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아는 최서준의 전화를 받고 바로 하던 일을 놔두고 사무실에서 김지유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가 아무리 기다려도 사람이 오지 않자 경비실에 전화해서 낯선 여자가 회사에 오지 않았는지 물었다. 그녀는 경비원의 말에서 김지유가 부장 사무실로 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부장 조문호가 업무상의 일을 핑계로 여자들을 잘 데리고 놀았던 과거가 생각나서 이렇게 급하게 여기로 오게 된 것이다. 하지만 눈앞의 광경은 그녀로 하여 정신이 아찔하여 하마터면 쓰러질 뻔했다. 결국, 한발 늦었다.그녀는 식은땀을 흘리며 최서준을 보고 말했다.“최...”최서준이 먼저 말했다.“임상아 부 대표님, 이 자식이 회사의 부장으로서 감히 제 아내를 협박하여 잠자리를 가지려 했어요. 화를 못 이기고 한 대 때렸는데 알아서 처리하세요.”그의 말을 듣고 조문호는 가소롭듯 웃었다.‘나는 이 회사의 부장으로서 서열 2위라고 할 수 있는데 임 부대표가 너 하나 따위에 나를 저버릴까?'그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은 김지유와 반윤정도 그랬다. 이 두 여인은 이미 이퓨레와의 협력에 대해 더는 희망을 품고 있지 않았다.하지만 누구도 생각 못 한 것은 임상아가 아주 엄숙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좋아요. 반드시 억울한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이윽고 그녀는 뒤돌아 차갑게 조문호를 보며 말했다.“조 부장님, 축하드립니다. 회사에서 해고되셨어요. 해고 절차는 사후에 이사회에서 이메일로 보내드리도록 하죠.”그녀의 말이 끝나자 조문호는 얼이 빠졌다. 김지유와 반윤정도 넋이 나갔다.잘못 들은 거 아니지?최서준의 한마디 말로 조문호 이 부장을 해고한다고?조문호는 회사의 고위층 임원이다. 회사의 이익에 해를 끼치지 않는 이상 누가 그를 해고하겠는가?조문호는 이제야 반응하여 눈이 휘둥그레져서 믿기지 않는 듯 말했다.“임 부대표님, 지금...지금 뭐라고 하셨어요?”“당신 회사에서 해고라고요. 당신의 물건들을 가지고 당장 나가라는 말입니다.”임상아가 차갑게 말했다. 조
‘뭐라고? 4000억?'김지유와 반윤정은 잘못들은 줄 알고 놀라서 넋이 나갔다.그들은 오늘 투자를 상의하는 과정이 몹시 어려울 거로 생각했는데 임상아가 그들이 온 목적을 알고 있거니와 먼저 4000억을 투자하겠다고 얘기할 줄이여.“설마 김지유 씨는 적다고 생각하시는 거예요?”임상아는 낯빛이 살짝 변하면서 의견을 청취하듯 물었다. 김지유는 다급하게 손을 흔들고 더듬으며 말했다.“아니요, 아니요. 충분합니다.”그녀의 처음 생각에는 200억 정도면 아주 만족이라고 생각했는데 임상아는 바로 4000억이라 하니 김지유는 정말 깜짝 놀랐다.“좋아요. 지금 바로 계약서를 작성하러 가시죠.”임상아는 공손하게 요청하는 자세를 취했다. 이렇게 김지유는 신속하게 이퓨레와 협력 계약을 맺었다.돌아가기 전에 임상아는 그녀에게 명함을 건넸다.“김지유 씨, 이건 제 사적인 연락처입니다. 만약 앞으로 무슨 도울 일이 있으면 저에게 연락 주세요.”김지유는 명함을 건네받고 어리둥절 한 채로 자리를 떴다. 얼마 걸어가지 않아서 그녀는 갑자기 뒤돌아서 물었다.“임 대표님, 왜 우리 회사에 이렇게 잘해주시는지 여쭤봐도 될까요?”김지유는 바보가 아니다. 임상아는 전문적으로 그녀를 마중하러 나왔다는 것을 일찍이 보아냈다. 