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 최서준은 잠에서 깼다. 김지유는 식탁에 쪽지 한 장만을 남긴 채 외출한 뒤였다.“나 출근하러 가. 냉장고에 아침밥 있으니까 먹고 회사로 와. 네 옷도 내가 씻었어, 너는 거 잊지 말고.”“생각보다 쌀쌀하진 않네...”최서준은 옅게 웃고는 냉장고에서 음식을 꺼내 먹고는 빨래를 널고서 해성 그룹으로 갔다. 대표이사 사무실에 들어서자, 김지유가 그를 흘깃 보고는 화색이 되어 말했다.“마침 잘 왔어, 여기 서류에 이퓨레 그룹 도장을 받아와 줘.”“네 비서는? 이런 일은 비서가 해야 하는 거 아니야?”“반 비서는 날 대신해 손님 만나러 갔어, 한 번만 부탁할게, 수고해.”최서준은 고개를 젓고는 서류를 들고 문을 나설 수밖에 없었다.반 시간 뒤, 이퓨레 대표이사 사무실.임상아는 최서준의 서류에 도장을 찍고 말했다.“대표님, 차는 저희가 이미 준비해 드렸습니다. 지금 4s점에 있습니다.”그녀는 롤스로이스 팬텀의 차 열쇠와 면허증을 건네주며 계속해 말했다.“30억, 현재 최고가입니다. 고르는 데만 8,000만 원이 들었고요. 모든 절차는 저희가 마쳤습니다. 운전기사가 필요하시나요?”“응, 찾아줘. 그때까진 내가 운전할게.”최서준은 차 열쇠와 면허증을 받아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네, 안녕히 계세요!”임상아가 허리를 숙이자, 그녀의 새하얀 살결이 드러났다. 최서준은 몇 번 더 곁눈질하고서야 사무실을 나섰다.회사 로비.엘리베이터에서 나온 최서준은 오민욱 일행을 마주쳤다. 오민욱은 정장을 쫙 빼입고는 좋은 일이라도 생긴 듯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그들은 최서준을 보자 깜짝 놀랐다.“서준 씨, 다시 돌아와 출근하다니, 꽤 뻔뻔하시네요?”“출근하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나요?”오민욱이 먼저 말을 걸었다. 최서준이 눈썹을 까딱하고는 답했다.“말할 필요도 없는 것 같은데요?”오민욱의 뒤에 있던 진아영이 차갑게 웃으며 말을 받았다.“천재 의사를 사칭해 주씨 가문을 속였다는 거 누구나 다 알아요. 아직 살아있다는 게 놀라울 뿐이에요.
최서준은 화난 기색 없이 농담조로 말했다.“오민욱 씨, 내 말 한마디면 당신 경력은 끝입니다.”“웃기는 소리!”오민욱은 화가 머리끝까지 나 외쳤다. 그 옆의 도연우도 차갑게 말했다.“민욱이가 너보다 잘난 걸 질투하는 거 이해할 수는 있어. 그런데 이건 좀 너무한 거 아니야?”“내가 질투한다고?”“그럼, 아니야? 민욱이는 젊은 나이에 부매니저까지 달았는데 넌 아직 일반 직원이잖아. 이게 질투가 아니면 뭔데?”“네 맘대로 생각해. 네가 그렇게나 자랑스러워하는 남자의 진짜 얼굴을 곧 보게 될 테니까.”최서준은 더 이상 다툴 생각도 없는 듯 한 마디만을 남기고 떠나려 했다.이때 도연우의 핸드폰이 울렸다. 도현수의 전화였다.도연우는 통화를 마친 뒤 급히 최서준을 불러세워 말했다.“잠깐만, 우리 아빠가 할 말이 있대.”최서준은 미간을 찌푸리고는 핸드폰을 받아서 들었다.“네, 아저씨.”“어, 서준아. 시간 되면 당진 호텔로 와. 좋은 소식이 있어.”도현수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말했다.좋은 소식?최서준은 잠깐 생각하다 저녁 일정이 없는 걸 확인하고는 대답했다.“네, 일 끝나고 갈게요.”그는 핸드폰을 도연우에게 넘겨주고는 해성 그룹으로 돌아와 서류를 김지유에게 넘겨주었다. 