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 말이 나오자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해서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모든 사람이 이 계약서를 보자 넋이 나가고 말았다.이게 진짜라니!서리는 이것을 보고 눈앞이 아찔해져 하마터면 뒤로 넘어갈 뻔했다.“아니야, 이건 거짓말이야. 저 미친년이 무슨 수로 4000억의 투자를 받아내?”그녀의 얼굴은 일그러지며 귀신처럼 포효했다.“나는 조문호한테 얘기를 미리 해놨는데 조문호 이 쓸모없는 자식은 뭐 하는 거야!”그녀의 눈에는 믿기지 않는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거대한 충격에 그녀는 미쳐버릴 것 같았다. 지금까지 얼굴이든 능력이든 모두 김지유한테 뒤처졌었다.오늘 어렵게 그녀를 나락으로 떨어뜨릴 기회가 생겼는데 판이 뒤집힐 줄 몰랐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그녀의 말을 듣고 김지유는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서리, 조문호가 네 사람이었구나.”“하지만 어떡하지, 그 사람은 이미 이퓨레에서 해고됐어. 너 덕분이야.”“뭐라고?”서리는 이 말을 듣고 뒤로 몇 걸음 물러서며 믿기지 않는 듯 말했다.“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최서준은 입가에 웃음을 띠고 사람들을 보며 말했다.“여러분, 제 아내는 자질평가에 통과한 거죠?”“네, 당연하죠.”“김 대표님은 지금 회사의 큰 공신인데 김 대표님이 없었더라면 회사가 어떻게 이퓨레와 4000억이나 되는 계약을 맺겠어요.”“내가 진작에 대표이사 자리는 김 대표 것이라고 했는데 다들 믿지 않으시고...”순식간에 사람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아부를 떨었다. 굽신거리는 사람들을 보며 김지유는 저도 모르게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마음이 아주 기뻤다. 해성 그룹은 그녀가 직접 세우고 키워온 회사인데 절대 떠나고 싶지 않았다.“김지유, 두고 봐.”서리는 기세가 기운 것을 보고 일그러진 얼굴로 이렇게 한마디 내뱉고는 자리를 뜨려고 했다. 근데 최서준이 그녀를 막아섰다.“뭐 잊은 거 없어?”“뭐를?”서리의 낯빛이 살짝 변했다. 최서준은 익살스럽게 웃으며 말했다.“나랑 내기했잖아.
그 말을 들은 경호원들이 약속이나 한 듯 홱 뒤돌아 떠났다.“가지 마, 모두 돌아와! 아아, 제발 그만 때려...”서리는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지만 조문호는 더 크게 때리기만 할 뿐이었다.이 모습을 본 김지유가 더 이상 못 보겠다는 듯 그를 제지하려 했지만 최서준이 그를 말렸다.“내버려둬, 방금 얼마나 건방지게 굴었는데.”서리는 김지유에게 싹싹 빌었다.“김 대표, 아가씨, 제발, 내가 이렇게 빌게, 나 좀 살려줘…. 사사건건 시비 건 것도, 대표 자리 넘본 것도 내가 정말 잘못했어….”서리는 이미 얼굴이 퉁퉁 부어오르고 앞니마저 떨어진 채였다. 방금의 건방진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이쯤 하면 됐다고 생각한 최서준이 물었다.“주식 내놓는 건 어떻게 할 건데?”“그렇게 할게, 뭐든 시키는 대로 할게. 제발 부탁해. 조문호 이 미친놈 좀 끌어내 줘….”서리가 울음 섞인 목소리로 빌었다. 최서준은 김지유를 시켜 주식 양도 계약서를 가져와 서리의 앞에 들이밀고는 동시에 조문호를 저지하며 말했다.“사인하고, 지장 찍어.”서리는 계약서를 보지도 않은 채 자신의 이름을 갈겨 넣고는 지장까지 찍었다.“좋아. 협조 고마워.”최서준은 계약서에 문제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단번에 조문호를 기절시켰다. 서리는 생각할수록 울화가 치밀어 피를 왈칵 토하고는 기절했다.이번 일로 해성그룹 내에서 김지유의 지위는 더욱 커졌고, 주주들도 그녀의 의견에 반기를 들지 못하게 되었다.김지유의 일이 끝나길 기다리던 최서준이 드디어 돌아가려는 찰나, 김지유가 머뭇거리며 그를 불러세워 물었다.“서준아, 너 지금 어디 살아?”“나인원 크라운 별장. 근데 그건 왜?”나인원 크라운 별장?김지유는 깜짝 놀라 강한 어투로 물었다.“허세 부리는 버릇은 아직도 못 고쳤나 봐? 나인원 크라운 별장에는 천재 의사가 산다는 걸 뻔히 아는데, 누굴 속이려고 그래?... 됐다, 또 게스트하우스에 있겠지.”그녀가 망설이다 말을 이었다.“너 당분간 우리 집에서 묵어. 가자.”그때, 조씨
