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유의 말에 허란희가 깜짝 놀라 몸을 흠칫 떨었다. 그녀는 다급하게 김지유의 왼쪽 소매를 걷어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왼쪽 손목에 선명하게 남아있는 팥알 정도 크기의 모반이 보였다.곧이어 허란희는 김지유를 품에 꼭 끌어안고 벅차오르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지유야, 정말 너구나, 정말 너야...”그 아이가 맞았어!허란희가 김지유를 못 알아볼 리 없었다.강가의 있던 나무통에 담겨 버려져 있던 김지유를 발견하고 데려왔던 게 바로 허란희였으니까. 김지유의 손목에 있는 모반을 제일 처음 확인 한 사람 역시 허란희였다.“란희 이모, 죄송해요. 여태껏 이모를 찾으려는 노력조차 안 했어요... 저 진짜 한심하죠...”“울지 마, 아가. 이모는 잘 지내고 있었어. 이렇게 지유도 오랜만에 만나고, 이모 너무 기쁘다.”두 사람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한참을 울었다. 그런 두 사람의 모습에 뒤늦게 따라 들어온 주하은과 진미연까지 눈시울이 붉어졌다.최아현의 경호를 맡고 있던 홍도가 아래층의 소란에 이끌려 2층에서 걸어 내려오며 물었다.“무슨 일이에요?”홍도의 질문에 정신을 차린 허란희가 김지유를 품에서 떼어내 촉촉한 눈망울로 지유를 바라보며 말했다.“지유야, 얼... 얼른 여섯째 언니도 봐야지. 너희... 너희 언니 죽기 전에 얼굴은 봐야지.”허란희의 말에 김지유는 다급하게 몸을 일으켜 위층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곧이어 홍도에 의해 제지당했지만 그런 홍도를 바라보며 허란희가 말했다.“홍도야, 쟤 아현이 여동생이야. 들어가서 얼굴이라도 볼 수 있게 해줘. 이게 마지막 만남일지도 모르는데...”말을 꺼낸 허란희가 또다시 눈물을 훔쳤다.허란희의 말에 홍도가 자리를 내어주자 다급하게 위층으로 달려간 김지유는 드디어 최아현이 있는 곳의 방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었다. 방 안에는 최아현이 침대에 반듯하게 누워있었다.침대 위에 누워있는 최아현은 마치 잠자는 숲속의 공주처럼 평온하게 누워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오직 가녀린 그녀의 숨소리만이 그녀가 아직 죽지 않고
“맞아.”“도담이 혼자 너무 많은 걸 짊어졌어. 내가... 내가 도와주고 싶어, 이제.”“게다가 여섯째 언니가 저렇게 아픈데, 여동생으로서 책임은 져야지.”굳은 결심을 한 듯한 표정의 김지유가 말했다.주하은이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지금 경주시는 엄청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들었어. 그렇게 큰 곳에서 최서준 씨가 정확히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판에 가서 뭘 어쩌겠다는 건데?”“게다가 여자 혼자 가서 무슨 위험한 일이라도 생기면, 그땐 또 어떡하려고?”주하은의 말에 김지유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나도 알아, 그... 그러니까 네 팔찌 좀 빌리겠다는 거잖아.”“걱정하지 마, 아무것도 안 건드리고 돌아오는 대로 바로 돌려줄 테니까.”김지유가 간절한 표정으로 애원했다.주하은은 고개를 숙여 자신의 손목에 감긴 3개의 구슬만 남아버린 팔찌를 바라보았다. 어딘가 망설이는 듯한 기색이 보였다.그 팔찌는 최서준이 주하은에게 준 생일선물로 주하은에게 있어서는 자신의 목숨까지 구해줬던 아주 소중한 팔찌였다.