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가능할까요?”김지유는 눈앞의 바닥이 보이지 않는 싱크홀을 보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최소 수천 미터는 될 것 같은 깊이에 사람은 물론이고 큰 바위가 떨어져도 산산조각이 날 것 같았기 때문이다.염부용이 다가와서 말했다.“저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서준 대가님은 일반 사람과 달리 무술 종사잖아요.”그의 말에 김지유는 흠칫하더니 고개를 들고 두 사람을 보았다.“정말요?”그녀의 눈에 희망의 불꽃이 다시 타올랐다.우영원도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그러니 너무 슬퍼하지 마시고 힘내요. 지원 요청을 이미 보냈으니 지원팀이 올 겁니다.”“지원팀은 언제쯤 도착하나요?”김지유가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물었다.“그건 잘 모르겠어요.”우영원이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많은 장비를 비행기로 옮길 수 없어서 차로 이동해야 하는데 아마 최소 4시간은 걸릴 거예요.”‘4시간...’김지유의 마음속에 타오르던 희망이 다시 꺼졌다. 4시간이면 짧은 시간이 아닌데 그 사이에 어떤 일이 발생할 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고, 지금과 같은 위급한 시기에 1분이라도 지체하면 더 큰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만약 최서준이 크게 다쳤는데 조치가 되지 않으면…순간 김지유의 머릿속에 수많은 무서운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그때 문득 염부용 뒤에 짊어진 등산용 로프 다발을 보더니 김지유는 눈을 반짝이면서 결심했다.“그 등산용 로프 다발을 빌려주실 수 있어요?”“내려가시려고요?”염부용은 안색이 급변하더니 단호하게 거절했다.“안 돼요. 그건 너무 위험해요.”“맞아요. 김지유 씨, 싱크홀이 얼마나 깊은지, 그리고 아래가 어떤 상황인지 모르기 때문에 안 돼요. 그리고 이건 일반 암벽 등반에 사용하는 것이기에 이곳에 사용할 수 없어요. 게다가 부상까지 있잖아요.”우영원이 말렸지만 김지유는 여전히 고집을 부렸다.“로프 다발의 길이가 얼마나 되나요?”“약 1,500미터 정도예요.”염부용이 솔직하게 말했다.“그럼 됐어요.”김지유는 잠깐 기뻐하더니 갑자기 콩알만한 눈물
염부용은 조심스럽게 김지유를 싱크홀 아래쪽으로 내려보냈다.우영원은 옆에서 마음을 졸였는데 비록 김지유 몸에 밧줄을 묶긴 했지만 혹시나 떨어질까 봐 걱정되었던 것이다. 끝내 김지유의 모습이 두 사람 눈앞에서 사라졌다. 염부용은 바닥에 주저앉아 한숨을 쉬었다.“이젠 김지유 씨가 안전하게 복귀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네.”염부용이 말을 마치고 고개를 들어보니 우영원이 싱크홀 옆에서 멍하니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영원아, 무슨 생각해?”염부용의 물음에 우영원이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부용 씨, 이 세상에서 사랑의 힘이 정말로 그렇게 대단한 거야?”염부용은 그녀가 왜 갑자기 이런 질문을 하는지 의아했다.우영원이 계속해서 말했다.“김지유 씨의 행동에 놀랐어. 최서준 씨를 찾기 위해 혼자서 그 고생을 하며 여기 대구호수까지 왔다는 게 놀라워. 게다가 손톱까지 다 부러지면서 말이야. 그리고 아무리 최서준 씨가 싱크홀 아래에 있는 걸 알아도 그렇지, 생사를 알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어떻게 저렇게 자기의 안전은 생각하지도 않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내려가겠다고 할 수가 있지?”우영원의 눈시울이 붉어졌다.