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서준이 입을 열었다.“저 대신 두 물건의 행방만 알아 와주시면 됩니다. 하나는 백년혈삼, 또 하나는 천영꽃입니다.”일전, 홍도 누나가 천영꽃과 백년혈삼과 관련된 정보가 경주시에서 들렸다는 말을 해주긴 했지만, 구체적인 정보는 그녀도 잘 모르는 듯했다.하지만 홍만세라면 경주시의 터줏대감으로서 관련 정보를 얻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 일 것이다.최서준의 말에 잠시 흠칫한 홍만세가 물었다.“최 대가님도 백년혈삼 때문에 여기까지 오신 겁니까?”“그 물건의 행방을 알고 계십니까?”홍만세의 말에 최서준의 눈빛이 반짝였다.홍만세는 저도 모르게 옆에 있던 손 대가와 짧게 시선을 주고받은 뒤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최 대가님께서 찾으시는 그 백년혈삼은 내일 경주시에서 열릴 약재 경매에 등장할 겁니다. 오전 10시, 장소는 고전약방입니다.”“고전약방이요?”최서준이 미간을 좁히며 되물었다.“네, 틀림없습니다.”홍만세가 계속 말을 이었다.“고전약방은 우리 경주시 약재 시장의 우두머리 같은 존재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곳의 주인은 구백호라고 하는 인물로, 경주시에선 약재의 왕이라고 불리는 사람입니다. 그 사람 밑으로 전문 약초꾼들만 몇천 명은 족히 될 겁니다. 약초만 캐는 게 아니라 사람 목숨도 캐더군요. 경주시 약재 시장은 그 사람이 독점했다고 볼 수 있죠.”최서준이 알겠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하지만 홍만세는 무어라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모양이었다.“무슨 말이 하고 싶으신 겁니까?”최서준이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최 대가님, 만약 최 대가님께서 얻으려고 하시는 게 백년혈삼이라면... 정말 쉽지 않으실 겁니다.”홍만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백년혈삼에 관한 정보는 이미 퍼질 대로 다 퍼졌다고 알고 있습니다. 경주시의 문벌들은 물론이고 전 세계의 모든 무인이 그 백년혈삼을 갖기 위해 다들 혈안이 되어있을 겁니다.”옆에서 잠자코 듣고 있던 손 대가도 덩달아 입을 열었다.“홍 선생 말이 맞습니다. 백년혈삼은 무인들 공력을 키우는 데
홍만세의 말에 손 대가의 표정 역시 굳어졌다. 그는 곧이어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렇지요. 김씨 가문이라면 경주시에서 알아주는 무인 가문이잖습니까. 저 같은 건 손바닥 내려보듯 다 간파하는 신적인 존재이니까요. 소문에 의하면 김씨 가문 큰 어른이 무술 종사라고는 하던데, 그런 김씨 가문이 손을 쓰기 시작하면 제아무리 최 대가님이라고 해도 빈손으로 돌아가셔야 할 겁니다.”“어찌 됐든 이건 우리한테는 기회입니다. 최 대가님께서 정말 듣던 대로 대단한 인물이기를 바라야겠죠.”홍만세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한편, 남양시 나인원 크라운 별장으로 도착한 주하은과 김지유가 차에서 내렸다.“지유야, 여기가 바로 최서준 씨가 사는 곳이야.”주하은은 미소를 머금은 채 김지유에게 말했다.김지유는 고개를 들어 복잡한 표정으로 자신의 눈앞에 있는 남양시에서 제일 고급스러운 저택을 바라보았다.과거의 기억들이 다시 떠오르며 김지유의 머릿속을 채웠다.최서준을 처음 만난 날, 최서준은 혼인신고서를 들고 직접 그녀의 집 앞까지 찾아갔더랬다.이 결혼 자체에 반감을 보이던 김지유였기에 말 한마디 한마디에 최서준을 무시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던 기억이 있다.뒤늦게 할아버지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여기저기 수소문하던 김지유는 최우빈에게서 ‘천재 의사’ 가 있다는 말만 전해 듣고 눈앞에 있는 이 별장까지 왔었던 기억도 여전했다.반윤정과 함께 이곳까지 오던 중 또 한 번 최서준을 마주쳤었다. 그게 두 사람의 두 번째 만남이었다. 최서준의 입에서 이 저택이 자신의 소유라는 말이 나왔음에도 김지유는 죽어도 그 말을 믿으려 하지 않았었다. 오히려 쓸데없이 허세만 부린다며 실컷 비웃었다.지금 돌이켜보니 김지유는 자신이 정말 멍청하게만 느껴졌다.왜 진작에 최서준의 말을 믿으려 들지 않았을까? 진작에 믿었더라면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는 일도 없었을 테고 최서준과도 일찍 알고 지냈을 터였다.여기까지 달려오며 김지유는 진심으로 최서준을 다시 한번 만나고 싶었다. 최서준이 바