“몇 년 전에 매입한 빌딩인데, 대부분 시간엔 여기 있어.”김지유는 최서준에게 별장에 관해 설명해 주고는 2층의 한 침실을 가리키며 말했다.“이제 저기가 네 방이야.”남자와 함께 사는 건 싫었지만, 이제 명의상 부부니 최서준이 밖에서 떠돌아다니게 둘 수는 없었다. 게다가 최서준은 조명휘에게 미운털이 박혔고, 조명휘도 경고했으니 더더욱 최서준을 그냥 둘 수는 없었다.“이거, 동거인가?”최서준이 보일 듯 말 듯 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김지유는 얼굴이 화끈 달아올라 최서준을 쏘아보며 말했다.“그런 생각은 접어둬. 남양시에 몸 뉠 곳도 없는 네가 불쌍해 호의를 베풀어주는 거야. 이상한 생각 하지 마. 그리고, 네가 이 집에서 묵는 동안 몇 가지 조건은 꼭 지켜줬으면 해.”“뭔데?”“첫째, 내 몸에 손대지 않는다. 손도 잡지 마. 둘째, 내 허락 없이는 내 방에 들어오지 마. 내 물건 만지지도 말고. 특히 속옷 같은 거.”“내가 왜 네 속옷을 만지는데?”최서준은 어리둥절했다. 다른 건 이해할 수 있었지만, 이 조건은 당최 이해할 수 없었다.“순진한 척 그만 해. 남자들의 음침한 생각, 내가 모를 줄 알아?”김지유는 또다시 얼굴이 달아올라 쏘아붙였다.“...”최서준이 침묵을 지키자, 김지유가 다시 말했다.“셋째, 난 엄청나게 깔끔해서 다른 사람과 같이 화장실 쓰는 거 싫어해. 그러니 내 화장실 쓰지 마. 넷째, 다른 여자 데리고 집에 들어오지 마. 성욕은 밖에서 해결해, 내 집 더럽히지 말고.”최서준은 어이없다는 듯 김지유의 말을 끊었다.“어어, 그래. 별 이상한 조건을 걸고 그러냐?”“지킬 수 있는지나 말해.”김지유는 일부러 차가운 말투를 유지한 채 말했다. 최서준이 시원하게 답했다.“당연히 할 수 있지.”김지유는 의외였다. 쉽게 승낙하지 않을 줄 알고 따질 준비까지 했는데 이렇게 시원하게 답하다니. 조금 죄책감이 들었다.“이 조건들은 널 남편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건데, 나랑 혼인신고한 거 후회하진 않아? 내가 너 안 좋아한
김지유의 집 주방은 매우 크고 호화로웠다.하지만 그녀의 냉장고를 열어본 최서준은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몇천만 원짜리 냉장고 안에는 칼국수면 한 봉지밖에 없었다. 간장, 식초 등의 조미료들은 포장도 뜯지 않은 채였다.최서준을 어쩔 수 없이 칼국수를 끓였다. 김지유를 배려해 생강이나 마늘 같은 것도 넣지 않았다.김지유는 깊이 칼국수의 냄새를 들이마신 뒤 놀라운 듯 말했다.“향 너무 좋다, 네가 정말 요리를 할 줄 몰랐어.”“네 집에 이거 빼고 아무것도 없더라, 끼니만 때운다는 생각으로 먹어. 모자라면 더 해줄게.”최서준이 김지유를 재촉했다. 산에 살던 십여 년간 그가 요리를 전담했기에 요리 실력만큼은 수준급이었다.김지유는 더는 참지 못하고 칼국수를 흡입하기 시작했다. 빠른 속도로 음식을 먹는 와중에도 여전히 그녀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작은 동작 하나하나가 예술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김지유는 그릇을 깨끗이 비웠다. 그녀는 입을 쓱쓱 닦고는 최서준에게 엄지손가락을 들이밀며 말했다.“진짜 맛있다, 요리 잘하네.”“입맛에 맞는다면 앞으로도 해줄게.”최서준이 고개를 흔들며 웃었다. 김지유가 냉큼 승낙했다.“진짜? 그럼 나야 고맙지. 근데... 한 그릇만 더 해줄 수 있어?”“그래.”최서준이 그릇을 들고 주방에 들어갔다.김지유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최서준, 넌 참 좋은 사람이야. 네가 도담이가 아니라는 게 아쉬울 뿐이야.그녀는 눈을 지그시 감고 중얼거렸다.“도담아, 아직 남양에 있는 거야? 누난 네가 너무 걱정돼.”이때 최서준이 그릇을 김지유의 앞에 내려놓았다. 김지유는 또다시 한 그릇을 해치웠다. 그녀는 씻고 난 뒤 방으로 돌아와 금세 잠이 들었다.최서준이 샤워하려는 찰나, 문밖에서 싸우는 소리가 약하게 들려왔다. 그는 무거워진 표정으로 별장을 뛰쳐나갔다. 별장 밖의 수림에서 괴한 몇 명이 바닥의 시체를 치우고 있었다.“누구냐?”그 중 한 사람이 최서준을 발견하고는 다짜고짜 그를 공격했다. 하지만 최
