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혁은 김지유와 눈을 마주치더니 미소를 지었다.“조건은 따로 없어. 내가 주는 선물이야.”김지유는 표정이 일그러졌다.서민혁은 마음을 읽어내기라도 한 듯 말을 이었다.“너한테 남자가 생긴 걸 알아. 그래서 나도 마음 접었어. 너한테 사심 같은 건 없단 뜻이야.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널 도와주면 미련도 안 남을 것 같았거든. 뭐, 정 고마우면 밥이라도 사든가. 위기부터 넘기고 나서 밥 한 끼 사줘.”말을 들은 김지유는 예쁜 두 눈을 크게 뜨더니 믿기지 않는다는 듯 쳐다보았다.김지유는 마음이 흔들리더니 서민혁을 오해했던 지난날이 떠올랐다.서민혁이 말을 이었다.“내 선물 거절하지 않을 거지? 너도 최선 다해서 지켜오던 김씨 집안 가업이 망하는 건 원하지 않잖아.”그 말을 들은 김지유는 움찔했다.김지유가 살아갈 동력은 두 가지다.첫째는 도담이를 지키기 위해서이고 둘째는 할아버지가 임종 전에 남긴 유언을 들어주기 위해서이다.김씨 집안의 명예를 되찾아야 했다.“시간이 늦었으니 이만 가볼게.”시계를 보던 서민혁은 명함을 건넸다.“내 연락처야. 잘 생각해 보고 나서 연락해.”서민혁은 말을 마친 후 별장을 나왔다.처음부터 끝까지 무례한 행동은 하나도 없었는데 젠틀한 신사 같았다.명함을 받은 김지유는 멀어지는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생각에 잠겼다.잠시 후, 심호흡하고는 계단을 올라갔는데 최서준의 방은 텅 비어있었다.김지유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최서준이 정말로 화가 난 걸까.그저 홧김에 소리를 지른 건데, 진정한 남자라면 용서해 줄 수도 있지 않을까.생각에 잠긴 김지유는 점점 짜증이 났다.최서준이 흉금이 넓지 못해서 작은 일로 삐친 것인 줄 알았다.또한 금방 할아버지를 잃고 나서 각종 시련을 홀로 겪어야 하니 숨이 턱턱 막혀왔다.최서준에게 잠시나마 기댈 줄 알았다.정신적으로라도 힘이 될 줄 알았는데 결국은 스스로 강해져야 했다.침대에 누운 김지유는 눈물로 베개를 적셨다.다음 날 아침.최서준은 금방 만든 소환단을 들고서 주씨 일가로
고용인이 나간 후, 최서준은 궁금한 표정을 짓고서 물었다.“어르신, 무단의 사람들과도 아는 사이에요?”“인연이 있긴 하죠.”주동필은 고개를 끄덕였다.“사실 저는 젊었을 때 무단의 도사였죠. 전쟁이 일어나서 어쩔 수 없이 무단을 나와 군대에 들어갔던 거고요. 음… 50년쯤 되었네요.”손으로 계산해 보더니 계속해서 말했다.“저를 보호하다가 세상을 뜬 보디가드 이태현은 무단의 2세대 제자예요. 제가 의식을 되찾자마자 무단에 연락해서 이태현의 시신을 가져가라고 했죠. 또한 저희 주씨 일가를 도와줬으면 해서 불렀답니다.”최서준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물었다.“어르신, 주씨 일가에 무슨 일 있어요?”주동필이 말하기도 전에 주하은이 입을 열었다.“최서준 씨는 모를 수도 있겠네요. 어젯밤에 조씨 가문에서 도전장을 보내왔거든요. 주씨 일가한테 점심에 달 호수에서 끝장을 보자는 내용이고요. 하지만 할아버지는 회복하지 못했으니 무단에 도움을 요청했어요. 그들이 고수를 파견해서 저희 주씨 일가를 도와줬으면 해서요.”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문밖에서 일정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이때.푸른 도포를 입은 늙은이가 꼬마 도사 두 명을 데리고 들어왔다.남자아이와 여자아이였다.도포를 입은 늙은이는 태양혈 부분이 튀어나왔는데 걸음걸이에서부터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띠었다.주동필은 벌떡 일어나 인사했다.“오 도사님을 뵙습니다! 최서준 씨, 제가 소개해 드릴게요. 이분은 무단의 오장부 도사님입니다. 오 도사님, 이분은 주씨 일가의 은인 최서준 씨입니다.”주동필은 두 사람을 소개해 주었다.오장부는 차가운 눈빛으로 최서준을 바라보더니 피식 웃었다.“저희 사부가 먼 곳에서 왔는데, 어르신은 애송이 하나 때문에 마중도 안 나오신 겁니까. 저희가 이분보다도 못한가 봅니다.”“스승님 말이 맞습니다. 어르신, 저희를 홀대하려고 부르신 겁니까.”오장부 뒤에 있던 꼬마 도사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그게…”주동필은 난처한 기색이 역력했다.“됐습니다.”오장부는 말을 끊었다.