김지유의 말에 허란희가 깜짝 놀라 몸을 흠칫 떨었다. 그녀는 다급하게 김지유의 왼쪽 소매를 걷어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왼쪽 손목에 선명하게 남아있는 팥알 정도 크기의 모반이 보였다.곧이어 허란희는 김지유를 품에 꼭 끌어안고 벅차오르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지유야, 정말 너구나, 정말 너야...”그 아이가 맞았어!허란희가 김지유를 못 알아볼 리 없었다.강가의 있던 나무통에 담겨 버려져 있던 김지유를 발견하고 데려왔던 게 바로 허란희였으니까. 김지유의 손목에 있는 모반을 제일 처음 확인 한 사람 역시 허란희였다.“란희 이모, 죄송해요. 여태껏 이모를 찾으려는 노력조차 안 했어요... 저 진짜 한심하죠...”“울지 마, 아가. 이모는 잘 지내고 있었어. 이렇게 지유도 오랜만에 만나고, 이모 너무 기쁘다.”두 사람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한참을 울었다. 그런 두 사람의 모습에 뒤늦게 따라 들어온 주하은과 진미연까지 눈시울이 붉어졌다.최아현의 경호를 맡고 있던 홍도가 아래층의 소란에 이끌려 2층에서 걸어 내려오며 물었다.“무슨 일이에요?”홍도의 질문에 정신을 차린 허란희가 김지유를 품에서 떼어내 촉촉한 눈망울로 지유를 바라보며 말했다.“지유야, 얼... 얼른 여섯째 언니도 봐야지. 너희... 너희 언니 죽기 전에 얼굴은 봐야지.”허란희의 말에 김지유는 다급하게 몸을 일으켜 위층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곧이어 홍도에 의해 제지당했지만 그런 홍도를 바라보며 허란희가 말했다.“홍도야, 쟤 아현이 여동생이야. 들어가서 얼굴이라도 볼 수 있게 해줘. 이게 마지막 만남일지도 모르는데...”말을 꺼낸 허란희가 또다시 눈물을 훔쳤다.허란희의 말에 홍도가 자리를 내어주자 다급하게 위층으로 달려간 김지유는 드디어 최아현이 있는 곳의 방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었다. 방 안에는 최아현이 침대에 반듯하게 누워있었다.침대 위에 누워있는 최아현은 마치 잠자는 숲속의 공주처럼 평온하게 누워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오직 가녀린 그녀의 숨소리만이 그녀가 아직 죽지 않고
“맞아.”“도담이 혼자 너무 많은 걸 짊어졌어. 내가... 내가 도와주고 싶어, 이제.”“게다가 여섯째 언니가 저렇게 아픈데, 여동생으로서 책임은 져야지.”굳은 결심을 한 듯한 표정의 김지유가 말했다.주하은이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지금 경주시는 엄청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들었어. 그렇게 큰 곳에서 최서준 씨가 정확히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판에 가서 뭘 어쩌겠다는 건데?”“게다가 여자 혼자 가서 무슨 위험한 일이라도 생기면, 그땐 또 어떡하려고?”주하은의 말에 김지유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나도 알아, 그... 그러니까 네 팔찌 좀 빌리겠다는 거잖아.”“걱정하지 마, 아무것도 안 건드리고 돌아오는 대로 바로 돌려줄 테니까.”김지유가 간절한 표정으로 애원했다.주하은은 고개를 숙여 자신의 손목에 감긴 3개의 구슬만 남아버린 팔찌를 바라보았다. 어딘가 망설이는 듯한 기색이 보였다.그 팔찌는 최서준이 주하은에게 준 생일선물로 주하은에게 있어서는 자신의 목숨까지 구해줬던 아주 소중한 팔찌였다.그런 팔찌였기에 그 아무에게도 주고 싶지 않았다.주하은의 행동으로 대충 눈치를 챈 김지유가 체념한 듯 웃으며 말했다.“싫으면 됐어, 굳이 안 줘도 돼.”김지유가 포기하고 돌아서려던 그 순간이었다.“지유야, 잠깐만.”주하은이 갑자기 그녀를 불러세웠다. 가볍게 이를 악문 주하은이 자신의 손목에 감겨있던 팔찌를 빼더니 김지유의 손에 쥐여주었다.“너... 이거.. 너 가져.”“고마워, 하은아. 이건 우리만의 비밀로 해줄래? 절대 란희 이모한테는 얘기하지 말아줘. 내가 도담이 찾으러 가는 거 알면 분명 또 걱정하실 거야.”김지유는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주하은에게 진심 어린 감사 인사를 올렸다.“그 정도는 나도 알아. 너야말로 조심히 가.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하고, 무슨 일 없어도 연락 자주 해줘야 해. 알겠지?”주하은은 여러 번이나 당부하며 김지유에게 손을 흔들었다.주하은의 당부에 김지유가 빠르게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였다.김지유가 떠나