최서준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경호원들은 모두 돌아가라 하세요. 저 혼자 처리할 수 있어요.”“네.”주하은이 바로 경호원을 모두 데리고 떠났다.최서준은 서늘한 눈길로 어둠 속을 응시하며 말했다.“조씨 집안이라... 이건 당신들이 자초한 거야.”......집으로 돌아온 주하은은 주동필에게 오늘 밤 일어난 일들을 얘기해주고는 물었다.“할아버지, 조씨 가문은 최 선생님과 대립하기로 마음을 굳힌 것 같은데, 저희는 어떡하죠?”“주씨 가문의 명의로 조명휘에게 경고해야지, 신의님은 우리 주씨 가문 생명의 은인이라고. 신의님 털끝 하나라고 건드리면 우리 주씨 가문과도 척지는 거라고.”주동필이 냉정하게 말했다. 주하은은 조금 놀랐다. 정면승부를 선택할 만큼 성질 있는 분이신 줄 몰랐다.“할아버지, 조씨 가문은 남양시 최고의 명문가인데...”“그럼, 뭐 어때? 최 신의님은 용의 반지를 갖고 있는 분이야. 조씨 가문 따위는 신의님 상대가 못 돼. 네가 신의님과 잘 되지 못한 건 인연이 닿지 않았다는 거야. 하지만 우리 주씨 가문은 꼭 최 신의님과 같은 편에 서야 해. 출세할 기회를 이대로 잃을 순 없으니까.”“네, 알겠어요.”주하은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물러갔다.이때, 조씨 집안.조명휘는 주하은의 전화를 끊은 뒤 핸드폰을 바닥에 집어 던졌다.“주씨 가문, 그깟 쓰레기 때문에 우리 조씨 가문과 척지다니! 딱 기다려, 우리 가문이 널 없애버릴 거니까!”조명휘는 이를 꽉 깨물며 일그러진 얼굴로 말했다. 이때 정장 차림의 중년 남자가 들어왔다.“명휘야, 네가 사람을 시켜 최가 그놈을 처리하려 했다고?”중년의 남자는 중후한 분위기를 풍겼는데, 한눈에 봐도 권력자 같았다. 그가 바로 조씨 가문의 가장, 조명휘의 아버지인 조훈이었다.조명휘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네, 아버지. 그놈이 공개적으로 절 모욕했어요, 찢어 죽여도 모자랄 정도예요.”“까불지 마! 그 자식 배후에 주씨 가문이 있다는 거 몰라서 그래?”“아버지, 우리 조씨 가문은 남양시 최고의
십여 분 뒤, 남양시 교외의 민박집.최서준은 또다시 하은숙을 보러 왔다. 실망스러운 점은, 그녀의 병세는 조금도 좋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전히 낯선 사람과 밝은 빛을 무서워하고, 심지어 그날의 화재에 대한 악몽도 자주 꾸고 있었다.최우빈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도련님, 외국의 정신병원으로 모실까요?”“됐어. 내가 치료할 수 있어. 하지만 필요한 물건들이 있는데, 그건 네가 준비해 줘.”“말씀하세요.”최우빈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최서준은 종이와 펜을 가져와 처방전 하나를 적었다.“네 인맥을 총동원해 이 위의 약재를 구해다 줘. 특히 천영꽃, 이게 제일 중요한 거야. 그리고 붓 하나가 필요해. 일반 붓이 아니라, 영적 기운이 있는 붓 말이야.”“영적 기운이 있는 붓이요?”최우빈은 어리둥절해졌다. 살면서 처음 들어보는 말이었다.“옛날 문인들이 썼던 붓이라고 이해하면 돼. 혹은 도사들이 썼던 거나. 붓은 그걸 쓴 사람들의 기운을 이어받는 거야.”최우빈에게 준 처방전은 하은숙의 얼굴을 치료하는 것이고, 붓은 정신을 치료하는 데 필요했다.“지금 바로 지시하겠습니다.”“잠깐, 조씨 가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어?”“도련님, 조씨 가문은 남양시 최고의 명문가입니다. 유서 깊은 집안이라 할 수 있어요. 제가 처음 남양에 왔을 때 그들은 이미 남양시를 쥐락펴락하고 있었습니다.”최우빈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그는 숨을 크게 들이쉬고는 다시 말했다.“조씨 집안의 힘은 무서울 정도예요. 제가 남양 실세로 불리지만, 조씨 집안 입장에선 조무래기입니다.”최서준은 흥미로운 미소를 지은 채 알겠다고 대답했다. 최우빈은 그를 보고 망설이며 말했다.“도련님, 그런데 조씨 집안에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한성 보육원 화재의 배후가 그들일 가능성이 아주 큽니다.”최서준은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최우빈은 이유 모를 압박감을 느끼고는 땀을 닦으며 말을 이었다.“박씨 집안의 핵심 인물이 도련님께 죽임을 당한 후, 박씨 집안은 산산이 흩어졌고 그들의 사업은