그런 팔찌였기에 그 아무에게도 주고 싶지 않았다.주하은의 행동으로 대충 눈치를 챈 김지유가 체념한 듯 웃으며 말했다.“싫으면 됐어, 굳이 안 줘도 돼.”김지유가 포기하고 돌아서려던 그 순간이었다.“지유야, 잠깐만.”주하은이 갑자기 그녀를 불러세웠다. 가볍게 이를 악문 주하은이 자신의 손목에 감겨있던 팔찌를 빼더니 김지유의 손에 쥐여주었다.“너... 이거.. 너 가져.”“고마워, 하은아. 이건 우리만의 비밀로 해줄래? 절대 란희 이모한테는 얘기하지 말아줘. 내가 도담이 찾으러 가는 거 알면 분명 또 걱정하실 거야.”김지유는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주하은에게 진심 어린 감사 인사를 올렸다.“그 정도는 나도 알아. 너야말로 조심히 가.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하고, 무슨 일 없어도 연락 자주 해줘야 해. 알겠지?”주하은은 여러 번이나 당부하며 김지유에게 손을 흔들었다.주하은의 당부에 김지유가 빠르게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였다.김지유가 떠나
휴대전화를 꺼내든 변태남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더니 대충 알아들을 수도 없는 말을 몇 마디 내뱉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경박해 보이는 중년의 여자가 입에 담배 한 대를 물고 나타났다.변태남은 그 중년의 여인에게 귓속말로 작게 무어라 속삭이며 수시로 손가락을 들어 멀리 있는 김지유를 가리켰다.둘의 실랑이가 한바탕 벌어지는가 싶더니 중년의 여인은 변태남으로부터 20만 원 가량의 돈을 건네받았다. 돈을 건네받은 중년의 여인은 그제야 담배를 비벼 끄고는 김지유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자리에 앉아 멍하니 찐빵을 우걱우걱 씹고 있던 김지유의 뒤로 누군가가 다가와 어깨를 툭툭 치는 인기척이 느껴졌다.낯선 인기척에 김지유가 뒤를 돌아보았다. 돌아본 곳에는 한 중년의 여인이 싱글벙글 웃으며 김지유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어머, 얘. 너 설화네 연이 아니니?”“죄송한데, 사람 잘못 보신 것 같습니다.”김지유가 미간을 좁히며 대답했다.“아닌데, 그럴 리가 없는데? 분명히 내가 너 어디서 봤는데, 네 이름 서지연 아니니?”중년의 여인이 낮게 속삭이며 물었다.“죄송하지만 사람 잘못 보셨습니다. 제 성씨부터 서씨가 아니라서요.”중년 여인의 끈질긴 질문에 김지유가 성가신 듯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거짓말하지 마, 내가 그걸 어떻게 믿니? 신분증이라도 내밀어 보든가.”중년 여인은 끝까지 제 뜻을 굽히지 않았다.김지유는 끓어오르는 화를 간신히 참으며 가방에서 신분증을 꺼내 중년 여인에게 내밀어 보여주고는 도로 집어넣으며 물었다.“이제 됐어요?”짝!그 순간, 중년의 여인은 힘껏 김지유의 뺨을 내리치며 분노에 가득 찬듯한 목소리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이런 빌어먹을 년이, 내가 오늘 너 가만두나 봐라!”“이게 지금 무슨 짓이에요?”순식간에 뺨을 얻어맞은 김지유는 얼얼한 뺨을 붙잡고 잔뜩 당황한 듯한 표정으로 그 여인을 바라보았다.하지만 그 순간, 중년의 여인에게서 또 한 번의 싸대기가 날아와 김지유의 얼굴에 내리꽂혔다. 얼마나 세게 때렸던 건지 김지