휴대전화를 꺼내든 변태남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더니 대충 알아들을 수도 없는 말을 몇 마디 내뱉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경박해 보이는 중년의 여자가 입에 담배 한 대를 물고 나타났다.변태남은 그 중년의 여인에게 귓속말로 작게 무어라 속삭이며 수시로 손가락을 들어 멀리 있는 김지유를 가리켰다.둘의 실랑이가 한바탕 벌어지는가 싶더니 중년의 여인은 변태남으로부터 20만 원 가량의 돈을 건네받았다. 돈을 건네받은 중년의 여인은 그제야 담배를 비벼 끄고는 김지유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자리에 앉아 멍하니 찐빵을 우걱우걱 씹고 있던 김지유의 뒤로 누군가가 다가와 어깨를 툭툭 치는 인기척이 느껴졌다.낯선 인기척에 김지유가 뒤를 돌아보았다. 돌아본 곳에는 한 중년의 여인이 싱글벙글 웃으며 김지유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어머, 얘. 너 설화네 연이 아니니?”“죄송한데, 사람 잘못 보신 것 같습니다.”김지유가 미간을 좁히며 대답했다.“아닌데, 그럴 리가 없는데? 분명히 내가 너 어디서 봤는데, 네 이름 서지연 아니니?”중년의 여인이 낮게 속삭이며 물었다.“죄송하지만 사람 잘못 보셨습니다. 제 성씨부터 서씨가 아니라서요.”중년 여인의 끈질긴 질문에 김지유가 성가신 듯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거짓말하지 마, 내가 그걸 어떻게 믿니? 신분증이라도 내밀어 보든가.”중년 여인은 끝까지 제 뜻을 굽히지 않았다.김지유는 끓어오르는 화를 간신히 참으며 가방에서 신분증을 꺼내 중년 여인에게 내밀어 보여주고는 도로 집어넣으며 물었다.“이제 됐어요?”짝!그 순간, 중년의 여인은 힘껏 김지유의 뺨을 내리치며 분노에 가득 찬듯한 목소리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이런 빌어먹을 년이, 내가 오늘 너 가만두나 봐라!”“이게 지금 무슨 짓이에요?”순식간에 뺨을 얻어맞은 김지유는 얼얼한 뺨을 붙잡고 잔뜩 당황한 듯한 표정으로 그 여인을 바라보았다.하지만 그 순간, 중년의 여인에게서 또 한 번의 싸대기가 날아와 김지유의 얼굴에 내리꽂혔다. 얼마나 세게 때렸던 건지 김지
다음 날 오전 9시 반, 최서준이 묵고 있는 호텔 로비에 홍만세의 차가 도착했다. 행인들은 홍만세를 알아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는데 그것보다 홍만세 같은 거물이 누구를 기다리는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곧, 그들은 평범한 옷차림에 범상치 않은 분위기의 청년이 호텔 안에서 걸어 나오는 것을 보았다.“최 대가님!”홍만세 일행은 얼른 몸을 살짝 숙였고 경외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갑시다.”최서준은 어안이 벙벙한 행인들을 한번 쳐다보고는 바로 홍만세의 차에 올라탔다.홍만세 일행이 떠나자 구경꾼들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세상에, 어엿한 경주시의 거물 홍만세가 젊은이를 직접 영접하다니.”“그뿐만이 아니라 홍 어르신이 그 젊은이에게 엄청 공손한 것 같아.”“믿을 수 없어, 믿을 수 없어...”“...”많은 행인이 끊임없이 의논했다....차량은 도로 위를 평온하게 달리고 있었다. 적지 않은 고급 차가 홍만세의 전용 10000 번호판을 보고 놀라 줄줄이 길을 비켰다.차 안에서 홍만세는 공손하게 최서준을 보며 말했다. “최 대가님, 어젯밤에 또 사람을 시켜 천영꽃에 관해 알아보았으나 여전히 소식이 없습니다.”“괜찮습니다.”최서준은 고개를 가로저었다.“백년혈삼을 얻은 후 천영꽃을 찾으러 갈 계획입니다.”홍만세는 그가 탓하는 기색이 없자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때, 운전기사가 갑자기 핸들을 세게 꺾자 홍만세의 몸이 휘청거렸다.“혁수야, 왜 그래?”홍만세는 불쾌한 듯 운전기사를 향해 말했다.혁수라는 운전기사는 연신 사과했다.“홍 어르신, 죄송합니다. 김 도령의 차가 끼어들어서 잠시 당황했습니다. 놀라시게 해서 죄송합니다.”말하고 있는데 20억짜리 애스턴 마틴 스포츠카가 뒤에서 요란한 소리를 내며 달려오더니 어느새 홍만세의 차와 나란히 달렸다.홍만세가 창문을 내렸다.그러자 맞은편 스포츠카에서 선글라스를 낀 청년이 도발하듯 휘파람을 불었다.“홍 씨, 당신 기사 운전 실력이 별로네. 살짝 놀라게 하니까 바로 당황하는