다음 날 아침, 최서준은 잠에서 깼다. 김지유는 식탁에 쪽지 한 장만을 남긴 채 외출한 뒤였다.“나 출근하러 가. 냉장고에 아침밥 있으니까 먹고 회사로 와. 네 옷도 내가 씻었어, 너는 거 잊지 말고.”“생각보다 쌀쌀하진 않네...”최서준은 옅게 웃고는 냉장고에서 음식을 꺼내 먹고는 빨래를 널고서 해성 그룹으로 갔다. 대표이사 사무실에 들어서자, 김지유가 그를 흘깃 보고는 화색이 되어 말했다.“마침 잘 왔어, 여기 서류에 이퓨레 그룹 도장을 받아와 줘.”“네 비서는? 이런 일은 비서가 해야 하는 거 아니야?”“반 비서는 날 대신해 손님 만나러 갔어, 한 번만 부탁할게, 수고해.”최서준은 고개를 젓고는 서류를 들고 문을 나설 수밖에 없었다.반 시간 뒤, 이퓨레 대표이사 사무실.임상아는 최서준의 서류에 도장을 찍고 말했다.“대표님, 차는 저희가 이미 준비해 드렸습니다. 지금 4s점에 있습니다.”그녀는 롤스로이스 팬텀의 차 열쇠와 면허증을 건네주며 계속해 말했다.“30억, 현재 최고가입니다. 고르는 데만 8,000만 원이 들었고요. 모든 절차는 저희가 마쳤습니다. 운전기사가 필요하시나요?”“응, 찾아줘. 그때까진 내가 운전할게.”최서준은 차 열쇠와 면허증을 받아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네, 안녕히 계세요!”임상아가 허리를 숙이자, 그녀의 새하얀 살결이 드러났다. 최서준은 몇 번 더 곁눈질하고서야 사무실을 나섰다.회사 로비.엘리베이터에서 나온 최서준은 오민욱 일행을 마주쳤다. 오민욱은 정장을 쫙 빼입고는 좋은 일이라도 생긴 듯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그들은 최서준을 보자 깜짝 놀랐다.“서준 씨, 다시 돌아와 출근하다니, 꽤 뻔뻔하시네요?”“출근하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나요?”오민욱이 먼저 말을 걸었다. 최서준이 눈썹을 까딱하고는 답했다.“말할 필요도 없는 것 같은데요?”오민욱의 뒤에 있던 진아영이 차갑게 웃으며 말을 받았다.“천재 의사를 사칭해 주씨 가문을 속였다는 거 누구나 다 알아요. 아직 살아있다는 게 놀라울 뿐이에요.
최서준은 화난 기색 없이 농담조로 말했다.“오민욱 씨, 내 말 한마디면 당신 경력은 끝입니다.”“웃기는 소리!”오민욱은 화가 머리끝까지 나 외쳤다. 그 옆의 도연우도 차갑게 말했다.“민욱이가 너보다 잘난 걸 질투하는 거 이해할 수는 있어. 그런데 이건 좀 너무한 거 아니야?”“내가 질투한다고?”“그럼, 아니야? 민욱이는 젊은 나이에 부매니저까지 달았는데 넌 아직 일반 직원이잖아. 이게 질투가 아니면 뭔데?”“네 맘대로 생각해. 네가 그렇게나 자랑스러워하는 남자의 진짜 얼굴을 곧 보게 될 테니까.”최서준은 더 이상 다툴 생각도 없는 듯 한 마디만을 남기고 떠나려 했다.이때 도연우의 핸드폰이 울렸다. 도현수의 전화였다.도연우는 통화를 마친 뒤 급히 최서준을 불러세워 말했다.“잠깐만, 우리 아빠가 할 말이 있대.”최서준은 미간을 찌푸리고는 핸드폰을 받아서 들었다.“네, 아저씨.”“어, 서준아. 시간 되면 당진 호텔로 와. 좋은 소식이 있어.”도현수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말했다.좋은 소식?최서준은 잠깐 생각하다 저녁 일정이 없는 걸 확인하고는 대답했다.“네, 일 끝나고 갈게요.”그는 핸드폰을 도연우에게 넘겨주고는 해성 그룹으로 돌아와 서류를 김지유에게 넘겨주었다. 이어 택시를 타고 당진 호텔로 가려 했지만, 오늘따라 택시가 잡히지 않았다.이때 모르는 번호로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안녕하세요, 최 대표님이신가요?”한 여자가 공손하게 물었다.“네, 누구시죠?”“안녕하세요, 대표님. 남양시 롤스로이스 점주 천소연입니다. 롤스로이스 팬텀을 매입하셨는데, 언제쯤 오셔서 차를 가져가실지 여쭤보려고 전화를 드렸습니다.”“그럼, 지금 가져와 주세요. 전 해성 그룹에 있어요.”최서준은 천소연에게 해성 그룹의 주소를 알려줬다. 이내 롤스로이스 팬텀이 해성 그룹 문 앞에 멈춰 섰다. 차에서 나온 여자는 빠른 걸음으로 최서준의 앞에 다가와 그에게 깊이 허리를 숙였다.“대표님, 방금 전화했던 천소연입니다.”“수고했어요.”최서준은 고개
“왜 그럽니까? 정말 화가 난 겁니까? 이제 시작인데 가려고 하다니요.”청룡이 그를 붙잡았다.“비경에서 며칠 동안 있었더니 집의 일이 밀려서 돌아가 봐야 할 것 같아요. 앞으로 기회가 있으면 우리 집에 놀러 와요. 취할 때까지 마시는 겁니다.”최서준이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경성에 집이 있어요? 경성에 자주 오갈 건가 봐요. 그럼 그렇게 해요. 나중에 찾아가면 날 내쫓지 말고요.”청룡은 최서준이 화가 나지 않았다는 것을 보고 웃으면서 얘기했다.“당연히 환영할 거예요.”인사를 마친 후, 최서준은 김지유와 함께 기지를 떠나 하늘로 날아올랐다.그제야 두 사람은 단둘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하늘 위에서. 최서준이 멈춰 섰다. 그러자 김지유가 그대로 최서준의 등에 이마를 박았다.“왜 그래, 서준아?”김지유가 가볍게 물었다.“누나, 보육원 사건의 원수를 알아냈어.”그 말에 김지유의 표정이 확 변했다.그녀는 잠시 침묵하더니 이내 물었다.“누구야. 어디 있는데?”그 말에서 김지유의 살기가 흘러나왔다.“누나, 내가 할게. 누나는 가만히 있어. 