이어 택시를 타고 당진 호텔로 가려 했지만, 오늘따라 택시가 잡히지 않았다.이때 모르는 번호로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안녕하세요, 최 대표님이신가요?”한 여자가 공손하게 물었다.“네, 누구시죠?”“안녕하세요, 대표님. 남양시 롤스로이스 점주 천소연입니다. 롤스로이스 팬텀을 매입하셨는데, 언제쯤 오셔서 차를 가져가실지 여쭤보려고 전화를 드렸습니다.”“그럼, 지금 가져와 주세요. 전 해성 그룹에 있어요.”최서준은 천소연에게 해성 그룹의 주소를 알려줬다. 이내 롤스로이스 팬텀이 해성 그룹 문 앞에 멈춰 섰다. 차에서 나온 여자는 빠른 걸음으로 최서준의 앞에 다가와 그에게 깊이 허리를 숙였다.“대표님, 방금 전화했던 천소연입니다.”“수고했어요.”최서준은 고개
곽정원과 진아영은 그 말을 듣고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오민욱이 최서준을 방해할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당진 호텔의 주차장 입구에선 경호원 두 명이 딴짓하고 있었다. 최서준은 주차장의 문이 열리지 않자 어쩔 수 없이 경적을 울렸다. 경호원들을 깜짝 놀라 욕을 하려다 롤스로이스인 것을 확인하고는 급히 문을 열었다.최서준은 그들을 향해 고개를 끄덕하고는 주차장 내부로 들어갔다.한 경호원이 그를 따라와 아부하는 말투로 물었다.“대표님, 주차해 드릴까요?”최서준이 거절하려는 찰나 도현수의 전화가 또다시 걸려 왔다.“그럼 부탁해요.”최서준은 차 열쇠를 그에게 넘겨주고 옆의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아닙니다, 아닙니다.”경호원은 고개를 저으며 차 열쇠를 받았다. 그가 봐왔던 사장들은 모두 콧대가 하늘까지 솟아 있었는데, 최서준만 사근사근했다.그가 주차를 마치고 돌아가려는 찰나 벤츠 한 대가 최서준의 롤스로이스 옆에 멈춰 섰다. 오민욱이 가방을 옆구리에 끼고는 몇 사람을 거느리고 차에서 나왔다.“연우야, 아버님께서 몇 번 방에 계신다고?”“802번 방일 거야.”“가자, 최서준 그 자식이 어떻게 나올지 보자고.”오민욱이 웃으며 걸음을 옮겼다.802번 방 안에서 도현수는 난감한 표정으로 방 안의 사람들을 위로하고 있었다.방안에는 관리를 잘해 나이보다 퍽 어려 보이는 중년의 여자 옆에 20대 초반의 남자와 여자 한 명씩이 앉아있었다.“현수야, 네가 말한 사람은 왜 아직도 안 와? 우리 바쁜 사람들이야.”“서준이 이미 엘리베이터에 있대. 곧 올 거야.”도현수가 연신 사과했다. 여자는 그의 고등학교 친구로, 이름은 한혜성이었다. 그녀 옆에는 자식인 황지훈과 황지예가 앉아있었다.도연우와 최서준의 결혼계약이 끝난 뒤, 도현수는 자신이 최서준에게 잘해주지 못한 것 같아 미안했다. 그래서 그에게 여자 친구를 소개해 주고 싶었다.마침 한혜성 일가가 남양에 거주하고 싶어 했으니, 그녀와 만나는 자리에서 최서준과 황지예를 소개해 주려 했다. 혹시나 잘
