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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화

십여 분 뒤, 남양시 교외의 민박집.

최서준은 또다시 하은숙을 보러 왔다. 실망스러운 점은, 그녀의 병세는 조금도 좋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전히 낯선 사람과 밝은 빛을 무서워하고, 심지어 그날의 화재에 대한 악몽도 자주 꾸고 있었다.

최우빈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

“도련님, 외국의 정신병원으로 모실까요?”

“됐어. 내가 치료할 수 있어. 하지만 필요한 물건들이 있는데, 그건 네가 준비해 줘.”

“말씀하세요.”

최우빈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최서준은 종이와 펜을 가져와 처방전 하나를 적었다.

“네 인맥을 총동원해 이 위의 약재를 구해다 줘. 특히 천영꽃, 이게 제일 중요한 거야. 그리고 붓 하나가 필요해. 일반 붓이 아니라, 영적 기운이 있는 붓 말이야.”

“영적 기운이 있는 붓이요?”

최우빈은 어리둥절해졌다. 살면서 처음 들어보는 말이었다.

“옛날 문인들이 썼던 붓이라고 이해하면 돼. 혹은 도사들이 썼던 거나. 붓은 그걸 쓴 사람들의 기운을 이어받는 거야.”

최우빈에게 준 처방전은 하은숙의 얼굴을 치료하는 것이고, 붓은 정신을 치료하는 데 필요했다.

“지금 바로 지시하겠습니다.”

“잠깐, 조씨 가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어?”

“도련님, 조씨 가문은 남양시 최고의 명문가입니다. 유서 깊은 집안이라 할 수 있어요. 제가 처음 남양에 왔을 때 그들은 이미 남양시를 쥐락펴락하고 있었습니다.”

최우빈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그는 숨을 크게 들이쉬고는 다시 말했다.

“조씨 집안의 힘은 무서울 정도예요. 제가 남양 실세로 불리지만, 조씨 집안 입장에선 조무래기입니다.”

최서준은 흥미로운 미소를 지은 채 알겠다고 대답했다. 최우빈은 그를 보고 망설이며 말했다.

“도련님, 그런데 조씨 집안에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한성 보육원 화재의 배후가 그들일 가능성이 아주 큽니다.”

최서준은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최우빈은 이유 모를 압박감을 느끼고는 땀을 닦으며 말을 이었다.

“박씨 집안의 핵심 인물이 도련님께 죽임을 당한 후, 박씨 집안은 산산이 흩어졌고 그들의 사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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