누나한테 이 얘기를 하는 건 그저 누나한테 비밀로 하고 싶지 않아서야.”최서준은 약간 걱정된다는 표정으로 얘기했다.“서준아, 예전 같았으면 나도 가만히 있었어. 하지만 지금은 실력을 갖추게 되었는데 어떻게 네 뒤에 숨어만 있겠어. 보육원의 복수는 너 혼자 할 게 아니야. 말해. 도대체 누구인지. 누가 인간의 탈을 쓰고 짐승만도 못한 짓을 한 건지.”김지유는 담담한 척 말하고 있었지만 최서준은 김지유의 살기를 느낄 수 있었다.“경성 진씨 가문이야.”“가자.”김지유는 바로 최서준을 끌고 진씨 가문으로 가려고 했다.무군의 속도는 아주 빨라서 두 사람은 눈 깜빡할 사이에 경성 진씨 가문 상공에 도착했다.북적거리던 예전과는 달리, 지금의 진씨 가문은 아주 조용했다. “최서준, 정말 다 죽일 거야? 미리 얘기해 주는데, 이곳에만 해도 무군이 수두룩해. 게다가 진씨 가문 비경 안에 괴물이 잠들어있을
진씨 가문 저택 속의 비경.한 노인이 갑자기 일어났다. 그리고 폐관 수련 중이던 방문을 다 열어젖혔다.“무슨 일이야!”그는 바로 전대 가주, 즉 진이군의 아버지인 진정수였다.진정수는 진씨 가문 비경에서 계속 폐관 수련하면서 무왕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하지만 아까 이상한 점을 느끼고 갑자기 나온 것이었다.진정수가 나오자 옆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큰일 났습니다.”“무슨 일인데 이러는 거야. 체통을 지켜야지.”가문의 사람들이 벌벌 떨면서 얘기하는 것을 본 진정수가 가볍게 꾸짖었다.“가주님이... 가주님이 돌아가셨습니다.”“뭐라고?”진정수가 멍해서 되물었다.“가주님뿐만이 아니라 첫째 도련님과 둘째 도련님도 사망하셨습니다.”사람들이 보고했다.그러자 진정수가 분에 차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아들도 죽었고 손자도 죽었다.“누구냐. 말해. 경성의 다른 가문이야? 아니면 종문이야?”진정수가 물었다. 그가 생각할 수 있는 적수는 이들밖에 없었다.“아닙니다. 최서준입니다.”“최서준이 누구지?”진정수는 기억을 되짚었다. 하지만 그 이름과 관련된 사람을 떠올리지 못했다.“최서준은 현재 대하 현무의 수장입니다. 20대 초반의 젊은이죠.”“뭐? 그럴 리가 없어!”진정수가 놀라서 대답했다.진이군이 가주를 맡으면서 수련을 게을리했다고 해도 무군 세 번째 단계의 고수다.그런데 20대 초반의 젊은이한테 살해당하다니.이런 일은 거의 있을 수가 없다.“사실입니다. 가주님은 사람들 앞에서 머리가 잘려서 살해당했습니다. 현재 모든 무술계에서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최서준은 어디 있는 거야!”진정수는 몇 십년 동안 수련을 하면서 정신력을 키웠지만 화를 내지 않을 수 없었다.지금 당장 최서준을 찾아가 복수를 하고 싶었다....경성의 한 기지.사람들이 모여서 웃으며 말하고 있었다.이곳은 최서준의 공로를 축하하는 연회장이었다.진성철은 먼저 몇 마디 하고 떠났다. 진성철이 간 후 청룡이 나서서 연회를 이끌었다.현장의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
진성철은 최서준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최서준, 여기서 멈춰야 해. 날 죽인다면 한씨 가문은 절대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 우리 한씨 가문이 얼마나 대단한지 모르지?”한민기가 얘기했다.“멈추라고? 웃기네. 난 한 번도 시작한 적이 없어. 모두 너희가 먼저 시작해서 날 죽이려고 든 거지. 지금 와서 멈추라는 것도 웃기지 않아? 당신이야말로 대단하네. 두 아들이 다 내 손에서 죽었는데 이렇게 침착하다니. 보니까 아들도 별거 아니었나 봐?”최서준이 차갑게 말하면서 비웃었다.그 말을 들은 한민기는 미간을 팍 좁혔다.최서준의 말투를 들어보니 한민기를 놓아주지 않을 게 뻔했다.그러자 한민기는 생각을 바꿨다.“최서준, 정말 죽고 싶은 거야? 무군 세 번째 단계의 실력으로 우리 한씨 가문을 죽일 수 있을 것 같아? 웃기지 마.”한민기가 그렇게 얘기하고 바로 자기 기운을 뿜어냈다. 도망가지 않고 마지막으로 최서준과 싸우기 위해서였다.하지만 한 그림자가 갑자기 다가오더니 한민기의 가슴을 팍하고 쳤다.한민기의 가슴이 움푹 꺼져 들어갔다. 그사이에 작은 벌레가 한민기의 몸속으로 들어갔다.“네가 서준이를 괴롭힌 사람이야?”갑자기 나타난 사람은 바로 김지유였다.그녀는 차가운 표정으로 한민기를 쳐다보고 있었다.“너는 누구야.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한민기는 하얀 벌레 한 마리가 자기 피부를 찢고 몸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놀라서 김지유를 가리키며 말했다.“계속해서 서준이를 괴롭히다니. 서준이한테 이런 사람이 있는 줄은 몰랐나 봐?”김지유가 차갑게 얘기했다.한민기의 몸은 눈에 띄게 말라갔다. 그러더니 마지막에는 가죽만 남았다.김지유는 그제야 최서준을 향해 걸어갔다.“누나가 왜 왔어?”최서준이 다가가 먼저 물었다.“서준아, 오늘은 네가 오는 날이잖아. 내가 안 올 수 없지. 어디로 오는지 몰라서 헤맸는데 아까 사람들을 만나서 물어봤어. 그래서 바로 달려온 거야.”김지유가 해명했다.“누나, 소개해 줄게. 여기는 청룡이야. 그리고 여기는
