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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뭐가 그리 급해? 다들 이제 곧 동료 될 텐데 미리 알아가는 것도 좋잖아.”

오민욱의 눈가에 한기가 스쳤다. 그는 선뜻 최서준에게 손 내밀며 으스댔다.

“반가워요, 오민욱이에요. 현재 마케팅 2팀 매니저를 담당하고 있고 연우 동료이자 상사에요.”

최서준은 그의 사악한 미소를 바로 알아챘지만 똑같이 손 내밀며 무표정하게 말했다.

“최서준이에요.”

두 사람이 악수하는 모습에 곽정원은 속으로 깨고소해했다.

오민욱은 손힘이 세기로 유명해 전에 그와 한번 악수하다가 하마터면 손이 부러질 뻔했고 그 뒤로 족히 사흘을 아팠다. 심지어 그것도 오민욱이 자제한 결과였다.

이젠 드디어 이 촌놈이 망신당할 차례가 됐다.

아니나 다를까 최서준은 악수하는 순간 거대한 힘이 압박해오는 걸 느꼈다.

오민욱의 표정을 보자 야유와 기대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도연우 앞에서 최서준에게 망신 주어 제 앞에 무릎 꿇고 빌기를 바랐다.

다만 아쉽게도 아무리 힘을 줘봤자 최서준은 줄곧 담담한 표정이었다.

‘이 녀석 변태 아니야?’

오민욱이 속으로 놀라움을 자아냈다.

곧이어 그의 얼굴에 걸린 미소가 충격과 고통으로 뒤바뀌었다. 그의 표정이 잔뜩 일그러졌다.

최서준은 마치 집게처럼 되레 그의 손을 꽉 잡았는데 아파서 죽을 지경이었다!

오민욱은 손이 으스러질 것 같아서 얼른 빼내려 했지만 꼼짝달싹할 수 없었다.

그가 간신히 고통을 참는 모습에 최서준이 배시시 웃었다.

“오 매니저, 괜찮아요? 무슨 땀을 이렇게 많이 흘려요?”

“이 손... 놔요.”

오민욱은 피를 토할 것처럼 이를 꽉 깨물었다.

“에이, 그럼 안되죠.”

최서준이 진심 어린 표정을 지어 보였다.

“오 매니저가 마치 옛친구처럼 반가울 따름인데 좀 더 잡고 있어요 우리.”

옛친구는 개뿔!

오민욱은 울상이 되어 험상궂은 얼굴로 변했다.

“손 놔, 당장 이 손 놓으라고!”

“이봐요 최서준 씨, 지금 뭐 하는 겁니까?”

곽정원이 드디어 수상함을 느끼고 황급히 질책했다.

“오 매니저가 나랑 더 악수하고 싶지 않으니 어쩔 수 없네요.”

최서준은 장난치듯 말을 내뱉고는 갑자기 손에 힘을 풀었다.

“퍽...”

오민욱은 거대한 관성에 의해 뒤로 몇 걸음 물러서더니 결국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곽정원이 재빨리 가서 그를 부축하며 도연우에게 버럭 화냈다.

“연우야, 이 녀석 너무 한 거 아니야? 민욱이가 좋은 마음으로 먼저 악수를 건네는데 이렇게 사람 밀치는 게 어디 있어?”

도연우의 안색이 살짝 변했다.

오민욱은 자신이 최서준보다 못하단 걸 인정할 리가 없다. 그는 애써 억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괜찮아, 서준 씨 잘못 아니야. 내가 조심하지 않아서 넘어진 것뿐이야. 그만하고 얼른 가서 면접 봐요. 5층으로 올라가면 돼요.”

최서준은 알겠다고 대답한 후 곧바로 자리를 떠났다.

오민욱은 싸늘한 눈길로 그의 뒷모습을 쳐다보며 시큰둥하게 웃었다.

“X발, 너 따위가 우리 회사에 들어오면 내가 성을 바꾼다! 오민욱 아니고 최민욱 할게.”

다들 깔깔대며 웃었다.

도연우도 기대에 찬 눈길로 최서준이 곧 쫓겨날 광경을 보는 것만 같았다.

최서준이 막 5층에 도착해 엘리베이터에서 내릴 때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혹시 최서준 대표님 맞으세요?”

전화기 너머로 청아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매우 정중하게 질문을 건넸다.

“누구시죠?”

최서준은 어리둥절해 하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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