더욱이 4000억이라는 금액은 그녀가 부 대표님으로서 혼자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임상아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이 모든 것은 우리 회사 최 대표님이 분부한 일입니다.”역시! 김지유는 예상했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가 그녀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는 이퓨레의 대표이사와 아예 친분이 없는데 그 사람은 왜 이렇게 자신을 도와주는지 의문이다. 이퓨레 그룹의 문 앞.반윤정은 걸어 나오는 김지유를 보고 다급하게 다가가서 물었다.“대표님, 어떻게 됐어요?”“계약은 이미 체결했어.”김지유는 감격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말했다.“너무 잘됐어요. 이제는 대표이사 해임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되네요. 더욱이 회사의 위기도 잘 벗어났네요.”반윤정은
최서준의 말을 듣고 두 사람은 어리둥절했다. 김지유는 미간을 찌푸렸다.“그게 무슨 말이야? 네가 이퓨레의 대표이사라도 된다는 말이야?”“응, 내가 바로 이퓨레의 대표이사야.”최서준은 대범하게 승인했다. 반윤정은 참지 못하고 비웃었다.“최서준 씨, 그렇게 사기를 치면 재밌어요?”“최서준 씨 당신과 동명이인이라고 당신이 이퓨레의 대표이사라고요?”그녀는 경멸하는 눈빛으로 최서준을 보면서 말했다.“정말이지, 당신은 내가 본 사람들 가운데 제일 뻔뻔한 사람이에요.”최서준은 진지하게 말했다.“나는 정말 이퓨레의 대표이사예요. 못 믿겠으면 지금 바로 임상아를 불러내서 증명...”“됐어. 장난하지 마. 우리 지금 회사로 가서 이 좋은 소식을 다른 주주들한테 전하는 게 제일 급한 일이야.”김지유는 최서준의 말을 끊고 차에 올라타 해성 그룹으로 돌아갔다. 그녀도 최서준이 이퓨레의 대표이사라는 말을 못 믿는 눈치였다.차에서 반윤정은 기대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대표님, 저는 지금 주주 서리가 어떤 표정일지 아주 많이 기대됩니다. 몹시 볼 만한 것 같아요.”김지유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서리는 예전부터 나랑 앙숙이었어. 이번에 나를 가만두지 않을 예정이었다면 나도 반드시 반격해야지.”십몇 분이 지나 세 사람은 해성 그룹에 돌아왔다. 그 시각 주주들은 아직 회의하고 있었는데 의논하는 내용은 당연히 김지유가 투자를 받지 못한다면 누가 대표이사의 자리에 오르겠는가 하는 것이었다.그중 서리는 제일 나대면서 각종 회유책으로 다른 주주들이 자신이 김지유를 대체하는 것을 지지하게 하였다.사실 그녀가 이렇게 회유하니 현장에서는 대부분 주주가 동의했다. 서리가 마침 김칫국을 마시고 있을 때 김지유가 최서준이랑 걸어들어왔다.서리는 먼저 멈칫하더니 불난 집에 부채질하듯 말했다.“김 대표, 이퓨레에 가서 투자를 받으러 간 거 아니야? 어떻게 이렇게 빨리 돌아왔어?”“이퓨레의 문조차 넘지 못했다는 말을 하려는 거 아니지?”“하하하!”항상 서리의 편에 서 있던