어느 정도 떨어져 있었지만 최서준은 황지예의 근거 없는 자신감을 느꼈다. 그는 도현수를 바라보며 물었다.“아저씨. 이건...”“서준아, 오늘은 지예를 소개시켜 주려고 불렀어. 많이 얘기해 봐.”중요한 일이 있어 부른 줄 알았는데, 고작 소개팅이나 시켜주려고 부른 거라고?“아저씨, 급한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보겠습니다.”최서준은 황예지를 보지도 않은 채 나갔다. 한혜성의 표정이 굳어졌다.너 이 자식?뭐 하려는 거야?우리 세 사람을 이렇게나 오래 기다리게 해놓고, 오자마자 간다고?도현수가 최서준을 만류하려 할 때 황지예가 입을 열었다.“최서준 씨, 이런 행동이 제 주의를 불러일으킬 거로 생각한다면 오산이에요. 서준 씨가 그 정도로 매력있는 사람인지 생각해 봤으면 좋겠어요.”그녀는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최서준을 바라보며 계속 말했다.“사실대로 말씀드릴게요. 서준 씨 같은 사람은 전엔 제 눈에 차지도 않았어요. 현수 아저씨께서 수고해 주실 걸 봐서 기회를 한 번 드린 거예요.”최서준은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다 담담히 대답했다.“죄송합니다, 저와 함께하기엔 지예 씨가 아까운 것 같아요.”황지예가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마음에 들어요. 저처럼 아름답고 성격 좋은 여자는 드물죠. 바로 본론부터 말할까요, 어떤 차 타세요? 벤츠나 BMW 같은 거면 말도 하지 마세요. 제 기준에서 그건 차도 아니니까요.”“차를 잘 타지 않습니다.”황예지가 조금 정색했다.“그럼 집은 있어요? 저택 말이에요. 200평 이하의 집은 집이라고도 할 수 없죠.”“없습니다.”“그럼, 돈은 얼마나 저축했어요? 200억 정도는 있겠죠? 제 남자친구가 그 정도 돈도 없다면 전 친구들에게 놀림당할 거예요.”“없습니다.”“아무것도 없으면 왜 이 자리에 나온 거예요? 제가 방금 한 기업 사장의 프러포즈를 거절한 거 몰라요?”“그, 실례합니다만, 이런 근거 없는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겁니까? 계속 저한테 차는 뭐 타냐, 집은 있냐, 예금은 어느 정도냐 물어보시고, 심지
최서준이 눈썹을 까딱하며 말했다.“차를 잘 안 탄다고 했지, 없다고 한 적은 없습니다. 방금 롤스로이스 팬텀을 샀고요. 집은 확실히 없어요. 나인원 크라운 별장에 살거든요. 200억 원도 너무 적은 거 아니에요?, 2조 이하의 금액은 말하기도 창피해요.”한혜성과 황지예, 황지훈의 표정이 굳었다.롤스로이스 팬텀?별장?2조 원?이 사람, 졸부였잖아?한혜성이 이내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최서준에게 말하려는 찰나, 문밖에서 비꼬는 소리가 들려왔다.“최서준, 허세 그만 부려!”오민욱이 도연우와 그 일행을 데리고 휘적휘적 걸어들어왔다.“민욱아, 연우야, 드디어 왔구나.”도현수는 그들에게 최서준과 황지예를 밀어주라는 눈빛을 보냈다.하지만 오민욱은 그를 보지 못한 듯 말했다.“여러분, 저희는 최서준 씨의 상사와 동료입니다. 묻고 싶은 게 있다면 마음껏 물으세요.”그는 손의 벤츠 차 열쇠를 빙빙 돌렸다.한혜성의 눈이 반짝하더니 이내 오민욱을 향해 물었다.“방금 이 사람이 말하길 롤스로이스 팬텀과 별장이 있고, 저축한 돈이 몇조 원이라던데, 정말이에요?”“당연히 가짜죠. 이 자식은 우리 회사 말단 직원입니다. 월급도 얼마 안 돼요. 방금 시골에서 올라왔고요.”한혜성의 얼굴이 굳었다. 그는 하찮은 듯 최서준을 보며 말했다.“허세 부린 거였어? 어쩐지, 너 같은 자식이 졸부일 리가 없지. 지예야, 가자.”그는 차갑게 웃고는 황지예와 황지훈을 데리고 나가려 했다.도현수가 급히 그들을 말렸다.“혜성아, 화 풀어. 소개팅은 이렇게 끝이더라도 우리는 계속 볼 거잖아. 지예, 지훈이 직장 찾는다며? 내 사위 오 서방에게 물어보면 될 거야.”그는 한쪽에 선 오민욱을 가리켰다.한혜성은 다시 자리에 앉아 웃으며 오민욱에게 말했다.“네 회사는 어떤 사업을 하는 거야? 네 직위는 뭐야?”“아마 들어보셨을 텐데, 이퓨레 그룹입니다. 남양시에서 유명한 명품이죠. 전 부매니저입니다.”“정말 유능하네, 누구처럼 허세만 부리는 게 아니라.”최서준은 차가운