딱딱한 화강암 위에 갑자기 커다란 손자국이 생겼다.손자국이 깊게 패어 들어갔다.“이… 이것은!”순간, 주동필과 주하은은 두 눈을 크게 뜨더니 놀라운 표정으로 이 광경을 지켜보았다.오장부가 손을 들었을 뿐인데 책상에 손자국이 패어 들가다니.얼마나 강한 내공이어야 할 수 있을까.그 광경을 본 두 사람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만약 사람 몸에 손바닥을 갖다 대면 커다란 구멍이 날 것이다.생각에 잠긴 주동필은 오장부를 향해 경의를 표했다.“역시 오 도사님이십니다. 제가 괜한 걱정을 하셨는데 혹시 마음이 상하셨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이 늙은이를 용서해 주십시오.”오장부는 뒷짐을 지고는 거만하게 웃었다.이런 상황을 아주 즐기는 듯했다.뒤에 서있던 두 꼬마 도사도 고고한 표정을 지었는데 안하무인이었다.이때, 그중의 한 꼬마 도사가 최서준이 고개를 흔들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그러더니 정색하면서 물었다.“이봐요. 고개를 내젓는 건 무슨 뜻이죠? 저의 스승님의 실력을 부정하는 건가요?”말을 들은 오장부는 굳은 표정으로 최서준을 바라보았는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최서준은 오장부의 내공 수행에 문제가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문제가 없다면 손바닥뿐만 아니라 지문도 새길 수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주하은은 오장부의 원한을 살까 봐 다급히 나서서 해석했다.“오 도사님, 최서준 씨가 고개를 흔든 건 도사님의 실력을 부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일반인이라서 잘 모를 뿐입니다.”주동필도 최서준을 위해 입을 열었다.“맞습니다. 오 도사님은 위대한 도사이시니 넓은 아량으로 양해해주십시오.”오장부는 차가운 눈빛으로 최서준을 쳐다보더니 코웃음쳤다.“몰라도 상관없지만 멋대로 고개를 흔들지 마십시오. 아시겠습니까? 흉금이 넓지 못한 고수를 만나게 되면 모욕인 줄 알고 달려들 것입니다.”오장부는 훈계하는 말투로 말을 이었는데 최서준은 어이가 없었다.누구보다도 강한 최서준이 태극권 도사를 제압하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주씨 일가의 부탁을 받고 온 도사이기에 최서준은
“외가의 고수는 제일 낮은 등급입니다. 힘만 조절할 줄 알기에 맞서 싸울 때도 힘으로만 싸우는 거죠. 남성 5명까지는 이길 수 있으나 더 많은 사람을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주하은가 주동필은 고개를 끄덕였다.오장부는 계속해서 말했다.“내가의 고수는 외가의 고수보다 한 수 위에 있어요. 힘을 조절할 수는 없지만 체내의 원기를 다스려서 무술 기법과 함께 무서운 힘을 뿜어내죠. 내가의 고수는 후천과 명천으로 나뉘는데 후천은 밝은 기운, 어두운 기운, 내부의 기운, 기운을 녹이는 힘 그리고 맥을 통하게 하는 기법입니다. 밝은 기운은 고수가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데 그 기운으로 싸울 수 있습니다. 반대로 외가의 고수들은 뼈로 때리죠. 어두운 기운은 밝은 기운 사이에 숨겨진 것인데 살짝 다쳐도 커다란 바위에 맞은 것 같은 느낌이 들게 됩니다. 내부의 기운은 단전 안에 모아두는데 수시로 보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싸울 때는 한 번에 폭발할 수 있는데 번개 같은 속도로 퍼지죠. 