“한 여자가 사랑하는 남자를 위하여 이 정도까지 할 수 있다는 게 정말로 놀라워.”이 순간만큼 다혈질이었던 그녀도 깊은 감동을 받았다.염부용 역시 똑같이 감동했다.“그러게 말이야. 수년 동안 많은 일과 사람들을 겪으면서 남녀 사이의 감정은 깨지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아주 쉽게 깨지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김지유 씨를 보고 그 생각이 바뀌었어.”우영원이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두 사람 모두 살아서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어.”...싱크홀 800미터 아래.김지유는 밧줄을 꼭 잡고 천천히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다. 지면과 점점 멀어지면서 사방이 어두워졌는데 다행히 그녀가 내려올 때 염부용이 그녀의 머리에 채광등을 씌워줘서 주위 환경과 발아래가 잘 보였다. 하지만 그녀의 눈에 보이는 것은 온통 절벽뿐이었고 오랜 세월 동안 굴러내려 온 낙석 때문인
지하의 낮은 온도에 그녀는 떨고 있었는데 마음속 깊은 곳의 최서준에 대한 집념으로 버틸 수 있었다. 몸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김지유는 갈라진 입술을 깨물며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했다.동시에 그녀의 머릿속에 절망이 밀려왔다.“나 정말 서준이를 구할 수 없는 걸까?”그녀의 의식이 희미해질 때 머릿속에 갑자기 최서준과 함께 지낼 때 행복했던 시간들이 스쳐 지나갔다. 김지유는 황급히 눈을 뜨고 입술을 세게 깨물며 정신을 차렸다.“김지유 정신 차려! 절대 여기서 포기하면 안 돼. 최서준이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잖아. 그리고 도담이를 데려가서 목숨이 위태로운 언니도 구해줘야 하잖아.”김지유는 마음속으로 몇 번이고 자신에게 말했다. 또 한 시간이 지났는데 이번에는 50미터 정도 내려갔다. 그녀가 아래쪽을 내려다보는 순간 십여 미터 떨어진 절벽에 자란 나무를 발견했다. 김지유는 스스로 기운을 내며 아래쪽으로 천천히 내려갔다. 약 30분 후 마지막 남은 체력마저 거의 소진될 무렵 드디어 나무 옆까지 내려왔다.김지유는 나무 쪽으로 이동하여 나무줄기에 몸을 묶은 다음, 최대한 나무에 기대어 숨을 크게 헐떡였다.어느 정도 기운을 되찾은 후, 염부용이 준 물병을 꺼내 마시려고 하더니 무언가 생각난 듯 입술을 적실 정도로만 마셨다. 싱크홀의 바닥에 도착할 때까지 얼마나 더 걸릴지도 모르고 또 도담이에게 줄 것도 남겨야 했다. 그녀에게는 체력을 보충할 다른 먹을 것이 없었다.그때 김지유는 눈앞에 있는 작은 나무를 주의해 보았다. 소나무처럼 생겼지만 잎을 보면 소나무는 아니었다. 나무의 잎은 단풍잎처럼 붉었고 그 위에 비둘기알만 한 열매가 몇 개 달려 있었는데 역시 붉은색이고 아주 좋은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김지유는 손을 뻗어 열매를 따고 싶었지만 이런 나무와 과일은 전혀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독이 있을까 봐 망설였다. 하지만 결국 그녀는 손을 뻗어 열매 하나를 따서 입에 넣고 조심스럽게 씹었다. 열매는 당도가 높은 단맛이 아니라 향긋한 단맛으로 너무 달콤했다.“설마 독은