최서준의 말이 끝나자, 한혜성 일행은 어리둥절해졌다. 오민욱이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외쳤다.“아줌마, 이 자식 말은 듣지 마세요. 절 질투해서 제가 잘릴 거라 하는 거예요.”한혜성도 최서준에게 따지기 시작했다.“네게 부탁하라고? 네가 대표이사라도 되는 모양이야? 넌 말단 직원이야, 민욱이 비위를 맞취야 한다고.”“허세 부리지 마, 민욱 님이 아니었으면 진작 내쫓았을 거야.”황지훈이 차갑게 웃으며 최서준에게 말했다. 황지예가 오민욱에게 아부했다.“그럼, 내일 오빠와 함께 민욱 님 회사에 갈게요. 잘 좀 부탁드려요.”“네,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최대한 밀어드리겠습니다.문제없을 거예요..”“네, 정말 감사합니다.”한혜성은 히죽 웃고는 최서준을 흘깃 쳐다보았다.“민욱아, 아줌마가 경영은 잘 모른다만, 상사 말을 듣지도 않는 직원은 잘라버려야 하지 않겠니?”“좋은 생각입니다. 내일 출근해서 바로 자르려고요.”오민욱이 차갑게 말했다. 그는 진작부터 최서준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원래는 회사에 남겨둬 때때로 그를 모욕하려 했지만, 최서준이 계속해 그를 도발하니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이 말을 들은 진아영과 곽정원이 꼴 좋다는 눈빛으로 최서준을 쳐다보았다.도현수는 최서준의 편을 들려 했지만 도연우가 그를 제지했다.도연우는 최서준이 죽을 정도로 싫었다. 그녀도 그가 어서 회사를 떠났으면 했다.이어 한혜성은 오민욱에게 감사를 표하기 위해 호텔의 사장을 불러와 직접 시중들게 하고는 한 턱 크게 냈다.식사 자리에서 한혜성 일행은 오민욱을 치켜세우며 그에게 술을 따랐다.최서준은 도현수의 옆에 앉아 그의 잔소리를 들으며 흥미진진하게 오민욱을 쳐다보았다.“민욱아, 얘기 끝난 거다. 내일 지예와 지훈이를 너희 회사로 보낼게.”식사를 마친 뒤 한혜성은 오민욱에게 두둑한 돈봉투를 쥐여주고는 자리를 떴다.도현수가 시계를 보며 말했다.“시간도 늦었는데, 민욱이, 연우. 우리도 이제 돌아가자.”“먼저 들어가세요, 저희는 2차 갔다가 일찍 들어갈게요.”오
벤츠 차를 찾은 뒤 오민욱은 다짜고짜 운전석에 앉으려 했다.“민욱아, 너 취했어. 그냥 정원이 더러 운전하게 하자, 응?”도연우가 걱정스레 말했다.“안 취했거든, 나 말짱해.”오민욱은 그녀의 손을 뿌리치고 운전석에 풀썩 앉았다. 취해서 그런 건지 유세 부리려 한 건지 오민욱은 액셀을 꽉 밟았다. 주차장이 부르릉거리는 소리로 뒤덮였다.오민욱이 휘파람을 불며 말했다.“봤지? 나 안 취했다니까. 다들 비켜 봐. 나갈 테니.”“천천히 해.”도연우가 주의를 줬다.“나 진짜 안 취했어.”오민욱은 기어를 당기고 핸들을 잡고는 차를 운전하기 시작했다.하지만 차는 거꾸로 가고 있었다.“응? 왜 거꾸로 가는 거지, 정말 취했나?”오민욱은 이상함을 감지하고는 브레이크를 밟으려 했다.쿵!순간 오민욱은 무언가에 부딪친 느낌을 받았다. 얼마나 세게 부딪쳤는지 차가 흔들릴 정도였다.술이 확 깬 오민욱이 백미러를 바라보았다. 