저는 오래도록 수행했지만 내부의 기운을 모으는 단계입니다.”말을 들은 주동필과 주하은은 또 한 번 놀랐다.오장부처럼 강한 고수도 내부의 기운을 모으는 단계라니.그 위로는 기운을 녹이는 힘과 맥을 통하게 하는 기법이 있다.이때, 최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오장부가 한 말은 정확했다.대하 무술계의 상식이니 말이다.주동필은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오 도사님, 기운을 녹이는 힘과 맥을 통하게 하는 기법은 도대체 뭐죠?”오장부는 엄숙하게 말했다.“기운을 녹이는 힘은 기운을 몸속의 근육, 심지어 뼈에 저장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 뒤에서 저의 어깨를 잡으면 뒤돌아보지 않고서도 어깨 골격 속의 기운을 통해 적을 물리치거나 죽일 수 있습니다. 이 정도까지 수행하기 위해 20년을 노력했으나 여전히 도달하지 못했습니다.”오장부는 머쓱하게 웃었다.“맥을 통하게 하는 기법은 후천 고수 중에서도 가장 강합니다. 말 그대로 온몸의 12갈래 맥을 통하게 하는데, 기운과 원기를 모두
주동필이 고개를 끄덕이려고 할 때 오장부 뒤에 있던 꼬마 도사가 냉소를 흘렸다.“당신을 데리고 가서 뭐 해요? 당신 같은 평범한 사람이 가봤자 도움도 안 되고 오히려 짐만 될 뿐이라고요.”“제 사형 말이 맞아요. 우리는 이번에 싸움을 하러 가기에 피를 볼 수밖에 없을 거예요. 그때 가서 바지에 오줌을 지리려고?”다른 한 꼬마 도사가 빵 터지며 최서준을 모멸에 찬 눈길로 바라보고 있었다.최서준은 담담하게 말했다.“괜찮아요. 절대 당신들의 발목을 잡지 않을 거라고 약속하죠.”최서준이 현장으로 가서 보려고 하는 이유는 주동필과 그외 사람들의 안전이 걱정되어서였다. 어쨌든 주씨 가문은 그 때문에 조씨 가문의 미움을 샀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어도 방관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주동필은 최서준이 기어코 가려고 하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럼 최 선생은 저희랑 같이 가요.”오장부는 미간을 찌푸렸다.“주 어르신, 미리 드릴 말씀이 있어요. 조금 있다가 전 당신들의 안전만 지켜드릴 수 있어요. 이 자식의 생사는 제가 상관할 바가 아닙니다.”문에 들어와서부터 지금까지 오장부는 최서준이 쭉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당연히 그에게 좋은 얼굴을 보인 적이 없었다.최서준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당신이 지켜주지 않아도 괜찮아요.”“흥!”오장부는 콧소리를 내며 그를 무시하고 속으로 꿍꿍이를 품었다. 만약 조금 있다가 진짜로 예상 밖의 일이 발생한다면 절대 그를 구해 주지 않을 것이라고.모두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길로 씩씩하게 결전 구역, 달 호수로 향했다.달 호수는 남양의 변두리에 있었다.그들이 달 호수 옆에 도착했을 때 눈앞에 들어온 것은, 마치 그믐달이 땅에 드리운 것 같은 왕벽호였다. 호수의 중심에는 인공으로 만든 작은 섬이 어렴풋이 보였다.상쾌한 바람이 불어오자, 호수 면에 잔잔한 물결이 일렁이며 조롱조롱 연뿌리가 바람을 따라 끊임없이 움직이는 게 마치 아름다운 치마를 입은 여성이 바람을 맞으며 춤을 추는 것 같았다. 그리고 멀지 않은