‘노조는 어디 간 거지?’진이군은 그제야 불길한 생각이 떠올랐다.‘최서준의 실력이 이 정도라니... 설마...? 아니, 그럴 수가 없어! 노조는 무군 여섯 번째 단계야! 그저 잠시 무슨 사정이 생겨서 나타나지 못하고 있는 것뿐이야.’진이군은 그제야 본인이 최서준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얘기했다. 지금 반드시 도망쳐야 한다. 그 생각에 진이군이 입을 열었다.“현무, 너 미쳤어? 난 진씨 가문 가주야! 날 죽이려고 하다니. 정말 진씨 가문과 끝까지 가보자는 거야?”진이군은 진씨 가문을 핑계로 최서준을 진정시키고 싶었다.하지만 최서준은 진씨 가문을 다 죽이려고 하고 있다.최서준은 진이군을 향해 달려들었다.먼지 속에서, 최서준은 더욱 쉽게 상대를 죽일 수 있었다.결계를 사용할 필요도 없었다.최서준은 용연검을 꺼내더니 바로 진이군을 쫓아갔다.“저렇게 빠르다고?”사람들은 최서준의 속도를 보고 놀라서 입을 딱 벌렸다.이 속도는 무군 세 번째 단계의 속도가 아니다.“너희 노조가 어디 있는지 궁금해? 지금 그곳으로 보내줄게.”최서준은 진이군을 쫓아갔다. 진이군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자기 목에 검이 꽂히는 순간을 지켜보았다.용연검을 빠르게 진이군의 머리를 잘라버렸다. 진이군은 머리가 잘린 채 바닥에 툭 쓰러졌다.“뭐야! 진씨 가문 가주가 죽었어!”“큰일이다. 앞으로 경성에 피바람이 불겠어.”“그러게 말이야. 진씨 가문 가주가 사람들 앞에서 죽다니. 진씨 가문이 현무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 진씨 가문에 숨겨진 실력자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현무는 이제 끝장이야.”“가자, 더 이상 이 일에 엮이면 안 돼.”사람들은 최서준이 그들 앞에서 진이군을 죽일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아무리 그래도 한 가문의 가주이고 실력도 비슷하니 그저 잠깐의 헤프닝으로 그칠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사람들은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수가 없어서 얼른 도망가려고 했다.어느새 이곳에는 한씨 가문 가주 한민기만 남았다.도망가고 싶지 않았던 게 아니다.그는
“그래?”최서준이 손가락을 튕겼다.한씨 가문 노조는 믿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본인의 몸이 점점 사라지는 것을 확인했다.“이, 이건 불가능한 일이야!”이렇게 쉽게 죽다니.“이건 네 결계가 아니라 네 세계인 거야?”죽기 전, 한씨 가문 노조가 마지막 말을 남겼다.최서준은 세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지만 분명 결계보다 더욱 강한 것이라고 생각했다.이게 세계라는 것이었구나.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깊이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최서준은 차가운 눈으로 진씨 가문 노조를 쳐다보았다.“살려줘, 내가 아까 말한 건 다 가짜야. 내가 널 속인 거야. 제발 날 살려줘. 원하는 건 내가 다 줄게!”진씨 가문 노조는 한씨 가문 노조가 사라지는 것을 보고 최서준의 차가운 눈빛을 마주하자마자 잘못된 것을 느끼고 벌벌 떨면서 사과를 빌었다.“지금 빌어도 늦었어. 나만 죽이려고 했다면 모르겠지만 넌 절대로 건드려서는 안 되는 보육원의 아이들을 죽였어. 걱정하지 마. 내가 얘기했잖아. 진씨 가문 전체를 죽일 거라고. 먼저 가서 기다리면 진씨 가문 사람들이 곧 도착할 거야.”최서준은 충혈된 두 눈으로 진씨 가문 노조를 노려보면서 손을 휘저었다.그러자 진씨 가문 노조의 몸이 그대로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최서준은 바로 비경 입구 쪽에 다시 나타났다.최서준이 사라졌다가 순식간에 다시 나타나자 사람들은 놀라서 눈을 휘둥그레 떴다.“봐, 현무야! 