, 네가 이 비경을 가지게 되었구나.”그중 한 사람이 최서준을 노려보면서 차갑게 입을 열었다.“그렇다면 어쩔 건데요?”최서준이 대답했다.최서준은 비경 입구 쪽에 있는 두 무군의 실력을 대충 알 수 있었다. 두 사람은 그저 무군 중기일 뿐이다. 아무리 높다고 해도 무군 여섯 번째 단계가 되지는 못했을 것이다.“역시 너였어! 무군이 되자마자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달려들다니. 선배를 향한 존경은 전혀 보이지 않는군. 무군이 되면 우리와 맞서 싸워 이길 줄 알았어?”노인은 그 말을 듣고 벌컥 화를 냈다.“당신들이야말로 계속 우리를 깔보는 식으로 얘기했잖아요. 나도 이러고 싶지 않았어요. 왜요? 내가 비경을 갖고 나니까 날 죽이기라도 하게요?”최서준은 노인의 앞에서 눈을 부릅뜨고 얘기했다.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뭐? 최서준이 비경의 주인이 되었다고? 마지막 승자가 최서준일 줄이야!”“그러게 말이야. 명문가가 아니면 정양부가 비경의 주인이 될 줄 알았는데, 최서준이 혼자서 이 비경을 손에 넣다니.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사람들은 놀라서 감탄했다.하지만 누군가가 그 상황을 보면서 얘기했다.“아무리 비경을 손에 넣는다고 해도 지키지는 못할걸?”그러자 다른 사람이 되물었다.“왜 그렇게 생각하는 거지?”“진씨 가문의 사람들이 직접 나서서 최서준을 괴롭히고 있잖아. 아무리 비경의 주인이 되었다고 해도 진짜 난관은 지금부터 시작이야.”“하긴, 진씨 가문뿐만이 아니라 한씨 가문도 옆에 있잖아. 아무리 최서준이 대하 현무라고 해도 동시에 두 가문을 상대하기는 어려울 거야.”사람들의 수군거리는 소리가 어느새 그들의 귀에까지 들려왔다.진씨 가문 노조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억지로 막아 나서도, 이대로 보내도 속이 시원치 않았다.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