그의 얼굴이 일그러지면서 미간 사이에 피에 굶주린 듯한 흥분된 기색이 역력했다.“그 말을 똑같이 너에게 돌려줄게.”최서준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됐어. 헛소리 집어치워.”조천우는 콧방귀를 뀌었다.“영감탱이, 한 번만 더 기회를 줄게. 앞으로 주씨 가문이 우리 조씨 가문에게 굴복한다면 오늘 그 목숨은 지켜주지. 그렇지 않으면 오늘 모든 사람들이 반드시 죽어야 할 것이야. 주씨 가문에 당신이 없으면 우리 조씨 가문은 아주 손쉽게 주씨 가문을 무너뜨릴 수 있지.”“큰소리만 치지 말고 당신들이 우리를 어떻게 죽일지 지켜보겠어.”주하은이 성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덤빌 테면 어서 덤벼. 뭔 말이 그렇게 많아.”주동필이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주씨 가문더러 조씨 가문에게 굴복하라니, 그것은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좋아. 굳이 혼나고 싶다면 그렇게 해주지.”조천우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내뱉고는 돌아 서서 검은색 도복을 입은 청년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하며 존경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육 대사님, 저희 조씨 가문을 위해 나서주시길 바랍니다.”“그렇게 해주지!”육 대사라고 불리는 청년은 활짝 웃더니 뒤로 물러났다가 뛰어올랐다.“주 영감탱이, 지난번에 운 좋게 충성심 강한 경호원이 당신 대신 죽었지만 이번엔 그럴 일이 없을 거야.”그는 무심한 표정으로 주동필을 바라보며 입꼬리는 비웃는 듯 올라가 있었다.최서준은 평온한 표정으로 육 대사를 바라보다가 곧바로 몰래 고개를 흔들었다.이 사람은 화경 수련자라 오장부는 그의 상대가 아니었다.주동필은 분노를 억누르며 똑같이 돌아 서서 오장부를 향해 두 손을 맞대고 말했다.“오 도장님, 잘 부탁드립니다!”오장부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는 한 발짝 물러나 육 대사를 노려보며 말했다.“자네는 어느 문파 출신인가?”그는 육 대사가 젊은 청년인 것을 보고 저도 모르게 그를 얕잡아 보았다. 자신도 상대처럼 젊은 나이일 때 겨우 명경 단계에 들어섰으니 말이다. 그래도 육 대사의 배후에 있는 세력이 걱정되
“너 같은 쓰레기를 죽이다니, 내 손이 더럽혀지는 기분이야.”육 대사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땅에 쓰러진 시체를 쳐다보지도 않았다.이 갑작스러운 장면에 주동필과 오장부 등 사람들은 충격을 받았다.“명지야!”“사형!”오장부와 유일하게 남은 꼬마 도사는 비통한 표정을 짓고 이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최서준은 몰래 고개를 저었다.조금 전 자신은 오장부에게 당부했건만, 그와 명지는 모두 믿지 않았다.“하하하!”조천우는 정신을 차린 후 웃음을 터뜨렸다.“이 봐, 주 영감탱이, 이게 바로 주씨 가문에서 데려온 고수란 말이야? 정말 볼품없네.”“그러게 말이야. 이런 쓸데없는 놈을 내보내다니, 부끄럽지도 않아? 완전히 죽으려고 나온 거잖아.”조명휘는 눈빛에는 흥분한 기색이 역력했다.이때 삼촌과 조카 두 사람은 육 대사를 더욱더 숭배하게 되었다.역시 선조님의 제자는 실력이 막강했다.그러나 주동필은 조천우의 말을 듣고 난 후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는 오장부를 바라보며 물었다.