김지유는 순간 당황해하더니 곧바로 몸을 고정하고 한 손으로 머리 위의 채광등을 두드렸는데 아무리 두드려도 반응이 없더니 아예 머리 위에서 심연 속으로 떨어졌다.유일한 조명 도구까지 완전히 사라지자 김지유는 절망했다. 그런데 더 절망적인 것은 갑자기 머리 위가 차가워졌는데 고개를 들어보니 빗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비는 점점 크게 내려 그녀의 옷이 모두 젖었다.“하늘이시여, 제가 과거에 당신에게 잘못한 일이 많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서둘러 벌을 내려주실 필요는 없으시잖아요.”김지유는 너무나 절망적이고 슬퍼서 결국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한참 지나서 그녀는 눈물을 닦고 힘겹게 어둠 속에서 계속 아래로 이동했다. 하지만 조명을 잃은 탓에 몇 번이나 발을 헛디뎌 아래로 떨어지면서 절벽 바위에 심하게 부딪혔다. 등에서 전해지는 가슴이 찢어질 듯한 통증 때문에 그녀는 거의 기절할 뻔했지만, 여전히 열심히 아래로 내려갔다.그때, 김지유는 갑자기 자신의 체력이 강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는데 마치 뜨거운 전류가 몸속을 감돌면서 끝없는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 같았다. 그뿐만 아니라 시력도 좋아져서 어둠 속에서도 주변의 상황이 보이기 시작했는데 심지어 발밑으로 50미터 아래까지 보였다.“어떻게 된 거지?”김지유는 의아했다.“설마 방금 먹은 과일 때문인가?”김지유는 본 적이 없는 과일이지만 체력이 고갈된 상황에서 먹어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며 먹었는데 결국 이러한 반응이 일어나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이런 좋은 반응이 나타나고 있지만 나중에 또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하지만 이미 이렇게 된 이상 그녀는 더 생각해 봤자 소용없다고 생각하며 과일의 에너지가 소모되기 전에 서둘러 아래로 내려가려고 했다. 그녀의 속도는 점점 더 빨라졌고 몸도 전보다 훨씬 더 민첩해졌다.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김지유가 아래를 내려다보더니 창백했던 그녀의 얼굴이 환해졌는데 바로 싱크홀의 경사지고 난석으로 지저분한 바닥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쿵!”비록 구슬의 보호가 있었지만,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오른쪽 발이 골절되는 소리가 들리면서 몸과 바닥이 부딪히는 충격에 김지유는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끼면서 정신을 잃었다....시간이 조금씩 흘러 김지유는 빗물을 맞으며 눈을 떴다. 눈을 떴을 때 그녀는 바닥에 누워있었고 옆에는 얼마 전에 떨어뜨렸던 채광등이 보였으며 발목으로부터 날카로운 통증을 느꼈다. 그녀가 일어나 앉아 바지를 들어 올려보니 발목이 골절되고 많이 부은 것을 발견했다.그리고 가슴 앞에 구슬이 한 개가 남은 것을 보고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김지유는 도담이 동생을 구하고 싶었지만 오히려 도담이 동생이 보이지 않게 자신을 구해주고 있었다. 그녀는 방금 구슬이 자기를 구해주지 않았다면 골절뿐만 아니라 죽었을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김지유는 발에서 느껴지는 통증을 뒤로하고 눈물을 닦으며 채광등을 집어 들고 일어났다. 채광등의 스위치를 다시 켜자 밝아지기는 했지만 전력이 거의 떨어져서인지 불빛은 계속 깜빡거렸다.그녀는 한시도 지체하지 않고 채광등의 불빛으로 주위를 둘러봤는데 경사진 바닥이 아래로 쭉 뻗어있어 동굴 입구 같았다.채광등의 불빛을 빌어 그녀는 한 개 남은 구슬을 꼭 쥐고는 발목의 통증을 억지로 참고 절뚝거리며 앞으로 걸어갔다. 앞에서 어떤 것이 기다릴지 몰랐기 때문에 무서운 마음이 들었다.그녀는 괴담만 토론하는 유튜브에서 탐험가들의 자서전을 설명해주는 동영상을 본 적이 있었다. 고대의 무덤에 내려가 본 사람도 있고 대하의 관산에 가본 사람도 있었으며, 또 한밤중에 만인갱에 가봤다는 사람도 있었는데 모두의 경험은 온갖 기괴한 일들뿐이었다.지금 이 순간 그녀에게 유일하게 안전감을 주는 것은 오직 구슬이었다.김지유는 걸으면서 카르스트 지형으로 이루어진 동굴과 비슷한 곳을 발견했는데 사방에는 여러 가지 기괴한 모양의 종유석이었다. 가끔은 허리를 굽혀야 지나갈 수 있었는데 그나마 다행인 것은 괴이하거나 이상한 일이 발생하지 않은 것이다. 그녀가 마음을 내