차가 후퇴할 때 옆의 차와 부딪친 것이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놀릴까 봐 담담한 척 차에서 내려 걸어왔다.“그, 미안해. 기어를 잘못 놨나 봐. 조금 긁힌 정도 같아, 큰 문제 아니야.”“민...민욱아...”곽지원은 오민욱이 친 차를 가리키며 띄엄띄엄 말했다.“너... 롤스로이스를 쳐놓은 것 같은데...”“맞아. 나 저 브랜드 알아.”진아영은 차에 대해서 잘은 몰랐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도연우가 고개를 저었다.“롤스로이스 팬텀이야. 30억 정도.”시가 30억의 롤스로이스?오민욱은 깜짝 놀랐다. 끽해봤자 몇천만 원짜리인 줄 알았는데.그는 급히 차를 확인하고는 더욱 놀랐다. 정말 롤스로이스였다! 부딪칠 때 충격이 컸는지 차가 상당히 찌그러져 있었다.진작에 알았다면 허세 부리지 말 걸 그랬다. 그럼 치지 않을 수 있었는데.오민욱은 후회스러워 미칠 지경이었다.곽지원이 망설이며 말했다.“망했다, 부딪친 걸 봐서 수리비가 몇억 원 정도 들 것 같은데.”“뭐? 몇억 원?”진아영이 소리를 질렀다. 오민욱은 죽고만
소리를 들은 오민욱 일행은 롤스로이스 차주가 온 줄 알고 깜짝 놀랐다. 하지만 그들이 고개를 돌리자 익숙한 사람이 나타났다.그 사람의 얼굴을 확인한 오민욱의 얼굴에는 방금의 초조함이 사라지고 비웃음만이 가득했다.“깜짝이야, 시골 촌놈, 당신이었어?”“그럼 누군 줄 알았는데요?”최서준이 눈썹을 까딱하며 대답했다.“꺼지라고 했는데, 뻔뻔하게 우리 따라 내려온 거예요?”“방금 사과 안 한 걸 후회해서 사과하러 온 거겠지.”곽지원과 조아영이 한 마디씩 덧붙였다.“이제야 사과하러 온 거야? 미안하지만 늦었어. 내일 출근해서 바로 널 자를 거야.”냉랭한 목소리로 말을 마친 오민욱은 차에서 내려 주머니에서 현금 몇 장을 꺼내 최서준에게 던졌다.“택시비는 줄 테니까, 갖고 꺼져.”오민욱은 최서준과 실랑이를 벌이다 롤스로이스의 차주가 올까 봐 두려웠다. 그때면 도망칠 수도 없었다.최서준은 고개를 젓고는 롤스로이스의 옆에 다가가 인상을 찌푸리고 물었다.“어떻게 된 겁니까? 차가 왜 이 모양이 되었어요?”오민욱 일행은 약점이라도 잡힌 듯 뜨끔했다. 진아영이 큰소리를 쳤다.“당신이랑 무슨 상관인데요? 경고하는데, 못 본 척하는 게 좋을 거예요.”“그래요,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하는 게 좋을 겁니다. 그렇다면 당신을 자르지 않고, 월급도 올려줄게요. 어떻습니까?”“상황 파악이 안 되나 보네요. 제 차가 이 모양이 됐는데 못 본 척하라니요?”최서준이 헛웃음 치며 말했다. 다른 사람들은 순간 멍해졌다.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도연우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뭐라고? 롤스로이스 팬텀이 네 거라고?”“네, 제 겁니다. 금방 뽑은 새 차인데, 처음 개시한 날에 이 모양이 됐네요. 배상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최서준이 굳은 얼굴로 물었다. 자리가 이렇게 넓은데도 부딪칠 수 있다니, 정말이지 대단했다.오민욱 일행은 최서준의 말을 듣고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조금 뒤 오민욱이 배를 잡고 웃었다.“하하하, 그럴 리 없어. 이게 최서준 거라면, 이 차 바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