“오 도장님, 어떻게 할까요?”“스승님, 저를 보내주세요. 제가 사형 대신 복수하고 싶습니다.”유일하게 남은 꼬마 도사는 원망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러나 오장부는 고개를 살짝 저었다.“명봉아, 넌 뒤로 물러나. 이 스승이 직접 나서야겠어.”그는 실력이 가장 강한 제자였던 명지조차 육 대사의 상대가 되지 않는 것을 보고 작은 제자 명봉도 같은 결과를 맞이할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오장부는 천천히 걸어 나가며 육 대사를 노려보았다.“내가 마지막으로 자네에게 묻겠네. 자네의 스승은 누구인가?”“곧 죽을 사람이 내 스승님을 알 자격이 있는가? 빨리 와서 죽음이나 맞이해. 이제 지옥 가면 염라대왕에게 물어봐.”육 대사는 무심한 듯 웃었다.“이 무례한 애송이가 감히 날 얕보다니!”오장부의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평소에 성격 좋던 그도 이 순간에 화가 나 더는 상대를 봐 주지 않기로 결심했다.곧바로 그는 소리를 지르더니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육 대사
“무술도 못하는 애송이 자식이 감히 무슨 자격으로 여기서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야?”“난 사실을 말했을 뿐이에요.”최서준이 담담하게 말했다.“너...”명봉은 분노가 치밀어 올라 그에게 손을 쓰려고 했다.주하은은 그 광경을 보고 다급히 제지했다.“서준 씨, 아무 말이나 하지 마요. 우린 무술을 못하니까 그냥 조용히 지켜봐요.”이때, 그녀의 마음속에서도 최서준에 대한 원망의 감정이 조금 생겨났다.‘서준 씨도 참, 모르면 가만히 있으면 되지. 왜 여기서 쓸데없는 말을 하는 거야.’게다가 오 도장님은 주씨 가문에서 데려온 고수인데 어디 상대를 추켜올리며 자신의 위엄을 깎아내리는 사람이 있단 말인가?주동필도 눈살을 찌푸렸다.“그래요, 최 선생, 우린 입 다물고 있자고요. 오 도장님의 주의력이 분산되겠어요.”그러나 육 대사와 결투하고 있는 오장부도 그의 말을 듣고 화가 나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 자식이, 내가 이기면 널 제대로 혼내주겠어!”몇 명이 자신의 실력을 못 믿는 것을 보고 오장부는 최서준을 욕했다. 그러나 최서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반대편에 있는 조천우와 조명휘도 가슴이 졸였다.주씨 가문과 조씨 가문에서 모셔 온 실력이 가장 강한 두 사람이 붙었으니, 승패는 이 결투에서 갈릴 것이다.예상대로 오 도장과 육 대사의 다섯 번째 매치에서 오 도장은 육 대사에게 잡혀 주먹을 세게 맞았다.퍽!오 도장은 마치 줄 끊어진 연처럼 뒤로 십여 미터 날아갔다.“오 도장님?”이 광경을 지켜보던 주동필, 주하은, 명봉 세 사람의 표정이 굳어졌다.그들은 눈을 뜨고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오 도장처럼 강한 사람도 패하다니.그러나 그들로 하여금 더 놀라게 만든 것은 최서준이 조금 전에 한 말대로 마침 다섯 번째 주먹일 때 오장부가 패한 것이다.“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명봉은 얼굴이 창백해졌고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믿을 수가 없었다.“좋아요, 좋아!”“육 대사는 무적이네요!”조천우와 조명휘 두 사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