“와!”이 말이 나오자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해서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모든 사람이 이 계약서를 보자 넋이 나가고 말았다.이게 진짜라니!서리는 이것을 보고 눈앞이 아찔해져 하마터면 뒤로 넘어갈 뻔했다.“아니야, 이건 거짓말이야. 저 미친년이 무슨 수로 4000억의 투자를 받아내?”그녀의 얼굴은 일그러지며 귀신처럼 포효했다.“나는 조문호한테 얘기를 미리 해놨는데 조문호 이 쓸모없는 자식은 뭐 하는 거야!”그녀의 눈에는 믿기지 않는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거대한 충격에 그녀는 미쳐버릴 것 같았다. 지금까지 얼굴이든 능력이든 모두 김지유한테 뒤처졌었다.오늘 어렵게 그녀를 나락으로 떨어뜨릴 기회가 생겼는데 판이 뒤집힐 줄 몰랐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그녀의 말을 듣고 김지유는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서리, 조문호가 네 사람이었구나.”“하지만 어떡하지, 그 사람은 이미 이퓨레에서 해고됐어. 너 덕분이야.”“뭐라고?”서리는 이 말을 듣고 뒤로 몇 걸음 물러서며 믿기지 않는 듯 말했다.“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최서준은 입가에 웃음을 띠고 사람들을 보며 말했다.“여러분, 제 아내는 자질평가에 통과한 거죠?”“네, 당연하죠.”“김 대표님은 지금 회사의 큰 공신인데 김 대표님이 없었더라면 회사가 어떻게 이퓨레와 4000억이나 되는 계약을 맺겠어요.”“내가 진작에 대표이사 자리는 김 대표 것이라고 했는데 다들 믿지 않으시고...”순식간에 사람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아부를 떨었다. 굽신거리는 사람들을 보며 김지유는 저도 모르게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마음이 아주 기뻤다. 해성 그룹은 그녀가 직접 세우고 키워온 회사인데 절대 떠나고 싶지 않았다.“김지유, 두고 봐.”서리는 기세가 기운 것을 보고 일그러진 얼굴로 이렇게 한마디 내뱉고는 자리를 뜨려고 했다. 근데 최서준이 그녀를 막아섰다.“뭐 잊은 거 없어?”“뭐를?”서리의 낯빛이 살짝 변했다. 최서준은 익살스럽게 웃으며 말했다.“나랑 내기했잖아.
그 말을 들은 경호원들이 약속이나 한 듯 홱 뒤돌아 떠났다.“가지 마, 모두 돌아와! 아아, 제발 그만 때려...”서리는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지만 조문호는 더 크게 때리기만 할 뿐이었다.이 모습을 본 김지유가 더 이상 못 보겠다는 듯 그를 제지하려 했지만 최서준이 그를 말렸다.“내버려둬, 방금 얼마나 건방지게 굴었는데.”서리는 김지유에게 싹싹 빌었다.“김 대표, 아가씨, 제발, 내가 이렇게 빌게, 나 좀 살려줘…. 사사건건 시비 건 것도, 대표 자리 넘본 것도 내가 정말 잘못했어….”서리는 이미 얼굴이 퉁퉁 부어오르고 앞니마저 떨어진 채였다. 방금의 건방진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이쯤 하면 됐다고 생각한 최서준이 물었다.“주식 내놓는 건 어떻게 할 건데?”“그렇게 할게, 뭐든 시키는 대로 할게. 제발 부탁해. 조문호 이 미친놈 좀 끌어내 줘….”서리가 울음 섞인 목소리로 빌었다. 최서준은 김지유를 시켜 주식 양도 계약서를 가져와 서리의 앞에 들이밀고는 동시에 조문호를 저지하며 말했다.“사인하고, 지장 찍어.”서리는 계약서를 보지도 않은 채 자신의 이름을 갈겨 넣고는 지장까지 찍었다.“좋아. 협조 고마워.”최서준은 계약서에 문제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단번에 조문호를 기절시켰다. 서리는 생각할수록 울화가 치밀어 피를 왈칵 토하고는 기절했다.