아까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났어!”“그런데 진씨 가문 노조는 어디 가고 최서준만 나타난 거지?”“설마 최서준이 이긴 건가?”“그럴 리가 없어. 아마 진씨 가문 노조가 현무를 쉽게 이기지 못해서 먼저 떠난 거 아닐까?”두 사람이 싸우던 모습을 본 사람들이 얘기했다.“그런 것 같아.”사람들이 얘기했다. 하지만 그들은 한씨 가문 노조도 참여했다는 것을 몰랐기에 한씨 가문 노조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다.사람들은 그저 진씨 가문 노조가 떠났다고 생각하지 최서준이 그를 죽였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하긴 두 사람이 다 무
그 순간, 커다란 비경이 두 사람을 덮었다.두 사람은 그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 웃으면서 얘기했다.“이런 애송이도 못 처리해서 날 부른 거야?”한씨 가문 노조가 담담하게 얘기했다.“그러게 말이야. 우리 둘이 동시에 나섰던 건 최씨 가문을 상대할 때밖에 없었던 것 같은데. 지금도 마찬가지네.”진씨 가문 노조가 담담하게 대답했다.“그럼 진씨 가문과 한씨 가문이 사이가 안 좋다는 건 가짜인 모양이네.”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던 최서준이 얘기했다. “사이가 안 좋다고? 그건 지금 세대의 아이들이지.”한씨 가문 노조가 웃으면서 얘기했다.두 사람은 최서준은 제압한 채 여유로움을 만끽하고 있었다.진씨 가문 노조도 얘기했다.“이렇게 해야 대하도 마음 놓고 보고만 있지. 됐어. 설명해도 넌 모르잖아.”“넌 이미 내 결계에 빠졌어. 마지막으로 말할게. 신의 결정을 내놔. 그러면 살려줄지도 모르니까.”“쓸데없는 말은 집어치워. 저 자를 죽이고 시체를 뒤지면 나올 것 아니야.”한씨 가문 노조가 얘기했다.“결계? 이거 말하는 건가?”최서준이 손가락을 튕기자 늪이 순식간에 사라졌다.진씨 가문 노조의 결계도 그대로 파멸했다.그러자 힘의 반동 때문에 진씨 가문 노조가 가슴을 부여잡고 입에서 피를 토해냈다.“이럴 수가! 그저 무군 세 번째 단계일 뿐이잖아. 그런데 어떻게 내 결계를 파한 거지? 도대체 무슨 수단을 쓴 거야!”진씨 가문 노조는 놀란 표정으로 얘기했다.진씨 가문 노조의 결계 밖에는 한씨 가문 노조의 결계가 한층 더 있었다.그래서 한씨 가문 노조는 바로 최서준의 몸을 묶었다. “네 결계와 상성이 안 맞나보지. 내가 처리할게.”한씨 가문 노조가 나섰다.“그렇게 생각해?”최서준이 또 손가락을 튕겼다.쩌적.결계에 금이 가더니 이내 완전히 깨져버렸다.그러자 한씨 가문 노조도 똑같이 피를 뿜어내며 힘의 반동을 느끼고 있었다.두 사람은 그제야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이건 경성이 아니다!“여긴 어디야.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
“그러게 말이야. 현무가 저렇게 이성을 잃은 모습은 처음 봐. 이번에 조용히 넘어갔으면 비경을 손에 넣고 다른 명문가들을 이길 수도 있었을 수도 있는데.”“젊은 사람이 좀 참지.”사람들은 저마다 안타까워하면서 얘기했다.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최서준의 표정을 보니 대강 알 것 같았다.구경꾼뿐만이 아니라 최서준 옆에 있던 청룡과 진성철도 이상함을 느꼈다.무슨 일이기에 최서준이 이렇게 이성을 잃고 달려든단 말인가.하지만 지금 머리를 짠다고 해서 생각해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감히, 우리 진씨 가문 노조한테 달려들다니. 최서준 넌 죽었어.”진이군은 차갑게 웃고 청룡과 진성철을 보면서 중얼거렸다.“그러게 말입니다. 우리 두 가문이 의견이 자주 맞는 건 아니지만 이번만큼은 동의할 수밖에 없군요.”한민기도 옆에서 비릿하게 웃으며 얘기했다.하늘 위.진씨 가문 노조는 최서준을 죽이려고 일부러 최서준을 유인했다.뒤로 따라오는 최서준을 보면서 진씨 가문 노조는 차갑게 최서준을 노려보았다.한순간. 노조가 뒤를 돌자 두 사람이 하늘에서 부딪혔다.쿵.굉음과 함께 기운이 부딪혀 파문을 일으켰다.두 사람은 기운이 튕겨 나갔다.“뭐? 이게 뭐야! 현무는 그저 무군 세 번째 단계일 뿐인데. 진씨 가문 노조의 공격을 막아냈어!”“막아낸 게 아니라 튕겨 난 거잖아.”두 사람의 그림자를 본 사람들이 밑에서 수군거렸다.청룡과 진성철의 얼굴에도 놀란 표정이 드러났다.현무가 이렇게 강했다니.두 사람은 어느새 희망을 품게 되었다.‘현무, 당신은 무사해야 해!’하늘 위.튕겨 난 진씨 가문 노조도 믿기 힘들다는 표정을 드러냈다.무군 세 번째 단계일 뿐인데 그의 공격을 막아내다니. 진씨 가문 노조는 무군 여섯 번째 단계인데 말이다.“너... 도대체 뭐 하는 놈이야!”“하, 우물 안 개구리 같은 놈. 노조가 되었다고 정말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 우리 누나도 당신을 쉽게 죽일 수 있을 정도야.”최서준이 대수롭지 않게 얘기