최서준을 다시 만난 김지유는 순간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그녀가 여기까지 오는 동안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었고 심지어 죽음의 문턱에 몇 번이나 발을 들여놓았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천만다행인 것은 끝내 최서준을 찾았다는 것이다.김지유는 오로지 최서준을 빨리 구하고 싶다는 생각에 물이 얼마나 깊은지, 위험은 없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절뚝거리며 물속으로 들어갔다. 물은 뼈를 찌르는 듯 차가웠는데 다행인 것은 물살이 세지 않았다. 골절된 발로 물속에 들어가자 물은 발목에서 허리까지, 그리고 허리에서 가슴까지 올라왔고 몸은 천근 무게를 짊어진 듯 움직이기 힘들었다. 김지유는 수영할 줄을 모르기에 몸의 균형을 유지하며 최서준을 향해 걸어갈 수밖에 없었다.10미터...8미터...7미터...마침내 물살이 그녀의 머리를 넘기기 전에 최서준 옆에 도착했다. 그녀는 최서준을 깨워보려고 몇 번 흔들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고, 밀어보기도 했지만 그는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김지유는 땀을 뻘뻘 흘리며 다시 뭍으로 돌아가서 망설이더니 이를 이용해 너덜너덜해진 치마의 끝자락을 찢어서 끈을 만들고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 최서준의 허리에 묶었다. 그러고는 뭍으로 돌아와 두 손으로 끈을 꽉 잡고 온 힘을 다해 최서준을 뭍으로 끌어올렸다.김지유는 흥분을 참지 못하고 끈을 버린 후 최서준의 머리를 품에 안았다. 그녀는 최서준의 얼굴이 창백한 것을 발견했는데 물에 오랜 시간 잠겨있어서 그런 건지 알 수가 없었다.최서준은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데다 가슴 쪽의 옷은 폭발에 찢어져서 흉측한 상처가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김지유는 서둘러 최서준의 가슴에 손을 대고 심장이 뛰고 있는 것을 느끼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녀도 이러한 상황은 처음이기에 어찌할 바를 몰라 울음을 터뜨렸다. 염부용이 준 약이 있기는 하지만 어떻게 사용하는지 몰랐기에 잘못 사용했다가 오히려 최서준에게 해가 될까 봐 겁이 났다.김지유는 눈물을 닦고 잠깐 진정하면서 방법을 생각했다.그녀는 망설이지 않고 최서준의 입에
아무리 무술 종사라고 해도 결국 신이 아니고 인간의 육체일 뿐이다. 최서준은 쓴웃음을 지으며 자신을 살펴보았는데 옷과 바지는 제법 많이 찢어졌고 온몸에 상처도 많았다.그는 눈을 깜빡이며 기절하기 전의 장면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김천성을 쫓아 싱크홀까지 왔고 벼랑 끝에 몰린 김천성은 스스로 자폭을 택한 것이다. 한 무술 종사의 자폭의 위력은 지진과 맞먹었기에 지반이 무너지면서 최서준도 싱크홀에 빠졌다. 바닥에 떨어진 최서준은 중상을 입은 몸을 이끌고 겨우 지하 강물까지 왔는데 체력 고갈로 결국은 기절한 것이었다.“너무 방심했어.”당시 상황을 떠올리더니 최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김천성이 자폭할 거라는 걸 짐작했어야 했는데.’하지만 어찌 보면 그가 짐작했다고 해도 김천성을 쫓아가서 죽이려고 한 이상 지금처럼 당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이 꼴로 오래 버티지 못할 건데”최서준은 자기 몸에 난 상처를 보며 별수 없다는 듯 웃다가 문뜩 뒤에 있는 김지유를 살펴보더니 안색이 어두워졌다.