다음 날 오전 9시 반, 최서준이 묵고 있는 호텔 로비에 홍만세의 차가 도착했다. 행인들은 홍만세를 알아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는데 그것보다 홍만세 같은 거물이 누구를 기다리는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곧, 그들은 평범한 옷차림에 범상치 않은 분위기의 청년이 호텔 안에서 걸어 나오는 것을 보았다.“최 대가님!”홍만세 일행은 얼른 몸을 살짝 숙였고 경외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갑시다.”최서준은 어안이 벙벙한 행인들을 한번 쳐다보고는 바로 홍만세의 차에 올라탔다.홍만세 일행이 떠나자 구경꾼들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세상에, 어엿한 경주시의 거물 홍만세가 젊은이를 직접 영접하다니.”“그뿐만이 아니라 홍 어르신이 그 젊은이에게 엄청 공손한 것 같아.”“믿을 수 없어, 믿을 수 없어...”“...”많은 행인이 끊임없이 의논했다....차량은 도로 위를 평온하게 달리고 있었다. 적지 않은 고급 차가 홍만세의 전용 10000 번호판을 보고 놀라 줄줄이 길을 비켰다.차 안에서 홍만세는 공손하게 최서준을 보며 말했다. “최 대가님, 어젯밤에 또 사람을 시켜 천영꽃에 관해 알아보았으나 여전히 소식이 없습니다.”“괜찮습니다.”최서준은 고개를 가로저었다.“백년혈삼을 얻은 후 천영꽃을 찾으러 갈 계획입니다.”홍만세는 그가 탓하는 기색이 없자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때, 운전기사가 갑자기 핸들을 세게 꺾자 홍만세의 몸이 휘청거렸다.“혁수야, 왜 그래?”홍만세는 불쾌한 듯 운전기사를 향해 말했다.혁수라는 운전기사는 연신 사과했다.“홍 어르신, 죄송합니다. 김 도령의 차가 끼어들어서 잠시 당황했습니다. 놀라시게 해서 죄송합니다.”말하고 있는데 20억짜리 애스턴 마틴 스포츠카가 뒤에서 요란한 소리를 내며 달려오더니 어느새 홍만세의 차와 나란히 달렸다.홍만세가 창문을 내렸다.그러자 맞은편 스포츠카에서 선글라스를 낀 청년이 도발하듯 휘파람을 불었다.“홍 씨, 당신 기사 운전 실력이 별로네. 살짝 놀라게 하니까 바로 당황하는
최서준은 간단히 대꾸한 후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경주시의 부잣집들 사이의 원한은 그와는 무관하며, 최서준은 백년혈삼과 천영꽃에만 관심 있다.홍만세는 갑자기 말을 꺼내려다 말았다.“최 대가님, 제가 얻은 소식에 의하면 김씨 집안도 백년혈삼을 얻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아마 이번 일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홍만세는 최서준이 듣고 감정 기복이 조금은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그런데 최서준은 담담하게 대답했다.“괜찮습니다. 만약 김씨 집안이 저랑 적이 된다면 김씨 집안을 멸할 것입니다.”이 말을 하는 최서준의 말투는 마치 평범한 일을 서술하는 것처럼 매우 담담했다.홍만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김씨 가문은 무사 가문이고 무술 종사가 지키고 있는 것 같은데 최 대가의 말은 조금 허풍이 아닌가.’20여 분 후, 일행은 넓은 부지의 고풍스러운 장원 입구에 도착했다.홍만세에 의하면, 이곳이 고전 약방의 본부라고 한다.지금 이 순간, 고전 약방문 앞은 이미 많은 사람으로 북적이고 괴상한 차림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최서준이 한바퀴 훑어보니, 그중에는 무사들도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내공이 가장 낮은 사람은 암경이고 가장 높은 사람은 통맥경이었다.수많은 사람이 백년혈삼을 위해 올 것을 예상했는데도 눈앞의 광경에 깜짝 놀랐다.