최서준은 간단히 대꾸한 후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경주시의 부잣집들 사이의 원한은 그와는 무관하며, 최서준은 백년혈삼과 천영꽃에만 관심 있다.홍만세는 갑자기 말을 꺼내려다 말았다.“최 대가님, 제가 얻은 소식에 의하면 김씨 집안도 백년혈삼을 얻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아마 이번 일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홍만세는 최서준이 듣고 감정 기복이 조금은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그런데 최서준은 담담하게 대답했다.“괜찮습니다. 만약 김씨 집안이 저랑 적이 된다면 김씨 집안을 멸할 것입니다.”이 말을 하는 최서준의 말투는 마치 평범한 일을 서술하는 것처럼 매우 담담했다.홍만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김씨 가문은 무사 가문이고 무술 종사가 지키고 있는 것 같은데 최 대가의 말은 조금 허풍이 아닌가.’20여 분 후, 일행은 넓은 부지의 고풍스러운 장원 입구에 도착했다.홍만세에 의하면, 이곳이 고전 약방의 본부라고 한다.지금 이 순간, 고전 약방문 앞은 이미 많은 사람으로 북적이고 괴상한 차림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최서준이 한바퀴 훑어보니, 그중에는 무사들도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내공이 가장 낮은 사람은 암경이고 가장 높은 사람은 통맥경이었다.수많은 사람이 백년혈삼을 위해 올 것을 예상했는데도 눈앞의 광경에 깜짝 놀랐다.홍만세 옆에 있던 손 대가는 걱정스레 먼 곳의 한 사람을 보며 말했다.“홍 선생, 해서의 마풍자도 왔어요.”최서준과 홍만세가 그의 시선을 따라 바라보니 열 걸음쯤 떨어진 곳에 억척스러운 노인이 서 있었다.노인의 관자놀이는 높이 솟아올라 있었다. 그는 분명히 살아있는 사람이었지만, 그의 호흡을 느낄 수 없었다.“손 대가님, 이 마풍자 역시 무인인가요?”홍만세가 눈살을 찌푸렸다.“맞습니다.”손 대가는 굳은 표정으로 대답했다.“마풍자는 해서에서 악명이 자자해요. 소문에 의하면 일찍이 아내와 장인 일가족 13명을 죽이고 줄곧 도피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하던데 여기에 나타날 줄 몰랐어요.”그가 말하고 있을 때, 먼 곳
최서준이 소리를 따라가 보니 의외라는 표정으로 남녀 한 쌍이 그에게 다가오고 있었다.그들은 오윤정과 곽도훈이었다. 지금 최서준을 바라보는 두 사람의 눈빛은 불가사의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어젯밤 로얄 노래방에서 최서준이 홍만세의 아들 홍기준을 때렸다.오윤정과 곽도훈이 봤을 때 최서준은 죽을 것이 분명해서 그들은 별다른 생각 없이 일찍 떠났다.하지만 두 사람의 예상과 달리 최서준은 아무 일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멀쩡히 약방에 나타났다.“최서준 씨... 괜찮은 거예요?”오윤정은 입술을 깨물며 믿기지 않는 듯 말했다.사촌 언니가 최서준을 잘 보살펴 달라고 부탁했는데 어젯밤에 최서준을 버리고 곽도훈과 도망친 것 때문에 오윤정은 마음속으로 약간의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괜찮아요. 심려 끼쳐서 죄송해요.”최서준이 담담하게 말했다. 오윤정은 참지 못하고 말했다. “최서준 씨, 홍기준이 어떻게 당신을 놔줬는지 말해줄 수 있어요?”“노코멘트에요.”최서준은 말 한마디를 내던지고는 두 사람을 상대하기 싫은 듯 다른 쪽으로 걸어갔다.오윤정은 기분이 언짢아 미간을 찌푸렸다.오윤정은 원래 최서준에게 관심을 가지려고 했는데 이 녀석이 글쎄 주제를 몰랐다.‘됐어, 네가 죽든 말든 신경 쓰기 귀찮아.’오윤정은 씩씩거리며 고개를 돌렸다.곽도훈은 최서준을 차갑게 쳐다보고는 오윤정을 위로했다.“윤정아, 그걸 꼭 물어봐야 알아? 분명 저 녀석은 우리가 떠난 후에 더 이상 허세를 부리지 못하고 홍 도령에게 무릎꿇고 용서를 빌었을 거야.”오윤정이 생각해도 일리가 있어 다시 최서준을 바라보는 눈빛에 경멸이 가득 찼다.“나는 당신이 얼마나 기개가 있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다 허세였군요.”“나는 지금 이 자식이 몰래 섞여 들어온 것 같은 의심이 들어. 두고 봐, 이따가 분명히 들켜서 고전약방 사람들한테 반쯤 맞은 뒤 내팽개쳐질 거야.”곽도훈이 냉소를 지었다.둘은 최서준을 그냥 무시했다.경매가 시작되기 10분 전, 최서준은 적지 않은 사람들이 고전약방 사람들