이번 일로 해성그룹 내에서 김지유의 지위는 더욱 커졌고, 주주들도 그녀의 의견에 반기를 들지 못하게 되었다.김지유의 일이 끝나길 기다리던 최서준이 드디어 돌아가려는 찰나, 김지유가 머뭇거리며 그를 불러세워 물었다.“서준아, 너 지금 어디 살아?”“나인원 크라운 별장. 근데 그건 왜?”나인원 크라운 별장?김지유는 깜짝 놀라 강한 어투로 물었다.“허세 부리는 버릇은 아직도 못 고쳤나 봐? 나인원 크라운 별장에는 천재 의사가 산다는 걸 뻔히 아는데, 누굴 속이려고 그래?... 됐다, 또 게스트하우스에 있겠지.”그녀가 망설이다 말을 이었다.“너 당분간 우리 집에서 묵어. 가자.”그때, 조씨
“몇 년 전에 매입한 빌딩인데, 대부분 시간엔 여기 있어.”김지유는 최서준에게 별장에 관해 설명해 주고는 2층의 한 침실을 가리키며 말했다.“이제 저기가 네 방이야.”남자와 함께 사는 건 싫었지만, 이제 명의상 부부니 최서준이 밖에서 떠돌아다니게 둘 수는 없었다. 게다가 최서준은 조명휘에게 미운털이 박혔고, 조명휘도 경고했으니 더더욱 최서준을 그냥 둘 수는 없었다.“이거, 동거인가?”최서준이 보일 듯 말 듯 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김지유는 얼굴이 화끈 달아올라 최서준을 쏘아보며 말했다.“그런 생각은 접어둬. 남양시에 몸 뉠 곳도 없는 네가 불쌍해 호의를 베풀어주는 거야. 이상한 생각 하지 마. 그리고, 네가 이 집에서 묵는 동안 몇 가지 조건은 꼭 지켜줬으면 해.”“뭔데?”“첫째, 내 몸에 손대지 않는다. 손도 잡지 마. 둘째, 내 허락 없이는 내 방에 들어오지 마. 내 물건 만지지도 말고. 특히 속옷 같은 거.”“내가 왜 네 속옷을 만지는데?”최서준은 어리둥절했다. 다른 건 이해할 수 있었지만, 이 조건은 당최 이해할 수 없었다.“순진한 척 그만 해. 남자들의 음침한 생각, 내가 모를 줄 알아?”김지유는 또다시 얼굴이 달아올라 쏘아붙였다.“...”최서준이 침묵을 지키자, 김지유가 다시 말했다.“셋째, 난 엄청나게 깔끔해서 다른 사람과 같이 화장실 쓰는 거 싫어해. 그러니 내 화장실 쓰지 마. 넷째, 다른 여자 데리고 집에 들어오지 마. 성욕은 밖에서 해결해, 내 집 더럽히지 말고.”최서준은 어이없다는 듯 김지유의 말을 끊었다.“어어, 그래. 별 이상한 조건을 걸고 그러냐?”“지킬 수 있는지나 말해.”김지유는 일부러 차가운 말투를 유지한 채 말했다. 최서준이 시원하게 답했다.“당연히 할 수 있지.”김지유는 의외였다. 쉽게 승낙하지 않을 줄 알고 따질 준비까지 했는데 이렇게 시원하게 답하다니. 조금 죄책감이 들었다.“이 조건들은 널 남편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건데, 나랑 혼인신고한 거 후회하진 않아? 내가 너 안 좋아한
김지유의 집 주방은 매우 크고 호화로웠다.하지만 그녀의 냉장고를 열어본 최서준은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몇천만 원짜리 냉장고 안에는 칼국수면 한 봉지밖에 없었다. 간장, 식초 등의 조미료들은 포장도 뜯지 않은 채였다.최서준을 어쩔 수 없이 칼국수를 끓였다. 김지유를 배려해 생강이나 마늘 같은 것도 넣지 않았다.김지유는 깊이 칼국수의 냄새를 들이마신 뒤 놀라운 듯 말했다.“향 너무 좋다, 네가 정말 요리를 할 줄 몰랐어.”“네 집에 이거 빼고 아무것도 없더라, 끼니만 때운다는 생각으로 먹어. 모자라면 더 해줄게.”최서준이 김지유를 재촉했다. 산에 살던 십여 년간 그가 요리를 전담했기에 요리 실력만큼은 수준급이었다.김지유는 더는 참지 못하고 칼국수를 흡입하기 시작했다. 