최서준은 진씨 가문 노조가 결정을 달라고 해서 그대로 줄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바로 대답했다.“없습니다. 하나도 없습니다.”“감히 이렇게 나오겠다는 거야? 정말 현무라고 해서 내가 널 못 건드릴 줄 알아? 좋게 얘기할 때 못 알아듣는 거야?”진씨 가문 노조가 금세 화를 냈다. 아무리 성격이 좋은 사람이라고 해도 이런 모욕은 참을 수 없었다.“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고운 법입니다. 먼저 그런 태도로 나오셨으니 저도 어쩔 수 없죠.”최서준이 담담하게 얘기했다.그의 말에는 비웃음이 가득 담겨있었다.“너 이 자식...! 애초에 최씨 가문의 씨를 다 말려버렸어야 했는데. 역시 최씨 가문 핏줄이라 알아서 죽음의 길을 걷는구나!”진씨 가문 노조는 비웃음 앞에서 갑자기 화를 거두고 웃음을 터뜨렸다.그 말을 들은 최서준이 바로 물었다.“그게 무슨 뜻이죠?”“무슨 뜻인지는 네가 가장 잘 알 텐데.”“그럼 그때 보육원의 일, 진씨 가문이 한 겁니까?”“그렇다면 어쩔 건데. 최서준, 그 보육원의 일은 진씨 가문이 시킨 거야. 게다가 최씨 가문이 망한 것도 우리 진씨 가문이 개입했던 일이야. 그래서 네가 뭘 할 수 있는데?”진씨 가문 노조는 그저 머릿속으로 최서준에게 얘기할 뿐이었다.아무리 노조라고 해도 사람들 앞에서 이런 얘기를 할 수는 없었다.그 말을 들은 최서준은 그 순간 눈이 충혈되고 피눈물이 흘렀다.‘드디어, 드디어 찾았다!’무후 세 번째 단계인 그의 기운이 폭발했다.“현무! 진정해!”청룡은 그 모습을 보고 진성철을 보호하면서 최서준의 귓가에 얘기했다.“현무, 저 자는 그저 당신을 도발하려고 하는 겁니다. 당신이 먼저 공격하면 저 자는 당신을 바로 죽일 겁니다. 제발 진정해요! 이 함정에 빠지지 말란 말이에요!”오랫동안 찾은 범인이 이곳에 있는데, 어떻게 참을 수 있겠는가.최서준의 머릿속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원장님, 같이 놀던 친구들... 적어도 100여 명은 되었다.“날 죽이고 싶었으면 나만 죽일 것이지
“이런 존재가 있다니! 수련계에서도 처음 들어보는 일이야!”사람들은 놀라서 감탄을 내뱉었다.하늘에 있던 두 무군도 최서준을 향해 의미심장한 시선을 보내왔다.“무군 세 번째 단계라니. 그래, 네가 이 비경을 가지게 되었구나.”그중 한 사람이 최서준을 노려보면서 차갑게 입을 열었다.“그렇다면 어쩔 건데요?”최서준이 대답했다.최서준은 비경 입구 쪽에 있는 두 무군의 실력을 대충 알 수 있었다. 두 사람은 그저 무군 중기일 뿐이다. 아무리 높다고 해도 무군 여섯 번째 단계가 되지는 못했을 것이다.“역시 너였어! 무군이 되자마자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달려들다니. 선배를 향한 존경은 전혀 보이지 않는군. 무군이 되면 우리와 맞서 싸워 이길 줄 알았어?”노인은 그 말을 듣고 벌컥 화를 냈다.“당신들이야말로 계속 우리를 깔보는 식으로 얘기했잖아요. 나도 이러고 싶지 않았어요. 왜요? 내가 비경을 갖고 나니까 날 죽이기라도 하게요?”최서준은 노인의 앞에서 눈을 부릅뜨고 얘기했다.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뭐? 최서준이 비경의 주인이 되었다고? 마지막 승자가 최서준일 줄이야!”“그러게 말이야. 명문가가 아니면 정양부가 비경의 주인이 될 줄 알았는데, 최서준이 혼자서 이 비경을 손에 넣다니.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사람들은 놀라서 감탄했다.하지만 누군가가 그 상황을 보면서 얘기했다.“아무리 비경을 손에 넣는다고 해도 지키지는 못할걸?”그러자 다른 사람이 되물었다.“왜 그렇게 생각하는 거지?”“진씨 가문의 사람들이 직접 나서서 최서준을 괴롭히고 있잖아. 아무리 비경의 주인이 되었다고 해도 진짜 난관은 지금부터 시작이야.”“하긴, 진씨 가문뿐만이 아니라 한씨 가문도 옆에 있잖아. 아무리 최서준이 대하 현무라고 해도 동시에 두 가문을 상대하기는 어려울 거야.”사람들의 수군거리는 소리가 어느새 그들의 귀에까지 들려왔다.진씨 가문 노조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억지로 막아 나서도, 이대로 보내도 속이 시원치 않았다.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