홍만세 옆에 있던 손 대가는 걱정스레 먼 곳의 한 사람을 보며 말했다.“홍 선생, 해서의 마풍자도 왔어요.”최서준과 홍만세가 그의 시선을 따라 바라보니 열 걸음쯤 떨어진 곳에 억척스러운 노인이 서 있었다.노인의 관자놀이는 높이 솟아올라 있었다. 그는 분명히 살아있는 사람이었지만, 그의 호흡을 느낄 수 없었다.“손 대가님, 이 마풍자 역시 무인인가요?”홍만세가 눈살을 찌푸렸다.“맞습니다.”손 대가는 굳은 표정으로 대답했다.“마풍자는 해서에서 악명이 자자해요. 소문에 의하면 일찍이 아내와 장인 일가족 13명을 죽이고 줄곧 도피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하던데 여기에 나타날 줄 몰랐어요.”그가 말하고 있을 때, 먼 곳
최서준이 소리를 따라가 보니 의외라는 표정으로 남녀 한 쌍이 그에게 다가오고 있었다.그들은 오윤정과 곽도훈이었다. 지금 최서준을 바라보는 두 사람의 눈빛은 불가사의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어젯밤 로얄 노래방에서 최서준이 홍만세의 아들 홍기준을 때렸다.오윤정과 곽도훈이 봤을 때 최서준은 죽을 것이 분명해서 그들은 별다른 생각 없이 일찍 떠났다.하지만 두 사람의 예상과 달리 최서준은 아무 일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멀쩡히 약방에 나타났다.“최서준 씨... 괜찮은 거예요?”오윤정은 입술을 깨물며 믿기지 않는 듯 말했다.사촌 언니가 최서준을 잘 보살펴 달라고 부탁했는데 어젯밤에 최서준을 버리고 곽도훈과 도망친 것 때문에 오윤정은 마음속으로 약간의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괜찮아요. 심려 끼쳐서 죄송해요.”최서준이 담담하게 말했다. 오윤정은 참지 못하고 말했다. “최서준 씨, 홍기준이 어떻게 당신을 놔줬는지 말해줄 수 있어요?”“노코멘트에요.”최서준은 말 한마디를 내던지고는 두 사람을 상대하기 싫은 듯 다른 쪽으로 걸어갔다.오윤정은 기분이 언짢아 미간을 찌푸렸다.오윤정은 원래 최서준에게 관심을 가지려고 했는데 이 녀석이 글쎄 주제를 몰랐다.‘됐어, 네가 죽든 말든 신경 쓰기 귀찮아.’오윤정은 씩씩거리며 고개를 돌렸다.곽도훈은 최서준을 차갑게 쳐다보고는 오윤정을 위로했다.“윤정아, 그걸 꼭 물어봐야 알아? 분명 저 녀석은 우리가 떠난 후에 더 이상 허세를 부리지 못하고 홍 도령에게 무릎꿇고 용서를 빌었을 거야.”오윤정이 생각해도 일리가 있어 다시 최서준을 바라보는 눈빛에 경멸이 가득 찼다.“나는 당신이 얼마나 기개가 있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다 허세였군요.”“나는 지금 이 자식이 몰래 섞여 들어온 것 같은 의심이 들어. 두고 봐, 이따가 분명히 들켜서 고전약방 사람들한테 반쯤 맞은 뒤 내팽개쳐질 거야.”곽도훈이 냉소를 지었다.둘은 최서준을 그냥 무시했다.경매가 시작되기 10분 전, 최서준은 적지 않은 사람들이 고전약방 사람들
홍만세는 김문걸을 상대하기 귀찮아하며 최서준에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맨 앞자리에 앉은 한 노인에게 돌아서서 말했다.“구 어르신, 이분이 제가 아까 추천해 드린 최 대가님입니다.”휠체어를 탄 노인의 얼굴은 마치 숨을 쉬는 것조차 힘이 드는 듯 병적으로 창백했다.그는 바로 고전약방의 주인이자 경주 약왕으로 불리며 이번 약재 경매의 경매인이기도 한 구백호였다.구백호는 최서준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이 어린 친구가 제 병을 고칠 수 있다고 확신해요?”홍만세도 속으로 확신이 서지 않았지만 얼굴에 철판을 깔고 말했다.