빠른 속도로 음식을 먹는 와중에도 여전히 그녀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작은 동작 하나하나가 예술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김지유는 그릇을 깨끗이 비웠다. 그녀는 입을 쓱쓱 닦고는 최서준에게 엄지손가락을 들이밀며 말했다.“진짜 맛있다, 요리 잘하네.”“입맛에 맞는다면 앞으로도 해줄게.”최서준이 고개를 흔들며 웃었다. 김지유가 냉큼 승낙했다.“진짜? 그럼 나야 고맙지. 근데... 한 그릇만 더 해줄 수 있어?”“그래.”최서준이 그릇을 들고 주방에 들어갔다.김지유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최서준, 넌 참 좋은 사람이야. 네가 도담이가 아니라는 게 아쉬울 뿐이야.그녀는 눈을 지그시 감고 중얼거렸다.“도담아, 아직 남양에 있는 거야? 누난 네가 너무 걱정돼.”이때 최서준이 그릇을 김지유의 앞에 내려놓았다. 김지유는 또다시 한 그릇을 해치웠다. 그녀는 씻고 난 뒤 방으로 돌아와 금세 잠이 들었다.최서준이 샤워하려는 찰나, 문밖에서 싸우는 소리가 약하게 들려왔다. 그는 무거워진 표정으로 별장을 뛰쳐나갔다. 별장 밖의 수림에서 괴한 몇 명이 바닥의 시체를 치우고 있었다.“누구냐?”그 중 한 사람이 최서준을 발견하고는 다짜고짜 그를 공격했다. 하지만 최
최서준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경호원들은 모두 돌아가라 하세요. 저 혼자 처리할 수 있어요.”“네.”주하은이 바로 경호원을 모두 데리고 떠났다.최서준은 서늘한 눈길로 어둠 속을 응시하며 말했다.“조씨 집안이라... 이건 당신들이 자초한 거야.”......집으로 돌아온 주하은은 주동필에게 오늘 밤 일어난 일들을 얘기해주고는 물었다.“할아버지, 조씨 가문은 최 선생님과 대립하기로 마음을 굳힌 것 같은데, 저희는 어떡하죠?”“주씨 가문의 명의로 조명휘에게 경고해야지, 신의님은 우리 주씨 가문 생명의 은인이라고. 신의님 털끝 하나라고 건드리면 우리 주씨 가문과도 척지는 거라고.”주동필이 냉정하게 말했다. 주하은은 조금 놀랐다. 정면승부를 선택할 만큼 성질 있는 분이신 줄 몰랐다.“할아버지, 조씨 가문은 남양시 최고의 명문가인데...”“그럼, 뭐 어때? 최 신의님은 용의 반지를 갖고 있는 분이야. 조씨 가문 따위는 신의님 상대가 못 돼. 네가 신의님과 잘 되지 못한 건 인연이 닿지 않았다는 거야. 하지만 우리 주씨 가문은 꼭 최 신의님과 같은 편에 서야 해. 출세할 기회를 이대로 잃을 순 없으니까.”“네, 알겠어요.”주하은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물러갔다.이때, 조씨 집안.조명휘는 주하은의 전화를 끊은 뒤 핸드폰을 바닥에 집어 던졌다.“주씨 가문, 그깟 쓰레기 때문에 우리 조씨 가문과 척지다니! 딱 기다려, 우리 가문이 널 없애버릴 거니까!”조명휘는 이를 꽉 깨물며 일그러진 얼굴로 말했다. 이때 정장 차림의 중년 남자가 들어왔다.“명휘야, 네가 사람을 시켜 최가 그놈을 처리하려 했다고?”중년의 남자는 중후한 분위기를 풍겼는데, 한눈에 봐도 권력자 같았다. 그가 바로 조씨 가문의 가장, 조명휘의 아버지인 조훈이었다.조명휘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네, 아버지. 그놈이 공개적으로 절 모욕했어요, 찢어 죽여도 모자랄 정도예요.”“까불지 마! 그 자식 배후에 주씨 가문이 있다는 거 몰라서 그래?”“아버지, 우리 조씨 가문은 남양시 최고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