“왜 그럽니까? 정말 화가 난 겁니까? 이제 시작인데 가려고 하다니요.”청룡이 그를 붙잡았다.“비경에서 며칠 동안 있었더니 집의 일이 밀려서 돌아가 봐야 할 것 같아요. 앞으로 기회가 있으면 우리 집에 놀러 와요. 취할 때까지 마시는 겁니다.”최서준이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경성에 집이 있어요? 경성에 자주 오갈 건가 봐요. 그럼 그렇게 해요. 나중에 찾아가면 날 내쫓지 말고요.”청룡은 최서준이 화가 나지 않았다는 것을 보고 웃으면서 얘기했다.“당연히 환영할 거예요.”인사를 마친 후, 최서준은 김지유와 함께 기지를 떠나 하늘로 날아올랐다.그제야 두 사람은 단둘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하늘 위에서. 최서준이 멈춰 섰다. 그러자 김지유가 그대로 최서준의 등에 이마를 박았다.“왜 그래, 서준아?”김지유가 가볍게 물었다.“누나, 보육원 사건의 원수를 알아냈어.”그 말에 김지유의 표정이 확 변했다.그녀는 잠시 침묵하더니 이내 물었다.“누구야. 어디 있는데?”그 말에서 김지유의 살기가 흘러나왔다.“누나, 내가 할게. 누나는 가만히 있어. 누나한테 이 얘기를 하는 건 그저 누나한테 비밀로 하고 싶지 않아서야.”최서준은 약간 걱정된다는 표정으로 얘기했다.“서준아, 예전 같았으면 나도 가만히 있었어. 하지만 지금은 실력을 갖추게 되었는데 어떻게 네 뒤에 숨어만 있겠어. 보육원의 복수는 너 혼자 할 게 아니야. 말해. 도대체 누구인지. 누가 인간의 탈을 쓰고 짐승만도 못한 짓을 한 건지.”김지유는 담담한 척 말하고 있었지만 최서준은 김지유의 살기를 느낄 수 있었다.“경성 진씨 가문이야.”“가자.”김지유는 바로 최서준을 끌고 진씨 가문으로 가려고 했다.무군의 속도는 아주 빨라서 두 사람은 눈 깜빡할 사이에 경성 진씨 가문 상공에 도착했다.북적거리던 예전과는 달리, 지금의 진씨 가문은 아주 조용했다. “최서준, 정말 다 죽일 거야? 미리 얘기해 주는데, 이곳에만 해도 무군이 수두룩해. 게다가 진씨 가문 비경 안에 괴물이 잠들어있을
진씨 가문 저택 속의 비경.한 노인이 갑자기 일어났다. 그리고 폐관 수련 중이던 방문을 다 열어젖혔다.“무슨 일이야!”그는 바로 전대 가주, 즉 진이군의 아버지인 진정수였다.진정수는 진씨 가문 비경에서 계속 폐관 수련하면서 무왕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하지만 아까 이상한 점을 느끼고 갑자기 나온 것이었다.진정수가 나오자 옆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큰일 났습니다.”“무슨 일인데 이러는 거야. 체통을 지켜야지.”가문의 사람들이 벌벌 떨면서 얘기하는 것을 본 진정수가 가볍게 꾸짖었다.“가주님이... 가주님이 돌아가셨습니다.”“뭐라고?”진정수가 멍해서 되물었다.“가주님뿐만이 아니라 첫째 도련님과 둘째 도련님도 사망하셨습니다.”사람들이 보고했다.그러자 진정수가 분에 차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아들도 죽었고 손자도 죽었다.“누구냐. 말해. 경성의 다른 가문이야? 아니면 종문이야?”진정수가 물었다. 그가 생각할 수 있는 적수는 이들밖에 없었다.“아닙니다. 최서준입니다.”“최서준이 누구지?”진정수는 기억을 되짚었다. 하지만 그 이름과 관련된 사람을 떠올리지 못했다.“최서준은 현재 대하 현무의 수장입니다. 20대 초반의 젊은이죠.”“뭐? 그럴 리가 없어!”진정수가 놀라서 대답했다.진이군이 가주를 맡으면서 수련을 게을리했다고 해도 무군 세 번째 단계의 고수다.그런데 20대 초반의 젊은이한테 살해당하다니.이런 일은 거의 있을 수가 없다.“사실입니다. 가주님은 사람들 앞에서 머리가 잘려서 살해당했습니다. 현재 모든 무술계에서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최서준은 어디 있는 거야!”진정수는 몇 십년 동안 수련을 하면서 정신력을 키웠지만 화를 내지 않을 수 없었다.지금 당장 최서준을 찾아가 복수를 하고 싶었다....경성의 한 기지.사람들이 모여서 웃으며 말하고 있었다.이곳은 최서준의 공로를 축하하는 연회장이었다.진성철은 먼저 몇 마디 하고 떠났다. 진성철이 간 후 청룡이 나서서 연회를 이끌었다.현장의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
진성철은 최서준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최서준, 여기서 멈춰야 해. 날 죽인다면 한씨 가문은 절대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 우리 한씨 가문이 얼마나 대단한지 모르지?”한민기가 얘기했다.“멈추라고? 웃기네. 난 한 번도 시작한 적이 없어. 모두 너희가 먼저 시작해서 날 죽이려고 든 거지. 지금 와서 멈추라는 것도 웃기지 않아? 당신이야말로 대단하네. 두 아들이 다 내 손에서 죽었는데 이렇게 침착하다니. 보니까 아들도 별거 아니었나 봐?”최서준이 차갑게 말하면서 비웃었다.그 말을 들은 한민기는 미간을 팍 좁혔다.최서준의 말투를 들어보니 한민기를 놓아주지 않을 게 뻔했다.그러자 한민기는 생각을 바꿨다.“최서준, 정말 죽고 싶은 거야? 무군 세 번째 단계의 실력으로 우리 한씨 가문을 죽일 수 있을 것 같아? 웃기지 마.”한민기가 그렇게 얘기하고 바로 자기 기운을 뿜어냈다. 도망가지 않고 마지막으로 최서준과 싸우기 위해서였다.하지만 한 그림자가 갑자기 다가오더니 한민기의 가슴을 팍하고 쳤다.