“구 어르신, 최 대가가 의술을 좀 알고 있으니, 한번 시도해 보게 하십시오.”홍만세는 또 앞으로 나가 최서준을 바라보며 말했다.“최 대가님, 구 어르신의 병세를 이미 알고 계실 거라 믿습니다, 자신 있습니까?”최서준이 입을 열려고 할 때 옆에서 있던 김문걸은 코웃음쳤다.“구 어르신, 이 자식이 머리에 피도 안 말랐는데 어떻게 의술을 알겠습니까? 그에게 속지 마세요.”“김 도령 말이 맞아요. 요즘에 대가를 사칭하는 사기꾼이 너무 많습니다. 홍만세, 당신이 연기하는 데 협조할 사람을 찾더라도 그럴듯한 사람을 찾아야지 애송이를 찾다니, 정말 백년혈삼을 갖고 싶어 미쳤네.”왼편에 있던 얼굴에 문신한 웃통 벗은 남자가 경멸에 찬 얼굴로 말했다.“귀면포, 지금 누가 사람 찾아서 연기한다고 하는 거야?”홍만세가 버럭 화를 냈다.그가 말하는 귀면포의 진짜 이름은 진포였다. 홍만세의 철천지원수이며 홍만세와 경주시 지하산업을 공동으로 나눠 가지고 있다.“널 말했다, 왜? 인정 못 하겠으면 한번 붙을래?”귀면포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두 사람이 싸우려는 것을 보자 사람들은 좋은 구경거리가 생긴 듯 흥미진진했다.“그만해요!”구백호는 책상을 세게 내리치고 가슴을 움켜쥐며 고통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여러분, 오늘 저는 저를 치료해 달라고 부른 것이지 싸우라고 부른 게 아닙니다.”“너희들 중 누가 영감한테 이런 체면을 안 주면 일찍 떠나거라!
최서준이 때리자 구백호는 머릿속이 마치 벼락을 맞은 것처럼 윙윙 울렸다.한순간에 그는 맞아서 바보가 될 뻔했다.그리고 최서준이 구백호를 때리는 행동에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이 놀라서 일제히 눈이 휘둥그레졌다.‘헐, 이 자식이 미친 건가?’‘병을 고치라고 했는데, 오히려 오자마자 구백호를 한 대 때리다니.’가장 먼저 반응한 홍만세는 흠칫 놀라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구백호가 고전약방의 주인이자 경주 약왕으로 알려져 있고 얼마나 많은 거물들이 그의 정을 받았는지 모른다. 김씨 집안에서도 그에게 예의를 갖춰야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최 대가는 이번 일로 완전히 구백호의 미움을 샀다.그뿐 아니라 홍만세도 함께 불행해질 것 같다.마침내 구백호의 부하들도 정신을 차리고 큰 소리로 외쳤다.“네 이놈, 뭐 하는 거야?”최서준은 못 들은 듯 다시 손을 들어 구백호의 이마를 한 대 또 때렸다.“퍽!”이 힘은 방금보다 더 크고, 소리가 맑고 우렁찼다.‘미친!’‘또 때렸어!’홍만세는 거의 울 지경이었다.‘최 대가님, 때리는 손맛에 중독된 건가요? 문제는 제가 죽을 것 같아요!”“이놈, 배짱도 좋구나!”“건방진 놈!”“구 어르신을 보호하라!”많은 구백호의 부하들이 발끈하여 살벌하게 최서준을 향해 돌진했다."퍽!"최서준은 세 번째로 손을 내리쳤다.구백호는 바닥에 그대로 주저앉았고, 마치 간질인 것처럼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그의 부하들이 최서준에게 다가가려 할 때, 구백호는 “와”하는 소리와 함께 검은 피를 내뿜었다.“구 어르신, 괜찮으세요?”부하가 얼른 부축했다.“죽여라, 저놈을 죽여라!"구백호가 큰소리로 포효했다.‘사람들 앞에서 이 자식한테 연달아 뺨을 세 대 맞다니.’‘치욕스럽다!’‘치욕스러워!’어떤 사람은 두말없이 총을 꺼내서 최서준을 죽이려고 했다.최서준은 평온하게 말했다.“저를 죽이기 전에 땅에 검은 피를 보시길 바랍니다.”사람들이 급히 땅을 보니 구백호가 내뱉은 검은 피에서 뭔가가 꿈틀거리는 것 같았다.“잠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