그제야 최서준은 김지유도 상처투성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겉으로 드러난 팔은 멀쩡한 데가 하나도 없었고 손톱도 모두 닳아서 없어졌는데 피투성이가 된 그녀의 손을 보는 순간 가슴이 바늘에 찔리는 것처럼 아팠다.보기만 해도 김지유가 그를 찾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었는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최서준은 그녀가 왜 자기를 찾아왔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나를 싫어하지 않았던가?’두 사람은 이혼 서류에 사인하고 깨끗하게 헤어졌다. 때문에 김지유는 자유로웠을 건데 말이다.그때 잠들었던 김지유가 미간을 찌푸리며 잠꼬대했다.“최서준... 최서준...”그녀가 손에 꼭 잡고 있던 구슬을 보자마자 최서준의 몸이 얼어붙었다. 그 구슬은 그가 마법 팔찌를 만들 때 사용했던 거라는 걸 알아봤기 때문이다. 최서준은 그제야 김지유가 어떻게 이곳까지 무사하게 오게 되었는지 알았다.최서준은 자면서도 자기의 이름을 부르는 김지유를 바라보며 가슴이 살짝 떨렸는데 지금 눈앞에 있
최서준의 상황을 확인하고 김지유의 마음은 엉망이 되고 당황스러웠는데 무엇보다 두려웠다.겨우 찾은 도담이 동생이 다시 자기를 떠난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어떡하지, 어떻게 해야 하지?”김지유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불안한 마음에 입술을 꽉 깨물었다. 때마침 휴대폰의 알람이 울렸는데 그제야 김지유는 정신 차리고 휴대폰을 들고 중얼거렸다.“그래, 맞아. 외부에 전화해서 지원요청 해야 해.”그녀는 망설이지 않고 119를 누르고 통화버튼을 눌렀는데 수화기를 귀에 대자 곧바로 ‘삐’ 소리와 함께 전화가 끊어졌다. 당황해하며 휴대폰을 살펴보니 신호가 잡히지 않았다. 문득 그녀는 지금 자기가 신호가 전혀 닿지 않는 수천 미터 깊이의 지하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절망을 느끼며 기절할 뻔한 김지유는 희망을 바라며 휴대폰을 들고 절뚝거리며 이리저리 움직여봤지만 신호는 여전히 잡히지 않았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전화를 한 번만 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를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최서준의 상처는 그녀가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 엄청 심각했기에 반드시 밖에 있는 병원에 가서 치료받아야 한다. 결국 그녀는 힘없이 바닥에 쓰러졌는데 휴대폰도 함께 바닥에 떨어졌다. 그렇다, 휴대폰으로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실패했다.김지유는 절망과 무력감에 울음을 터뜨렸는데 한참이 지나 눈물을 닦고 자리에서 일어나 최서준 옆에 다가갔다.최서준의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되어 얼굴은 흰 종이처럼 창백했고 입술까지 말라서 갈라졌는데 이건 심한 탈수 증세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김지유는 스스로 침착하라고 다독이면서 과거에 배웠던 야생 자력 기술들을 떠올렸다.그녀는 최서준에게 우선 물을 먹여야 한다는 생각에 물통을 찾았는데 가지고 있던 물통을 절벽에서 떨어지면서 잃어버린 것 같았다. 하는 수 없이 강물 쪽으로 가서 먼저 마셔보고 아무 이상 반응이 없는 걸 확인하고는 두 손으로 물을 떠서 절뚝거리며 최서준에게 돌아가 먹였다. 하지만 수십 미터의 거리를 절뚝거리며 오고 나니 손에는 물이 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