한민기의 가슴이 움푹 꺼져 들어갔다. 그사이에 작은 벌레가 한민기의 몸속으로 들어갔다.“네가 서준이를 괴롭힌 사람이야?”갑자기 나타난 사람은 바로 김지유였다.그녀는 차가운 표정으로 한민기를 쳐다보고 있었다.“너는 누구야.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한민기는 하얀 벌레 한 마리가 자기 피부를 찢고 몸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놀라서 김지유를 가리키며 말했다.“계속해서 서준이를 괴롭히다니. 서준이한테 이런 사람이 있는 줄은 몰랐나 봐?”김지유가 차갑게 얘기했다.한민기의 몸은 눈에 띄게 말라갔다. 그러더니 마지막에는 가죽만 남았다.김지유는 그제야 최서준을 향해 걸어갔다.“누나가 왜 왔어?”최서준이 다가가 먼저 물었다.“서준아, 오늘은 네가 오는 날이잖아. 내가 안 올 수 없지. 어디로 오는지 몰라서 헤맸는데 아까 사람들을 만나서 물어봤어. 그래서 바로 달려온 거야.”김지유가 해명했다.“누나, 소개해 줄게. 여기는 청룡이야. 그리고 여기는
‘노조는 어디 간 거지?’진이군은 그제야 불길한 생각이 떠올랐다.‘최서준의 실력이 이 정도라니... 설마...? 아니, 그럴 수가 없어! 노조는 무군 여섯 번째 단계야! 그저 잠시 무슨 사정이 생겨서 나타나지 못하고 있는 것뿐이야.’진이군은 그제야 본인이 최서준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얘기했다. 지금 반드시 도망쳐야 한다. 그 생각에 진이군이 입을 열었다.“현무, 너 미쳤어? 난 진씨 가문 가주야! 날 죽이려고 하다니. 정말 진씨 가문과 끝까지 가보자는 거야?”진이군은 진씨 가문을 핑계로 최서준을 진정시키고 싶었다.하지만 최서준은 진씨 가문을 다 죽이려고 하고 있다.최서준은 진이군을 향해 달려들었다.먼지 속에서, 최서준은 더욱 쉽게 상대를 죽일 수 있었다.결계를 사용할 필요도 없었다.최서준은 용연검을 꺼내더니 바로 진이군을 쫓아갔다.“저렇게 빠르다고?”사람들은 최서준의 속도를 보고 놀라서 입을 딱 벌렸다.이 속도는 무군 세 번째 단계의 속도가 아니다.“너희 노조가 어디 있는지 궁금해? 지금 그곳으로 보내줄게.”최서준은 진이군을 쫓아갔다. 진이군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자기 목에 검이 꽂히는 순간을 지켜보았다.용연검을 빠르게 진이군의 머리를 잘라버렸다. 진이군은 머리가 잘린 채 바닥에 툭 쓰러졌다.“뭐야! 진씨 가문 가주가 죽었어!”“큰일이다. 앞으로 경성에 피바람이 불겠어.”“그러게 말이야. 진씨 가문 가주가 사람들 앞에서 죽다니. 진씨 가문이 현무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 진씨 가문에 숨겨진 실력자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현무는 이제 끝장이야.”“가자, 더 이상 이 일에 엮이면 안 돼.”사람들은 최서준이 그들 앞에서 진이군을 죽일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아무리 그래도 한 가문의 가주이고 실력도 비슷하니 그저 잠깐의 헤프닝으로 그칠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사람들은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수가 없어서 얼른 도망가려고 했다.어느새 이곳에는 한씨 가문 가주 한민기만 남았다.도망가고 싶지 않았던 게 아니다.그는
“그래?”최서준이 손가락을 튕겼다.한씨 가문 노조는 믿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본인의 몸이 점점 사라지는 것을 확인했다.“이, 이건 불가능한 일이야!”이렇게 쉽게 죽다니.“이건 네 결계가 아니라 네 세계인 거야?”죽기 전, 한씨 가문 노조가 마지막 말을 남겼다.최서준은 세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지만 분명 결계보다 더욱 강한 것이라고 생각했다.이게 세계라는 것이었구나.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깊이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최서준은 차가운 눈으로 진씨 가문 노조를 쳐다보았다.“살려줘, 내가 아까 말한 건 다 가짜야. 내가 널 속인 거야. 제발 날 살려줘. 원하는 건 내가 다 줄게!”진씨 가문 노조는 한씨 가문 노조가 사라지는 것을 보고 최서준의 차가운 눈빛을 마주하자마자 잘못된 것을 느끼고 벌벌 떨면서 사과를 빌었다.“지금 빌어도 늦었어. 나만 죽이려고 했다면 모르겠지만 넌 절대로 건드려서는 안 되는 보육원의 아이들을 죽였어. 걱정하지 마. 내가 얘기했잖아. 진씨 가문 전체를 죽일 거라고. 먼저 가서 기다리면 진씨 가문 사람들이 곧 도착할 거야.”최서준은 충혈된 두 눈으로 진씨 가문 노조를 노려보면서 손을 휘저었다.그러자 진씨 가문 노조의 몸이 그대로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최서준은 바로 비경 입구 쪽에 다시 나타났다.최서준이 사라졌다가 순식간에 다시 나타나자 사람들은 놀라서 눈을 휘둥그레 떴다.“봐, 현무야! 아까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났어!”“그런데 진씨 가문 노조는 어디 가고 최서준만 나타난 거지?”“설마 최서준이 이긴 건가?”“그럴 리가 없어. 아마 진씨 가문 노조가 현무를 쉽게 이기지 못해서 먼저 떠난 거 아닐까?”두 사람이 싸우던 모습을 본 사람들이 얘기했다.“그런 것 같아.”사람들이 얘기했다. 하지만 그들은 한씨 가문 노조도 참여했다는 것을 몰랐기에 한씨 가문 노조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다.사람들은 그저 진씨 가문 노조가 떠났다고 생각하지 최서준이 그를 죽였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하긴 두 사람이 다 무
그 순간, 커다란 비경이 두 사람을 덮었다.두 사람은 그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 웃으면서 얘기했다.“이런 애송이도 못 처리해서 날 부른 거야?”한씨 가문 노조가 담담하게 얘기했다.“그러게 말이야. 우리 둘이 동시에 나섰던 건 최씨 가문을 상대할 때밖에 없었던 것 같은데. 지금도 마찬가지네.”진씨 가문 노조가 담담하게 대답했다.“그럼 진씨 가문과 한씨 가문이 사이가 안 좋다는 건 가짜인 모양이네.”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던 최서준이 얘기했다. “사이가 안 좋다고? 그건 지금 세대의 아이들이지.”한씨 가문 노조가 웃으면서 얘기했다.두 사람은 최서준은 제압한 채 여유로움을 만끽하고 있었다.진씨 가문 노조도 얘기했다.“이렇게 해야 대하도 마음 놓고 보고만 있지. 됐어. 설명해도 넌 모르잖아.”“넌 이미 내 결계에 빠졌어. 마지막으로 말할게. 신의 결정을 내놔. 그러면 살려줄지도 모르니까.”“쓸데없는 말은 집어치워. 저 자를 죽이고 시체를 뒤지면 나올 것 아니야.”한씨 가문 노조가 얘기했다.“결계? 이거 말하는 건가?”최서준이 손가락을 튕기자 늪이 순식간에 사라졌다.진씨 가문 노조의 결계도 그대로 파멸했다.그러자 힘의 반동 때문에 진씨 가문 노조가 가슴을 부여잡고 입에서 피를 토해냈다.“이럴 수가! 그저 무군 세 번째 단계일 뿐이잖아. 그런데 어떻게 내 결계를 파한 거지? 도대체 무슨 수단을 쓴 거야!”진씨 가문 노조는 놀란 표정으로 얘기했다.진씨 가문 노조의 결계 밖에는 한씨 가문 노조의 결계가 한층 더 있었다.그래서 한씨 가문 노조는 바로 최서준의 몸을 묶었다. “네 결계와 상성이 안 맞나보지. 내가 처리할게.”한씨 가문 노조가 나섰다.“그렇게 생각해?”최서준이 또 손가락을 튕겼다.쩌적.결계에 금이 가더니 이내 완전히 깨져버렸다.그러자 한씨 가문 노조도 똑같이 피를 뿜어내며 힘의 반동을 느끼고 있었다.두 사람은 그제야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이건 경성이 아니다!“여긴 어디야.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
“그러게 말이야. 현무가 저렇게 이성을 잃은 모습은 처음 봐. 이번에 조용히 넘어갔으면 비경을 손에 넣고 다른 명문가들을 이길 수도 있었을 수도 있는데.”“젊은 사람이 좀 참지.”사람들은 저마다 안타까워하면서 얘기했다.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최서준의 표정을 보니 대강 알 것 같았다.구경꾼뿐만이 아니라 최서준 옆에 있던 청룡과 진성철도 이상함을 느꼈다.무슨 일이기에 최서준이 이렇게 이성을 잃고 달려든단 말인가.하지만 지금 머리를 짠다고 해서 생각해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감히, 우리 진씨 가문 노조한테 달려들다니. 최서준 넌 죽었어.”진이군은 차갑게 웃고 청룡과 진성철을 보면서 중얼거렸다.“그러게 말입니다. 우리 두 가문이 의견이 자주 맞는 건 아니지만 이번만큼은 동의할 수밖에 없군요.”한민기도 옆에서 비릿하게 웃으며 얘기했다.하늘 위.진씨 가문 노조는 최서준을 죽이려고 일부러 최서준을 유인했다.뒤로 따라오는 최서준을 보면서 진씨 가문 노조는 차갑게 최서준을 노려보았다.한순간. 노조가 뒤를 돌자 두 사람이 하늘에서 부딪혔다.쿵.굉음과 함께 기운이 부딪혀 파문을 일으켰다.두 사람은 기운이 튕겨 나갔다.“뭐? 이게 뭐야! 현무는 그저 무군 세 번째 단계일 뿐인데. 진씨 가문 노조의 공격을 막아냈어!”“막아낸 게 아니라 튕겨 난 거잖아.”두 사람의 그림자를 본 사람들이 밑에서 수군거렸다.청룡과 진성철의 얼굴에도 놀란 표정이 드러났다.현무가 이렇게 강했다니.두 사람은 어느새 희망을 품게 되었다.‘현무, 당신은 무사해야 해!’하늘 위.튕겨 난 진씨 가문 노조도 믿기 힘들다는 표정을 드러냈다.무군 세 번째 단계일 뿐인데 그의 공격을 막아내다니. 진씨 가문 노조는 무군 여섯 번째 단계인데 말이다.“너... 도대체 뭐 하는 놈이야!”“하, 우물 안 개구리 같은 놈. 노조가 되었다고 정말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 우리 누나도 당신을 쉽게 죽일 수 있을 정도야.”최서준이 대수롭지 않게 얘기
최서준은 진씨 가문 노조가 결정을 달라고 해서 그대로 줄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바로 대답했다.“없습니다. 하나도 없습니다.”“감히 이렇게 나오겠다는 거야? 정말 현무라고 해서 내가 널 못 건드릴 줄 알아? 좋게 얘기할 때 못 알아듣는 거야?”진씨 가문 노조가 금세 화를 냈다. 아무리 성격이 좋은 사람이라고 해도 이런 모욕은 참을 수 없었다.“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고운 법입니다. 먼저 그런 태도로 나오셨으니 저도 어쩔 수 없죠.”최서준이 담담하게 얘기했다.그의 말에는 비웃음이 가득 담겨있었다.“너 이 자식...! 애초에 최씨 가문의 씨를 다 말려버렸어야 했는데. 역시 최씨 가문 핏줄이라 알아서 죽음의 길을 걷는구나!”진씨 가문 노조는 비웃음 앞에서 갑자기 화를 거두고 웃음을 터뜨렸다.그 말을 들은 최서준이 바로 물었다.“그게 무슨 뜻이죠?”“무슨 뜻인지는 네가 가장 잘 알 텐데.”“그럼 그때 보육원의 일, 진씨 가문이 한 겁니까?”“그렇다면 어쩔 건데. 최서준, 그 보육원의 일은 진씨 가문이 시킨 거야. 게다가 최씨 가문이 망한 것도 우리 진씨 가문이 개입했던 일이야. 그래서 네가 뭘 할 수 있는데?”진씨 가문 노조는 그저 머릿속으로 최서준에게 얘기할 뿐이었다.아무리 노조라고 해도 사람들 앞에서 이런 얘기를 할 수는 없었다.그 말을 들은 최서준은 그 순간 눈이 충혈되고 피눈물이 흘렀다.‘드디어, 드디어 찾았다!’무후 세 번째 단계인 그의 기운이 폭발했다.“현무! 진정해!”청룡은 그 모습을 보고 진성철을 보호하면서 최서준의 귓가에 얘기했다.“현무, 저 자는 그저 당신을 도발하려고 하는 겁니다. 당신이 먼저 공격하면 저 자는 당신을 바로 죽일 겁니다. 제발 진정해요! 이 함정에 빠지지 말란 말이에요!”오랫동안 찾은 범인이 이곳에 있는데, 어떻게 참을 수 있겠는가.최서준의 머릿속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원장님, 같이 놀던 친구들... 적어도 100여 명은 되었다.“날 죽이고 싶었으면 나만 죽일 것이지
“이런 존재가 있다니! 수련계에서도 처음 들어보는 일이야!”사람들은 놀라서 감탄을 내뱉었다.하늘에 있던 두 무군도 최서준을 향해 의미심장한 시선을 보내왔다.“무군 세 번째 단계라니. 그래, 네가 이 비경을 가지게 되었구나.”그중 한 사람이 최서준을 노려보면서 차갑게 입을 열었다.“그렇다면 어쩔 건데요?”최서준이 대답했다.최서준은 비경 입구 쪽에 있는 두 무군의 실력을 대충 알 수 있었다. 두 사람은 그저 무군 중기일 뿐이다. 아무리 높다고 해도 무군 여섯 번째 단계가 되지는 못했을 것이다.“역시 너였어! 무군이 되자마자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달려들다니. 선배를 향한 존경은 전혀 보이지 않는군. 무군이 되면 우리와 맞서 싸워 이길 줄 알았어?”노인은 그 말을 듣고 벌컥 화를 냈다.“당신들이야말로 계속 우리를 깔보는 식으로 얘기했잖아요. 나도 이러고 싶지 않았어요. 왜요? 내가 비경을 갖고 나니까 날 죽이기라도 하게요?”최서준은 노인의 앞에서 눈을 부릅뜨고 얘기했다.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뭐? 최서준이 비경의 주인이 되었다고? 마지막 승자가 최서준일 줄이야!”“그러게 말이야. 명문가가 아니면 정양부가 비경의 주인이 될 줄 알았는데, 최서준이 혼자서 이 비경을 손에 넣다니.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사람들은 놀라서 감탄했다.하지만 누군가가 그 상황을 보면서 얘기했다.“아무리 비경을 손에 넣는다고 해도 지키지는 못할걸?”그러자 다른 사람이 되물었다.“왜 그렇게 생각하는 거지?”“진씨 가문의 사람들이 직접 나서서 최서준을 괴롭히고 있잖아. 아무리 비경의 주인이 되었다고 해도 진짜 난관은 지금부터 시작이야.”“하긴, 진씨 가문뿐만이 아니라 한씨 가문도 옆에 있잖아. 아무리 최서준이 대하 현무라고 해도 동시에 두 가문을 상대하기는 어려울 거야.”사람들의 수군거리는 소리가 어느새 그들의 귀에까지 들려왔다.진씨 가문 노조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억지로 막아 나서도, 이대로 보내도 속이 시원치 않았다.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